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이 암컷 몸 휘감는 순간 산란·방정 동시 이뤄져"
산란전 암수 '해발인 동작'...생명의 신비 처음 규명
-----<22>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2)
■산란과 방정
전편에서 봤듯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경쟁은 몸시 치열하다. 아니 치열한 정도를 넘어서 처절하기까지 하다.
경쟁 대열에서 탈락한 '사랑의 낙오자'들은 바닥으로 내려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가미 호흡 횟수가 산란행동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많고 거칠다. 아직 '힘 있는 수컷'들은 열띤 구애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대열에서 밀려나 숨을 고르는 낙오자들의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물고기 수컷들에게도 그만큼 사랑을 차지하는 과정이 높고 험한 가시밭길이다.
미호종개의 사랑 유영은 한동안 계속된다. 암컷이 이끄는 대로 수컷들이 필사적으로 뒤따르길 수 분, 그러다가 구애경쟁을 펼치던 수컷 가운데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는 순간 그 치열하던 사랑경쟁은 일단락 된다. 암컷을 사랑의 포로로 쟁취한 수컷 한 마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묘한 것은 거의 대부분이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산란 행동을 보이지만 극히 드물게는 수컷 두 마리가 동시에 몸을 휘감는 경우도 목격됐다. 이럴 땐 최후의 승리자가 두 마리가 되는 셈이다.
어쨌거나 이 순간이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서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장면이다.
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기회를 놓칠세라 재빠르게 암컷의 산란공이 있는 배부분을 가슴지느러미로 압박하면서 몸으로 한 바퀴 반, 각도로 치자면 약 450도 가량 휘감아 자극하면 암컷은 즉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알을 낳는다. 수컷 역시 몸을 떨면서 암컷의 산란에 맞춰 방정한다.
한반도의 금강 줄기에서 미호종개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한 이래 '대내림의 베일'이 처음으로 벗겨지는 순간이다. 감격적인 순간이다.
산란과 방정은 순식간에, 그것도 동시에 이뤄진다. 신기할 뿐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시작한 사랑 나누기는 결국 1대 1(극히 드물게는 1대 2)로 산란과 방정을 하면서 끝이 나니 생명의 신비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진1>
<사진2>
<사진3>
미호종개의 여러 산란 행동
미호종개는 산란할 때 암·수컷이 집요하게 구애행동을 하다가 수컷이 순간적으로 암컷 몸을 휘감으면서 산란과 방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산란행동은 대부분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지만 극히 드물게는 <사진 3>처럼 수컷 두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는 경우도 목격된다./자연닷컴
수컷이 암컷으로 하여금 알을 낳도록 하는 결정적인 해발인(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은 '가슴지느러미로 암컷 배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몸을 휘감아 자극하는 동작'으로 보인다.
수컷들이 구애경쟁을 하면서 주둥이로 여러 번 암컷 몸을 자극하는 것도 일종의 해발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암컷이 먼저 수면 위로 부상해 수컷들을 유인하는 것도 그런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행동, 즉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그 사랑판(?)은 한동안 잠잠해 진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암·수컷 모두가 조용히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산란 행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새벽녘에 시작된 산란행동은 동이 트고 나서도 여러 번 계속된다.
수 시간 동안 암컷 한 마리가 여러 번 산란하는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처음엔 바닥에서 멀리 떨어진 수면 가까이서 산란과 방정이 이뤄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아래 쪽으로 내려와 막판에는 아예 바닥에서 산란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암컷은 암컷대로 여러 번 알을 낳고 수컷은 수컷대로 여러 번 구애경쟁을 함으로써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체가 거의 투명하고 왜소해 나약해 보이지만 대내림이란 지고지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진력하는 미호종개의 모습에서 종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의 산란동작을 통해 낳는 알의 수는 대략 20~80개 정도이며, 총 산란량은 평균 2,100개로 밝혀졌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의 산란 장면을 대하는 순간 최초로 베일을 벗긴다는 설레임과 함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특히 여러 번 이어지는 수컷들의 집요한 구애행동에서 미호종개의 독특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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