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이식으로 수중생태계 위협

[ 중고기 ] 원 분포지는 임진강에서 섬진강까지 거의 모든 하천에 분포하는 종이나 형산강에는 살지 않았다 .  하지만 요즘에는 이곳서도 발견된다./자연닷컴


'어류 이식'이라고 하면 흔히 '외국 서식 어류의 국내 이식'을 먼저 생각하고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시한번 강조하건대 어류 이식(또는 도입)에는 ▲외국 서식 어류의 국내 이식 외에도 ▲국내 서식 어류의 국내 다른 수계로의 이식도 매우 중요한 분야로서 반드시 고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특히 환경 및 생태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소위 환경운동단체의 회원들 마저도 어떤 외래어종이 어느 수계에 어느 정도 확산돼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큰 비중을 두고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정작 국내 서식 어종의 국내 다른 수계로의 이식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사이 국내 서식어종의 다른 수계로의 이식작업이 빈번히 이뤄져 이식 어종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같은 현상과 추세는 교통과 운송 수단의 발달로 매우 빠르게, 그리고 다량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 정도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또한 토착어종의 양식어종화 및 관상어화 사업이 이뤄지면서 그같은 현상과 추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 치리]얼핏보면 피라미와 흡사하나 모습이 약간 다르다. 과거 미분포지였던 낙동강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자연닷컴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국내 서식 어종의 다른 수계로의 이식 및 그로 인한 영향 등에 관한 국민 대다수의 무관심과 무지가 국내 어류의 무분별한 이식을 더욱 확산시키는 밑바탕이 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행히도 국내에는 그동안 많은 어류학자들의 노력 결과 국내 토착어종의 분포 조사가 비교적 잘 돼 있고 원래의 분포지역 또한 상세히 알려져 있는 까닭에 최근까지의 이식현황을 종합 고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간의 학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국내 서식어종의 다른 수계로의 이식 현황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흰줄납줄개=잉어과 납줄개아과의 어류로 본래 한강,금강,임진강,낙동강,영산강,탐진강,섬진강 등에만 서식 분포하던 것이 최근에는 형산강과 왕피천, 강화도에까지 확산돼 발견되고 있다. 이식경로는 불분명하나 타 어종의 이식 때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각시붕어=잉어과 납줄개아과의 어류로 본래 임진강에서 한강,금강,섬진강,낙동강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하는 가운데 특히 남부지역에 많이 서식하던 어종이었으나, 태화강과 형산강에는 서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하천에서도 이 어종이 발견되고 있다. 태화강의 각시붕어는 낙동강의 용수를 양수 방류하면서 이입된 것으로 보이며 형산강의 이입경로는 불분명하다.

 [ 큰납지리]본래 형산강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이었으나 최근들어 이 강의 수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자연닷컴

▲큰납지리
=잉엇과 납줄개아과의 어류로 본래 임진강,한강,금강,섬진강,낙동강 등에 걸쳐 널리 분포했으나 형산강 수계에는 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형산강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역시 유입경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고기=잉엇과 모래무지아과의 어류로 예전에는 임진강에서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전 수계에 서식 분포했으나, 형산강에는 분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형산강에서도 출현하고 있다. 이입경로는 불분명하다.

▲돌마자=잉엇과 모래무지아과 어류로 임진강에서 낙동강까지 거의 모든 하천에 서식 분포했으나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울진 왕피천에는 분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입경로는 역시 불분명.

▲피라미=잉엇과 황어아과 어류로 과거 분포하지 않았던 태화강,형산강,영덕 오십천,왕피천,강릉 남대천,양양 남대천,연곡천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연곡천의 피라미는 인근 양어장에 유입된 것이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다른 하천은 불분명하다.

 [ 황쏘가리]쏘가리의 돌연변이로 한강수계에만 서식하는 종이나 최근 양식에 의한 관상어화로 전국에 분양, 각 하천으로의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자연닷컴



▲끄리
=잉엇과 황어아과 어류로 과거 낙동강과 마읍천에는 분포하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이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동자개 등 다른 이식어종의 방류 때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치리=잉엇과 강준치아과 어류로 과거 분포하지 않았던 낙동강 수계와 울진 매화천에서도 최근 발견되고 있다. 유입경로는 불분명하다.

▲산천어=본래 송어와 같은 종으로 하천에 남아 육봉형으로 자란 것이 산천어이다. 울진 이북의 동해로 흘러드는 여러 하천에 분포했으나 왕피천과 한강 수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들 수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양어장으로부터의 확산과 지자체에서의 방류사업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동자개=동자갯과 어류로 과거에는 낙동강 수계에는 분포하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발견되고 있다. 양식장에서 도입한 것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눈동자개=동자갯과 어류로 낙동강 수계에 분포하지 않았던 것이 최근 이곳 수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유입경로는 불분명하다.

▲대농갱이=동자갯과 어류로 낙동강 수계에 없던 것이 최근 채집되고 있다. 역시 유입경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퉁가리
퉁가릿과 어류로 과거에는 강릉 남대천과 연곡천,간성 북천에는 없었으나 최근들어 소수가 채집되고 있다. 유입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유기=메깃과 어류로 양양 남대천,연곡천에 살지 않았으나 근래들어 이곳서도 발견되고 있다. 불분명한 유입경로를 갖고 있다.

▲가시고기=큰가시고깃과 어류로 과거 존재하지 않던 충북 제천의 의림지에서도 살고 있다. 일제 때 빙어의 유입과정에서 함께 이식된 것으로 보인다.

▲꺽지=농엇과 어류로 양양 남대천,간성 북천에는 없었으나 요즘 발견되고 있다. 양양 남대천의 것은 주민들에 의해 이식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북천의 것은 미확인.

▲웅어=멸칫과의 기수성 어류로 본래 서남해로 흘러드는 강 하구에 살았으나 최근에는 울산 태화강에서도 채집되고 있다. 낙동강에서 용수 공급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황쏘가리=본래 쏘가리와 같은 종으로 돌연변이에 의해 태어난 종이다. 한강수계에만 서식했으나 최근들어 양식에 의한 관상어화 바람으로 전국에 분양되면서 각 하천으로의 유입 및 확산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별개의 종 

[미꾸라지와 미꾸리] 미꾸라지(왼쪽)와 미꾸리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엄연히 종이 다른 별개의 물고기들이다./자연닷컴

미꾸리와 미꾸라지

우리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려 놓는다'는 말이 있다. 하찮은 존재가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 나라 생태계가 바로 이와 똑같은 형국에 와 있다. 수입산 '미꾸릿과' 어종이 온 나라 안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구 수입해 오는 업자들과 또 그것을 구입해 자연수계에 무단 방류하거나 방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태계가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남의 일인 양 먼 산만 바라보는 동안 '그 하찮은(?) 수입 물고기들'로 인해 생태계란 커다란 우물물이 온통 황톳빛으로 변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미꾸릿과 어류를 단순히 추어탕용 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은 미꾸릿과 어류의 대표격인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대부분 혼동하거나 같은 물고기쯤으로 알고 있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관심밖의 존재로 치부되고 있으면 분류학상 전혀 다른 물고기인 이들 두 종을 십중팔구의 사람들이 완전히 같은 종이라고 믿어 둘 중 하나를 방언이라고 알고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이 두 종의 물고기가 서로 다른 종이라고 주장 한다면 '맛이 가도 단단히 간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니 무관심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수염길이로 구분]미꾸라지(위)와 미꾸리 모두 수염이 5쌍이나 미꾸라지는 수염이 긴 반면 미꾸리는 비교적 짧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분명 이 두 종은 서로 다른 물고기로서 별개의 어종이다. 예컨대 붕어와 잉어처럼 종 자체가 전혀 다른 물고기들이다. 하지만 겉모양과 습성이 너무 흡사해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자연닷컴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어종의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우선 미꾸리는 수염이 짧고(눈 지름과 비교해 2.5배를 넘지 않음) 몸높이가 낮으며 둥글어 일명 '동글이'라고 불리는 반면, 미꾸라지는 수염이 길며(눈 지름의 3∼4배) 몸높이가 높고 납작해 일명 '납작이'라고 부른다. <사진 참조>

반면 이들 두 어종은 아가미 외에 장(腸)으로도 호흡을 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의 일부를 아가미 외에 장으로 보내 그곳에서 산소를 흡수한 후 가스 교환된 이산화탄소를 방귀 뀌듯 밑(항문)으로 방출한다. 

 

미꾸리 혹은 미꾸라지의 어원은 바로 이러한 특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처음에는 '밑으로 방귀를 뀌는 물고기'란 뜻의 '밑구리'로 불리다가 점차 '밋구리→미꾸리, 미꾸라지'로 변한 것이다. 

분류 및 생활사

우리나라의 미꾸릿과(일부에서는 기름종갯과 혹은 잉엇과로 분류) 어류에는 약 20종이 있다. 과(科) 아래 속(屬) 단위로는 종개속, 쌀미꾸리속, 미꾸리속, 참종개속, 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속, 새코미꾸리속 등 8속이 있는데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미꾸리속(Misgurnus)에 포함된다.

미꾸릿과는 전 세계적으로 27속 46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의 학명은 'Misgurnus anguillicaudatus', 영명은 'muddy loach' 혹은 'oriental weatherfish:직역하면 '동양의 기상어(氣象魚)'로 비가 내릴 때 활발히 헤엄치는 데서 유래됐다. 

 

입수염은 5쌍, 옆줄은 불완전하다. 호소나 논에 주로 살며 산소부족에도 잘 견딘다. 산란기는 4∼7월, 알에서 깨어나 1.5㎝까지 자라면 성어와 모양이 같아진다. 보통 16∼17㎝ 정도 자라지만 20㎝ 이상은 드물다. 잡식성이며 주로 3급수에서 산다. 전국에 분포하며 중국, 대만, 일본, 사할린에도 분포한다.

미꾸라지의 학명은 'Misgurnus mizolepis', 영명은 'Chinese muddy loach' 혹은 'Chinese weatherfish'. 미꾸리처럼 입수염이 5쌍, 옆줄은 불완전하다. 산란기는 4∼7월, 미꾸리보다 커서 20㎝ 이상까지 자란다. 3급수에서 살며 우리나라 외에 북한과 중국,대만에도 분포하나 일본에는 살지 않는다.

[중국산 미꾸라지]중국산 미꾸라지는 과거 수입초기에는 크고 검은 성어들이 수입됐으나 요즘에는 치어로 들여와 국내서 양식한 다음 출하하기 때문에 국내산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흡사하다. /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경로

중국산 수입 미꾸릿과 어종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현재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하면 으레 떠올리는 것이 '크기가 무척 크고 색깔도 검게 생긴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과거 1980년대 이후 미꾸릿과 어종이 국내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국내에 수입된 미꾸릿과 어종 대부분이 말 그대로 크기가 엄청 크고 색깔도 확연히 검었던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요즘에 유통되는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은 '전문가도 모를 정도로 겉모습이 거의 흡사'하다.

 

어찌나 흡사한지 미꾸릿과 어종만 30년 넘게 다룬 상인들도 '추어탕이나 숙회로 만들어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전혀 구별해 내지 못할 정도'다. 굳이 먹어봐서라도 국내산과의 차이점을 찾자면 '뼈가 억세고 육질도 뻣뻣하다'는 정도다.

그렇다면 왜 요즘들어 중국산 수입 미꾸릿과 어종들이 국내산과 큰 차이점이 없어진 것일까.

 

문제는 간단하다. 과거처럼 다 큰 것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요즘에는 어린 치어를 들여와 국내 양식장서 적당한 크기(약 3∼4개월 소요)와 색깔로 키워 팔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모두 중국에도 분포하기 때문에 본래부터 크기와 색깔을 제외하고는 국내산과 흡사한 종들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모두 수입된다고 볼 수 있는데 자료상으로 딱히 미꾸리가 얼마만큼 들어오고, 미꾸라지는 또 얼마나 들어오는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모두 '미꾸라지'로 싸잡아 1년에 약 8700여t(2004년 기준) 수입된 것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이다.

국내산(양식)도 구분하지 않고 '미꾸라지'로 싸잡아 통계내는 판에(이와는 달리 상인들은 미꾸리를 동글이로, 미꾸라지는 납작이로 별칭하며 서로 다른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음. 보통 미꾸리(동글이)가 미꾸라지보다 1.5∼2배가량 더 비쌈) 중국산, 그것도 대부분 치어로 들여오는 실정에 정확한 통계를 낼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국내산과 유전인자가 다른 이들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자연수계로 마구 흘러들면서 유전자 교란 등 씻지 못할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그 조그맣고 하찮은 물고기들'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양식장에서 바로 나온 것도 중국산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데 자연으로 흘러들어 이미 정착한 것들을 무슨 수로 '외래어종'이라 하여 관리할 것인지 심히 우려될 따름이다.  

일본어 '錦鯉'서 명칭 유래

[홍백과 백사]왼쪽이 홍백, 오른쪽이 백사라고 불리는 비단잉어의 품종들이다. 홍백은 비단잉어 품종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 흰색 바탕에 붉은 색 무늬가 선명한 게 특징이며 백사는 검은 바탕에 흰색의 무늬를 하고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본래 우리나라에는 '비단잉어'란 말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1967년 일본으로부터 처음 수입할 당시 일본어인 '니시키고이' 즉, '금리(錦鯉)'를 직역해 소개한 것이 보통명사로 자리잡았다. 

비단잉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길러졌다는 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진(晋) 시대의 '최표선 고금주(崔豹選 古今注)'인데 여기에 적(赤), 청(靑), 흑(黑), 백(白), 황(黃) 등의 색을 가진 '변색 잉어'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정확한 기술 연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 기록으로 보아 적어도 1660여년 전에 이미 중국에 돌연변이 잉어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붉은색만을 띤 잉어를 소개한 기록은 이보다 훨씬 전인 한(漢)나라 때의 '이아(爾雅)'인데, 이 기록에는 당시에도 '적리어(赤鯉魚)' 즉, 붉은잉어가 출현했다고 적고 있다.

또 한가지 설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품종개량에 성공했으며, 따라서 비단잉어의 종주국은 당연히 일본이라는 설이다. 이 설을 주장하는 측은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비단잉어의 품종이 대부분 일본식 명칭으로 돼 있는 데다 비단잉어를 분류하는 이른바 '족보 체계'도 일본 것을 따르고 있음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비단잉어의 종주국이라는 설도 그것을 확실하게 뒷받침해 주는 옛 기록이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일본의 옛 기록에는 오늘날의 명칭인 '니시키고이'란 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본문헌인 '본초화명(本草和名:1796년)'에도 중국의 '고금주'를 인용해 변색된 잉어(色鯉魚)만을 적고 있으며, 그밖의 문헌도 각각의 색을 띤 잉어만 소개하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비단잉어' 즉, '니시키고이'란 말이 없다.

일본에서 니시키고이란 명칭이 생겨난 것은 1936년경이란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31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일본 내 양어가들이 직접 제작한 홍보용 테이프에는 17세기에 니이가타현 일대 산지 양어장(소류지)에서 돌연변이 잉어가 출현해 점차 개량해 나온 것이 오늘날의 비단잉어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1914년 도쿄에서 열린 다이쇼박람회(大正博覽會)에 이미 홍백의 우량종이 출품돼 호평을 받으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비단잉어의 종주국이 아니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또 미국을 최초 사육국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비단잉어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1969년 이전에 이미 '카피오(Carpio)'란 이름으로 길러져 왔으며, 1969년도에야 비로소 일본인들이 수입해 가면서 명칭을 편의상 고이(Goi) 또는 코이(Koi)로 부른 것이 오늘날의 명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비단잉어를 들여온 연도(1967년)보다도 더 늦은 시기여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다만 비단잉어의 일부 품종을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해간 것을 호사가들이 확대 해석해 마치 미국이 비단잉어의 종주국인 양 와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건 비단잉어는 자연산 잉어로부터 돌연변이에 의해 태어났고 그것을 사람들이 돌연변이종끼리 교잡시키거나, 돌연변이종과 일반 잉어를 교잡시키는 등 개량을 거듭한 결과 얻어낸 '잉어의 한 품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명은 잉어와 같은 'Cyprinus carpio'이며 영명은 'fancy carp'이다.

비단잉어의 품종은 홍백(紅白)과 삼색(三色:대정삼색), 현대삼색(소화삼색), 별광, 백사(白寫), 황금(黃金), 백금(白金), 송엽(松葉), 추취, 대화금, 남의(藍衣), 독백, 구문룡 등 약 100가지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용인자연농원에서 최초 도입해 육성 보급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통설이다.

생물학적 특징은 우선 몸은 길고 옆으로 약간 납작하며 머리는 원추형을 하고 있다. 주둥이는 붕어보다 길고 둥글다. 입수염은 두쌍으로 뒤쪽에 있는 수염이 앞쪽에 있는 것보다 길다. 몸길이는 최고 1m 이상까지 자란다.

습성 및 생활사
비단잉어의 모체는 본래 잉어이기 때문에 습성이나 생활사 등은 잉어와 같다. 온대성 경골어류로서 수온역이 영하 10도 안팎에서 영상 30도까지 이르는, 내성이 매우 강한 어류다.

본래적 습성상 흐름이 완만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류가 센 곳은 싫어한다. 잡식성으로 자연상태에서는 부착조류나 수서곤충류, 갑각류, 실지렁이, 어린물고기 등을 먹고 자란다. 성장도는 1년에 보통 15㎝가량 자라는데 빠른 것은 부화한 해에 무려 40㎝까지 성장하는 것도 있다.

잉어의 수명은 다른 어류에 비해 긴 편으로 환경이 좋은 자연에서는 대략 60~70년을 산다고 알려져 있으나 자연상태와는 다른 인공사육이 대부분인 비단잉어는 그보다 훨씬 짧은 약 40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경로

비단잉어의 국내 도입 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종이 심심찮게 자연수계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비단잉어가 자연적응력이 없어 자연수계에는 정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하나의 추측에 불과하다.

실제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현재 국내에서는 비단잉어의 치어를 생산할 때 어미(친어)로부터 알을 채란한 후 노지 양식장에서 부화시켜 얼마 동안 기른 후 좋은 품종을 고르기 위해 선별작업을 해 본격 육성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선별 과정에서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든 상당량의 치어가 인근 자연수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자연수계로 유입된 비단잉어는 쉽게 눈에 띄는 특성상 대부분 천적에게 잡아먹히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자연에 정착해 어미로 성장하고 있다. 자연수계에 정착한 비단잉어는 자연산 잉어류들과 함께 섞여살면서 산란기 때 이들과의 교접을 통해 유전자 오염 및 교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비단잉어를 공식적인 이식사업을 통해 자연수계에 방류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종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양식어가 등으로부터 비단잉어를 구입해 하천과 저수지 등에 방생활동을 하고 있어 하나의 환경·생태문제로 대두돼 있다.

실례로 2005년 4월 충청북도가 발표한 '방생 금지 어종'에는 육식성 외래종인 블루길과 배스 등과 함께 비단잉어와 금붕어도 포함돼 있어 이 같은 국내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

'대물' 중국산 붕어 토종 안방 노린다 

중국산 붕어 일명 짜장붕어는 국내 자연수계에 적응된 후엔 더욱 더 국내 토종과 구별이 어렵다. 하지만 짜장붕어는 떡붕어의 개량종이기 때문에 50㎝ 이상까지도 자란다. 사진은 최근 미호천수계서 잡힌 51㎝짜리 대물급 짜장붕어./자연닷컴  


떡붕어에 이어 국내 수중 생태계를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또 한 부류의 붕어군(群)이 있다. 다름 아닌 지난 1990년대 이후 중국으로부터 마구잡이로 들여오기 시작한 소위 '중국산 붕어류'이다.

이들은 특히 처음엔 식용으로 들여왔지만 얼마 안 가 '토종붕어와 향어 대용'으로 낚시터에 이식승인이 나면서 때를 만난 양 급속도로 전국 수계로 번져 나가 지금은 어느 수계, 어느 저수지 할 것 없이 터를 잡기 시작해 점차 세력권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가 이들 중국산 붕어들로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를 모두 점령당해 '중국 붕어 천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원산 떡붕어의 위세에 밀려 '씨 주고 몸까지 빼앗긴 판'에 이번엔 '때국으로부터 들여온 쭝국붕어'(실제 일부 뜻 있는 낚시꾼들은 이러한 격한 표현을 흔히 쓰고 있음)에 의해 나머지 자존심은 물론 근근부지 지켜온 안방까지 송두리째 빼앗길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생태계의 누란지세(累卵之勢)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들 붕어류가 얼마만큼 자연수계로 흘러들어 어느 정도의 생태적 피해가 우려되는지 정확한 상황파악은커녕 지금도 연일 '자원 조성을 빙자한 이식 승인서'에 도장을 찍어 주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학계에서조차 이들 붕어류의 명확한 종명과 생태학적 특성 등을 모르고 있을 정도로 관련 정보에 깜깜한 상황이니, 낚시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들 붕어류와 관련된 궁금증을 묻기 바쁘나 그렇다고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답변해 주지 않는 등 말 그대로 한심한(?)을 상황에 놓여 있다.

'외국산 물고기는 판을 치는 데 정작 그 물고기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기막힌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짜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등 도입자 또는 낚시꾼들이 자의적으로 이름 붙인 명칭과 생김새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고백컨대 기자도 본 시리즈를 기획·취재해 오면서 관련 학자 및 전문가를 통해 이들 중국산 붕어류에 대한 상세 정보를 수집하려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 봤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충분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내 상황이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국내 토종붕어./자연닷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일명 짜장붕어./자연닷컴


<사진설명> 중국산 붕어류 가운데 일명 짜장붕어라 불리는 품종은 전문가가 아니고는 쉽게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토종붕어와 흡사하다. 위 사진이 우리나라 토종붕어이고, 아래가 소위 짜장붕어로 입 크기와 모양, 비늘 등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본래 붕어는 잉엇과 붕어속에 속하는 경골어류로, 학명은 Carassius auratus(학자에 따라서는 C. carassius, C.c.langsdorfii, C.a.gibelio)이며,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중국, 시베리아, 유럽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현재 도입되고 있는 중국산 붕어류의 뿌리는 바로 C. auratus 종과 분류학상 맥을 같이하겠지만, 유전적으로는 상당히 거리가 먼 종일 것이란 게 관련 학계의 주장이다.

 

붕어류를 비롯한 거의 모든 물고기들의 유전자 배열 또는 변이가 그것이 자란 서식지의 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아 같은 국가 내에서도 수계에 따라 각기 상이한 유전자를 지닌 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수계와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자란 중국산 붕어(중국 토종)가 우리나라의 붕어(한국 토종)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짜장붕어):1997년 초부터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 가장 보편화된 품종이다. 중국 명칭은 '펑더지 푸어위이'로 중국 현지인들이 일본산 떡붕어를 개량시켜 속성종으로 만든 품종으로 중국 현지서 가장 많이 양식되고 있다. 전체적인 겉모습은 우리나라 토종 붕어와 유사하나 머리 높이가 낮고 길며, 주둥이 길이가 짧고 입술이 작은 게 가장 큰 특징. 몸색깔은 토종 붕어에 비해 검은 편이다. <사진 참조>

측선비늘 수는 31∼32개. 처음에는 식용으로만 수입 승인이 났지만 그 당시부터 편법·불법으로 유료 낚시터 등에 무단 방류하는 사례가 많아 수시로 물의를 빚어 온 장본인이다. 

▲쨔지 붕어:우리나라의 토종 붕어와 아주 흡사한 종으로 중국에서는 빨리 성장하나 우리나라에 이식되면  더디게 자라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측선비늘 수는 29개.

▲잉붕어·향붕어:국내 낚시인들 사이에서 '쌍지붕어'로 알려진 품종이다. 쌍지란 이름은 중국 명칭 '썅지 푸어위이'에서 온 말이다. 붕어에 잉어의 피가 섞여 있으면 잉붕어, 향어의 피가 섞여 있으면 향붕어라 부르고 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겉모습은 붕어와 비슷하나 비늘모양이 잉어와 향어를 닮아 있다. 국내에는 1998년 말부터 본격 수입되고 있다. 이식승인이 나지 않고 있지만 불법 이식하는 유료 낚시터들이 상당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산 붕어류 중 가장 빨리 자라며, 측선비늘 수는 32∼35개.

▲무창위 붕어:중국 도감의 명칭을 그대로 한역해 부르고 있는 품종이다. 무창위란 이름은 체격에 비해 창자길이가 작은 붕어란 뜻이며, 일부에서는 체격에 비해 주둥이가 극히 짧다고 하여 단두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붕어와는 전혀 모습이 다르며,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습성 및 생활사
이들 중국산 붕어류의 습성 및 생활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 낚시꾼들에 의해 각 품종의 먹이습성 등 극히 일부 내용만이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 인식 및 확산 경로

중국산 붕어류들은 겉모습이 국내산 붕어류들과 아주 흡사하거나 아니면 매우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낚시업계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상한 붕어'가 잡혔다는 제보와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는 곧 이들 중국산 붕어류들이 국내 각 수계를 급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제보와 인터넷 글 가운데에는 '붕어도 아니고 잉어도 아닌 대물급 물고기가 출현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확인해 보면 영락 없이 중국산 붕어류인 경우가 많다.  <사진 참조>

중국산 붕어류들은 현재 거의 전량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고 있는데 하루 평균 70t씩 연간 2만t 정도(2004년 기준, 식품용 포함)가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들여온 붕어류 중 특히 활어(活魚)인 경우는 거의 대부분 유료 낚시터 등으로 판매돼 전량 방류되고 있다. 

 

유료 낚시터에 방류하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풀어진 중국산 붕어들이 낚시꾼들에게 잡혀 알게 모르게 다른 수계로 재방류돼 전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어류이식 80년-수중생태계진단: 잡종붕어의 실체'가 충청투데이 지면를 통해 첫 보도될 당시(2005년 5월 16일) 독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당시 취재팀(팀장 김성식 기자)은 주 1회의 기획시리즈 보도뿐만 아니라 1면과 사회면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전문학자들과의 분석 결과를 상세 보도함으로써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당시 보도했던 스트레이트 기사를 모아 (20-1)긴급분석: 잡종붕어의 실체④'로 별도 편집해 싣는다.  

 

다음은 2005년 5월 14일자 충청투데이 1면 톱으로 보도된 "외래어종 생태계 깨트린다-본보 취재팀 '희나리=외래-토종붕어 간 잡종' 국내 첫 확인" 제하 기사내용이다.  (제목과 기사 본문 중 '외랠토종붕어간'은 '외래-토종붕어 간'의 오기임) 

 

다음은 이어 보도한 '대청호의 수중생태계가 벼랑끝에 와 있다'란 제하의 <속보> 기사내용이다.

 

다음은 2005년 5월 17일자로 충청투데이 6면 사회면에 보도된 "'토종붕어 지키자' 여론 들불---학계.어민 '종-유전자 보전책 시급' 한 목소리"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대청호에 토종붕어-떡붕어는 사리지고 잡종 '희나리'만 활개

 [대부분 '희나리']본보 취재팀이 대청호 어부들의 도움을 받아 붕어 개체군을 조사한 결과 채집개체수의 89%가 잡종붕어인 희나리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청호의 한 어부가 쳐놓은 그물에 잡힌 희나리 붕어들.자연닷컴



대청호의 '붕어개체군 조사' 결과

이번 조사에서는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개체군(個體群) 조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개체군 조사의 목적은 첫째 잡종붕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 조사의 시료 채집과 둘째 대청호산 붕어류들은 현재 어떤 비율로 산출 또는 분포하고 있는가를 확인해 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떡붕어의 유입으로 대청호 내 붕어 유전자원에 어느 정도의 '유전자 오염'을 가져왔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는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2개월 간 대청호 현지어부 6명(청원·보은·옥천 관내 각 2명)의 도움을 받아 총 20차례의 채집작업을 실시, 산출된 붕어류를 토종과 떡붕어, 희나리 등 3종류로 구분해 각각의 개체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채집 도구는 현장의 수심 등 상황을 고려해 참여 어부들이 각자 생업현장에서 사용하는 '4절' 크기의 자망이 사용됐다. <사진 참조>

대청호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줄줄이 잡혀나오는 희나리 붕어들./자연닷컴


조사결과 전체 채집량은 총 1760마리였으며, 이 가운데 희나리(이번에 동시 진행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에서 잡종붕어로 규명된 붕어군(群)으로 채집 당시 희나리로 분류됐던 종)는 1566마리로 전체의 89%를 차지했으며, 토종붕어는 123마리로 7%, 떡붕어는 70마리로 4%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토종붕어의 경우 해빙직후인 3월 초에서 4월 초까지 수온이 차가운 시기에 드물게나마 집중 채집됐으며, 그 이후로 갈수록 산출량이 줄어들어 3월에서 4∼5월로 갈수록 채집량이 늘어난 잡종붕어와 큰 대조를 보임으로써 각기 다른 활동 시기 및 성향을 보였다. 

 

또 이번 조사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대청호의 토종붕어와 잡종 탄생의 주원인 제공자인 떡붕어 둘 다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대청호에 대한 토종붕어의 치어 방류사업이 거의 매년 이뤄지고 있고 또 기존 서식개체들의 자연산란이 매년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붕어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결과이다. 

 

또한 순수한 떡붕어 개체수가 전체의 4%밖에 되지 않는 것은 도입년수가 1980년대 초란 점과 평균수명이 15년 안팎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초기 유입된 떡붕어는 토종과의 잡종을 만들어 '유전자 교란, 즉 유전자 오염'만을 초래한 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채집에 참여한 창재만씨(41·어업경력 20년·청원)는 "희나리붕어는 지난 80년대 초 떡붕어가 들어온 이래 출현하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반면 토종과 떡붕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떡붕어의 경우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겉모습(주걱모양)을 하고 있는 개체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창씨는 이어 "최근에 잡히는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크기가 대체로 작은 것은 별로 없고 비교적 큰 25㎝급 이상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얼마 안가면 이들은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고 우려의 말을 했다.

 

<특별 인터뷰>


"잡종붕어 국내 첫 규명한 쾌거"
---분자계통 분류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방인철 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형태형질 분석을 통해 규명하기 어렵거나 애매한 것을 보다 명확히 분석해냄으로써 조사내용을 상호 보완해 주는 현대적이고 과학화된 분석방법이다. 

충청투데이의 의뢰로 실시한 이번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조사결과 현지 어부들이 희나리로 부르는 붕어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떡붕어에 가까운 토종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의 잡종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학계에 전혀 보고된 바 없는 국내 최초이자 획기적인 연구분석결과이다. 

'잡종붕어'의 국내 첫 규명은 외래어종이 자연상태에서 토종과 잡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자체를 학술적,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단순히 외래어종과 토종이 숫자적으로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문제를 떠나, 국내 고유의 한 '유전자풀'이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유전자에 의해 뒤바뀌어지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계 전문용어로는 이를 '유전자 오염'이라고 한다.

유전자 오염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자 심각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붕어는 있되 유전적으로 우리 고유의 토종붕어가 없다고 가정해 보라. 유전적으로 '생태계의 정조'가 깨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번 분석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물고기 방류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민의 인식 전환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 물고기 하나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을 초래하겠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서식장소와 환경에 따라 물고기의 유전자 배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옮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로 학계에서는 떡붕어와 토종붕어간 잡종 형성시 암·수 관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등에 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한 2배체 붕어와 3배체 붕어에 대한 연구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분별한 방류사업에 경각심"
--형태형질 분석한 서원대 손영목 교수

손영목 서원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형태형질, 즉 물고기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하여 각 종을 분류해 내는 것이 형태학적 형질 분석 또는 형태형질 분석이다. 형태형질 분석은 물고기를 포함한 각종 동물의 종(種) 분류에 있어 가장 흔히,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분석 방법이다.

하지만 분석 방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일부 있어 요즘에는 분자계통학적 분석방법 등 타 분석방법과 병행해 상호 보완·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청호 붕어류의 잡종 분석에서도 형태형질 분석과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동시 진행함으로써 보다 명확히 '잡종 여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체고(몸높이), 미병고(꼬리 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 등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3종류의 대청호산 붕어들의 특성을 밝혀내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결과<5월 25일자 14면 보도>는 학술적으로나 생태보전상으로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인위적으로 유입된 외래어종에 의해 잡종이 실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 확인됨으로써 무분별한 방류사업 및 방생활동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준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기회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래어종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토종 어종도 본래의 서식처가 아닌 다른 수계로의 이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고기의 인위적인 이동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본래에 서식하지 않았던 물고기를 유입하는 일이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어종들이 최근에 와서 여러 문제점을 낳는 것을 보더라도 그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형태형질 분석결과 역시 대청호산 '잡종 희나리'는 떡붕어와 유사

 [토종은 급감 잡종은 급증]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고 있는 반면 떡붕어와 토종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일명 희나리)는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연닷컴  

 

[외래어종 떡붕어] 대청호에 유입된 떡붕어의 모습. 몸통 높이(체고)가 토종 붕어에 비해 월등히 높다./자연닷컴


형태학적 형질분석 결과

(가)형태학적 형질분석이란

 

전편에 설명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해양생명공학과)의 분자계통학적 분류는 '염색체의 핵형분석, 적혈구의 세포크기 조사, DNA 함량조사의 세포유전학적 연구 및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 등을 통해 각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조사하는 연구방법'이었다.

이에 비해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팀(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이 이번 조사에서 동시 진행한 형태학적 형질분석(형태형질 분석)은 쉽게 말해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 각 지느러미 수, 체고(몸높이), 문장(주둥치 길이) 등 각 종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해 종 특성을 가려내는 연구방법'이다.

연구분석에 사용된 물고기(붕어류) 시료들은 전편에 소개한 대로 3월 하순 채집한 대청호산 붕어류들로, 편의상 4군집(상·하류의 토종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각 15마리)으로 나누어 포르말린 수용액에 고정한 후 손 박사팀에 조사를 의뢰했다.

 

청원 문의 쪽 대청호 하류에서 채집된 토종붕어는 토종A, 옥천지역 대청호 상류 쪽에서 채집한 토종붕어는 토종B로 나타냈다. 

(나)분석 내용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 토종붕어와 외견상 가장 큰 형태학적 특징은 우선 체장(머리끝 부분부터 꼬리지느러미 시작부위까지의 길이)에 비해 체고(몸높이)가 유난히 높은 반면 꼬리자루 높이(미병고=꼬리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떡붕어는 얼핏보기에도 '주걱'처럼 몸통 쪽의 높이는 높은 반면 꼬리 쪽은 유난히 낮은 데 반해 토종붕어는 거의 균형잡힌 유선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또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이들 붕어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거나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비교분석 자료./자연닷컴(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 제공)



이번 형태학적 분류에서는 이 같은 차이점을 비롯해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도표-1, 2, 3 참고>을 통해 각 종의 특성을 밝히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토종붕어·떡붕어 간 잡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도표-1, 2, 3>에 나타나 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그리고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가 각각 형태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체장에 대한 체고의 비율에 있어서는 떡붕어가 43.1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그 다음은 희나리(39.6), 토종붕어(평균 39.35) 순으로 나타난 반면 체장에 대한 미병고(꼬리자루 높이)의 비율은 희나리(19.5), 토종붕어(평균 15.8), 떡붕어(15.3)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전반적인 외형의 차이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청호산 희나리의 외형상 특징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체장에 대한 두장(머리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6.5)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은 토종붕어(평균 24.5), 희나리(15.4)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희나리의 두장/체장비가 다른 붕어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곧 희나리의 머리길이가 몸길이에 비해 유난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장에 대한 미병장(꼬리자루 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0.9), 희나리(18.4), 토종붕어(평균 16.3)의 순으로 나타나 토종붕어에 비해 떡붕어와 희나리의 꼬리자루가 비교적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체장에 대한 등기점(머리 앞쪽부터 등지느러미 기점까지 거리)의 비율은 토종붕어(평균 42.65), 희나리(42.1), 떡붕어(40.5) 순으로 낮아져  체고/체장비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머리 길이(두장)에 대한 눈의 직경(안경) 비율, 즉 머리 길이와 비교한 눈의 크기는 토종붕어가 가장 크고 떡붕어와 희나리는 그보다는 약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떡붕어와 희나리는 거의 비슷하게 분석됐다.

다음은 갯수로 비교하는 형질분석 내용<도표-3>이다. 우선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를 보면 희나리가 31.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떡붕어 30.9개, 토종 30.6개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측선 상부 비늘 수(등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6.25개), 떡붕어(6.0개), 희나리(5.9개)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측선 하부 비늘 수(뒷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5.1개), 희나리(5.0개), 떡붕어(4.8개) 순으로 조사됐다.

먹이 생태와 가장 연관이 깊은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는 떡붕어가 95.3개로 토종붕어(47.8개)보다 약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뚜렷한 종 특성을 나타냈다. 또한 희나리의 새파 수 역시 82개나 돼 토종붕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파 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먹이를 걸러내는 아가미 속 구조가 촘촘하게 돼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먹이를 잘 잡아먹거나 유기물 등을 잘 걸러먹을 수 있게끔 구조가 돼 있음을 설명해 준다.

지느러미 수에 있어서는 가슴지느러미의 경우 희나리가 가장 많은 16.2개로 나타났고 토종붕어는 15.9개, 떡붕어는 15.4개로 분석됐다. 뒷지느러미 수는 토종붕어가 5.95개, 떡붕어가 5.7개, 희나리가 5.6개로 분석됐고  등지느러미 수는 희나리 17.8개, 떡붕어 17.4개, 토종붕어 16.85개로 조사됐다.

연구·분석을 실시한 손 교수는 "<도표-1, 2,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대청호산 희나리는 전반적인 형태형질 분석 결과에 있어 각각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희나리라는 붕어류는 토종붕어와 떡붕어의 중간형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간의 잡종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또 "대청호산 희나리의 형태형질 중 새파 수가 많고 체장에 대한 미병장 및 미병고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등 여러 분석결과로 볼 때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보다는 떡붕어 쪽에 가까운 형태형질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청호의 '희나리' 붕어를 밝힌다

 

 [대청호産 '희나리'] 충청투데이 취재팀(팀장 김성식 기자)의 의뢰로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임이 최초로 밝혀졌다./자연닷컴 

조사배경

 

자연상태에서 토종어종과 외래어종 간의 이종(異種) 교배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로 인해 태어난 '잡종(hybrid)'은 토종과 외래 어종 중 어느 쪽의 유전형질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날까.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직후부터 나타나고 있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종(種) 불명의 붕어류는 과연 실체가 무엇일까.

 

외래어종의 유입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 수는 어떻게 변하고 떡붕어와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의 생태계 점유율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사진1>[붕어의 유전자 밴드] 대청호산 붕어 3종류의 유전자 밴드 배열 사진으로, 오른쪽 1~5열까지는 떡붕어, 6~9열까지는 희나리, 10~16열까지는 토종붕어의 밴드배열이다./자연닷컴(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제공) 


혹시 희나리란 붕어류가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에 태어난 잡종은 아닌가.

이같은 의문은 취재 기자로 하여금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를 기획하게 한 외래어종과 관련된 각종 의문들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서두에 밝혔듯이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의 주된 기획 의도는 외래어종을 포함한 각종 이식어종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었으며, 이 중 특히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의 실제적 규명'이 가장 큰 테마였다.

기실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는 1920년대 일본으로부터 대화(야마토) 잉어가 처음 도입(빙어 이식사업 시작 시기보다 약간 늦은 시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외래어종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60~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제기돼 온 '공공연한 우려이자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의문에도 불구하고 잡종 형성 여부에 관한 체계적인 규명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동안 외래어종을 비롯한 각종 어류들이 내수면 어자원 증식이란 미명 아래 꾸준히 도입·이식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충청투데이 '한국 어류이식 80년…' 시리즈 취재팀은 물고기 집중 방생 및 방류철을 앞두고 외래어종의 무분별한 방생 및 방류가 가져올 수 있는 생태계의 영향 분석과 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대청호를 대상으로 '잡종 추적'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어로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해 수백만년 동안 한반도 수중생태계를 지켜온 터줏대감으로서 국내 물고기의 대표종인 붕어류를 설정했다. 붕어류를 설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청호의 희나리'에 관한 집중 분석을 통해 외래 · 토종어간 잡종 여부를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 자연상태에서 이뤄진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간의 잡종 형성 여부'에 대해 실제 관련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학술적·전문적 규명작업이 동시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과정

 

이번 조사는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분석 및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한 각각의 종(種) 특성과 유전적 유사도 조사와 함께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을 동시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형태형질분석은 어류 분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행해지는 분석방법으로 옆줄비늘 수, 지느러미 수 등 각종 형태형질을 비교 분석하여 종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며,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유전자형질 분석 등과 같은 고도의 분석기법을 통해 종간 유사도 및 종 특성 등을 밝혀내는 보다 현대화된 기법이다.

이 두가지 분석을 통해서는 토종 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의 종 특성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일명 희나리라고 불리는 종 불명 어류의 특성을 밝혀내 토종 및 외래어종과의 유전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잡종 여부를 밝혀내고자 했다.

또한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 조사를 통해서는 각 종별 생태적 지위를 밝혀내 외래어종이 현재의 생태계 내에서 유전적으로 얼마나 잠식해 들어왔느냐를 밝혀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취재팀은 이 같은 일련의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 대청호 주변 현지 어부 6명(상·중·하류 각 2명씩)을 섭외, 해빙이 끝난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취재팀과 공동으로 총 20회에 걸쳐 채집작업에 들어갔다.  

<그림1> [대청호산 붕어류의 유사도] 그림 아래부분의 D1~5는 떡붕어, H1~4는 대청호산 희나리, T1~7은 토종붕어를 나타내며, 오른쪽의 숫자 0.2~1은 각 종간의 유전적 거리를 나타내 준다.  붕어류는 토종 붕어 2군집(상류 1, 하류 1)과 떡붕어 1군집,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 1군집 등 총 4군집으로 나누어 각각의 채집 개체 수를 집계, 출현율 등을 분석했다./자연닷컴(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제공) 

이와 함께 지난 3월 하순 채집된 일부 표본 시료(상·하류의 토종 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등 4군집의 붕어류 각 5~16개체에서 꼬리지느러미 1㎠씩을 적출, 100% 에탄올에 담가 시료를 만들고, 몸체는 포르말린 수용액에 담아 시료를 만듦)를 4월 초에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해양생명공학과·분자계통학)팀과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팀에 각각 전달, 분석을 의뢰했다.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자연닷컴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자연닷컴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이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얻어낸 각 종별 '유전적 거리'를 근거로 유사도<그림-1>를 그린 결과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 사이의 유전적 유사도는 0.74로 나타났으며,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를 한데 묶은 곳으로부터 토종 붕어까지의 유전적 유사도는 0.50으로 조사됐다.

유사도 그림 위의 숫자(0.2∼1)는 이 같은 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유사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숫자가 1에 근접할수록 같은 계통이거나 같은 종일 확률이 높은 반면 유사도가 낮을수록(숫자가 낮을수록) 계통이 다르거나 종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따라서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가까우나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종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과 토종 붕어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멀게 나타나 완전히 다른 종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밴드<사진-1>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밴드사진에서 오른쪽 1열부터 5열까지는 떡붕어, 6열부터 9열까지는 대청호산 희나리, 10열부터 16열까지는 토종 붕어(상·하류 1·2군집 통합)의 유전자 배열을 나타내 준다.

여기서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오른쪽 1∼9번째 열까지의 밴드(떡붕어와 희나리)와 오른쪽에서 7∼16번 열(맨 왼쪽 열)까지의 밴드(토종 붕어) 패턴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토종 붕어만이 유독 다른 밴드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청호산 희나리의 밴드 가운데 떡붕어와 공통으로 가지는 밴드가 상당히 많게 나타나고 있으며, 희나리의 밴드가 토종 붕어와도 일부 같은 밴드를 가지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방인철 교수는 "이번 조사는 비교적 정확성이 높은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을 통해 분석한 것으로, 분석된 여러 자료를 종합할 때 대청호에서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유전학적으로 토종 붕어보다는 떡붕어쪽에 가까운 토종·떡붕어 사이의 잡종'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가. 무지개송어

 

15~18도 수온서 활동, 평균 수명은 3~4년

성장속도 빨라 2년이면 30~40㎝까지 자라 



[자연수계 정착] 미국에서 도입한 무지개송어는 자연번식은 되지 않으나 양어장에서 이탈한 개체 등이 자연에 정착해 토종 어종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무지개송어는 원산지가 북미 태평양 연안인 연어목 연엇과의 민물어류로, 학명은 'Oncorhynchus mykiss'이다.

 

국내엔 1965년 두 경로를 통해 도입됐다는 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그해 1월 강원도가 미 캘리포니아 국립양어장에서 수정란(숫자는 미상)을 들여다 파로호에서 시험양식을 시도했다는 설과 또 하나는 '정석조'란 사람이 미 캘리포니아 국립양어장에서 수정란 20만립을 들여와 부화에 성공, 최초로 양식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무지개송어란 이름은 영명인 'rainbow trout'를 직역한 것이며, 산란기에 몸빛이 무지갯빛의 혼인색을 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지개송어란 이름 대신에 일부에선 '석조(汐潮) 송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앞서 말한 두번째 도입 경로, 즉 정석조란 사람이 최초 도입했다해서 그 사람의 이름이 붙게 됐다고 한다.

몸길이는 최대 80~100㎝까지 자라며 치어 때 '팔마크(parr mark:어릴 때 있던 무늬가 자라면서 사라지는 것)'가 있는 게 특징이다.

 
◆습성 및 생활사

15~18도의 수온에서 잘 성장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본래 육식성이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수생곤충, 조개류, 작은 물고기를 즐겨 먹는다. 

 

국내에 도입된 종은 일생 동안 민물에서만 살도록 고정된 종이기 때문에 양식지에서 이탈했거나 방류된 개체라도 바다와 하천을 오가지 않고 주로 하천 상류나 계곡 호수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 본래 서식하고 있던 같은 연엇과의 '송어(학명:Oncorhynchus masou)'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회유성이란 점에서 무지개송어와 비교된다.

 

또 송어와 같은 종(학명이 같음)이나 일생 동안 민물에 갇혀 사는 육봉형(陸封型)인 '산천어'는 비록 바다를 오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지개송어와 비슷하나 몸집이 20∼30㎝밖에 자라지 않고 무늬가 송어의 어린 개체형(팔마크)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산란은 일반적으로 봄, 가을 두번 이뤄진다. 무지개송어의 수명은 보통 3∼4년이나 최고 6∼8년까지 산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성장이 빨라 부화 후 1년 만에 18∼20㎝, 2년이 지나면 30∼40㎝가량 자란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우리나라에서 '송어'라고 하면 대부분이 무지개송어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내산 토착 송어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양식산 무지개송어의 주 소비처인 횟집 등에서 '무지개'란 말을 빼고 그냥 '송어회'나 '송어매운탕'으로 통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엄연히 무지개송어와 국내 토착 송어는 학명이 각기 다른 별개의 종이기 때문에 구별해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지개송어가 국내 자연수역에 이식 또는 확산한 가장 큰 동기는 양식어가의 관리 소홀로 양어장을 이탈해 번져 나간 경우가 많다. 최근엔 유료 낚시터의 자원조성용으로 무지개송어가 곧잘 방류되고 있고 또 종교적인 방류에 의해서도 간혹 무지개송어가 방류되고 있어 분포지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연번식이 되지 않는 특성(자연산란 및 수정이 된다 해도 발안(發眼)과 부화가 되지 않음) 때문에 큰 숫자로 불어나진 않는 상태이며, 주로 강 상류지역에 큰 개체들이 서식하면서 토착어종을 잡아먹거나 먹이경쟁을 통해 간섭을 주는 등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한 토착 송어류와의 유전적 교란도 예상돼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나. 은어

세력권 형성하는 회유성 어종으로 주로 돌에 붙은 조류 먹어

대청호서 한때 자연번식 이뤄졌으나 이후 다시 사라진 상태

 

[은어 치어] 본래 은어는 국내 서식어종이나 자취를 감춘 수계가 많아 최근 복원을 위한 방류사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이식어종 중의 하나가 됐다. 사진은 대청호에서 처음 자연번식된 은어 치어의 모습. /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본래 우리나라 전국 수계에 분포하던 종이나 수질오염과 댐 건설 등 서식환경 변화로 지금은 섬진강 등 일부 수계에만 서식하는 '귀한 종'이 됐다. 

 

따라서 일부 지자체와 단체에서는 최근 이 종을 복원하기 위해 인공 부화한 치어를 옛 서식지에 집단 방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청호에도 최근 은어 치어를 방류한 바 있는데 지난 겨울 '처음'으로 자연번식이 이뤄져 치어가 생산되었음을 필자는 확인한 바 있다. 

이처럼 은어는 최근 들어 계획적인 방류사업의 대상 어종으로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음에 따라 이식어종에 포함시켜 다루기로 했다.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에 '은어는 주둥이 턱뼈가 은(銀)처럼 희므로 은구어(銀口魚)라 하는데 등뼈 사이에 지방분이 뭉쳐 있어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살아 있을 때는 오이 향이 나므로 별미다'라고 소개돼 있다. 영명인 'Sweet smelt' 또는 'Sweet fish'나 중국명인 '향어(香魚)' 모두 '오이 향과 같은 은은한 향이 나는 물고기'란 뜻에서 붙여졌다. 

은어의 분류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연어목 은엇과, 혹은 청어목 은엇과, 바다빙어목 바다빙엇과로 나누는 경우가 있다.

 

학명은 'Plecoglossus altivelis'로 몸 크기는 보통 20㎝ 정도이나 때로는 30㎝ 이상 되는 것도 있다.

 

몸은 빙어처럼 날씬하고 옆으로 납작하다. 체색은 등쪽이 푸른 황록색이고 배쪽은 선명한 백색이다. 그러나 어린 개체는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빙어보다 더 맑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습성 및 생활사

돌에 붙은 부착조류를 주식으로 하지만 장마철엔 수서곤충을 먹기도 한다. 9∼10월 산란기에 갓 부화한 어린 개체는 바다로 내려가 연안에서 겨울을 난 후 이듬해 3∼4월 다시 하천으로 올라와 성장하는 회유성 어류이다.

은어의 가장 큰 습성은 세력권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즉,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물이 맑은 하천 중류나 상류에 도달하면 제각기 세력권을 형성하고 정착하게 되는데 1마리당 세력권 범위는 보통 1㎡ 내외이며 이 안에 다른 개체나 물고기가 침입하면 적극 공격한다. 은어 낚시는 이 세력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섬진강 등 일부 서식지 외에는 은어가 잘 생산되지 않아 귀한 물고기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은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기 때문에 멀리 운반하기도 어려워 서식지 이외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은어를 보는 것마저 힘들다. 

 

'금강의 은어'도 예전엔 꽤나 유명했으나 본래의 서식종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고 최근 대청호 상류에 방류한 치어가 자라나 지난 겨울 처음으로 산란 및 부화되는 등 정착단계(육봉화)에 들어서 있다. 

 

한때는 금강 상류 보청천에서는 대청호에서 자란 은어가 올라와 청산.청성지역 주민들이 투망 등을 이용해 앞다퉈 포획한 적이 있다.

 

국내 옛 서식지에의 복원사업이 금강수계 이외에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분포·서식지는 점차 느는 추세이나 그로 인한 생태계 영향 등에 관한 전문적인 모니터링은 부족한 실정이다.


30㎏까지 자라는 잡식성 '물돼지'

 [가죽잉어의 개량종] 이스라엘잉어는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를 이스라엘에서 도입해 그곳의 토착 잉어와 교잡시켜 만든 잉어의 한 품종이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흔히 '향어'로 일컬어지는 잉어목 잉엇과(Cyprinidae)의 민물어류다.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Leather carp)'를 이스라엘에서 도입해 그곳의 토착 잉어와 교잡시켜 만든 잉어의 한 품종이다. 이스라엘 잉어(Israel carp)란 영명은 이스라엘에서 개량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 잉어를 '독일 잉어'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실제 국내 일부 포털사이트에는 이렇게 소개돼 있다. '이스라엘 잉어는 개량종으로 독일 잉어 또는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한다. 독일에서 잉어를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개량한 품종이며, 이것이 이스라엘로 이식되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등지느러미 바로 아랫 부분에만 큰 비늘이 있고 그밖의 부분에는 비늘이 없기 때문에 독일에서 가죽 잉어라고 부르는 것과, 이와 반대로 큰 비늘이 측선(옆줄) 부분과 배 아랫 부분에만 흩어져 있는 거울 잉어(mirror carp) 등 두 종류가 있으며, 그중 가죽 잉어를 향어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는 '향어는 독일 잉어 또는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한다. 독일에서 개량했고 이스라엘에서 본격 양식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향어(이스라엘 잉어)를 독일 잉어 즉, 가죽 잉어로 착각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두 품종의 '비늘 형태'가 흡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와 이스라엘 개량종인 향어(이스라엘 잉어)는 비늘이 둘 다 등지느러미 바로 아랫 부분을 중심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독일 개량종이 이스라엘을 거쳐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와 이스라엘 잉어는 체고(몸높이)가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 이스라엘 잉어의 체고가 독일 가죽 잉어의 그것보다 높다. 그 이유는 가죽 잉어와 교잡시킨 이스라엘 토착 잉어가 본래 체고가 높은 종이기 때문에 그 특징이 이스라엘 잉어에 나타난 것이다.

이 기회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전 세계의 잉어 품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비늘이 몸 전체에 분포하는 '동양계'이고 다른 하나는 비늘이 적거나 전혀 없는 '유럽계'이다. 이런 분류방식은 관상용 잉어류에도 적용된다.

[등지느러미 밑에 큰 비늘] 이스라엘 잉어의 형태적 특징은 등지느러미 바로 밑부분을 중심으로 커다란 비늘이 나 있는 점이다./자연닷컴 

이스라엘 잉어의 학명은 'Cyprinus carpio nudus'이며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우리나라에는 1973년 5월 이스라엘 농무성이 치어 1000여 마리를 보내온 것이 그 효시다.

 

그후 실험양식에 성공해 1978년부터 전국의 대형 인공호수에서 가두리 양식을 통해 양식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부터는 전국의 유료 낚시터에 방류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등지느러미 연조수는 18∼21개, 뒷지느러미 연조수는 5개, 아가미 갈퀴(새파) 수는 21∼23개, 척추골 수는 37∼38개이다.

 

◆습성 및 생활사

 

이스라엘 잉어의 가장 큰 특징은 '물돼지'란 별명이 말해주듯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는 놀라운 식성에 있다.

 

잉어류를 기르는 양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특히 이스라엘 잉어를 기르는 양식장에 가보면 먹이를 줄 때 마치 돼지가 쩝쩝거리며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먹이를 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다음의 특징은 빠른 성장속도이다. 보통 5월에 부화한 치어가 그해 10월이면 몸길이 15∼20㎝, 몸무게 400∼500g까지 자란다. 2년이면 1.5∼2㎏, 3년이면 3∼4㎏까지 자라며 5∼6년생 이후에는 보통 10∼15㎏, 최대 20∼30㎏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국내 최대어는 몸길이가 1m나 되는 초대형어가 지난 1996년 7월 경북 포항 달전지에서 낚시로 잡힌 기록이 있다.

산란기는 5∼6월이고 산란에 적합한 수온은 18∼20도이다. 기타 생활사는 잉어와 비슷하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향어(香魚)란 이름은 도입 초기 양식업자들이 '독특한 향이 나는 고기맛'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스라엘 잉어 살코기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진흙 냄새와 비슷한데 바로 이 때문에 양식업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처음에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아이러니가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대표적인 양식어종으로 자리잡으면서 횟감용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도 얼마가지 않아 수질오염 문제로 가두리 양식장이 철퇴를 맞으면서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은 식용보다는 낚시터용으로 근근이 명목을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그런 데다 국내 유통량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자장 향어'이니 상황이 바뀌어도 보통 바뀐 게 아니다.


[잡식성 대식가] '물돼지'란 별명이 말해주듯 이스라엘 잉어는 커다란 입으로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대식가이다./자연닷컴 

이스라엘 잉어는 환경 적응력이 높아 자연수계에 잘 적응하지만 자연 번식률은 낮아 일부 학자들은 '완전한 귀화어종'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두리 양식장이 한창일 때에는 양식장으로부터 유출되는 이스라엘 잉어수가 엄청났고, 게다가 자원증식을 위한 공식적, 연례적인 방류로 인해 귀화어종 못지않게 해마다 많은 수가 늘어난 바 있다. 

 

대청호와 충주호를 예로 들자면 지난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낚싯대를 드리웠다 하면 줄줄이 낚여나오는 게 바로 이스라엘 잉어였고, 오죽하면 '싫증이 나서 못잡을 정도'란 말이 나왔겠는가. 

하지만 가두리 양식장의 강제철거와 방류 중단 이후 자연수계에서는 그 수가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숫자적으로는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며, 다만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 대형 개체들이 토종 물고기들의 서식지를 마구 교란시키거나 토종 잉어와의 유전자적 교란을 가져오고 있는 등 여전히 기존 생태계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는 '생태계의 망나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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