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를 보호·보전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보호·보전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미호종개 이렇게 지키자"란 주제로 지상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2회에 걸쳐 보도할 이번 지상토론에는 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한국민물고기보전협회 회장),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 방인철박사(순천향대교수),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박사(〃), 이순재씨(BLS테크 생태담당 이사) 등 6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손영목·김익수박사는 미호종개를 처음 발견해 신종 발표한 당사자들이며, 방인철박사는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환경부의 미호종개 복원사업 연구책임자로서 실제 현장에서 보호·복원을 위한 각종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 홍영표박사와 이상명박사, 이순재이사는 환경부의 미호종개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이자 본보 기획취재팀의 초빙 전문가로서 그동안 동행취재를 통해 미호종개 서식지의 하상구조 조사, 동서종 및 어류군집 조사(홍영표박사), 식물성 플랑크톤상 및 식성 조사(이상명박사), 현장채집(이순재이사) 등을 펼친 바 있다.

 

현지 조사자인 홍영표박사와 이상명박사, 이순재이사의 의견을 먼저 들은 후 다음 편에서는 손영목박사와 김익수박사, 방인철박사의 의견을 보도할 예정이다.

 

모래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미호종개./자연닷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

 

 

미호종개를 합리적으로 보호·보전하기 위한 방안은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수질악화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미호종개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수질을 개선시켜야 한다.


미호종개는 본래 하천 바닥에 사는 저층성 어류다. 저층성 어류는 부영양화와 같은 수질오염이 진행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입게 된다. 하천수에 부영양화가 오면 용존산소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용존산소량은 특히 해가 지고 난 야간에 더욱 떨어지게 된다. 실제 야간에 물고기 서식지의 용존산소를 측정해 보면 표층보다 바닥층이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인다.


부영양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수역은 미호종개, 흰수마자, 퉁가리, 자가사리와 같은 저층성 어류는 감소하는 반면 붕어나 피라미 같은 중층성 내지 상층성 어류들은 증가하게 된다.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미호천에 미호종개를 포함한 저층성 어류가 사라진 원인도 기실 수질오염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 등 수환경의 악화에 있다고 본다.


수질오염 가운데 또 한가지 문제가 되는 것이 현탁부유물(SS)의 증가다. 물속에 현탁부유물이 늘어나게 되면 햇빛이 투과하지 못해 미호종개의 먹이가 되는 조류(藻類)의 생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수질오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가는모래'다. 미호종개는 습성상 매우 고운 모래가 있어야만 서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호천을 비롯한 모든 서식지에서 가는모래가 거의 사라짐으로써 미호종개 개체수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가는모래는 미호종개의 주된 생활장소이자 산란장소이기 때문에 이것이 사라졌다는 것은 서식지 자체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호종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가는모래로 이뤄진 모래톱이 곳곳에 형성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상명박사(국립중앙과학관)

 

 

미호종개 서식지를 대상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상을 조사한 결과 전체 73분류군이 출현한 가운데 미호천 팔결교지점이 64분류군으로 가장 많은 분류군이 출현했는데 이는 이 수역에서 이미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수질오염에 따른 부영양화 현상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조류 형성은 물론 용존산소량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사 결과 미호천 팔결교지점 외에도 대전 갑천과 진천 백곡천, 청양 지천 등지에서도 빈영양 말기 혹은 부영양화 초기단계에 있음이 확인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로 보아 미호종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질개선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미호종개 서식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축산폐수다. 축산농가가 대단위 혹은 집단화가 된 곳은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춰져 폐수처리가 용이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세 농가에서는 그대로 폐수를 흘려보내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의 소형하천이 도시지역 하천에 비해 훨씬 더 오염된 것은 오·폐수 처리시설이 부족한 때문이다. 따라서 수질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축산 단지화를 통한 폐수처리의 강화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농공단지 등으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각종 오염원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비점오염원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음은 서식환경 개선문제다. 서식환경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 모래다. 예전에는 산사태가 일어나거나 농경지로부터 유입되는 모래량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상류로부터의 유입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하천바닥을 더욱 황량하게 만들고 있다.


예전의 자연하천은 모래톱과 자갈, 바위 등이 적당히 어우러져 각종 물고기들의 서식처를 만들어 줬지만 지금은 직강화 혹은 골재채취로 인해 서식환경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고 파괴돼 버렸다. 인위적인 서식지 파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모래톱의 인위적인 복원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순재이사(BLS테크 생태담당)

 

 

미호종개 서식지에 대한 현장채집을 하면서 매번 느낀 것은 하천바닥(저질)이 과거에 비해 너무 변해있다는 점이다.

 

오랜 경험상 지금은 발만 디뎌도 미호종개가 살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데 미호종개가 살지 않는 곳은 대부분 바닥이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큰 자갈로 이뤄져 있다.


하천바닥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곳을 파헤쳐보면 각종 오염원이 퇴적돼 시커멓게 썩어있을 정도다. 또한 예전에는 미호종개가 살았으나 지금은 사라진 곳을 보면 그곳들 역시 바닥이 온통 썩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질개선을 통해 자연적으로 이들 퇴적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풍전등화격의 미호종개 입장을 생각하면 미소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인위적인 제거방안도 어느 정도 고려할 사항이라고 본다.

 

가는모래가 남아있는 미호종개 서식지 주변에서는 아직도 하천바닥의 모래를 불법으로 채취해 차량으로 실어나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철저한 단속도 필요하다. 아울러 배터리 등을 이용한 남획행위도 근절될 수 있도록 대주민 홍보를 더욱 강화해 주민 스스로 미호종개와 같은 소중한 생물자원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근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한 미호종개의 앞날은 계속 어두울 수밖에 없다. 지자체 및 관련 기관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관내, 어느 지역에 미호종개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그것이 제대로 보호될 리 만무다.


또 한가지 농공단지 등을 조성할 때도 생태 관련 환경영향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조성 후에도 오·폐수 처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서식지 주변의 수환경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백곡천 집단서식지 발견, 생활사·생태 첫 규명 큰 성과"

방류 치어 모니터링 결과 '희망적'

추가 방류 대상지 물색 등 해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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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환경부가 차세대 핵심환경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호종개 복원사업은 학술적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호종개에 관한 종합·체계적인 연구라는데 큰 의의가 있으며, 생물 종 보전차원에서는 한반도 고유종으로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중요 생물자원에 대한 실질적 보호노력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해양생명공학과)가 연구책임을 맡고 있는 이번 복원사업(사업기간 2006년 4월~2009년 3월)은 시작된 지 불과 1년 6개월 여의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연차별 목표대비 150% 이상의 괄목할 성과를 내며 각 세부 분야별로 커다란 업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미호종개 서식현황 및 미소서식처 특성조사를 통해 충북 진천 백곡천 상류에서 찾아낸 '국내 최대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지'는 당시 치어 생산용 어미조차 확보치 못해 큰 어려움을 겪던 연구팀에게 스스로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한 일대 반전의 쾌거이자 학계 모두를 놀라게 한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또 이 집단서식지를 조사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포획표지-재포획법(mark-recapture method)'이란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 이곳의 서식 규모를 측정한 결과 총 10,468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이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어 연구팀은 지난 1997년 이후 채집기록이 끊겼던 충북 청원의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이곳은 미호종개 신종 발표 당시 모식표본을 채집한 타입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본적지와 같은 중요한 장소임)에서 단 한 마리이지만 미호종개 서식을 확인한 것을 비롯해 모두 6곳의 현존 서식지를 찾아내는 한편 각 서식지의 하상구조, 수질환경, 동서종 등에 관해서도 세밀히 분석해 냈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치어 증식 및 방류, 서식지 복원'을 위해 현존 서식지와 타입로컬리티를 중심으로  플랑크톤 분포 조사와 위 내용물 조사를 실시, 미호종개의 먹이 생태를 규명하고 나아가 산란 행동 및 시기 등의 관찰을 통해 산란 생태도 처음으로 밝혀내는 한편 치어의 대량생산을 위해 각종 산란유도 실험을 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인공증식 기술을 개발해 냈다.

 

또한 연구팀은 성숙한 어미의 포란수, 난경, 난 발생 및 자치어 발달 과정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세밀한 고찰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던 미호종개의 생활사 및 생태를 규명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치어 방류 큰 기대

복원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치어 방류 성과로, 연구팀은 자체 생산한 미호종개 치어 4천여 마리를 지난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미호천 상류(충북 음성 삼용지 상류부)에 방류함으로써 실질적인 복원단계에 들어갔다./자연닷컴

 

또 이번 연구 수행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는 유전다양성 분석 및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미호종개의 유전학적 특성은 물론 미꾸리과 어종 간의 유전적 거리 등을 전격 규명해 기존의 형태 형질 분류체계와 상이한 결과를 도출해 냄으로써 관련 학계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 것과, 미호종개 관련 각종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토탈 유전자 정보은행을 구축,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멸종사태에 대비하고 나아가 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 터전을 마련한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치어 방류 성과.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인공증식 기술을 통해 1차로 미호종개 치어 1천2백여 마리를 생산, 지난 5월 9일 미호천 상류(충북 음성 삼용저수지 상류부)에 방류한 데 이어 10월 5일엔 2차로 3천여 마리를 같은 장소에 방류함으로써 실질적 복원단계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이후 방류지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11월 현재 건강하게 자란 치어들이 재채집, 확인되는 등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역민 대상 홍보 노력

연구팀은 복원사업과 관련된 각 분야의 실험·조사 외에도 지역민과 해당 지자체를 대상으로 보호 협조를 당부하는 등 홍보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연구책임자인 방인철교수가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백곡천)를 찾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진천군지부 회원들에게 보호 협조를 당부하고 있는 장면./자연닷컴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연구팀은 그동안 수 차례의 세미나와 학술회의, 현장 답사 등을 통해 미호종개 보존 및 복원은 관련 학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당국, 지자체, 학계,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하는 전국민적 대사(大事)란 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특히 지난 1월 순천향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멸종위기 Ⅰ급 어류 미호종개의 복원을 위한 세미나'에는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자인 김익수(전북대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를 비롯해 이화여대 원용진박사(에코과학부 교수), 부경대 남윤권박사(양식학과 교수), 제주대 김병직박사(해양과환경연구소), 순천향대 방인철(해양생명공학과 교수)·이일로·윤영은·송하윤·김낙현 연구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실), 국립수산과학원 이완옥·김대희·강언종박사, BLS테크 이순재이사, 다큐코리아 윤순태대표 등 학계 및 생태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열띤 토론을 벌임으로써 어류학사에 '민물고기 한 종(미호종개)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학술세미나 개최'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연구팀은 미호종개의 각종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토탈 유전자 정보은행을 구축,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멸종사태에 대비하고 나아가 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사진은 미호종개 치어에서 추출한 토탈 RNA 전기영동상./방인철 교수연구팀

 

 

■평가와 과제

 

연구팀이 보인 그간의 열의와 성과는 한 마디로 '희망적'이다.

 

방류된 치어가 현지에 적응해 재생산에 들어가는 등 완전 정착하기까지는 앞으로 1~2년이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니터링 결과로 볼 때 매우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치어의 추가 생산도 그간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유전자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과제 수행면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지난 5월과 10월 치어 방류 때마다 제기된 '추가방류 대상지' 문제가 연구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딜레마로 부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치어를 생산해 내도 마땅히 방류할 장소가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그간 수십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금강 전 수역을 대상으로 방류 대상지를 물색해왔으나 1,2차 방류가 이뤄진 삼룡지 상류부 외에는 단 한 곳도 합격점에 들지않아 고심해왔다. 현재의 금강 수계 대부분이 수질과 가는모래 등 서식환경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연구원인 방인철교수는 "타입로컬리티인 팔결교 지점도 방류·복원해야 하나 현재의 여건상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 방류지 결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수질 등 서식환경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아쉬워 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을 인공으로 복원하는 일,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요 특히 '시기'를 놓칠 경우 더더욱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황도 다르고 생물종도 다르지만 충북 옥천군이 지난 1998년부터 5년동안 어린 참게 5만마리를 대청호 상류 금강에 방류했다가 성과가 없자 최근 사업을 포기한 것도 기실 '서식환경'을 간과한 사례로서,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사업 목표년도 이후에도 이 사업을 어떻게 지속하고 방류지를 어떻게 관리·유지해 나가느냐가 '미호종개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는 최대 관건이다.

미호종개 운명 '가는모래' 존속여부가 좌우
현존 서식지 대부분 하상변화로 멸실위기
모래 사라진 서식지 이미 미호종개 절종

 

■하상구조의 변화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두 번째 원인은 '하상구조의 변화'이다.

 

여기서 두 번째 원인이라고 한 것은 하상구조의 변화가 전편에 소개한 '수질 악화' 보다 덜 심각하거나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설명하는 순서에 따라 두 번째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며, 그 심각성이나 중요성 면에서는 수질 악화에 버금가는 '주된 원인'임을 밝혀둔다.


그동안 서식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점도 그렇고 현장 답사에 동행했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이에 동의한다. 오히려 전문가들 중에는 수질 악화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끼쳐 미호종개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하상구조의 변화를 꼽는 이도 있다.


하상구조의 변화 가운데서도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바로 '가는모래가 없어지는 현상, 즉 저질(底質·bottom material) 구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하천에 가는모래가 없어지면서 미호종개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얘기다.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의 일원으로서 지난 1년여 동안 본보 취재팀과 함께 현장 답사에 나섰던 생태 전문가 이순재씨(BLS테크 기술이사)의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현장 답사 결과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은 반드시 가는모래로 저질이 이뤄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는모래가 아닌 굵은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하상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마리의 미호종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현존 서식지의 상황을 감안할 때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가는모래가 없어지면서 저질구조가 바뀌어 미소서식처가 망가진 점을 들 수 있다."


미호종개와 가는모래와의 관계는 그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처음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가 된 것이 '희고 고운 모래'였으며, 신종 발표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서식처의 저질이 가는모래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가는모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시사해 준다.<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미호종개 복원사업단 연구원)의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는 0.15~0.6mm 크기의 고운모래가 깔린 하상을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확인됨.17회 보도> 

 

미호종개의 서식처
현존하는 미호종개 서식처들은 대부분 극히 적은 양의 모래로 소규모 사이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 소규모 서식지에 사는 미호종개의 운명은 특히 하상의 가는모래가 언제까지 존재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만큼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사진은 대전 갑천의 서식처(월평공원 부근)./자연닷컴

 

먹이를 먹고 있는 미호종개
미호종개는 먹이를 섭취할 때 주로 가는모래를 주둥이로 흡입했다가 아가미 쪽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걸러먹는 습성이 있다. 또한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길 때도 가는모래 속으로 재빨리 파고 드는 등 가는모래가 많이 깔린 하상을 유난히 좋아한다./자연닷컴
 

 
취재팀이 이번에 확인한 미호종개의 생태에서도 가는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특이한 생활습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먹이를 섭취할 때 주로 가는모래를 주둥이로 흡입했다가 아가미 쪽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걸러먹는 습성이라든가,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길 때 가는모래 속으로 재빨리 파고 드는 습성, 자연 상태에서 산란 장소를 택할 때 가는모래의 하상을 찾는 습성 등은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가는모래가 있어야만 영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습성과 관련해 가장 최근(2006~2007년)에 확인된 6곳의 서식지 상황은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멸종 직전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는모래가 거의 사라진 현 서식지 상황을 감안할 때 미호종개는 얼마안가 멸종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처지에 놓여있음을 실감케 한다. 말 그대로 올 데까지 다 온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의 팔결교 지점(충북 청원 관내)은 물론 상류쪽(진천 관내) 농다리지점과 대전 갑천, 충남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의 서식지는 모두 한 사이트당 수십 ㎡밖에 되지 않는 지극히 작은 규모의 미소서식지가 불과 한 두 곳씩만 확인되고 있을 뿐이며, 서식 개체수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진천 백곡천(백곡저수지 인접지)의 집단 서식지는 다른 서식지에 비해서는 규모도 크고 서식 개체수도 많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하천 유수량과 바로 아래 저수지의 수위 변동 등 주변상황에 따라 가는모래로 이뤄진 서식 사이트 규모가 크게 변하고 모래량도 갈수록 줄어드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갈수기의 백곡천 집단서식지
진천 백곡천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지는 인근 백곡저수지의 수위 및 하천 유수량에 따라 미소서식지의 위치와 규모가 크게 변하는 등 상황변화가 심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불안한 상태다. 이곳 서식지의 저질을 이루는 가는모래는 대부분 저수지 안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백곡저수지가 만수위가 되면 극히 좁아진 사이트(저수지 수면에 잠기지 않은 미소서식지)에 수천 마리 이상의 미호종개들이 모여들어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전멸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서식지의 위치가 계속 변하고 있는 것도 미호종개가 모래(특히 가는모래로 이뤄진 모래톱)를 따라 서식장소를 옮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례로 청양 지천의 경우 지난 1986년에는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작천리 수역에서 하류쪽으로 멀리 떨어진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지역에서 발견됨으로써 서식지가 하류로 밀려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수계를 통틀어 현재 가는모래로 이뤄진 서식장소(미소서식지)가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미호종개가 이미 절종된 서식지(하천)들도 여러 곳에 이르고 있다. 과거 채집 기록상 미호종개 서식지로 알려졌던 대전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이 그 본보기다.


이들 하천을 포함해 미호종개 서식지에서 모래, 특히 가는모래가 없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골재채취로 인한 직접적인 유실을 들 수 있다. 또한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하천수에 휩쓸려 하류로 끊임없이 유실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


여기에 더하여 과거에 비해 산림이 우거지고 농지개간이 줄어드는 등 여러 여건 변화로 인해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토사량이 현저히 줄어듦으로써 새로 생겨나는 모래량이 크게 감소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아울러 수질 악화로 인해 모래톱이 뻘 등 각종 오염원으로 뒤덮여 제구실을 못할 경우도 미호종개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서식환경 악화가 개체수 감소의 주요인"
  수질오염 심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
  상류 유입 오염원 갈수록 증가 큰 문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미호종개의 현존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 서식지를 비롯해 미호천 본류, 대전 갑천,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 현존하는 모든 서식지의 상황을 감안해 전문가들이 추정해 낸 숫자이다.


혹자는 "2만 마리 정도면 그리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존 개체수가 2만 마리라고 하는 것은 전 지구상을 통틀어 2만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이는 다시 말해 미호종개라는 한 생물 종의 운명이 2만 마리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벼랑끝 신세'다. 이대로 가다간 절종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연생태계에서 2만 마리란 숫자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인가는 불과 얼마 전에 발생했던 진천 백곡천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애써 찾아낸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가 인근 공사장의 토사 유입으로 인해 한 순간에 훼손됨으로써 1만 5백마리(발견당시 추정 서식개체수)의 미호종개 집단이 절멸위기에 놓였던 일은 풍전등화와 같은 미호종개의 운명을 그대로 대변한 일대 사건(?)이었다.  


미호종개는 세상에 처음 알려질 때부터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분포·서식지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1984년 신종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찾아진 미소서식처(혹은 채집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현존하는 곳은 7~8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신종 발표될 당시만 해도 상황은 요즘보단 훨씬 나았다.

 

최초 발견자인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의 증언이다.


"미호종개를 처음 발견한 해는 1983년이고 신종 발표한 해는 1984년이다. 당시 서식 개체수는 타 어종에 비해 적은 편이었지만, 한 번의 족대질로 10여 마리를 채집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최초 발견·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 주민들의 증언 역시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름철 한 번 장마가 지고 나면 논의 물꼬나 도랑 같은 곳에 떼로 몰려있던 물고기가 바로 기름챙이로 불리던 미호종개였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이후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해 이젠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해 '서식환경의 악화'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식환경의 악화에는 수질오염의 심화를 비롯해 하상구조의 변화,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여러 요인이 포함된다. 그만큼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근 주민들의 남획, 특히 타 어종을 잡기 위해 배터리 등 불법 어구를 이용할 경우 포획 범위에 있던 미호종개들이 졸지에 수난 당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도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오염에 찌든 미호천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수질은 이미 지난 1980년대 말에 Ⅲ등급의 수질을 나타내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각종 오염원의 유입에 따른 수질오염의 심화는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자연닷컴

 

■수질의 악화


미호종개의 서식 개체수가 점차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수질오염의 심화에 있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와 함께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면서 본보 기획 취재에도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도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서식현황과 미소서식처의 특성 조사'에서 "미호천 등 기존의 서식지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이유는 부영양화의 심화 등 수질 악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현존 서식지의 수질오염 정도 및 진행 상황은 환경부가 실시해 오고 있는 각 하천별 수질측정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실례로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 대한 여름철(6~9월) 수질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표>에서와 같이 이미 1980년대말에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Ⅲ등급(보통)의 수질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DO(용존산소)와 BOD를 제외한 나머지 수질지표에서 모두 악화일로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도 표>미호천 팔결교 지점의 수질측정 자료(환경부)

 

용존 산소

DO(mg/L)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mg/L)

화학적산소요구량COD(mg/L)

부유물질SS(mg/L)

총 질소

TN(mg/L)

총 인

TP(mg/L)

1989년 6월

   9.8

   3.2

   2.7

   3.2

   1.593

   0.011

        7월

   8.6

   3.2

   2.9

   6.6

   1.868

   0.031

        8월

   8.6

   4.2

   3.6

   4.0

   3.534

   0.026

        9월

   7.6

   4.7

   4.6

   3.8

   1.035

   0.024

2006년 6월

   22.3

   2.6

   6.8

   10.4

   5.344

   0.154

        7월

   7.8

   1.0

   6.4

   34.2

   2.192

   0.221

        8월

   9.5

   0.5

   4.8

   13.5

   3.392

   0.221

        9월

   9.5

   3.1

   5.9

   12.0

   2.128

   0.125

 


특히 부영양화의 척도가 되는 TN(총질소)과 TP(총인)의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은 상류로부터의 영양염류 유입이 그동안 두드러지게 많아졌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부영양화 요소의 증가와 함께 부유물질의 증가 또한 물속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미호종개의 서식 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부유물질이 증가할 경우 빛의 투과량이 줄어드는 등 수환경에 변화를 일으켜 결국 부착조류 등 각종 조류의 생성 및 종 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물고기 서식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미호종개 서식지 중 대표적인 사례로 든 미호천 팔결교 지점의 수질분석 자료는 상류로부터 유기물과 현탁고형물, 영양염류 등 각종 오염물질의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 오염물질은 상류쪽의 분뇨처리장 처리수와 생활하수, 공장 오폐수, 농경지 오수 등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질오염의 심화는 자칫 물고기의 대량 폐사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미호종개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커다란 잣대라 할 수 있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일수록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해지는 특성을 감안하면 수질오염은 그야말로 미호종개의 생사를 가늠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황폐화됐던 집단서식지
지난 5월 국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진천 백곡천의 미호종개 집단서식지가 관계당국 및 관할 지자체의 관리소홀로 발견 6개월 만에 완전 초토화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적 있다. 당시 인근 지역서 강행된 진천군의 수해복구 공사장 토사로 인해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를 포함한 수㎞의 하천바닥 전체가 뻘로 뒤덮혀 물고기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사진은 뻘로 뒤덮힌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자연닷컴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충청타임즈)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18>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3)

 

■동서종(同棲種) 조사 결과


생태학에서 동서(同棲)란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이 한 곳에서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동서종(혹은 동서어종)이라 함은 미호종개와 종은 다르지만, 미호종개가 사는 일정 서식처 범위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류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자면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서, 미호종개의 서식처를 중심으로 이뤄진 물속 생태계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이들이 미호종개의 서식환경 요소로서 중요시되는 것은 같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크든 작든, 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미호종개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의 환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생태계란 본디 '일정한 지역의 생물 공동체와 이들의 생명 유지에 근원이 되는 무기적 환경이 서로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체계'임을 생각할 때 상호 주고 받는 영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미호종개 입장에서 보면 동서종 가운데에는 산란장소 및 은신처 등 주요 서식처(미소 서식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상대(모래무지,흰수마자 등)가 있을 수 있고 먹이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대(미꾸리과, 모래무지,흰수마자 등)도 있을 수 있으며 육식성 어종인 경우에는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것들(큰입배스,블루길,쏘가리 등)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동서종을 살펴보는 것은 미호종개 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물속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외에도 미호종개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방법이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와 BLS테크 이순재 기술이사(생태조사 담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동서종은 총 34종으로 나타나 금강 수계 전체의 서식 어종수 139종의 24.5%로 분석됐다. 이들 동서동 가운데 분포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종은 돌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등이었으며, 최근 순천향대 방인철 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이 찾아낸 진천 백곡천의 집단서식처는 유독 미호종개가 우점종으로 조사돼 큰 대조를 보였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 멸종위기 1급어종인 흰수마자가 발견된 점과 모든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어류는 아니지만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습성상 미호종개 서식처 주변에 살면서 먹이경쟁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특히 산란기때 미호종개의 알을 주워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하나의 위해동물로 여겨진다.

 

황소개구리 올챙이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모든 서식처에서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육식성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등과 함께 미호종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위해동물'로 여겨진다./자연닷컴

 

①미호천 본류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과 농다리 지점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동서종은 총 13종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한 개체씩의 미호종개가 확인됐으며, 우세종은 모래무지 27%, 돌마자 25%로 조사됐다. 동서종 목록을 보면 잉어,붕어,떡붕어,모래무지,돌마자,몰개,미꾸라지,미호종개,동자개,블루길,큰입배스,갈문망둑,가물치 등인 가운데 육식성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의 풍부도가 10% 이상으로 나타나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됐다. 특히 팔결교 지점은 여름철이면 전문 낚시인들인 루어꾼들이 연일 찾아와 배스낚시를 할 정도로 큰입배스의 출현율이 높은 편으로, 이로 인해 미꾸리과의 일종인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이 매우 불안정함을 알 수 있었다.

 

②백곡천 상류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를 첫 발견할 당시 '현존 개체수 1만4백68마리'로 추정한 백곡천 상류부의 동서종은 총 16종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를 대변하듯 전체 16종 중 미호종개가 약 21%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몰개(20%)로 나타났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떡붕어,돌고기,모래무지,참마자,돌마자,몰개,버들치,피라미,치리,미꾸리,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며 외래어종으로는 떡붕어가 확인됐다. 떡붕어는 잡식성이지만 식성이 게걸스러워 타 어종의 알까지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미호종개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나의 환경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③대전 갑천
이번 조사에서 총 36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대전 갑천 월평공원 인근 지점의 동서종은 모두 10종으로 집계됐다. 전체 10종 가운데 모래무지가 26.4%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피라미 23.3%, 돌마자 21.2%의 순으로 분석됐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납지리,모래무지,돌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눈동자개,큰입배스 등인 가운데 미호종개는 약 3%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의 큰입배스 분포비율은 3%로 미호종개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조사팀의 현장 조사시 타 어종의 포식 장면이 수차례 목격될 정도로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미호종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④공주 유구천
총 13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공주 유구천의 동서종은 모두 22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미호종개 서식처 중 가장 많은 동서종수이다. 동서종 가운데에는 앞서 말한 바 대로 다량의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어종은 특히 '모래'가 중요한 환경인자로서 대부분의 생활을 가는 모래가 깔린 바닥에서 함께 영위함으로써 서식처를 차지하려는 경쟁 혹은 먹이경쟁에 있어 다른 어종 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종 목록은 잉어,붕어,각시붕어,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유구천에 서식하는 미호종개의 동서종들. 미호종개 주변에 납자루,참붕어,모래무지,참종개 등이 모여들어 먹이를 찾고 있다. 동서종들은 이렇듯 먹이경쟁 등을 통해 상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⑤청양 지천
총 11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청양 지천에서는 21종의 동서종이 관찰됐다. 이 중 피라미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돌마자 14.5%, 모래무지 10% 순으로 많았다. 미호종개는 1.2%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 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이 지점에서는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희소종인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우점종 돌마자

대부분의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우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돌마자. 돌마자와 함께 모래무지와 피라미도 비교적 높은 분포 비율을 나타내 보편적인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 확인됐다. /자연닷컴   

<17> 미호종개의 서식환경(2)

 

"미호천 본류 모래 입자와 유속 변화가 개체수 감소 원인"
 
미호종개는 어떠한 환경에서 살까. 수심이 깊은 곳에 살까 아니면 얕은 곳에 살까.

물흐름(유속)은 어떤 곳을 좋아하고 하상구조는 어떤 곳에 주로 살까.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연구책임 방인철 교수, 해양생명공학과)의 조사 참여자로서 본 기획 시리즈의 현장취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호종개는 수심 30~80cm 사이에서 서식하되 어른 무릎 깊이인 50cm 수심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물흐름 속도는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천별로 보면 미호천 본류(팔결교 지점)가 최대 36cm/sec, 평균 30cm/sec로 물흐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고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곳은 백곡천 상류(최대 16cm/sec, 평균 10cm/sec)로 분석됐다.


수심 및 물흐름 속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곳은 미호천 본류로 수심 50cm에서 40~42cm/sec로 측정돼 다른 하천(지천 10~14cm/sec, 백곡천 11~20cm/sec, 갑천 18~27cn/sec)에 비해 빠른 유속을 보였다.

 

'미호종개의 본향'으로서 미호종개가 많이 서식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의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의 하상정리 및 골재 채취로 예전에 비해 유속이 빨라졌음을 감안할 때 '유속의 변화'가 미호종개의 감소 요인으로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호종개의 서식처.  미호종개는 수심이 약 50cm인 비교적 얕고 물흐름이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는 청양 지천의 하류부 전경./자연닷컴 


그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항목은 미호종개가 사는 곳의 하상구조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알을 낳아 부화시켜 대를 잇는 곳도 모래바닥이요 먹이를 찾는 곳도 모래바닥이며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는 곳 역시 모래바닥이다. 이렇듯 모래바닥은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호종개는 어느 정도 크기의 모래 입자를 좋아할까.


역시 홍영표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의 0.6mm 이하 모래입자 크기의 저질 함량이 평균 86.3%로 나타나 '미호종개는 아주 미세하고 고운 모래 바닥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하천별 함량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미호천 본류의 경우 0.6mm 이하 입자 크기의 함량이 27.8%인 데 비해 갑천 76.4%, 백곡천 88.8%, 지천 93.7% 등으로 나타났다.


0.6mm 보다는 굵은 4.75~19mm 크기의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대로 미호천 본류가 23.3%인 데 비해 백곡천 0.19%, 갑천 0.06%, 지천 0.5% 등으로 분석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박사의 연구와는 별도로 일반 가정용과 비슷한 크기의 체(눈 크기 2.8mm)를 이용해 각 서식처의 하상 모래를 굵은 입자와 가는 입자로 분리해 본 결과 사진에서와 같이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취재팀은 우선 미호종개 서식처별로 한 곳당 다섯 지점의 모래를 무작위로 3kg씩 채취한 다음 건조과정을 거쳐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각각의 입자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전체 3kg의 모래 가운데 가는 모래가 2.1kg, 굵은 모래가 0.9kg으로 나타났고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진천 관내)은 각각 2.52kg과 0.48kg으로, 대전 갑천(월평공원 인근 지점)은 2.7kg과 0.3kg으로, 청양 지천(하류지점)은 1.75kg과 0.25kg으로, 공주 유구천(하류지점)은 2.8kg과 0.2kg으로, 진천 백곡천(상류지점)은 2.88kg과 0.12kg으로 측정돼 대조를 보였다.


2.8mm 크기의 체로 쳐서 분석한 결과로 볼 때에는 진천 백곡천 상류의 저질 입자가 가장 곱고 일정한 크기로 구성돼 있는 데 반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큰 입자가 많고 거친 하상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백곡천 상류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개체수가 무려 1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 '현존 최대의 집단서식처'이다. 반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첫 발견된 장소로서 학계에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로 보고된 곳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서식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이번 조사에서 단 한 마리만 확인된 곳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하상골재 채취 이후의 변화된 저질입자 구조 또한 개체수 급감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미호종개 서식처의 저질구조 비교.  미호종개 서식처의 모래를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굵은 모래와 가는 모래를 분리한 사진.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위로부터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 미호천 농다리 지점, 갑천./자연닷컴

 

'기적의 집단 서식처' 당국 무관심으로 멸실 위기

황폐화 후 최근 회복 기미....값진 교훈 삼아야


지류 혹은 소하천에 대한 어류상 조사는 흔히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처럼 본류와 지류를 포함한 금강 전 수계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한 어종(미호종개)의 서식 여부를 전 수계에 걸쳐 집중조사하면서 동시에 동서종 및 서식환경 특성까지 조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학술적으로나, 중요 어종 보전차원에서나 그 의미가 새롭다. 특히 이번 조사는 미호종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2005년 3월)된 이후 처음 실시된 종합조사란 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이번 조사는 결과면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전편에 소개한 것처럼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10년 만에 미호종개를 찾아낸 것과 이번에 소개하는 진천 농다리 부근서 처음으로 서식사실을 확인한 점, 백곡천 상류에서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 등은 특히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

이번 조사결과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교리)서 처음으로 미호종개 1개체가 발견됐다. 이 지점은 과거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하지 않았던 곳이다. 채집은 총 3회 이뤄졌으며, 미호종개가 출현한 곳은 농다리 바로 아래 모래가 쌓여있는 지점으로, 돌로 만들어진 교각 사이로 하천물이 급여울을 이루다가 멈추면서 모래톱이 형성된 곳이다.

 

발견된 개체수는 비록 한 개체에 불과하나 이 지점에서의 미호종개 출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첫 발견이란 점에서 새로운 서식처가 찾아진 셈이다. 이는 과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미호천 본류의 서식 환경이 그만큼 변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 서식처는 대부분 미호종개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서식환경이 파괴된 반면 이 곳은 그나마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서식환경이 새롭게 만들어졌거나 유지됨으로써 극소수 개체만이라도 현재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두 번째는 이곳 서식처가 하류쪽 팔결교 지점과 상류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상류부라고 해봐야 현 서식지라고는 고작 백곡천 한 곳뿐이지만 미호종개가 미호천 수계내에서 종을 유지해 나가는데 농다리 지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농다리가 천년 가까이 변함없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주는 삶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이 지점이 미호종개의 대내림을 이어주는 생명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충북 진천 농다리 지점에서의 채집 조사 장면. 조사팀은 이날 미호종개 한 개체를 찾아냄으로써 이곳에서의 미호종개 서식을 최초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자연닷컴

 

 

○백곡천 상류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백곡천 상류에서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처 발견이다. 이번에 발견된 집단 서식처는 백곡저수지 상류에서 백곡면 소재지 쪽으로 연결된 하상(백곡면 석현리)으로, 바닥 전체가 가는 모래로 뒤덮여 있고 물흐름이 완만한 곳이다. 서식처 규모는 폭 3m에 길이 180m(면적 540㎡)로, 이번 조사서 확인된 현 서식처 중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채집은 총 6회 진행됐으며 1회 채집에 무려 2백74마리가 확인될 만큼 서식 개체수도 많았다. 이에 집단 서식처를 최초 발견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은 집단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포획표지-재포획법(mark-recapture method)'을 활용, 두 차례 실험한 결과 1차에 9천2백33마리, 2차에 1만1천7백4마리로 추정돼 이를 평균한 1만4백68마리가 현재 살고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백곡천 상류 모습(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집단 서식처를 처음으로 발견한 순천향대 조사팀이 지난 겨울 모니터링을 위해 채집한 미호종개. 당시만 해도 한번 채집에 여러 마리가 채집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으나 5월 발생한 '인근 공사장 토사유입 사태' 이후 개체수가 급감했다./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당시 백곡천 상류에서 채집된 미호종개들./자연닷컴

 

 

'현존 개체수 추정 1만4백68마리'.

 

흔한 물고기도 아니고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가, 그것도 한 장소에 1만 마리가 넘게 모여 살고 있는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로 받아들여졌다. 조사팀은 조사팀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긴 가뭄 끝의 단비를 만난 양 모두가 반겼다. 하지만 그 반가움의 이면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기적 같은 집단 서식처 발견과 그 이면의 우려. 아이러니하지만 당시 제기된 우려의 반응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집단 서식처의 중요성은 무엇이고 우려의 목소리는 무엇이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 중요성이란 멸종 직전의 미호종개가 아직도 금강 수계 내에 대집단을 이뤄 살고 있다는 뜻밖의 반가움이자 희망이요, 우려의 시각은 다름 아닌 한 장소에 밀집해 서식함으로써 갖는 위험성, 곧 생존과 보전에 대한 걱정이었다.

 

생태학에서 어느 한 생물종이 대집단을 이뤄 한 장소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반길 일 만은 아니다. 이는 반대로 다른 곳의 서식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반증이요, 어느 한순간 그 서식처가 훼손되거나 환경이 불리해진다면 최악의 경우 '몰살'과 같은 종 자체의 안위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처럼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종일수록 그 위험성과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걱정은 결국 얼마안가 현실로 나타남으로써 당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입증했다.

 

문제의 발단은 문화재청, 환경부 등 당국과 진천군, 충북도 등 지자체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발견 당시 조사팀과 언론이 이곳 서식처를 특별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건만 관계 기관 모두가 무관심으로 일관, 발견 6개월만에 완전 멸실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인근 지역서 강행된 진천군의 수해복구 공사장 토사로 말미암아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를 포함한 수㎞의 하천바닥이 돌연 뻘로 뒤덮이면서 완전 황폐 하천으로 돌변한 것. 불행 중 다행히도 그후 계속된 조사팀의 모니터링 결과 비가 온 직후인 6월 20일 현재 약 6천 마리의 미호종개가 되돌아오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발견당시 개체수가 모두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 아무리 멸종직전에 놓인 어종이라도 서식환경만 좋아지면 얼마든지 번식 및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채집지점은 다르지만 이곳 백곡천은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번처럼 대규모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이곳 백곡천 상류의 서식환경을 만들었고 그곳으로 미호종개가 모여들어 대집단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멸종위기종일수록 환경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입증됐다. 따라서 지난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물론 해당 지자체,주민 모두가 나서 귀중한 유전자원을 지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 동일 집단' 판명
 유전자 보전 차원에서 '매우 위급한 상황'

 

■최초 분석 의의


생물의 유전 다양성은 생태계 내에서 그 생물이 처한 현재의 상황 내지 입지를 나타내주며 나아가 그 생물의 장래를 암시해 준다.


일반적으로 어느 생물의 유전 다양성이 감소되면 그 집단은 환경변화에 민감해지고 적응력 또한 감소되므로 종 자체가 사라지기 쉽다.


반대로 유전 다양성이 풍부하면 그 생물종은 그만큼 자연계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유전 다양성의 감소는 유전자의 소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소실을 막기 위해 그 생물 집단에 대한 보전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소규모 집단이 남아있는 경우 환경변화에 대해 더욱 더 민감하므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관리 또한 세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고유종으로서 멸종위기에 놓인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에 대한 체계적인 유전학적 연구는 그동안 이뤄진 바 없다.


따라서 국내 최초로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및 분자계통 분석'은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보다 올바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보전 및 복원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 박사(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세 곳의 미호종개 집단(진천 백곡천,대전 갑천,청양 지천) 사이의 유전적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맞고 있는 '유전적·생태적 위기'를 보다 확실히 인식시켜 주고 나아가 종 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분자계통 분석은 9회에서 보도)에는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이 시도됐는데, 이는 RAPD (random amplified polymorphic DNA) 방법의 간편성과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의 재현성 등 장점만을 조합한 방법으로서 분석방법이 간편하고 재현성이 높아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다.


특히 이 방법은 유전적 유사도가 가까운 종 간에도 고도의 유전적 변이와 다형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종 특이적인 DNA 마커 검출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상 한 번의 반응으로 50개 이상의 밴드를 형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마커 검출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분석하고자 하는 재료의 수는 적은 데 많은 수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하고자 할 때 적당한 방법이므로 미호종개처럼 개체수가 많이 고갈된 종의 분석에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호종개에 대한 방박사팀의 AFLP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전 갑천, 진천 백곡천, 청양 지천 등 세 곳의 서식지에서 채집(문화재청,환경부의 허가 아래 시도)한 미호종개 각각 15개체 씩을 토대로 AFLP를 수행한 결과 전체 밴드 수는 <도표1>에서와 같이 갑천 106개 백곡천 107개 지천 104개로 나타났으며 그 중 전체 다형성 밴드(polymorhic band) 수는 갑천 26개 백곡천 23개 지천 23개였다. 다형성 밴드수준은 그 집단의 유전 다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미호종개의 다형성 밴드수준(Polymorphism)은 갑천에서 24.52% 백곡천 21.49% 지천 22.11%로 나타나 갑천 집단의 다형성 밴드수준이 약간 높게 분석됐다. 그러나 집단간 큰 차이는 없었다.

 

 <도표1>미호종개 세 집단의 AFLP 핑거프린트 유형(fingerprint patterns)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갑천 백곡천 지천 등 세 서식지의 평균 유사도는 93.6%로 나타나 다 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다.


또 이들 집단의 평균 이형접합률은 갑천 0.0837 백곡천 0.0786 지천 0.0674로 갑천 집단이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평균 유전 다양성(GD)에 있어서는 갑천 0.0871 백곡천 0.078961 지천 0.075671로 역시 갑천 집단이 가장 높았다. 집단내 유전적 유사도(GS)는 갑천 0.931 백곡천 0.936 지천 0.942로 나타나 갑천 집단내 유사도가 가장 낮았다.

 

특히 이들 집단의 평균 유사도는 0.936으로 나타나 다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들 집단이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호 유연관계를 밝히기 위해 집단간 분화도(Fst) 값과 유전적 거리(Ds)를 도출한 결과 분화도 값은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13177 로 가장 높았고,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11954, 갑천과 지천 사이가 0.104763으로 가장 낮았으나 모두 P(확률)값이 0.01보다 작아, 다시 말해 99% 신뢰구간에서 유의차가 없어 HWE(하디바인버그 평형)에 위배됐다. 따라서 세 집단 사이의 분화 정도가 매우 낮거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집단 간 유전적 거리도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0207,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0175, 갑천과 지천 사이가 0.0167로 집단간 분화도값과 같은 경향을 보이며 매우 가깝게 나타났다. 이는 갑천과 지천이 백곡천보다는 근거리이므로 유전적 거리가 낮게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도표2>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으로 동일집단임을 나타내주는 댄드로그램(Dendrogram)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현존 서식지의 미호종개는 동일 집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1~15 갑천 집단, 16~30 백곡천 집단 31~45 지천 집단.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수계별로 묶이지 않고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결과로 볼 때 세 수계의 미호종개는 동일한 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박사는 "AFLP에 의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을 시도한 결과 현재의 주요 서식지인 갑천 백곡천 지천 등 3개 수역의 집단 모두가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이 확인됐다"며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로 볼 때 본 종의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절멸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전상 '위급 상황' 재확인


현존하는 미호종개가 유전학적으로 동일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종 보전상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곧 '생태적 건강성' 측면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결론이기 때문으로, 쉽게 말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적어도 현재로선 '극히 불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서두에 말한 바처럼 어느 생물종의 유전 다양성은 그 종의 생존 혹은 미래, 즉 자연계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로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한반도내 생태적 입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호종개는 곧 백척간두에 서있는 격이요 태풍 앞의 등불 같은 지극히 위태로운 상황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지 취재결과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적지(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물론 갑천과 유구천, 지천 등의 서식지에서도 극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진천 백곡천 집단 서식지 훼손 사태'에서와 같이 순간적인 서식환경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모습을 감추는 존재가 바로 미호종개요 그러한 민감성을 유전자에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미호종개인 것이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4)스승께 바친 報恩의 물고기 '崔고기'

 

 

■신종 발견의 계기  

 

1983년 3월 한국육수학회지 16권에 매우 의미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주제는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 발표자는 당시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손영목박사(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였다.

 

미호천은 충북 진천의 백곡천과 초평천 등 여러 지류와 만나 충남 연기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그 때까지만 해도 이 하천의 전수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상 조사는 손박사의 것이 최초였다.

 

손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1982년 4~9월초까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여천리 등 11개 지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호천의 민물고기는 총 8과 36속 45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고유종은 참종개를 포함해 총 15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손박사는 또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미호천의 우점종은 피라미(23.47%) 돌마자(12.54%) 붕어(11.99%) 모래무지(9.90%)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피라미가 전수역에서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한 후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버들치-갈겨니-피라미-붕어 등의 순으로 우세현상을 보이나 미호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이처럼 미호천의 정상적인 어류 분포형이 깨진 원인으로 저수지의 건설, 보(洑)의 설치 및 개간에 따르는 하천유역과 하상의 심한 파괴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논문에는 도표 <미호천의 어류상>을 통해 "미꾸리과 어류로 미꾸리 17개체, 미꾸라지 2개체, 점줄종개 81개체, 참종개 81개체가 각각 채집됐다"고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이 발표후 얼마 안가 '미호종개'라는 신종 발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종개로 분류된 표본의 일부가 추후 관찰에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종과는 전혀 새로운 종, 즉 신종임을 확신케 하는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호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호천은 흰빛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푸른 하천이었다. 이 흰빛 모래사장은 한 어류학자의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발견케 하는 단초적 역할을 했다./자연닷컴

 

■'코비티스 초이'로 신종 발표

 

이 논문이 발표되자 곧바로 손박사를 찾은 이가 있었다.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익수박사로, 손박사와는 대학 동기동창인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 김박사가 손박사를 찾아간 이유는 훗날 학계에서 '비화'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일이 되었기에 고 최기철박사의 기록을 통해 들어보자.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모래가 많은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참종개 무리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박사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호천의 참종개는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손박사의 양해를 얻은 김박사는 당시 미호천서 채집된 81개체의 참종개(당시의 분류기준으로는 참종개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음)를 모두 관찰한 결과 꼬리자루가 무척 가늘고 몸 양측의 반문이 참종개와 다른 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그 자리서 손박사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연구해 신종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명은 '미호종개'로 할 것과 학명은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할 것을 말이다."

 

 

 

참종개(위)와 미호종개(아래) ./자연닷컴

 

공동연구에 들어간 손박사와 김박사는 얼마 안가 신종이라고 생각되는 종의 형태형질 인자가 참종개나 점줄종개와 같지 않다는 것과 몸 양측의 중앙부에 위치한 반문도 점줄종개나 참종개와 다르며, 꼬리자루가 유별나게 가늘고 비늘이 참종개보다 작다는 것 등을 알아냄으로써 신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두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해(1983년)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직접 현지조사를 실시해 미호종개 85개체 점줄종개 139개체 참종개 8개체를 채집, 3종이 같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코비티스 초이(Cobitis choii Kim and Son)'」가 발표됨으로써 미호종개는 비로소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다.

 

손박사의 세밀한 채집조사가 없었던들, 그리고 김박사의 학문적 의구심이 없었던들, 또한 두 박사의 서로에 대한 학문적 신뢰와 우정이 없었던들 미호종개는 어쩌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채 저홀로 멸종의 길을 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수 박사./자연닷컴

손영목 박사.자연닷컴

 

 

■스승께 바친 '보은(報恩)의 물고기'  

 

미호종개의 한국명과 학명을 붙이게 된 배경에 대해 손영목박사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국내에서 어떤 생물종을 신종 발표할 때에는 우리말 이름을 짓게 된다. 김익수박사와 공동으로 찾아낸 신종을 미호종개로 지은 것은 첫 채집장소가 미호천인 데다 당시에는 미호천에서만 발견되는 한국고유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다.

또한 신종을 발표할 때는 라틴어를 사용해 린네가 주창한 이명법(二名法)에 따라 학명을 짓게 되는데 신종 발표 당시에는 미꾸리과 중에서 기름종개속(Cobitis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종소명을 'choii'로 작명해 'Cobitis choii'가 된 것이다. 여기서 'choii'는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비록 '초이'로 발음되긴 하지만 발표자인 나와 김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님(최:崔)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사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작명한 것이었다. 지금은 미호종개의 학명이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뀌었다."

 

고 최기철 박사는 이와 관련, 글을 통해 "신종 발표 직전 김박사와 손박사가 나를 생각해 'choii'라는 종소명을 지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요청해와 굳이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며 "고마운 일이긴 하나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미호종개는 제자들이 찾아내 스승에게 바친 보은의 물고기로,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오늘날 미호종개 하면 '崔고기' 혹은 '崔종개'란 별칭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교원대, 청주시 지원 받아 ‘타당성 검토’ 용역 착수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 한 쌍 방사…6~7쌍까지 번식 방침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07월 15일 15시 34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이 계획하고 있는 한반도 황새야생복귀 권역 개념도.(사진제공=한국교원대학교)>


충남 예산에 이어 충북 청주 미호천 일대에 대한 황새 야생복귀 사업이 추진된다.

15일 한국교원대학교(총장 류희찬)에 따르면 청주시로부터 학술용역을 받아 한반도 황새야생복귀 제2권역 조성계획 용역을 착수하기로 했다.

학술용역 과제명은 ‘미호천 일대 황새서식지 타당성 검토’ 용역이다.

이 용역은 제1권역인 충남 예산군 권역(황새방사지: 예산황새공원)에 이어 충북을 중심으로 한 제2권역(황새방사지: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된다.

한국교원대와 청주시는 이번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교원대 내 청람황새공원에서 황새 1쌍을 방사해 그 주변의 야생에서 번식을 하게 한 다음 여기서 태어난 새끼들이 자연스럽게 미호천 주변 서식지에 정착하게 할 계획이다.

미호천 주변 대상지는 상류인 진천군 백곡천과 초평저수지를 시작으로 세종시까지 약 63.4km에 이르는 지역이 포함된다.

미호천 상류 진천 백곡천과 초평저수지 일원은 지난 2014년 4월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한 ‘미호’ 황새가 지난해 3월20일쯤 찾아와 약 3개월 동안 머물렀던 곳으로 서식환경이 타 지역에 비해 양호한 지역이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이 지역에 최소 6~7쌍의 황새가 살아가게 할 계획이다.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에서 제2권역은 충북을 중심으로 경기와 경상 지역을 함께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다.

또 제3권역은 인천을 중심으로 북한 황해도까지 포함해 추진한다.

이 같은 계획과 관련해 일본의 황새복원 최고 권위자로서 현 효고황새고향공원 원장인 야마기시 사토시(山岸 哲) 박사가 청주 미호천 일대를 방문한다.

교원대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야마기시 박사가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해 예산황새공원의 단계적 방사 행사에 참석한 뒤 한반도 황새복원의 발상지인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방문하고 교원대 총장을 면담할 예정이다”며 “아울러 이날 야마기시 박사는 황새생태연구원 연구원들과 미호천 주변의 황새복원 예정지를 둘러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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