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유종' 미호종개>금강에는 현재 미호종개를 포함한 33종의 한국고유어종이 살고 있다. 이들 한국고유어종은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나타난 어종들로서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들이다. 특히 미호종개는 금강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어류이다./금강닷컴

 

■금강에 사는 민물고기

 

미호천을 포함한 금강 수계에는 어떠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에 의하면 금강에는 총 16목 37과 139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민물고기 총목록수가 17목 39과 215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적지않은 생명들이 금강을 터전으로 삶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에 사는 이들 민물고기를 생태 유형별로 구분하면 잉어와 미꾸리처럼 일생을 민물에서만 사는 순수 담수어가 80종(57.6%), 망둑어과 어류처럼 기수에서 생활하거나 일생중 어느 시기에 강 또는 바다에 잠시 머무르는 주연성 어류가 41종(29.5%), 철갑상어와 황복처럼 바다에서 자란 후 민물로 올라가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가 11종(7.9%), 산천어와 밀어처럼 원래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살던 종이 육지에 갇혀 일생을 사는 육봉형 어류가 5종, 뱀장어처럼 민물에서 자란 후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가 2종이다.

 

또 과(科) 단위로는 잉어과 50종(36.0%), 망둑어과 22종(15.8%), 참복과 6종, 미꾸리과 5종, 동자개과 5종, 뱅어과 5종, 동사리과 3종, 철갑상어과 멸치과 청어과 메기과 퉁가리과 등 13과가 각각 2종, 뱀장어과 종개과 송사리과 등 17과가 각각 1종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류적 특성 외에도 금강의 어류 목록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총 33종의 물고기가 '한국고유종'이란 점이다. 이들 한국고유종은 전편(2회)에 설명한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분화한 종들이다. 따라서 같은 고황하 수계였던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들로서, 어류 분류학상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물고기들이다.

 

금강에 사는 한국 고유종 가운데 미호종개는 금강 수계에만 사는 금강 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종이며, 감돌고기는 금강을 중심으로 인근의 만경강과 웅천천 등에 소수가 사는 대표적인 금강 물고기다.

 

또한, 금강의 한국고유종 가운데에는 과거 어느 때인가 금강과 한강이 서로 연결돼 있었거나 두 강 사이에 하천쟁탈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지표종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한강에도 서식하는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다.

 

금강의 민물고기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어름치(259호·서식지는 238호)와 미호종개(454호)가 있으며, 환경부 지정 보호종으로는 미호종개 감돌고기 흰수마자 퉁사리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다묵장어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금강의 어류목록 가운데 동자개과의 종어는 이미 절종된 상태며 잉어과의 어름치는 8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에 복원된 종이다.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가 학계에 정식 등록된 것은 1913년 Jordan과 Metz라는 두 외국학자가 기름종개와 미꾸리를 보고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1929년 일본인 학자 Wakiya와 Mori가 수수미꾸리와 새코미꾸리를 기재했다.

 

국내 학자에 의해서는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가 참종개를 신종 발표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이듬해인 1976년에는 역시 김익수박사와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가 왕종개를, 1984년에는 김익수·손영목박사가 미호종개를, 1987년에는 김익수·이완옥박사(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부안종개를, 1997년과 2000년에는 김익수·박종영박사(전북대교수)가 동방종개와 얼룩새코미꾸리를 차례로 신종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이다. (전 세계에는 26속 177종 분포)

 

이를 나열하면 미꾸리,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등으로, 이 중 참종개속(Iksookimia속)은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 6종, 기름종개속(Cobitis속)은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이다. 이름이 비슷한 대륙종개 종개 쌀미꾸리는 미꾸리과가 아닌 종개과이다.

 

 

<참종개>신종으로 발표되기 전의 미호종개는 참종개의 일종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연구로 미호종개는 참종개와 다른 '한국특산종'임이 밝혀져 한국산 어류목록에 새롭게 등재됐다. 참종개 역시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다./자연닷컴

 

금강에는 현재 미꾸리 미꾸라지 참종개 미호종개 점줄종개 등 5종의 미꾸리과가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속의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와 미꾸라지(Misgurnus mizolepis)는 널리 알려진 만큼이나 우리나라 하천에 널리 분포하는 고황하계 어류이며,참종개속의참종개(Iksookimia koreensis)는 금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한 아지역 하천의 중상류에 서식하는 한국고유종이다. 역시 참종개속의 미호종개(Iksookimia choii)도 금강수계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이다.

 

점줄종개(Cobitis lutheri)는 기름종개속 어류로 우리나라 서남해로 흘러드는 하천과 중국, 러시아 동부에도 분포하는 공통종이다.

 

 

 

<미호종개 서식처>기름종개 무리들도 다른 물고기들처럼 종에 따라 각기 다른 서식처를 갖고 있다. 그 중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완만해지는 곳의 고운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장소로 삼고 있다. 금강수계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되는 참종개와 점줄종개도 서로 다른 미소(微小) 서식처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기름종개류의 분포적 특성과 의의

 

물고기마다 사는 곳이 다르듯이 기름종개 무리(주로 참종개속과 기름종개속 어류를 통칭)도 종에 따라 분포지(서식 하천)가 한정돼 있거나 서로 다른 서식처(서식 장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미호종개는 금강 중류에만 분포하고 부안종개는 전북 부안의 백천에만 산다. 또 기름종개는 낙동강과 형산강, 남방종개는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동방종개는 형산강과 영덕 오십천 축산천 송천천, 왕종개는 낙동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정돼 분포하고 있다.

 

또 서식 장소를 보면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여울에 서식하고, 점줄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비교적 느리고 모래가 많이 깔려있는 곳을 좋아한다.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다가 완만해지는 여울 끝부분의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처로 삼고 있으며 왕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은 곳에 서식한다.

 

김익수박사는 "우리 고유종인 미호종개,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는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겨나 여러 강에 나뉘어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한국산 기름종개류의 분포양상은 한반도의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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