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11.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①

 

 

 

 

■현재 약 2만 마리만 사는 '외로운 물고기' 확인

 

 

미호종개가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해는 1984년이다.

당시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서원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학명은 1993년 Iksookimia choii로 변경)

미호종개로서는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불리워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가 신종발표를 계기로 당당히 새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줄곧 미호종개의 앞날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신종발표 이후 지금까지 있어온 채집 기록 내지 서식 기록을 보면 미호종개는 늘 위태로운 삶을 이어오고 있는 '외로운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이후 계속된 조사를 통해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분포역이 밝혀지긴 했으나 최근까지 20 여년 동안 찾아진 서식분포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고, 개체수도 타 어종에 비해 극히 적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식분포지 자체가 금강 수계내의 몇몇 수역으로 극히 한정돼 있는 데다 서식개체수 또한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인 감소 경향을 보임으로써 급기야 멸종직전까지 내몰려 있는 상황(1993년 환경부 멸종위기종 지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다른 서식지는 물론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에서조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벼랑끝 신세다.

1984년 이후의 채집기록을 보면 10년전인 1997년까지는 미호천 본류에서의 서식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으나 그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개체수가 급감해 2006년 초까지 채집기록이 아예 없을 정도다.

  1년간의 현지 조사 실시

  이번 시리즈를 위해 충청타임즈 취재팀은 지난해 6월부터 1년여 간의 현장 취재를 통해 미호종개 서식현황 등을 집중 취재했다. 사진은 충남 청양의 지천에서 미호종개 서식 여부 및 동서종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자연닷컴

 

그렇다면 지금 당장의 미호종개 총 서식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전체 서식지에서 현재 남아있는 생존 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질문은 미호종개의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자연수계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 수를 정확히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다만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감안할 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여기서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미호종개를 최근에 현장 조사한 학자들이나 조사원 대다수가 흔히 "내 손 안에 있소이다"란 표현을 쓸 만큼 속 사정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종 집단이 돼 버렸음을 인식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시리즈를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동안 미리 현장 취재하면서, 또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복원프로젝트를 밀착 취재하면서 얻어낸 답은 '약 2만 마리 정도'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서식지 개체수 약 1만 마리가 포함된 숫자이다.

이와 관련해 미호종개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방인철교수는 "금강 수계내 전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현재 남아 있는 미호종개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된다"며 같은 뜻을 밝혔다.

약 2만 마리밖에 안 되는 개체수, 이것이 바로 전 세계를 통틀어 현재 남아있는 미호종개의 숫자요,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겸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현주소인 것이다. 


■서식현황조사

가) 조사 방법
미호종개는 1993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05년 3월에는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한 특별 보호종이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문화재 훼손허가 등 필요 절차를 밟아야만 직접 채집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 조사하는 일은 부득이 정식 허가를 얻어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채집 조사 현장을 밀착 취재하는 방법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방교수팀의 현장 조사는 2006년 4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됐으며  취재팀의 사전 취재는 2006년 6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후속 취재는 2007년 3월부터 6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방교수팀과의 밀착 취재 외에도 필요 지점에 대한 동서종(同棲種) 및 종 다양성 조사와 미소서식처(microhabitat)별 저질특성 조사 등은 별도로 직접 진행했으며 이와 함께 각 수계에 대한 문헌조사 및 탐문조사도 직접 병행 실시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현지 조사에서는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여부 조사 외에도 하천 저질특성과 먹이 특성 등 다양한 조사 연구가 병행 실시됐다. 위 사진은 미호종개의 먹이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 하천 바닥의 모래를 현지에서 채취해 조류 등 부착 생물을 채집하는 장면. 아래 사진은 미호종개의 위 내용물을 관찰하고 있는 이상명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의 모습./자연닷컴

 

나)조사 지점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 여부 조사는 미호종개가 최초 확인돼 학회지에 기재발표됐던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을 중심으로 한 미호천 전 수계(백곡·초평·보강·무심천 포함)와 2006년 이전까지 서식이 확인된 그밖의 지점, 즉 금강 본류(대청댐 직하부에서 부여 관내까지)와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유등천, 충남 청양 지천, 공주 유구천을 대상으로 집중 실시됐다.

또한 금강 지류 중 미호종개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충북 보은·옥천의 보청천, 영동의 초강천, 충남 금산의 금산·봉황천, 전북 무주의 남대천, 충남 논산·강경의 논산천,부여의 금천 등이 서식여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조사 결과의 보도 계획
이번의 미호종개 서식현황 조사가 있기 전, 즉 2006년 3월 이전까지 실시된 조사 내용을 보면 미호종개는 1997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석우리 인근의 미호천에서 서식이 확인된 이후 대전 갑천에서만 두 차례 채집됐을 뿐 그밖의 서식지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갑천 외에도 미호천의 팔결교와 농다리 부근(진천)에서 각각 1개체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미호천 지류인 백곡천 상류에서 약 1만 마리가 살고 있는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 등 총 6개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밝혀진 각 서식지의 서식현황과 서식환경(동서종 및 종 다양성,하상구조 및 저질 특성,수질환경 등)에 대해 앞으로 10회에 걸쳐 상세 보도할 계획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