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미호종개의 서식환경(2)

 

"미호천 본류 모래 입자와 유속 변화가 개체수 감소 원인"
 
미호종개는 어떠한 환경에서 살까. 수심이 깊은 곳에 살까 아니면 얕은 곳에 살까.

물흐름(유속)은 어떤 곳을 좋아하고 하상구조는 어떤 곳에 주로 살까.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연구책임 방인철 교수, 해양생명공학과)의 조사 참여자로서 본 기획 시리즈의 현장취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호종개는 수심 30~80cm 사이에서 서식하되 어른 무릎 깊이인 50cm 수심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물흐름 속도는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천별로 보면 미호천 본류(팔결교 지점)가 최대 36cm/sec, 평균 30cm/sec로 물흐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고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곳은 백곡천 상류(최대 16cm/sec, 평균 10cm/sec)로 분석됐다.


수심 및 물흐름 속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곳은 미호천 본류로 수심 50cm에서 40~42cm/sec로 측정돼 다른 하천(지천 10~14cm/sec, 백곡천 11~20cm/sec, 갑천 18~27cn/sec)에 비해 빠른 유속을 보였다.

 

'미호종개의 본향'으로서 미호종개가 많이 서식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의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의 하상정리 및 골재 채취로 예전에 비해 유속이 빨라졌음을 감안할 때 '유속의 변화'가 미호종개의 감소 요인으로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호종개의 서식처.  미호종개는 수심이 약 50cm인 비교적 얕고 물흐름이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는 청양 지천의 하류부 전경./자연닷컴 


그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항목은 미호종개가 사는 곳의 하상구조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알을 낳아 부화시켜 대를 잇는 곳도 모래바닥이요 먹이를 찾는 곳도 모래바닥이며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는 곳 역시 모래바닥이다. 이렇듯 모래바닥은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호종개는 어느 정도 크기의 모래 입자를 좋아할까.


역시 홍영표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의 0.6mm 이하 모래입자 크기의 저질 함량이 평균 86.3%로 나타나 '미호종개는 아주 미세하고 고운 모래 바닥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하천별 함량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미호천 본류의 경우 0.6mm 이하 입자 크기의 함량이 27.8%인 데 비해 갑천 76.4%, 백곡천 88.8%, 지천 93.7% 등으로 나타났다.


0.6mm 보다는 굵은 4.75~19mm 크기의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대로 미호천 본류가 23.3%인 데 비해 백곡천 0.19%, 갑천 0.06%, 지천 0.5% 등으로 분석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박사의 연구와는 별도로 일반 가정용과 비슷한 크기의 체(눈 크기 2.8mm)를 이용해 각 서식처의 하상 모래를 굵은 입자와 가는 입자로 분리해 본 결과 사진에서와 같이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취재팀은 우선 미호종개 서식처별로 한 곳당 다섯 지점의 모래를 무작위로 3kg씩 채취한 다음 건조과정을 거쳐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각각의 입자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전체 3kg의 모래 가운데 가는 모래가 2.1kg, 굵은 모래가 0.9kg으로 나타났고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진천 관내)은 각각 2.52kg과 0.48kg으로, 대전 갑천(월평공원 인근 지점)은 2.7kg과 0.3kg으로, 청양 지천(하류지점)은 1.75kg과 0.25kg으로, 공주 유구천(하류지점)은 2.8kg과 0.2kg으로, 진천 백곡천(상류지점)은 2.88kg과 0.12kg으로 측정돼 대조를 보였다.


2.8mm 크기의 체로 쳐서 분석한 결과로 볼 때에는 진천 백곡천 상류의 저질 입자가 가장 곱고 일정한 크기로 구성돼 있는 데 반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큰 입자가 많고 거친 하상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백곡천 상류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개체수가 무려 1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 '현존 최대의 집단서식처'이다. 반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첫 발견된 장소로서 학계에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로 보고된 곳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서식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이번 조사에서 단 한 마리만 확인된 곳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하상골재 채취 이후의 변화된 저질입자 구조 또한 개체수 급감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미호종개 서식처의 저질구조 비교.  미호종개 서식처의 모래를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굵은 모래와 가는 모래를 분리한 사진.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위로부터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 미호천 농다리 지점, 갑천./자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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