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미호종개 생활사 최초 밝혀"
암컷 유영하면 수컷들 뒤따르며 구애 행동
------<21>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1)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지난 1984년 신종 기록 후 20년이 훨씬 넘은 최근까지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알려져 온 것이라고는 미호종개의 형태와 몸색, 분포 정도였다. 여기에 더하여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한 곳에 서식하며, 모래 속에 잘 숨고 산란기는 5~6월로 추정된다'는 등의 단편적인 내용만 알려져 왔을 뿐이다.
그러나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최근 들어 그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금년 1월 18일 순천향대서 열린 '멸종위기 1급 어류 미호종개의 복원을 위한 세미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호종개의 산란특성 및 초기생활사, 먹이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를 밝히는 귀중한 연구 결과들이 첫 발표됐다.
여기에 공헌한 이들이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교수팀과 국립수산과학원 강언종박사(남부내수면연구소)·이완옥박사(중부내수면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실) 등이다.
본보 기획취재팀은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미호종개 서식지 외에도 이들 연구진의 연구 과정 및 결과를 지난 1년 여간 밀착 취재,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심층 보도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산란 전 행동과 산란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역시 국내 언론사상 최초의 일이다.
산란 전 행동을 비롯한 산란 생태와 초기 생활사, 먹이 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 관한 내용을 앞으로 5회에 걸쳐 보도하기로 한다.
■미호종개의 산란 전 행동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을 관찰한 결과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미호종개도 산란하기 직전에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영국의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이 밝혀내 노벨상을 수상한 '해발인(解發因, innate releasing mechanism)'이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해발인이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을 말하는데, 산란기의 물고기에 있어서는 수컷의 혼인색 외에도 암컷을 직접 유인하거나 산란하도록 하기 위한 수컷의 독특한 동작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에 붉은 색을 칠한 수컷 가시고기 모형을 향해 수컷 가시고기가 달려들어 공격하고 암컷 가시고기가 접근해 유인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든가, 산란이 임박한 암컷 꼬리부분을 막대기로 톡톡 쳐주면 곧바로 산란하는 실험에서와 같이 암·수컷이 상대의 색깔이나 동작에 의해 본능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우 그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내게 하는 요인이 바로 해발인이다.
다른 동물을 예로 들자면 새 새끼의 경우 주둥이에 뾰쪽한 물건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고 갖난 아이 입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는 것 등이 있다.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우선 산란이 임박한 암·수컷들은 새벽녘(주로 5~6시 사이)이 되면 하나같이 움직임이 재빨라져 마치 무엇엔가 놀란 것처럼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사랑을 나누기 위한 제 1차적인 분위기 조성이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구애행동 혹은 유인동작은 암컷의 비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춤을 추듯 몸을 너울너울 움직이며 암컷이 수면 가까이 솟구쳐 올라 유영하면 그 뒤를 수컷 여러 마리가 잽싸게 뒤따르며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마치 암컷의 사랑 노래에 수컷이 응답하듯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수컷은 암컷을 따라 그냥 유영만 하는 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둥이로 암컷의 배와 몸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 호소한다. 이 장면은 흡사 목을 길게 빼고 서로 부벼 가며 사랑을 외치는 기러기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애경쟁은 결코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수컷 입장에선 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은 없다. 오히려 처절한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안간힘을 쏟아부으며 암컷 가까이 접근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암컷에 뒤쳐지면 곧바로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낙오자가 되면 다음 산란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면 할 수록 암컷은 더욱 재빨리 유영한다. 가장 우수한 혈통과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 여기서도 발현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암컷도 지치지만 뒤를 따르는 수컷들도 힘이 빠져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들도 있다.
이같은 '숭고한 사랑 나누기 경쟁(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은 암컷이 수면 가까이 치솟아 올라 유영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암컷의 유혹에 수컷들이 화답하듯 뒤따르면 암컷은 더욱 잽싸게 유영하고 수컷들은 암컷 가까이 다가가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이같은 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극적인 산란 장면은 다음 회에 게재./자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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