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 보호 노력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미호종개의 주요 서식지인 부여·청양의 지천 일부 수역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해당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정 예고 30일 뒤면 '부여·청양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호종개는 문화재보호법상의 천연기념물(454호)과 야생동식물보호법상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로 지정 보호돼 왔다. 따라서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호종개는 3중의 법적 보호를 받는 '귀한 몸'이 된다. 종(種)은 종대로, 서식지는 서식지대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의 이면에는 미호종개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죽이나 다급한 신세가 됐으면 2중으로도 모자라 3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는가라는 점이다.
미호종개는 지구상에 한반도에만, 그것도 유독 금강 수계에만 사는 미꾸리과 어류다. 한국고유종이면서 금강특산종이요, 분포상으로는 지도 위에 점 몇 개로 표시될 만큼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국제급 희귀어종이다. 그런 귀중한 유전자원이 오늘날엔 개체수마저 크게 줄어들어 희소종 중의 희소종이 돼 버렸다.
미호종개가 처음부터 보기 드문 물고기는 아니었다.
특히 미호종개란 이름을 낳은 미호천에서는 오히려 '흔한 물고기'였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름철 장마만 지면 미호천변의 실개천과 논 물꼬에 지천으로 모여들던 물고기가 미호종개였다.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손영목(전 서원대교수)·김익수박사(전북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1983년 채집 당시 한 차례에 평균 20여 마리가 잡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모래 채취와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지금은 절종직전에 와 있는 딱한 신세가 됐다.
서식지도 급감해 과거 20여 곳에서 불과 5~6곳으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 신종 발표 당시의 원기재 지역으로 지금의 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 부근에 해담됨)에서도 사실상 절종 상태에 처한 '옛 물고기'가 됐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미호종개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하면서 타입 로컬리티를 포함시키지 않고 부여·
청양의 지천을 보호구역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금강 수계에 대한 미호종개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미호천에는 보호할 만한 서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백곡저수지 상류부도 자연형 하천이 아니어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천은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인 흰수마자도 함께 서식하고 있어 보호구역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타입 로컬리티가 위치해 있는 충북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입장이 못된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마저 지키지 못한 처지도 있고 게다가 금강 수계내 최다 서식지인 백곡저수지 상류부마저도 현 상태대로의 보호는 커녕 삽질을 가한다는 입장이니 입이 열 개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학계에 보고된 미호종개의 타입표본(Holotype 홀로타입: 신종 발표시 기준으로 삼은 표본)은 현재 전북대 자연과학대 생물학과가 수장중인 4854번의 표본이다.
이 홀로타입이 채집된 타입 로컬리티가 '미호종개의 옛 서식지'로 남을,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에 와 있음을 먼저 부끄러워 해야 한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량한 물고기 중의 하나다.
'뱁새의 생태풍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전 낚시와 요즘 낚시 (0) | 2011.12.18 |
---|---|
서유구의 한과 실학정신 (0) | 2011.12.18 |
자연이 자연에게 무시당하는 시대 (0) | 2011.07.25 |
어느 장끼의 마지막 날갯짓 (0) | 2011.07.25 |
야생 딱새와의 10년 동거 (0) | 2011.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