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겨진 수정란 발생과정...신비 그 자체"
수정후 곧바로 '새 생명'으로의 진행 시작
25도 수온서 24시간 만에 발생·부화 완료
   
-----<23>미호종개의 초기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왔다.

 

산란과정(21~22회 보도)은 물론 산란·수정된 알의 발생 및 부화과정과 부화 후의 자어(미성숙 상태의 새끼)에서 치어(몸 구조가 완성된 이후의 새끼)로 성장하기까지의 초기생활사, 그리고 치어 이후의 성장과정과 생태 등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된 방인철(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교수)·이완옥(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미호종개의 실체를 밝히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이완옥박사팀의 연구 과정을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밀착 취재, 보도한다.

 

■수정란의 발생 및 부화 과정


물고기들의 삶 속에 내재된 생명의 신비는 그들의 산란과정과 그 결과물로서 생겨난 수정란의 발생과정에 함축돼 있다. 미호종개 역시 마찬가지다.


수컷들의 눈물겨운 사랑경쟁과 그 치열한 경쟁 끝에 이뤄진 암·수의 산란행동, 이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인 수정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다.


그 신비로움은 알의 발생과정으로 이어진다. 암·수컷이 산란행동을 통해 수정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무(無)에서 유(有)로의 과정'이라 한다면, 그 수정란이 다시 발생단계를 거쳐 자어로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은 '유(有)에서 화(化)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발생과정을 보자. 미호종개의 수정란은 직경이 1.1~1.3㎜(평균 1.2㎜, n=50)로서 투명한 황색을 띤 구형에 가까운 침성점착란(가라앉고 점착성이 있는 알)이다. 이 수정란은 '평균수온 25℃ 조건'에서 대부분 24시간을 전후해 부화(발생 완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단 하루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수 어미들의 산란행동과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별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생명 탄생과정은 연속선상에 있다.


어미 배에서 나온 알은 수컷의 정자와 만나 수정된 후 곧바로 발생과정에 접어드는 것이다. 발생과정에서 겉으로 관찰되는 첫번째 현상인 난막 분리현상이 수정 후 10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실제 관찰 결과 수정 후 10분부터 난막 분리현상이 나타났다. 난막이 분리된 후부터는 배반 형성과정으로 들어가는데, 2세포기로의 변화 시작은 50분을 전후해 나타났고, 1시간 경과 후엔 대부분의 알(난)에서 뚜렷한 4세포기가 관찰됐다.


1시간 20분이 지난 후엔 8세포기 형태를 보였다. 16세포기는 1시간 30분이 지난 후 관찰됐으며, 1시간 35분 후에는 32세포기가 관찰됐다. 이어 2시간 5분을 전후해 64세포기가 관찰되기 시작했고, 2시간 20분 후에는 128세포기로의 진행이 이뤄졌다.


4시간 40분 후에는 뽕나무 열매(오디) 모습을 한 상실기로 접어들기 시작해 분열을 보이다가 7시간 50분이 경과한 후에는 일부에서 이미 포배기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관찰됐다. 배체가 형성되는 모습은 12시간이 지난 후 관찰됐다. 14시간 지나 4~6근절을 관찰할 수 있으며, 18시간 경과 후에는 18~23근절이 관찰됐다. 34~42근절은 21시간이 지나면서 관찰됐다.


22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알 속의 '미동(微動)'이 포착됐다. 드디어 새로운 생명이 '움직임'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로부터 1시간 뒤인 23시간째부터 개체들이 발생을 마치고 알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른바 부화의 순간이다. 새로운 생명들이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움직임도 미약하고 모습도 불완전하지만 그 이름과 혈통만큼은 세계에서 유일한 미호종개다.


산란에서 부화까지 미호종개의 대내림 과정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파노라마다. 무(無)에서 유(有)로, 유(有)에서 화(化)로, 순간 순간 변화하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새 생명의 탄생과정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진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어떤 드라마가   이처럼 벅찬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정리하면, 세포분열은 대략 10~15분 정도 차이를 두고 2-4-6-8-16-32-64-128세포기의 형태로 분열되는 것이 관찰됐으며, 상실기·포배기·배체형성기는 대략 5시간이 경과한 후 발생이 이뤄졌다'며 "평균 수온을 25℃로 유지한 결과 대부분의 개체가 빠르게는 23시간에서 25시간에 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1) 배반형성(수정후 40분 경과)

 

 

 (사진2) 2세포기(수정후 50분 경과)

 

(사진3) 4세포기(수정후 1시간  경과)

 

 

(사진4) 8세포기(수정후 1시간 20분 경과)

 

(5) 포배기(수정후 2시간 20분 경과)

 

 (6) 4근절기(수정후 14시간 30분 경과)

 

 

 (7) 26근절기(수정후 20시간 10분 경과)

 

 (8) 부화 시작(수정후 23 시간 경과)

 

새 생명의 탄생과정

미호종개의 수정란은 수온 25도 아래서 대부분 24시간을 전후해 부화한다. 그만큼 빠르게 발생한다. 수정 후 10분부터 난막이 분리되고 50분 전후해서는 2세포기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미호종개 수정란의 세포분열은 대략 10~15분 정도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데 수정 후 22시간이 지나면 '새 생명'이 움직임을 시작해 23시간후부터는 부화가 시작된다. <사진은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디지털카메라 부착 실체현미경(×30,×50)을 이용해 촬영>

 

 

"수컷이 암컷 몸 휘감는 순간 산란·방정 동시 이뤄져"
 산란전 암수 '해발인 동작'...생명의 신비 처음 규명
-----<22>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2)

 

■산란과 방정


전편에서 봤듯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경쟁은 몸시 치열하다. 아니 치열한 정도를 넘어서 처절하기까지 하다.


경쟁 대열에서 탈락한 '사랑의 낙오자'들은 바닥으로 내려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가미 호흡 횟수가 산란행동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많고 거칠다. 아직 '힘 있는 수컷'들은 열띤 구애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대열에서 밀려나 숨을 고르는 낙오자들의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물고기 수컷들에게도 그만큼 사랑을 차지하는 과정이 높고 험한 가시밭길이다.


미호종개의 사랑 유영은 한동안 계속된다. 암컷이 이끄는 대로 수컷들이 필사적으로 뒤따르길 수 분, 그러다가 구애경쟁을 펼치던 수컷 가운데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는 순간 그 치열하던 사랑경쟁은 일단락 된다. 암컷을 사랑의 포로로 쟁취한 수컷 한 마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묘한 것은 거의 대부분이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산란 행동을 보이지만 극히 드물게는 수컷 두 마리가 동시에 몸을 휘감는 경우도 목격됐다. 이럴 땐 최후의 승리자가 두 마리가 되는 셈이다.


어쨌거나 이 순간이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서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장면이다.


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기회를 놓칠세라 재빠르게 암컷의 산란공이 있는 배부분을 가슴지느러미로 압박하면서 몸으로 한 바퀴 반, 각도로 치자면 약 450도 가량 휘감아 자극하면 암컷은 즉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알을 낳는다. 수컷 역시 몸을 떨면서 암컷의 산란에 맞춰 방정한다.


한반도의 금강 줄기에서 미호종개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한 이래 '대내림의 베일'이 처음으로 벗겨지는 순간이다. 감격적인 순간이다.


산란과 방정은 순식간에, 그것도 동시에 이뤄진다. 신기할 뿐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시작한 사랑 나누기는 결국 1대 1(극히 드물게는 1대 2)로 산란과 방정을 하면서 끝이 나니 생명의 신비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진1>

<사진2> 

 <사진3>

미호종개의 여러 산란 행동
미호종개는 산란할 때 암·수컷이 집요하게 구애행동을 하다가 수컷이 순간적으로 암컷 몸을 휘감으면서 산란과 방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산란행동은 대부분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지만 극히 드물게는 <사진 3>처럼 수컷 두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는 경우도 목격된다./자연닷컴


수컷이 암컷으로 하여금 알을 낳도록 하는 결정적인 해발인(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은 '가슴지느러미로 암컷 배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몸을 휘감아 자극하는 동작'으로 보인다.

 

수컷들이 구애경쟁을 하면서 주둥이로 여러 번 암컷 몸을 자극하는 것도 일종의 해발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암컷이 먼저 수면 위로 부상해 수컷들을 유인하는 것도 그런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행동, 즉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그 사랑판(?)은 한동안 잠잠해 진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암·수컷 모두가 조용히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산란 행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새벽녘에 시작된 산란행동은 동이 트고 나서도 여러 번 계속된다.

 

수 시간 동안 암컷 한 마리가 여러 번 산란하는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처음엔 바닥에서 멀리 떨어진 수면 가까이서 산란과 방정이 이뤄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아래 쪽으로 내려와 막판에는 아예 바닥에서 산란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암컷은 암컷대로 여러 번 알을 낳고 수컷은 수컷대로 여러 번 구애경쟁을 함으로써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체가 거의 투명하고 왜소해 나약해 보이지만 대내림이란 지고지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진력하는 미호종개의 모습에서 종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의 산란동작을 통해 낳는 알의 수는 대략 20~80개 정도이며, 총 산란량은 평균 2,100개로 밝혀졌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의 산란 장면을 대하는 순간 최초로 베일을 벗긴다는 설레임과 함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특히 여러 번 이어지는 수컷들의 집요한 구애행동에서 미호종개의 독특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일 속 미호종개 생활사 최초 밝혀"
암컷 유영하면 수컷들 뒤따르며 구애 행동
------<21>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1)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지난 1984년 신종 기록 후 20년이 훨씬 넘은 최근까지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알려져 온 것이라고는 미호종개의 형태와 몸색, 분포 정도였다. 여기에 더하여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한 곳에 서식하며, 모래 속에 잘 숨고 산란기는 5~6월로 추정된다'는 등의 단편적인 내용만 알려져 왔을 뿐이다.


그러나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최근 들어 그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금년 1월 18일 순천향대서 열린 '멸종위기 1급 어류 미호종개의 복원을 위한 세미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호종개의 산란특성 및 초기생활사, 먹이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를 밝히는 귀중한 연구 결과들이 첫 발표됐다.


여기에 공헌한 이들이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교수팀과 국립수산과학원 강언종박사(남부내수면연구소)·이완옥박사(중부내수면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실) 등이다.


본보 기획취재팀은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미호종개 서식지 외에도 이들 연구진의 연구 과정 및 결과를 지난 1년 여간 밀착 취재,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심층 보도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산란 전 행동과 산란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역시 국내 언론사상 최초의 일이다.


산란 전 행동을 비롯한 산란 생태와 초기 생활사, 먹이 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 관한 내용을 앞으로 5회에 걸쳐 보도하기로 한다.

 

■미호종개의 산란 전 행동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을 관찰한 결과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미호종개도 산란하기 직전에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영국의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이 밝혀내 노벨상을 수상한 '해발인(解發因, innate releasing mechanism)'이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해발인이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을 말하는데, 산란기의 물고기에 있어서는 수컷의 혼인색 외에도 암컷을 직접 유인하거나 산란하도록 하기 위한 수컷의 독특한 동작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에 붉은 색을 칠한 수컷 가시고기 모형을 향해 수컷 가시고기가 달려들어 공격하고 암컷 가시고기가 접근해 유인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든가, 산란이 임박한 암컷 꼬리부분을 막대기로 톡톡 쳐주면 곧바로 산란하는 실험에서와 같이 암·수컷이 상대의 색깔이나 동작에 의해 본능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우 그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내게 하는 요인이 바로 해발인이다.


다른 동물을 예로 들자면 새 새끼의 경우 주둥이에 뾰쪽한 물건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고 갖난 아이 입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는 것 등이 있다.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우선 산란이 임박한 암·수컷들은 새벽녘(주로 5~6시 사이)이 되면 하나같이 움직임이 재빨라져 마치 무엇엔가 놀란 것처럼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사랑을 나누기 위한 제 1차적인 분위기 조성이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구애행동 혹은 유인동작은 암컷의 비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춤을 추듯 몸을 너울너울 움직이며 암컷이 수면 가까이 솟구쳐 올라 유영하면 그 뒤를 수컷 여러 마리가 잽싸게 뒤따르며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마치 암컷의 사랑 노래에 수컷이 응답하듯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수컷은 암컷을 따라 그냥 유영만 하는 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둥이로 암컷의 배와 몸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 호소한다. 이 장면은 흡사 목을 길게 빼고 서로 부벼 가며 사랑을 외치는 기러기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애경쟁은 결코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수컷 입장에선 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은 없다. 오히려 처절한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안간힘을 쏟아부으며 암컷 가까이 접근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암컷에 뒤쳐지면 곧바로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낙오자가 되면 다음 산란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면 할 수록 암컷은 더욱 재빨리 유영한다. 가장 우수한 혈통과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 여기서도 발현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암컷도 지치지만 뒤를 따르는 수컷들도 힘이 빠져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들도 있다.


이같은 '숭고한 사랑 나누기 경쟁(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은 암컷이 수면 가까이 치솟아 올라 유영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암컷의 유혹에 수컷들이 화답하듯 뒤따르면 암컷은 더욱 잽싸게 유영하고 수컷들은 암컷 가까이 다가가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이같은 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극적인 산란 장면은 다음 회에 게재./자연닷컴

'미호종개의 본향' 미호천 수질 악화…부영양화 심각
-----<20> 미호종개의 서식환경(5)

 

일반적으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탁한 물 혹은 더러운 물에 사는 물고기로 인식돼 있다.

 

이를 대변하듯 수년 전 어느 생태교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쌀미꾸리나 수수미꾸리,종개류들은 대부분 맑은 물 혹은 깨끗한 물에 사는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현지주민들 한테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지주민들은 대부분 쌀미꾸리와 수수미꾸리, 종개류를 싸잡아 '기름챙이', '지름챙이' 등으로 부르며 맑은 물과 연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가운데 '종개'라는 이름이 붙은 종은 모두 12종이다. 종개과의 대륙종개와 종개, 미꾸리과의 참종개,부안종개,미호종개,왕종개,남방종개,동방종개(이상 참종개속),기름종개,점줄종개,줄종개,북방종개(이상 기름종개속)가 그들이다.


이번 미호종개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현지 주민들 대다수가 '종개'라는 이름을 모르고 있으며 그 대신 기름고기,기름미꾸라지,기름창이,기름챙이,지름챙이,양수래미,양수라미,양수라지,챙그래미 등으로 통칭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이들 물고기는 비교적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현지 주민들은 이들 물고기가 점차 사라지는 원인을 각 하천의 수질 악화로 들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향인 미호천 주변마을 주민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미호천 팔결교 주변에서 70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취재팀이 제시하는 사진을 통해 미호종개를 정확히 분별할 줄 아는 한 주민은 "70년대까지만 해도 미호천에 지천하게 사는 것이 미호종개였다. 장마철 큰 물이 지나가고 나면 논의 물꼬나 도랑, 개울 모래톱 주변에 수없이 모여들던 물고기가 바로 지름챙이로 불리던 미호종개였다. 하지만 80~90년대 이후 개울 물이 오염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 없을 만큼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이곳이 미호종개의 본적지?"
미호천은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타입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 하천 중 가장 악화된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현재 모습./자연닷컴

 

■하천의 부영양화 문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과 관련해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박사팀이 이번에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 하면 현지 주민들의 증언은 미호종개의 습성은 물론 서식처의 수질 특성, 나아가 개체수 감소요인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며,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이 수질분석 자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질오염 인자 중 인(P)과 질소(N) 성분의 농도에 대해 중점 분석함으로써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영양화란 강과 호수 등의 수역에 오염물질이 다량 유입돼 물 속의 인, 질소 등의 영양분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플랑크톤이 과다하게 번식해 용존산소 소모, 투명도 저하, 악취발생, 물고기 폐사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영양화는 하천에 낙엽,고사목 등의 유기물질이 유입돼 자연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영양 물질의 유입량이 증가할 경우 이로 인해 영양소 순환 속도가 가속화 돼 조류 및 수생 식물의 광합성량이 이상적으로 늘어나 결국 유기물 총량이 급증하는 인위적 부영양화를 일컫는다.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영양염류의 대표적인 것이 인과 질소로서 주로 인산염,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아질산성 질소 등의 농도 측정을 통해 그 정도를 분석한다.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물 색깔이 녹색이나 갈색으로 변해 물의 투명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pH, DO(용존산소량), 클로로필a 농도 등 각종 수질지표에 큰 영향을 미쳐 결국은 물고기와 같은 수생생물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미호종개의 생태와 관련해서는 삶의 바탕이 되는 물의 질을 떨어뜨리고 하천바닥을 부식저질로 변화시키며, 또한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과 저서생물의 종 조성에 큰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개체수 감소를 불러오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질분석 결과
방인철 박사팀이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현존 최대 집단 서식처로 밝혀진 진천 백곡천의 경우 BOD 0.7~2.2㎎/L, COD 0.8~3.4㎎/L, 총질소(T-N) 1.649~2.856 ㎎/L, 총인(T-P) 0.014~0.075㎎/L, 부유물질(SS) 0.6~11.6㎎/L 로 분석된 반면 미호종개의 최초 발견지이자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BOD 0.6~3.2㎎/L, COD 4.1~7.3㎎/L, T-N 2.128~7.760㎎/L, T-P 0.096~0.240㎎/L, SS 4.2~34.2㎎/L 로 나타나 미호천의 수질이 크게 오염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인산염,암모니아성 질소,질산성 질소,아질산성 질소 등 4개 항목을 검사한 결과 백곡천의 경우 각각 0.036㎎/L, 0.025㎎/L, 1.950㎎/L, 0.066㎎/L로 나타났고 미호천은 0.053㎎/L, 0.018㎎/L, 2.921㎎/L, 0.093㎎/L로, 갑천은 0.042㎎/L, 0.021㎎/L, 2.642㎎/L, 0.081㎎/L로, 지천은 0.030㎎/L, 0.025㎎/L, 1.624㎎/L, 0.065㎎/L로 조사됐다.


4개 부영양화 요소 중 질산성 질소 성분이 각 하천에서 모두 높게 나타나는 등 부영양화가 어느 정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호천과 갑천이 특히 높은 수치를 보여 인근 도시 및 공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두 하천의 인산염 수치도 다른 하천에 비해 높게 조사돼 대조를 보였다.


방인철박사는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 하천의 수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특히 부영양화 진행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각 요소별 분석결과 미호천이 인산염과 질산성 질소 수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다른 하천 보다 부영양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방박사는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미호천에서 미호종개가 절멸위기에 처한 원인은 수질오염, 하상구조의 변화, 어식성 어류 증가 등으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수질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방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질오염 인자 중 인(P)과 질소(N) 성분의 농도에 대해 중점 분석함으로써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자연닷컴

"미호천·백곡천 종 다양도 감소 추세···서식환경 악화 증거"
------<19> 미호종개의 서식환경(4)

 

■어류군집 조사 결과


어류군집 조사는 일반적으로 종 다양도와 균등도, 종 풍부도, 우점도 등을 포함하는 '종 다양성 분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각 종간 상관 관계를 밝히는 '종 상관성 분석'과 각 지점별 어류군집간의 유사성을 알아보는 '군집 유사도 분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어류 군집조사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하천 혹은 어느 지점의 어류 군집 특성은 그곳의 물고기 서식환경이 현재 어떠한 상태인가를 짐작케 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 하천을 대상으로 어류군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 다양도와 풍부도는 낮은 반면 우점도는 높게 나타났다면 그 하천의 어류 서식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요인으로는 골재채취로 인한 하상구조 변화를 지적할 수도 있고 또 외래어종으로 인한 서식지 교란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오염 부하량 증가에 따른 수질 악화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종 다양성 회복 등을 위한 대안을 찾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어느 하천 수계에 대해 각 보(洑)마다 어도를 설치하거나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을 실시했을 경우엔 그 이전에 비해 보다 높은 종 다양성 지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류군집 조사는 한편으로는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한 효용적인 측면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가 금강 수계 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군집 조사의 결과이다. 홍박사는 이번 분석을 위해 미호종개 서식처당 10회의 채집 활동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얻어냈다.

 

①종 다양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 분석을 위해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균등도, 우점도 등을 알아본 결과 우선 종 다양도 지수는 지천 2.23, 백곡천 2.22, 갑천 1.96, 미호천 본류 1.90 순으로 나타나 지천이 가장 높고 미호천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 다양도 지수는 다음의 종 풍부도 및 균등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어느 지점에 어류 종이 얼마나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종 풍부도는 지천 2.78, 백곡천 1.98, 갑천 1.44, 미호천 본류 1.31로 역시 종 다양도 지수와 같은 서열을 보였다.


각 종의 개체수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균등도는 전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호천 0.86, 백곡천·갑천 각각  0.82, 지천 0.74로 백곡천과 갑천이 같게 분석된 가운데 지천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생물 군집내의 우점화 비율을 나타내는 우점도는 미호천 본류·갑천이 각각 0.18, 지천 0.17, 백곡천 0.13으로 나타나 미호천 본류와 갑천,지천은 우점도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으나 백곡천은 비교적 낮게 분석됐다. 우점도는 일반적으로 수치상 종 다양도와 정반대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오염 수역인 경우엔 다양한 어류 종의 분포가 제한되고 오염에 대한 내성이 높은 어류의 우점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게 되는 등 큰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할 때 지천과 백곡천이 생태적으로 다소 유사성을 띠는 반면 비교적 인구 밀집지를 포함하는 갑천과 미호천 수계의 어류 군집이 종 다양성과 풍부도 측면에서 낮게 분석됐다.


한편 홍박사는 이번 분석에서 지난 1982년도 자료와 최근(2004~2005년) 자료를 비교, 각 지수별 변화 추이를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지수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져 백곡천의 경우 지난 1982년도의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는 각각 2.50과 2.7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2004~2005년엔 각각 1.46과 1.53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미호천은 각각 2.31과 3.63에서 1.91과 3.21로 감소했다.


종 다양도와 풍부도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지천의 종 다양성'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을 알아보기 위한 이번 조사에서 충남 청양 지천이 종 다양성 지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지천의 종 다양성지수는 2.23인 반면 미호천 본류는 1.90으로 낮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자연닷컴

 

②종 상관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확인되는 물고기들의 종간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미호종개와 상관성이 높은 어류는 피라미와 점줄종개, 참종개 등으로 이들은 모두 1.0의 수치를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붕어, 모래무지,돌마자가 0.8의 수치를 나타내고 납지리, 돌고기, 참마자, 얼룩동사리, 밀어, 민물검정망둑이 각각 0.7의 수치를 보여 비교적 상관성이 높게 분석됐다.

 

각 종간 상관성이 높을수록 동시출현 혹은 함께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박사는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물고기를 채집해 보면 피라미와 점줄종개,참종개 등이 다른 종에 비해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들 물고기가 미호종개와 종간 친화도가 높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서식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들이 진정한 개념의 동서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 이번 조사에서는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의 점줄종개가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간 상관성이 높다는 것은 미호종개와 같은 장소에서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연닷컴

 

<아래 사진>'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와 함께 익수키미아 속에 속하는 참종개 또한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발견되는 참종개는 사진에서와 같이 모래바닥을 주요 서식공간으로 삼으면서 먹이경쟁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미호종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연닷컴

 

③서식처별 군집 유사도
미호종개 각 서식처별 동서종 및 어류집단의 구성에 따라 군집간 유사도를 살펴본 결과 백곡천과 지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하고 다음으로 갑천과 지천으로 나타났으며, 지천과 미호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성이 적게 분석됐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18>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3)

 

■동서종(同棲種) 조사 결과


생태학에서 동서(同棲)란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이 한 곳에서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동서종(혹은 동서어종)이라 함은 미호종개와 종은 다르지만, 미호종개가 사는 일정 서식처 범위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류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자면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서, 미호종개의 서식처를 중심으로 이뤄진 물속 생태계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이들이 미호종개의 서식환경 요소로서 중요시되는 것은 같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크든 작든, 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미호종개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의 환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생태계란 본디 '일정한 지역의 생물 공동체와 이들의 생명 유지에 근원이 되는 무기적 환경이 서로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체계'임을 생각할 때 상호 주고 받는 영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미호종개 입장에서 보면 동서종 가운데에는 산란장소 및 은신처 등 주요 서식처(미소 서식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상대(모래무지,흰수마자 등)가 있을 수 있고 먹이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대(미꾸리과, 모래무지,흰수마자 등)도 있을 수 있으며 육식성 어종인 경우에는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것들(큰입배스,블루길,쏘가리 등)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동서종을 살펴보는 것은 미호종개 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물속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외에도 미호종개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방법이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와 BLS테크 이순재 기술이사(생태조사 담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동서종은 총 34종으로 나타나 금강 수계 전체의 서식 어종수 139종의 24.5%로 분석됐다. 이들 동서동 가운데 분포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종은 돌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등이었으며, 최근 순천향대 방인철 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이 찾아낸 진천 백곡천의 집단서식처는 유독 미호종개가 우점종으로 조사돼 큰 대조를 보였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 멸종위기 1급어종인 흰수마자가 발견된 점과 모든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어류는 아니지만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습성상 미호종개 서식처 주변에 살면서 먹이경쟁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특히 산란기때 미호종개의 알을 주워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하나의 위해동물로 여겨진다.

 

황소개구리 올챙이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모든 서식처에서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육식성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등과 함께 미호종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위해동물'로 여겨진다./자연닷컴

 

①미호천 본류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과 농다리 지점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동서종은 총 13종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한 개체씩의 미호종개가 확인됐으며, 우세종은 모래무지 27%, 돌마자 25%로 조사됐다. 동서종 목록을 보면 잉어,붕어,떡붕어,모래무지,돌마자,몰개,미꾸라지,미호종개,동자개,블루길,큰입배스,갈문망둑,가물치 등인 가운데 육식성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의 풍부도가 10% 이상으로 나타나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됐다. 특히 팔결교 지점은 여름철이면 전문 낚시인들인 루어꾼들이 연일 찾아와 배스낚시를 할 정도로 큰입배스의 출현율이 높은 편으로, 이로 인해 미꾸리과의 일종인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이 매우 불안정함을 알 수 있었다.

 

②백곡천 상류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를 첫 발견할 당시 '현존 개체수 1만4백68마리'로 추정한 백곡천 상류부의 동서종은 총 16종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를 대변하듯 전체 16종 중 미호종개가 약 21%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몰개(20%)로 나타났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떡붕어,돌고기,모래무지,참마자,돌마자,몰개,버들치,피라미,치리,미꾸리,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며 외래어종으로는 떡붕어가 확인됐다. 떡붕어는 잡식성이지만 식성이 게걸스러워 타 어종의 알까지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미호종개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나의 환경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③대전 갑천
이번 조사에서 총 36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대전 갑천 월평공원 인근 지점의 동서종은 모두 10종으로 집계됐다. 전체 10종 가운데 모래무지가 26.4%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피라미 23.3%, 돌마자 21.2%의 순으로 분석됐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납지리,모래무지,돌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눈동자개,큰입배스 등인 가운데 미호종개는 약 3%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의 큰입배스 분포비율은 3%로 미호종개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조사팀의 현장 조사시 타 어종의 포식 장면이 수차례 목격될 정도로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미호종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④공주 유구천
총 13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공주 유구천의 동서종은 모두 22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미호종개 서식처 중 가장 많은 동서종수이다. 동서종 가운데에는 앞서 말한 바 대로 다량의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어종은 특히 '모래'가 중요한 환경인자로서 대부분의 생활을 가는 모래가 깔린 바닥에서 함께 영위함으로써 서식처를 차지하려는 경쟁 혹은 먹이경쟁에 있어 다른 어종 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종 목록은 잉어,붕어,각시붕어,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유구천에 서식하는 미호종개의 동서종들. 미호종개 주변에 납자루,참붕어,모래무지,참종개 등이 모여들어 먹이를 찾고 있다. 동서종들은 이렇듯 먹이경쟁 등을 통해 상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⑤청양 지천
총 11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청양 지천에서는 21종의 동서종이 관찰됐다. 이 중 피라미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돌마자 14.5%, 모래무지 10% 순으로 많았다. 미호종개는 1.2%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 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이 지점에서는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희소종인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우점종 돌마자

대부분의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우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돌마자. 돌마자와 함께 모래무지와 피라미도 비교적 높은 분포 비율을 나타내 보편적인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 확인됐다. /자연닷컴   

<17> 미호종개의 서식환경(2)

 

"미호천 본류 모래 입자와 유속 변화가 개체수 감소 원인"
 
미호종개는 어떠한 환경에서 살까. 수심이 깊은 곳에 살까 아니면 얕은 곳에 살까.

물흐름(유속)은 어떤 곳을 좋아하고 하상구조는 어떤 곳에 주로 살까.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연구책임 방인철 교수, 해양생명공학과)의 조사 참여자로서 본 기획 시리즈의 현장취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호종개는 수심 30~80cm 사이에서 서식하되 어른 무릎 깊이인 50cm 수심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물흐름 속도는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천별로 보면 미호천 본류(팔결교 지점)가 최대 36cm/sec, 평균 30cm/sec로 물흐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고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곳은 백곡천 상류(최대 16cm/sec, 평균 10cm/sec)로 분석됐다.


수심 및 물흐름 속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곳은 미호천 본류로 수심 50cm에서 40~42cm/sec로 측정돼 다른 하천(지천 10~14cm/sec, 백곡천 11~20cm/sec, 갑천 18~27cn/sec)에 비해 빠른 유속을 보였다.

 

'미호종개의 본향'으로서 미호종개가 많이 서식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의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의 하상정리 및 골재 채취로 예전에 비해 유속이 빨라졌음을 감안할 때 '유속의 변화'가 미호종개의 감소 요인으로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호종개의 서식처.  미호종개는 수심이 약 50cm인 비교적 얕고 물흐름이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는 청양 지천의 하류부 전경./자연닷컴 


그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항목은 미호종개가 사는 곳의 하상구조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알을 낳아 부화시켜 대를 잇는 곳도 모래바닥이요 먹이를 찾는 곳도 모래바닥이며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는 곳 역시 모래바닥이다. 이렇듯 모래바닥은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호종개는 어느 정도 크기의 모래 입자를 좋아할까.


역시 홍영표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의 0.6mm 이하 모래입자 크기의 저질 함량이 평균 86.3%로 나타나 '미호종개는 아주 미세하고 고운 모래 바닥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하천별 함량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미호천 본류의 경우 0.6mm 이하 입자 크기의 함량이 27.8%인 데 비해 갑천 76.4%, 백곡천 88.8%, 지천 93.7% 등으로 나타났다.


0.6mm 보다는 굵은 4.75~19mm 크기의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대로 미호천 본류가 23.3%인 데 비해 백곡천 0.19%, 갑천 0.06%, 지천 0.5% 등으로 분석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박사의 연구와는 별도로 일반 가정용과 비슷한 크기의 체(눈 크기 2.8mm)를 이용해 각 서식처의 하상 모래를 굵은 입자와 가는 입자로 분리해 본 결과 사진에서와 같이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취재팀은 우선 미호종개 서식처별로 한 곳당 다섯 지점의 모래를 무작위로 3kg씩 채취한 다음 건조과정을 거쳐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각각의 입자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전체 3kg의 모래 가운데 가는 모래가 2.1kg, 굵은 모래가 0.9kg으로 나타났고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진천 관내)은 각각 2.52kg과 0.48kg으로, 대전 갑천(월평공원 인근 지점)은 2.7kg과 0.3kg으로, 청양 지천(하류지점)은 1.75kg과 0.25kg으로, 공주 유구천(하류지점)은 2.8kg과 0.2kg으로, 진천 백곡천(상류지점)은 2.88kg과 0.12kg으로 측정돼 대조를 보였다.


2.8mm 크기의 체로 쳐서 분석한 결과로 볼 때에는 진천 백곡천 상류의 저질 입자가 가장 곱고 일정한 크기로 구성돼 있는 데 반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큰 입자가 많고 거친 하상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백곡천 상류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개체수가 무려 1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 '현존 최대의 집단서식처'이다. 반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첫 발견된 장소로서 학계에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로 보고된 곳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서식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이번 조사에서 단 한 마리만 확인된 곳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하상골재 채취 이후의 변화된 저질입자 구조 또한 개체수 급감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미호종개 서식처의 저질구조 비교.  미호종개 서식처의 모래를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굵은 모래와 가는 모래를 분리한 사진.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위로부터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 미호천 농다리 지점, 갑천./자연닷컴

<16>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1)

 

미호종개의 습성상 '가는 모래'가 있는 곳에만 서식

 

■서론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를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는 '모래'다. 다시 말해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 박사(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미호종개의 현재 학명 'Iksookimia choii'의 Iksookim은 김박사의 이름임)로 하여금 미호천에 새로운 물고기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학자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한 것이 바로 미호천의 모래란 얘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신종 발견 당시인 1983년에 있었던 비화를 다시 들어보자.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기록이다.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희고 고운 모래가 지천으로 깔린 백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고운 모래가 많이 깔린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물고기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영목박사(당시 서원대교수, 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논문을 보는 순간 거기에 수록된 참종개가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김박사와 손박사는 공동연구 끝에 결국 새로운 물고기를 찾아냈으며 그 이름을 미호종개로 지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훗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학명이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물고기'의 탄생은 모래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Iksookimia choii의 choii는 김박사와 손박사의 스승인 고 최기철박사를 의미)

 

미호천의 하류부 청원 옥산 유역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박사가 1980년대초 서울을 오갈 때 바라보면서 '신종 발견'의 꿈을 키웠던 미호천 하류부의 청원 옥산 유역. 현재 이곳에는 많은 양의 모래가 깔려있지만 입자가 굵고 자갈이 많이 함유돼 있는 등 예전의 가늘고 고운 백사장이 아니다. 이번 조사팀이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곳에는 현재 미호종개는 물론 참종개도 서식하지 않는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김박사는 왜 미호천의 모래 바닥을 바라볼 때마다 미호천 특유의 물고기를 생각했을까. 이는 곧 하천 환경특성에 따라 서식어종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적인 인식과 하천을 바라보는 남다른 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천 환경특성, 특히 물고기에 있어서 서식조건이 되는 하천의 환경특성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물고기와 하천 환경특성간의 중요한 함수관계는 지금까지의 현장취재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호종개와 하천 바닥특성(저질특성)간의 관계는 '유별나다'고 할 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결과 밝혀진 6곳의 미호종개 서식처는 모두 하천 바닥이 모래층으로 미뤄져 있다. 그것도 아주 가는 모래가 미소서식처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만 미호종개가 찾아졌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미호종개의 측면에서 보면 미호종개는 유독 가는 모래층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대천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의 보강천, 청주의 무심천 등은 이미 모래 바닥이 사라졌다. 가는 모래 뿐만 아니라 굵은 모래도 아예 없다.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파괴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물고기와 서식환경간의 일반적인 관계를 알아보는 것도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 및 체형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의 차이

 

하천을 상·중·하류로 나눠 관찰해 보면 장소에 따라 환경도 다르고 어종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수온과 탁도는 높아지는 반면 용존산소와 유속은 낮아지고 바닥은 바위와 자갈에서 모래와 펄, 해감 등으로 변해간다.

 

이에 따라 어종도 달라져 계류가 속한 최상류에서는 열목어,산천어,버들치,둑중개,미유기,자가사리 등이 눈에 띄고 상류와 중류(중상류)에서는 쉬리,감돌고기,피라미,어름치,참마자,갈겨니,꺽지 등이 발견된다.

 

또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중하류에서는 돌고기,중고기,모래무지,돌마자,동사리,각시붕어,납자루 등이 보이고 하류에서는 붕어,잉어, 참붕어 등이 보이다가 최하류로 내려가면 망둥어 종류와 숭어 등이 나타난다.


미꾸리과 어류들도 종류마다 사는 곳이 다르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물흐름이 거의 없고 바닥에 진흙이 깔린 늪과 연못,소하천,농수로 등지에 살며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곳에, 점줄종개는 유속이 비교적 느리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 왕종개는 물살이 비교적 빠른 상류의 큰돌이 깔려 있는 곳에, 북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모래바닥에, 남방종개와 동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있는 곳에 서식한다. 미호종개는 하천 중하류(백곡저수지가 중간에 위치한 백곡천은 예외적으로 상류부)의 가는 모래가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

 

그 뿐이 아니다. 같은 수역 안에서도 미소 서식처의 환경에 따라 어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여울을 중심으로 미꾸리과 어류를 채집해 보면 여울 중간과 여울 끝에서 발견되는 종이 다르다.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린 여울 중간에서는 대체적으로 참종개가 나오는 반면 자갈과 모래가 함께 깔려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곳에서는 점줄종개가, 여울이 끝나면서 유속이 더욱 완만해진 모래 바닥에서는 미호종개가 발견된다.

 

금강 중상류와 어름치 
미호천이 속해 있는 금강 수계의 중상류부인 전북 무주의 내도리 모습. 금강 중상류부는 바닥에 큰 바위나 자갈이 많이 깔려 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빠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수역에서는 어름치, 참마자, 쉬리, 감돌고기 등이 주로 서식한다. 아래 사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금강의 어름치'로 최근 멸종된 것을 복원, 정착 단계에 있다./자연닷컴  

 

 

■서식환경에 따른 물고기 체형


물고기의 다양한 생김새, 즉 어종마다 다른 체형도 서식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하천 속의 여러 복잡한 환경속에서 물고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모습을 변화시켜 가며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표면 가까이 사는 피라미,갈겨니,끄리 등은 재빠르게 이동해야 먹이감을 낚아채거나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덜받도록 앞뒤로 길고 좌우로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쉬리,돌마자,배가사리와 같이 물흐름이 센 여울에서 돌틈을 들락날락하거나 돌표면의 부착조류를 갉아먹고 사는 물고기들은 빠른 물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체형이 앞뒤로 길면서 둥근 몸통을 가졌다.

 


또 돌틈에서 먹이감을 찾는 미유기,자가사리,퉁가리 등은 돌틈을 잘 비집고 들어가도록 머리가 납작하게 생겼으며 강바닥의 모래나 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이들은 또한 모래속에 섞여있는 각종 먹이감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발달된 주둥이와 아가미 구조를 갖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서식환경 특성을 살펴보면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는 가는 모래가 깔려있는 곳을 좋아하는 어종'으로 볼 수 있다.

 

유구천의 흰수마자

강바닥의 모래나 고운 입자의 모래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사진은 미호종개와 함께 모래바닥에 서식하고 있는 공주 유구천의 흰수마자./자연닷컴

 

"유구천·지천에서 21년 만에 새 서식처 발견 개가"
 두 곳 서식처 모두 훼손 위험 높아 특별보호 시급
 
<15> 미호종개의 서식현황(5)
 
이번 조사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결과가 충남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도 나왔다. 이들 두 하천은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미호종개가 발견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이들 두 하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한 것에 대해 학계가 큰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1984년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이후 미호천 수계가 아닌 다른 하천에서의 첫 발견 사례'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당시만 해도 미호종개는 충북의 미호천에서만 발견됐으나 2년 만에 유구천과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함으로써 분포 범위가 더 넓어졌음은 물론 이를 계기로 미호종개를 바라보는 학문적 시야가 미호천에서 금강 전 수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의 추가 분포지'로서 갖는 이들 하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즉, 1986년 이후 끊어졌던 이들 하천에서의 공식적인 채집 기록이 이번 조사를 통해 21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됨으로써 미호천과 더불어 역시 이들 하천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재확인 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이 1986년도의 발견 장소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그간의 '상황 변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이들 하천의 서식지 상황 또한 다른 서식지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서식 개체 혹은 서식 규모면에서나 모두 위태롭기 그지없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란 점에서 큰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 공주 유구천 하류부
이번에 미호종개가 찾아진 지점은 금강과 유구천의 합수부에서 수㎞ 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옥성리 사이의 수역으로, 총 일곱 번의 현장 조사중 금년 5월 5일 있었던 네 번째 조사 만에 미호종개의 '얼굴'을 확인한 극적인 상봉이었다. 그것도 지난해 세 차례의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조사자 모두가 절종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올해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결국 미호종개를 찾아냄으로써 더욱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21년 전인 1986년도에 미호종개가 발견된 우성면 동대리 앞 수역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동대리 앞 수역은 현재 미호종개가 살 수 있을 만한 여건, 특히 서식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가는 모래 바닥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미호종개의 서식지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미호종개의 총 개체수는 지난 5월 5일 4회째 조사에서 처음 발견한 8 마리를 포함해 모두 13마리이다. 주요 서식처는 2m×20m(40㎡)의 매우 작은 규모의 사이트를 이루고 있으며, 서식처 바닥은 역시 가는 모래가 깔려 있고 물흐름은 그다지 세지 않은 여울 끝 부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모래로 이뤄진 서식처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 외에는 서식처 주변에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다.

 

조사팀이 새로 찾아낸 공주 유구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전경(위 사진). 현재 이곳에서는 극소수의 미호종개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그리고 요즘 금강 상류에서는 보기 드물어진 재첩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곳 서식처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흰수마자와 재첩./자연닷컴


조사 참여자로서 지난 5월 이곳에서 미호종개를 첫 발견해낸 이순재씨(BLS 기술이사, 생태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유구천 전 수역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미호종개를 발견할 수 없어 절종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는데 금년도 4차 조사에서 어렵사리 8 개체가 발견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돼 무척 기뻤다"며 "다만 현재 유구천에서 가는 모래가 남아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 밖에 없는 등 서식환경이 극히 열악하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한국고유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어종으로서 최근 수년째 국내 수계에서 서식 확인이 안돼 어류 학자들을 안타깝게 해온 '흰수마자(잉어과 모래무지아과)'가 이곳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함께 집단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도 올렸다.<본보 5월 7일자 1면 보도>


흰수마자 또한 가는 모래 바닥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으나 미호종개와 함께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생태학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서식처는 극히 좁은 수역에 제한돼 있는 데다 이들 물고기의 서식환경에 가장 중요한 모래 바닥이 인근 주민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있는 등 멸실위기에 있어 당국의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해양생명공학과)는 "어렵게 찾아낸 중요 어종의 서식처가 인근 주민들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국의 계도와 서식처에 대한 특별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양 지천 하류부
청양의 지천 또한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적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작천리  지점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 지역 수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가 다르긴 하나 지천 수계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공식 확인된 것은 공주 유구천처럼 21년만의 일이다.

 

기존 서식처인 작천리 수역은 현재 가는 모래바닥이 대부분 사라진 대신 거칠고 굵은 모래가 주로 깔려 있는 등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해 미호종개가 서식처를 옮긴 주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청양 지천의 구룡·회곡리 지점 역시 이번 조사팀이 새롭게 찾아낸 '지천내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처'로서 학술적, 종 보전적 차원에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으나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천렵지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훼손 위험이 높다. 천렵꾼들이 먹다 버리고 간 행락 쓰레기 너머로 조사팀이 채집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닷컴 


이번에 새롭게 찾아진 구룡·회곡리 수역은 지천의 하류부에 속한 곳으로 하천 주변에는 공주 유구천처럼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고 여울과 소가 곳곳에 형성돼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가는 모래가 바닥을 이루는 곳은 이번에 발견된 새 서식처가 거의 유일하다.


현지 조사는 총 일곱 차례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 중 모두 11마리가 확인됐다.

 

발견 지점은 구룡·회곡리 바로 앞 수역과 그로부터 약 7백~8백m 가량 떨어진 하류 수역 등 두 사이트로, 서식처 규모는 한 사이트당 5m×8m(40㎡) 정도로 이곳 역시 극히 협소한 장소에 근근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서식처는 지척에 인근 지역민들이 천렵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구 다리의 교각 밑에 위치해 있어 남획 등 훼손 위협이 항존하고 있는데 실제 취재에서도 배터리와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현장이 수시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지천 하류부와 공주 유구천 하류부 서식처에서는 최근 금강 상류 쪽에서는 거의 사라진 재첩(이매패류)이 다량 서식하고 있어 조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4> 미호종개의 서식현황(4)

"유일한 도시하천내 마지막 서식처 개발 앞두고 멸실 위기"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은 모두 6개 지점이다. 앞서 설명한 미호천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 진천 백곡천 상류 외에도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과 충남 청양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 유구천 하류부 등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대전 갑천의 월평공원 부근은 하천 특성상 대전시 지역을 관류하는 '도시하천 내' 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지이자 역시 도시하천인 대전 유등천(갑천 지류)과 청주 무심천(미호천 지류)에서는 이번에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은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또한 갑천 본류수역으로서 1998년과 2000년도에 채집기록이 있는 대전 서구 가수원교 지점에서도 미호종개가 찾아지지 않았다.

 

현재 갑천은 다른 도시하천들과 마찬가지로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자연하천 구간과 직강공사 등으로 옛 모습을 거의 잃은 인공정비 구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찾아진 곳은 자연하천 구간 내이다.

 

구체적인 지점은 대전 서구 월평공원 옆 인접 수역(가수원동 관내)으로 주변에는 달뿌리풀, 버드나무 등의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등의 수초대가 형성돼 있다.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은 세 개의 작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사이트 역시 타 서식처처럼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되고 있다.

 

갑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대전 갑천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유일한 도시하천'으로서 일부 구간에 주변에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같은 수초대와 고운 모래층이 형성돼 있는 등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으나 서식환경 악화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현지 조사는 총 네 차례 이뤄졌으며 최종 조사 시점인 지난 6월 28일 15번의 채집활동으로 7 마리를 확인한 것을 비롯해 모두 36마리가 확인됐다.

 

서식처 규모는 가장 큰 사이트가 2m×30m 정도(60㎡)로 매우 작은 편이며 다른 두 사이트를 합쳐도 10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 서식처도 '갑천의 마지막 남은 미호종개 서식처'로서 명맥 유지와 종 보전에 매우 중요한 보루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비록 서식처 규모는 작지만 채집시 마다 미호종개를 확인할 확률은 의외로 높아 세 사이트 중 가운데에 위치한 사이트(가장 큰 사이트)에서는 거의 매번 확인됨으로써 조사팀들이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로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이곳에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모두 성어)의 크기는 다른 서식처의 개체보다 유독 큰 반면 어린 개체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시 채집상의 문제는 없을까 하고 조사때 마다 특별히 신중을 기했지만 지난해부터 금년 6월까지 실시된 총 네 번의 집중 조사에서 어린 개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갑천의 미호종개

갑천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는 타 서식처의 것보다 크기가 크나 어린 개체가 확인되지 않아 종 보전상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미호종개, 특히 성어(成魚)의 출현율은 높은데 어린 개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종 특성상 어린 시기에는 미소 서식처가 성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곳의 서식 환경이 이들의 번식에 적합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첫 번째의 추측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서식처의 경우 출현 빈도는 다소 다르지만 성어와 새끼 미호종개가 대부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갑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종합, 고려할 때 두 번째 추측이 답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현 서식처의 저질을 이루는 모래층이다. 지난해 8월 하순 예비 취재 및 조사 당시엔 모래 바닥이 비교적 깨끗했는데 금년 3~6월 취재 및 조사시에는 모래층이 검게 변해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닥층 아래 10~30cm 가량이 상류로부터 유입된 각종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인해 심하게 부패돼 있는 것이다. 부패 정도가 심한 곳에서는 황화수소 가스가 방울져 올라오면서 매캐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다.

 

바닷가 갯벌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원층(무산소층)이 이곳 모래 바닥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오죽하면 조사팀원 모두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미호종개가 살고 있을까" 하고 반문할 정도였으니 오히려 미호종개의 내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하순은 이미 큰 비가 내려 바닥이 어느 정도 정화된 상태였고 올해 3~6월은 장마가 지기 전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매년 이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3~6월은 미호종개가 산란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서식처 바닥이 심하게 부패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점에서 미호종개의 내대림은 현재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내림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원활치 못한 것만큼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썩어가는 하천 바닥

갑천 내 미호종개 서식처는 현재 상류로부터 유입된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모래바닥이 썩어가는 등 악화일로에 있어 절종을 부채질 하고 있다./자연닷컴

 

환경이 적합하다면 왜 산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또 어미 개체들만 관찰되겠는가.

 

수십 수백 만년을 이어오면서 형성된 갑천의 어류상에서 미호종개의 이름이 제외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구상의 '외로운 혈통 미호종개'는 이처럼 이곳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갑천은 도시하천이란 점에서 다른 일반 하천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생활하수에 의한 오염 진행속도와 정도가 눈에 띄게 다르며 수온의 상승폭과 변동폭도 훨씬 다르다. 게다가 개발에 의한 서식환경 파괴 및 변화 강도도 훨씬 강하며 속도 또한 빠르다. 이는 곧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요소로부터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데다 최근 들어 추진되고 있는 대전 서남부권 신도시 및 택지 개발사업과 동서대로 건설 사업(월평공원 터널공사 포함)은 미호종개의 숨통을 더욱 옥죄는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하천 내부적인 서식환경 악화도 벅찬 판인데 여기에 더해 외부적인 환경 파괴가 바로 눈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시민 단체의 반발과 요구로 터널 등 각종 공사를 친환경적으로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바로 지척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자체가 하천생물인 미호종개의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되는 '비수'가 아닐 수 없다. 대전의 허파로 불리는 월평공원의 보전과 함께 자연하천 형태로 남아있는 갑천 중하류 수역의 보전 문제가 미호종개의 종 보전에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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