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미호종개의 서식현황(4)

"유일한 도시하천내 마지막 서식처 개발 앞두고 멸실 위기"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은 모두 6개 지점이다. 앞서 설명한 미호천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 진천 백곡천 상류 외에도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과 충남 청양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 유구천 하류부 등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대전 갑천의 월평공원 부근은 하천 특성상 대전시 지역을 관류하는 '도시하천 내' 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지이자 역시 도시하천인 대전 유등천(갑천 지류)과 청주 무심천(미호천 지류)에서는 이번에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은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또한 갑천 본류수역으로서 1998년과 2000년도에 채집기록이 있는 대전 서구 가수원교 지점에서도 미호종개가 찾아지지 않았다.

 

현재 갑천은 다른 도시하천들과 마찬가지로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자연하천 구간과 직강공사 등으로 옛 모습을 거의 잃은 인공정비 구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찾아진 곳은 자연하천 구간 내이다.

 

구체적인 지점은 대전 서구 월평공원 옆 인접 수역(가수원동 관내)으로 주변에는 달뿌리풀, 버드나무 등의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등의 수초대가 형성돼 있다.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은 세 개의 작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사이트 역시 타 서식처처럼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되고 있다.

 

갑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대전 갑천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유일한 도시하천'으로서 일부 구간에 주변에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같은 수초대와 고운 모래층이 형성돼 있는 등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으나 서식환경 악화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현지 조사는 총 네 차례 이뤄졌으며 최종 조사 시점인 지난 6월 28일 15번의 채집활동으로 7 마리를 확인한 것을 비롯해 모두 36마리가 확인됐다.

 

서식처 규모는 가장 큰 사이트가 2m×30m 정도(60㎡)로 매우 작은 편이며 다른 두 사이트를 합쳐도 10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 서식처도 '갑천의 마지막 남은 미호종개 서식처'로서 명맥 유지와 종 보전에 매우 중요한 보루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비록 서식처 규모는 작지만 채집시 마다 미호종개를 확인할 확률은 의외로 높아 세 사이트 중 가운데에 위치한 사이트(가장 큰 사이트)에서는 거의 매번 확인됨으로써 조사팀들이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로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이곳에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모두 성어)의 크기는 다른 서식처의 개체보다 유독 큰 반면 어린 개체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시 채집상의 문제는 없을까 하고 조사때 마다 특별히 신중을 기했지만 지난해부터 금년 6월까지 실시된 총 네 번의 집중 조사에서 어린 개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갑천의 미호종개

갑천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는 타 서식처의 것보다 크기가 크나 어린 개체가 확인되지 않아 종 보전상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미호종개, 특히 성어(成魚)의 출현율은 높은데 어린 개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종 특성상 어린 시기에는 미소 서식처가 성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곳의 서식 환경이 이들의 번식에 적합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첫 번째의 추측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서식처의 경우 출현 빈도는 다소 다르지만 성어와 새끼 미호종개가 대부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갑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종합, 고려할 때 두 번째 추측이 답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현 서식처의 저질을 이루는 모래층이다. 지난해 8월 하순 예비 취재 및 조사 당시엔 모래 바닥이 비교적 깨끗했는데 금년 3~6월 취재 및 조사시에는 모래층이 검게 변해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닥층 아래 10~30cm 가량이 상류로부터 유입된 각종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인해 심하게 부패돼 있는 것이다. 부패 정도가 심한 곳에서는 황화수소 가스가 방울져 올라오면서 매캐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다.

 

바닷가 갯벌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원층(무산소층)이 이곳 모래 바닥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오죽하면 조사팀원 모두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미호종개가 살고 있을까" 하고 반문할 정도였으니 오히려 미호종개의 내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하순은 이미 큰 비가 내려 바닥이 어느 정도 정화된 상태였고 올해 3~6월은 장마가 지기 전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매년 이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3~6월은 미호종개가 산란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서식처 바닥이 심하게 부패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점에서 미호종개의 내대림은 현재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내림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원활치 못한 것만큼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썩어가는 하천 바닥

갑천 내 미호종개 서식처는 현재 상류로부터 유입된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모래바닥이 썩어가는 등 악화일로에 있어 절종을 부채질 하고 있다./자연닷컴

 

환경이 적합하다면 왜 산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또 어미 개체들만 관찰되겠는가.

 

수십 수백 만년을 이어오면서 형성된 갑천의 어류상에서 미호종개의 이름이 제외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구상의 '외로운 혈통 미호종개'는 이처럼 이곳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갑천은 도시하천이란 점에서 다른 일반 하천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생활하수에 의한 오염 진행속도와 정도가 눈에 띄게 다르며 수온의 상승폭과 변동폭도 훨씬 다르다. 게다가 개발에 의한 서식환경 파괴 및 변화 강도도 훨씬 강하며 속도 또한 빠르다. 이는 곧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요소로부터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데다 최근 들어 추진되고 있는 대전 서남부권 신도시 및 택지 개발사업과 동서대로 건설 사업(월평공원 터널공사 포함)은 미호종개의 숨통을 더욱 옥죄는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하천 내부적인 서식환경 악화도 벅찬 판인데 여기에 더해 외부적인 환경 파괴가 바로 눈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시민 단체의 반발과 요구로 터널 등 각종 공사를 친환경적으로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바로 지척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자체가 하천생물인 미호종개의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되는 '비수'가 아닐 수 없다. 대전의 허파로 불리는 월평공원의 보전과 함께 자연하천 형태로 남아있는 갑천 중하류 수역의 보전 문제가 미호종개의 종 보전에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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