환경부, 옥천군청서 수해원인 조사용역 착수보고회 열어
6개월간 홍수 원인조사 및 규명...근본적인 대책방안 마련

지난 20일 충북 옥천군청에 열린 용담·대청댐 하류수해원인조사협의회 대책회의에서 김재종 옥천군수(연단)가 모두발언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DB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지난해 8월 금강수계의 용담‧대청댐 하류지역의 수해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이 본격화 됐다.
 
25일 옥천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환경부 주관 댐하류지역 수해원인 조사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회는 김재종 옥천군수를 비롯한 용담․대청댐 조사협의회 손재권 ․박효서 위원장 등 위원과 환경부 신태상 수자원관리과장 등 관계공무원, 외부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이번 용역은 8억원의 사업비로 착수일로부터 6개월 간 진행된다.
 
이번 조사용역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금강, 섬진강, 황강, 남강 등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원인조사 및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함께 홍수피해 현황, 홍수수문사상, 피해원인 등 종합적인 조사‧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8월 발생한 용담·대청댐 방류의 상처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피해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며 “중앙정부에서는 피해 주민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헤아려 실질적 피해배상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관계자들이 참여해 과업지시서 검토사항을 협의하고 환경분쟁조정 자문을 구하기 위한 사전 대책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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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피해지역 지자체.추천위원.주민대표.외부 전문가 모여 머리 맞대
25일 환경부 용역 착수보고회 앞두고 향후 공동대응 방안 논의 자리


지난해 8월 용담댐의 과다 방류에 의해 발생한 충북 영동지역의 수해 현장./아시아뉴스통신DB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지난해 여름 금강수계의 용담‧대청댐 하류지역 과다 방류 피해와 관련해 원인 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조사활동이 시작돼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5일 환경부 주관의 용역 착수보고회를 앞두고 피해 지자체와 주민들이 중심이 돼 자체적으로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용역 과업지시서를 검토하고 향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20일 마련됐다.
 
옥천군에 따르면 이날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대청댐 하류 수해지역인 청주시와 용담댐 하류 수해지역인 옥천군, 영동군, 금산군, 무주군, 진안군 등 6개 시‧군 주민대표, 외부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여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댔다.
 
이날 회의에는 지자체추천 조사협의회(위원장 손재권), 주민대표(박효서 위원장), 외부자문위원, 환경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모두 발언에서 “주민들의 요구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주민들의 염원을 반영해 중앙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피해 보상과 하천 제방 정비 등 항구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 신태상 수자원관리과장은 피해보상과 관련, 환경분쟁조정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25일 환경부 주관 용역 착수보고회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용역 과업지시서를 검토하고 향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주민대표 박효서 위원장은 “피해지역 주민들과 지방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오늘 회의에서 과업지시서 내용과 피해 보상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향후 피해 보상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주관 조사용역은 착수일로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지난해 8월 금강, 섬진강, 황강, 남강 등에서 발생한 홍수피해 원인 조사 및 규명을 위해 댐‧하천별 홍수피해 현황, 홍수수문사상, 피해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해 근본적인 개선방안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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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영동 수해현장 점검…수계관리기금 효율적 운용 지시

9일 이시종 충북지사(푸른 상의)가 옥천군 이면면 수해지역을 방문해 군 관계자로부터 피해상황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충북도청)


이시종 충북지사는 9일 전북 진안군 용담댐 방류로 침수피해를 겪고 있는 옥천‧영동군을 찾아 피해상황을 보고받고 수계관리기금의 효율적 운용 등을 지시했다.

이 지사는 먼저 옥천군을 방문해 동이면과 이원면 지역 도로와 농경지 등 침수 현장 등을 둘러본 후 마을회관, 면사무소등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을 위로했다.
 

9일 이시종 충북지사(맨 앞 가운데)와 박덕흠 국회의원(왼쪽)이 영동군 양산면에서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충북도청)


이어 영동군으로 이동한 이 지사는 심천면과 양산면 피해지역에서 응급복구 상황과 주민 대피현황에 대해 보고 받은 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지사는 “용담댐 방류량 추이를 꼼꼼히 확인하고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 주민 피해를 최소해 달라”고 주문한 후 “수계관리기금을 홍수 피해처럼 재난에 대비한 SOC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아시아뉴스통신=백운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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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황포돛단배> 금강의 소금길은 단순히 소금만 오가던 길이 아니었다. 각종 해산물과 토산품이 오가고 각 지역의 풍습이 사람 냄새와 함께 전파되던 생명길이자 문명길이었다. 사진은 청원군이 지난 2006년 금강 소금배의 종착지인 옛 부강포구 인근에 재현했던 소금배 모습./자연닷컴

 

삶과 문화가 만나고 전파되던 '생명길' 찾아

금강하구서 내륙까지 소금 이동로 집중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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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있어 물,공기와 함께 매우 중요하다. 인체에 소금 성분이 없으면 세포자체가 제대로 기능 못하고 위액인 위염산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소금은 인류 생활과 문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샐러리(Salary)와 솔저(Soldier)의 유래가 소금과 관련 있듯이 고대 국가에선 소금을 월급으로 준 적 있으며 화폐로 통용되기도 했다. 구약 성서에서는 신과 인간간의 변하지 않는 계약을 소금계약이라 표현했고 신약에서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이 땅의 소금이요 이 세상의 빛"이라고 설파함으로써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라고 가르쳤다.

 

소금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도시 발달과 국가 형성을 앞당긴 동력원이기도 했지만 때론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중국 한나라가 부여로의 소금 이동을 막자 주몽이 나서서 지금의 인도북부 티벳지역의 소금산을 찾아가 다량의 소금을 구해옴으로써 백성의 신망을 얻어 훗날 고구려 건국의 발판을 마련한 일화는 유명하다.

 

간디가 인도 국민을 이끌고 대행진을 벌였던 것도 소금과 관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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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이동길 '소금길'

 

세계 각 지역에는 소금의 이동통로인 소금길(Salt Road)이 있었다. 고대 로마제국이 최초로 건설한 살라리아 가도(Via Salaria)도 바다로부터 소금을 나르기 위한 소금길이었고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산속에도 고대의 소금길이 있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비단길(실크로드) 이전에 이미 소금길(쏠트로드)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소금길이 많았다.

 

강원도 정선의 백복령은 정선 사람들이 동해안에서 소금을 구해 넘나들던 옛 소금길이었으며 경북 언양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운문재 역시 소금 등짐장수들이 넘나들던 소금길이었다.

 

바다와 내륙을 잇던 옛 소금길 외에도 한강,금강,낙동강 등 물줄기에도 소금배가 오가며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소금길은 비단길의 유명세에 밀려 역사속에 한낱 추억처럼 잊히고 말았고 우리나라의 소금길은 교통·운반 수단의 발달로 인해 졸지에 잊힌 길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인류 역사와 문명,인간의 생명유지에 밑바탕이 돼 온 생명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소금고개' 염티> 청원군과 보은군의 경계지역에 있는 염티는 예전 부강포구에서 소금을 받은 등짐장수가 보은·상주 쪽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고갯마루다./자연닷컴

금강의 소금길

 

금강에도 소금길이 있었다. 지금은 까마득히 잊혔지만 불과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해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이 금강 물줄기를 타고 내륙으로 운반됐다. 염전을 떠난 소금은 금강 하류의 강경에서 황포돛단배에 실린 채 긴 여정이 시작됐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지역의 포구에 내려진 소금은 수레 혹은 등짐장수를 통해 각 고을로 전해져 거미줄 같은 소금길을 형성했다.

 

금강 소금배의 종착지(가항종점)는 중류에 위치한 부강포구(충북 청원)였다. 부강포구는 당시만 해도 금강을 대표하는 포구중 하나로, 이곳까지 실려온 서해 소금이 대전,청주,옥천,보은은 물론 심지어 경북 상주지역까지 팔려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금도 충북 청원 문의에 가면 염티란 지명이 있다. 부강포구에서 소금을 받은 등짐장수가 보은,상주쪽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고갯마루다.

 

금강의 소금길은 단순히 소금만 오가던 길이 아니었다. 각종 해산물과 토산품이 오가고 각 지역의 풍습이 사람 냄새와 함께 전파되던 '문명길'이었다.

 

그 옛날 비단길을 통해 거대한 동서 문화가 전파됐듯이 금강의 소금길 역시 한반도 서해지역과 내륙지역의 삶과 문화가 만나고 전파되던 문명의 탯줄이자 생명줄이었다.

 

<부강포구> 금강의 마지막 가항종점 부강포구의 1900년대 모습. 미국선교사 촬영./자연닷컴

언론사상 최초 시도

 

이러한 소금길은 1905년 경부철도의 개통을 시발로 각종 철로와 도로가 개설되면서 서서히 사향길로 접어들어 언제부턴가는 아예 그 존재성마저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됐다.

 

뿐만 아니다. 물길은 물길대로 옛 모습을 잃은 지 오래여서 과거 이곳을 통해 소금배가 드나들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는 곳곳마다 '상전벽해의 지대'로 남아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강의 생로병사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간섭과 산업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4대강 사업이라는 국가계획에 의해 토사 준설 등 물길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나 중도에 반대여론에 부딪쳐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기존의 물길 환경을 인위적으로, 거의 송두리째 건드리는 전대미문의 큰 사건이다. 따라서 한 쪽에선 건너서는 안 될 강을 무리하게 건너는 것에 비유하기도 하고 또 다른 쪽에선 수심(水深)을 비롯한 모든 물길 환경을 오늘과 내일의 상황에 맞춰 새롭게 정비하려는 대역사(大役事)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금강에 있어서 4대강 사업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대기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기에 반대론 혹은 신중론이 제기되는 것이리라.

 

앞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금강은 오랜 기간 한반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생명길이자 문명길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문화사적 측면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사적 측면에서도 완전한 조명이 이뤄지 않은 채 오늘의 시점에 와 있다.

 

더구나 금강에 얽힌 소금길에 관해서는 그동안 몇몇 학자나 향토사학자 외에는 거의 관심밖인 사각지대에 놓여온 게 사실이다.

 

이에 <충청타임즈>는 조금이라도 금강의 옛 모습이 남아 있을 때, 또한 금강의 소금배와 관련된 지역민들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이어져 오고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예전의 소금길을 재조명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언론사상 최초로 '금강의 소금길'이란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취재팀은 오는 9월말까지 3개월간에 걸쳐, 서해산 소금과 각종 해산물의 집산지이자 금강 소금배의 시발지인 강경포구로부터 상류쪽에 위치한 각 지역의 옛 포구와 그로부터 이어진 옛길 및 장터에 이르기까지 직접 답사함으로써 이 지역에 남겨진 역사의 한 맥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1970년대의 충북 옥천 금강유원지 모습.(사진제공=옥천군청)


“벌써 40년 전 일이네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두 남동생과 함께 이곳 유원지에 와서 아버지는 낚시하고 어머니는 다슬기 잡고 저는 동생들과 함께 물놀이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 데 말이죠.”
 
“당시엔 자가용이 없어 대전 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여기까지 오고갔죠. 그땐 돌로 만든 징검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가곤 했는데 지금은 라바댐이 있어 자동차도 갈 수 있네요.”
 
지난 주말 아내, 스무 살이 갓 넘은 아들과 함께 충북 옥천 금강유원지를 찾은 박정규씨(경기도 용인시. 50)가 대전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지금 40~50대에게 많은 추억을 남긴 금강유원지가 여전히 나들이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객들이 이동을 조심하고 있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거닐 수 있는 이곳은 예외다.
 

2020년 지금의 충북 옥천 금강유원지.휴게소 일대 전경.(사진제공=옥천군청) 


금강유원지는 지난해 옥천군이 선정한 관광명소 9경 중 일곱 번째 경치 좋은 곳으로 뽑혔다. 금강을 따라 산책하며 산자수려한 풍경을 즐기고 휴식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강변에 앉아 강태공이 되어 세월을 낚을 수 있고 수상스키, 모터보트, 오리배 등 수상레저 체험도 할 수 있어 야외 나들이 장소로 최고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조령리와 우산리 일대를 적시며 흐르는 금강 유역을 금강유원지라고 하는데 이곳에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생기면서 널리 알려지고 ‘옥천의 진주, 금강유원지’로 불리며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금강휴게소는 상․하행 진입과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회차로가 있어 접근성이 매우 높다. 물론 옥천에서도 바로 출입할 수 있다.
 
덕분에 만남의 장소는 물론 유원지와 연결돼 있어 휴양소로도 인기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그 너머 사시사철 멋을 부리는 가파른 산자락을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가 휴게소의 명당이다. 주변에는 사랑 그네, 사랑 자물쇠, 사랑 샘 등 매력적인 포토 존들이 넘쳐난다.
 
먹거리도 풍부하다. 한식, 일식, 분식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춘 금강휴게소가 맛 집 그 자체이고 휴게소를 빠져 나가면 쏘가리 매운탕, 생선국수, 도리뱅뱅이 등 민물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점도 많다.
 
군 관계자는 “금강유원지를 옥천의 진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곳을 시작으로 강을 따라 둔주봉 한반도 지형, 향수호수길, 장계관광지, 부소담악 등 절경이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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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어종에 관한 국내 최초의 종합·체계적 정리"
18개월에 걸친 '미호종개 추적' 대단원
'어두운 앞날' 밝히는 것은 지역의 과제

 

■기획에서 보도까지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기획시리즈가 이번 회를 끝으로 8개월간의 보도일정(첫 보도 2007년 4월 12일)을 모두 마치게 됐다. 2006년 6월부터 시작된 사전취재 기간까지 합하면 총 18개월에 걸친 '미호종개 추적'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간의 취재여정을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획물의 제목을 놓고 고심하던 일이다.

 

미호종개가 한반도 동·식물 종을 통틀어 그리 흔치 않은 천연기념물겸 멸종위기의 고유종이란 점에서 우리나라 보호 생물종을 대표할 만하기에 '한국의 자존심'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로 했으나, 정작 취재대상의 명칭을 무엇으로 쓸 것인가가 큰 고민거리였다. 왜냐면 미호종개란 한국명 자체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텐데 라틴어의 학명(Iksookimia choii)을 한글로 표현해 사용하자니 더욱더 낯설어 하고 거리감마저 갖지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호종개로 하여금 우리나라 생물학자, 특히 한국 어류분류학계의 자존심이 뒤늦게나마 지켜지게 된 속내가 바로 '익수키미아 초이'란 학명에 내재돼 있고 또 그 학명 때문에 더욱더 유명해진 물고기이기에 다소 무리인 줄 알면서도 '익수키미아 초이'란 명칭을 사용키로 했던 것이다.(미호종개의 학명은 제자와 스승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세계 유일의 물고기 학명으로서, 학계에서는 제자들이 찾아내 스승께 바친 '보은의 물고기'로 알려져 있음)


다행히도 그 덕분에 미호종개의 첫 발견에서부터 신종발표까지의 숨겨진 비화와 작명(作名) 과정, 외국학자에 의해 지금의 학명으로 개칭된 이유와 그것이 갖는 학술적 의의, 종 특성 등을 보다 상세히 소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호종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자긍심 고취는 물론 소중한 생물자원으로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자평해 본다.


또 하나 잊히지 않는 것은 미호종개란 민물고기 한 종을 가지고 매주 1회씩 신문 한 면 분량으로 총 35회를 보도할 계획이라고 했을 때 관련 학자 대부분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놀라움반 걱정반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내심 '멋쩍은 하룻강아지 꼴'이 되어 의기소침했던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도횟수가 늘어나면서 학자들의 우려는 차츰 격려로 바뀌어 갔고, 결국은 받아들이기 벅찬 과찬으로 이어져 그때마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커다란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일 어종에 관해 종합·체계적으로 정리한 국내 최초의 사례"라는 손영목박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의 평에 이어  "미호종개에 관한 바이블이 될 것"이라는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의 평과 "학자들도 해내지 못한 큰 일을 지방지 전문기자가 해냈다"는 방인철박사(순천향대교수)의 평은, 격려를 넘어선 과찬 중의 과찬으로서 되레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그간의 졸고(拙稿)에 대한 자책의 매가 되어왔다. 이들 세 박사를 비롯해 이번 기획시리즈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 도움을 준 전북대 김익수교수와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이완옥박사, BLS테크 이순재 생태담당이사, 다큐코리아 윤순태대표 등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밝혀내고, 나아가 이 종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형태형질 분석과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재조명하고 멸종위기 Ⅰ급어류로서의 미호종개와 천연기념물 454호로서의 미호종개가 갖는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종 자체가 지닌 학술적·문화재적 가치를 찾아내고, 아울러 개체수 감소 요인 및 멸종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 규명을 통해 생물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주요 보도내용으로는 한반도 민물고기의 유래와 금강에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의 특징, '익수키미아 초이’의 탄생과정,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및 분자계통학적 특징, 서식 현황과 환경, 생식특성과 먹이특성,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 보호 및 복원 노력과 과제 등이 다뤄졌다. 또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미호종개의 생활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시도됐고 전문가 지상 토론을 통한 합리적 보호·복원 방안 제시도 이뤄졌다.

 

■맺는말


기획취재를 마치면서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 당초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졌던 미호종개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이 오히려 무게를 더한 채 여전히 가슴 속에 응어리 져 있는 것이다.


그것은 미호종개란 물고기를 알면 알수록, 또한 그들이 처한 오늘의 상황을 깊이 취재하면 할수록 그들의 앞날이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마음 한편에 자리잡게 된 때문이다.


1980년대 말 미호종개를 처음 알게 된 이후부터 줄곧 마음속 숙제로 품어온 기획취재에 대한 '20년의 한'을 이제 막 풀게 된 시점에서 전혀 엉뚱하게도 본의 아닌 편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편견은 다름 아닌 오늘의 극한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번 취재기간 동안 미호천을 비롯한 금강 수계내 현존 서식지를 집중 취재한 결과 갈수록 빠져드는 깊은 수렁처럼 미호종개의 운명은 극히 절망적일 뿐이었다. 그 곱던 모래 백사장은 골재채취 등으로 거의 없어진 채 자갈과 각종 오염원이 뒤덮은 하상으로 남겨져 있고 그 위를 흐르는 물은 생물의 치사량을 운운할 정도로 날로 악화하고 있으니 현재 남아있는 미호종개들은 말 그대로 기로에 선 벼랑 끝 삶이요 환경변화에 따라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한시적 생명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학계를 흥분시켰던 진천 백곡천의 집단 서식지가 인근 공사장으로부터 유입된 흙탕물로 인해 한순간에 폐허의 하천으로 돌변했던 사례는 바로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해 준 가장 끔찍한 장면이었다.


오늘의 이 상황, 올 데까지 다 오고 갈 데까지 다 간 지금의 이 극한 상황을 다시금 되돌릴 혁신적인 비책은 과연 없는 것인가. 한국의 자존심이자 금강유역을 대표하는 소중한 자연유산 미호종개를 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금강에 뿌리를 둔 지역민과 지자체가 갖고 있다. 이번 기획시리즈를 통해 한 가지 기대했던 작은 희망은 미호종개란 자그마한 생명체와 뿌리를 함께 해 온 이 지역 주민과 지자체만이라도 미호종개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것을 보호·보전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면 하는 것이었다.

 

생물자원의 가치는 그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켜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생명공동체'로부터 인식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한 인식과 깨달음이 없는 한 환경부가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복원사업인들 제대로 '약발'이 들을 수 있을 지 의문이며, "미호종개를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어린 지킴이들의 애절한 외침이 제 아무리 금강변에 울려퍼져도 되돌아오는 자연의 메아리는 마냥 골골대는 신음소리일 뿐이란 생각이다. 한번 죽어간 자연은 어느 한쪽만 나선다고 곧바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자연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공동체 성격을 띠고 있다.


지구상에서 단 한 마리의 표본만,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땅에, '전설 속 박제'처럼 남아있는 수원 서호의 서호납줄갱이를 생각하면서 미호종개가 제2의 서호납줄갱이가 되지 않고 대표적인 이 땅의 깃대종으로 살아남길 진정 기대한다. 그래서 취재중 갖게 된 미호종개에 대한 편견이 말 그대로 하나의 편견, 하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파이팅! <끝> 

"백곡천 집단서식지 발견, 생활사·생태 첫 규명 큰 성과"

방류 치어 모니터링 결과 '희망적'

추가 방류 대상지 물색 등 해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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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환경부가 차세대 핵심환경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호종개 복원사업은 학술적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호종개에 관한 종합·체계적인 연구라는데 큰 의의가 있으며, 생물 종 보전차원에서는 한반도 고유종으로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중요 생물자원에 대한 실질적 보호노력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해양생명공학과)가 연구책임을 맡고 있는 이번 복원사업(사업기간 2006년 4월~2009년 3월)은 시작된 지 불과 1년 6개월 여의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연차별 목표대비 150% 이상의 괄목할 성과를 내며 각 세부 분야별로 커다란 업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미호종개 서식현황 및 미소서식처 특성조사를 통해 충북 진천 백곡천 상류에서 찾아낸 '국내 최대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지'는 당시 치어 생산용 어미조차 확보치 못해 큰 어려움을 겪던 연구팀에게 스스로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한 일대 반전의 쾌거이자 학계 모두를 놀라게 한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또 이 집단서식지를 조사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포획표지-재포획법(mark-recapture method)'이란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 이곳의 서식 규모를 측정한 결과 총 10,468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이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어 연구팀은 지난 1997년 이후 채집기록이 끊겼던 충북 청원의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이곳은 미호종개 신종 발표 당시 모식표본을 채집한 타입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본적지와 같은 중요한 장소임)에서 단 한 마리이지만 미호종개 서식을 확인한 것을 비롯해 모두 6곳의 현존 서식지를 찾아내는 한편 각 서식지의 하상구조, 수질환경, 동서종 등에 관해서도 세밀히 분석해 냈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치어 증식 및 방류, 서식지 복원'을 위해 현존 서식지와 타입로컬리티를 중심으로  플랑크톤 분포 조사와 위 내용물 조사를 실시, 미호종개의 먹이 생태를 규명하고 나아가 산란 행동 및 시기 등의 관찰을 통해 산란 생태도 처음으로 밝혀내는 한편 치어의 대량생산을 위해 각종 산란유도 실험을 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인공증식 기술을 개발해 냈다.

 

또한 연구팀은 성숙한 어미의 포란수, 난경, 난 발생 및 자치어 발달 과정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세밀한 고찰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던 미호종개의 생활사 및 생태를 규명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치어 방류 큰 기대

복원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치어 방류 성과로, 연구팀은 자체 생산한 미호종개 치어 4천여 마리를 지난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미호천 상류(충북 음성 삼용지 상류부)에 방류함으로써 실질적인 복원단계에 들어갔다./자연닷컴

 

또 이번 연구 수행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는 유전다양성 분석 및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미호종개의 유전학적 특성은 물론 미꾸리과 어종 간의 유전적 거리 등을 전격 규명해 기존의 형태 형질 분류체계와 상이한 결과를 도출해 냄으로써 관련 학계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 것과, 미호종개 관련 각종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토탈 유전자 정보은행을 구축,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멸종사태에 대비하고 나아가 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 터전을 마련한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치어 방류 성과.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인공증식 기술을 통해 1차로 미호종개 치어 1천2백여 마리를 생산, 지난 5월 9일 미호천 상류(충북 음성 삼용저수지 상류부)에 방류한 데 이어 10월 5일엔 2차로 3천여 마리를 같은 장소에 방류함으로써 실질적 복원단계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이후 방류지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11월 현재 건강하게 자란 치어들이 재채집, 확인되는 등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역민 대상 홍보 노력

연구팀은 복원사업과 관련된 각 분야의 실험·조사 외에도 지역민과 해당 지자체를 대상으로 보호 협조를 당부하는 등 홍보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연구책임자인 방인철교수가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백곡천)를 찾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진천군지부 회원들에게 보호 협조를 당부하고 있는 장면./자연닷컴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연구팀은 그동안 수 차례의 세미나와 학술회의, 현장 답사 등을 통해 미호종개 보존 및 복원은 관련 학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당국, 지자체, 학계,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하는 전국민적 대사(大事)란 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특히 지난 1월 순천향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멸종위기 Ⅰ급 어류 미호종개의 복원을 위한 세미나'에는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자인 김익수(전북대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를 비롯해 이화여대 원용진박사(에코과학부 교수), 부경대 남윤권박사(양식학과 교수), 제주대 김병직박사(해양과환경연구소), 순천향대 방인철(해양생명공학과 교수)·이일로·윤영은·송하윤·김낙현 연구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실), 국립수산과학원 이완옥·김대희·강언종박사, BLS테크 이순재이사, 다큐코리아 윤순태대표 등 학계 및 생태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열띤 토론을 벌임으로써 어류학사에 '민물고기 한 종(미호종개)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학술세미나 개최'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연구팀은 미호종개의 각종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토탈 유전자 정보은행을 구축,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멸종사태에 대비하고 나아가 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사진은 미호종개 치어에서 추출한 토탈 RNA 전기영동상./방인철 교수연구팀

 

 

■평가와 과제

 

연구팀이 보인 그간의 열의와 성과는 한 마디로 '희망적'이다.

 

방류된 치어가 현지에 적응해 재생산에 들어가는 등 완전 정착하기까지는 앞으로 1~2년이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니터링 결과로 볼 때 매우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치어의 추가 생산도 그간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유전자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과제 수행면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지난 5월과 10월 치어 방류 때마다 제기된 '추가방류 대상지' 문제가 연구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딜레마로 부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치어를 생산해 내도 마땅히 방류할 장소가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그간 수십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금강 전 수역을 대상으로 방류 대상지를 물색해왔으나 1,2차 방류가 이뤄진 삼룡지 상류부 외에는 단 한 곳도 합격점에 들지않아 고심해왔다. 현재의 금강 수계 대부분이 수질과 가는모래 등 서식환경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연구원인 방인철교수는 "타입로컬리티인 팔결교 지점도 방류·복원해야 하나 현재의 여건상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 방류지 결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수질 등 서식환경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아쉬워 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을 인공으로 복원하는 일,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요 특히 '시기'를 놓칠 경우 더더욱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황도 다르고 생물종도 다르지만 충북 옥천군이 지난 1998년부터 5년동안 어린 참게 5만마리를 대청호 상류 금강에 방류했다가 성과가 없자 최근 사업을 포기한 것도 기실 '서식환경'을 간과한 사례로서,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사업 목표년도 이후에도 이 사업을 어떻게 지속하고 방류지를 어떻게 관리·유지해 나가느냐가 '미호종개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는 최대 관건이다.

미호종개 운명 '가는모래' 존속여부가 좌우
현존 서식지 대부분 하상변화로 멸실위기
모래 사라진 서식지 이미 미호종개 절종

 

■하상구조의 변화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두 번째 원인은 '하상구조의 변화'이다.

 

여기서 두 번째 원인이라고 한 것은 하상구조의 변화가 전편에 소개한 '수질 악화' 보다 덜 심각하거나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설명하는 순서에 따라 두 번째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며, 그 심각성이나 중요성 면에서는 수질 악화에 버금가는 '주된 원인'임을 밝혀둔다.


그동안 서식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점도 그렇고 현장 답사에 동행했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이에 동의한다. 오히려 전문가들 중에는 수질 악화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끼쳐 미호종개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하상구조의 변화를 꼽는 이도 있다.


하상구조의 변화 가운데서도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바로 '가는모래가 없어지는 현상, 즉 저질(底質·bottom material) 구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하천에 가는모래가 없어지면서 미호종개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얘기다.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의 일원으로서 지난 1년여 동안 본보 취재팀과 함께 현장 답사에 나섰던 생태 전문가 이순재씨(BLS테크 기술이사)의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현장 답사 결과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은 반드시 가는모래로 저질이 이뤄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는모래가 아닌 굵은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하상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마리의 미호종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현존 서식지의 상황을 감안할 때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가는모래가 없어지면서 저질구조가 바뀌어 미소서식처가 망가진 점을 들 수 있다."


미호종개와 가는모래와의 관계는 그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처음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가 된 것이 '희고 고운 모래'였으며, 신종 발표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서식처의 저질이 가는모래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가는모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시사해 준다.<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미호종개 복원사업단 연구원)의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는 0.15~0.6mm 크기의 고운모래가 깔린 하상을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확인됨.17회 보도> 

 

미호종개의 서식처
현존하는 미호종개 서식처들은 대부분 극히 적은 양의 모래로 소규모 사이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 소규모 서식지에 사는 미호종개의 운명은 특히 하상의 가는모래가 언제까지 존재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만큼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사진은 대전 갑천의 서식처(월평공원 부근)./자연닷컴

 

먹이를 먹고 있는 미호종개
미호종개는 먹이를 섭취할 때 주로 가는모래를 주둥이로 흡입했다가 아가미 쪽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걸러먹는 습성이 있다. 또한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길 때도 가는모래 속으로 재빨리 파고 드는 등 가는모래가 많이 깔린 하상을 유난히 좋아한다./자연닷컴
 

 
취재팀이 이번에 확인한 미호종개의 생태에서도 가는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특이한 생활습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먹이를 섭취할 때 주로 가는모래를 주둥이로 흡입했다가 아가미 쪽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걸러먹는 습성이라든가,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길 때 가는모래 속으로 재빨리 파고 드는 습성, 자연 상태에서 산란 장소를 택할 때 가는모래의 하상을 찾는 습성 등은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가는모래가 있어야만 영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습성과 관련해 가장 최근(2006~2007년)에 확인된 6곳의 서식지 상황은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멸종 직전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는모래가 거의 사라진 현 서식지 상황을 감안할 때 미호종개는 얼마안가 멸종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처지에 놓여있음을 실감케 한다. 말 그대로 올 데까지 다 온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의 팔결교 지점(충북 청원 관내)은 물론 상류쪽(진천 관내) 농다리지점과 대전 갑천, 충남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의 서식지는 모두 한 사이트당 수십 ㎡밖에 되지 않는 지극히 작은 규모의 미소서식지가 불과 한 두 곳씩만 확인되고 있을 뿐이며, 서식 개체수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진천 백곡천(백곡저수지 인접지)의 집단 서식지는 다른 서식지에 비해서는 규모도 크고 서식 개체수도 많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하천 유수량과 바로 아래 저수지의 수위 변동 등 주변상황에 따라 가는모래로 이뤄진 서식 사이트 규모가 크게 변하고 모래량도 갈수록 줄어드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갈수기의 백곡천 집단서식지
진천 백곡천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지는 인근 백곡저수지의 수위 및 하천 유수량에 따라 미소서식지의 위치와 규모가 크게 변하는 등 상황변화가 심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불안한 상태다. 이곳 서식지의 저질을 이루는 가는모래는 대부분 저수지 안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백곡저수지가 만수위가 되면 극히 좁아진 사이트(저수지 수면에 잠기지 않은 미소서식지)에 수천 마리 이상의 미호종개들이 모여들어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전멸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서식지의 위치가 계속 변하고 있는 것도 미호종개가 모래(특히 가는모래로 이뤄진 모래톱)를 따라 서식장소를 옮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례로 청양 지천의 경우 지난 1986년에는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작천리 수역에서 하류쪽으로 멀리 떨어진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지역에서 발견됨으로써 서식지가 하류로 밀려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수계를 통틀어 현재 가는모래로 이뤄진 서식장소(미소서식지)가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미호종개가 이미 절종된 서식지(하천)들도 여러 곳에 이르고 있다. 과거 채집 기록상 미호종개 서식지로 알려졌던 대전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이 그 본보기다.


이들 하천을 포함해 미호종개 서식지에서 모래, 특히 가는모래가 없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골재채취로 인한 직접적인 유실을 들 수 있다. 또한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하천수에 휩쓸려 하류로 끊임없이 유실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


여기에 더하여 과거에 비해 산림이 우거지고 농지개간이 줄어드는 등 여러 여건 변화로 인해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토사량이 현저히 줄어듦으로써 새로 생겨나는 모래량이 크게 감소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아울러 수질 악화로 인해 모래톱이 뻘 등 각종 오염원으로 뒤덮여 제구실을 못할 경우도 미호종개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유구천·지천에서 21년 만에 새 서식처 발견 개가"
 두 곳 서식처 모두 훼손 위험 높아 특별보호 시급
 
<15> 미호종개의 서식현황(5)
 
이번 조사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결과가 충남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도 나왔다. 이들 두 하천은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미호종개가 발견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이들 두 하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한 것에 대해 학계가 큰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1984년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이후 미호천 수계가 아닌 다른 하천에서의 첫 발견 사례'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당시만 해도 미호종개는 충북의 미호천에서만 발견됐으나 2년 만에 유구천과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함으로써 분포 범위가 더 넓어졌음은 물론 이를 계기로 미호종개를 바라보는 학문적 시야가 미호천에서 금강 전 수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의 추가 분포지'로서 갖는 이들 하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즉, 1986년 이후 끊어졌던 이들 하천에서의 공식적인 채집 기록이 이번 조사를 통해 21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됨으로써 미호천과 더불어 역시 이들 하천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재확인 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이 1986년도의 발견 장소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그간의 '상황 변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이들 하천의 서식지 상황 또한 다른 서식지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서식 개체 혹은 서식 규모면에서나 모두 위태롭기 그지없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란 점에서 큰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 공주 유구천 하류부
이번에 미호종개가 찾아진 지점은 금강과 유구천의 합수부에서 수㎞ 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옥성리 사이의 수역으로, 총 일곱 번의 현장 조사중 금년 5월 5일 있었던 네 번째 조사 만에 미호종개의 '얼굴'을 확인한 극적인 상봉이었다. 그것도 지난해 세 차례의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조사자 모두가 절종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올해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결국 미호종개를 찾아냄으로써 더욱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21년 전인 1986년도에 미호종개가 발견된 우성면 동대리 앞 수역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동대리 앞 수역은 현재 미호종개가 살 수 있을 만한 여건, 특히 서식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가는 모래 바닥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미호종개의 서식지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미호종개의 총 개체수는 지난 5월 5일 4회째 조사에서 처음 발견한 8 마리를 포함해 모두 13마리이다. 주요 서식처는 2m×20m(40㎡)의 매우 작은 규모의 사이트를 이루고 있으며, 서식처 바닥은 역시 가는 모래가 깔려 있고 물흐름은 그다지 세지 않은 여울 끝 부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모래로 이뤄진 서식처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 외에는 서식처 주변에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다.

 

조사팀이 새로 찾아낸 공주 유구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전경(위 사진). 현재 이곳에서는 극소수의 미호종개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그리고 요즘 금강 상류에서는 보기 드물어진 재첩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곳 서식처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흰수마자와 재첩./자연닷컴


조사 참여자로서 지난 5월 이곳에서 미호종개를 첫 발견해낸 이순재씨(BLS 기술이사, 생태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유구천 전 수역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미호종개를 발견할 수 없어 절종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는데 금년도 4차 조사에서 어렵사리 8 개체가 발견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돼 무척 기뻤다"며 "다만 현재 유구천에서 가는 모래가 남아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 밖에 없는 등 서식환경이 극히 열악하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한국고유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어종으로서 최근 수년째 국내 수계에서 서식 확인이 안돼 어류 학자들을 안타깝게 해온 '흰수마자(잉어과 모래무지아과)'가 이곳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함께 집단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도 올렸다.<본보 5월 7일자 1면 보도>


흰수마자 또한 가는 모래 바닥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으나 미호종개와 함께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생태학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서식처는 극히 좁은 수역에 제한돼 있는 데다 이들 물고기의 서식환경에 가장 중요한 모래 바닥이 인근 주민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있는 등 멸실위기에 있어 당국의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해양생명공학과)는 "어렵게 찾아낸 중요 어종의 서식처가 인근 주민들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국의 계도와 서식처에 대한 특별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양 지천 하류부
청양의 지천 또한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적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작천리  지점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 지역 수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가 다르긴 하나 지천 수계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공식 확인된 것은 공주 유구천처럼 21년만의 일이다.

 

기존 서식처인 작천리 수역은 현재 가는 모래바닥이 대부분 사라진 대신 거칠고 굵은 모래가 주로 깔려 있는 등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해 미호종개가 서식처를 옮긴 주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청양 지천의 구룡·회곡리 지점 역시 이번 조사팀이 새롭게 찾아낸 '지천내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처'로서 학술적, 종 보전적 차원에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으나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천렵지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훼손 위험이 높다. 천렵꾼들이 먹다 버리고 간 행락 쓰레기 너머로 조사팀이 채집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닷컴 


이번에 새롭게 찾아진 구룡·회곡리 수역은 지천의 하류부에 속한 곳으로 하천 주변에는 공주 유구천처럼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고 여울과 소가 곳곳에 형성돼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가는 모래가 바닥을 이루는 곳은 이번에 발견된 새 서식처가 거의 유일하다.


현지 조사는 총 일곱 차례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 중 모두 11마리가 확인됐다.

 

발견 지점은 구룡·회곡리 바로 앞 수역과 그로부터 약 7백~8백m 가량 떨어진 하류 수역 등 두 사이트로, 서식처 규모는 한 사이트당 5m×8m(40㎡) 정도로 이곳 역시 극히 협소한 장소에 근근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서식처는 지척에 인근 지역민들이 천렵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구 다리의 교각 밑에 위치해 있어 남획 등 훼손 위협이 항존하고 있는데 실제 취재에서도 배터리와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현장이 수시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지천 하류부와 공주 유구천 하류부 서식처에서는 최근 금강 상류 쪽에서는 거의 사라진 재첩(이매패류)이 다량 서식하고 있어 조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 동일 집단' 판명
 유전자 보전 차원에서 '매우 위급한 상황'

 

■최초 분석 의의


생물의 유전 다양성은 생태계 내에서 그 생물이 처한 현재의 상황 내지 입지를 나타내주며 나아가 그 생물의 장래를 암시해 준다.


일반적으로 어느 생물의 유전 다양성이 감소되면 그 집단은 환경변화에 민감해지고 적응력 또한 감소되므로 종 자체가 사라지기 쉽다.


반대로 유전 다양성이 풍부하면 그 생물종은 그만큼 자연계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유전 다양성의 감소는 유전자의 소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소실을 막기 위해 그 생물 집단에 대한 보전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소규모 집단이 남아있는 경우 환경변화에 대해 더욱 더 민감하므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관리 또한 세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고유종으로서 멸종위기에 놓인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에 대한 체계적인 유전학적 연구는 그동안 이뤄진 바 없다.


따라서 국내 최초로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및 분자계통 분석'은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보다 올바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보전 및 복원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 박사(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세 곳의 미호종개 집단(진천 백곡천,대전 갑천,청양 지천) 사이의 유전적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맞고 있는 '유전적·생태적 위기'를 보다 확실히 인식시켜 주고 나아가 종 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분자계통 분석은 9회에서 보도)에는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이 시도됐는데, 이는 RAPD (random amplified polymorphic DNA) 방법의 간편성과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의 재현성 등 장점만을 조합한 방법으로서 분석방법이 간편하고 재현성이 높아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다.


특히 이 방법은 유전적 유사도가 가까운 종 간에도 고도의 유전적 변이와 다형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종 특이적인 DNA 마커 검출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상 한 번의 반응으로 50개 이상의 밴드를 형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마커 검출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분석하고자 하는 재료의 수는 적은 데 많은 수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하고자 할 때 적당한 방법이므로 미호종개처럼 개체수가 많이 고갈된 종의 분석에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호종개에 대한 방박사팀의 AFLP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전 갑천, 진천 백곡천, 청양 지천 등 세 곳의 서식지에서 채집(문화재청,환경부의 허가 아래 시도)한 미호종개 각각 15개체 씩을 토대로 AFLP를 수행한 결과 전체 밴드 수는 <도표1>에서와 같이 갑천 106개 백곡천 107개 지천 104개로 나타났으며 그 중 전체 다형성 밴드(polymorhic band) 수는 갑천 26개 백곡천 23개 지천 23개였다. 다형성 밴드수준은 그 집단의 유전 다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미호종개의 다형성 밴드수준(Polymorphism)은 갑천에서 24.52% 백곡천 21.49% 지천 22.11%로 나타나 갑천 집단의 다형성 밴드수준이 약간 높게 분석됐다. 그러나 집단간 큰 차이는 없었다.

 

 <도표1>미호종개 세 집단의 AFLP 핑거프린트 유형(fingerprint patterns)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갑천 백곡천 지천 등 세 서식지의 평균 유사도는 93.6%로 나타나 다 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다.


또 이들 집단의 평균 이형접합률은 갑천 0.0837 백곡천 0.0786 지천 0.0674로 갑천 집단이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평균 유전 다양성(GD)에 있어서는 갑천 0.0871 백곡천 0.078961 지천 0.075671로 역시 갑천 집단이 가장 높았다. 집단내 유전적 유사도(GS)는 갑천 0.931 백곡천 0.936 지천 0.942로 나타나 갑천 집단내 유사도가 가장 낮았다.

 

특히 이들 집단의 평균 유사도는 0.936으로 나타나 다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들 집단이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호 유연관계를 밝히기 위해 집단간 분화도(Fst) 값과 유전적 거리(Ds)를 도출한 결과 분화도 값은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13177 로 가장 높았고,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11954, 갑천과 지천 사이가 0.104763으로 가장 낮았으나 모두 P(확률)값이 0.01보다 작아, 다시 말해 99% 신뢰구간에서 유의차가 없어 HWE(하디바인버그 평형)에 위배됐다. 따라서 세 집단 사이의 분화 정도가 매우 낮거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집단 간 유전적 거리도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0207,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0175, 갑천과 지천 사이가 0.0167로 집단간 분화도값과 같은 경향을 보이며 매우 가깝게 나타났다. 이는 갑천과 지천이 백곡천보다는 근거리이므로 유전적 거리가 낮게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도표2>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으로 동일집단임을 나타내주는 댄드로그램(Dendrogram)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현존 서식지의 미호종개는 동일 집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1~15 갑천 집단, 16~30 백곡천 집단 31~45 지천 집단.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수계별로 묶이지 않고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결과로 볼 때 세 수계의 미호종개는 동일한 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박사는 "AFLP에 의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을 시도한 결과 현재의 주요 서식지인 갑천 백곡천 지천 등 3개 수역의 집단 모두가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이 확인됐다"며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로 볼 때 본 종의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절멸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전상 '위급 상황' 재확인


현존하는 미호종개가 유전학적으로 동일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종 보전상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곧 '생태적 건강성' 측면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결론이기 때문으로, 쉽게 말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적어도 현재로선 '극히 불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서두에 말한 바처럼 어느 생물종의 유전 다양성은 그 종의 생존 혹은 미래, 즉 자연계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로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한반도내 생태적 입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호종개는 곧 백척간두에 서있는 격이요 태풍 앞의 등불 같은 지극히 위태로운 상황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지 취재결과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적지(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물론 갑천과 유구천, 지천 등의 서식지에서도 극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진천 백곡천 집단 서식지 훼손 사태'에서와 같이 순간적인 서식환경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모습을 감추는 존재가 바로 미호종개요 그러한 민감성을 유전자에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미호종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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