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에 공격적 습성: 블루길은 일정한 세력권을 유지하다가 다른 물고기가 침입하면 즉시 달려들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사진은 다른 경쟁자를 경계하는 블루길 수컷./자연닷첨
■어종별 특성-블루길
◆분류학적 의의
블루길은 본래 북미 미시시피강과 오대호 유역이 원산지이나 지금은 북미 전 유역과 유럽,아프리카,아시아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대륙에 번져있는 '글로벌 피쉬'가 되었다.
국내에는 1969년 12월 일본 오사카로부터 평균 3.8㎝크기의 치어 510마리가 첫 도입된 이래 분포지역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전국으로 확산했다.
검정우럭과(Centrachidae)에 속하기 때문에 '파랑볼 우럭'이라고도 부른다. 블루길이란 명칭은 영명(英名)인 'Bluegill'에서 온 것으로 아가미(정확히는 아가미뚜껑의 돌출부위)가 짙은 청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학명은 'Lepomis macrochiros'.
옆줄(측선) 비늘수는 38~54개이며 주둥이 끝이 뾰족하고 위턱이 아래턱보다 약간 앞으로 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산란기의 수컷은 비교적 화려한 혼인색을 띤다.
겨울에도 먹이활동: 수온이 빙점 가까이 떨어진 지난 1월 중순 대청호에서 잡힌 블루길을 해부해 본 결과 내장에 소화 중인 먹이가 들어 있는 것이 확인돼 한겨울에도 먹이활동을 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잡식성이면서 육식성이 강해 못먹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게걸스럽다. 따라서 동·식물성 플랑크톤은 물론 선충류,연체동물,환형동물,십각류,새우류,복족류,부족류,수서곤충류,거머리류,거미류,육상곤충,물고기,물고기알 등을 주로 먹고 심지어 독성이 있는 태형동물까지 먹는다.
경우에 따라선 식물체 줄기와 뿌리,씨앗도 서슴없이 먹어치운다. 더욱이 먹잇감이 변변찮은 곳에서는 동족끼리 잡아먹는 공식현상, 즉 '카니발니즘'도 볼 수 있다.
몸길이가 큰 것일수록 식성은 더욱 게걸스러워 작은 물고기류와 수서곤충류,새우류 등을 집중 포식하며 세력권 안에 다른 물고기가 침입하면 즉시 달려들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물속의 난폭자'란 별명은 이같은 습성에서 비롯됐다.
산란기는 5월 중순부터 7월까지이며 산란 성기(盛期)는 수온이 22~26도 범위인 6월경이다.
산란은 보통 수심 1m 이내의 자갈과 모래가 깔린 하상에서 이뤄진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적당한 산란처를 찾아 깊이 5~25㎝,직경 30~60㎝ 가량의 산란상(産卵床·둥지)을 1~2일에 걸쳐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암컷을 기다리다 접근하는 암컷이 있으면 독특한 행동으로 유인, 알을 낳도록 유도한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곧바로 방정하고 수정 후에는 수컷이 산란상을 지키며 알이 부화돼 자어(仔魚·알에서 금방 부화된 새끼)가 유영할 때까지 보살핀다.(약 1~2주간)
특이한 것은 한 마리의 수컷이 하나의 산란상에 여러 마리의 암컷을 받아들여 산란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나의 산란상에는 보통 3만개(4년생 이상의 친어인 경우)나 되는 많은 알이 수컷의 보호를 받으며 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부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약 40%인 1만2천~1만3천개 정도만 자어로 태어난다. 암컷의 포란수는 크기에 따라 1만~6만개에 이른다.
산란상은 보통 일정 간격을 두고 무리를 이뤄 만들며, 수컷은 부화기간 중 둥지를 지키다 적이 침입하면 필사적으로 대항해 알을 보호한다.
왕성한 번식력 : 블루길 암컷은 한 배에 1만~6만개나 되는 알을 가질 만큼 놀라운 번식력을 갖고 있다. 사진은 산란철 암컷의 알집 모양./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블루길은 현재 중부권에서는 '월남붕어', '넙적붕어', '불거리'로, 호남권에서는 '넙대기', '납닥붕어', '납주래기', '납재비' 등으로 불린다.
또한 대청호에서는 특이하게 최초 방류자의 이름을 따서 'XX 붕어' 혹은 'XXX 고기'로 부르기도 한다.
블루길은 당초 식용을 위한 자원조성을 목적으로 들여온 것과는 달리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식용화되지 않고 있으며따라서 이를 전문으로 잡는 어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 양식장도 없다.
다만 육질이 단단하고 감칠 맛이 있어 일부 미식가(?)들에 의해 간혹 횟감 또는 찜용으로 이용될 뿐이다.
성장도에 있어서도 원산지인 북미에서는 제법 덩치가 큰 물고기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매우 더디게 자라 도입 40년 가까이 된 오늘날까지도 몸길이가 30㎝를 넘는 개체는 극히 드물고, 크다는 것이 고작 25㎝ 정도다. 따라서 낚시꾼들마저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망나니'로 인식돼 있다.
특히 삼각망(정치망)을 쓰는 어부들은 그물안으로 블루길이 먼저 들어가면 다른 물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여겨 '재수없는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그물에서 수거하지 않고 버리듯 물에 놔주고 있다.
그대로 놔주거나 버리는 것은 낚시꾼도 마찬가지다.
대청호의 한 어부는 "20년 넘게 블루길을 잡아봤지만 이제껏 단한번도 맛을 보거나 먹어본 적이 없다"며 "토종물고기를 줄어들게 하는 원흉이란 생각을 하면 분통까지 터진다"고 말해 블루길에 대한 혐오감이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블루길의 확산 원인
블루길의 도입 초기에는 대규모 방류가 확산의 주된 요인이었다. 실례로 1975년에는 진양호에, 76년에는 소양호에, 82년에는 청평호에 각각 5만마리씩이 정부차원에서 방류했고, 80년대 초에는 대청호,옥정호,장성호 등지에 민간 차원의 다량방류가 이뤄졌다.
당시의 목적은 앞서 밝혔듯이 자원조성이란 미명 아래에서였다.
놀라운 번식력에다 뛰어난 확산전략, 공격력, 게걸스런 식성까지 골고루 겸비한(?) 불루길은, 그렇게 뿌려지듯 국내 호수에 유입돼 '이미 교란돼 있는 댐 환경'과 만나면서 쉽게 적응돼 급속도로 우점화하였고, 이후 이들이 자연적인 이동과 방생 등의 경로를 타고 도미노식으로 번지면서 급기야 전국 수계가 '블루길 천국'으로 둔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국내에서의 치어생산은 이미 84년도에 중단돼 더 이상 자원조성 목적의 다량방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홍수시의 자연유하 내지 상류유입, 타어종의 이식과정에서의 동시유입, 낚시꾼들의 인위적 이식 등에 의해 지금도 끊임없이 확산일로에 있고, 또 그로 인한 생태위해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98년 블루길을 환경위해동물로 지정, 자연수계에의 무단 방류 등을 금지하기에 이르렀지만 이미 국내 수중생태계는 '돌아오지 못할 선'을 훨씬 넘어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다./김성식 기자
빙어의 빠른 확산 : 대표적인 전략어종인 빙어는 계속되는 방류사업으로 전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보은 상궁지의 빙어 낚시객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빙어
◆분류학적 의의
빙어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엇과 어류로본래는 바닷가 연안과 민물(강)을 오가며 사는 '소하성(溯河性) 2차 담수어'이다.
여기서 소하성 2차 담수어란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란 뜻이다.
오늘날 남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빙어는 일제시대인 1925년 3월 북한의 함남 용흥강 상류에서 채란해 수원 서호와 제천 의림지 등에 이식시킨 것이 정착돼 전국으로 확산된 이른바 '육봉형(陸封型)'이다.
육봉형이란말 그대로 육지에 가둬 정착시킨 종을 뜻한다. 따라서 빙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위적인 육봉형 어종이자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진 최초의 이식어종이다.
학명은 'Hypomesus olidus', 영명은 'pond smelt'. 몸길이는 보통 10㎝ 내외로 큰 개체라 하더라도 20㎝를 넘지 못하는 소형종이다.
빙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기름지느러미가 하나 더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은어,연어,송어처럼 빙하시대부터 살아온 냉수성 어종이라는 증표다. 빙어의 '빙'자가 얼음 빙(氷)자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일본과 사할린,연해주,알래스카,캐나다 서부,미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기막힌 생존전략 :냉수성어종인 빙어는 국내 토종어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종족을 유지하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박병기 수중촬영전문가
◆습성 및 생활사
어릴 적에는 보통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나 성장하면서 깔따구 등 소형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적응력이 강해 탁도와 염도 등의 변화에 잘 견뎌낸다.
산란기는 수온이 6∼10도가 되는 3∼4월로 알려져 있으나 제천 의림지와 춘천지역에서는 4월이 산란 성기이고 일본 북해도에서는 4월 중·하순, 사할린에서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북한 용흥강에서는 3월에서 4월 사이가 주산란기로 알려져 있다.
빙어의 산란장소는 호수나 저수지로 연결되는 개울의 얕은 곳(수심 50㎝ 미만)으로, 바닥에 모래나 자갈이 깔린 곳을 좋아한다.
산란과 방정이 가능한 친어(어미물고기)의 몸길이는 보통 6㎝가 넘는 개체들이다.
군산수산대 유봉석교수가 운암호에서 산란기 때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몸길이가 8∼9㎝ 되는 것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빙어는 태어난 해에 어미로 자라 알을 낳고 죽는 일년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2년생이 더 흔하고 어떤 개체는 그 이상인 것들도 있다.
◆공어와 와카사기
일명 '물고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최기철박사(서울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빙어는 지역에 따라 공어(충북 대전 전북 전남 양구),메르치(수원),멸치(완주),민물멸치(완주),방아(양구 철원),뱅어(속초),병어(화천 광주),벵어(제천 양구 화천 고양 고창),보리붕어(보령),빙어(충남·북 강원 전남 전북 광주),아까사끼(밀양),아까새끼(정읍),오까사끼(밀양),은어(완주),핑어(충주),해피(양양)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중 공어는 일제 때 표준어 행세를 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말이며 현재 중국의 통용어이기도 하다.
아까사끼,아까새끼,오까사끼는 일본말 와카사기(wakasagi)가 와전된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그동안 일본산 와카사기와 우리의 빙어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동종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점이다.
따라서 최박사는 우리의 빙어를 굳이 일본말로 부르자면 '이시카리 와카사기(ishikari wakasagi)'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봉형(陸封型) 빙어: 본래 빙어는 바다연안에 살다가 산란기에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번식하던 물고기였으나 일제때 육봉형으로 개발돼 정착됐다./자연닷컴
◆빙어의 확산원인
국내어종의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빙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빙어의 적응성이 탁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섭시 4∼10도의 저수온과 2급수 이상의 수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환경적응력이 강해 웬만한 저수지나 호수에 쉽게 적응하는 습성이 있다.
빙어는 특히 냉수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생태계에 더욱 쉽게 정착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즉,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쉽사리 차지해 살아가고 있다.
다시말해 빙어는 외부로부터 이식된 '손님'이지만 다른 물고기가 꺼리는 곳을 주서식처로 삼기 때문에 여름에는 수온이 10도 이내로 유지되는 깊은 수심을 찾아가고 겨울에는 반대로 다른 물고기들(대부분의 토착어종들)이 동면처로 삼는 깊은 수심을 벗어나 얕은 곳에서 활동함으로써 살아남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략어종이자 경제성 어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각 지자체 및 단체, 심지어 개인들까지 앞을 다투어 방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빙어의 서식지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빙어도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육식성 귀화어종(이들 또한 넓은 의미의 이식어종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잡혀먹히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즉, 겨울잠도 자지 않고 일년 연중 섭식활동을 하는 블루길과 큰입배스 등 외래 포식자들로부터는 늘 쫓기며 희생되는 '먹이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끄리와 같은 국내 육식성 토종어에 의해서도 잡혀먹히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대청호와 같은 일부 오래된 이식처에서는 갈수록 빙어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김성식기자
얼어붙은 대청호 :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꽁꽁 얼어붙은 대청호.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나 얼음밑에서는 토종어와 외래어 간의 치열한 생존다툼이 벌어지고 있다./자연닷컴
◆동면(冬眠) 실태조사
이식어종의 특성을 얘기할 때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각의 어종이 국내 자연수계에서 겨울철에 동면에 들어가느냐, 않느냐 하는 동면(冬眠) 여부이다.
이는 이식어종 하나하나의 종 특성을 설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사항이지만, 무엇보다도 각각의 종이 국내 수중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危害性)을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느 이식어종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겨울에도 계속해서 포식(捕食:다른 생물을 잡아먹음) 등의 활동을 한다면 그 어종이 국내 수중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은 겨울잠을 자는 어종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이식어종의 동면 실태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이에 관한 자료 또한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에 본보 취재팀은 지난 1월 초부터 매주 1회씩 대청호에 대한 '겨울철 수중 탐사'에 나서 이식어종의 동면 실태조사를 집중 실시한 바 있다.
박병기·이지승·박서규씨 등 수중 탐사 및 촬영 전문가들과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의 참여로 이뤄진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어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블루길,큰입배스,무지개송어,떡붕어,이스라엘잉어 등 대부분의 외래어종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섭식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냉수성 어종이자 국내 이식어종인 빙어와 은어도 겨울철에 활발히 섭식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외래어종 가운데 육식성 귀화어종(외래어종 중 육식성이면서 국내 자연수계에 적응하여 번식하는 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수온이 빙점 가까이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잠을 자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루길의 경우 여름철과 마찬가지로 물속에 잠긴 나뭇가지나 돌출된 바위 주변에 떼를 지어 활동하다가 먹이감이 지나가면 재빠르게 공격, 포식하거나 동면중인 다슬기 등을 잡아먹고 있으며 큰입배스 역시 큰바위 옆 등 은신처에 숨어있다가 피라미,빙어,붕어치어와 같은 먹이감이 지나가면 잽싸게 덤벼들어 잡아먹는 것이 확인됐다.
겨울에도 활보하는 블루길: 본보 취재팀의 실태 조사 결과 블루길은 겨울철에도 섭식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루길과 같은 귀화어종이 겨울철에도 동면하지 않고 활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수중생태계에 대한 위해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연닷컴
여름철에는 주로 수온이 낮은 저층에서 활동하는 무지개송어는 겨울철에는 수면 가까이 또는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까지 이동해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있다.
잡식성인 떡붕어와 이스라엘잉어는 육식성 외래어종만큼 활동이 예민하진 않지만 주로 저층을 중심으로 활동영역을 확보해 섭식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의 대표적 어종인 빙어와 은어는 냉수성 어종답게 겨울철 수면을 활발히 오가며 미생물과 유기물,부착조류 등을 섭식하고 있다. 이들 빙어와 은어는 특히 인위적으로 도입된 이식종이라는 점에서는 이식 이전의 기존 생태계내 먹이사슬에 끼어든 '침입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동시에 육식성 귀화어종(큰입배스,블루길 등)들에게는 겨울철의 주요 먹이감으로 희생되는 '2중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이식어종의 겨울철 생태에 대해 홍영표박사는 "국내에 도입된 외래어종 대부분이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인공호수처럼 환경이 많이 교란된 수역에서도 쉽게 적응하고 있다"며 "특히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원산지인 북미에서 이미 호수와 같은 정체 수역에 적응돼 겨울을 나는 습성이 생겼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와서도 동면하지 않고 겨울을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박사는 또 "이들 외래·귀화어종들이 겨울에 동면하지 않고 섭식 및 포식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국내 수중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겨울잠에 빠진 쏘가리: 귀화어종인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한겨울에도 활개 치며 토종어를 잡아먹는데 반해 토종 어종의 맹주격인 쏘가리는 겨울철이면 깊은 잠에 빠져 활동하지 않는다./자연닷컴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또 국내 육식성 어류의 대표격인 쏘가리는 이들 이식어종과는 대조적으로 겨울철에는 완전 동면에 들어가 거의 가사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쏘가리는 바위틈과 같은 은신처를 찾아 몸을 숨긴 후 동면에 들어가는데 동면 중인 쏘가리는 손으로 건드리거나 간섭을 가해도 여간해 움직이지 않는 등 매우 둔감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또한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양서류)와 붉은귀거북(파충류)이 체외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임에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겨울잠을 자지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관심을 끌었다./글 김성식기자. 사진 박병기 수중촬영전문가
왕성한 번식력에 환경 적응력도 높아 국내어종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 위협 귀화어종간에는 공존하는 경우 많아
<나홀로 쏘가리> 쏘가리는 본래 강한 육식성이어서 국내 토종 어류의 맹주격이었으나 외국에서 들여온 블루길, 큰입배스 등 귀화어종들에게 서식처에서 쫓겨나 '나홀로 신세'가 돼 버렸다. /자연닷컴
◆이식어종의 특징 = 이식에 의해 국내수계에 정착된 어류들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 도입돼 자연상태에서 번식이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귀화어종'들은 공통적으로 환경 적응력이 매우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광온성(廣溫性·물고기가 살 수 있는 수온 범위가 넓다는 뜻)인 데다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이 커 국내 어떤 수역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심지어 댐과 같이 교란된 환경 속에서도 생존은 물론 왕성한 번식력을 발휘한다. 여름철 수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소규모 저수지에서도 떡붕어, 이스라엘잉어, 블루길, 큰입배스가 잘 자라고 차가운 계곡물이 유입되는 깊은 산골 저수지에서도 이들 귀화어종이 잘 자라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또 식성이 게걸스럽고 공격성이 뛰어나 토종 어종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거나 먹이 경쟁 또는 서식공간에 대한 경쟁을 통해 토종 어류들을 몰아내는 습성이 있다. 대표적인 육식성 귀화어종인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피라미, 치리 등과 같은 소형 어류들을 마구 잡아먹고 심지어 토종 어류의 맹주격인 쏘가리마저 서식처로부터 몰아내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잡식성 대식가(大食家)인 이스라엘잉어, 떡붕어는 살아 있는 물고기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 및 포식(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음)은 하지 않지만 토종 어류들이 산란한 알을 송두리째 먹어치움(이것도 일종의 포식에 해당)으로써 수중 생태계에 큰 위해를 가한다. 또한 이스라엘잉어와 떡붕어는 서식공간 경쟁에 있어서도 잉어나 붕어 등 토종 물고기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점령군 블루길>북미산 블루길은 식성이 게걸스럽고 공격력이 강해 토종 어류의 치어를 마구 잡아먹거나 서식공간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진은 쏘가리 서식처를 완전 점령한 블루길떼 모습./자연닷컴
그런 반면 귀화어종들은 대부분 먹이사슬 내 같은 위치(동급의 섭식 지위)에 있는 토종 어류들로부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육식성이든, 초식성이든, 잡식성이든 동급의 섭식지 위에 있는 토종 어류들로부터는 큰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육식성인 블루길이나 큰입배스는 국내 토종 물고기 중 동급의 섭식 지위에 있는 쏘가리로부터 큰 공격을 받지 않는다. 블루길과 큰입배스가 국내 토종 어류로부터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는 경우는 알 또는 치어 상태일 때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이스라엘잉어나 떡붕어의 경우도 같은 급의 섭식 지위에 있는 토종 잉어나 붕어로부터 큰 간섭을 받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귀화어종들은 탁월한 증식 전략을 갖고 있다. 특히 큰입배스나 블루길은 자신들의 알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산란상(産卵床)을 만들고 새끼를 보호하는 습성이 무척 강하다. 또한 이들은 비교적 산란 횟수가 많고 번식력이 뛰어나 빠르게 확산하는 능력(높은 확산능)을 갖고 있다.
큰입배스의 경우 수초나 물에 잠긴 나무 가지 등에도 산란하지만 저수지 바닥에 알을 낳을 때에는 수심 2m 이하의 얕은 곳을 찾아 모래, 자갈 등의 하상에 직경 30∼40㎝, 깊이 약 10㎝의 타원형 산란상을 만들어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새끼 보호를 위해 자어(산란 직후의 어린 새끼)가 헤엄칠 때까지 산란상을 지킨다.
<한겨울 수중탐사>충청투데이 취재팀이 겨울철 수중생태 실태조사 및 수중 촬영을 위해 대청호 수중 탐사에 나서고 있다./자연닷컴
블루길 역시 수심 1m 이내의 자갈이나 모래가 깔린 하상에 수컷이 깊이 5∼10㎝, 직경 30∼60㎝가량의 산란상을 만든 후 암컷을 유인하여 알을 낳도록 한다. 산란은 산란철에 수차례 이뤄진다. 산란 및 수정이 이뤄져 부화될 때까지 수컷은 산란상을 지키며 새끼를 보호하고 적이 침입하면 필사적으로 막아낸다.
떡붕어는 비록 잡식성이긴 하나 산란기가 토종 붕어보다 약 15일 정도 일러 산란 장소를 더 빨리 점령한 후 자신의 알을 낳고, 그 후에 산란하는 토종 붕어나 잉어의 알을 포식함으로써 육식성 귀화어류 못지 않게 생태계에 큰 위해를 가한다. 산란 수에 있어서도 토종 붕어에 비해 약 두 배가량 많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들 귀화어종 간에는 서로에 대한 견제가 적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례로 국내에 가장 많이 번져 있는 블루길, 큰입배스, 떡붕어는 산란기가 서로 달라 산란 장소에 대한 경쟁이 적고 몸체의 크기와 먹이감이 서로 달라 한 저수지 내 혹은 한 호수 내에서 '동시 우점'하는 경우가 많다./글=김성식·사진=박병기(수중촬영전문가)
◆'붉은귀거북' 겨울잠 안잔다
본보 수중탐사팀, 대청호서 국내 첫 확인
'생태계의 망나니'로 불리는 외래동물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이 한겨울에도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충청투데이 취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자연환경보전법상 생태계 위해(危害) 외래동물 4종(블루길,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모두가 겨울잠을 자지 않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음이 최초 확인됐다.
본보 특집시리즈 '한국 어류이식 80년 수중생태계 진단' 취재팀은 29일 박병기(수중촬영 전문가)씨 등 3명의 전문가와 함께 대청호 일원에 대한 겨울철 수중탐사에 나서 외래 파충류인 붉은귀거북이 동면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 극적으로 수중 촬영했다.
<동면하지 않는 붉은귀거북> 붉은귀거북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본보 취재팀에 의해 첫 확인됐다. /사진=박병기(수중촬영전문가)
체외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로서 겨울철에는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온 거북류(파충류)가 수온이 빙점 가까이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동면하지 않고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팀은 이날 옥천군 관내 대청호에서 수중 탐사를 하던 중 수심 8∼9m가량의 비교적 깊은 지역에서 침전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이동하고 있는 붉은귀거북을 발견했다. 이 붉은귀거북은 등딱지가 길이 20㎝, 너비 15㎝가량 되는 중형으로, 탐사진이 몸을 건드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상태에서 '스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학계에는 토종인 남생이와 자라, 외래종인 붉은귀거북 등 파충류들은 모두 변온동물로서 겨울철엔 동면하기 때문에 설령 사람이 건드린다 해도 꼼짝 않을 정도로 가사(假死) 상태에 들어간다고 알려져 왔다. 따라서 붉은귀거북이 한겨울에도 잠을 자지 않고 스스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학계는 의아해하면서 그로 인한 생태계 위해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 박사(어류분류학)는 "파충류인 붉은귀거북이 다른 외래동물인 큰입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처럼 동면하지 않고 겨울에도 활동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라며 "이들이 동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겨울에도 생태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붉은귀거북(미국명 red-eared turtle)은 본래 북미가 원산지로 국내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수입돼 애완용이나 불교계의 방생용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잡식성인 데다 생명력이 강해 3∼4급수의 수질에서도 거뜬히 살면서 미꾸라지, 피라미 등 각종 토종 어류와 알, 수서곤충, 개구리, 심지어 뱀까지 잡아먹음으로써 국내 생태계의 망나니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01년 12월부터 생태계 위해 외래동물에 포함시켜 수입을 전면 금하고 있다.
'잠자지 않는 폭군' : 큰입배스(사진)와 같은 일부 귀화어종은 겨울철에도 동면하지 않고 토종어종을 잡아먹음으로써 수중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있다./자연닷컴
◆이식 목적과 경로
우리나라에 있어서 1960∼70년대까지의 어류 이식(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과 외국 어종의 국내 도입을 모두 포함)은 정부 주도 아래 공식적으로 이뤄진 '의도적 도입'이 주를 이룬다.
일제시대 이후의 빙어 방류 사업이 그렇고, 1960∼70년대 단백질 자원의 확보란 명목 아래 추진된 외국 어종의 도입 사업 역시 그렇다. 당시의 가장 큰 이식 목적은 내수면 어자원을 늘리는 일이었다.
특히 외국어종의 경우 내수면 어자원 증강이란 커다란 목적 아래 양식용과 낚시터 방류용과 같은 상업용(주로 식용)으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조류 및 수초 제거용, 관상용, 실험용으로 들여왔다.
양식과 낚시터 방류용으로 들여온 외래어는 불루길 큰입배스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무지개송어 찬넬메기 등이고 조류 및 수초 제거용으로는 초어와 백련어가, 관상용으로는 금붕어 비단잉어 자이안트구피 등이, 실험용으로는 금빛황어와 각종 송어류가 도입됐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잉어는 공적이 아닌 사적인 양식목적에 의해 국내에 도입된 첫 케이스다.
199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국산(중국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의 수입은 대부분 식용과 낚시터 방류용인데 이는 사적인 목적에 의한 의도적 도입에 속한다.
외국어종의 도입 경로는 1960∼70년대의 경우 대부분 미국을 통한 직도입 내지 일본과 대만을 경유한 간접도입으로 이뤄졌다. 어종별로는 중국산 초어와 백련어가 1963년 일본과 대만을 통해 들여와져 그해 낙동강과 소양호에 방류됐고, 태평양 산인 무지개송어는 1965년 미국과 일본을 통해 수정란 상태로 도입돼 곧바로 파로호에 이식됐으며 북미산 블루길은 1969년 일본 오사카 담수어시험장에서 치어를 기증받아 진양·소양·청평호에 방류됐다.
일본산 떡붕어 또한 일본 오사카 담수어시험장이 1970년에 기증한 치어를 1980년대 청평호와 소양호에 방류한 것이 최초 도입경로이며 북미산 큰입배스는 1973년 미국에서 직도입해 조종천 등지에 방류한 것이 첫 사례다. 찬넬메기(북미산)는 1972년 미국과 일본을 통해 국내 모대학이 처음 들여와 양식한 것이 최초 도입 사례이다.
새로운 손님 '은어' : 대청호에는 최근 방류한 은어가 치어를 다량 생산함으로써 수중생태계에 '새로운 침입자' 역할을 하고 있다./자연닷컴
◆국내 확산 경로
국내에 이식된 어류(국내어종 및 외국 어종)가 각 수계로 번져나가게 된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호수에 방류된 물고기가 홍수시 수류를 타고 강 아래로 유하하거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전 수계에 번진 자연적 확산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관청 또는 단체, 개인 등이 각각의 목적에 따라 확산시킨 인위적인 경로가 있다.
인위적인 확산경로는 또 어자원 증강을 위한 방류사업, 낚시용 방류, 종교적 방생과 같은 의도적 확산과정과 다른 물고기의 이식과정에서 휩쓸려 들어간 경우, 양식장 가두리 수족관에서 이탈한 경우, 낚시 살림망에서 이탈한 경우와 같은 비의도적 확산이 있다.
북미산 블루길: 블루길은 본래 북미 원산이나 1969년 일본으로부터 기증받아 국내에 첫 도입된 후 전국 각 수계로 급속히 확산했다./자연닷컴
그러나 이같은 확산경로는 대부분 복합적으로 이뤄져 이식어종의 확산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외래 어종인 큰입배스의 경우 어느 한 호수에 이식했다고 해서 줄곧 그곳에만 서식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장마철 홍수를 타고 같은 수계의 전 수역으로 점점 번져나가거나 낚시동호인들의 도미노식 방류(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계속해서 이식시키는 행위), 종교적 방생 등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또 대청호와 같은 대규모 인공호수의 경우 관할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지역어민 등이 각각의 계획에 따라 여러 어종의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는데다 낚시객(예: 배스동호회)은 낚시객 대로, 종교인들은 종교인 대로 방류 및 방생을 계속해오고 있는 등 이식어종의 확산경로가 다양하다.
대청호에는 그동안 국내 이식어종인 빙어와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초어 백련어 등이 크게 확산돼 왔는데 최근들어서는 옥천군 등 지자체가 방류한 은어가 지난해 가을 첫 산란, 정착단계에 들어감으로써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글 사진=김성식기자
큰입배스 치어 : 국내 수계에 완전 정착된 큰입배스는 매년 산란을 거듭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 사진은 대청호서 잡힌 큰입배스 치어들./자연닷컴
◆국내 연구 동향 및 실태
지금까지 이식어종(국내어종과 외국어종을 모두 포함) 전반에 걸친 국내 연구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빙어 은어 뱀장어와 같은 '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다시말해 물고기를 가져다 대량으로 방류만 해왔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생태변화 등 각종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차원의 연구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래어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역시 극히 빈약한 수준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조사 및 연구 사례가 아예 없다.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외래어종의 출현 기록이 단편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계인 한강의 예를 들어보자.
1958∼80년까지 이뤄진 어류조사의 목록을 보면 외래어종이 단 한 종도 출현했다는 언급이 없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강에서의 외래어종 잠식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 보다는 외래어종에 대한 관심이 그 만큼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때만 해도 이미 외래어종이 한강수계에 어느 정도 확산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초어와 백련어는 1963년에, 무지개송어는 1965년에, 블루길은 1976년에 이미 한강수계에 다량 방류돼 있었다.
귀화어종 블루길: 블루길이 유입된 수역은 수년 내 우점종이 바뀔 정도로 생태계가 쉽게 망가진다 . 사진은 대청호 어부들의 그물에 잡힌 블루길들./자연닷컴
국내 어류조사의 기록상 외래어종이 공식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환경청이 실시한 '1986 전국 주요 생태계조사'에 총 12종의 외래어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이다.
외래어종이 국내에 첫 도입된 지 무려 23년이 지나서야 관심의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첫 기록된 12종의 외래어종은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유럽잉어(이스라엘잉어) 은연어 무지개송어 떡붕어 초어 대두어 백련어 배스(큰입배스) 블루길 등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실시된 한 조사(전국 대상)에서는 이 12종의 외래어종 외에 찬넬메기(붕메기)와 틸라피아(역돔)가 추가 기록됐다.
충청권 수계에 대한 첫 기록은 서원대 손영목교수(과학교육과)가 1990년 9월 대청호 중심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조사로서, 블루길과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백련어 등 4종의 외래어가 소수(개체수 대비 1∼5%의 상대 출현도) 출현했다고 보고돼 있다.
국내 어류조사에서 외래어종이 우세 또는 우점종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이다. 당시 환경처가 실시한 팔당호 조사 결과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전 지역에 우세하게 출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이 시기를 전후 해 외래어종이 크게 확산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외래어종의 유입에 따른 국내 어류상의 변화와 우점어종의 천이(遷移 :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생물군집이 변해가는 현상), 생태 위해성, 관리방안 등에 관해 단편적이나마 연구 조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초이다.
즉, 1994∼5년부터 서원대 손영목교수 등 일부 어류학자들이 큰입배스 블루길 찬넬메기 초어 백련어와 같은 외래어종들의 기본적인 생태특성과 유입에 따른 문제점(생물군집 및 수질 변화 등), 제도적 관리방안에 관한 단편적인 연구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도입에 따른 국내 수중생태계의 변화 등에 관한 아무런 사전 연구 및 사례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어종이 도입 후에도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생태학적 연구·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1990년대 초의 대청호: 대청호에 유입된 큰입배스는 처음엔 가두리양식장(사진)에서 양식됐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량 무단 방류돼 전역으로 번져나갔다./자연닷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외래어종을 국내에 들여오기 전에 철저한 사전 연구 및 사례 조사를 실시한 후 그에 따른 어종 선택과 사후 관리대책 마련을 서둘렀더라면 현재와 같이 어디를 가나 '외래어 천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을 해본다.
하기야 이런 씻지 못할 과오를 관계당국과 학계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도 이식승인서 한 장이면 되는 손쉬운 절차와 방법으로 수많은 양의 외국 물고기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초대형 이스라엘잉어(향어)' : 비교적 이른 시기에 국내에 유입돼 정착된 이스라엘잉어(일명 향어)는 대부분 초대형으로 자라 나 있다. 사진은 최근 대청호에서 잡힌 체장 98㎝, 몸무게 22㎏짜리 초대형 이스라엘잉어./자연닷컴
◆ 관련 용어 해설
현재 국내에는 물고기 이식과 관련해 여러 용어가 혼용되거나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각의 용어에 대한 구분이 인위적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용어의 경우 개념 정립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래어종과 귀화어종이 서로 같은 의미로 알고 있는 수가 많으며 이주어종과 이식어종 또한 같은 용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토착어종과 고유어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용어는 엄연히 구분해 사용해야 할 만큼 각각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식 어종이 국내 생태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면 다음과 같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여기에서의 한국에는 섬지역을 포함한 남북한 전 수역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다.
1)고유어종 : 오래 전부터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 수계에만 서식하여 번식하는 어종으로 특산어종과 유사한 개념이다. 어름치 쉬리 중고기 치리 돌마자 동사리 등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 고유어종(한국 특산어종)이며 꼬치동자개는 한국 고유어종 중에서도 낙동강 수계에만 사는 낙동강 고유어종(낙동강 특산어종)이고 미호종개는 한국 고유어종 중에서도 금강 일부 수계에만 사는 금강 고유어종(금강 특산어종)이다.
'한국 고유어종 어름치' : 어름치와 같이 오래 전부터 한국 혹은 한국 내 수계에 서식하여 번식하는 물고기를 한국 고유어종이라 한다./자연닷컴
2)토착어종 : 과거부터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 수계에 서식하여 번식하는 어종이다. 고유어종과는 달리 종 자체는 다른 나라에도 서식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국내 토착어종을 토종으로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붕어 잉어는 중국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오래전부터 토착해 서식하는 붕어 잉어를 특히 토종붕어 토종잉어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국 쪽에서는 예부터 중국내에 토착해 서식하는 붕어나 잉어를 토착어종으로 부른다.
3)비토착어종 :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수계에 새롭게 유입된 어종을 말한다. 쉽게 말해 국내 수계에 유입됐으나 아직 토착되지 않은 어종을 일컫는다.
4)이식 어종 : 본래 한국내 다른 수계에 살던 물고기를 의도적으로 특정수계에 도입시킨 종을 말한다. 대표적인 어종으로 빙어를 들 수 있다.
5)이주 어종 : 본래 한국내 특정 수계에 살던 물고기가 기후 혹은 생태적 특성, 자연적인 수계 변동 등에 의해 다른 수계로 이동한 종을 말한다. 물고기의 이동 자체가 자연적인 현상이란 점에서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동시킨 이식어종과는 의미가 다르다.
6)도입어종 :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또는 한국내 다른 수계에서 특정 수계로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유입된 어종을 말한다.
7)외래어종 : 한국 내에 존재하는 물고기 가운데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모든 어종을 말한다. 각종 열대어와 비단잉어 금붕어는 물론 다음에 설명하는 모든 귀화어종을 포함한다.
8)귀화어종 : 한국 혹은 한국내 특정수계로 도입된 외래어종 중 도입지의 자연 수계(환경)에 적응하여 번식이 원만히 이뤄지는 어종을 뜻한다. 따라서 도입지의 자연수계에 적응은 됐으나 자연번식이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어종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귀화어종이 아니다. 대청댐과 같은 인공저수지에서 가끔 발견되는 비단잉어나 무지개송어, 향어 등이 이에 속한다.
'금붕어와 블루길': 현재 국내 수계에는 금붕어 같은 관상용 외래어종들이 가끔 발견되나 이들은 자연번식이 이뤄지지 않는 등 완전 귀화 어종은 아니다./자연닷컴
◆ 외래·귀화어종의 적용 범위
국내에 도입된 외래어종이라고 해서 모든 종이 자연수계에 유입돼 적응되는 것은 아니다.
각 종의 도입 목적이 있듯이 열대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관상어는 취급범위가 실내나 연못 등에 제한돼 있는 데다 본래의 생태적 특성상 자연수역에서는 잘 적응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연수계에 유입된 경우라도 적응단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비록 자연수계에 적응이 된다 하더라도 완전한 귀화(자연번식이 원만히 이뤄지는 상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한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남한의 자연수계에서 발견되는 외래어종은 약 20여종 뿐이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에서도 대부분은 양식장 등 제한수역에서 길러지는 양식어종이거나 실험용이고 자연수역에 적응해 전국으로 확산된, 즉 생태학상 진정한 의미의 외래어종은 초어 백련어 떡붕어(주걱붕어) 이스라엘잉어(향어) 블루길(파랑볼우럭,일명 월남붕어) 큰입배스(큰입우럭,일명 민물농어) 찬넬메기(붕메기) 무지개송어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이다.
이들 외래어종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연수계로 유입된 초어와 백련어는 자연수계에서는 번식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스라엘잉어 또한 자연번식력이 약해 완전한 귀화어종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역시 자연수계에서의 재생산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래어종은 그동안 계속된 방류와 양식으로 이미 국내 전 수역에 확산돼 있는 생태위해종들이다.
현재 자연수역에서 왕성한 번식력으로 계속 확산 일로에 있는 종은 떡붕어 블루길 큰입배스 중국붕어 등으로 이들이 현재로선 국내의 대표적인 귀화어종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중국으로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의 교잡종들은 아직 귀화여부가 불투명하나 이들의 생태적 특성상 머지않은 장래에 국내 수계에 적응해 수중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식기자
****이 기획시리즈는 지난 2005년 1월1일부터 1년 간 충청투데이 지면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재편집한 것임을 알립니다.
'물속의 무법자' 블루길/ 국내 수계에는 현재 대표적 외래어종인 블루길이 빠르게 확산, 정착되면서 토종 물고기가 줄어드는 등 물속 생태계가 크게 망가져 있다. 사진은 충청권의 젖줄 대청호에서 수중 촬영한 블루길의 모습으로 이들은 겨울철인 요즘에도 동면하지 않고 떼지어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 /자연닷컴
◆서론
물고기를 인위적으로 옮겨다 자연 수계에 방류하는 이른바 '물고기 이식사업'이 한반도에서 시작된 것은 일제치하인 1925년. 당시 부산수산시험장이 북한의 용흥강에서 채란한 빙어 알을 제천 의림지와 충주 등지에 풀어놓은 것이 그 효시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오늘, 전국 곳곳의 호수와 저수지는 말 그대로 '빙어 천국'으로 변하게 됐고 그로 인해 붕어, 잉어, 피라미와 같이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가던 물고기들이 터줏대감 자리를 내놓게 되는 등 수중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이후 내수면 어자원 조성을 목적으로 외국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들여와져 국내 자연수계에 이식된 소위 '외래어종'들은 토종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폭군 노릇을 하면서 수중 생태계 질서를 마구 흔들어 놓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의 수계에서는 토종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해 오던 어부들이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외래어종에 의한 내수면의 황폐화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관만 하고 있다.
이에 2005년 한해 동안 관계 전문가들과 동행,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국내 각 수계의 이식어종 및 외래어종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 인위적인 물고기 이식이 가져온 여러 가지 폐해들을 진단함으로써 관련 기관과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나아가 수중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합리적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코자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언론 최초로 물고기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 물고기 이식의 가장 큰 폐해이자 우려로 지적됐던 잡종 출현 여부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려 한다.
'빙어반 물반' / 일제 치하인 1925년부터 이식되기 시작한 빙어는 한 때 수출 효자품종으로 각광받기도 했으나 무분별한 이식사업으로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빙어는 본래 바다 연안과 하구(기수)에 사는 물고기다.
◆물고기 이식의 역사
물고기 이식은 실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수렵 어로 등 채집 위주의 떠돌이 생활을 해 오던 고대인들은 차츰 정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야생동물이나 물고기들을 자신들의 거주지 주변에 잡아다 기르는 소위 사육 및 양식의 방법을 모색케 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물고기 이식의 역사는 태동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역사적 기록에 의한 인류의 물고기 이식사업의 시작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인들은 다뉴브 강으로부터 잉어를 잡아다 이탈리아 반도에 이식함으로써 내수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천년 전인 고구려 초 대무신왕 시대부터 잉어를 양식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잉어를 양식했다함은 자연 상태로부터 잉어를 채집 및 이식하여 인위적으로 관리 또는 길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의 물고기 이식 역사는 적어도 그 당시부터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물고기 이식 사업은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이뤄졌다.
즉, 일제치하인 1925년 부산수산시험장이 북한의 용흥강으로부터 빙어 알을 채란해다 남한지역에 푼 것이 그 시작이다.(빙어는 본래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산란․서식하는 바다빙어과의 어류임)
당시 부산수산시험장은 진해양어장에서의 기초실험 결과를 토대로 1925년 3월 10~19일 사이 북한의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빙어 알 9백60만 립을 채란해다 충북 제천의 의림지와 충주,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경기도 수원의 서호 등지에 방류했다.
그 결과 정착에 성공해 이듬해인 1926년부터는 더 많은 지역에 빙어를 이식시키기에 이르렀고 얼마 후엔 한 해에 수십톤의 빙어를 생산하기도 했다.
일제에 의한 빙어 증산정책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이루어져 한 때는 국민학교 교과서에도 빙어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기도 했으며 당시의 서울 남산 과학관에는 부산수산시험장이 제작한 빙어의 발육 표본이 전시되기도 했다.
일명 물고기박사 또는 물고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서울대 최기철 명예교수는 "1920~30년대 국민학교 4학년 이과 교과서에 빙어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던 것이 기억난다"며 "당시엔 빙어 증산을 정책적으로 추진해 해마다 수백 수천만 립의 알을 채란해다 곳곳의 저수지에 방류했다"고 증언했다.
우리나라의 빙어 증산 정책은 해방 후부터 1970~80년대까지도 계속돼 당시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수출전략 어종으로까지 자리잡았던 적이 있다.
이러한 결과로써 빙어의 분포수역은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됐고 생산량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한 집계에 따르면 1971년 한해 겨울에만 전북 임실의 운암호에서는 무려 80톤 이상의 빙어가 생산됐다고 한다.
'국내 물고기의 국내 수계 이식' 사례로는 빙어 외에도 은어와 살치, 뱀장어 등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방류 및 이식 사업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다.
이 중 은어와 뱀장어는 과거 서식했으나 환경 변화 등으로 근래에 자취를 감췄던 일부 수역(대청호 등)을 중심으로 복원 또는 어자원 조성 차원에서 인위적인 방류가 이루어지고, 살치는 은어를 방류하는 과정에서 착오에 의해 특정 수역(충북 초평지)에 비의도적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빙어의 사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야속한 큰입배스' / 대청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 가는 한 어부가 토종 물고기 대신 잡혀 올라온 큰입배스를 바구니에 쏟으며 야속해하고 있다. 이렇게 잡힌 외래어종들은 식용으로도 이용되지 않고 거의 개 사료로 이용되는 등 천대 받는다.
'외국 물고기의 국내 이식'을 뜻하는 외래어종의 국내 도입은 주로 1960년대 이후에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여와 이식된 외래어종은 초어와 백련어로, 초어는 1963년 11월 일본과 대만으로부터, 백련어는 같은 시기 대만으로부터 각각 도입돼 낙동강과 소양호에 방류됐다.
이어 1965년 1월에는 무지개송어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져 파로호에, 1969년 12월에는 블루길(파랑볼우럭, 일명 월남붕어)이 일본으로부터 도입돼 진양․소양․청평호에 방류됐다.
1970년엔 일본으로부터 떡붕어가, 1972년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찬넬메기가, 1973년엔 이스라엘잉어(일명 향어)와 큰입배스가 각각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도입돼 국내 수계에 이식됐다.
이후 80년대에는 외래어종의 도입 및 자연 수역에의 방류가 잠시 주춤했다가 9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또 다시 이어졌는데 이 시기에는 주로 중국으로부터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쌍지붕어 등과 같은 교잡종들이 들여와졌다.
이밖에도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대두어 틸라피아(일명 역돔) 은연어 곱사연어 시마연어 대서양연어 왕연어 스틸헤드송어 수퍼송어 브라운송어 도날드송어 철갑상어류 쟈이안트구라피 금빛황어 등 2004년 현재까지 무려 2백20종이 넘는 수많은 외국 물고기들이 관상용 실험용 양식용과 같은 갖가지 명목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하지만 이들 외래어종이 모두 국내 자연수계에 이식 또는 방류된 것은 아니고 일부만이 자연수계에 잠식돼 수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