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중국산 붕어 토종 안방 노린다
떡붕어에 이어 국내 수중 생태계를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또 한 부류의 붕어군(群)이 있다. 다름 아닌 지난 1990년대 이후 중국으로부터 마구잡이로 들여오기 시작한 소위 '중국산 붕어류'이다.
이들은 특히 처음엔 식용으로 들여왔지만 얼마 안 가 '토종붕어와 향어 대용'으로 낚시터에 이식승인이 나면서 때를 만난 양 급속도로 전국 수계로 번져 나가 지금은 어느 수계, 어느 저수지 할 것 없이 터를 잡기 시작해 점차 세력권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가 이들 중국산 붕어들로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를 모두 점령당해 '중국 붕어 천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원산 떡붕어의 위세에 밀려 '씨 주고 몸까지 빼앗긴 판'에 이번엔 '때국으로부터 들여온 쭝국붕어'(실제 일부 뜻 있는 낚시꾼들은 이러한 격한 표현을 흔히 쓰고 있음)에 의해 나머지 자존심은 물론 근근부지 지켜온 안방까지 송두리째 빼앗길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생태계의 누란지세(累卵之勢)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들 붕어류가 얼마만큼 자연수계로 흘러들어 어느 정도의 생태적 피해가 우려되는지 정확한 상황파악은커녕 지금도 연일 '자원 조성을 빙자한 이식 승인서'에 도장을 찍어 주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학계에서조차 이들 붕어류의 명확한 종명과 생태학적 특성 등을 모르고 있을 정도로 관련 정보에 깜깜한 상황이니, 낚시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들 붕어류와 관련된 궁금증을 묻기 바쁘나 그렇다고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답변해 주지 않는 등 말 그대로 한심한(?)을 상황에 놓여 있다.
'외국산 물고기는 판을 치는 데 정작 그 물고기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기막힌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짜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등 도입자 또는 낚시꾼들이 자의적으로 이름 붙인 명칭과 생김새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고백컨대 기자도 본 시리즈를 기획·취재해 오면서 관련 학자 및 전문가를 통해 이들 중국산 붕어류에 대한 상세 정보를 수집하려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 봤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충분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내 상황이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진설명> 중국산 붕어류 가운데 일명 짜장붕어라 불리는 품종은 전문가가 아니고는 쉽게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토종붕어와 흡사하다. 위 사진이 우리나라 토종붕어이고, 아래가 소위 짜장붕어로 입 크기와 모양, 비늘 등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본래 붕어는 잉엇과 붕어속에 속하는 경골어류로, 학명은 Carassius auratus(학자에 따라서는 C. carassius, C.c.langsdorfii, C.a.gibelio)이며,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중국, 시베리아, 유럽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현재 도입되고 있는 중국산 붕어류의 뿌리는 바로 C. auratus 종과 분류학상 맥을 같이하겠지만, 유전적으로는 상당히 거리가 먼 종일 것이란 게 관련 학계의 주장이다.
붕어류를 비롯한 거의 모든 물고기들의 유전자 배열 또는 변이가 그것이 자란 서식지의 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아 같은 국가 내에서도 수계에 따라 각기 상이한 유전자를 지닌 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수계와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자란 중국산 붕어(중국 토종)가 우리나라의 붕어(한국 토종)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짜장붕어):1997년 초부터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 가장 보편화된 품종이다. 중국 명칭은 '펑더지 푸어위이'로 중국 현지인들이 일본산 떡붕어를 개량시켜 속성종으로 만든 품종으로 중국 현지서 가장 많이 양식되고 있다. 전체적인 겉모습은 우리나라 토종 붕어와 유사하나 머리 높이가 낮고 길며, 주둥이 길이가 짧고 입술이 작은 게 가장 큰 특징. 몸색깔은 토종 붕어에 비해 검은 편이다. <사진 참조>
측선비늘 수는 31∼32개. 처음에는 식용으로만 수입 승인이 났지만 그 당시부터 편법·불법으로 유료 낚시터 등에 무단 방류하는 사례가 많아 수시로 물의를 빚어 온 장본인이다.
▲쨔지 붕어:우리나라의 토종 붕어와 아주 흡사한 종으로 중국에서는 빨리 성장하나 우리나라에 이식되면 더디게 자라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측선비늘 수는 29개.
▲잉붕어·향붕어:국내 낚시인들 사이에서 '쌍지붕어'로 알려진 품종이다. 쌍지란 이름은 중국 명칭 '썅지 푸어위이'에서 온 말이다. 붕어에 잉어의 피가 섞여 있으면 잉붕어, 향어의 피가 섞여 있으면 향붕어라 부르고 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겉모습은 붕어와 비슷하나 비늘모양이 잉어와 향어를 닮아 있다. 국내에는 1998년 말부터 본격 수입되고 있다. 이식승인이 나지 않고 있지만 불법 이식하는 유료 낚시터들이 상당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산 붕어류 중 가장 빨리 자라며, 측선비늘 수는 32∼35개.
▲무창위 붕어:중국 도감의 명칭을 그대로 한역해 부르고 있는 품종이다. 무창위란 이름은 체격에 비해 창자길이가 작은 붕어란 뜻이며, 일부에서는 체격에 비해 주둥이가 극히 짧다고 하여 단두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붕어와는 전혀 모습이 다르며,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습성 및 생활사
이들 중국산 붕어류의 습성 및 생활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 낚시꾼들에 의해 각 품종의 먹이습성 등 극히 일부 내용만이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 인식 및 확산 경로
중국산 붕어류들은 겉모습이 국내산 붕어류들과 아주 흡사하거나 아니면 매우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낚시업계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상한 붕어'가 잡혔다는 제보와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는 곧 이들 중국산 붕어류들이 국내 각 수계를 급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제보와 인터넷 글 가운데에는 '붕어도 아니고 잉어도 아닌 대물급 물고기가 출현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확인해 보면 영락 없이 중국산 붕어류인 경우가 많다. <사진 참조>
중국산 붕어류들은 현재 거의 전량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고 있는데 하루 평균 70t씩 연간 2만t 정도(2004년 기준, 식품용 포함)가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들여온 붕어류 중 특히 활어(活魚)인 경우는 거의 대부분 유료 낚시터 등으로 판매돼 전량 방류되고 있다.
유료 낚시터에 방류하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풀어진 중국산 붕어들이 낚시꾼들에게 잡혀 알게 모르게 다른 수계로 재방류돼 전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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