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희나리']본보 취재팀이 대청호 어부들의 도움을 받아 붕어 개체군을 조사한 결과 채집개체수의 89%가 잡종붕어인 희나리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청호의 한 어부가 쳐놓은 그물에 잡힌 희나리 붕어들.자연닷컴
◆대청호의 '붕어개체군 조사' 결과
이번 조사에서는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개체군(個體群) 조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개체군 조사의 목적은 첫째 잡종붕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 조사의 시료 채집과 둘째 대청호산 붕어류들은 현재 어떤 비율로 산출 또는 분포하고 있는가를 확인해 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떡붕어의 유입으로 대청호 내 붕어 유전자원에 어느 정도의 '유전자 오염'을 가져왔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는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2개월 간 대청호 현지어부 6명(청원·보은·옥천 관내 각 2명)의 도움을 받아 총 20차례의 채집작업을 실시, 산출된 붕어류를 토종과 떡붕어, 희나리 등 3종류로 구분해 각각의 개체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채집 도구는 현장의 수심 등 상황을 고려해 참여 어부들이 각자 생업현장에서 사용하는 '4절' 크기의 자망이 사용됐다. <사진 참조>
대청호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줄줄이 잡혀나오는 희나리 붕어들./자연닷컴
조사결과 전체 채집량은 총 1760마리였으며, 이 가운데 희나리(이번에 동시 진행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에서 잡종붕어로 규명된 붕어군(群)으로 채집 당시 희나리로 분류됐던 종)는 1566마리로 전체의 89%를 차지했으며, 토종붕어는 123마리로 7%, 떡붕어는 70마리로 4%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토종붕어의 경우 해빙직후인 3월 초에서 4월 초까지 수온이 차가운 시기에 드물게나마 집중 채집됐으며, 그 이후로 갈수록 산출량이 줄어들어 3월에서 4∼5월로 갈수록 채집량이 늘어난 잡종붕어와 큰 대조를 보임으로써 각기 다른 활동 시기 및 성향을 보였다.
또 이번 조사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대청호의 토종붕어와 잡종 탄생의 주원인 제공자인 떡붕어 둘 다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대청호에 대한 토종붕어의 치어 방류사업이 거의 매년 이뤄지고 있고 또 기존 서식개체들의 자연산란이 매년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붕어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결과이다.
또한 순수한 떡붕어 개체수가 전체의 4%밖에 되지 않는 것은 도입년수가 1980년대 초란 점과 평균수명이 15년 안팎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초기 유입된 떡붕어는 토종과의 잡종을 만들어 '유전자 교란, 즉 유전자 오염'만을 초래한 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채집에 참여한 창재만씨(41·어업경력 20년·청원)는 "희나리붕어는 지난 80년대 초 떡붕어가 들어온 이래 출현하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반면 토종과 떡붕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떡붕어의 경우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겉모습(주걱모양)을 하고 있는 개체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창씨는 이어 "최근에 잡히는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크기가 대체로 작은 것은 별로 없고 비교적 큰 25㎝급 이상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얼마 안가면 이들은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고 우려의 말을 했다.
<특별 인터뷰>
"잡종붕어 국내 첫 규명한 쾌거" ---분자계통 분류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방인철 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형태형질 분석을 통해 규명하기 어렵거나 애매한 것을 보다 명확히 분석해냄으로써 조사내용을 상호 보완해 주는 현대적이고 과학화된 분석방법이다.
충청투데이의 의뢰로 실시한 이번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조사결과 현지 어부들이 희나리로 부르는 붕어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떡붕어에 가까운 토종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의 잡종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학계에 전혀 보고된 바 없는 국내 최초이자 획기적인 연구분석결과이다.
'잡종붕어'의 국내 첫 규명은 외래어종이 자연상태에서 토종과 잡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자체를 학술적,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단순히 외래어종과 토종이 숫자적으로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문제를 떠나, 국내 고유의 한 '유전자풀'이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유전자에 의해 뒤바뀌어지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계 전문용어로는 이를 '유전자 오염'이라고 한다.
유전자 오염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자 심각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붕어는 있되 유전적으로 우리 고유의 토종붕어가 없다고 가정해 보라. 유전적으로 '생태계의 정조'가 깨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번 분석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물고기 방류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민의 인식 전환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 물고기 하나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을 초래하겠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서식장소와 환경에 따라 물고기의 유전자 배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옮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로 학계에서는 떡붕어와 토종붕어간 잡종 형성시 암·수 관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등에 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한 2배체 붕어와 3배체 붕어에 대한 연구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분별한 방류사업에 경각심" --형태형질 분석한 서원대 손영목 교수
손영목 서원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형태형질, 즉 물고기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하여 각 종을 분류해 내는 것이 형태학적 형질 분석 또는 형태형질 분석이다. 형태형질 분석은 물고기를 포함한 각종 동물의 종(種) 분류에 있어 가장 흔히,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분석 방법이다.
하지만 분석 방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일부 있어 요즘에는 분자계통학적 분석방법 등 타 분석방법과 병행해 상호 보완·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청호 붕어류의 잡종 분석에서도 형태형질 분석과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동시 진행함으로써 보다 명확히 '잡종 여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체고(몸높이), 미병고(꼬리 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 등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3종류의 대청호산 붕어들의 특성을 밝혀내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결과<5월 25일자 14면 보도>는 학술적으로나 생태보전상으로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인위적으로 유입된 외래어종에 의해 잡종이 실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 확인됨으로써 무분별한 방류사업 및 방생활동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준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기회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래어종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토종 어종도 본래의 서식처가 아닌 다른 수계로의 이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고기의 인위적인 이동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본래에 서식하지 않았던 물고기를 유입하는 일이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어종들이 최근에 와서 여러 문제점을 낳는 것을 보더라도 그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토종은 급감 잡종은 급증]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고 있는 반면 떡붕어와 토종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일명 희나리)는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연닷컴
[외래어종 떡붕어] 대청호에 유입된 떡붕어의 모습. 몸통 높이(체고)가 토종 붕어에 비해 월등히 높다./자연닷컴
◆형태학적 형질분석 결과
(가)형태학적 형질분석이란
전편에 설명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해양생명공학과)의 분자계통학적 분류는 '염색체의 핵형분석, 적혈구의 세포크기 조사, DNA 함량조사의 세포유전학적 연구 및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 등을 통해 각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조사하는 연구방법'이었다.
이에 비해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팀(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이 이번 조사에서 동시 진행한 형태학적 형질분석(형태형질 분석)은 쉽게 말해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 각 지느러미 수, 체고(몸높이), 문장(주둥치 길이) 등 각 종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해 종 특성을 가려내는 연구방법'이다.
연구분석에 사용된 물고기(붕어류) 시료들은 전편에 소개한 대로 3월 하순 채집한 대청호산 붕어류들로, 편의상 4군집(상·하류의 토종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각 15마리)으로 나누어 포르말린 수용액에 고정한 후 손 박사팀에 조사를 의뢰했다.
청원 문의 쪽 대청호 하류에서 채집된 토종붕어는 토종A, 옥천지역 대청호 상류 쪽에서 채집한 토종붕어는 토종B로 나타냈다.
(나)분석 내용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 토종붕어와 외견상 가장 큰 형태학적 특징은 우선 체장(머리끝 부분부터 꼬리지느러미 시작부위까지의 길이)에 비해 체고(몸높이)가 유난히 높은 반면 꼬리자루 높이(미병고=꼬리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떡붕어는 얼핏보기에도 '주걱'처럼 몸통 쪽의 높이는 높은 반면 꼬리 쪽은 유난히 낮은 데 반해 토종붕어는 거의 균형잡힌 유선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또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이들 붕어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거나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비교분석 자료./자연닷컴(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 제공)
이번 형태학적 분류에서는 이 같은 차이점을 비롯해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도표-1, 2, 3 참고>을 통해 각 종의 특성을 밝히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토종붕어·떡붕어 간 잡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도표-1, 2, 3>에 나타나 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그리고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가 각각 형태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체장에 대한 체고의 비율에 있어서는 떡붕어가 43.1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그 다음은 희나리(39.6), 토종붕어(평균 39.35) 순으로 나타난 반면 체장에 대한 미병고(꼬리자루 높이)의 비율은 희나리(19.5), 토종붕어(평균 15.8), 떡붕어(15.3)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전반적인 외형의 차이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청호산 희나리의 외형상 특징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체장에 대한 두장(머리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6.5)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은 토종붕어(평균 24.5), 희나리(15.4)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희나리의 두장/체장비가 다른 붕어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곧 희나리의 머리길이가 몸길이에 비해 유난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장에 대한 미병장(꼬리자루 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0.9), 희나리(18.4), 토종붕어(평균 16.3)의 순으로 나타나 토종붕어에 비해 떡붕어와 희나리의 꼬리자루가 비교적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체장에 대한 등기점(머리 앞쪽부터 등지느러미 기점까지 거리)의 비율은 토종붕어(평균 42.65), 희나리(42.1), 떡붕어(40.5) 순으로 낮아져 체고/체장비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머리 길이(두장)에 대한 눈의 직경(안경) 비율, 즉 머리 길이와 비교한 눈의 크기는 토종붕어가 가장 크고 떡붕어와 희나리는 그보다는 약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떡붕어와 희나리는 거의 비슷하게 분석됐다.
다음은 갯수로 비교하는 형질분석 내용<도표-3>이다. 우선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를 보면 희나리가 31.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떡붕어 30.9개, 토종 30.6개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측선 상부 비늘 수(등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6.25개), 떡붕어(6.0개), 희나리(5.9개)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측선 하부 비늘 수(뒷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5.1개), 희나리(5.0개), 떡붕어(4.8개) 순으로 조사됐다.
먹이 생태와 가장 연관이 깊은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는 떡붕어가 95.3개로 토종붕어(47.8개)보다 약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뚜렷한 종 특성을 나타냈다. 또한 희나리의 새파 수 역시 82개나 돼 토종붕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파 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먹이를 걸러내는 아가미 속 구조가 촘촘하게 돼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먹이를 잘 잡아먹거나 유기물 등을 잘 걸러먹을 수 있게끔 구조가 돼 있음을 설명해 준다.
지느러미 수에 있어서는 가슴지느러미의 경우 희나리가 가장 많은 16.2개로 나타났고 토종붕어는 15.9개, 떡붕어는 15.4개로 분석됐다. 뒷지느러미 수는 토종붕어가 5.95개, 떡붕어가 5.7개, 희나리가 5.6개로 분석됐고 등지느러미 수는 희나리 17.8개, 떡붕어 17.4개, 토종붕어 16.85개로 조사됐다.
연구·분석을 실시한 손 교수는 "<도표-1, 2,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대청호산 희나리는 전반적인 형태형질 분석 결과에 있어 각각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희나리라는 붕어류는 토종붕어와 떡붕어의 중간형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간의 잡종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또 "대청호산 희나리의 형태형질 중 새파 수가 많고 체장에 대한 미병장 및 미병고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등 여러 분석결과로 볼 때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보다는 떡붕어 쪽에 가까운 형태형질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청호産 '희나리'] 충청투데이 취재팀(팀장 김성식 기자)의 의뢰로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임이 최초로 밝혀졌다./자연닷컴
◆조사배경
자연상태에서 토종어종과 외래어종 간의 이종(異種) 교배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로 인해 태어난 '잡종(hybrid)'은 토종과 외래 어종 중 어느 쪽의 유전형질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날까.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직후부터 나타나고 있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종(種) 불명의 붕어류는 과연 실체가 무엇일까.
외래어종의 유입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 수는 어떻게 변하고 떡붕어와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의 생태계 점유율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사진1>[붕어의 유전자 밴드] 대청호산 붕어 3종류의 유전자 밴드 배열 사진으로, 오른쪽 1~5열까지는 떡붕어, 6~9열까지는 희나리, 10~16열까지는 토종붕어의 밴드배열이다./자연닷컴(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제공)
혹시 희나리란 붕어류가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에 태어난 잡종은 아닌가.
이같은 의문은 취재 기자로 하여금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를 기획하게 한 외래어종과 관련된 각종 의문들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서두에 밝혔듯이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의 주된 기획 의도는 외래어종을 포함한 각종 이식어종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었으며, 이 중 특히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의 실제적 규명'이 가장 큰 테마였다.
기실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는 1920년대 일본으로부터 대화(야마토) 잉어가 처음 도입(빙어 이식사업 시작 시기보다 약간 늦은 시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외래어종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60~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제기돼 온 '공공연한 우려이자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의문에도 불구하고 잡종 형성 여부에 관한 체계적인 규명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동안 외래어종을 비롯한 각종 어류들이 내수면 어자원 증식이란 미명 아래 꾸준히 도입·이식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충청투데이 '한국 어류이식 80년…' 시리즈 취재팀은 물고기 집중 방생 및 방류철을 앞두고 외래어종의 무분별한 방생 및 방류가 가져올 수 있는 생태계의 영향 분석과 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대청호를 대상으로 '잡종 추적'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어로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해 수백만년 동안 한반도 수중생태계를 지켜온 터줏대감으로서 국내 물고기의 대표종인 붕어류를 설정했다. 붕어류를 설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청호의 희나리'에 관한 집중 분석을 통해 외래 · 토종어간 잡종 여부를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 자연상태에서 이뤄진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간의 잡종 형성 여부'에 대해 실제 관련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학술적·전문적 규명작업이 동시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과정
이번 조사는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분석 및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한 각각의 종(種) 특성과 유전적 유사도 조사와 함께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을 동시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형태형질분석은 어류 분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행해지는 분석방법으로 옆줄비늘 수, 지느러미 수 등 각종 형태형질을 비교 분석하여 종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며,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유전자형질 분석 등과 같은 고도의 분석기법을 통해 종간 유사도 및 종 특성 등을 밝혀내는 보다 현대화된 기법이다.
이 두가지 분석을 통해서는 토종 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의 종 특성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일명 희나리라고 불리는 종 불명 어류의 특성을 밝혀내 토종 및 외래어종과의 유전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잡종 여부를 밝혀내고자 했다.
또한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 조사를 통해서는 각 종별 생태적 지위를 밝혀내 외래어종이 현재의 생태계 내에서 유전적으로 얼마나 잠식해 들어왔느냐를 밝혀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취재팀은 이 같은 일련의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 대청호 주변 현지 어부 6명(상·중·하류 각 2명씩)을 섭외, 해빙이 끝난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취재팀과 공동으로 총 20회에 걸쳐 채집작업에 들어갔다.
<그림1> [대청호산 붕어류의 유사도] 그림 아래부분의 D1~5는 떡붕어, H1~4는 대청호산 희나리, T1~7은 토종붕어를 나타내며, 오른쪽의 숫자 0.2~1은 각 종간의 유전적 거리를 나타내 준다. 붕어류는 토종 붕어 2군집(상류 1, 하류 1)과 떡붕어 1군집,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 1군집 등 총 4군집으로 나누어 각각의 채집 개체 수를 집계, 출현율 등을 분석했다./자연닷컴(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제공)
이와 함께 지난 3월 하순 채집된 일부 표본 시료(상·하류의 토종 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등 4군집의 붕어류 각 5~16개체에서 꼬리지느러미 1㎠씩을 적출, 100% 에탄올에 담가 시료를 만들고, 몸체는 포르말린 수용액에 담아 시료를 만듦)를 4월 초에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해양생명공학과·분자계통학)팀과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팀에 각각 전달, 분석을 의뢰했다.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자연닷컴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자연닷컴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이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얻어낸 각 종별 '유전적 거리'를 근거로 유사도<그림-1>를 그린 결과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 사이의 유전적 유사도는 0.74로 나타났으며,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를 한데 묶은 곳으로부터 토종 붕어까지의 유전적 유사도는 0.50으로 조사됐다.
유사도 그림 위의 숫자(0.2∼1)는 이 같은 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유사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숫자가 1에 근접할수록 같은 계통이거나 같은 종일 확률이 높은 반면 유사도가 낮을수록(숫자가 낮을수록) 계통이 다르거나 종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따라서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가까우나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종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과 토종 붕어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멀게 나타나 완전히 다른 종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밴드<사진-1>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밴드사진에서 오른쪽 1열부터 5열까지는 떡붕어, 6열부터 9열까지는 대청호산 희나리, 10열부터 16열까지는 토종 붕어(상·하류 1·2군집 통합)의 유전자 배열을 나타내 준다.
여기서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오른쪽 1∼9번째 열까지의 밴드(떡붕어와 희나리)와 오른쪽에서 7∼16번 열(맨 왼쪽 열)까지의 밴드(토종 붕어) 패턴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토종 붕어만이 유독 다른 밴드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청호산 희나리의 밴드 가운데 떡붕어와 공통으로 가지는 밴드가 상당히 많게 나타나고 있으며, 희나리의 밴드가 토종 붕어와도 일부 같은 밴드를 가지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방인철 교수는 "이번 조사는 비교적 정확성이 높은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을 통해 분석한 것으로, 분석된 여러 자료를 종합할 때 대청호에서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유전학적으로 토종 붕어보다는 떡붕어쪽에 가까운 토종·떡붕어 사이의 잡종'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1.4㎏ 초대형 붕어] 붕어는 초대형일수록 종 구별이 어렵다. 사진은 본보 탐사팀이 대청호에서 직접 채집한 몸무게 1.4㎏짜리 초대형 붕어로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해 유전자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자연닷컴
◆토종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는 토종 붕어를 그냥 '붕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떡붕어가 전국 각 수계로 번져 나가 산출량이 붕어보다 많아지면서 붕어를 우리 고유의 토착어란 뜻에서 '토종 붕어'로 부르게 됐고, 나아가 우리의 '진짜 붕어'란 의미에서 '참붕어'란 이명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각종 붕어류가 수입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토종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붕어와 중국산 붕어류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추후 소개하기로 한다)
직업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이야 이들을 비교적 쉽게 구별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대다수는 이들을 정확히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초대형(超大型)' 붕어의 경우 그것이 순수한 토종 붕어냐 아니면 떡붕어를 비롯한 외래 붕어냐, 또 이들 간의 잡종이냐에 대한 시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잡종 형성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집중적으로 연구 분석 중이다)
초대형 붕어는 현지 어부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동정(同定:생물 종을 구분하는 일)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26일 본보 탐사팀이 대청호에서 직접 채집한 몸길이 40㎝, 몸무게 1.4㎏짜리의 초대형 붕어<사진>도 전체적인 외형으로는 토종을 닮았지만 부분적으로는 떡붕어의 특징을 갖고 있어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한 유전자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붕어의 창자 길이 차이] 붕어의 창자 길이는 소화흡수율 및 성장도와 관련이 있는데 토종붕어는 몸길이의 약 3배, 떡붕어는 약 6배 정도로 떡붕어가 훨씬 길다. 사진은 토종붕어의 창자 모습./자연닷컴
우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토종 붕어(이하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외형상의 차이
▲체형: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체형에 있다. 붕어는 가슴쪽의 몸높이(체고)가 그리 높지 않고 밋밋하게 꼬리까지 이어진 유선형인 반면 떡붕어는 주걱붕어란 원명(일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머리에서 등쪽으로 급격히 넓어졌다가 다시 꼬리쪽으로 서서히 좁아지는 주걱형을 하고 있다. 꼬리쪽의 몸높이(체고)도 유난히 좁다.
▲눈의 위치:체형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초보자라 할지라도 눈의 위치를 확인해 보면 의외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즉, 토종붕어의 눈은 입에서 꼬리 중앙부위를 잇는 중앙선의 '위쪽'에 위치해 있는 반면 떡붕어의 눈은 몸의 '중앙선상'에 위치해 있다.
▲기타: 보다 전문적인 구별법으로는 몸 빛깔, 입술 모양, 머리의 크기, 꼬리지느러미의 모양, 비늘 모양 및 옆줄(측선) 수의 차이 등이 있다.
토종붕어의 몸 빛깔은 대체로 황갈색을 띠고 있으나 서식처에 따라 검은색, 청갈색, 은색의 농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떡붕어는 전체적으로 은백색 바탕에 등쪽 부위가 회흑색을 띤다.
그러나 토종붕어나 떡붕어 모두 주변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띠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색을 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붕어의 입술은 한눈에 보기에 단단하게 생겼다는 느낌과 함께 위아래 입술이 나란히 붙어 있는 반면 떡붕어는 아래 입술이 약간 길고 위로 치켜 올라간 이른바 '주걱턱' 모습을 하고 있다.
붕어의 머리는 몸집에 비해 유난히 작아 보이나 떡붕어는 크게 보인다. 꼬리지느러미 또한 붕어는 부드럽게 갈라져 있으나 떡붕어는 날카롭게 찢어져 있다.
붕어의 비늘은 작고 강하며 윤기가 나는 반면 떡붕어는 크고 얇으며 거칠다.
옆줄 수는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아 종종 논란이 일고 있다. 붕어와 떡붕어 모두 개수가 일률적인 것은 아니어서 딱히 몇 개라고 할 수는 없으나 둘 다 28~31개의 옆줄을 갖고 있다. 옆줄 수가 31개가 넘으면 순수한 붕어혈통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붕어의 옆줄] 붕어의 옆줄은 수압,수온변화 등을 감지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그 숫자가 31개 이내면 붕어류, 그 이상이면 잉어 또는 잉어와의 교잡종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자연닷컴
(2)해부학적 차이
▲아가미갈퀴(새파) 수의 차이: 아가미갈퀴 즉, 새파는 물과 함께 빨아들인 먹이를 걸러내는 빗살 형태의 기관을 말하는데 이의 숫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먹이 습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토종붕어의 새파 수는 44~52개(학자에 따라서는 38~42개), 떡붕어의 새파 수는 84~114개(〃 92~128개)로 떡붕어가 2~3배가량 더 많다. 떡붕어의 새파 수가 더 많다는 것은 떡붕어가 토종붕어보다 더욱 미세한 먹이(특히 식물성 플랑크톤)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이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새파 수가 적은 붕어가 세다. 이러한 습성은 낚시를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자 길이의 차이:창자의 길이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 토종붕어의 창자 길이는 몸길이의 약 2.7~3배 정도이나 떡붕어는 약 5.6~6배나 된다. 창자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소화 흡수율이 높고, 또 그에 따라 성장률도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3)활동 습성의 차이
앞에서 말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는 새파 수의 차이에 따라 먹이 습성이 서로 다르다. 즉, 붕어는 지렁이나 새우같이 약간 큰 먹이도 잘 먹는 반면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아주 미세한 먹이를 주식으로 한다.
또한 물속에서 유영하거나 먹이활동을 할 때에도 토종붕어는 주로 물밑 하층을 중심으로 하나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이 모여 있는 중층부에서 유영 또는 먹이활동을 한다.
[떡붕어와 토종붕어] 떡붕어(왼쪽)의 생김새는 토종붕어(오른쪽)와 비슷하나 몸높이가 현저히 높고 꼬리자루 높이가 매우 낮아 마치 주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떡붕어를 일본에서는 헤라부나, 즉 주걱붕어로 부르고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떡붕어는 본래 일본 오사카의 정천(淀川) 수계와 비파호(琵琶湖)가 원산지인 겐고로부나(혹은 헤라)를 피라미류와 교접시켜 만든 개량종 붕어이다.
우리나라에는 식용을 위한 양식 및 내수면 어자원 증식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도입 초기부터 '떡붕어'로 불렸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추측하건대 몸길이(체장)에 비해 몸높이(체고)가 '떡판'처럼 유난히 높아 그렇게 불린 게 아닌가 싶다.
떡붕어는 토종 붕어와 마찬가지로 잉어목(目) 잉엇과(科) 붕어속(屬)에 속하며 등지러미살(기조) 수는 17~18개(학자에 따라서는 15~18개), 뒷지느러미살 수는 5개, 옆줄(측선) 비늘 수는 30~31개이다. 물과 함께 흡입한 먹이를 걸러내는 아가미갈퀴(새파) 수는 84~114개(학자에 따라서는 92~128개), 척추골 수는 32~33개(〃 28~30개)이다.
생김새는 토종 붕어와 비슷하나 몸높이가 현저히 높고 꼬리자루 높이가 매우 낮아 마치 주걱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걱같이 생겼다 하여 '헤라부나'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초기에 이를 직역하여 '주걱붕어'로 부른 적이 있다.
몸 빛깔은 은백색이며 등쪽은 회흑색을 띤다.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새파] 해부한 부분의 눈쪽 흰부분이 '새파(아가미칼퀴)'로, 떡붕어의 새파(위) 수가 토종붕어에 비해 2~3배 이상 많고 길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식성이 왕성하고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아 성장이 빠르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떡붕어는 잡식성이면서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을 많이 먹고 산다. 이는 아가미갈퀴(새파) 수가 토종 붕어에 비해 2~3배 이상 많고 길다는 신체적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장의 길이도 몸길이의 5.7~6배나 될 정도로 길어 식성이 왕성하고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다. 따라서 성장 속도가 토종에 비해 훨씬 빠르다.
붕어는 대표적인 온수성 어류이다. 따라서 산란은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3~6월에 수초 등에 알을 붙여 낳는다. 산란 성기(盛期)는 수온이 16~20도까지 올라가는 5월경이다.
붕어의 산란은 다른 잉어류의 물고기처럼 집단으로 모여 꼬리지느러미로 물장구를 치면서 이뤄진다. 붕어가 한창 산란할 때 오전 5~9시 사이 산란지를 찾아가면 마치 어린아이들이 물장구치듯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여기저기서 산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란은 암컷이 먼저 수초나 나무 뿌리, 나뭇가지 등에 알을 붙이면 곧바로 수컷이 정자를 뿌려 체외수정을 시킨다. 산란은 2~3회로 나누어 이뤄지며 조건만 맞으면 연중 수차례 알을 낳는다.
포란 수는 몸길이 12~23㎝급이 약 1만 5000~6만 5000개, 30㎝ 이상 대형급이 7만~15만개나 되며 평균 포란 수는 3만 5000개이다.
수정란은 수온 18~21도에서 5일이면 부화해 그해 가을이면 9~11㎝까지 크고 2년생은 15~17㎝까지 자라 난소와 정소가 생겨나고 3년이면 23~25㎝까지 자라 생식을 하게 된다. 4~6년이 되면 30~40㎝ 이상으로 자라난다.
고향인 일본에서의 최대어는 몸길이 64㎝, 몸무게 2.8㎏까지 큰다고 기록돼 있으나 국내 최대어 기록은 51.1㎝(2002년 4월 충남 공주 경천저수지)이다.
[떡붕어의 아가미 딱지뼈] 아가미딱지뼈에 나 있는 나이테는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중요한 연령형질 중의 하나이다./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떡붕어는 도입 초기부터 떡붕어란 이름으로 불려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떡붕어로 부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용 또는 찜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매운탕감으로는 인기가 덜하다. 식당에서 요리되는 붕어찜은 대부분 떡붕어를 재료로 한 것이다. 따라서 붕어찜이 유행인 곳에서는 토종 붕어보다 떡붕어가 더 선호되고 있는 반면 약효를 중요시하는 건강원 등에서는 토종 붕어를 더 선호하고 있다. 일반인들 역시 떡붕어는 토종에 비해 약효가 떨어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워낙 생산량이 많아진 데다 일반인들 대부분이 토종 붕어와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지 어부들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먹이 습성이 토종 붕어와 달라 먹이를 흡입하는 힘이 적기 때문에 낚시꾼들이 말하는 소위 입질폭이 작다. 따라서 국내 낚시꾼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다. 또한 일부 의식 있는 어부들은 떡붕어가 토종 물고기를 사라지게 하는 장본인 중의 하나라고 인식, 그물에 걸려나와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떡붕어의 확산 원인
떡붕어는 1970년대 초 2개의 경로를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하나는 사적인 경로를 통해 도입됐고 또 하나는 공적인 경로를 통해 들어왔다.
사적으로는 1970년 5월 양식업자인 김모씨(당시 G양어장 대표)가 400만개의 종란을 들여와 이듬해인 1971년부터 경기도에 치어를 납품했고 1972년부터는 일반인에게도 분양하기 시작했다.
공적으로는 1972년 진해내수면연구소가 일본 오사카담수어시험장으로부터 4㎝ 크기의 치어 6000마리를 기증받아 들여와 숫자를 늘린 후 80년대 들어 청평호와 소양호에 다량 방류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80년대 청평·소양호에 공식 방류된 떡붕어 수는 24만 마리로 나타나 있다.
떡붕어가 인위적으로 확산된 원인은 도입 초기나 지금이나 다량 방류가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예시한 청평·소양호와 충청지역의 대청·충주호를 비롯한 전국의 거의 모든 인공 호수에 주로 80년대를 중심으로 '마구 쓸어 넣다시피 방류'한 것이 바로 떡붕어다.
소규모 저수지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각종 양식 붕어가 수입되기 이전까지 소규모 저수지, 특히 유료낚시터로 개발된 곳에서는 낚시용으로 빈번히 떡붕어를 방류해 왔다.
게다가 종 특유의 탁월한 번식력으로 인해 도입 직후부터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국내 거의 모든 수역이 떡붕어로 잠식될 만큼 '관리 불능'인 상태가 돼 버렸다.
떡붕어는 토종 붕어보다 약 보름가량 먼저 산란장을 점유해 알을 낳는 이른바 '공간 점유율'이 높고 다른 국내 토종 물고기들의 알과 치어를 포식하는 게걸스러운 식성까지 갖고 있어 갈수록 빠른 속도로 세력권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적인 생태 위해성 외래어종'이다. /글.사진=김성식 기자
[떡붕어] 떡붕어는 일본 토종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교접시켜 만든 개량종으로, 주걱처럼 생겼다 하여 헤라부나(주걱붕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떡붕어Ⅰ
◆붕어의 명칭과 떡붕어
붕어는 '세종실록 지리지' '신증 동국여지승람 토산부' '고사신서' '어변증설' 등의 고서에 '부어' 또는 '즉어'라고 기록돼 있다.
둘 다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부어는 중국어의 '후유(Fu-yu)'에서, 즉어는 '지유(Ji-yu)'에서 유래됐다.
'붕어'라는 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허준의 '동의보감'에 붕어라는 말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1600년대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현재 '지(Ji)'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어라는 표준어 외에도 수많은 방언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붕어(충북·원주),갯붕어(강원 고성),검둥붕어(삼척),검은붕어(옥천),꽃붕어(남원),금붕어(경남),금호강붕어(경산),긴기요(밀양),깅깅우(의령),납대기(남원),납재기(강화),넓적붕어(경기·광주·연천·춘성),넓적이(강화),넙적붕어(동해),넙적이(김포),넙죽이(괴산·남양주·시흥),논붕어(대덕·안동),땅붕어(양구·경남),땅송어(함안),때붕어(온양),땍붕어(강원 고성),떡붕어(충남북·경기·강원·경남북·전남북·북제주),떡잎붕어(천안),독붕어(해남),돌붕어(무주·이리),돌피리(나주),똥붕어(충남·괴산·옥천·철원·금릉),말뚝붕어(함평),먹붕어(공주),민물붕어(평창·남양주·보령·고창),박씨송어(밀양),백붕어(나주),뱁새붕어(음성),봉애(전주),봉어(영동·영풍),부어(남양주·의령·장성),북어(영일),붕아(서산),붕애(영동·경남·전남북),붕어(전국),붕어리(무주·광주),붕어지(서천),붕어치(화순·담양),붕에(의성·전남북),붕치(임실),싸리붕어(고창·옥구),쌀붕어(서울·충남·전남북),상어(서울),소어(연천),송애(달성·경남·청도),송어(경북·대구·경남·부산),송에(의령),송해(달성·전남),신랑붕어(이리·영암·장흥),알붕어(대천·이리),약붕어(서울·김해·정읍·장성),왕붕어(전남북),은붕어(서울·충주·서산·김해·무주·담양·해남),점붕어(함평),졸붕어(대전),찹쌀붕어(나주),청붕어(서산·철원),총각붕어(곡성),풍어(서산),하나리(경산),황붕어(충주·서산·수원·무안·강진),휘나리(경남),흑붕어(공주),흑색붕어(동해),흙붕어(천안),희나리(경남·칠곡·옥천·청원),희나리송어(창녕),흰나리(의령·의창),히나리(경남·달성),희라리(김해) 등으로 불린다.
[토종붕어] 붕어라는 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의보감에 붕어라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1600년대 이전부터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자연닷컴
이같은 방언은 얼핏 보기엔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략 3가지의 계열로 나뉘어진다. 즉, '붕어'계열과 '송어'계열, '희나리'계열로 대별할 수 있다.
이들 방언은 대부분 토종 붕어를 일컫는 순수한 방언이지만 일부는 외래 귀화어종인 떡붕어와 연관된 것도 있다. 예컨대 붕어계열의 떡붕어,땍붕어,똥붕어,은붕어 등과 희나리계열의 하나리,휘나리,희나리,희나리송어,흰나리,히나리,희라리 등은 '떡붕어의 도입 이후'에 생겨난 말이다.
송어계열의 방언은 경상도에서만 쓰이는데 원래는 애송이 붕어라고 불렀던 것이 송이 붕어→송이→송어로 변천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참붕어] 토종붕어를 흔히 참붕어로 부르고 있으나 참붕어는 붕어와는 전혀 다른 모래무지아과의 소형 물고기이다./자연닷컴
◆참붕어와 떡붕어
외래어종인 떡붕어의 도입 이후 국내에서는 '토종 붕어'를 특히 강조하는 의미에서 흔히들 '참붕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표현으로, 그냥 붕어라고 부르든가, 구태여 우리나라 토착어종임을 강조하려면 토종 붕어 또는 재래종 붕어라고 불러야 옳다.
'참붕어'는 잉엇과 모래무지아과의 전혀 다른 물고기의 표준 국명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참붕어라 함은 우리가 말하는 일반 붕어와는 별개의 어종으로 학명은 Pseudorasbora parva이며 크기는 10~20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이다.
참붕어는 흔히 깨고기,깨붕어,깨피리,꽃붕어,꽤고기,돌고래,돌고리,돌꼬리,동구리,방아꼬,보래붕태,보리붕어,쇠방아꼬,여치,열치 등으로도 불린다.
◆떡붕어의 학명과 국명
붕어의 학명은 과거 유럽산을 Carassius carassius, 아시아산을 Carassius auratus로 구분해 사용한 적이 있었으나 1960년대 이후 Carassius carassius langsdorfii, Carassius auratus gibelio 등과 혼용해 사용해 왔다.
따라서 1990년 한국어류학회에서는 붕어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어 합의점을 찾으려 했으나 불발로 끝나 지금도 적잖은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붕어의 영명은 Crusian carp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유리처럼 검은 잉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명은 '후나(Funa)'로 '끓이면 뼈가 연해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하나 실제로는 끓이면 뼈가 더욱 더 억세진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떡붕어의 학명은 Carassius carassius cuvieri로 우리나라 학자들도 이 학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떡붕어의 영명은 Deep crusian carp, 일본명은 겐고로부나 혹은 가와찌부나, 헤라부나인데 이중 헤라부나는 떡붕어의 생김새가 주걱처럼 생긴데서 유래됐다. 일부에서는 헤라부나를 우리말로 직역한 '주걱붕어'란 이름을 쓰기도 한다.
떡붕어는 본래 일본에서 일본 재래 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인위적으로 교접시켜 만들었다고 전해져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이같은 '근본'을 들어 떡붕어를 '생김새는 붕어되 하는 동작은 피라미'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떡붕어란 명칭이 붙게된 유래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 없다.
[비늘 나이테] 물고기 비늘의 나이테는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연령형질이다./자연닷컴
◆붕어 및 떡붕어의 수명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보편화된 방법은 연령형질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연령형질에는 비늘과 머리속에 들어있는 이석(耳石),척추골,새개골(아가미딱지뼈),기조(지느러미부채살) 등이 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비늘의 나이테로 확인하는 것이다.
즉, 물고기의 비늘을 떼어내 깨끗이 닦은 다음 확대경으로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이 가는 금과 굵은 금이 번갈아 가면서 동심원 형태로 보이는데 이중 굵은 금 하나가 한 살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굵은 금이 세 개면 대략 네살 쯤 된 붕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토종 붕어의 평균 수명은 자연상태에서는 보통 15년을 산다고 하나 서식환경이 좋은 경우에는 30년까지 산다고 한다.
떡붕어의 평균수명에 대하여는 정확히 조사된 바 없으나 학자들은 토종붕어와 비슷하게 대략 13~15년 정도 산다고 보고 있으며 환경이 양호하면 20년 이상도 산다고 보고 있다. /글 사진=김성식기자
큰입배스 치어 : 국내 수계에 완전 정착된 큰입배스는 매년 산란을 거듭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 사진은 대청호서 잡힌 큰입배스 치어들./자연닷컴
◆국내 연구 동향 및 실태
지금까지 이식어종(국내어종과 외국어종을 모두 포함) 전반에 걸친 국내 연구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빙어 은어 뱀장어와 같은 '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다시말해 물고기를 가져다 대량으로 방류만 해왔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생태변화 등 각종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차원의 연구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래어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역시 극히 빈약한 수준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조사 및 연구 사례가 아예 없다.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외래어종의 출현 기록이 단편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계인 한강의 예를 들어보자.
1958∼80년까지 이뤄진 어류조사의 목록을 보면 외래어종이 단 한 종도 출현했다는 언급이 없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강에서의 외래어종 잠식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 보다는 외래어종에 대한 관심이 그 만큼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때만 해도 이미 외래어종이 한강수계에 어느 정도 확산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초어와 백련어는 1963년에, 무지개송어는 1965년에, 블루길은 1976년에 이미 한강수계에 다량 방류돼 있었다.
귀화어종 블루길: 블루길이 유입된 수역은 수년 내 우점종이 바뀔 정도로 생태계가 쉽게 망가진다 . 사진은 대청호 어부들의 그물에 잡힌 블루길들./자연닷컴
국내 어류조사의 기록상 외래어종이 공식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환경청이 실시한 '1986 전국 주요 생태계조사'에 총 12종의 외래어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이다.
외래어종이 국내에 첫 도입된 지 무려 23년이 지나서야 관심의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첫 기록된 12종의 외래어종은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유럽잉어(이스라엘잉어) 은연어 무지개송어 떡붕어 초어 대두어 백련어 배스(큰입배스) 블루길 등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실시된 한 조사(전국 대상)에서는 이 12종의 외래어종 외에 찬넬메기(붕메기)와 틸라피아(역돔)가 추가 기록됐다.
충청권 수계에 대한 첫 기록은 서원대 손영목교수(과학교육과)가 1990년 9월 대청호 중심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조사로서, 블루길과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백련어 등 4종의 외래어가 소수(개체수 대비 1∼5%의 상대 출현도) 출현했다고 보고돼 있다.
국내 어류조사에서 외래어종이 우세 또는 우점종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이다. 당시 환경처가 실시한 팔당호 조사 결과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전 지역에 우세하게 출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이 시기를 전후 해 외래어종이 크게 확산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외래어종의 유입에 따른 국내 어류상의 변화와 우점어종의 천이(遷移 :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생물군집이 변해가는 현상), 생태 위해성, 관리방안 등에 관해 단편적이나마 연구 조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초이다.
즉, 1994∼5년부터 서원대 손영목교수 등 일부 어류학자들이 큰입배스 블루길 찬넬메기 초어 백련어와 같은 외래어종들의 기본적인 생태특성과 유입에 따른 문제점(생물군집 및 수질 변화 등), 제도적 관리방안에 관한 단편적인 연구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도입에 따른 국내 수중생태계의 변화 등에 관한 아무런 사전 연구 및 사례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어종이 도입 후에도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생태학적 연구·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1990년대 초의 대청호: 대청호에 유입된 큰입배스는 처음엔 가두리양식장(사진)에서 양식됐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량 무단 방류돼 전역으로 번져나갔다./자연닷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외래어종을 국내에 들여오기 전에 철저한 사전 연구 및 사례 조사를 실시한 후 그에 따른 어종 선택과 사후 관리대책 마련을 서둘렀더라면 현재와 같이 어디를 가나 '외래어 천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을 해본다.
하기야 이런 씻지 못할 과오를 관계당국과 학계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도 이식승인서 한 장이면 되는 손쉬운 절차와 방법으로 수많은 양의 외국 물고기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하천수의 양, 즉 유수량이 감소한 것도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읍·면 단위의 도시화가 심화되고 농촌의 산업화(농공단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하천수를 이용한 용수량이 폭증한 데다 지하수 사용량이 갈수록 많아져 하천마다 유수량이 크게 줄어듦으로써 서식환경이 악화된 것은 비단 미호종개 뿐만 아니라 모든 물고기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지의 경작형태 혹은 농법의 변화도 하천수량을 감소시킨 원인으로 지적된다.
즉, 과거에는 논 농사 위주로 경작이 이뤄지던 것이 지금은 밭농사 내지 특용작물의 농사가 많아지고 휴경지도 늘어난 데다 농법마저 기계화됨에 따라 '논의 기능'이 크게 축소돼 논에 담수되던 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듦으로써 하천수량의 감소를 가져왔다.
하천수량의 감소에 따른 물고기들의 수난은 특히 갈수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량의 대부분이 장마가 오는 여름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장마철이 아닌 갈수기가 되면 거의 모든 소규모 하천의 유수량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농업용수 사용량이 폭증하는 농번기에는 하천바닥이 말라붙는 소위 건천화 현상마저 나타나 물고기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맞게 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가뭄이 들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천의 건천화 현상은 미호종개를 비롯한 물고기는 물론 모든 수생생물들에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에 대해 미호종개 최초 발견자인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생물학과교수)는 이같이 설명한다.
"물고기들에게는 물이 가장 중요한 서식기반인데 하천에 물이 마른다는 것은 서식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뜻한다. 갈수기 혹은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수가 고갈될 경우 한순간에 물고기가 전멸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다."
다른 서식환경이 제 아무리 양호하더라도 하천수가 고갈돼 건천화가 진행되면 그 하천에서는 미호종개 등 모든 물고기의 씨가 마를 수 있음을 경고하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천수가 줄어들면 여러가지 문제점을 파생시킨다. 물고기의 서식공간 자체가 협소해지는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수온이 급작스럽게 오르고 내리는 수온 급변화 현상과 용존산소량(DO)의 감소, 각종 오염원의 농축화, 부영양화의 심화, 하천수의 정체에 따른 수질오염의 악순환 등 모든 악재가 함께 나타난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해진다.
하천의 건천화
하천의 건천화는 미호종개를 비롯한 모든 물고기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하천수가 고갈돼 장기간 바닥이 말라붙을 경우 서식 물고기가 전멸하는 등 생태계의 파멸을 가져온다. 사진은 갈수기 농업용수 사용량의 폭증 등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호천 상류 모습./자연닷컴
하천수가 고갈될 경우 한순간에 물고기가 전멸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고 강조하는 손영목박사./자연닷컴
하천수량의 감소와 함께 유속의 변화 또한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 중의 하나다. 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미호종개는 수심 50cm 기준으로 평균 유속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물흐름을 좋아한다. 여기서 말한 평균유속은 현존 서식지들의 물흐름을 현지 측정해 산출해 낸 수치로써, 1분에 10~18cm를 흐르는 속도이다.
그런 반면 미호종개의 최초 채집지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수심 50cm에서 평균 40cm/sec의 비교적 빠른 유속을 보이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향'으로서 미호종개가 많이 서식하던 1980년대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진 골재채취 및 하상정리로 인해 유속이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가정할 때 '유속의 증가'가 느린 여울을 좋아하는 미호종개의 삶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유속 증가에 따른 서식환경 변화는 다른 하천, 특히 골재채취와 하상정리가 이뤄진 하천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보(洑) 등 인공시설의 축조에 따른 서식환경의 변화도 미호종개의 죽살이(생태 혹은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보의 축조는 자연적인 물흐름을 방해하고 물고기들의 이동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등 자연에 대한 인간 간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밖에 '외래생물의 유입'도 미호종개 입장에서 보면 서식환경을 악화시킨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외래생물 중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미호종개 서식처에 침범해 동서생물(同棲生物) 노릇을 하면서 미호종개가 산란한 알을 직접 훑어먹거나 미호종개 먹이가 되는 각종 조류(藻類)들을 먹어치움으로써 천적 내지 먹이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존 미호종개 서식처 중 충북 청원 미호천과 대전 갑천, 충남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지에서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특히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아 그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 떡붕어는 공통적으로 게걸스런 식성을 갖고 있어 미호종개의 알을 집어삼키거나(블루길, 떡붕어) 치어와 성어를 잡아먹는 등(블루길, 큰입배스) 천적 노릇을 해 미호종개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 갑천에는 현재 큰입배스와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돼 세력권을 넓혀가면서 활개치고 있고, 미호천에는 큰입배스와 떡붕어, 유구천과 지천에는 큰입배스, 백곡천에는 떡붕어가 유입돼 미호종개를 위협하고 있다.
'불안한 동거'
외래생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미호종개가 산란한 알을 집어삼키거나 미호종개 먹이가 되는 각종 조류들을 먹어치움으로써 천적 혹은 먹이경쟁자 노릇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호종개 서식공간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몸을 숨긴 채 머리만 내밀고 거동을 살피고 있는 미호종개들./자연닷컴
달래강은 어름치와 황쏘가리의 강이다 괴산호서 본보 취재팀 극적으로 찾아내 수질악화·외래어 유입 어종에 큰 변화 --------------------------------------------
달래강을 대표하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달래강에 사는 모든 물고기가 ‘달래강의 숨결’을 대변하는 귀중한 생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달래강은 ~의 강이다’라고 할 만큼의 대표적인 어종은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래강의 대표어종은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와 황쏘가리(〃190호)다. 비록 이번 취재에서는 단 3마리의 어름치와 1마리의 황쏘가리만 발견됐으나 그 4마리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기에 취재팀은 주저없이 “달래강은 어름치와 황쏘가리의 강이다”고 주장한다.
■약 20년만의 어름치와 황쏘가리 1호 발견
취재팀은 우선 이번 취재에서 ‘달래강의 어름치’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유는 지난 1989년 3월부터 1991년 11월까지 서원대 기초과학연구소 손영목박사(어류분류학) 팀이 실시한 충북도산 담수어류 조사서 1마리의 어름치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20년 가까이 출현 소식이 없기에 그것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당시 마지막 채집장소인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일대를 중심으로 탐문과 현지 조사를 병행한 결과 이 수역서 어름치는 이미 ‘사라진 물고기’가 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취재범위를 넓혀 취재는 계속됐다. 그 결과 수개월이 지난 8월 초 뜻밖의 희소식을 접하기에 이르렀다. 달래강 3백리 물길 그 어느 곳에서도 어름치의 서식흔적을 찾지 못했던 취재팀은 의외의 장소인 괴산호서 돌연 “이상한 물고기가 간혹 잡힌다”는 한 주민의 증언을 듣게 된 것이다.
즉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지난 8월 8~13일까지 수중 촬영 및 조사 전문가가 초빙된 가운데 이뤄졌다. 결과 또한 뜻밖으로 나타났다.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동시에 발견된 것이다. 어름치는 괴산호 중간수역인 갈은계곡과의 합수지점 부근(수심 1~2m)서 3마리가 발견돼 1마리가 수중카메라에 포착됐고 황쏘가리는 수심 4m 가량의 괴산호 상류수역 바위절벽(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서 발견돼 촬영됐다.
달래강의 어름치(위)와 황쏘가리(아래) 달래강 수계인 괴산호에서 3마리의 어름치와 1마리의 황쏘가리가 발견된 것은 이번 어류분야 취재의 가장 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름치의 발견은 약 20년 만의 일로 아직 달래강 수계서 절종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달래강서 어름치가 확인된 것은 앞서 말한 바대로 약 20년 만의 일이요 황쏘가리의 발견은 처음이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특히 한강수계서만 서식하는 희귀어종 황쏘가리는 그동안 달래강 수계서는 주로 중상류 수역서 어부나 낚시꾼들에 의해 가끔 잡힌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조사서 확인되지 않아 서식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어름치 또한 우리나라 고유종(특산종)으로 멸종직전에 놓여 있는 희소종이다.
이번에 발견된 어름치는 몸길이 약 20cm에 몸 표면과 지느러미에 종 특유의 검은 반점과 띠가 선명히 나 있고 모래 바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황쏘가리는 몸길이 약 30cm에 온몸에는 특유의 주황색을 띠고 있으며 바위절벽에 은신해 있었다.
달래강 수계인 괴산호서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발견된 데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달래강 최후의 어름치’를 기록했던 손영목박사(서원대 명예교수, 민물고기보존협회장)는 “달래강 수계서 20년 가까이 어름치가 발견되지 않아 대가 끊긴 게 아닌가 우려했는데 수중촬영을 통해 서식이 확인돼 반갑기 그지 없다”며 “극소수나마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괴산호 주변이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어름치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지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들 희귀어류가 찾아진 것은 그만큼 괴산호 수중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호소 생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달래강 수계의 현주소
‘반가운 손님’ 어름치와 황쏘가리가 찾아진 달래강에도 중대한 위기가 찾아들고 있다. 다름 아닌 수질 악화와 외래어 유입 등에 따른 서식환경의 변화가 전 수계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달래강에는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총 4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주로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있었음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양호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하
지만 이젠 그들 숫자가 크게 줄었다. 특히 이번 취재에서는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수질 악화와 서식처 파괴 등 서식환경 변화가 주요인이다. 서식환경 변화는 최근 거세지고 있는 개발 바람으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물고기들의 숨통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게다가 3년전쯤 낚시꾼들에 의해 괴산호로 유입돼 확산된 것으로 확인된 블루길과 큰입배스, 떡붕어 같은 외래어종의 급격한 증가 역시 서식어종에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실례로 예전엔 상류쪽에 그리 많지 않던 누치가 최근엔 현저히 많아진 반면 붕어, 쉬리, 피라미, 갈겨니, 돌마자, 모래무지 등은 크게 줄어들었음은 이를 입증해 준다. 그에 반해 큰입배스는 중상류 수역인 청천지역까지 개체수가 크게 번져 활개치고 있다.
달래강의 터줏대감들이 굴러온 돌에 의해 점차 살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외래종 ‘큰입배스’ 그동안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아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달래강 상류에도 최근 낚시꾼들에 의해 큰입배스,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돼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다. 현지 어부 이진의씨(괴산 청천)가 그물에 잡힌 큰입배스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갑자기 개체수가 늘어난 토종어‘누치’ 외래어종의 유입과 서식환경 변화로 인해 토종어인 ‘누치’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달래강 상류의 어종 분포가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가지 유념할 것은 중류 쪽에 있는 괴산댐의 악영향이다. 비록 괴산호 안의 생태계는 취재 결과 댐 건설 51년 만에 기적처럼 되살아난 것으로 밝혀졌지만 <본보 8월 18·19일자, 9월 1·3·4·16·17·26·30일자, 10월 6·7·8일자 보도>, 물줄기를 가로막고 있는 댐 자체는 수중 생태계의 원활한 흐름과 존립을 방해하는 지극히 위협적인 존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하류를 잇는 물고기들의 이동 통로를 완전 단절시킴으로써 가해지는 악영향과 스트레스는 달래강 전 수역의 생태건강도를 크게 감소시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댐 상류 수역서 비교적 몸집 큰 뱀장어와 동자개가 자주 출현하고 있음은 수년전부터 이뤄져온 치어 방류사업의 결과로써 앞으로 경제성 어종의 증식분야에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