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별개의 종 

[미꾸라지와 미꾸리] 미꾸라지(왼쪽)와 미꾸리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엄연히 종이 다른 별개의 물고기들이다./자연닷컴

미꾸리와 미꾸라지

우리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려 놓는다'는 말이 있다. 하찮은 존재가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 나라 생태계가 바로 이와 똑같은 형국에 와 있다. 수입산 '미꾸릿과' 어종이 온 나라 안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구 수입해 오는 업자들과 또 그것을 구입해 자연수계에 무단 방류하거나 방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태계가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남의 일인 양 먼 산만 바라보는 동안 '그 하찮은(?) 수입 물고기들'로 인해 생태계란 커다란 우물물이 온통 황톳빛으로 변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미꾸릿과 어류를 단순히 추어탕용 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은 미꾸릿과 어류의 대표격인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대부분 혼동하거나 같은 물고기쯤으로 알고 있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관심밖의 존재로 치부되고 있으면 분류학상 전혀 다른 물고기인 이들 두 종을 십중팔구의 사람들이 완전히 같은 종이라고 믿어 둘 중 하나를 방언이라고 알고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이 두 종의 물고기가 서로 다른 종이라고 주장 한다면 '맛이 가도 단단히 간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니 무관심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수염길이로 구분]미꾸라지(위)와 미꾸리 모두 수염이 5쌍이나 미꾸라지는 수염이 긴 반면 미꾸리는 비교적 짧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분명 이 두 종은 서로 다른 물고기로서 별개의 어종이다. 예컨대 붕어와 잉어처럼 종 자체가 전혀 다른 물고기들이다. 하지만 겉모양과 습성이 너무 흡사해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자연닷컴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어종의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우선 미꾸리는 수염이 짧고(눈 지름과 비교해 2.5배를 넘지 않음) 몸높이가 낮으며 둥글어 일명 '동글이'라고 불리는 반면, 미꾸라지는 수염이 길며(눈 지름의 3∼4배) 몸높이가 높고 납작해 일명 '납작이'라고 부른다. <사진 참조>

반면 이들 두 어종은 아가미 외에 장(腸)으로도 호흡을 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의 일부를 아가미 외에 장으로 보내 그곳에서 산소를 흡수한 후 가스 교환된 이산화탄소를 방귀 뀌듯 밑(항문)으로 방출한다. 

 

미꾸리 혹은 미꾸라지의 어원은 바로 이러한 특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처음에는 '밑으로 방귀를 뀌는 물고기'란 뜻의 '밑구리'로 불리다가 점차 '밋구리→미꾸리, 미꾸라지'로 변한 것이다. 

분류 및 생활사

우리나라의 미꾸릿과(일부에서는 기름종갯과 혹은 잉엇과로 분류) 어류에는 약 20종이 있다. 과(科) 아래 속(屬) 단위로는 종개속, 쌀미꾸리속, 미꾸리속, 참종개속, 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속, 새코미꾸리속 등 8속이 있는데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미꾸리속(Misgurnus)에 포함된다.

미꾸릿과는 전 세계적으로 27속 46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의 학명은 'Misgurnus anguillicaudatus', 영명은 'muddy loach' 혹은 'oriental weatherfish:직역하면 '동양의 기상어(氣象魚)'로 비가 내릴 때 활발히 헤엄치는 데서 유래됐다. 

 

입수염은 5쌍, 옆줄은 불완전하다. 호소나 논에 주로 살며 산소부족에도 잘 견딘다. 산란기는 4∼7월, 알에서 깨어나 1.5㎝까지 자라면 성어와 모양이 같아진다. 보통 16∼17㎝ 정도 자라지만 20㎝ 이상은 드물다. 잡식성이며 주로 3급수에서 산다. 전국에 분포하며 중국, 대만, 일본, 사할린에도 분포한다.

미꾸라지의 학명은 'Misgurnus mizolepis', 영명은 'Chinese muddy loach' 혹은 'Chinese weatherfish'. 미꾸리처럼 입수염이 5쌍, 옆줄은 불완전하다. 산란기는 4∼7월, 미꾸리보다 커서 20㎝ 이상까지 자란다. 3급수에서 살며 우리나라 외에 북한과 중국,대만에도 분포하나 일본에는 살지 않는다.

[중국산 미꾸라지]중국산 미꾸라지는 과거 수입초기에는 크고 검은 성어들이 수입됐으나 요즘에는 치어로 들여와 국내서 양식한 다음 출하하기 때문에 국내산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흡사하다. /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경로

중국산 수입 미꾸릿과 어종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현재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하면 으레 떠올리는 것이 '크기가 무척 크고 색깔도 검게 생긴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과거 1980년대 이후 미꾸릿과 어종이 국내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국내에 수입된 미꾸릿과 어종 대부분이 말 그대로 크기가 엄청 크고 색깔도 확연히 검었던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요즘에 유통되는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은 '전문가도 모를 정도로 겉모습이 거의 흡사'하다.

 

어찌나 흡사한지 미꾸릿과 어종만 30년 넘게 다룬 상인들도 '추어탕이나 숙회로 만들어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전혀 구별해 내지 못할 정도'다. 굳이 먹어봐서라도 국내산과의 차이점을 찾자면 '뼈가 억세고 육질도 뻣뻣하다'는 정도다.

그렇다면 왜 요즘들어 중국산 수입 미꾸릿과 어종들이 국내산과 큰 차이점이 없어진 것일까.

 

문제는 간단하다. 과거처럼 다 큰 것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요즘에는 어린 치어를 들여와 국내 양식장서 적당한 크기(약 3∼4개월 소요)와 색깔로 키워 팔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모두 중국에도 분포하기 때문에 본래부터 크기와 색깔을 제외하고는 국내산과 흡사한 종들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모두 수입된다고 볼 수 있는데 자료상으로 딱히 미꾸리가 얼마만큼 들어오고, 미꾸라지는 또 얼마나 들어오는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모두 '미꾸라지'로 싸잡아 1년에 약 8700여t(2004년 기준) 수입된 것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이다.

국내산(양식)도 구분하지 않고 '미꾸라지'로 싸잡아 통계내는 판에(이와는 달리 상인들은 미꾸리를 동글이로, 미꾸라지는 납작이로 별칭하며 서로 다른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음. 보통 미꾸리(동글이)가 미꾸라지보다 1.5∼2배가량 더 비쌈) 중국산, 그것도 대부분 치어로 들여오는 실정에 정확한 통계를 낼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국내산과 유전인자가 다른 이들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자연수계로 마구 흘러들면서 유전자 교란 등 씻지 못할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그 조그맣고 하찮은 물고기들'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양식장에서 바로 나온 것도 중국산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데 자연으로 흘러들어 이미 정착한 것들을 무슨 수로 '외래어종'이라 하여 관리할 것인지 심히 우려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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