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지구상의 공기를 맑게 해주는 허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연생태계의 균형유지에도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숲 속의 나무들은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공기를 정화한다.
또한 광합성 작용으로 만들어진 양분은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에 흘러들어 에너지 순환의 첫 출발점을 이룬다. 여기서 에너지 순환의 첫 출발점을 이룬다는 것은 먹이사슬 내의 생산자인 나무가 그 다음 단계인 1차 소비자에게 중요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숲 속의 나무들에겐 항상 먹이사슬 내의 1차 소비자인 곤충 애벌레와 성충들이 모여들고 또 이를 잡아먹으려는 2차 소비자들과 2차 소비자를 포식하려는 3차 소비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줄지어 모여든다.
숲과 나무는 또 온갖 생물들의 서식처이자 삶의 터전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계 내 분해자 역할을 하는 미생물에서부터 포유류 등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각종 생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섭식장소와 휴식장소를 제공하고 나아가 종족번식을 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이 모든 역할 가운데 자연생태계의 균형유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1차 소비자에게 먹이를 제공해주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이다.
숲 속의 나무는 그 뿌리부터 줄기와 잎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가 주요 1차 소비자인 곤충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곤충에 따라서는 나무의 뿌리만을 갉아먹고 사는 것이 있는가 하면 줄기와 껍질을 파고들어 그것을 먹고사는 것과 이파리를 갉아먹고 사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곤충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맛이 있는 나무의 진, 즉 수액이다.
수액은 나무가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영양분으로 당분과 초산 따위로 이뤄져 있어 나무 줄기의 상처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올 경우 자연적으로 발효돼 곤충이 좋아하는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시큼한 냄새에 유혹된 곤충들은 앞을 다투어 수액이 흘러나오는 나무로 몰려들게 되고 몰려든 곤충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액을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죽음을 불사한 싸움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서로간의 경쟁을 피하고 효율적으로 수액을 먹기 위해 생겨난 것이 곤충간의 '시간적 질서'다.
다시 말해 곤충들은 아무 때나 수액이 나는 나무로 몰려드는 게 아니고 저 마다의 시간대를 지켜 먹이를 구한다.
예를 들어 햇빛이 뜨거운 한낮에는 말벌, 풍이, 점박이풍뎅이, 흰점박이꽃무지, 진딧물, 쌍살벌, 등에류가 모여들고 해가 질 무렵에는 오색나비, 멋쟁이나비, 네발나비, 청띠신선나비 등 주로 나비류가 날아들며 어두컴컴한 밤에는 태극나방, 사랑밤나방, 주홍각박시나방, 배저녁나방,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바퀴, 하늘소 무리가 찾아든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몸집이 작은 개미,파리류는 밤낮없이 나무진에 모여든다.
이렇듯 자연생태계는 오묘한 질서와 법칙 아래 균형이 유지되고 발전해 나간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의 세계에서는 항상 시끌벅적하고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이 숲이며 또 그러면서도 일정한 규칙과 리듬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 곧 숲 속의 생태계다.
하지만 이러한 숲 속 생태계도 아무런 간섭이 없는 자연상태에서만 그같은 법칙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요 어느 한순간이라도 인위적인 간섭이 끼어 들게 되면 먹이사슬의 균형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법칙마저도 순수성을 잃고 삐그덕 거리게 마련이다.
어느 숲 속에 사람이 들어가 수액이 흘러나오는 나무를 베었다 치자.
그 사람이 한 일은 단순히 나무 한 그루를 베었을 뿐이지만 자연생태계는 그로 인해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 수액이 나오는 나무가 베어짐으로써 수액을 먹이로 하는 수많은 곤충들이 먹을 것을 잃고 방황하다 결국 날아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곤충들을 잡아먹고 살던 곤줄박이 등 2차 소비자들도 큰 타격을 입게 되며, 나무 자체를 갉아먹고 사는 또 다른 곤충류와 생물들도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된다.
숲 속의 나무는 생태계 내 소비자들의 먹이로서 뿐만 아니라 숲 속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로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가 베어지면 그 베어진 공간을 통해 갑자기 많은 양의 햇빛이 들어옴으로써 숲 속의 저층 생태계도 커다란 영향을 받게 돼 음지식물이 말라죽고 대신 양지식물이 싹을 틔우는 등 변화가 오게 된다.
사람이 저 혼자 살아갈 수 없듯이 자연 속의 생물들도 서로 얽히고 섥힌 관계 속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숲 속의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나무라 할지라도 그것의 존재이유는 있는 것이요 숲 속 생태계의 균형유지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숲 속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라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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