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엇과의 풀먹는 독특한 물고기
◆분류학적 의의
초어(草魚)는 이름 그대로 '풀을 먹는 물고기'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산지인 중국의 명칭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일본 명칭인 '소교' 역시 초어(草魚)의 일본 발음이다. 풀을 먹는 독특한 식성은 영어의 명칭에도 그대로 반영돼 '풀을 먹는 잉어' 즉, 'grass carp'가 되었다.
초어는 잉어목 잉엇과의 경골어류로 학명은 'Ctenopharyngodon idellus'이다. 속명(屬名)인 Ctenopharyngodon은 그리이스어로 빗, 목, 이빨의 합성어이며 '목안에 있는 빗모양의 이빨(인두칟咽頭齒)'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 빗처럼 생긴 이빨(인두치)로 풀을 먹는 물고기가 바로 초어라는 뜻이다.
초어는 얼핏 보기엔 잉어처럼 생겼다. 하지만 수염이 없고(잉어는 2쌍) 머리가 작으며 등지느러미 기저가 짧은 특징이 있다. 비늘 역시 잉어를 닮았으나 비늘 윤곽이 검고 뚜렷하다. 옆줄(측선비늘) 수는 37∼44개이다.
잉어도 몸집이 크지만 초어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대형종으로 몸길이 1m, 몸무게 20㎏ 이상까지 자란다.
초어는 중국의 중요한 식용어로 오래 전부터 양식돼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처음엔 자원 증식과 양식(식용)의 목적으로 들여왔으나 워낙 덩치가 큰 데다 국내 식습성상 선호도가 낮아 얼마 안가 '수초 제거용'으로 도입목적이 바뀌게 되었다.
초어가 국내에 첫선을 뵌 것은 1963년으로, 일본으로부터 치어 20만 마리(5000마리란 설도 있음)를 도입한 게 최초의 시도이다.
최초 도입 당시 대부분은 낙동강 수역에 방류되고 일부는 국립수산진흥원 청평내수면연구소와 부산수산대학 양어장에서 자원 증식을 위한 종묘생산 시험에 들어갔다.
그후 1967년 대만에서도 치어 5만 마리를 들여온 적이 있는데, 이들은 국내 생산된 치어와 함께 전국 중요 수계와 어민들에게 방류 및 분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습성 및 생활사
초어는 풀을 먹는 독특한 식성 못지않게 생활사 또한 매우 특이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도입된 초어가 자연 번식되었다는 기록이나 보고가 없는 것은 타 어종과는 매우 다른 특이한 생활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록과 보고가 없기 때문에 중국 기록을 통해 초어의 생활사를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초어의 산란기는 4∼7월 사이로 비가 많이 와 강물이 불어나면 떼를 지어 상류로 이동해 해질 무렵이나 새벽녘에 수컷 한 마리와 암컷 여러 마리가 뒤엉켜 산란을 시작한다. 산란의 최적수온은 20도 내외이며, 유속이 1초에 1m 정도인 곳을 좋아한다. 7㎏짜리 암컷의 경우 한 배에 약 5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된 알은 물을 흡수해 공처럼 부풀어 오른 다음 수류를 타고 하류쪽으로 떠내려 가면서 발생이 진행돼 수정 후 40∼50시간 만에 자어로 태어난다. 중국에서는 100㎞가량의 먼 거리를 떠내려 가면서 부화가 완료되는데 만약 강이 짧아 부화가 끝나기 전에 바다에 다다르면 번식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초어는 강이 길어야 자연 번식이 이뤄질 수 있으며 강길이가 짧으면 번식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지 않는 까닭인지 아직까지 초어의 자연 번식을 확인했다는 기록과 보고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인공 번식으로 초어의 치어가 생산된 적이 있다. 1968∼1985년 사이에 진해내수면연구소와 청평내수면연구소에서 호르몬을 이용한 치어 생산에 들어가 양식업자에게 분양되거나 호수, 하천 등지에 방류한 적이 있다.
초어는 몸집도 크지만 성장속도도 무척 빠르다.
갓 부화된 자어의 몸길이는 5㎜ 정도이나, 한 달만에 2.2㎝까지 자라며 1년 만에 60㎝(체중 2㎏ 이상), 2년 만에 3㎏, 3년 만에 5㎏, 4년 만에 7㎏으로 성장한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초어가 국내에 첫 도입됐을 당시 사람들이 놀란 것(?)은 보도 듣도 못한 '풀을 먹는 이상한 식성' 때문이었다.
지난 70년대 기자가 직접 경험한 재미 있는 일화가 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에 있는 방아다리 방죽이라는 곳으로 낚시를 갔는데 한두 시간 쯤 지나자 물가에서 '소가 풀을 뜯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하도 이상하고 신기해서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들어보니 '소'는 없고 물속에서 커다란 물체가 수초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호기심이 더욱 생겨 낚시를 집어치우고 한참 동안 관찰해 보니 처음보는 커다란 물고기가 말 그대로 풀을 뜯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인근 동네사람들로부터 "새벽녘에 나와보면 '아삭 아삭'하는 소리가 마치 소가 여물먹는 소리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당시 상황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믿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으며, 필자만 '뜬금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이후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 모 양식장에서 '초어의 대단한 식성'을 또다시 경험했다.여타 양어장 같으면 물고기들에게 사료를 줄 터인데 초어 양어장에서는 주인이 낫으로 풀을 베다 소에게 꼴을 주듯 물에 던져 주면 초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어석 어석' 소리내며 잘도 받아 먹는다.
초어는 도입 이후 식용으로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하고 다만 일부 양어장과 저수지 등에서 수초제거용으로 방류 아닌 방류를 한 것이 오늘날까지 대청호, 충주호 등 주요 호수와 저수지 등에 살아남아 이따금씩 출현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생존하는 개체 수는 타 외래어종에 비해 눈에 띄게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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