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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나의 사랑, 나의 꿈”
환경·생태 취재 외길 20년…김성식 충청타임즈 환경전문기자
 
2010 년 08 월 04 일 수14:03:09 장우성 기자
 
   
 
  ▲ 충청타임즈 김성식 환경전문기자  
 
“그런 것도 기삿거리가 되냐?”
선배들은 환경·생태 쪽 아이템을 줄기차게 들고 오는 어린 후배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기사 한 줄 나가기 쉽지 않았다. 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다. 요즘은 제법 ‘환경전문기자’라고 새긴 명함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환경’이란 말은 시민운동계에서도 낯설던 때니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젊은 기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외길을 고집스레 걸었다. 이제 환경·생태 분야에 관한 한 언론인으로서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현재 충청타임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성식 환경전문기자다.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관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을 뿐인데…. 아직도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겸양의 미덕까지 갖췄다는 건 이력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미호종개)’ ‘달래강의 숨결’ ‘위기의 야생’ 등 그가 해를 넘겨 자연의 한 부분이 돼 쓴 기획 시리즈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기사는 언론계는 물론 지역 사회, 학계에 이르기까지 항상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달래강의 숨결’의 경우 괴산호 인공댐에서 까막딱따구리, 하늘다람쥐를 비롯한 멸종위기종 30여 종의 집단서식지를 최초로 발견, 큰 주목을 받았다. 외신에서도 집중 보도하는 등 화제를 일으켰던 ‘인면어’ 역시 김 기자가 찾아낸 것이었다. 최근에는 충청타임즈를 통해 ‘금강의 소금길’을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충북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금강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1997년에는 ‘금강의 생태’로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금강 1천리’라는 책도 써냈다.

“일반인, 특히 생태·환경 분야의 전문가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을 가장 먼저 밝혀내 여론화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김 기자는 유년시절부터 자연이 가장 정겨운 벗이었다. “학교 가기보다 산과 들에서 놀기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원병오 교수 같은 조류학자를 꿈꿨다. 지금도 새 소리만 들어도 웬만한 종류는 거의 다 알아 맞힌다. 여름이면 매는 물론 올빼미, 소쩍새, 때까치, 파랑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심지어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쏙독새까지, 어렸을 때 안 길러본 새가 없을 정도다. 한번은 까치 둥지를 보려고 10m 넘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둥지 안에서 갑자기 구렁이가 고개를 쳐들어 등골이 오싹해진 경험도 있다. 새를 기르면서 곤충에도 눈을 떴다. 먹이로 잡아다 주는 걸 반복하다보니 곤충에 대해서도 애정과 일가견이 생겼다.

그가 사랑하는 금강에도 4대강 공사를 하는 중장비 소음이 지축을 흔든다. 그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공사가 놀랄 정도로 많이 진척됐어요. 이렇게 빨리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죠. 이제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요. 공사를 중단하기엔 때가 늦은 거죠. 다만 공사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적인 합의를 충분히 이룬 다음 역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했으면 합니다.”

생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생태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다. 애초 계획은 대마도 생태기행으로 ‘대마도는 우리 땅이자 우리 생태’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으나 아쉽게 중단되고 말았다. 남아 있는 꿈은 ‘살아 있는 생태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표본이 아닌 실제 동식물이 자연환경과 똑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 숨쉬도록 공간을 마련해 생태 교육 및 체험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거창한 ‘애국심’을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이 산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성식 기자는 진정한 ‘나라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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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납줄갱이의 한(恨)
[만화로 만난 언론계 사람들, 시즌2]세번째 이야기-충청타임즈 김성식 환경전문기자
2008 년 03 월 13 일 목16:09:27 이용호 연재작가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 충북 음성군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흐르는 미호천에서만 서식한다는 미꾸리과 어류다. 폐수오염, 골재채취로 인한 수량 감소 등으로 하천 생물들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멸종만은 허락할 수 없었다. 미호천으로 출근하기 일쑤였고, 산란장면을 찍기 위해 밤새는 건 일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끝내 35편에 이르는 기획취재 <미호종개 시리즈>를 완결하고 만다. 사전 취재기간을 합쳐 꼬박 18개월이 걸린 작업이었다. 학계에선 난리가 났다. 첫 연재가 시작되자 우려 반 기대 반이었던 것이 연재가 계속 되자 격려로, 결국엔 ‘과분한’ 찬사로 이어졌다고.

단일 어종에 관한 연구로는 ‘기념비적인’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바이블’로 통한다. 어떤 교수가 “등골이 오싹할 만한 자책의 매”라고 표현할 만큼 <미호종개 시리즈>는 학자들의 반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80년대 말 처음 라틴학명인 ‘익수키미아 초이(Iksookimia choi)’로 알게 된 후, 늘 밀린 숙제와 같은 존재였던 미호종개 연구. 20년 만에 그 한을 풀었단다.

김성식 기자.
검은 머리카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전’백발의 중년이다. 중 2때부터 염색약을 발랐다고. 어느덧 충청도에서만 기자생활 20년이다. 안 가본 곳이 없다. 늘 환경전문기자였다.  

‘새 박사’ 윤무부 교수를 존경했고, 조류학자가 되고 싶었다.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기자가 됐지만, 그가 걷는 길은 어릴 적 꿈꿨던 그 길과 다르지 않다. 사진기자에게 접사사진을 부탁했지만 “현장 찍는 것도 바쁜데~”라는 대답만 돌아 올 뿐. 결국 직접 접사카메라를 들었다. 그 사진이 수만 장에 이른다. 방대해서 정리할 엄두도 안 난다. 지역기자의 출장비로는 필름값 감당도 힘들었다고.

남편이 집안 일 말고 다른 일에 ‘미치면’ 아내는 괴롭다. 그의 아내 역시 그랬다. 그렇다고 고집을 꺾을 순 없는 노릇. 게다가 일도 여럿 벌였다. 청주 시내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생태교실을 열었다. 참가회원들을 인솔하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생태체험을 다녔다. 급기야는  증평군 청천면에 양어장까지 차렸다.

“이놈들이 어떻게 알을 낳고 살아가는지, 자연 상태에 가장 가까운 양식방법은 뭔지. 그런 고민들 하는 곳이죠.”
그런 고민 끝에 특허도 냈다. <인공여울을 이용한 쏘가리 양식 방법>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방법”이라며 돈 되는 특허는 결코 아니란다.

“1990년 인가요? 제가 3년차 기자였을 때니까. 낙동강 상류에서 한강이북에 서식하는 북방종개가 발견됐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1주일 간 역학조사를 벌였죠. 조사 결과 한강, 금강, 낙동강이 한줄기였고, 소백산맥이 솟아 3갈래로 갈라 놨다는 학설을 유추했죠. 생물 한 종에 대한 연구가 지질학적 수수께끼를 푼 셈이죠.”

생물 한 종이 갖는 환경적, 과학적, 역사적 의미가 그에겐 사명이다. 대운하에 대한 소견을 그의 블로그(http://blog.daum.net/koomlin)에서 인용해본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 남쪽으로 서로 갈라져 흐르는 우리나의 강 수계는 이른바 서한 아지역과 동북한 아지역, 남한 아지역이라는 세 개의 독특한 민물고기 분포구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어류상이 양양 남대천과 다르고 낙동강과 다른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중 필요한 물줄기를 이어 운하로 이용한다 하니 한반도 생태계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7년도 <금강의 생태>라는 기획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3년간 매일 썼던 환경칼럼을 3권의 책으로 엮었고, <전문기자의 환경이야기>, <금강 1천리>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서호납줄갱이의 한(恨)을 공감하고 싶어 하는 자연인’이라 부르고 있다.
서호납줄갱이. 환경파괴와 인간들의 무관심속에 지금은 멸종된 토종 물고기다. 표본마저 미국 땅엘 가야 볼 수 있는 기구한 운명의 물고기. 그 슬픔을 알기에 더더욱 그가 지금의 길을 고집하지 않나 싶다.

“그깟 고기 살려서 뭐하냐?”는 핀잔도 들었을 법 하지만, 그의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태계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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