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의 왕우렁이알 동면, 예삿일 아니다
지난해 늦가을 괴산 청천의 지인으로부터 "달천에 이상한 알들이 많다"는 제보를 받았다. 알 생김새와 색깔 등을 물어보니 외래동물인 왕우렁이의 알이 분명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현장을 찾았을 땐 제보자가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알덩어리들이 물가 바위와 갈대 숲에 즐비했다. 날씨가 싸늘한 데도 계속 알을 낳았던 모양이다.
알덩어리가 많다는 것은 근처에 왕우렁이 성체가 많이 산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왕우렁이는 보이지 않았다. 알을 낳은 뒤 동면하러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갔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추측이었다. 야생상태에서 성체가 동면하는 것을 직접 보질 못 했기에 무리한 판단이었다.
해서 뒤 이어 떠오른 것이 아마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왕우렁이의 원산지가 (아)열대지역인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인 데다 성체의 생존수온 하한선이 0℃에서 35일, -3℃에서 3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후자쪽이 더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의문은 알들의 운명이었다. 과연 겨울을 앞둔 알들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알 낳은 어미의 행방도 궁금했지만, 늦가을에 낳아진 알들이 겨울을 견딜 수 있을지도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남부지역에서는 최근 동면하는 알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중부지역에서는 아직 생소한 사례라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겨울을 기다렸다.
궁금증이 생긴 지 2개월 여가 지난 엊그제(29일) 드디어 사실을 확인할 기회가 왔다. 1년중 가장 춥다는 대
한절기가 가기 전에 문제의 알들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싶어 현장을 찾았다.
놀라웠다. 처음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당수의 알들이 차디찬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데도 여전히 선홍색의 영롱한 빛깔을 띤 채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아)열대지역이 원산지인 외래동물의 알들이 어떻게 겨울 혹한에도 죽지않고 겨울을 날 수 있을까. 놀라운 환경 적응력과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우렁이알에 대한 궁금증은 그렇게 풀렸다. 하지만 놀라운 환경 적응력과 생명력에 대한 감탄은 곧바로 우려로 변했다. 왕우렁이의 확산이 불 보듯 뻔한 증거를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왕우렁이는 한 번에 평균 320개 가량의 알들을 산란한다. 평균 수명 2~6년을 사는 동안 여러 번 산란한다. 게다가 부화후 3개월 만에 성체가 될 만큼 성장력도 빠르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중부지역에서도 알 상태의 동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썬 남부지역 위주로 월동란(卵)이 발견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왕우렁이는 식성도 대단해 수면과 수면 아래에 있는 잡초는 물론 벼까지 섭식한다. 미나리, 토마토, (양)배추, 무, 호박, 콩잎 등도 마다 않고 먹어치우며 심지어 동족인 왕우렁이와 동물 사체까지 먹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니 피해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는 아직 피해 사례가 그리 많진 않으나 그건 전초전에 불과하다. 2004년도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의하면 왕우렁이에 의한 연간 경제적 손실이 필리핀의 경우 벼 피해만 약 1억 달러에 이르며 미국은 왕우렁이 방제에 소요된 금액만도 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 1994년 쿠슈지방 논의 16%가 벼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이미 유해동물로 지정했고 타이완은 양식을 전면 금지시켰다. 제2의 황소개구리와 같은 '생태 망나니'가 되기 전에 우리나라도 서둘러 대책 마련을 해야 할 때이다. 논제초제 대용으로 풀어놓은 왕우렁이가 야누스의 얼굴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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