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집단 서식처' 당국 무관심으로 멸실 위기

황폐화 후 최근 회복 기미....값진 교훈 삼아야


지류 혹은 소하천에 대한 어류상 조사는 흔히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처럼 본류와 지류를 포함한 금강 전 수계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한 어종(미호종개)의 서식 여부를 전 수계에 걸쳐 집중조사하면서 동시에 동서종 및 서식환경 특성까지 조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학술적으로나, 중요 어종 보전차원에서나 그 의미가 새롭다. 특히 이번 조사는 미호종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2005년 3월)된 이후 처음 실시된 종합조사란 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이번 조사는 결과면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전편에 소개한 것처럼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10년 만에 미호종개를 찾아낸 것과 이번에 소개하는 진천 농다리 부근서 처음으로 서식사실을 확인한 점, 백곡천 상류에서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 등은 특히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

이번 조사결과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교리)서 처음으로 미호종개 1개체가 발견됐다. 이 지점은 과거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하지 않았던 곳이다. 채집은 총 3회 이뤄졌으며, 미호종개가 출현한 곳은 농다리 바로 아래 모래가 쌓여있는 지점으로, 돌로 만들어진 교각 사이로 하천물이 급여울을 이루다가 멈추면서 모래톱이 형성된 곳이다.

 

발견된 개체수는 비록 한 개체에 불과하나 이 지점에서의 미호종개 출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첫 발견이란 점에서 새로운 서식처가 찾아진 셈이다. 이는 과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미호천 본류의 서식 환경이 그만큼 변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 서식처는 대부분 미호종개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서식환경이 파괴된 반면 이 곳은 그나마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서식환경이 새롭게 만들어졌거나 유지됨으로써 극소수 개체만이라도 현재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두 번째는 이곳 서식처가 하류쪽 팔결교 지점과 상류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상류부라고 해봐야 현 서식지라고는 고작 백곡천 한 곳뿐이지만 미호종개가 미호천 수계내에서 종을 유지해 나가는데 농다리 지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농다리가 천년 가까이 변함없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주는 삶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이 지점이 미호종개의 대내림을 이어주는 생명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충북 진천 농다리 지점에서의 채집 조사 장면. 조사팀은 이날 미호종개 한 개체를 찾아냄으로써 이곳에서의 미호종개 서식을 최초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자연닷컴

 

 

○백곡천 상류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백곡천 상류에서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처 발견이다. 이번에 발견된 집단 서식처는 백곡저수지 상류에서 백곡면 소재지 쪽으로 연결된 하상(백곡면 석현리)으로, 바닥 전체가 가는 모래로 뒤덮여 있고 물흐름이 완만한 곳이다. 서식처 규모는 폭 3m에 길이 180m(면적 540㎡)로, 이번 조사서 확인된 현 서식처 중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채집은 총 6회 진행됐으며 1회 채집에 무려 2백74마리가 확인될 만큼 서식 개체수도 많았다. 이에 집단 서식처를 최초 발견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은 집단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포획표지-재포획법(mark-recapture method)'을 활용, 두 차례 실험한 결과 1차에 9천2백33마리, 2차에 1만1천7백4마리로 추정돼 이를 평균한 1만4백68마리가 현재 살고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백곡천 상류 모습(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집단 서식처를 처음으로 발견한 순천향대 조사팀이 지난 겨울 모니터링을 위해 채집한 미호종개. 당시만 해도 한번 채집에 여러 마리가 채집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으나 5월 발생한 '인근 공사장 토사유입 사태' 이후 개체수가 급감했다./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당시 백곡천 상류에서 채집된 미호종개들./자연닷컴

 

 

'현존 개체수 추정 1만4백68마리'.

 

흔한 물고기도 아니고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가, 그것도 한 장소에 1만 마리가 넘게 모여 살고 있는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로 받아들여졌다. 조사팀은 조사팀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긴 가뭄 끝의 단비를 만난 양 모두가 반겼다. 하지만 그 반가움의 이면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기적 같은 집단 서식처 발견과 그 이면의 우려. 아이러니하지만 당시 제기된 우려의 반응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집단 서식처의 중요성은 무엇이고 우려의 목소리는 무엇이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 중요성이란 멸종 직전의 미호종개가 아직도 금강 수계 내에 대집단을 이뤄 살고 있다는 뜻밖의 반가움이자 희망이요, 우려의 시각은 다름 아닌 한 장소에 밀집해 서식함으로써 갖는 위험성, 곧 생존과 보전에 대한 걱정이었다.

 

생태학에서 어느 한 생물종이 대집단을 이뤄 한 장소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반길 일 만은 아니다. 이는 반대로 다른 곳의 서식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반증이요, 어느 한순간 그 서식처가 훼손되거나 환경이 불리해진다면 최악의 경우 '몰살'과 같은 종 자체의 안위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처럼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종일수록 그 위험성과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걱정은 결국 얼마안가 현실로 나타남으로써 당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입증했다.

 

문제의 발단은 문화재청, 환경부 등 당국과 진천군, 충북도 등 지자체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발견 당시 조사팀과 언론이 이곳 서식처를 특별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건만 관계 기관 모두가 무관심으로 일관, 발견 6개월만에 완전 멸실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인근 지역서 강행된 진천군의 수해복구 공사장 토사로 말미암아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를 포함한 수㎞의 하천바닥이 돌연 뻘로 뒤덮이면서 완전 황폐 하천으로 돌변한 것. 불행 중 다행히도 그후 계속된 조사팀의 모니터링 결과 비가 온 직후인 6월 20일 현재 약 6천 마리의 미호종개가 되돌아오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발견당시 개체수가 모두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 아무리 멸종직전에 놓인 어종이라도 서식환경만 좋아지면 얼마든지 번식 및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채집지점은 다르지만 이곳 백곡천은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번처럼 대규모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이곳 백곡천 상류의 서식환경을 만들었고 그곳으로 미호종개가 모여들어 대집단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멸종위기종일수록 환경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입증됐다. 따라서 지난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물론 해당 지자체,주민 모두가 나서 귀중한 유전자원을 지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12> 미호종개의 서식현황(2)

 

 미호천 팔결교부근서 10년만에 한 마리 극적 확인 

 

■총 6개 지점만 서식 확인


2006년 3월 이전까지 있었던 과거의 어류상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했던 곳은 약 20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존 서식처는 모두 금강 수계 내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점은 모두 6곳 뿐이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충북 청원군 관내)을 비롯해 역시 미호천 본류 수계인 농다리 부근(충북 진천군 관내)과 미호천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직상부)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 또한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의 중상류부와 충남 청양의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의 유구천 하류부에서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호천 지류 가운데 기존 서식지였던 진천 초평천과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에서는 미호종개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강의 지류로서 과거 미호종개의 채집 기록이 있는 충남 연기의 조천과 충남 부여의 금천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갑천 지류인 유등천에서도 과거 채집기록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극적으로 찾아진 '타입 로컬리티의 미호종개'.

가운데 몸체가 길고 좁은 물고기가 미호종개이고 그밖의 물고기는 함께 채집된 모래무지와 돌마자 등./자연닷컴


■지점별 조사 결과의 특징


미호종개의 기존 서식처 약 20곳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6개 지점은 모두 학술상 또는 미호종개의 종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에서 비록 1 마리씩이지만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가까스로 확인함으로써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과 미호천 지류 중 하나인 백곡천 상류부에서 '기적 같은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이들 세 지점에서의 극적인 발견 상황과 서식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본 후 나머지 세 지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
미호천 본류 중 팔결교 지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1984년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서, 사람으로 치자면 본적지나 다름없는 학술상 중요 지점이다. 따라서 당초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큰 관건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만일 이곳에서의 서식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호종개는 그야말로 '고향 떠난 객지신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호천 팔결교 부근이 애초부터 발생학적 종의 근원지, 즉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지역이란 주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류분류학적으로는 미호종개를 한국의 물고기로 정식 등록케 한 원기재 지역이자 첫 채집지로서, 나아가서는 미호천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짓게 한 뜻깊은 지역으로서,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미호종개의 정체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미호천 팔결교에서 4차 채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사팀. 조사팀은 이날 11년 만에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밝혀냈다./자연닷컴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가 타입 로컬리티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게 실로 얼마 만인가. 지난 1997년을 끝으로 채집 및 확인 기록이 끊겼으니 가히 10년 만의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채집조사에서 한 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곧 현재의 서식규모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팔결교 부근에서의 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마지막 벼랑끝 상황' 임을 재입증해 주는 것이기에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는 "1997년 마지막으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했던 당사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학계에서 미호종개 하면 팔결교, 팔결교 하면 미호종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지점으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지경에 까지 이른 오늘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팔결교 지점에서의 서식확인은 겨울철인 금년 1월 19일 이뤄졌다. 지난해 있었던 세 번의 채집에 이은 네 번째 채집에서 조사자 모두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미호종개 한 마리가 찾아진 것이다. 발견된 것은 1년생 미만의 어린 개체로, 다수의 모래무지와 함께 있었다. 지점은 팔결교 교각 바로 위 하상으로 하천 중앙부의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서식처 규모는 폭 80cm 가량의 좁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흐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다.

 

당시 현지 조사에 나섰던 방인철교수(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는 "말 그대로 '극적인 상봉'이었다. 당초 조사를 시작할 때 그리 쉽게 미호종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조사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만큼 대단히 기뻐했다"며 발견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죽했으면 조사 당사자들도 이산가족에 빗대 극적인 상봉이라고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팔결교에서의 미호종개 서식확인은 이처럼 '얼굴만 보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 미호천 팔결교 부근.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로 이번 조사에서 1마리가 극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과거 팔결교 지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특히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되기 직전인 1983년(논문작성을 위한 채집 연도)의 서식 상황은 어떠했을까.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보기 위해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신종발표 논문(1984년 게재)을 찾아봤다.

 

이 논문엔 그해 5월 23일과 30일, 6월 20일 실시한 세 차례의 채집에서 총 62마리의 미호종개가 채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차례에 평균 약 21 마리가 채집된 셈이다. 아울러 139마리의 점줄종개와 8마리의 참종개도 함께 채집됐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직접 채집에 나섰던 손영목박사는 "1980년대만 해도 팔결교 부근서 미호종개를 확인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하지만 그 이후 본격적인 골재채취와 수질오염이 진행되면서 수km까지 이어지던 모래밭이 모두 망가지고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11.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①

 

 

 

 

■현재 약 2만 마리만 사는 '외로운 물고기' 확인

 

 

미호종개가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해는 1984년이다.

당시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서원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학명은 1993년 Iksookimia choii로 변경)

미호종개로서는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불리워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가 신종발표를 계기로 당당히 새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줄곧 미호종개의 앞날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신종발표 이후 지금까지 있어온 채집 기록 내지 서식 기록을 보면 미호종개는 늘 위태로운 삶을 이어오고 있는 '외로운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이후 계속된 조사를 통해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분포역이 밝혀지긴 했으나 최근까지 20 여년 동안 찾아진 서식분포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고, 개체수도 타 어종에 비해 극히 적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식분포지 자체가 금강 수계내의 몇몇 수역으로 극히 한정돼 있는 데다 서식개체수 또한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인 감소 경향을 보임으로써 급기야 멸종직전까지 내몰려 있는 상황(1993년 환경부 멸종위기종 지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다른 서식지는 물론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에서조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벼랑끝 신세다.

1984년 이후의 채집기록을 보면 10년전인 1997년까지는 미호천 본류에서의 서식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으나 그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개체수가 급감해 2006년 초까지 채집기록이 아예 없을 정도다.

  1년간의 현지 조사 실시

  이번 시리즈를 위해 충청타임즈 취재팀은 지난해 6월부터 1년여 간의 현장 취재를 통해 미호종개 서식현황 등을 집중 취재했다. 사진은 충남 청양의 지천에서 미호종개 서식 여부 및 동서종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자연닷컴

 

그렇다면 지금 당장의 미호종개 총 서식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전체 서식지에서 현재 남아있는 생존 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질문은 미호종개의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자연수계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 수를 정확히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다만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감안할 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여기서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미호종개를 최근에 현장 조사한 학자들이나 조사원 대다수가 흔히 "내 손 안에 있소이다"란 표현을 쓸 만큼 속 사정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종 집단이 돼 버렸음을 인식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시리즈를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동안 미리 현장 취재하면서, 또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복원프로젝트를 밀착 취재하면서 얻어낸 답은 '약 2만 마리 정도'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서식지 개체수 약 1만 마리가 포함된 숫자이다.

이와 관련해 미호종개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방인철교수는 "금강 수계내 전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현재 남아 있는 미호종개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된다"며 같은 뜻을 밝혔다.

약 2만 마리밖에 안 되는 개체수, 이것이 바로 전 세계를 통틀어 현재 남아있는 미호종개의 숫자요,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겸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현주소인 것이다. 


■서식현황조사

가) 조사 방법
미호종개는 1993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05년 3월에는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한 특별 보호종이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문화재 훼손허가 등 필요 절차를 밟아야만 직접 채집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 조사하는 일은 부득이 정식 허가를 얻어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채집 조사 현장을 밀착 취재하는 방법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방교수팀의 현장 조사는 2006년 4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됐으며  취재팀의 사전 취재는 2006년 6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후속 취재는 2007년 3월부터 6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방교수팀과의 밀착 취재 외에도 필요 지점에 대한 동서종(同棲種) 및 종 다양성 조사와 미소서식처(microhabitat)별 저질특성 조사 등은 별도로 직접 진행했으며 이와 함께 각 수계에 대한 문헌조사 및 탐문조사도 직접 병행 실시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현지 조사에서는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여부 조사 외에도 하천 저질특성과 먹이 특성 등 다양한 조사 연구가 병행 실시됐다. 위 사진은 미호종개의 먹이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 하천 바닥의 모래를 현지에서 채취해 조류 등 부착 생물을 채집하는 장면. 아래 사진은 미호종개의 위 내용물을 관찰하고 있는 이상명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의 모습./자연닷컴

 

나)조사 지점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 여부 조사는 미호종개가 최초 확인돼 학회지에 기재발표됐던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을 중심으로 한 미호천 전 수계(백곡·초평·보강·무심천 포함)와 2006년 이전까지 서식이 확인된 그밖의 지점, 즉 금강 본류(대청댐 직하부에서 부여 관내까지)와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유등천, 충남 청양 지천, 공주 유구천을 대상으로 집중 실시됐다.

또한 금강 지류 중 미호종개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충북 보은·옥천의 보청천, 영동의 초강천, 충남 금산의 금산·봉황천, 전북 무주의 남대천, 충남 논산·강경의 논산천,부여의 금천 등이 서식여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조사 결과의 보도 계획
이번의 미호종개 서식현황 조사가 있기 전, 즉 2006년 3월 이전까지 실시된 조사 내용을 보면 미호종개는 1997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석우리 인근의 미호천에서 서식이 확인된 이후 대전 갑천에서만 두 차례 채집됐을 뿐 그밖의 서식지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갑천 외에도 미호천의 팔결교와 농다리 부근(진천)에서 각각 1개체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미호천 지류인 백곡천 상류에서 약 1만 마리가 살고 있는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 등 총 6개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밝혀진 각 서식지의 서식현황과 서식환경(동서종 및 종 다양성,하상구조 및 저질 특성,수질환경 등)에 대해 앞으로 10회에 걸쳐 상세 보도할 계획이다.
 

 

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10)미호종개의 분자계통 분석②

 

 

 

 

■국내 첫 연구 결과 기존 분류체계와 상이


최근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이 어류 집단 내 혹은 집단간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는데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순천향대 방인철 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은 국내 최초로 미호종개를 포함한 한국산 미꾸리과 16종과 종개과 3종 전반에 대한 분자계통을 알아보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이토크롬b 영역, 12S rRNA 영역, D-loop(control reason) 영역, 이들 세 영역의 조합 등 네 분야를 중심으로 ML(maximum likelihood) 및 NJ(neighbor-joining)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분석은 그 시도 자체가 국내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호종개를 비롯한 한국산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 전반의 계통분류에 획기적인 장을 여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있어서도 국내 어류 분류학계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방박사팀의 분석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미호종개의 근연종간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

1. 사이토크롬b 영역 분석결과

미호종개를 포함한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이토크롬b 영역'은 모두 1141 베이스 페어(base pair염기 단위)로 구성됐다. 

이들 어류의 사이토크롬b 영역의 염기조성 비율은 티민(T)이 평균 30.61%로 가장 높았고, 아데닌(A) 27.27% , 시토신(C) 26.71%, 구아닌(G) 15.41%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의 분자계통 분석을 위해 미꾸리과 및 종개과 19종을 인 그룹(ingroup)으로, 잉어아과인 붕어와 모래무지아과인 참마자를 아웃 그룹(outgroup)으로 정한 다음 사이토크롬b 염기서열을 이용해 ML방법에 의한 각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미꾸리과는 종개과로부터 분기되어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및 얼룩새코미꾸리 등 3종이 포함된 첫번째 클레이드(분기군分岐群)와 미호종개 1종이 포함된 두번째 클레이드, 북방종개 참종개 부안종개 등 3종이 포함된 세번째 클레이드, 미꾸리 1종이 포함된 네번째 클레이드, 그리고 기름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좀수수치, 수수미꾸리 등이 포함된 다섯번째 클레이드로 나타나, 현재의 형태적 분류체계와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미꾸리과 어류 6속도 현재의 분류와 일치하지 않고 혼재되는 양상을 보였다.

2. 12S rRNA 영역 분석

이들 어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12S rRNA 영역은 950∼959 베이스 페어의 염기서열로 구성됐다.

이들 종의 12S rRNA 유전자의 염기조성 비율은 아데닌(A)이 평균 31.08%로 가장 높았고, 시토신(C) 25.92%, 구아닌(G) 22.40%, 티민(T) 20.60%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이토크롬b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12S rRNA 염기서열을 이용한 각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사이토크롬b 분석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3. D-loop 영역 분석

미토콘드리아 DNA의 D-loop 영역 역시 950∼959 베이스 페어의 염기서열로 구성됐다. D-loop 영역의 염기조성 비율은 아데닌(A)이 평균 34.20%로 가장 높았고, 티민(T) 32.11%, 시토신(C) 19.46%, 구아닌(G) 14.14% 순으로 나타났다.

역시 같은 방법에 따라 D-loop 염기서열을 이용한 각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미꾸리과는 위의 두 방법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4. 세 영역 조합 분석

사이토크롬b, 12S rRNA, D-loop 영역을 모두 조합해 분석한 결과 염기조성 비율은 아데닌(A)이 평균 34.20%로 가장 높았고, 티민(T) 32.11%, 시토신(C) 19.46%, 구아닌(G) 14.14% 순으로 나타났다. 세 영역 조합에 따른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역시 미꾸리과는 단일 계통군으로부터 분기되어 크게 네개의 클레이드로 갈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미호종개는 이러한 세개의 클레이드 중 하나의 독립된 클레이드를 형성해 현재의 분류체계와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미꾸리과 어류 6속도 현재의 분류와 일치하지 않았다.

■평가와 과제

방 박사팀이 이번 실시한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미호종개에 대한 학계 최초의 연구란 점 외에도 몇 가지 결과에 있어 기존의 분류체계와 상이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근연종간 분자계통 분석에서 미호종개가 기존의 분류체계와는 달리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에서 갈라져 나와 하나의 독립된 혈통으로 존재한다는 점과 국내산 미꾸리과 6속도 기존의 형태 분류체계와 다르게 나타나 이에 대한 후속연구가 새 과제로 제기됐다.

방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는 크게 미꾸리 한 종만 포함된 분류군(기존 분류체계상 미꾸리속 어류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두 종임) 미호종개를 제외한 참종개속 어류와 기름종개속 전체를 포함한 분류군 미호종개만 포함된 분류군 새코미꾸리속과 미꾸라지를 포함한 분류군 등 네 개의 분류군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기존의 형태분류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학술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방 박사는 또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분류군에 따라 형태적 분류 결과와 잘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처럼 형태적 분류와 분자계통학적 분류가 일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학계에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유전자 분석과 형태분류가 일치하는 새 분류체계를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 동일 집단' 판명
 유전자 보전 차원에서 '매우 위급한 상황'

 

■최초 분석 의의


생물의 유전 다양성은 생태계 내에서 그 생물이 처한 현재의 상황 내지 입지를 나타내주며 나아가 그 생물의 장래를 암시해 준다.


일반적으로 어느 생물의 유전 다양성이 감소되면 그 집단은 환경변화에 민감해지고 적응력 또한 감소되므로 종 자체가 사라지기 쉽다.


반대로 유전 다양성이 풍부하면 그 생물종은 그만큼 자연계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유전 다양성의 감소는 유전자의 소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소실을 막기 위해 그 생물 집단에 대한 보전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소규모 집단이 남아있는 경우 환경변화에 대해 더욱 더 민감하므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관리 또한 세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고유종으로서 멸종위기에 놓인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에 대한 체계적인 유전학적 연구는 그동안 이뤄진 바 없다.


따라서 국내 최초로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및 분자계통 분석'은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보다 올바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보전 및 복원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 박사(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세 곳의 미호종개 집단(진천 백곡천,대전 갑천,청양 지천) 사이의 유전적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맞고 있는 '유전적·생태적 위기'를 보다 확실히 인식시켜 주고 나아가 종 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분자계통 분석은 9회에서 보도)에는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이 시도됐는데, 이는 RAPD (random amplified polymorphic DNA) 방법의 간편성과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의 재현성 등 장점만을 조합한 방법으로서 분석방법이 간편하고 재현성이 높아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다.


특히 이 방법은 유전적 유사도가 가까운 종 간에도 고도의 유전적 변이와 다형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종 특이적인 DNA 마커 검출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상 한 번의 반응으로 50개 이상의 밴드를 형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마커 검출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분석하고자 하는 재료의 수는 적은 데 많은 수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하고자 할 때 적당한 방법이므로 미호종개처럼 개체수가 많이 고갈된 종의 분석에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호종개에 대한 방박사팀의 AFLP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전 갑천, 진천 백곡천, 청양 지천 등 세 곳의 서식지에서 채집(문화재청,환경부의 허가 아래 시도)한 미호종개 각각 15개체 씩을 토대로 AFLP를 수행한 결과 전체 밴드 수는 <도표1>에서와 같이 갑천 106개 백곡천 107개 지천 104개로 나타났으며 그 중 전체 다형성 밴드(polymorhic band) 수는 갑천 26개 백곡천 23개 지천 23개였다. 다형성 밴드수준은 그 집단의 유전 다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미호종개의 다형성 밴드수준(Polymorphism)은 갑천에서 24.52% 백곡천 21.49% 지천 22.11%로 나타나 갑천 집단의 다형성 밴드수준이 약간 높게 분석됐다. 그러나 집단간 큰 차이는 없었다.

 

 <도표1>미호종개 세 집단의 AFLP 핑거프린트 유형(fingerprint patterns)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갑천 백곡천 지천 등 세 서식지의 평균 유사도는 93.6%로 나타나 다 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다.


또 이들 집단의 평균 이형접합률은 갑천 0.0837 백곡천 0.0786 지천 0.0674로 갑천 집단이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평균 유전 다양성(GD)에 있어서는 갑천 0.0871 백곡천 0.078961 지천 0.075671로 역시 갑천 집단이 가장 높았다. 집단내 유전적 유사도(GS)는 갑천 0.931 백곡천 0.936 지천 0.942로 나타나 갑천 집단내 유사도가 가장 낮았다.

 

특히 이들 집단의 평균 유사도는 0.936으로 나타나 다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들 집단이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호 유연관계를 밝히기 위해 집단간 분화도(Fst) 값과 유전적 거리(Ds)를 도출한 결과 분화도 값은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13177 로 가장 높았고,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11954, 갑천과 지천 사이가 0.104763으로 가장 낮았으나 모두 P(확률)값이 0.01보다 작아, 다시 말해 99% 신뢰구간에서 유의차가 없어 HWE(하디바인버그 평형)에 위배됐다. 따라서 세 집단 사이의 분화 정도가 매우 낮거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집단 간 유전적 거리도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0207,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0175, 갑천과 지천 사이가 0.0167로 집단간 분화도값과 같은 경향을 보이며 매우 가깝게 나타났다. 이는 갑천과 지천이 백곡천보다는 근거리이므로 유전적 거리가 낮게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도표2>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으로 동일집단임을 나타내주는 댄드로그램(Dendrogram)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현존 서식지의 미호종개는 동일 집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1~15 갑천 집단, 16~30 백곡천 집단 31~45 지천 집단.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수계별로 묶이지 않고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결과로 볼 때 세 수계의 미호종개는 동일한 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박사는 "AFLP에 의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을 시도한 결과 현재의 주요 서식지인 갑천 백곡천 지천 등 3개 수역의 집단 모두가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이 확인됐다"며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로 볼 때 본 종의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절멸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전상 '위급 상황' 재확인


현존하는 미호종개가 유전학적으로 동일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종 보전상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곧 '생태적 건강성' 측면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결론이기 때문으로, 쉽게 말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적어도 현재로선 '극히 불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서두에 말한 바처럼 어느 생물종의 유전 다양성은 그 종의 생존 혹은 미래, 즉 자연계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로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한반도내 생태적 입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호종개는 곧 백척간두에 서있는 격이요 태풍 앞의 등불 같은 지극히 위태로운 상황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지 취재결과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적지(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물론 갑천과 유구천, 지천 등의 서식지에서도 극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진천 백곡천 집단 서식지 훼손 사태'에서와 같이 순간적인 서식환경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모습을 감추는 존재가 바로 미호종개요 그러한 민감성을 유전자에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미호종개인 것이다.

형태적 분류의 잣대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과(科)의 국내산 미꾸리과 어류들이 갖는 형태적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또한 각 종의 독특한 형질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미꾸리과 어류를 형태학적으로 구분짓는 형질 인자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를 할 때에는 몸 전체 길이(주둥이 끝~꼬지느러미 끝)와 몸 길이(꼬리지느러미를 뺀 길이), 머리길이, 몸높이, 꼬리길이, 꼬리높이, 각 지느러미에서 주둥이끝까지의 길이, 주둥이 길이, 가슴지느러미 길이, 뒷지느러미 길이, 꼬리지느러미의 수,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살의 수(기조수) 등이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科) 혹은 속(屬) 단위로 나타나는 공유 파생형질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다른 종에는 없는 독특한 형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익수박사(전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꾸리과 어류의 경우 눈 밑에 끝이 갈라진 가시모양의 작은 돌기(안하극,suborbtyal spine)와 3쌍의 입수염, 골낭으로 둘러싸인 부레 등의 공유 파생형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종개 무리는 수컷의 경우 암컷과 달리 2차 성징(性徵)으로서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이 나타나는데 그 구조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몸 옆면의 반문과 함께 종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다만 이들 형질은 종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러한 논란은 경우에 따라 그 종의 분류학적 소속(예를 들어 과 혹은 속)을 변경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꾸리과의 형태적 분류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으로 분류돼 있다. 미꾸리 미꾸라지(이상 미꾸리속)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새코미꾸리속)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좀수수치속)등이 그들이다.<사진 참고>


이들 가운데 가장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미호종개와 관련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름종개류를 중심으로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본다.


여기서 김익수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름종개류는 대부분 몸 옆면에 여러 모양의 무늬가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도 띠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 윗 부분에는 작은 흑색 반점 하나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의 종 안에서 나타나는 변이 정도로 간주했으나 지금은 종 분류의 중요 형질로 인식되고 있다."


김박사는 또 "앞서 설명한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과 반문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기름종개 1종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름종개 줄종개 점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기름종개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의 신종(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이 밝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한국산 미꾸리과 어류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6속 16종의 미꾸리과 어류들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명은 다음과 같다. M.anguillicaudatus=미꾸리 M.mizolepis=미꾸라지 C.hankugensis=기름종개 C.lutheri=점줄종개 C.tetralineata=줄종개 C.pacipica=북방종개 I.koreensis=참종개 I.pumila=부안종개 I.choii=미호종개 I.longicorpa=왕종개 I.hugowolfeldi=남방종개 I.yongdokensis=동방종개 K.rotundicaudata=새코미꾸리 K.naktongensis=얼룩새코미꾸리 N.multifasciata=수수미꾸리 K.brevifasciata=좀수수치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이렇듯 분류의 잣대, 즉 비교 형질의 차이에 따라 각 종의 소속이 뒤바뀌고 새로운 종이 찾아지는 등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은 미호종개를 제외한 각 종별 형태적 특징의 대강이다.(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함)


가장 먼저 기름종개속<사진 참고>의 기름종개를 보면 입수염은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작은가시, 즉 안하극이 있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은 원형(혹은 원반형)이고 몸 옆면 중앙의 반점은 점이 늘어선 점열형이나 산란기의 수컷은 이 반점이 흐려지면서 띠 형태로 거의 이어지는 개체가 많다.


줄종개 역시 입수염이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이 약간 긴 원형(원반형)을 하고 있고 몸 옆면에는 두 줄의 세로띠 사이로 한 줄의 점열 반점이 가늘게 나 있다. 점줄종개는 입수염이 세 쌍이고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불규칙한 둥근형을 하고 있다. 몸 옆면에는 둥근 네모형의 반점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이 반점들이 거의 이어져 줄 무늬 형태를 한다. 꼬리자루가 비교적 높다.


북방종개도 입수염이 세 쌍, 눈 밑에 안하극이 있다. 이 종은 특히 등쪽의 작은 비늘, 몸 옆면의 작은 삼각형 무늬, 가느다란 꼬리자루 등이 미호종개와 많이 닮아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약간 긴 타원형을 하고 있어 미호종개의 긴 톱니형 골질반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 설명>기름종개속 4종의 비교
위 사진은 한국산 기름종개속 4종의 몸 색깔 유형과 골질반 모습(오른 쪽)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Cobitis hankugensis=기름종개 Cobitis tetralineata=줄종개 Cobitis pacipica=북방종개 Cobitis lutheri=점줄종개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다음은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을 보자. 참종개의 경우 주둥이가 미호종개처럼 돌출돼 있으나 끝이 둔하고 둥글다. 암수 가슴지느러미가 각기 다르게 생겨 암컷은 끝이 둥근 반면 수컷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기부에 있는 골질반이 미호종개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 하지만 참종개 수컷 골질반에는 톱니형 거치가 없다. 참종개도 세쌍의 입수염과 안하극이 있다. 몸옆면에는 폭이 좁은 삼각형 무늬가, 등쪽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부안종개는 얼핏보면 참종개와 흡사하나 몸 크기가 그보다 작고 얼룩무늬 수도 적다. 특히 부안종개는 몸 옆의 얼룩무늬와 등쪽의 얼룩무늬 사이에 반점이 없으나 참종개는 반점이 있다. 왕종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종보다 몸 크기가 커서 약 18㎝까지 자란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은 약간 긴 타원형이고 몸 옆면에는 긴 삼각형 무늬가 줄지어 있다.


남방종개는 왕종개와 흡사하게 생겼으나 몸 옆 가로무늬 점들이 왕종개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몸은 엷은 황색이며 몸 옆면에서 등쪽으로 갈색 얼룩무늬와 작은 점들이 무수히 나 있다. 동방종개는 염색체 수가 다른 기름종개류보다 두 배나 많은 4배체로서 100개를 갖고 있는 게 특이하다. 엷은 황색 바탕에 갈색 점무늬가 등과 옆면에 많이 나 있다.


끝으로 새코미꾸리는 원래 기름종개속으로 분류돼 왔으나 몸의 무늬가 확연히 달라 보다 자세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독립된 새코미꾸리속으로 분리됐다. 주둥이와 지느러미 부분이 선명한 주황색을 띤다.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의 민물고기'로 탄생

 

미호종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84년도의 일이다.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요, 손박사가 5㎜×5㎜짜리 촘촘한 족대로 미호천 모래바닥을 훑어 미호종개의 단서가 된 시료를 처음으로 채집한 지 1년여, 김박사와 신종이란 확신을 가지고 재조사를 실시한 지 6개월여 만의 일이다.(학회에 논문이 접수된 1983년 11월 12일 기준)

 

미호천을 젖줄로 살아온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알려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그래서 손박사도 1982년 채집당시 참종개로 분류했음)가 이를 계기로 당당히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3년 5월 금강 지류인 미호천(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에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Cobitis속 어류 1종을 발견하여 이를 신종 Cobitis choii라 기록하고, 한국명으로는 미호종개로 제창한다.

 

본 신종은 미호천에서 함께 출현하는 참종개 또는 점줄종개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몸 측면의 반문이 둥글고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있는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에는 거치(鋸齒: 톱니)가 있으며 비늘의 크기는 아주 작고 꼬리쪽의 미병부가 가늘게 되어 있는 등 그 모양이 그동안 알려진 Cobitis속의 여러 종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사진1>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논문

 

<사진2>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의 특징

 

 <그림설명> 미호종개는 신종 발표 당시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으로 분류됐으나 10년 후 루마니아의 낼반트박사에 의해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으로 전입됐다.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은 그림에서와 같이 몸 옆면의 무늬(반문)와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형태가 현저히 다르다.<그림=김익수박사 제공>

 

'코비티스 초이'에서 '익수키미아 초이'

 

두 학자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미호종개는 훗날 학명이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국내 학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종 발표 당시 미꾸리과 어류 중에서 기름종개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Cobitis란 속명(屬名)과 choii란 종소명(種小名)이 붙여져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기재 발표됐던 학명이 신종 발표후 10년 만인 1993년에 이르러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변경된 것이다.

 

학명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루마니아의 테오도르 낼반트(Theodor Nalbant) 박사로, 그는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신설하면서 김박사와 손박사가 기재 발표한 미호종개 'Cobitis choii'를 그 속에 포함시켰다.

 

낼반트박사가 Cobitis속을 대체할 새로운 속명을 지으면서 'Iksookimia'란 명칭을 붙이게 된 이유는 'Iksookim(익수김)'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김익수박사의 공적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까지 김익수박사가 관여해 신종으로 직접 발표했거나 영향을 끼친 5종의 어류(당시에는 Cobitis속이었던 종들)를 묶어 새로운 속으로 설정하면서 김박사의 업적을 기려 속명을 Iksookimia로 한 것이다.

 

낼반트박사가 Iksookimia속에 포함시킨 5종은 김박사가 직접 자신의 명의로 신종 발표한 참종개(75년) 왕종개(공동 명명자 최기철, 76년) 미호종개(공동 명명자 손영목, 84년) 부안종개(공동 명명자 이완옥, 87년) 등 4종과 낼반트박사 자신의 이름으로 신종 발표한 남방종개 등이다.

 

오늘날 Iksookimia속의 국내산 민물고기는 총 6종인데 이는 김박사가 1993년 이후 신종 발표한 동방종개(공동 명명자 박종영, 97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산 민물고기로는 러시아 아무르강의 엘라부가에서 채집된 lebedevi와 몽골 Kherlin강에서 채집된 lebedevi가 최근 Iksookimia속에 포함된 사례가 있다.(1999년 Nalbant, 2004년 Kottelat)  

 

■의의

 

낼반트박사가 1993년 Cobitis속 어류의 일부를 떼어내 Iksookimia속으로 전출시킨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직접 명명한 남방종개와 김익수박사가 신종 발표한 4종의 어류 사이에서 새로운 속을 만들 만큼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한 데 있다.

 

그는 그 공통점으로 첫째, 이들 어류의 몸 옆면 반문이 Cobitis속의 특징인 감베타(Gambetta) 반문과 다르게 나타나고 둘째,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두번째 기조 말단이 매우 뾰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3> 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몸에 나있는 무늬와 반점에서도 비교가 된다. /자연닷컴 

 

 

 

 

 

 <사진4> 꼬리자루(미병부)의 차이

미호종개(위)는 가늘고 긴 미병부를 갖고 있는 반면 참종개의 꼬리자루는 그보다 굵은 느낌을 준다./자연닷컴

 

결국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국내 학자, 특히 김익수박사의 업적과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어류속(屬)을 신설케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데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훗날 Iksookimia속에 전입된 국내산 미꾸리과 어종들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익수박사의 '분류학적 혜안'이 국제학계로부터 공인된 셈인 것이다.

 

아울러 낼반트박사의 Iksookimia속 신설로 인해 학명이 'Cobitis choii Kim and Son'에서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뀐 미호종개는 이로써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학명'을 갖게 됐다. (학명이 Iksookimia choii로 바뀌면서 최초 명명자가 괄호로 표기된 것은 최근에 다른 명명자가 있음을 밝히는 국제학계의 관례에 따른 것임)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1872년 서양학자 헤르첸슈타인(Herzenstein)이 '돌고기'란 우리나라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학명을 붙여 국제 학계에 발표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산 민물고기가 외국에 알려진 지 120여 년 만에 이뤄진 국내 학자들의 쾌거 아닌가.

 

헤르첸슈타인 보다도 30여년 앞서 돌고기를 <전어지>에 소개하고도 학명 하나 붙이지 못했던 '서유구'의 한과 당시 우리나라의 학문적 후진성을 반감시켜 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글 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4)스승께 바친 報恩의 물고기 '崔고기'

 

 

■신종 발견의 계기  

 

1983년 3월 한국육수학회지 16권에 매우 의미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주제는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 발표자는 당시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손영목박사(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였다.

 

미호천은 충북 진천의 백곡천과 초평천 등 여러 지류와 만나 충남 연기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그 때까지만 해도 이 하천의 전수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상 조사는 손박사의 것이 최초였다.

 

손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1982년 4~9월초까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여천리 등 11개 지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호천의 민물고기는 총 8과 36속 45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고유종은 참종개를 포함해 총 15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손박사는 또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미호천의 우점종은 피라미(23.47%) 돌마자(12.54%) 붕어(11.99%) 모래무지(9.90%)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피라미가 전수역에서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한 후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버들치-갈겨니-피라미-붕어 등의 순으로 우세현상을 보이나 미호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이처럼 미호천의 정상적인 어류 분포형이 깨진 원인으로 저수지의 건설, 보(洑)의 설치 및 개간에 따르는 하천유역과 하상의 심한 파괴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논문에는 도표 <미호천의 어류상>을 통해 "미꾸리과 어류로 미꾸리 17개체, 미꾸라지 2개체, 점줄종개 81개체, 참종개 81개체가 각각 채집됐다"고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이 발표후 얼마 안가 '미호종개'라는 신종 발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종개로 분류된 표본의 일부가 추후 관찰에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종과는 전혀 새로운 종, 즉 신종임을 확신케 하는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호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호천은 흰빛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푸른 하천이었다. 이 흰빛 모래사장은 한 어류학자의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발견케 하는 단초적 역할을 했다./자연닷컴

 

■'코비티스 초이'로 신종 발표

 

이 논문이 발표되자 곧바로 손박사를 찾은 이가 있었다.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익수박사로, 손박사와는 대학 동기동창인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 김박사가 손박사를 찾아간 이유는 훗날 학계에서 '비화'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일이 되었기에 고 최기철박사의 기록을 통해 들어보자.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모래가 많은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참종개 무리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박사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호천의 참종개는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손박사의 양해를 얻은 김박사는 당시 미호천서 채집된 81개체의 참종개(당시의 분류기준으로는 참종개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음)를 모두 관찰한 결과 꼬리자루가 무척 가늘고 몸 양측의 반문이 참종개와 다른 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그 자리서 손박사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연구해 신종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명은 '미호종개'로 할 것과 학명은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할 것을 말이다."

 

 

 

참종개(위)와 미호종개(아래) ./자연닷컴

 

공동연구에 들어간 손박사와 김박사는 얼마 안가 신종이라고 생각되는 종의 형태형질 인자가 참종개나 점줄종개와 같지 않다는 것과 몸 양측의 중앙부에 위치한 반문도 점줄종개나 참종개와 다르며, 꼬리자루가 유별나게 가늘고 비늘이 참종개보다 작다는 것 등을 알아냄으로써 신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두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해(1983년)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직접 현지조사를 실시해 미호종개 85개체 점줄종개 139개체 참종개 8개체를 채집, 3종이 같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코비티스 초이(Cobitis choii Kim and Son)'」가 발표됨으로써 미호종개는 비로소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다.

 

손박사의 세밀한 채집조사가 없었던들, 그리고 김박사의 학문적 의구심이 없었던들, 또한 두 박사의 서로에 대한 학문적 신뢰와 우정이 없었던들 미호종개는 어쩌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채 저홀로 멸종의 길을 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수 박사./자연닷컴

손영목 박사.자연닷컴

 

 

■스승께 바친 '보은(報恩)의 물고기'  

 

미호종개의 한국명과 학명을 붙이게 된 배경에 대해 손영목박사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국내에서 어떤 생물종을 신종 발표할 때에는 우리말 이름을 짓게 된다. 김익수박사와 공동으로 찾아낸 신종을 미호종개로 지은 것은 첫 채집장소가 미호천인 데다 당시에는 미호천에서만 발견되는 한국고유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다.

또한 신종을 발표할 때는 라틴어를 사용해 린네가 주창한 이명법(二名法)에 따라 학명을 짓게 되는데 신종 발표 당시에는 미꾸리과 중에서 기름종개속(Cobitis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종소명을 'choii'로 작명해 'Cobitis choii'가 된 것이다. 여기서 'choii'는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비록 '초이'로 발음되긴 하지만 발표자인 나와 김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님(최:崔)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사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작명한 것이었다. 지금은 미호종개의 학명이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뀌었다."

 

고 최기철 박사는 이와 관련, 글을 통해 "신종 발표 직전 김박사와 손박사가 나를 생각해 'choii'라는 종소명을 지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요청해와 굳이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며 "고마운 일이긴 하나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미호종개는 제자들이 찾아내 스승에게 바친 보은의 물고기로,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오늘날 미호종개 하면 '崔고기' 혹은 '崔종개'란 별칭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고유종' 미호종개>금강에는 현재 미호종개를 포함한 33종의 한국고유어종이 살고 있다. 이들 한국고유어종은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나타난 어종들로서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들이다. 특히 미호종개는 금강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어류이다./금강닷컴

 

■금강에 사는 민물고기

 

미호천을 포함한 금강 수계에는 어떠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에 의하면 금강에는 총 16목 37과 139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민물고기 총목록수가 17목 39과 215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적지않은 생명들이 금강을 터전으로 삶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에 사는 이들 민물고기를 생태 유형별로 구분하면 잉어와 미꾸리처럼 일생을 민물에서만 사는 순수 담수어가 80종(57.6%), 망둑어과 어류처럼 기수에서 생활하거나 일생중 어느 시기에 강 또는 바다에 잠시 머무르는 주연성 어류가 41종(29.5%), 철갑상어와 황복처럼 바다에서 자란 후 민물로 올라가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가 11종(7.9%), 산천어와 밀어처럼 원래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살던 종이 육지에 갇혀 일생을 사는 육봉형 어류가 5종, 뱀장어처럼 민물에서 자란 후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가 2종이다.

 

또 과(科) 단위로는 잉어과 50종(36.0%), 망둑어과 22종(15.8%), 참복과 6종, 미꾸리과 5종, 동자개과 5종, 뱅어과 5종, 동사리과 3종, 철갑상어과 멸치과 청어과 메기과 퉁가리과 등 13과가 각각 2종, 뱀장어과 종개과 송사리과 등 17과가 각각 1종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류적 특성 외에도 금강의 어류 목록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총 33종의 물고기가 '한국고유종'이란 점이다. 이들 한국고유종은 전편(2회)에 설명한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분화한 종들이다. 따라서 같은 고황하 수계였던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들로서, 어류 분류학상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물고기들이다.

 

금강에 사는 한국 고유종 가운데 미호종개는 금강 수계에만 사는 금강 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종이며, 감돌고기는 금강을 중심으로 인근의 만경강과 웅천천 등에 소수가 사는 대표적인 금강 물고기다.

 

또한, 금강의 한국고유종 가운데에는 과거 어느 때인가 금강과 한강이 서로 연결돼 있었거나 두 강 사이에 하천쟁탈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지표종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한강에도 서식하는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다.

 

금강의 민물고기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어름치(259호·서식지는 238호)와 미호종개(454호)가 있으며, 환경부 지정 보호종으로는 미호종개 감돌고기 흰수마자 퉁사리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다묵장어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금강의 어류목록 가운데 동자개과의 종어는 이미 절종된 상태며 잉어과의 어름치는 8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에 복원된 종이다.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가 학계에 정식 등록된 것은 1913년 Jordan과 Metz라는 두 외국학자가 기름종개와 미꾸리를 보고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1929년 일본인 학자 Wakiya와 Mori가 수수미꾸리와 새코미꾸리를 기재했다.

 

국내 학자에 의해서는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가 참종개를 신종 발표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이듬해인 1976년에는 역시 김익수박사와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가 왕종개를, 1984년에는 김익수·손영목박사가 미호종개를, 1987년에는 김익수·이완옥박사(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부안종개를, 1997년과 2000년에는 김익수·박종영박사(전북대교수)가 동방종개와 얼룩새코미꾸리를 차례로 신종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이다. (전 세계에는 26속 177종 분포)

 

이를 나열하면 미꾸리,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등으로, 이 중 참종개속(Iksookimia속)은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 6종, 기름종개속(Cobitis속)은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이다. 이름이 비슷한 대륙종개 종개 쌀미꾸리는 미꾸리과가 아닌 종개과이다.

 

 

<참종개>신종으로 발표되기 전의 미호종개는 참종개의 일종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연구로 미호종개는 참종개와 다른 '한국특산종'임이 밝혀져 한국산 어류목록에 새롭게 등재됐다. 참종개 역시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다./자연닷컴

 

금강에는 현재 미꾸리 미꾸라지 참종개 미호종개 점줄종개 등 5종의 미꾸리과가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속의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와 미꾸라지(Misgurnus mizolepis)는 널리 알려진 만큼이나 우리나라 하천에 널리 분포하는 고황하계 어류이며,참종개속의참종개(Iksookimia koreensis)는 금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한 아지역 하천의 중상류에 서식하는 한국고유종이다. 역시 참종개속의 미호종개(Iksookimia choii)도 금강수계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이다.

 

점줄종개(Cobitis lutheri)는 기름종개속 어류로 우리나라 서남해로 흘러드는 하천과 중국, 러시아 동부에도 분포하는 공통종이다.

 

 

 

<미호종개 서식처>기름종개 무리들도 다른 물고기들처럼 종에 따라 각기 다른 서식처를 갖고 있다. 그 중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완만해지는 곳의 고운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장소로 삼고 있다. 금강수계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되는 참종개와 점줄종개도 서로 다른 미소(微小) 서식처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기름종개류의 분포적 특성과 의의

 

물고기마다 사는 곳이 다르듯이 기름종개 무리(주로 참종개속과 기름종개속 어류를 통칭)도 종에 따라 분포지(서식 하천)가 한정돼 있거나 서로 다른 서식처(서식 장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미호종개는 금강 중류에만 분포하고 부안종개는 전북 부안의 백천에만 산다. 또 기름종개는 낙동강과 형산강, 남방종개는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동방종개는 형산강과 영덕 오십천 축산천 송천천, 왕종개는 낙동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정돼 분포하고 있다.

 

또 서식 장소를 보면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여울에 서식하고, 점줄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비교적 느리고 모래가 많이 깔려있는 곳을 좋아한다.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다가 완만해지는 여울 끝부분의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처로 삼고 있으며 왕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은 곳에 서식한다.

 

김익수박사는 "우리 고유종인 미호종개,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는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겨나 여러 강에 나뉘어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한국산 기름종개류의 분포양상은 한반도의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 한국고유종 '어름치'-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으로 한·중·일 3국이 동일 수계(고황하)로부터 분리된 이후 생겨난 어종이다. 특히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과거 어느 때인가 두 강이 연결돼 있었음을 알려주는 지표종이다. 최근 금강에서 발견되는 어름치는 복원된 종이다./자연닷컴

 

 

 

■과거로의 시간여행-한반도 민물고기는 어디서 왔나

 

한반도 민물고기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대륙으로부터 왔을까, 아니면 바다 건너 일본으로부터 왔을까.

 

대단한 우문 같지만, 중국과 일본에 가보면 분명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들이 그곳 자연에서도 서식한다. 그것도 한 두종이 아니라 수십 종에 이른다. 그만큼 동종(同種)이 많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에 모두 분포하는 공통종도 20종 가량 된다. 이웃한 러시아 지역에도, 아니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타이완에도 한반도와의 공통종이 살고 있다. 실례로 갈겨니와 모래무지는 한국에도 살지만 중국과 일본에도 살며, 피라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타이완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산천어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도 산다.

 

어디 그 뿐이랴. 이들 국가의 많은 섬에도 뿌리를 같이 하는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어찌 의구심이 들지 않으랴.

 

민물고기는 본래 '민물'을 중요 서식기반으로 하는 물고기를 말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그 지역이 한때 타 지역과 민물로 이어져 있거나 홍수 등 어떤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나마 민물에 의해 타지역과 연결될 수 있을 때 '민물고기의 자연적 유입 내지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중국과 일본, 타이완과는 바다라는 넘지못할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대륙과 이어진 한반도 북쪽 또한 민물고기가 스스로 유입 또는 왕래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은 되지 못한다. 섬 지역 역시 바다를 넘지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지역의 지질사적 형성과정에서 찾고 있다. 이들 학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보자.

 

"시대는 신생대 3기 말의 선신세. 이 시기 이후 지구는 몇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더 맞게 되는데 빙하가 얼고 녹을 때마다 해수면이 달라져 한반도 주변지역, 특히 한·중·일 지역은 때론 육지로 연결됐다 때론 바다에 의해 갈라지길 반복했다. 부속 섬지역도 마찬가지다.

 

빙하기가 되면 해수면이 낮아져 해안선이 밀려나는 이른바 해퇴기(海退期)가 왔는데, 이 때마다 한반도와 중국, 일본 땅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민물 수계가 나타났다. 그 중 서해 쪽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낮은 골짜기에 생겨난 물줄기가 바로 고황하(古黃河)다. 고황하는 양쯔강과 황하 등 중국의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과 한반도의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 일본의 서남부로 흐르는 하천을 모두 아우르고 나아가 대만 남쪽까지 뻗쳐진 커다란 강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한강과 금강도 당시에는 고황하의 지류였다.

 

해퇴기가 되면 한반도 동쪽에도 커다란 물줄기가 생겨났는데, 이를 고(古)아무르강 수계라 한다. 이 수계로는 흑룡강(러시아 명칭은 아무르강)과 두만강을 비롯한 한반도의 동해로 흘러드는 각 하천이 지류로 연결됐다.

 

혹자는 해퇴기 당시 해수면이 얼마나 낮아졌기에 한반도 주변지역이 모두 육지로 연결되고 각 지역을 잇는 거대한 강줄기가 생겨났나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해퇴기 때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무려 150∼180m 가량 낮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서해 수심이 평균 44m에 불과하고 깊은 곳도 100m 정도밖에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고황하의 하구가 지금의 제주도 남서쪽에서 동중국해까지 이르렀을 것이란 학설이 설득력이 있다.

 

이후 시간은 흘러 신생대 4기 홍적세의 간빙기(해침기)를 맞으면서 녹아내린 빙하수로 해수면이 점차 상승해 지금의 서해와 동해가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각각 분리돼 나갔다. 한반도 주변의 섬 또한 이때 만들어졌다."

 

 

▲ 한·중·일 3국 공통종 '메기'- 메기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한 고로종(古老種), 즉 '할아버지 물고기'로 고황하계 어류에 속한다. 메기가 한·중·일 3국에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은 먼 옛날 이들 지역이 하나의 대륙, 하나의 수계(고황하)로 연결돼 있었음을 알려준다. 국내에서는 하천쟁탈 등의 이유로 현재 고아무르 수계인 동해 쪽 하천에서도 발견된다.

 

■민물고기의 유래와 분포

 

그렇다면 한반도의 민물고기는 어디로부터 유래했을까. 한마디로 고황하 수계와 고아무르강 수계가 한반도 민물고기의 최초 이동 통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황하 수계를 통해선 중국계 어류와 남방계 어류가, 고아무르강 수계를 통해선 북방계 어류가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민물고기 어종이 이같은 경로를 통해서 유래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앞서 얘기한 바처럼 홍적세 간빙기를 맞아 불어난 바닷물에 의해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분리되면서 각 지역의 하천 또한 고황하와 고아무르강 수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됐고, 그 후 지역적 특성에 의해 각기 분화된 고유종들을 탄생시킴으로써 종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 국가의 민물고기 분포 종수가 서로 다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고황하계 어종인 갈겨니가 고아무르강 수계였던 동해안의 왕피천에서도 발견되는 것과 같이 현재의 서식지역이 본래의 수계를 벗어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륙분리 및 하천 고립 이후에 나타난 하천쟁탈(A,B 두 개의 하천이 인접해 흐를때 A하천의 침식으로 B하천의 일부가 A쪽으로 흐름을 바꾸는 일, 그림 참고)이나 기타 지각변동에 기인한다.

 

 

▲ 금강과 섬진강의 하천쟁탈 - 섬진강 최상류 지역은 본래 금강 물줄기였으나 하천쟁탈에 의해 물흐름이 남쪽으로 바뀌었다. 하천쟁탈이 일어나면 물흐름이 바뀌면서 그곳에 살던 물고기까지 옮겨가게 돼 분포지역이 넓어진다. 수계가 각기 다른 강과 강 사이의 물고기 이동은 하천쟁탈과 지각변동 등에 기인한다.<그림 출처 : 부산대 지리교육과 >

 

 

 

■미호종개의 분포 구계

 

오늘날 한반도 민물고기의 지리적 분포 구계(區系독특한 어류상을 이루는 지리적 범위)는 보통 서한 아지역(subdistrict)과 남한 아지역, 동북한 아지역으로 나뉜다.

 

서한 아지역은 한반도 백두대간 서쪽 대부분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등이 속한다. 고황하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에 대륙분리 및 하천고립 이후 생겨난 한국 고유종을 빼고는 대부분 중국계와 남방계 어류가 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미호종개를 비롯해 묵납자루 어름치, 감돌고기, 가는돌고기, 배가사리,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 참종개, 부안종개 등의 고유종들이 분화해 살고 있다.

 

남한 아지역은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을 경계로 그 남쪽에 있는 영산강, 탐진강, 섬진강, 낙동강 수계와 동해안의 태화강, 형산강, 오십천, 왕피천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서 생겨난 한국 고유종은 큰줄납자루 점몰개 모래주사 여울마자 왕종개 동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꼬치동자개 등이다.

 

동북한 아지역은 강릉 남대천 이북의 동해로 흐르는 하천을 아우르는데 과거 고아무르강의 영향을 받아 남방계 어류인 메기목 어류가 출현하지 않고 어류상도 비교적 빈약하다. 이 지역에만 사는 한국 고유종은 버들가지와 강중개가 있다.

 

 

 

▲ 산경도와 민물고기의 분포구계 - 한반도의 민물고기 분포구계(區系)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세 개의 아지역(subdistrict)으로 나뉜다. 고황하 수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금강수계는 서한 아지역에 속해 있는데 이곳에는 미호종개를 비롯한 139종의 민물고기가 서식 분포하고 있다.<지도 제공: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