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유일 금강.미호천 서식…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학술적 연구와 보전을 위해 약품 처리한 후 고정해 놓은 미호종개 표본./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는 멸종위기 Ⅰ급어류이자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의 종명(Iksookimia choii)을 뜻한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금강, 그중에서도 미호천을 중심으로 한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이자 '한국고유종'인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Iksookimia)과 종소명(種小名·choii), 명명자(命名者·Kim and Son)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는 미꾸리과의 다른 종에 비해 주둥이 앞부분이 유난히 뾰죽하고 길며 꼬리부분의 미병부가 가늘고 긴 특징이 있다. 몸 측면에는 반원 또는 세모 형태의 반점이 있고 등 쪽에는 불규칙한 얼룩무늬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란

 

익수키미아 초이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미호종개'의 종명(種名) 'Iksookimia choii' 를 한글로 표현한 말이다. 미호종개는 1982년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 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청주 인근 미호천에서 채집하여 1984년 김익수 박사(전북대 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미꾸리과 어류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수계의 청원 미호천과 공주 유구천 등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서식하는 매우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다시 말해 금강특산종이면서 한국고유종이요, 희소적 가치로는 국제적 희귀어종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 명명자(命名者)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로서 학술적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속명인 IksookimiaIksookim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이며, 종소명인 choii는 김익수박사와 손영목 박사가 그들의 은사이자 한국 어류학계의 거두인 고 최기철 박사(전 서울대교수)를 기리고자 그의 성(崔)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최'가 아닌 '초이'로 읽힌다.

 

또한 미호종개의 정식 학명은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인데, 여기에서 괄호안의 Kim and Son은 다름 아닌 최초 이름을 붙인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이니셜이다. 참종개 왕종개 가는돌고기 점몰개 동사리, 얼룩동사리, 퉁사리, 좀수수치 등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신종 발표된 다른 18종의 민물고기들과 함께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특별한 물고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쓰이고 있는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이란 학명을 공식화 한 이가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란 점이다.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Nalbant 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屬)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당시 종명 Cobitis choii)와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을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뿐만 아니라 Kottelat란 학자도 최근 몽골산 기름종개속의 lebedevi Iksookimia속에 포함시켜 기록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들 어종의 대부분을 신종 발표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김익수박사의 업적에 근거한 것으로, 특히 이들 어종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 박사의 '혜안'을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국내 학자의 특별한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속(屬)을 기재 발표케 한 중요한 모티브가 된 것이다. 손영목 박사와 함께 제기했던 미호종개의 분류학적 특성 또한 그러한 모티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의 최초 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의 미호천 팔결교 부근<사진>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이다. 타입 로컬리티란 어떤 생물 종의 모식지역으로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신종 발표시 이 곳서 채집 동정한 개체를 '모식표본·type species'이라 함)가 타 지역서 채집되는 개체와 비교 동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호천 팔결교 부근에서는 미호종개가 거의 채집되지 않는 등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의 자존심'

 

미호종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학술적, 유전자원적 혹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 물고기가 정작 국내에서 그 존재성과 가치성이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서식처 파괴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최초 채집 장소인 청원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사진 참조: 이곳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임)에서 조차 종적을 감추어가고 있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급어류'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재청도 미호종개의 존재가 첫 알려진 이후 20여 년만인 지난 2005년 3월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 보호에 나섰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격(死後藥方文格)이다.

 

최근엔 환경부가 주축이 돼 미호종개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완전복원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 학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망가진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이 복원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을 보다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처방과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한낱 헛수고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가 지키고 가치를 높여야 할 '한국의 자존심'이 끝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상황인 것이다.

 

 

<사진설명> 몇 안 되는 미호종개 서식지 중의 한 곳인 대전 갑천의 상류지역.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하며 바닥에는 잔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다. 지난해 8월 예비 조사때 촬영한 것으로 주변에는 풀과 숲이 어우러져 있으나 이곳 역시 서식개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8개월간의 취재 여정

 

이에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밝혀내고, 나아가 이 종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형태형질 분석과 유전자 분석(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재조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지닌 학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아울러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자 이번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8개월간 35회 걸쳐 상세보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여 동안 총 35회에 걸쳐 보도예정이며, 주요 내용으로는 한반도 민물고기의 유래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익수키미아 초이''의 탄생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 유전 다양성과 분자계통학적 특징 학술적·문화재적 가치 서식 현황과 환경 사라지는 이유 생식특성과 생활사 먹이특성 복원 노력과 과제 복원 성공을 위한 제언 등을 다루게 된다.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특히 미호종개의 첫 발견에서부터 학계 보고 과정, 현재의 학명이 붙여지기까지의 과정, 종 특성 등을 상세히 추적 소개함으로써 미호종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자긍심을 고취시킴은 물론 '멸종위기급어류'로서의 미호종개와 '천연기념물 454호'로서의 미호종개가 갖는 의미를 재고찰하고, 개체수 감소요인 및 멸종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 규명을 통해 보전방안 마련을 촉구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와의 동행 취재 및 연구 분석 의뢰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생활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고 지상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복원방안 제시와 함께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관심과 노력 제고를 촉구할 예정이다.

 

/ 김성식 충청타임즈 생태환경 전문기자2007년 04월 12일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약 8개월 동안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가 충청타임즈에 기획 보도한 자료를 '자료 제공' 차원에서 재편집해 싣습니다.

지금은 미호종개를 둘러싼 상황이 이 기사 보도할 때와는 매우 달라졌음을 감안해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미호종개 보호 노력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미호종개의 주요 서식지인 부여·청양의 지천 일부 수역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해당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정 예고 30일 뒤면 '부여·청양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호종개는 문화재보호법상의 천연기념물(454호)과 야생동식물보호법상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로 지정 보호돼 왔다. 따라서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호종개는 3중의 법적 보호를 받는 '귀한 몸'이 된다. 종(種)은 종대로, 서식지는 서식지대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의 이면에는 미호종개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죽이나 다급한 신세가 됐으면 2중으로도 모자라 3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는가라는 점이다.

 

미호종개는 지구상에 한반도에만, 그것도 유독 금강 수계에만 사는 미꾸리과 어류다. 한국고유종이면서 금강특산종이요, 분포상으로는 지도 위에 점 몇 개로 표시될 만큼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국제급 희귀어종이다. 그런 귀중한 유전자원이 오늘날엔 개체수마저 크게 줄어들어 희소종 중의 희소종이 돼 버렸다.

 

미호종개가 처음부터 보기 드문  물고기는 아니었다.

특히 미호종개란 이름을 낳은 미호천에서는 오히려 '흔한 물고기'였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름철 장마만 지면 미호천변의 실개천과 논 물꼬에 지천으로 모여들던 물고기가 미호종개였다.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손영목(전 서원대교수)·김익수박사(전북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1983년 채집 당시 한 차례에 평균 20여 마리가 잡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모래 채취와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지금은 절종직전에 와 있는 딱한 신세가 됐다.

 

서식지도 급감해 과거 20여 곳에서 불과 5~6곳으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 신종 발표 당시의 원기재 지역으로 지금의 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 부근에 해담됨)에서도 사실상 절종 상태에 처한 '옛 물고기'가 됐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미호종개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하면서 타입 로컬리티를 포함시키지 않고 부여·

 

 

청양의 지천을 보호구역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금강 수계에 대한 미호종개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미호천에는 보호할 만한 서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백곡저수지 상류부도 자연형 하천이 아니어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천은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인 흰수마자도 함께 서식하고 있어 보호구역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타입 로컬리티가 위치해 있는 충북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입장이 못된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마저 지키지 못한 처지도 있고 게다가 금강 수계내 최다 서식지인 백곡저수지 상류부마저도 현 상태대로의 보호는 커녕 삽질을 가한다는 입장이니 입이 열 개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학계에 보고된 미호종개의 타입표본(Holotype 홀로타입: 신종 발표시 기준으로 삼은 표본)은 현재 전북대 자연과학대 생물학과가 수장중인 4854번의 표본이다.

이 홀로타입이 채집된 타입 로컬리티가 '미호종개의 옛 서식지'로 남을,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에 와 있음을 먼저 부끄러워 해야 한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량한 물고기 중의 하나다.

백곡저수지 미호종개, 어항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중 학술적 이력이 가장 독특한 종은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다. 1982년 당시 서원대교수이던 손영목박사가 미호천에서 첫 채집해 1984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이 물고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금강 수계에만 사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또한 이 물고기는 우리나라 전체 민물고기 200여종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을 이루는 속명, 종소명, 명명자 모두가 국내 학자로만 만들어진 기념비 같은 어류이다.

 속명(Iksookimia)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을 따서, 종소명(choii)은 김박사와 손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성(崔)을 따서 붙였다.  지금의 정식 학명인「Iksookimia choii (Kim and Son)」에서, 최초 명명자를 뜻하는 괄호안의 Kim and Son은 신종발표자인 김박사와 손박사를 뜻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학명을 공식화 한 이는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다. 기름종개속(屬)의 권위자인 Nalbant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발표당시 종명은 Cobitis choii)를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과 함께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미호종개로 인해 미호종개속이란 하나의 분류체계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미호종개를 한국의 자존심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하지만 미호종개는 외롭고 가련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구상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일부수역에만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태생적으로 외롭고 생태적으로도 밀려나 살고 있다는 뜻이다.

 미호종개 서식지는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약 20개 지점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조사에서는

겨우 6곳(인공복원지 제외)밖에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개체수마저 급속히 줄고 있다. 국내 최대 서식지인 진천 백곡저수지의 상류부만이 약 1만 마리가량 살고 있을 뿐 다른 서식지에서는 겨우 서식사실만 확인될 정도로 극소수가 살고 있다. 학자들은 현존 개체수가 불과 2만 마리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호종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백곡저수지 둑높임 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강행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내용이야 어쨌든 공사 진행 자체가 미호종개에겐 엄청난 위협이다. 상황에 따라선 '그나마 밀려나 가까스로 살아오던 최후 보루'마저 잃을 판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한 동물의 집단 서식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군다나 백곡저수지내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의 경우 기존에 알려졌던 서식지와는 환경이 판이하다. 미호종개는 대부분 유속이 완만하고 모래가 깔린 하천의 얕은 여울에 서식하는데 백곡저수지에서는 상류의 하천 유입부 한 곳에 집중해 살고 있다. 유입수량과 수질, 저수위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사후 5년간 현수위를 유지한 뒤 매년 30㎝씩 수위를 높인다고는 하나 지금과 같은 서식환경이 그대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또한 대체 서식지란 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며 사업추진을 위한 면죄부용일 뿐이다. 자연상태의 물고기 서식지는 결코 어항이 아니다. 인위적 공간을 만들어 미호종개를 살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백곡천과 백곡저수지가 어항이 아니듯 미호종개 역시 어항속 물고기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 그들이 왜 전례없이 백곡저수지 상류에 몰려 살게 됐는지, 그 가련한 원인부터 생각해 볼 때이다.

추억 속 랜드마크 '금강'은 이제 슬프다

 

 

금강은 특별하다. 전북서 발원해 1천리를 굽이치고도 다시 전북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큰 강 치고 발원지와 종착지가 한 도(道)에 있는 건 금강 뿐이다. 그러면서 물줄기는 전라 경상 충청을 아우른다. 그래서 삼기(三岐)의 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강을 금강답게 특징 지웠던 것은 금빛 백사장을 끼고 수놓 듯 흐르던 푸른 물결이었다. 오죽했으면 비단강(錦江)이라 했겠는가.
푸른 물빛과 함께 곳곳에 펼쳐졌던 황금빛 모래사장은 가히 금강의 대명사였다. 대전 인근의 신탄진과 청원 부용의 금호리 일대는 해수욕장이 보편화 되기 이전에 이미 강수욕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곱디 고운 모래사장은 지류 곳곳에도 펼쳐져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미호천이다. 지금도 청주시민의 추억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팔결다리 백사장과 까치내 백사장은 학생들의 소풍 장소이자 주민들의 천렵 장소로서 손꼽히던 명소였다.

 


금강은 또 여러 생명체를 껴안은 생명의 강이었다. 서식 환경이 다양하니 그곳에 깃든 동식물도 다양할 수밖에. 물고기만 해도 그렇다. 전세계에 오로지 금강수계에만 사는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멸종위기Ⅰ급)를 비롯해 어름치(〃 238·259호), 감돌고기(멸종위기Ⅰ급), 흰수마자(〃), 퉁사리(〃), 꾸구리(〃Ⅱ급), 돌상어(〃), 둑중개(〃), 금강모치, 종어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갑고 소중한 물고기들이 지천했다.
'익수키미아 초이(Iksookimia choii-미호종개의 학명)'의 주인공 전북대 김익수교수가 '미호천엔 색다른 물고기가 살 것'이란 학술적 상상을 가짐으로써 결국 미호종개를 발견해 냈던 모티브도 바로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봐왔던 미호천 모래사장이었다. 금강은 또 '물고기 할아버지' 고 최기철박사의 학문적 고향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금강에 애착을 갖고 있다. 지류이긴 하지만 금강 언저리서 태어나 그 물에 멱 감으며 자랐고, 언론사에 몸 담은 뒤론 줄곧 '주요 출입처'로서 늘 관심을 가져왔다. 금강 토박이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인연이요 당연함이었다.

 


그러나 이제 금강은 슬프다. 보면 볼수록 가슴 설렜던 본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적어도 비단강 시절의 금강은 이젠 없다. 속살이 훤히 비치던 푸른 물결도, 금가루가 금세 묻어 나올 것만 같던 모래사장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생명의 숨소리도 야위어 있다. 부여의 진상품이던 종어는 오래 전에 절종됐고 어름치는 수십년째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인공복원됐다. 뿐만 아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랫바닥을 훑기만 해도 한 줌씩 잡혀나왔던 재첩은 물론 갈퀴질 한 번에 대여섯 마리씩 튀어나왔던 모래무지, 커다란 그림자를 그리며 떼지어다닌다 하여 멍석이라 불렀던 잉어떼들…. 모두가 옛날 얘기다.

 


강은 자체가 생명이다. 생로병사가 있다. 수십,수백 억 년을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에 따라 모습을 갖춰온 복합생명체다. 그러나 그같은 복합생명체도 '인위'에는 약하다. 강의 최대 천적은 인간이다.
어느날 졸지에 물흐름이 바뀌고 곳곳이 단절된 채 상하류가 뒤죽박죽 된 것도 사람에 의해서요, 한반도 형성기부터 뿌리 내려온 물고기들이 어느 한 순간 사라져간 것도 사람에 의해서다.

 


금강은 이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가뜩이나 벼랑끝 신세이던 금강이 목하 4대강 사업의 손안에서 '조각(彫刻)'되고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숱한 세월을 이어온 자연의 라이프사이클에 감히 마구 손을 대도 되는 건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렵다.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금강의 라이프사이클, 그 와중에 우리들 추억속 랜드마크까지 갈가리 '조각'나고 있다.

몇 종이나 더 '철창 신세'를 질 지 두고 볼 일이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들끓을 때 일부 어류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주요 물길이 연결될 경우 민물고기의 생물다양성 파괴가 예상되므로 각 수계별로 전문시설을 만들어 전 어종을 별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철창 같은 현장외(現場外) 보전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겠는가.
수 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사업을 학자들이 굳이 주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현장내(現場內) 보전이 최선책임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물고기가 살던 그대로 그 지역에 보전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그 원칙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사업을 추진하려 하니 차선책을 내놓을 수밖에.


서로 떨어져 있던 물길을 갑자기 이을 때의 시나리오다. 우선 물길을 잇기 전부터 문제가 생긴다. 기존의 하천바닥을 송두리째 파헤치고 없던 도수로까지 내서 억지로 큰물길을 만들게 되면 당장 거덜나는 게 생태계 다양성이다. 꼬불꼬불한 물길을 따라 때론 산간 계류와 여울을 이뤘다가 때론 깊은 소를 만들어 쉬었다 가던 물길이 어느 한 순간에 배가 다닐 정도의, 일률적인 거대수로로 바뀌게 되면 기존 생태계 다양성이 유지될 리 만무다. 생태계 기반이 만신창이가 된다.


어디 그 뿐이랴. 물고기의 종 다양성도 급감한다. 여울성,계류성 물고기가 사라지고 큰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로 종이 바뀐다. 하천 중·상류에 졸지에 수심 깊은 하류가 들어서는 격이니 물고기인들 종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물길이 이어진 뒤의 일이다. 물길이 이어지면 물 흐름을 따라 물고기가 이동하기 마련이다. 한강에 살던 물고기가 낙동강과 금강으로 흘러들고 금강과 낙동강에 살던 물고기는 다른 수계로 터전을 옮겨간다. 그러면 가장 먼저 유전자 다양성이 훼손된다. 한반도 어종이라고 해서 유전자가 같은 게 아니다. 지역(수역)별로 유전적 특성이 다 다르다.


국내 멸종위기종의 35%가 본래 서식지 혹은 자생지가 아닌 보전기관에 살고 있다는 뉴스다. 보전기관에 살고 있다는 것은 현장외 보전에 의해 인위적으로 종이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생물종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제 자리에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될 때 가치가 큰 것이다. 서식·자생지를 떠난 생물종은 '살아있는 박제 혹은 표본'과 다를 바 없다. 지구상에 유독 금강수계에만 서식하는 미호종개가 어항에 담겨 어느 생태전시관에서 길러지고 있다고 치자. 유전자원적, 교육적, 연구적 가치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금강을 떠난 순간, 또 금강으로 되돌려 보내지 않는 한 '금강의 미호종개'가 갖는 본래의 가치는 이미 상실한 상태다.
관계기관에서는 이 점을 중시해 본래의 자리에 복원키 위한 한 방편으로 현장외 보전을 해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35%'란 비율이 문제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보전한다고 노력해도 우리가 받는 점수는 줄곧 낙제점수다. 그것이 자연이요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이 시작됐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주요 강줄기들의 많은 구간이 인위적인 손길에 의해 메스가 가해진다. 사업효과가 크다고 운운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각이다. 가만히 내버려 놔도, 아니 줄곧 지키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사라지는 게 생물자원인데 이제 막 거대한 칼을 빼들고 한반도 주요 동맥인 강들을 수술하려 한다.   

   
사업구간에는 법정보호 동식물이 68종이나 깃들어 산다. 일부 서식지는 보존하거나 대체서식지를 만들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사업종료 후 몇 종이나 더 보전기관으로 옮겨져 현장외 보전 처방을 받을 지 두고 볼 일이다.

 

이 글은 '언론의 언론'이라 불리는 '미디어 오늘'지에 실린 기사의 내용입니다.(2008년 3월 13일자)

서호납줄갱이의 한(恨)
[만화로 만난 언론계 사람들, 시즌2]세번째 이야기-충청타임즈 김성식 환경전문기자
2008 년 03 월 13 일 목16:09:27 이용호 연재작가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 충북 음성군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흐르는 미호천에서만 서식한다는 미꾸리과 어류다. 폐수오염, 골재채취로 인한 수량 감소 등으로 하천 생물들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멸종만은 허락할 수 없었다. 미호천으로 출근하기 일쑤였고, 산란장면을 찍기 위해 밤새는 건 일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끝내 35편에 이르는 기획취재 <미호종개 시리즈>를 완결하고 만다. 사전 취재기간을 합쳐 꼬박 18개월이 걸린 작업이었다. 학계에선 난리가 났다. 첫 연재가 시작되자 우려 반 기대 반이었던 것이 연재가 계속 되자 격려로, 결국엔 ‘과분한’ 찬사로 이어졌다고.

단일 어종에 관한 연구로는 ‘기념비적인’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바이블’로 통한다. 어떤 교수가 “등골이 오싹할 만한 자책의 매”라고 표현할 만큼 <미호종개 시리즈>는 학자들의 반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80년대 말 처음 라틴학명인 ‘익수키미아 초이(Iksookimia choi)’로 알게 된 후, 늘 밀린 숙제와 같은 존재였던 미호종개 연구. 20년 만에 그 한을 풀었단다.

김성식 기자.
검은 머리카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전’백발의 중년이다. 중 2때부터 염색약을 발랐다고. 어느덧 충청도에서만 기자생활 20년이다. 안 가본 곳이 없다. 늘 환경전문기자였다.  

‘새 박사’ 윤무부 교수를 존경했고, 조류학자가 되고 싶었다.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기자가 됐지만, 그가 걷는 길은 어릴 적 꿈꿨던 그 길과 다르지 않다. 사진기자에게 접사사진을 부탁했지만 “현장 찍는 것도 바쁜데~”라는 대답만 돌아 올 뿐. 결국 직접 접사카메라를 들었다. 그 사진이 수만 장에 이른다. 방대해서 정리할 엄두도 안 난다. 지역기자의 출장비로는 필름값 감당도 힘들었다고.

남편이 집안 일 말고 다른 일에 ‘미치면’ 아내는 괴롭다. 그의 아내 역시 그랬다. 그렇다고 고집을 꺾을 순 없는 노릇. 게다가 일도 여럿 벌였다. 청주 시내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생태교실을 열었다. 참가회원들을 인솔하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생태체험을 다녔다. 급기야는  증평군 청천면에 양어장까지 차렸다.

“이놈들이 어떻게 알을 낳고 살아가는지, 자연 상태에 가장 가까운 양식방법은 뭔지. 그런 고민들 하는 곳이죠.”
그런 고민 끝에 특허도 냈다. <인공여울을 이용한 쏘가리 양식 방법>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방법”이라며 돈 되는 특허는 결코 아니란다.

“1990년 인가요? 제가 3년차 기자였을 때니까. 낙동강 상류에서 한강이북에 서식하는 북방종개가 발견됐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1주일 간 역학조사를 벌였죠. 조사 결과 한강, 금강, 낙동강이 한줄기였고, 소백산맥이 솟아 3갈래로 갈라 놨다는 학설을 유추했죠. 생물 한 종에 대한 연구가 지질학적 수수께끼를 푼 셈이죠.”

생물 한 종이 갖는 환경적, 과학적, 역사적 의미가 그에겐 사명이다. 대운하에 대한 소견을 그의 블로그(http://blog.daum.net/koomlin)에서 인용해본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 남쪽으로 서로 갈라져 흐르는 우리나의 강 수계는 이른바 서한 아지역과 동북한 아지역, 남한 아지역이라는 세 개의 독특한 민물고기 분포구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어류상이 양양 남대천과 다르고 낙동강과 다른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중 필요한 물줄기를 이어 운하로 이용한다 하니 한반도 생태계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7년도 <금강의 생태>라는 기획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3년간 매일 썼던 환경칼럼을 3권의 책으로 엮었고, <전문기자의 환경이야기>, <금강 1천리>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서호납줄갱이의 한(恨)을 공감하고 싶어 하는 자연인’이라 부르고 있다.
서호납줄갱이. 환경파괴와 인간들의 무관심속에 지금은 멸종된 토종 물고기다. 표본마저 미국 땅엘 가야 볼 수 있는 기구한 운명의 물고기. 그 슬픔을 알기에 더더욱 그가 지금의 길을 고집하지 않나 싶다.

“그깟 고기 살려서 뭐하냐?”는 핀잔도 들었을 법 하지만, 그의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태계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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