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4)스승께 바친 報恩의 물고기 '崔고기'

 

 

■신종 발견의 계기  

 

1983년 3월 한국육수학회지 16권에 매우 의미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주제는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 발표자는 당시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손영목박사(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였다.

 

미호천은 충북 진천의 백곡천과 초평천 등 여러 지류와 만나 충남 연기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그 때까지만 해도 이 하천의 전수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상 조사는 손박사의 것이 최초였다.

 

손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1982년 4~9월초까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여천리 등 11개 지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호천의 민물고기는 총 8과 36속 45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고유종은 참종개를 포함해 총 15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손박사는 또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미호천의 우점종은 피라미(23.47%) 돌마자(12.54%) 붕어(11.99%) 모래무지(9.90%)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피라미가 전수역에서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한 후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버들치-갈겨니-피라미-붕어 등의 순으로 우세현상을 보이나 미호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이처럼 미호천의 정상적인 어류 분포형이 깨진 원인으로 저수지의 건설, 보(洑)의 설치 및 개간에 따르는 하천유역과 하상의 심한 파괴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논문에는 도표 <미호천의 어류상>을 통해 "미꾸리과 어류로 미꾸리 17개체, 미꾸라지 2개체, 점줄종개 81개체, 참종개 81개체가 각각 채집됐다"고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이 발표후 얼마 안가 '미호종개'라는 신종 발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종개로 분류된 표본의 일부가 추후 관찰에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종과는 전혀 새로운 종, 즉 신종임을 확신케 하는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호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호천은 흰빛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푸른 하천이었다. 이 흰빛 모래사장은 한 어류학자의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발견케 하는 단초적 역할을 했다./자연닷컴

 

■'코비티스 초이'로 신종 발표

 

이 논문이 발표되자 곧바로 손박사를 찾은 이가 있었다.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익수박사로, 손박사와는 대학 동기동창인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 김박사가 손박사를 찾아간 이유는 훗날 학계에서 '비화'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일이 되었기에 고 최기철박사의 기록을 통해 들어보자.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모래가 많은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참종개 무리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박사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호천의 참종개는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손박사의 양해를 얻은 김박사는 당시 미호천서 채집된 81개체의 참종개(당시의 분류기준으로는 참종개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음)를 모두 관찰한 결과 꼬리자루가 무척 가늘고 몸 양측의 반문이 참종개와 다른 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그 자리서 손박사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연구해 신종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명은 '미호종개'로 할 것과 학명은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할 것을 말이다."

 

 

 

참종개(위)와 미호종개(아래) ./자연닷컴

 

공동연구에 들어간 손박사와 김박사는 얼마 안가 신종이라고 생각되는 종의 형태형질 인자가 참종개나 점줄종개와 같지 않다는 것과 몸 양측의 중앙부에 위치한 반문도 점줄종개나 참종개와 다르며, 꼬리자루가 유별나게 가늘고 비늘이 참종개보다 작다는 것 등을 알아냄으로써 신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두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해(1983년)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직접 현지조사를 실시해 미호종개 85개체 점줄종개 139개체 참종개 8개체를 채집, 3종이 같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코비티스 초이(Cobitis choii Kim and Son)'」가 발표됨으로써 미호종개는 비로소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다.

 

손박사의 세밀한 채집조사가 없었던들, 그리고 김박사의 학문적 의구심이 없었던들, 또한 두 박사의 서로에 대한 학문적 신뢰와 우정이 없었던들 미호종개는 어쩌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채 저홀로 멸종의 길을 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수 박사./자연닷컴

손영목 박사.자연닷컴

 

 

■스승께 바친 '보은(報恩)의 물고기'  

 

미호종개의 한국명과 학명을 붙이게 된 배경에 대해 손영목박사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국내에서 어떤 생물종을 신종 발표할 때에는 우리말 이름을 짓게 된다. 김익수박사와 공동으로 찾아낸 신종을 미호종개로 지은 것은 첫 채집장소가 미호천인 데다 당시에는 미호천에서만 발견되는 한국고유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다.

또한 신종을 발표할 때는 라틴어를 사용해 린네가 주창한 이명법(二名法)에 따라 학명을 짓게 되는데 신종 발표 당시에는 미꾸리과 중에서 기름종개속(Cobitis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종소명을 'choii'로 작명해 'Cobitis choii'가 된 것이다. 여기서 'choii'는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비록 '초이'로 발음되긴 하지만 발표자인 나와 김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님(최:崔)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사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작명한 것이었다. 지금은 미호종개의 학명이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뀌었다."

 

고 최기철 박사는 이와 관련, 글을 통해 "신종 발표 직전 김박사와 손박사가 나를 생각해 'choii'라는 종소명을 지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요청해와 굳이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며 "고마운 일이긴 하나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미호종개는 제자들이 찾아내 스승에게 바친 보은의 물고기로,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오늘날 미호종개 하면 '崔고기' 혹은 '崔종개'란 별칭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예산군서 방사한 황새 '행운'이 지난달 31일 미호천으로 이동
황새생태연구원 측의 현장 조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해 '아쉬움' 
<충남 예산황새바을에서 방사한 A09의 이동 경로(3월31일~4월 1일)(사진제공=한국교원대학교)>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마을에서 방사한 황새 한 마리가 처음으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의 메카' 충북 청주를 찾아 관계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총장 류희찬) 황새생태연구원은 연구원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충남 예산황새마을에서 지난 2015년부터 40여마리의 황새를 방사했으며 이 가운데 한 마리가 지난달 31일 전북 새만금 지역에서 금강 수계인 청주 미호천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황새는 지난 2017년 9월 예산군 광시면 관음리에서 방사한 2016년생 암컷 A09(행운)이다.
 
<전남 해남에서 촬영된 황새 A09의 모습.(사진제공=오영상씨)>

연구원 측은 1일 오전 7시 미호천 내 모래섬에서 A09가 머문 것을 GPS발신기의 송신정보로 확인했으나 현장조사(황새생태연구원 정진문 박사)에서는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는 황새복원의 태동지인 한국교원대학교가 위치한 곳으로 지난 2014년 예산군에 황새 60마리를 기증한 후 방사된 황새가 청주시에 도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남 해남에서 촬영된 황새 A09의 모습.(사진제공=한해광씨)>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남영숙 원장은 “군산 새만금 지역에서 생활하던 황새가 청주 미호천을 방문한 것은 번식시기를 맞아 내륙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도래한 지역은 미호천 수변과 넓은 농경지가 어우러져 있어 황새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조건”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황새의 서식가능지역을 현장모니터링과 GIS 모델링으로 평가해 황새의 추가 방사거점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청주시의 미호천 황새복원 타당성 용역을 환영하며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07월 16일 11시 36분

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 기자./아시아뉴스통신DB

충북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에서 10년 만에 ‘의미 있는 사업’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를 야생복귀 시키려는 사업이 다시 추진될 기회를 맞고 있다.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원대학교에 지난 6월 청주시가 ‘미호천 일대 황새서식지 타당성 검토’ 학술용역을 의뢰한 것을 계기로 제2권역 황새마을 조성사업이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대가 위치해 있어 한반도 황새복원의 메카로 불리는 이 지역이 최근 뉴스에 부각되면서 실로 오랜만에 ‘메카다운’ 관심을 끌고 있다.

1996년 설립된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그해 7월 러시아에서 1마리, 독일에서 2마리의 황새를 들여오면서 본격적인 황새복원에 뛰어들었다. 당시 행정구역상 충북 청원군 강내면에 속했던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이로써 한반도 황새복원의 메카로 급부상 했고 청원군 역시 이 같은 자부심을 갖고 사업에 동참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황새복원센터와 청원군은 2012년까지 황새 개체수를 늘린 다음 청원군 미원면 일대에 황새마을을 조성해 황새를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을 세웠다.

사업 초기엔 반대 여론도 있었으나 점차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찬성 목소리 또한 많아졌다. 지난 2006년 4월엔 미원면 주민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청원군, 황새복원센터 등이 나서 ‘황새와 공생하는 농촌생태복원추진위원회’까지 조직했다.

이들은 황새복원에 성공한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황새마을 조성사례를 바탕으로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공청회와 국제심포지엄 등도 계획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주민들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그해 10월 갑작스러운 걸림돌이 불거졌다. 사업의 중심에 서온 청원군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황새마을 참여가 어렵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당시 사업비로 제시된 300억원 중 문화재청이 70%를 대고 나머지 30%는 충북도와 청원군이 절반씩 부담할 계획였으나 재정상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청원군의 입장였다.

청원군의 불참이란 암초는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을 3년 가량 지연케 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09년 문화재청이 다시 황새마을조성사업 공모에 나서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이 공모를 통해 충남 예산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고 이에 따라 한국교원대의 사업 파트너가 예산군으로 바뀌었다.

사업 대상지가 정해지자 문화재청과 황새복원센터, 예산군은 이듬해인 2010년부터 황새마을조성(황새야생복귀 제1권역 사업)에 박차를 가해 5년 만인 2015년 9월3일 드디어 8마리의 황새를 이 땅에 첫 방사하는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 1996년 황새복원사업을 시작한 지 19년 만의 일이었다.

이들 방사 황새 중 일본 땅으로 날아가 사고사를 당한 1마리를 제외하고는 7마리 모두 건재하다. 특히 1쌍은 올해 5월 2개의 알을 낳아 자연부화에 성공함으로써 오래간만에 ‘황새 야생번식’이란 희소식을 안겨줬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보금자리를 틀었던 한반도의 마지막 텃새 황새 부부 중 수컷이 어느 포수의 총에 맞아 죽은 해가 1971년 4월이었으니 무려 45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야생 황새 새끼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예산군은 지난 5월31일에도 광시면 장전리 방사장에서 2차로 황새 한 쌍을 날려 보낸 데 이어 오는 18일엔 광시면 시목리 방사장에서 3차로 황새 5마리를 방사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예산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큰 힘이 됐다. 물론 이 지역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반대 여론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예산을 황새가 날아다니는 생태문화관광지역으로 탈바꿈시켜 모든 지자체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앞선 지자체’가 됐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로부터 15일 빅 뉴스가 전해졌다. 아직은 ‘미호천에 황새가 서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타당성 용역에 불과하지만 청주시가 한국교원대에 이 용역을 맡겼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주시가 어떤 지자체인가. 예전에 잠시 동안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황새복원에 관심을 갖고 사업에 동참했던 청원군과 통합한 곳인 데다 황새복원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원대가 위치한 곳 아닌가. 이런 점에서 청주시는 누가 뭐래도 한반도 황새복원의 메카인 게 분명하다.

같은 관점에서 비록 1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고 충남 예산에서 이미 제1권역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이라도 청주시가 황새복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황새복원의 싹이 튼 발상지에서 드디어 그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첫 발을 대디디려 한다는 점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지난 2013년 3월 황새복원센터의 기능을 흡수해 개원한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 생물교육과 교수)은 청주시로부터 의뢰받은 이번 용역을 오는 12월까지 시행해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는 미호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황새야생복귀 제2권역 조성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룡 원장은 아시아뉴스통신과의 통화에서 이번 용역은 ▶상류인 진천군 백곡천과 초평저수지를 시작으로 세종시까지 약 63.4km에 이르는 미호천 일대가 실제 황새 서식지로 적합한 지의 서식환경 조사와 함께 ▶ 앞으로 청람황새공원을 방사지로 삼고 인근에 인공습지 같은 필요시설을 조성하는 등의 제2권역 조성계획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한국교원대 내부에서만 접근이 가능한 청람황새공원 입구를 외부에서도 출입할 수 있도록 별도 입구를 개설해 추후 청주시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미호천에 순차적으로 여러 곳의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 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청주시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미 충남 예산에서 황새야생복귀 제1권역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또 어느 지자체이든 제2권역 조성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주시가 타당성 용역에 나선 만큼 이른 시기에 참여여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일단 타당성 용역에 들어간 이상 그 결과를 고려하겠지만, 최근 높아지고 있는 미호천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감안하면 이번 기회 역시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저절로 굴러들어온 기회를 외면했던 청원군 시절의 우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길 기대한다. 청주시 나아가 충북도는 황새복원과 관련된 문제를 이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으로 바라보길 도민의 이름으로 당부한다.

충북의 젖줄 미호천의 모래톱에선 이 지역 특산종 미호종개가 꿈틀 대고 그 위론 황새가 오가는 그런 모습을 그려본다.

한국교원대, 청주시 지원 받아 ‘타당성 검토’ 용역 착수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 한 쌍 방사…6~7쌍까지 번식 방침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기사입력 : 2016년 07월 15일 15시 34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이 계획하고 있는 한반도 황새야생복귀 권역 개념도.(사진제공=한국교원대학교)>


충남 예산에 이어 충북 청주 미호천 일대에 대한 황새 야생복귀 사업이 추진된다.

15일 한국교원대학교(총장 류희찬)에 따르면 청주시로부터 학술용역을 받아 한반도 황새야생복귀 제2권역 조성계획 용역을 착수하기로 했다.

학술용역 과제명은 ‘미호천 일대 황새서식지 타당성 검토’ 용역이다.

이 용역은 제1권역인 충남 예산군 권역(황새방사지: 예산황새공원)에 이어 충북을 중심으로 한 제2권역(황새방사지: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된다.

한국교원대와 청주시는 이번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교원대 내 청람황새공원에서 황새 1쌍을 방사해 그 주변의 야생에서 번식을 하게 한 다음 여기서 태어난 새끼들이 자연스럽게 미호천 주변 서식지에 정착하게 할 계획이다.

미호천 주변 대상지는 상류인 진천군 백곡천과 초평저수지를 시작으로 세종시까지 약 63.4km에 이르는 지역이 포함된다.

미호천 상류 진천 백곡천과 초평저수지 일원은 지난 2014년 4월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한 ‘미호’ 황새가 지난해 3월20일쯤 찾아와 약 3개월 동안 머물렀던 곳으로 서식환경이 타 지역에 비해 양호한 지역이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이 지역에 최소 6~7쌍의 황새가 살아가게 할 계획이다.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에서 제2권역은 충북을 중심으로 경기와 경상 지역을 함께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다.

또 제3권역은 인천을 중심으로 북한 황해도까지 포함해 추진한다.

이 같은 계획과 관련해 일본의 황새복원 최고 권위자로서 현 효고황새고향공원 원장인 야마기시 사토시(山岸 哲) 박사가 청주 미호천 일대를 방문한다.

교원대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야마기시 박사가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해 예산황새공원의 단계적 방사 행사에 참석한 뒤 한반도 황새복원의 발상지인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방문하고 교원대 총장을 면담할 예정이다”며 “아울러 이날 야마기시 박사는 황새생태연구원 연구원들과 미호천 주변의 황새복원 예정지를 둘러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미호’ 사라지자 ‘황새복원사업 실패 우려’ 제기돼
박시룡 원장, “방사한 황새 ‘미호’ 전철 밟을 가능성 있다” 우려

(아시아뉴스통신 2015년 5월19일자 보도기사) 

 

‘집 나간 황새 미호(인식번호 B49)’가 자신을 태어나게 한 친정 격의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과 황새생태연구원을 실망과 허탈, 우려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

지난해 4월28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했다가 거의 1년만인 지난 3월20일 충북 진천관내 미호천 상류에 한 마리의 야생 황새(일명 ‘진천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후 48일간 머물러 ‘정착 희망’을 갖게 했던 ‘미호’ 황새가 열이틀 전인 지난 7일 홀연히 사라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호’와 함께 동행 했던 야생 황새 ‘진천이’는 이보다 3일 이른 지난 4일 진천을 떠났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이들 황새 특히 ‘미호’의 갑작스러운 이동은 박시룡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을 비롯한 관계자(이하 교원대 관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교원대 관계자들이 ‘미호’ 일행에게 큰 기대감을 가졌던 것은 ▶두 마리 모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비교적 오랜 기간인 50일 가까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던 데다 ▶비록 암수 한 쌍은 아니지만(박 원장 측은 ‘진천이’를 미호와 같은 암컷으로 보고 있음) 이들이 번식기를 맞아 짝짓기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등 ‘정착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월7일 충북 진천지역에서 사라진 뒤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황새 '미호'의 나는 모습.(사진제공=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여기에 시기적으로 늦기는 했어도 진천군과 일부 환경단체 등이 나서서 먹이를 주고 둥지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정착을 기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등 전문가까지 나서서 보호 열의를 보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머문 미호천 상류 진천 농다리와 백곡천 일대의 서식환경이 다른 국내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양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정황을 감안한 교원대 관계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 한 채 이들 황새는 홀연히 떠난 뒤 19일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교원대 관계자들은 현재 ‘진천이’는 북쪽의 자신이 태어난 고향(시베리아)을 향해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호’는 진천에서 사라진 하루 뒤인 지난 8일 대전 갑천에서 발견했다는 제보가 있었고 13일엔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윤현주 연구원이 이 대학 청람황새공원 위를 나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보아 아직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원장은 18일 ‘미호’ 일행이 진천을 떠난 사실을 알리면서 “‘미호’는 현재 멀리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진천과 자신이 태어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사이 약 30~40km를 오가며 먹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호’는 현재 한반도 남한지역의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일한 황새’이자 외톨이 신세가 됐다.

 

지난 5월13일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사육사 2명과 황새생태연구원 연구원 2명이 충북 진천 박곡천 일대의 우거진 수초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교원대 관계자들이 ‘미호’가 진천지역을 떠난 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우려하는 것은 오는 9월로 예정된 ‘국내 최초의 황새 야생 방사’를 앞두고 매우 심각한 메시지(교훈)를 얻었기 때문이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1996년 이후 거의 20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한반도 황새 복원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야생 방사를 오는 9월3일 충남 예산에서 가질 예정으로 이날 국내 처음으로 8마리를 자연에 방사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 대사를 눈앞에 두고 커다란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바로 ‘집나간 황새 미호’가 매우 ‘불길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박 원장은 한 마디로 “오는 9월의 첫 야생 방사를 포함해 황새복원사업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로 이번 상황을 대변했다.

 그는 “‘미호’가 진천에 머물고 있을 때만 해도 오히려 ‘둥지를 탈출한 것이 다행(?)’이라 할 정도로 정착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대하면서 모든 상황을 관찰해 왔으나 ‘미호’가 이곳을 떠난 지금은 우려와 걱정부터 앞선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 어느 곳보다도 서식환경이 양호한 진천 농다리 및 백곡천 습지에서 ‘미호’가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점(박 원장은 오는 9월 야생 방사하게 되는 예산지역보다도 오히려 이곳 서식환경이 일부 양호한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새가 농경지(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할 시기인 요즘 이들 지역 농경지 상황을 점검한 결과 과다한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해 생물체가 거의 없어 결국 ‘미호’ 일행이 떠난 점을 들고 있다.

 

 지난 5월 초 황새 ‘미호’ 일행이 머물고 있던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일대 농경지에서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 원장은 특히 후자의 원인을 강조하면서 혹시 ‘미호’가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이후 연차적으로 황새를 복원 대상지역인 예산지역에 풀어봤자 ‘미호’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박 원장의 우려다.

 한 곳에 머물면서 정착하지 않고 서식 환경 변화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면서 ‘떠돌이’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교원대 관계자들은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미호’가 다시 미호천 상류를 찾을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할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과 황새생태연구원 관계자들은 지난 13일에는 ‘미호’가 자주 찾아 먹이를 먹었던 백곡천 습지 약 1200㎡의 수초를 제거하고 주변에 흙을 쌓아 물막이를 한 후 그곳에 물고기 20kg을 다시 풀어 넣어주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같은 작업을 2주에 한 번꼴로 오는 8월까지 벌일 예정이다.

 ‘미호’가 진천지역을 떠난 것과 관련해 박 원장이 충북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한 가지 간절히 당부했다.

 박 원장은 “‘미호’가 다시 미호천 상류로 되돌아 올 경우에 대비해 이 지역 농가와 지자체에서는 제초제 등 농약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황새가 살 수 있는 서식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9월 역사적인 야생 방사를 계기로 전국에서 일명 황새생태농업(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개발한 친환경 농법)을 대대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호’ 일행의 이동은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 당국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서식지외 보전기관사업으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 해마다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환경부의 윤성규 장관은 18일 ‘미호’ 일행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진천 백곡천 일대를 불시에 방문했다가 “열하루 전에 이미 사라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크게 실망했다는 전언이다.

 또한 문화재청은 ‘미호’ 일행이 진천에 50일 가까이 머물자 충남 예산에 추진 중인 황새복원사업과 연계해 이곳 진천 지역을 같은 사업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특히 높은 관심을 보이다가 ‘미호’ 일행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관계자들이 크게 허탈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지난 7일 “문화재청은 현재 추진 중인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조성을 ‘황새윗마을’ 조성사업으로 보고 예산군에서 방사한 개체들의 정착 혹은 번식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황새아랫마을’ 조성사업의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황새아랫마을 사업이란 방사개체가 예산군 지역 외에 번식기(3~8월) 중 정착했을 경우 단계적 방사장을 짓게 해서 그 곳에 번식 가능한 황새 1쌍(교원대에 번식 중인 개체) 혹은 짝짓기 대상 개체를 이송, 단계적 방사장의 개체와 짝짓기 하도록 유도해 그 지역이 항구적인 황새번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황새 ‘미호’, 진천서 열하루 전에 사라졌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측, “애타게 찾는 중”…충청권 머물 것으로 추정

(아시아뉴스통신 2015년 5월18일자 보도기사)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3월20일 충북 진천관내 미호천 상류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후 거의 50일 동안 머물며 한 가닥 ‘정착 희망’을 갖게 했던 황새 ‘미호(인식번호 B49)’가 지난 7일 이후 사라져 18일 현재까지 이곳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호’를 따라와 함께 머물렀던 야생 황새 ‘진천이’도 이보다 3일 이른 4일쯤 홀연히 떠났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 측은 18일 이 같은 사실을 긴급자료를 통해 알려왔다.

 이들 황새가 진천 관내 미호천 상류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 한 사람은 ‘진천이’의 첫 발견자인 생태조류사진가인 임영섭씨와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연구원들로 전해졌다.

 

 임씨와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측에 따르면 현재 ‘진천이’는 북쪽으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시베리아)을 향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호’는 지난 8일 대전 갑천에서 발견했다는 제보가 있은 후 13일엔 황새생태연구원의 윤현주 연구원이 교원대 청람황새공원 위를 나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보아 아직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설명)지난 5월7일 충북 진천지역 미호천을 떠난 '미호' 황새(왼쪽)와 '미호'보다 3일 전에 사라진 야생 황새 '진천이(오른쪽)'./아시아뉴스통신DB 

 

이로써 이날 현재 한반도 남한 지역에는 유일하게 ‘미호’ 만이 서식하면서 상공을 날거나 먹이활동을 하게 됐다.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이날 “‘미호’는 현재 멀리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진천과 자신이 태어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약 30~40km를 오가며 먹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측은 “‘미호’가 진천지역을 떠난 이유는 먹이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면서 “진천의 농다리 및 백곡천 습지가 그동안 수초가 황새 키보다 웃자라 황새의 먹이터 접근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미호는 진천지역을 떠나기 전 2주 정도부터 야생 황새 ‘진천이’와 함께 하천 인근 논으로 모두 이동해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 자주 목격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과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미호’와 ‘진천이’의 먹이 습지 보전을 위해 관리 작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지난 13일에는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의 사육사 2명과 연구원 2명이 진천군 백곡천 미호가 자주 와서 먹이를 먹었던 습지 약 1200㎡의 수초를 완전히 제거하고 주변의 흙을 쌓아 물막이를 한 후 그곳에 물고기 20kg을 다시 풀어 넣어 줬다.

 이 작업은 2주에 한 번꼴로 오는 8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원래 우리나라 텃새 황새는 5~7월까지 논에서 주로 먹이 활동을 한다. 그러나 황새 미호가 백곡천 습지의 수초가 우거져 인근 논으로 먹이 활동영역을 넓혔으나 논에 먹이가 충분치 않자 진천을 잠시 떠난 것으로 보여 진다.

 

 현재 백곡천 벼농사 주민들은 논에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제초제 사용으로 모처럼 찾은 진천군 문백면 논엔 황새들의 먹이인 생물들이 거의 서식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황새 미호가 진천군을 다시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주민들이 황새가 살 수 있는 농업 일명 황새생태농업(황새생태연구원에서 개발한 농법)을 실시해야 하며 관련기관은 백곡천 습지를 황새가 살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바꾸는 것이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호는 지난해 4월28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서 다리 인식표(가락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잠시 사육사가 문을 열고 사육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따라 나와 도망쳤다가 거의 1년만인 지난 3월20일 진천 관내 미호천으로 날아와 거의 두 달 동안 머물면서 먹이활동을 해왔다.

 

[아시아뉴스통신단독]‘고향 찾은 미호 황새국내 복원사업 교훈으로 삼아야(2015.4.4일자 보도기사임)

 

4일 오후 충북 진천 백곡천 둑방길의 한 전봇대 위에 황새 한 마리가 쓸쓸히 앉아 있다. 오른쪽 다리에 ‘B49’란 인식번호(가락지)를 단 것으로 보아 일명 집나간 황새 미호였다. 지난해 4월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췄던 2년생 암컷 황새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400미터 떨어진 논바닥에도 한 마리의 황새가 외롭게 서 있었다. 미호를 따라 이곳으로 날아든 1년생 야생 암컷 황새다.

 

 

 4일 오후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이 충북 진천 백곡천 변에서 촬영한 미호(왼쪽)와 야생 황새. 미호는 백곡천 둑방길의 전봇대 위에서, 야생 황새는 논바닥에 선 채로 경계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같은 암컷 황새로서 비록 한 쌍은 아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료 사이다. 하지만 서로 가까이 있지 않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게 이상해 보였다.

 

서로 다른 경계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호는 어릴 적 사람의 손에 의해 길러지다 사육장을 탈출한 뒤 야생 생활을 하고 있는 반 야생황새이고 다른 황새는 말 그대로 100% 야생 조류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미호는 약 30~40미터까지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야생 황새는 100미터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미호나 야생 황새 모두 무엇엔가 쫓기듯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4일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이 촬영한 일명 '집나간 황새 미호'의 모습.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부착한 B49란 인식번호가 오른쪽 다리에 부착돼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위험천만한 서식환경알려진 것보다 더욱 심각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의 현장취재 결과 이들 두 마리의 황새는 불안과 열악한 서식환경 속에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이 지난달 20일부터 모습을 드러내 머물고 있는 진천 농다리 부근 미호천과 백곡천(미호천 지류) 일대의 서식환경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밝혀져 이들 황새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미호는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서 지난해 태어난 개체로 그해 428일 다리의 인식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잠시 사육사가 문을 열고 사육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따라 나와 도망쳤다.

 

달아난 지 3일 만에 이 황새는 다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의 상공을 수 분 동안 활공한 뒤 완전히 사라져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6일 경남 하동의 한 농경지에서 한 조류연구가(도연스님)에 의해 이 황새가 발견됐고 소식을 전해들은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은 반가움에 이름을 미호라 지어주고 고향인 교원대 인근 미호천으로 날아와 주길 기대했다.

 

이후 기적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214일 충북 청주시 옥산면의 미호천에서 미호가 발견된 것이다.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지 3개월 만에,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한 지 10개월 만에 고향인 교원대 인근 미호천을 찾았다.

 

이어 충남 천수만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지난달 20일 미호천 상류인 충북 진천 농다리 부근과 백곡천 일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야생 황새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나 2주일여째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4일 '미호 황새'가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백곡천 변의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즉시 이들 황새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지난 1일엔 미호와 야생 황새가 위험천만한 야생 생활을 하고 있다며 보호가 시급함을 언론사 등에 알려왔다.

 

주말이면 미호천에 있는 진천 농다리 유원지에 많은 나들이객이 몰려와 황새들이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하는데 방해를 받을 뿐만 아니라 마땅히 쉴 곳도 없어 전봇대나 인근 고속도로 입간판 위에 앉아 불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근의 공사장과 하천 내에서의 낚시행위도 황새가 머무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미호'가 바라보이던 농경지에서 휴식을 취하다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른 '야생 황새'가 이번엔 중부고속도로 변의 입간판 위에 앉으려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하지만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들 황새는 연구원 측이 알려왔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한 서식환경 속에 여전히 위험천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

 

미호천 본류는 인근 상류 쪽 공사장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흙탕물로 온통 뒤덮인 채 황톳빛으로 흐르고 있어 황새들이 주로 백곡천에서 먹이활동과 휴식을 하고 있다.

 

불과 2~3일 전까지만 해도 미호천과 백곡천 합수머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백곡천교 전면개량공사가 황새들의 활동에 다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나 3일 취재팀이 현장에 갔을 땐 이곳 공사장보다도 미호천 상류 쪽 공사장으로부터 유입되는 흙탕물이 더 큰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먹잇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호천 하천수가 혼탁해진 바람에 농다리 인근을 찾던 황새들이 이곳을 외면하고 있다.

   

  4일 왜가리 한 마리가 온통 흙탕물로 뒤덮인 충북 진천 농다리 주변을 찾았다가 하염없이 물쪽만 바라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뿐만 아니라 낚시객들도 여전히 나몰라라 낚시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황새를 비롯해 백로, 왜가리 등 날개와 몸집이 큰 물가새들에게 치명적인 릴낚시가 성행하고 있어 더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낚시객은 이곳에 황새가 머물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도 하지만 낚시와 황새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오히려 의아해 했다. 설령 황새가 눈앞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낚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황새복원에 큰 교훈으로 삼아야

 

황새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자료목록(Red Data Book)26번째로 올려져 있는 국제적 보호조이다. 현재 전 지구상에 3000마리도 안 사는 희귀조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4월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마지막 텃황새’ 1쌍이 살고 있었으나 수컷이 총에 맞아 죽은 뒤 암컷 혼자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옮겨져 1994년까지 살다가 완전 멸종됐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급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1996년 한국교원대를 중심으로 텃새로서의 황새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에 나서 현재 150여마리까지 증식한 상태이며 오는 9월 충남 예산에 첫 방사를 앞두고 미호가 자연으로 탈출해 있는 상태다.

 

교원대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거의 1년 만에 고향인 미호천을 찾아와 머물고 있는 미호 황새와 관련해 앞으로 국내 복원사업에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한 낚시객이 충북 진천 백곡천과 미호천 합수머리 부근에서 릴낚시를 던지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20일부터 미호 등 황새 2마리가 날아와 2주일여째 머물고 있는 곳이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계획적인 방사가 아니라 스스로 자연으로 뛰쳐나가 1년 가까이 야생에서 살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미호의 이동경로가 앞으로 계획 방사하게 될 다른 황새들의 이동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미호 등 두 마리의 황새가 처해 있는 서식환경과 문제점 등을 파악하면 향후 방사 대상지(충남 예산군 광시면)의 서식환경 조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미호천을 찾은 미호 등 황새가 현재 서식지 주변에 휏대로 이용할 15미터 이상의 큰 나무가 없어 부득이 30미터 높이의 위험한 입간판과 전봇대 위에 앉아 주변을 경계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충남 예산의 광시면 방사예정지에 큰 나무를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또 서식지 주변의 주민들이 먼저 황새 보호에 앞장서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주민들의 인식변화가 없는 한 야생 황새의 보호는 물론 앞으로 추진하게 될 황새 복원사업의 성공 여부도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시룡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일본의 황새 복원사업에 성공한 토요오카시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지역민들이 황새 보호 및 복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의 토요오카시는 지난 1965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1989년 최초로 인공증식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100마리 이상의 황새가 지역에 서식하도록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냈다.

 

토요오카시가 이렇게까지 황새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스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마을 앞 하천에 황새가 날아와 편히 쉬면서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보살피는데 앞장섰다.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조류분류학)황새는 어느 한 지역, 한 국가가 나선다고 보호되고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황새가 찾아오는 모든 지역과 국가들이 모두 나서서 보호하고 복원하는데 동참할 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시룡 원장은 일본의 평범한 농촌마을이 황새복원 이후 해마다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유명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듯이 우리나라도 충남 예산에 황새가 복원되면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등 큰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박 원장은 아울러 사육장을 탈출해 야생에서 생활하며 고향을 찾아온 미호에게도 지역민들이 각별한 관심을 애정을 갖고 보호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관계당국도 미호 등 황새가 보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 줄 것을 호소했다.

 

 

미호종개 보호 노력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미호종개의 주요 서식지인 부여·청양의 지천 일부 수역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해당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정 예고 30일 뒤면 '부여·청양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호종개는 문화재보호법상의 천연기념물(454호)과 야생동식물보호법상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로 지정 보호돼 왔다. 따라서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호종개는 3중의 법적 보호를 받는 '귀한 몸'이 된다. 종(種)은 종대로, 서식지는 서식지대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의 이면에는 미호종개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죽이나 다급한 신세가 됐으면 2중으로도 모자라 3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는가라는 점이다.

 

미호종개는 지구상에 한반도에만, 그것도 유독 금강 수계에만 사는 미꾸리과 어류다. 한국고유종이면서 금강특산종이요, 분포상으로는 지도 위에 점 몇 개로 표시될 만큼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국제급 희귀어종이다. 그런 귀중한 유전자원이 오늘날엔 개체수마저 크게 줄어들어 희소종 중의 희소종이 돼 버렸다.

 

미호종개가 처음부터 보기 드문  물고기는 아니었다.

특히 미호종개란 이름을 낳은 미호천에서는 오히려 '흔한 물고기'였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름철 장마만 지면 미호천변의 실개천과 논 물꼬에 지천으로 모여들던 물고기가 미호종개였다.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손영목(전 서원대교수)·김익수박사(전북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1983년 채집 당시 한 차례에 평균 20여 마리가 잡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모래 채취와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지금은 절종직전에 와 있는 딱한 신세가 됐다.

 

서식지도 급감해 과거 20여 곳에서 불과 5~6곳으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 신종 발표 당시의 원기재 지역으로 지금의 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 부근에 해담됨)에서도 사실상 절종 상태에 처한 '옛 물고기'가 됐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미호종개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하면서 타입 로컬리티를 포함시키지 않고 부여·

 

 

청양의 지천을 보호구역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금강 수계에 대한 미호종개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미호천에는 보호할 만한 서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백곡저수지 상류부도 자연형 하천이 아니어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천은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인 흰수마자도 함께 서식하고 있어 보호구역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타입 로컬리티가 위치해 있는 충북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입장이 못된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마저 지키지 못한 처지도 있고 게다가 금강 수계내 최다 서식지인 백곡저수지 상류부마저도 현 상태대로의 보호는 커녕 삽질을 가한다는 입장이니 입이 열 개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학계에 보고된 미호종개의 타입표본(Holotype 홀로타입: 신종 발표시 기준으로 삼은 표본)은 현재 전북대 자연과학대 생물학과가 수장중인 4854번의 표본이다.

이 홀로타입이 채집된 타입 로컬리티가 '미호종개의 옛 서식지'로 남을,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에 와 있음을 먼저 부끄러워 해야 한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량한 물고기 중의 하나다.

추억 속 랜드마크 '금강'은 이제 슬프다

 

 

금강은 특별하다. 전북서 발원해 1천리를 굽이치고도 다시 전북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큰 강 치고 발원지와 종착지가 한 도(道)에 있는 건 금강 뿐이다. 그러면서 물줄기는 전라 경상 충청을 아우른다. 그래서 삼기(三岐)의 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강을 금강답게 특징 지웠던 것은 금빛 백사장을 끼고 수놓 듯 흐르던 푸른 물결이었다. 오죽했으면 비단강(錦江)이라 했겠는가.
푸른 물빛과 함께 곳곳에 펼쳐졌던 황금빛 모래사장은 가히 금강의 대명사였다. 대전 인근의 신탄진과 청원 부용의 금호리 일대는 해수욕장이 보편화 되기 이전에 이미 강수욕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곱디 고운 모래사장은 지류 곳곳에도 펼쳐져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미호천이다. 지금도 청주시민의 추억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팔결다리 백사장과 까치내 백사장은 학생들의 소풍 장소이자 주민들의 천렵 장소로서 손꼽히던 명소였다.

 


금강은 또 여러 생명체를 껴안은 생명의 강이었다. 서식 환경이 다양하니 그곳에 깃든 동식물도 다양할 수밖에. 물고기만 해도 그렇다. 전세계에 오로지 금강수계에만 사는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멸종위기Ⅰ급)를 비롯해 어름치(〃 238·259호), 감돌고기(멸종위기Ⅰ급), 흰수마자(〃), 퉁사리(〃), 꾸구리(〃Ⅱ급), 돌상어(〃), 둑중개(〃), 금강모치, 종어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갑고 소중한 물고기들이 지천했다.
'익수키미아 초이(Iksookimia choii-미호종개의 학명)'의 주인공 전북대 김익수교수가 '미호천엔 색다른 물고기가 살 것'이란 학술적 상상을 가짐으로써 결국 미호종개를 발견해 냈던 모티브도 바로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봐왔던 미호천 모래사장이었다. 금강은 또 '물고기 할아버지' 고 최기철박사의 학문적 고향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금강에 애착을 갖고 있다. 지류이긴 하지만 금강 언저리서 태어나 그 물에 멱 감으며 자랐고, 언론사에 몸 담은 뒤론 줄곧 '주요 출입처'로서 늘 관심을 가져왔다. 금강 토박이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인연이요 당연함이었다.

 


그러나 이제 금강은 슬프다. 보면 볼수록 가슴 설렜던 본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적어도 비단강 시절의 금강은 이젠 없다. 속살이 훤히 비치던 푸른 물결도, 금가루가 금세 묻어 나올 것만 같던 모래사장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생명의 숨소리도 야위어 있다. 부여의 진상품이던 종어는 오래 전에 절종됐고 어름치는 수십년째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인공복원됐다. 뿐만 아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랫바닥을 훑기만 해도 한 줌씩 잡혀나왔던 재첩은 물론 갈퀴질 한 번에 대여섯 마리씩 튀어나왔던 모래무지, 커다란 그림자를 그리며 떼지어다닌다 하여 멍석이라 불렀던 잉어떼들…. 모두가 옛날 얘기다.

 


강은 자체가 생명이다. 생로병사가 있다. 수십,수백 억 년을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에 따라 모습을 갖춰온 복합생명체다. 그러나 그같은 복합생명체도 '인위'에는 약하다. 강의 최대 천적은 인간이다.
어느날 졸지에 물흐름이 바뀌고 곳곳이 단절된 채 상하류가 뒤죽박죽 된 것도 사람에 의해서요, 한반도 형성기부터 뿌리 내려온 물고기들이 어느 한 순간 사라져간 것도 사람에 의해서다.

 


금강은 이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가뜩이나 벼랑끝 신세이던 금강이 목하 4대강 사업의 손안에서 '조각(彫刻)'되고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숱한 세월을 이어온 자연의 라이프사이클에 감히 마구 손을 대도 되는 건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렵다.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금강의 라이프사이클, 그 와중에 우리들 추억속 랜드마크까지 갈가리 '조각'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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