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계통 분석의 의의

 

오늘날 어류를 포함한 각종 생물의 계통분류 방법이 보다 새로워지고 있다. 즉, 기존의 형태 형질분류 및 골격학적 연구 외에도 유전정보인 DNA 염기서열 분석 연구를 통한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생물계를 '원생생물·식물·동물'로 구분하던 체계마저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박테리아계·고세균계·진핵생물계'로 분류하려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한 분류 방법은 어류를 포함한 각 동물의 종 내 개체나 개체군 또는 종간의 진화적 유연관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복잡한 핵 DNA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 생물들의 유전자 다양성을 평가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또 다른 특성은 핵 DNA에 비해 진화율이 5~10배 정도 빠르고 각 영역별로 다른 진화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부분의 생물 종에서 수컷 배우자의 접합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는 모계유전을 하며 한 생명체 안에는 한 종류의 미토콘드리아 집단만이 존재하는 특징이 있다.

 

이같은 특징들로 인해 최근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등이 어류 분야의 집단내 혹은 집단간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는데 효과적인 표지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도 일부 연구진에 의해 수행돼 그 결과가 학계에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미꾸리과와 종개과 전체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와 특히 한국특산종으로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분자계통학적 연구는 시도된 바 없다.

 

이에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팀이 실시한 '미호종개의 분자계통 분석'은 전편에 소개한 유전 다양성 연구와 함께 '국내 최초의 연구'로서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성과를 담고 있는 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은 국내 처음으로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 전체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 미호종개를 포함한 이들 어류가 분자 수준에서 어떤 분류체계를 이루는지를 밝혀냈다./자연닷컴


 
■분석 과정 및 방법

 

미호종개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산 미꾸리과 어류 및 종개과 어류의 분자 계통수(분자 수준의 계통분류)는 과연 어떤 체계로 이뤄졌을까?

 

이같은 의문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박사팀은 먼저 시료 채집 및 자료 확보에 들어갔다.

 

시료 채집은 미꾸리과 16종과 종개과 3종을 대상으로 직접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는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 이뤄졌다.

 

또한 계통발생 분석에서 아웃 그룹(out-group)으로 사용할 잉어목 잉어아과의 붕어와 모래무지아과의 참마자는 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의 유전자 은행에 등록된 자료를 인용키로 했다.

 

실제 분석에 들어간 연구팀은 토탈 DNA를 추출하기 위해 시험어의 꼬리지느러미 일부를 자른 다음 1996년 일본인 학자 아사히다 등이 창안한 방법에 따라 필요 과정을 거쳐 토탈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백곡천서 채집한 암·수 미호종개 혈액으로부터 순수 분리된 genomic DNA의 전기영동 상./자연닷컴

 

 미호종개 치어의 개체별 genomic DNA의 전기영동 상./자연닷컴


이어 미토콘드리아 DNA 전체 영역에서 원하는 유전자 3개 영역(사이토크롬b 영역, 12S rRNA 영역, D-loop 영역)을 선택적으로 증폭하기 위해 NCBI 유전자은행으로부터 잉어목 어류들의 염기서열을 확보한 뒤 여러 과정을 거쳐 실험어들의 염기서열을 결정했다.

 

종간 계통수 분석에서는 실험에 사용한 미꾸리과 16종과 종개과 3종을 인 그룹(ingroup)으로, 잉어목의 붕어와 참마자를 아웃 그룹(outgroup)으로 정한 다음 바이오에디트(BioEdit) 프로그램을 사용해 유전자별로 각각의 염기서열을 다중 배열하고 그 다음으로 메가(MEGA)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유전자별 염기 조성 비율을 비교했다.

 

계통 분석을 위한 유전자 영역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이토크롬b와 12S rRNA 유전자, 변이가 심한 D-loop(control reason) 영역 및 이들을 조합한 사이토크롬b + 12S rRNA + D-loop(control reason) 등의 네 종류를 사용했고 분석방법은 ML(maximum likelihood) 방법과 NJ(neighbor-joining) 방법을 응용했다. ML과 NJ의 부트스트랩 값(bootstrap values)은 1,000회 반복에 의해 계산됐다.

 

이러한 연구 과정과 방법을 거쳐 방박사팀은 국내 처음으로 미호종개를 포함한 한국산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 전체에 대한 분자계통 분석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 회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실험에 사용한 샘플 어류의 목록./자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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