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천·지천에서 21년 만에 새 서식처 발견 개가"
두 곳 서식처 모두 훼손 위험 높아 특별보호 시급
<15> 미호종개의 서식현황(5)
이번 조사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결과가 충남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도 나왔다. 이들 두 하천은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미호종개가 발견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이들 두 하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한 것에 대해 학계가 큰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1984년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이후 미호천 수계가 아닌 다른 하천에서의 첫 발견 사례'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당시만 해도 미호종개는 충북의 미호천에서만 발견됐으나 2년 만에 유구천과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함으로써 분포 범위가 더 넓어졌음은 물론 이를 계기로 미호종개를 바라보는 학문적 시야가 미호천에서 금강 전 수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의 추가 분포지'로서 갖는 이들 하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즉, 1986년 이후 끊어졌던 이들 하천에서의 공식적인 채집 기록이 이번 조사를 통해 21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됨으로써 미호천과 더불어 역시 이들 하천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재확인 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이 1986년도의 발견 장소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그간의 '상황 변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이들 하천의 서식지 상황 또한 다른 서식지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서식 개체 혹은 서식 규모면에서나 모두 위태롭기 그지없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란 점에서 큰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 공주 유구천 하류부
이번에 미호종개가 찾아진 지점은 금강과 유구천의 합수부에서 수㎞ 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옥성리 사이의 수역으로, 총 일곱 번의 현장 조사중 금년 5월 5일 있었던 네 번째 조사 만에 미호종개의 '얼굴'을 확인한 극적인 상봉이었다. 그것도 지난해 세 차례의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조사자 모두가 절종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올해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결국 미호종개를 찾아냄으로써 더욱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21년 전인 1986년도에 미호종개가 발견된 우성면 동대리 앞 수역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동대리 앞 수역은 현재 미호종개가 살 수 있을 만한 여건, 특히 서식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가는 모래 바닥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미호종개의 서식지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미호종개의 총 개체수는 지난 5월 5일 4회째 조사에서 처음 발견한 8 마리를 포함해 모두 13마리이다. 주요 서식처는 2m×20m(40㎡)의 매우 작은 규모의 사이트를 이루고 있으며, 서식처 바닥은 역시 가는 모래가 깔려 있고 물흐름은 그다지 세지 않은 여울 끝 부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모래로 이뤄진 서식처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 외에는 서식처 주변에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다.
조사팀이 새로 찾아낸 공주 유구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전경(위 사진). 현재 이곳에서는 극소수의 미호종개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그리고 요즘 금강 상류에서는 보기 드물어진 재첩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곳 서식처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흰수마자와 재첩./자연닷컴
조사 참여자로서 지난 5월 이곳에서 미호종개를 첫 발견해낸 이순재씨(BLS 기술이사, 생태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유구천 전 수역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미호종개를 발견할 수 없어 절종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는데 금년도 4차 조사에서 어렵사리 8 개체가 발견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돼 무척 기뻤다"며 "다만 현재 유구천에서 가는 모래가 남아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 밖에 없는 등 서식환경이 극히 열악하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한국고유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어종으로서 최근 수년째 국내 수계에서 서식 확인이 안돼 어류 학자들을 안타깝게 해온 '흰수마자(잉어과 모래무지아과)'가 이곳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함께 집단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도 올렸다.<본보 5월 7일자 1면 보도>
흰수마자 또한 가는 모래 바닥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으나 미호종개와 함께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생태학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서식처는 극히 좁은 수역에 제한돼 있는 데다 이들 물고기의 서식환경에 가장 중요한 모래 바닥이 인근 주민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있는 등 멸실위기에 있어 당국의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해양생명공학과)는 "어렵게 찾아낸 중요 어종의 서식처가 인근 주민들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국의 계도와 서식처에 대한 특별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양 지천 하류부
청양의 지천 또한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적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작천리 지점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 지역 수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가 다르긴 하나 지천 수계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공식 확인된 것은 공주 유구천처럼 21년만의 일이다.
기존 서식처인 작천리 수역은 현재 가는 모래바닥이 대부분 사라진 대신 거칠고 굵은 모래가 주로 깔려 있는 등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해 미호종개가 서식처를 옮긴 주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청양 지천의 구룡·회곡리 지점 역시 이번 조사팀이 새롭게 찾아낸 '지천내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처'로서 학술적, 종 보전적 차원에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으나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천렵지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훼손 위험이 높다. 천렵꾼들이 먹다 버리고 간 행락 쓰레기 너머로 조사팀이 채집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닷컴
이번에 새롭게 찾아진 구룡·회곡리 수역은 지천의 하류부에 속한 곳으로 하천 주변에는 공주 유구천처럼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고 여울과 소가 곳곳에 형성돼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가는 모래가 바닥을 이루는 곳은 이번에 발견된 새 서식처가 거의 유일하다.
현지 조사는 총 일곱 차례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 중 모두 11마리가 확인됐다.
발견 지점은 구룡·회곡리 바로 앞 수역과 그로부터 약 7백~8백m 가량 떨어진 하류 수역 등 두 사이트로, 서식처 규모는 한 사이트당 5m×8m(40㎡) 정도로 이곳 역시 극히 협소한 장소에 근근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서식처는 지척에 인근 지역민들이 천렵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구 다리의 교각 밑에 위치해 있어 남획 등 훼손 위협이 항존하고 있는데 실제 취재에서도 배터리와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현장이 수시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지천 하류부와 공주 유구천 하류부 서식처에서는 최근 금강 상류 쪽에서는 거의 사라진 재첩(이매패류)이 다량 서식하고 있어 조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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