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송이철이 다 끝나가고 있습니다.

늦 송이를 만나기 위해 25일 오전 산에 올랐더니....

송이보다 쇠살모사가 먼저 반기고, 이어서 송이들이 몇 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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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oC1vs1yV5k

 

 

이번 시간에는 송이철이면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갖게 되는 송이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송이의 특성 가운데에서도 송이가 왜 맨손으로는 잘 뽑히지 않는 이유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송이는 소나무 실뿌리에 붙어 공생하기 때문에 쉽사리 뽑아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소나무의 실뿌리를 송이 뿌리가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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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GcNq8lR6Ig

 

 

송이철만 되면 송이밭이 없어 방황하는 '송이철 방랑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입찰지역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송이꾼들로부터 외면 받아왔던 소위 '송이 묵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서 송이 묵밭의 실상이 과연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올라가 봤습니다.

올라가 보니 기대 이상으로 송이밭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16일 다녀온 송이 묵밭 산행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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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LRmvOa6ugg

긴 장마에 가을 가뭄까지 겹쳐 예년산출량의 10~20% 수준
괴산 청천 등 충북 산지마다 직판장 '열자마자 문 닫을 판'

추석 연휴 나흘째이자 토요일인 3일 오후 4시10분 쯤 충북의 대표 송이 산지인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버섯거리의 한 송이직판장 모습. 예년 같으면 송이, 능이 등 야생버섯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로 한창 붐빌 시간대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에 버섯 흉년까지 겹쳐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다시피 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송이 많이 땄냐구요? 말도 마세요. 올핸 송이 몇 kg 못 따보고 송이철이 벌써 끝나갑니다."

"지난 여름 비 피해와 태풍 피해가 너무 커 가을에 송이가 많이 나기만을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이젠 헛된 꿈이 됐습니다. 올해 같이 송이흉년인 해는 예순일곱 살 먹도록 처음 겪어봅니다."

3일 오후 충북의 대표 송이산지인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일원에서 만난 송이꾼들에게 올해의 송이 작황을 물었더니 손을 가로 저으며 푸념하듯 들려준 대답이다.

또 다른 송이산지인 보은 속리산 일원의 송이꾼들에게도 확인한 결과 들려준 대답은 한결같이 "말도 마세요"였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신세이기에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충북의 송이 산지에 유례 없는 송이 흉년이 찾아들어 해마다 송이 수확으로 일년을 먹고 사는 산지 주민 대부분이 울상을 짓고 있다. 

비단 송이뿐만이 아니라 능이버섯, 싸리버섯 등 자연산 버섯류가 예년에 비해 턱없는 산출량으로 버섯철에 버섯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명 버섯꾼들은 이같이 올해 버섯 흉년이 든 원인을 '날씨 탓'으로 보고 있다.

유례 없이 길었던 장마에 이어 곧바로 찾아온 2개의 태풍이 버섯 산지의 환경을 뒤바꿔놓아 버섯 포자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괴산군 청천면 관내에서 송이 채취업을 하는 A씨(67)는 "송이철에 송이가 많이 나는 곳의 낙엽 등을 헤집어 보면 가는 실같이 생긴 포자체가 하얗게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올핸 그런 게 별로 안 보인다"며 "장마철에 비가 너무 많이 장기간 내린 데다 정작 송이철을 앞두고는 너무 비가 내리지 않은 이상 기후가 결국 최악의 송이 흉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유례 없이 길었던 장마에 잇단 태풍, 그 뒤에 찾아온 가을가뭄 등의 여파로 올해 '자연재해 수준'의 야생버섯 흉년이 들어 산지 주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예년 같으면 송이, 능이 등 야생버섯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로 크게  붐볐을 10월 초 주말(3일 오후 4시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버섯거리에 방문객들이 뚝 끊겨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주민들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야생버섯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버섯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그 결과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등 해마다 야생버섯 직판장이 개설, 운영되는 충북의 대표 버섯산지들이 버섯철에 버섯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23일을 전후해 도내 야생버섯 산지에서 직판장을 잇따라 개장했지만 개장 1주일여 만에 방문객의 발길이 끊길 정도로 버섯 산출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하루에 적어도 50~100kg 이상의 송이가 산출됐던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의 경우 3일 현재 하루 10kg도 채우기 어려운 흉작을 보이고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첫 송이가 나오기 시작한 뒤 보통 10~15일 정도가 되면 절정기라 할 만큼 송이가 쏟아져 나오기 마련인데 올핸 송이철이 시작되자 마자 송이가 자취를 감춰 버섯 채취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이 곳 외의 도내 다른 버섯산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예년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현지인들은 밝히고 있다.

오죽하면 올해 송이의 작황을 '자연재해 수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괴산군 청천면의 버섯 취급업자 B씨(68)는 "이 지역엔 예전부터 송이가 많이 나 많이 채취하는 사람은 한 철에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면 지역 전체로는 한 해에 '송잇돈'만 60억~7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이에 비춰 보면 올해는 말 그대로 송이 작황이 자연재해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koomlin@hanmail.net

송이가 사람 잡네

 

요즘 산골 사람들의 얼굴빛이 무척이나 어둡다. 측은할 정도다. 송이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이철이 다가왔건만 정작 송이가 나지 않으니 심기가 말이 아니다. 가슴이 타들어간다는 사람도 있다.
안 나는 정도가 아니다. 송이가 나기만 하면 하루에 보통 10kg 이상은 거뜬히 따는 꾼들마저도 온종일 산을 타봤자 고작 몇 백g 따기 일쑤요, 그나마 웬만한 사람은 송이 구경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농사로 치면 폐농 수준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마다 송이 보따리를 풀기 보다는 한숨 보따리만 늘어놓고 있다. 다들 밥 굶어 죽기 십상이란다. 송이가 사람 잡는다는 푸념까지 덧붙인다.
송이가 나지 않으면 산에 오르지 않으면 될 것을 왜 사서 고생하냐고 반문할 지 모르나 그건 송이꾼 마음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이제나저제나 송이가 나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하나든 둘이든 자신의 송이밭에서 나는 송이는 제 날짜에 꼭 따내야 하는 그들만의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욕심 때문이 아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밭을 지켜내지 못한다. 만약 오늘 올라온 송이를 하나라도 따내지 않으면 그 송이밭은 십중팔구는 끝이다. 그 송이 하나만 잃는 게 아니라 밭 전체를 잃는다. 다행히도 송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송이만 따고 밭은 건드리지 않는데 그건 극소수고 대부분은 또 다른 송이를 찾기 위해 그 주변을 무자비하게 파헤친다. 먹잇감 하나를 발견한 멧돼지가 애먼 곳까지 온통 파헤쳐 놓듯이 아예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그러니 좋든 싫든 무작정 산을 올라야 하고, 그래서 나오는 게 "송이가 사람 잡네"라는 넋두리다.
산골 사람들에게 송이는 일년 농사나 다름 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야 재미로 송이를 따러 산에 오른다고 하지만 산골 사람들은 송이 따는 일이 밥줄이요 돈줄이다. 송이 팔아 식량 사고 자녀들 학비까지 댄다. 지인들 중에는 한해 송이 따서 버는 수입이 2천~3천 만원은 족히 넘는 사람이 여럿 있다. 한해 연봉이 단 며칠 만에 쏟아지는 셈이다. 그런데 송이가 나지 않으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수밖에.
송이는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송이가 많이 나는 해는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지만 그렇지 않은 해는 돈 냄새 맡기 힘들다. 산촌에는 송이꾼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이 딴 송이를 수집하는 중간상이 있고 또 경매에 붙이는 조합과 그곳에서 물건을 떼다가 소비자에게 파는 소매인들이 즐비하다. 식당과 그밖의 상점들도 송이철 한 철 벌어 다음 한 해를 나는 곳이 부지기수다. 괴산 청천을 예로 들자면 송이 산출량이 제법 많았던 지난해 한 신협 점포에 50억원의 '송잇돈'이 예치됐다는 소문이 나돈 적 있다. 다른 은행 점포까지 합치면 그 보다 훨씬 많은 돈이 송이로부터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송이가 나지 않는 원인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대부분이 날씨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징글징글했던 폭우와 폭염, 극과 극을 달리듯 하루 아침에 급변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거기에 겹친 가을가뭄 등등. 송이 포자 아니라 그 어떤 버섯 포자도 배겨낼 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직 시기적으로 여유가 있고 또 이번 주중 반가운 비소식이 있으니 좀 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일말의 바람이 송이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것이 한낱 희망사항으로 끝날지 아니면 대박을 가져다 줄 사실이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선 거의 절망적이다.
부디 2006년과 2008년, 2009년과 같은 송이 흉년은 겪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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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산골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추석연휴 기간 동안 '사람폭탄'을 맞은 곳이 있다. 이른바 버섯산지라 불리는 산골마을이다. 모처럼만에 버섯이 많이 난다고 하니까 너도 나도 버섯을 따려고 연일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산골마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어디 사람뿐이랴. 한 사람당 거의 한 대씩 몰고 들어온 차량들도 산골 사람들에겐 폭탄이긴 매한가지였다. 동네 앞이든, 산골짜기든 길이란 길은 몽땅 차들이 가로막았으니 그것이 폭탄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동네마다 고성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난무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추석명절에 온갖 욕지거리가 메아리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으로 조용하던 산중에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산골 사람들에게 버섯은 다음 일년을 좌우하는 돈줄이나 다름없다. 농사거리가 변변찮은 사람들에겐 그보다 더 한 생계유지 수단도 없다. 그래서 '버섯농사'라고도 한다.
버섯 중에도 송이버섯은 현금과도 같다. 송이를 얼마만큼 따느냐에 따라서 그날 그날의 돈주머니 차이가 난다. 한해 가을동안 수백만원은 기본이요 무려 수천만원을 벌어 집까지 지은 사람도 있다.

 

더더군다나 올핸 특별한 해였다. 충북의 경우 4년 만에 '떼송이'를 보게 된 해다. 2년전과 3년전은 지독한 가을가뭄 때문에 송이가 나질 않았다. 지난해엔 나는 듯 마는 듯 했다가 금세 멈췄다. 그러니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떼송이이었겠는가. 너무 좋아 밤잠도 못 잔 산골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추석연휴가 유례없이 길게 이어지면서 때아닌 사람폭탄에 한껏 부풀었던 '송이의 꿈'이 홀딱 날아간 것이다. 산마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졸지에 송이밭이 쑥대밭이 됐으니 수백만원, 수천만원은커녕 되레 밥 굶게 생겼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외지사람들에게 넌덜머리가 난다고 했겠는가. 송이 깨나 난다고 하는 산자락마다 여지없이 사람들이 들어가 짓뭉게 버렸으니 나던 송이도 쏙 들어갔다고 푸념이었다. 심지어 송이밭을 아예 망가뜨려 놓은 사람들까지 부지기수였다. 손갈퀴를 일부러 가지고 다니면서 송이밭이란 밭은 죄다 긁어놓아 황무지로 만들어 놓았다.

 

송이는 영물이란 얘기가 있다.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성장을 멈춘다고 한다. 수십년간 송이를 땄다는 '도사'들 얘기다. 해서 송이꾼들은 송이밭을 자기 텃밭 가꾸듯 애지중지한다. 함부로 밟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송이를 딸 때도 산모가 갓난아기 다루듯 한다.
그런 송이밭을 무참히 밟아놓고 갈퀴질까지 해 놨으니 분통 안 터질 사람 어디 있겠는가. 송이를 따보겠다는 외지인들이야 재미삼아 그런다고 하겠지만 산골마을 송이꾼들에겐 한해농사가 달린 문제요 생계가 좌우되는 중대사다.

 

송이철 외지인들의 몰지각한 행렬은 급기야 산골인심까지도 변하게 만들었다. 가는 곳마다 '입산금지' '입찰지역' 팻말을 박게 만들었고 동네 입구마다 순찰도는 전문인력까지 생기게 한 원인제공도 기실 따지고 보면 외지인들이었다. 최근 들어선 '입산시 형사고발 조치'에 '변상 조치한다'는 글귀까지 눈에 띄고 있다.
심지어 쇠사슬로 차량통행을 막고 완장 찬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보초 서는 동네가 있는가 하면 산능선마다 초소를 짓고 용역(?)들로 하여금 24시간 불침번을 서게 한 동네도 있다. 그 좋던 산골인심이 도회지인심보다 더 사나워졌다.
송이철 다른 볼일이 있어서 찾아간 방문객에게도 송이도둑 취급하며 퉁명스럽게 대하는 산골인심, 입찰멤버중 한 사람을 만나려면 군대 면회절차보다도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산골인심, 이 모든 게 다 '외지인'이라 불리는 우리들 탓이 아닌가 싶다.

야생버섯 흉년 가히 ‘자연 재해’ 수준이다

 
 잘 아는 송이꾼이 있다. 충북 괴산의 칠성면에 사는 그는 15m밖의 송이를 발견해낼 만큼 혜안을 가진 송이박사다. 남들은 발밑의 송이도 지나치기 일쑤지만 그는 반경 2~3m를 한번에 훑고 지나가면서도 땅속에 든 송이조차 흘리는 법이 없다. 그는 한 해에 송이를 따 많게는 3천만~4천만원, 적게는 2천만~3천만원을 번다. 송이따기가 어엿한 직업인 셈이다.

 
   그런 그에게 열흘전 전화를 했다. 송이작황이 궁금해서다. 그런데 신호음이 끊기자마자 굉음이 들려왔다. 의아해 했더니 남의 과수원에서 예초기로 풀을 깎고 있단다. “아니, 버섯꾼이 송이철에 산에 가지 않고 품삵일을 하다니?” 다시 물었다. 그 왈, “산에 가 봤자 버섯이라고 생긴 건 하나도 없어 아예 오르지 않는다”며 풀죽은 소리를 했다. 그는 얼마전까지 공공근로사업 일을 하다가 송이철 직전에 그만뒀다. 그런 그가 송이따기를 포기한 채 품삵일을 하고 있다.


 가을 폭염과 가뭄으로 야생버섯 산출량이 크게 줄자 그 여파가 일파만파다. 앞의 송이꾼처럼 버섯따기가 본업인 사람들은 우선 당장 소득이 없어 살 길이 막막해졌다. 그들은 송이철 한 철 벌어 한 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송이가 곧 돈줄인 그들인데 송이가 초반에 조금 반짝하다가 중반기 이후 전혀 나지 않으니 이보다 더 한 날벼락이 없다. 충북의 경우 제천,단양,괴산,보은,영동 등 송이 산출지역엔 버섯따기가 본업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러니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충북 괴산지역만 해도 한 해 송이철 주민소득 총액이 60억~70억원이란 얘기가 있다. 따라서 이들 송이 산출지역에서 졸지에 사라진 돈이 무려 수백억원대다. 더욱이 올핸 3년째 송이흉년을 맞았다. 2007년 이후 송이 구경을 못한 송이꾼들이 무척이나 많다. 능이 등 다른 버섯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충북 도내 전체로 치면 그 손해액이 가히 재해수준이다. 자연재해가 꼭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어야만 하는가. 2007년과 2008년엔 가을 가뭄으로, 올해는 가을 가뭄에 폭염까지 겹쳐 버섯이 안 나 피해 입은 경우도 자연재해라면 자연재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여파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역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버섯 산출지역의 경제고리는 ‘버섯 채취꾼-판매업자-택배업자-소비자’ 혹은 ‘채취꾼-판매업자-음식점-소비자’ 등으로 얽히고 섥혀 있다. 게다가 버섯철을 기다려 외지서 원정오는 사람들까지 몰려들면서 지역에 큰 부가가치를 안겨다 준다. 충북 괴산 청천지역의 경우 여름 휴가철 피서인파보다 버섯철 산행인파가 더 많다.
 그런데 올핸 영 아니올시다다. 지난해도, 저지난해도 그랬다. 연 3년째 버섯철 불황이 겹치면서 이미 전업한 사람도 있고 앞으로 전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버섯만 바라보다간 밥 굶기 십상이라며 넌덜머리를 낸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야생버섯 전문음식점이다. 줄어든 손님도 그렇거니와 가장 기본적인 물량(야생버섯) 확보도 못해 폐업할 지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역에 활력이 없어졌다. 적어도 4년전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지나가는 개도 버섯과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버섯과 돈이 흔했던 곳이 버섯산출지였는데 지금은 되레 썰렁해졌다. 오죽하면 “어깨 쳐진 사람은 모두가 버섯관련 업자”란 얘기가 나돌겠는가.


 “올핸 마음먹고 돈 빌려 버섯판매점 내고 차량까지 교체했는데 송이를 몇 kg 팔아보기도 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지난 일요일 뒤늦게 내린 비가 그렇게도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는 한 버섯업자의 푸념이 가슴을 마냥 후벼 판다. 이젠 날씨가 지역경제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송이꾼 가슴은 이래저래 다 탄다

 
 송이꾼이 가장 기다리는 절기가 백로(白露)다. 이 때를 전후해 송이가 나기 때문이다.
백로 전의 절기인 처서(處暑)가 되면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지고 일교차가 심해진다. 봄부터 뿌리를 통해 수분을 빨아들이던 소나무는 처서가 지나면서 수분 흡수를 멈추고 겨울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 무렵이 바로 송이균사가 발생해 번지는 시기다.
 소나무가 겨울준비를 하는 방법은 별 수 없이 뿌리를 통해 물기를 내뱉는 것이다. 온 몸에 지니고 있던 물기를 적당히 배출해야 추운 겨울 얼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송이꾼들은 이 과정을 “소나무가 물을 내린다”고 한다. 소나무가 잔뿌리를 통해 물을 내리면 그 잔뿌리에 붙어 공생 균근을 형성하고 있던 송이 균사가 활성화 돼 균사체를 만들고 그 균사체가 자라서 송이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는 자신의 잎으로부터 만들어진 탄수화물을 송이에게 공급하고 송이는 균사체를 통해 빨아들인 토양의 양분을 소나무에게 나눠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리공생 관계다.
 이 상리공생 관계가 더욱 활발해 지는 시기가 처서 다음의 백로요, 그래서 백로 절기가 되면 “송이철이 왔다”고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핸 송이철이 왔는 데도 송이꾼들의 낯빛이 영 말이 아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백로 절기인데 되레 ‘된서리 맞은 까까머리 꼴’이다.
 이유인 즉 송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산을 타봤자 고작 몇 개 만나면 그만이요, 그것도 본송이(본밭에 나는 굵은 송이)가 아닌 벌송이(본밭이 아닌 곳에서 나는 가는 송이)가 대부분이니 기분 좋을 리 만무다. 더욱이 한몫 잡아야할 추석 대목이 코앞이니 그 심정 알 만하다.
 그렇다면 원인은 뭘까. 한 마디로 날씨 탓이다.
 처서가 지나 백로 절기인데 한낮 기온은 여전히 한여름이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는 건 좋은 데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니 소나무인들  생체 시스팀이 온전히 작동할 리 없고 송이 균사체인들 제대로 생장할 리 없다.
 게다가 가을 가뭄까지 심하다. 충북지방의 경우 얼마 전에 이어 사흘 전에도 비가 왔다고 하나 감질만 나게 했을 뿐이다. 산속 가랑잎에선 바스락 소리가 난다. 땅속을 파 봐도 언제 비가 왔느냐다.
 이대로 일주일만 더가면 송이 나긴 다 글렀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일부 꾼들은 2년전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극심한 가을 가뭄으로 송이 하나 제대로 나지 않은 게 2년전이다.
 그런데도 요즘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에선 송이가 나지 않는데 송이를 따려고 올라가는 외지(?) 사람들은 줄을 잇는다. 마치 행락철 인파를 방불케 한다.
 그러니 현지인들인 송이꾼들의 가슴은 더욱 찢어진다. 외지인들로부터 자신들의 송이밭을 지키기 위해선 매일 산을 올라야 하는데 송이는 나지 않고, 산을 안 오르자니 속은 타고…. 아예 죽을 지경이란다.
 송이는 나지 않는데 외지 사람들이 불이 나게 산을 오르내리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송이가 나는 지역에 가보면 현재 각 상점마다 지천한 게 송이다. 실제로는 중국산,북한산,강원도산 혹은 경북산 등 종류도 갖가지지만 외지서 온 사람들은 그게 다 현지서 나는 줄로만 믿는다. 그러니 산을 오를 수 밖에.
 현지 상인들도 문제다. 떳떳하게 이건 어디 산이고 저건 어디서 갖다 파는 것이라 털어놓으면 좋으련만 굳이 밝히지 않는다.
 산지에선 송이가 나지 않는데 송이 따려는 외지인들은 인산인해고, 지역 상점에선 송이가 수북히 쌓인 채 정신없이 팔려 나간다. 한 철 산에 올라 다음 일년을 먹고 사는 송이꾼들의 속이 이래저래 다 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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