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 사라지자 ‘황새복원사업 실패 우려’ 제기돼
박시룡 원장, “방사한 황새 ‘미호’ 전철 밟을 가능성 있다” 우려

(아시아뉴스통신 2015년 5월19일자 보도기사) 

 

‘집 나간 황새 미호(인식번호 B49)’가 자신을 태어나게 한 친정 격의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과 황새생태연구원을 실망과 허탈, 우려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

지난해 4월28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했다가 거의 1년만인 지난 3월20일 충북 진천관내 미호천 상류에 한 마리의 야생 황새(일명 ‘진천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후 48일간 머물러 ‘정착 희망’을 갖게 했던 ‘미호’ 황새가 열이틀 전인 지난 7일 홀연히 사라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호’와 함께 동행 했던 야생 황새 ‘진천이’는 이보다 3일 이른 지난 4일 진천을 떠났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이들 황새 특히 ‘미호’의 갑작스러운 이동은 박시룡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을 비롯한 관계자(이하 교원대 관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교원대 관계자들이 ‘미호’ 일행에게 큰 기대감을 가졌던 것은 ▶두 마리 모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비교적 오랜 기간인 50일 가까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던 데다 ▶비록 암수 한 쌍은 아니지만(박 원장 측은 ‘진천이’를 미호와 같은 암컷으로 보고 있음) 이들이 번식기를 맞아 짝짓기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등 ‘정착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월7일 충북 진천지역에서 사라진 뒤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황새 '미호'의 나는 모습.(사진제공=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여기에 시기적으로 늦기는 했어도 진천군과 일부 환경단체 등이 나서서 먹이를 주고 둥지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정착을 기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등 전문가까지 나서서 보호 열의를 보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머문 미호천 상류 진천 농다리와 백곡천 일대의 서식환경이 다른 국내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양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정황을 감안한 교원대 관계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 한 채 이들 황새는 홀연히 떠난 뒤 19일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교원대 관계자들은 현재 ‘진천이’는 북쪽의 자신이 태어난 고향(시베리아)을 향해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호’는 진천에서 사라진 하루 뒤인 지난 8일 대전 갑천에서 발견했다는 제보가 있었고 13일엔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윤현주 연구원이 이 대학 청람황새공원 위를 나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보아 아직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원장은 18일 ‘미호’ 일행이 진천을 떠난 사실을 알리면서 “‘미호’는 현재 멀리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진천과 자신이 태어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사이 약 30~40km를 오가며 먹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호’는 현재 한반도 남한지역의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일한 황새’이자 외톨이 신세가 됐다.

 

지난 5월13일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 사육사 2명과 황새생태연구원 연구원 2명이 충북 진천 박곡천 일대의 우거진 수초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교원대 관계자들이 ‘미호’가 진천지역을 떠난 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우려하는 것은 오는 9월로 예정된 ‘국내 최초의 황새 야생 방사’를 앞두고 매우 심각한 메시지(교훈)를 얻었기 때문이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1996년 이후 거의 20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한반도 황새 복원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야생 방사를 오는 9월3일 충남 예산에서 가질 예정으로 이날 국내 처음으로 8마리를 자연에 방사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 대사를 눈앞에 두고 커다란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바로 ‘집나간 황새 미호’가 매우 ‘불길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박 원장은 한 마디로 “오는 9월의 첫 야생 방사를 포함해 황새복원사업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로 이번 상황을 대변했다.

 그는 “‘미호’가 진천에 머물고 있을 때만 해도 오히려 ‘둥지를 탈출한 것이 다행(?)’이라 할 정도로 정착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대하면서 모든 상황을 관찰해 왔으나 ‘미호’가 이곳을 떠난 지금은 우려와 걱정부터 앞선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 어느 곳보다도 서식환경이 양호한 진천 농다리 및 백곡천 습지에서 ‘미호’가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점(박 원장은 오는 9월 야생 방사하게 되는 예산지역보다도 오히려 이곳 서식환경이 일부 양호한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새가 농경지(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할 시기인 요즘 이들 지역 농경지 상황을 점검한 결과 과다한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해 생물체가 거의 없어 결국 ‘미호’ 일행이 떠난 점을 들고 있다.

 

 지난 5월 초 황새 ‘미호’ 일행이 머물고 있던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일대 농경지에서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 원장은 특히 후자의 원인을 강조하면서 혹시 ‘미호’가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이후 연차적으로 황새를 복원 대상지역인 예산지역에 풀어봤자 ‘미호’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박 원장의 우려다.

 한 곳에 머물면서 정착하지 않고 서식 환경 변화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면서 ‘떠돌이’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교원대 관계자들은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미호’가 다시 미호천 상류를 찾을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할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과 황새생태연구원 관계자들은 지난 13일에는 ‘미호’가 자주 찾아 먹이를 먹었던 백곡천 습지 약 1200㎡의 수초를 제거하고 주변에 흙을 쌓아 물막이를 한 후 그곳에 물고기 20kg을 다시 풀어 넣어주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같은 작업을 2주에 한 번꼴로 오는 8월까지 벌일 예정이다.

 ‘미호’가 진천지역을 떠난 것과 관련해 박 원장이 충북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한 가지 간절히 당부했다.

 박 원장은 “‘미호’가 다시 미호천 상류로 되돌아 올 경우에 대비해 이 지역 농가와 지자체에서는 제초제 등 농약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황새가 살 수 있는 서식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9월 역사적인 야생 방사를 계기로 전국에서 일명 황새생태농업(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개발한 친환경 농법)을 대대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호’ 일행의 이동은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 당국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서식지외 보전기관사업으로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 해마다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환경부의 윤성규 장관은 18일 ‘미호’ 일행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진천 백곡천 일대를 불시에 방문했다가 “열하루 전에 이미 사라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크게 실망했다는 전언이다.

 또한 문화재청은 ‘미호’ 일행이 진천에 50일 가까이 머물자 충남 예산에 추진 중인 황새복원사업과 연계해 이곳 진천 지역을 같은 사업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특히 높은 관심을 보이다가 ‘미호’ 일행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관계자들이 크게 허탈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지난 7일 “문화재청은 현재 추진 중인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조성을 ‘황새윗마을’ 조성사업으로 보고 예산군에서 방사한 개체들의 정착 혹은 번식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황새아랫마을’ 조성사업의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황새아랫마을 사업이란 방사개체가 예산군 지역 외에 번식기(3~8월) 중 정착했을 경우 단계적 방사장을 짓게 해서 그 곳에 번식 가능한 황새 1쌍(교원대에 번식 중인 개체) 혹은 짝짓기 대상 개체를 이송, 단계적 방사장의 개체와 짝짓기 하도록 유도해 그 지역이 항구적인 황새번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