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 오는 말에 '참새가 쇠등에 앉아 내 살 한 첨 줄 테니 네 살 열 첨 다오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속내평은 참새고기 맛이 쇠고기 맛보다 월등히 낫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빗대고 있다.
주먹보다 더 작은 참새가 자신보다 수천 배나 더 큰 소의 등을 타고 감히 조롱하며 건방(?)을 떨 수 있다는 자체가 그 만큼 자신의 고기 맛에 자신감이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기실 어릴 적 참새고기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고소하고 담백하며 쫀득하고 찰진 맛이 혀뿌리 깊숙이 각인(刻印)돼 있음을 잘 알 것이다.
'새덮시기'로 어렵사리 잡은 참새를 적당히 털 뽑아 아궁이 밑 불에 파묻어 놓고 행여 고기가 탈까봐 지켜 앉아 있다가 고기가 익으면 얼른 꺼내 굵은 소금 찍어 한첨 한첨 오물거리며 먹던 기억은 이제 먼 추억 속에서나 들춰볼 수 있는 '부끄러운 과거'가 됐지만 말이다.
참새는 고기 맛 외에도 특유의 약효가 있어 한방약재로 이용된 적이 있다.
참새고기는 작육(雀肉)이라 하여 강장제로 쓰였고 알은 작란(雀卵)이라 하여 여성의 대하증 또는 위음증(萎陰症) 치료에 이용됐다.
특히 겨울 참새는 더욱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납일(臘日)에 잡히는 새, 즉 '납조(臘鳥)'를 제일로 쳤는데 여기서의 납일은 섣달 또는 겨울을 뜻한다.
참새를 옛날엔 작(雀) 또는 빈작(賓雀), 와작(瓦雀)이라 불렀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마작(麻雀)이라 불렀다.
중국사람들이 참새를 마작이라고 부른 것은 참새들이 떼지어 지저귀는 소리가 마치 마작놀이 할 때의 마작 패를 뒤섞는 소리와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가을 들녘의 참새 하면 으레 허수아비를 연상하듯이 예부터 참새는 곡식 낟알을 쪼아먹는 해조(害鳥)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정작 참새가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는 해조냐 아니면 오히려 도움을 주는 익조냐 하는 문제는 역사적으로 분분해 왔다.
실례로 옛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신이 좋아하는 버찌를 참새가 먹어치우자 화가 나 참새를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새가 사라지면서 해충이 들끓어 벚나무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자 그 때서야 `참새의 존재'를 깨닫고 뒤늦게 참새보호에 나섰다는 얘기가 전한다.
또 중국에서는 사해(四害) 추방운동이라 하여 참새, 쥐, 파리, 모기를 전멸시키는 운동을 지난 60년대에 펼친 바 있는데 이 운동에서도 참새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논밭의 해충이 더욱 극성을 부리자 결국 참새잡이 만은 포기했다고 한다.
어쨋든 간에 우리 민족의 정서 속에 깊게 자리해 온 참새가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다시금 그들의 존재를 생각케 한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참새의 서식 마리수가 1백ha당 4백60 마리에서 2백50 마리로 약 54%까지 줄어들었으며 그 감소추세도 1994년 이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참새가 줄어드는 가장 큰 요인은 농약살포 등에 따른 환경오염과 먹이고갈, 도시확장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등이라고 하니 결국 사람 가까이에 사는 습성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사람이 좋아 인가 근처에 둥지를 틀었더니 덕보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되레 배를 곯거나 병에 걸려 이젠 운신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참새팔자 옛말인 것이다.
하도 배가 고파 시궁창을 전전긍긍하며 밥풀떼기 몇 알 주워먹은 것이 화근이 돼 날갯짓도 못하고 소리 없이 죽어가던 어느 도시 참새의 '떨던 몸짓'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속에 긴 여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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