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중국산 붕어 토종 안방 노린다 

중국산 붕어 일명 짜장붕어는 국내 자연수계에 적응된 후엔 더욱 더 국내 토종과 구별이 어렵다. 하지만 짜장붕어는 떡붕어의 개량종이기 때문에 50㎝ 이상까지도 자란다. 사진은 최근 미호천수계서 잡힌 51㎝짜리 대물급 짜장붕어./자연닷컴  


떡붕어에 이어 국내 수중 생태계를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또 한 부류의 붕어군(群)이 있다. 다름 아닌 지난 1990년대 이후 중국으로부터 마구잡이로 들여오기 시작한 소위 '중국산 붕어류'이다.

이들은 특히 처음엔 식용으로 들여왔지만 얼마 안 가 '토종붕어와 향어 대용'으로 낚시터에 이식승인이 나면서 때를 만난 양 급속도로 전국 수계로 번져 나가 지금은 어느 수계, 어느 저수지 할 것 없이 터를 잡기 시작해 점차 세력권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가 이들 중국산 붕어들로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를 모두 점령당해 '중국 붕어 천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원산 떡붕어의 위세에 밀려 '씨 주고 몸까지 빼앗긴 판'에 이번엔 '때국으로부터 들여온 쭝국붕어'(실제 일부 뜻 있는 낚시꾼들은 이러한 격한 표현을 흔히 쓰고 있음)에 의해 나머지 자존심은 물론 근근부지 지켜온 안방까지 송두리째 빼앗길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생태계의 누란지세(累卵之勢)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들 붕어류가 얼마만큼 자연수계로 흘러들어 어느 정도의 생태적 피해가 우려되는지 정확한 상황파악은커녕 지금도 연일 '자원 조성을 빙자한 이식 승인서'에 도장을 찍어 주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학계에서조차 이들 붕어류의 명확한 종명과 생태학적 특성 등을 모르고 있을 정도로 관련 정보에 깜깜한 상황이니, 낚시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들 붕어류와 관련된 궁금증을 묻기 바쁘나 그렇다고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답변해 주지 않는 등 말 그대로 한심한(?)을 상황에 놓여 있다.

'외국산 물고기는 판을 치는 데 정작 그 물고기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기막힌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짜장붕어', '잉붕어', '향붕어' 등 도입자 또는 낚시꾼들이 자의적으로 이름 붙인 명칭과 생김새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고백컨대 기자도 본 시리즈를 기획·취재해 오면서 관련 학자 및 전문가를 통해 이들 중국산 붕어류에 대한 상세 정보를 수집하려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 봤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충분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내 상황이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국내 토종붕어./자연닷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일명 짜장붕어./자연닷컴


<사진설명> 중국산 붕어류 가운데 일명 짜장붕어라 불리는 품종은 전문가가 아니고는 쉽게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토종붕어와 흡사하다. 위 사진이 우리나라 토종붕어이고, 아래가 소위 짜장붕어로 입 크기와 모양, 비늘 등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본래 붕어는 잉엇과 붕어속에 속하는 경골어류로, 학명은 Carassius auratus(학자에 따라서는 C. carassius, C.c.langsdorfii, C.a.gibelio)이며,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중국, 시베리아, 유럽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현재 도입되고 있는 중국산 붕어류의 뿌리는 바로 C. auratus 종과 분류학상 맥을 같이하겠지만, 유전적으로는 상당히 거리가 먼 종일 것이란 게 관련 학계의 주장이다.

 

붕어류를 비롯한 거의 모든 물고기들의 유전자 배열 또는 변이가 그것이 자란 서식지의 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아 같은 국가 내에서도 수계에 따라 각기 상이한 유전자를 지닌 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수계와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자란 중국산 붕어(중국 토종)가 우리나라의 붕어(한국 토종)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중국붕어(일명 자장붕어, 짜장붕어):1997년 초부터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 가장 보편화된 품종이다. 중국 명칭은 '펑더지 푸어위이'로 중국 현지인들이 일본산 떡붕어를 개량시켜 속성종으로 만든 품종으로 중국 현지서 가장 많이 양식되고 있다. 전체적인 겉모습은 우리나라 토종 붕어와 유사하나 머리 높이가 낮고 길며, 주둥이 길이가 짧고 입술이 작은 게 가장 큰 특징. 몸색깔은 토종 붕어에 비해 검은 편이다. <사진 참조>

측선비늘 수는 31∼32개. 처음에는 식용으로만 수입 승인이 났지만 그 당시부터 편법·불법으로 유료 낚시터 등에 무단 방류하는 사례가 많아 수시로 물의를 빚어 온 장본인이다. 

▲쨔지 붕어:우리나라의 토종 붕어와 아주 흡사한 종으로 중국에서는 빨리 성장하나 우리나라에 이식되면  더디게 자라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측선비늘 수는 29개.

▲잉붕어·향붕어:국내 낚시인들 사이에서 '쌍지붕어'로 알려진 품종이다. 쌍지란 이름은 중국 명칭 '썅지 푸어위이'에서 온 말이다. 붕어에 잉어의 피가 섞여 있으면 잉붕어, 향어의 피가 섞여 있으면 향붕어라 부르고 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겉모습은 붕어와 비슷하나 비늘모양이 잉어와 향어를 닮아 있다. 국내에는 1998년 말부터 본격 수입되고 있다. 이식승인이 나지 않고 있지만 불법 이식하는 유료 낚시터들이 상당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산 붕어류 중 가장 빨리 자라며, 측선비늘 수는 32∼35개.

▲무창위 붕어:중국 도감의 명칭을 그대로 한역해 부르고 있는 품종이다. 무창위란 이름은 체격에 비해 창자길이가 작은 붕어란 뜻이며, 일부에서는 체격에 비해 주둥이가 극히 짧다고 하여 단두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붕어와는 전혀 모습이 다르며,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습성 및 생활사
이들 중국산 붕어류의 습성 및 생활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 낚시꾼들에 의해 각 품종의 먹이습성 등 극히 일부 내용만이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 인식 및 확산 경로

중국산 붕어류들은 겉모습이 국내산 붕어류들과 아주 흡사하거나 아니면 매우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낚시업계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상한 붕어'가 잡혔다는 제보와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는 곧 이들 중국산 붕어류들이 국내 각 수계를 급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제보와 인터넷 글 가운데에는 '붕어도 아니고 잉어도 아닌 대물급 물고기가 출현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확인해 보면 영락 없이 중국산 붕어류인 경우가 많다.  <사진 참조>

중국산 붕어류들은 현재 거의 전량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고 있는데 하루 평균 70t씩 연간 2만t 정도(2004년 기준, 식품용 포함)가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들여온 붕어류 중 특히 활어(活魚)인 경우는 거의 대부분 유료 낚시터 등으로 판매돼 전량 방류되고 있다. 

 

유료 낚시터에 방류하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풀어진 중국산 붕어들이 낚시꾼들에게 잡혀 알게 모르게 다른 수계로 재방류돼 전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어류이식 80년-수중생태계진단: 잡종붕어의 실체'가 충청투데이 지면를 통해 첫 보도될 당시(2005년 5월 16일) 독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당시 취재팀(팀장 김성식 기자)은 주 1회의 기획시리즈 보도뿐만 아니라 1면과 사회면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전문학자들과의 분석 결과를 상세 보도함으로써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당시 보도했던 스트레이트 기사를 모아 (20-1)긴급분석: 잡종붕어의 실체④'로 별도 편집해 싣는다.  

 

다음은 2005년 5월 14일자 충청투데이 1면 톱으로 보도된 "외래어종 생태계 깨트린다-본보 취재팀 '희나리=외래-토종붕어 간 잡종' 국내 첫 확인" 제하 기사내용이다.  (제목과 기사 본문 중 '외랠토종붕어간'은 '외래-토종붕어 간'의 오기임) 

 

다음은 이어 보도한 '대청호의 수중생태계가 벼랑끝에 와 있다'란 제하의 <속보> 기사내용이다.

 

다음은 2005년 5월 17일자로 충청투데이 6면 사회면에 보도된 "'토종붕어 지키자' 여론 들불---학계.어민 '종-유전자 보전책 시급' 한 목소리"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형태형질 분석결과 역시 대청호산 '잡종 희나리'는 떡붕어와 유사

 [토종은 급감 잡종은 급증]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고 있는 반면 떡붕어와 토종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일명 희나리)는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연닷컴  

 

[외래어종 떡붕어] 대청호에 유입된 떡붕어의 모습. 몸통 높이(체고)가 토종 붕어에 비해 월등히 높다./자연닷컴


형태학적 형질분석 결과

(가)형태학적 형질분석이란

 

전편에 설명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해양생명공학과)의 분자계통학적 분류는 '염색체의 핵형분석, 적혈구의 세포크기 조사, DNA 함량조사의 세포유전학적 연구 및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 등을 통해 각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조사하는 연구방법'이었다.

이에 비해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팀(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이 이번 조사에서 동시 진행한 형태학적 형질분석(형태형질 분석)은 쉽게 말해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 각 지느러미 수, 체고(몸높이), 문장(주둥치 길이) 등 각 종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해 종 특성을 가려내는 연구방법'이다.

연구분석에 사용된 물고기(붕어류) 시료들은 전편에 소개한 대로 3월 하순 채집한 대청호산 붕어류들로, 편의상 4군집(상·하류의 토종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각 15마리)으로 나누어 포르말린 수용액에 고정한 후 손 박사팀에 조사를 의뢰했다.

 

청원 문의 쪽 대청호 하류에서 채집된 토종붕어는 토종A, 옥천지역 대청호 상류 쪽에서 채집한 토종붕어는 토종B로 나타냈다. 

(나)분석 내용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 토종붕어와 외견상 가장 큰 형태학적 특징은 우선 체장(머리끝 부분부터 꼬리지느러미 시작부위까지의 길이)에 비해 체고(몸높이)가 유난히 높은 반면 꼬리자루 높이(미병고=꼬리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떡붕어는 얼핏보기에도 '주걱'처럼 몸통 쪽의 높이는 높은 반면 꼬리 쪽은 유난히 낮은 데 반해 토종붕어는 거의 균형잡힌 유선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또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이들 붕어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거나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비교분석 자료./자연닷컴(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 제공)



이번 형태학적 분류에서는 이 같은 차이점을 비롯해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도표-1, 2, 3 참고>을 통해 각 종의 특성을 밝히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토종붕어·떡붕어 간 잡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도표-1, 2, 3>에 나타나 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그리고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가 각각 형태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체장에 대한 체고의 비율에 있어서는 떡붕어가 43.1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그 다음은 희나리(39.6), 토종붕어(평균 39.35) 순으로 나타난 반면 체장에 대한 미병고(꼬리자루 높이)의 비율은 희나리(19.5), 토종붕어(평균 15.8), 떡붕어(15.3)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전반적인 외형의 차이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청호산 희나리의 외형상 특징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체장에 대한 두장(머리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6.5)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은 토종붕어(평균 24.5), 희나리(15.4)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희나리의 두장/체장비가 다른 붕어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곧 희나리의 머리길이가 몸길이에 비해 유난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장에 대한 미병장(꼬리자루 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0.9), 희나리(18.4), 토종붕어(평균 16.3)의 순으로 나타나 토종붕어에 비해 떡붕어와 희나리의 꼬리자루가 비교적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체장에 대한 등기점(머리 앞쪽부터 등지느러미 기점까지 거리)의 비율은 토종붕어(평균 42.65), 희나리(42.1), 떡붕어(40.5) 순으로 낮아져  체고/체장비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머리 길이(두장)에 대한 눈의 직경(안경) 비율, 즉 머리 길이와 비교한 눈의 크기는 토종붕어가 가장 크고 떡붕어와 희나리는 그보다는 약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떡붕어와 희나리는 거의 비슷하게 분석됐다.

다음은 갯수로 비교하는 형질분석 내용<도표-3>이다. 우선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를 보면 희나리가 31.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떡붕어 30.9개, 토종 30.6개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측선 상부 비늘 수(등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6.25개), 떡붕어(6.0개), 희나리(5.9개)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측선 하부 비늘 수(뒷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5.1개), 희나리(5.0개), 떡붕어(4.8개) 순으로 조사됐다.

먹이 생태와 가장 연관이 깊은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는 떡붕어가 95.3개로 토종붕어(47.8개)보다 약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뚜렷한 종 특성을 나타냈다. 또한 희나리의 새파 수 역시 82개나 돼 토종붕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파 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먹이를 걸러내는 아가미 속 구조가 촘촘하게 돼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먹이를 잘 잡아먹거나 유기물 등을 잘 걸러먹을 수 있게끔 구조가 돼 있음을 설명해 준다.

지느러미 수에 있어서는 가슴지느러미의 경우 희나리가 가장 많은 16.2개로 나타났고 토종붕어는 15.9개, 떡붕어는 15.4개로 분석됐다. 뒷지느러미 수는 토종붕어가 5.95개, 떡붕어가 5.7개, 희나리가 5.6개로 분석됐고  등지느러미 수는 희나리 17.8개, 떡붕어 17.4개, 토종붕어 16.85개로 조사됐다.

연구·분석을 실시한 손 교수는 "<도표-1, 2,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대청호산 희나리는 전반적인 형태형질 분석 결과에 있어 각각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희나리라는 붕어류는 토종붕어와 떡붕어의 중간형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간의 잡종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또 "대청호산 희나리의 형태형질 중 새파 수가 많고 체장에 대한 미병장 및 미병고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등 여러 분석결과로 볼 때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보다는 떡붕어 쪽에 가까운 형태형질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이 위쪽에 있으면 토종, 정중앙에 있으면 떡붕어

 

[1.4㎏ 초대형 붕어] 붕어는 초대형일수록 종 구별이 어렵다. 사진은 본보 탐사팀이 대청호에서 직접 채집한 몸무게 1.4㎏짜리 초대형 붕어로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해 유전자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자연닷컴 



◆토종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는 토종 붕어를 그냥 '붕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떡붕어가 전국 각 수계로 번져 나가 산출량이 붕어보다 많아지면서 붕어를 우리 고유의 토착어란 뜻에서 '토종 붕어'로 부르게 됐고, 나아가 우리의 '진짜 붕어'란 의미에서 '참붕어'란 이명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각종 붕어류가 수입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토종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붕어와 중국산 붕어류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추후 소개하기로 한다)

직업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이야 이들을 비교적 쉽게 구별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대다수는 이들을 정확히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초대형(超大型)' 붕어의 경우 그것이 순수한 토종 붕어냐 아니면 떡붕어를 비롯한 외래 붕어냐, 또 이들 간의 잡종이냐에 대한 시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잡종 형성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집중적으로 연구 분석 중이다) 

초대형 붕어는 현지 어부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동정(同定:생물 종을 구분하는 일)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26일 본보 탐사팀이 대청호에서 직접 채집한 몸길이 40㎝, 몸무게 1.4㎏짜리의 초대형 붕어<사진>도 전체적인 외형으로는 토종을 닮았지만 부분적으로는 떡붕어의 특징을 갖고 있어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한 유전자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붕어의 창자 길이 차이] 붕어의 창자 길이는 소화흡수율 및 성장도와 관련이 있는데 토종붕어는 몸길이의 약 3배, 떡붕어는 약 6배 정도로 떡붕어가 훨씬 길다. 사진은 토종붕어의 창자 모습./자연닷컴 


우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토종 붕어(이하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외형상의 차이

▲체형: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체형에 있다. 붕어는 가슴쪽의 몸높이(체고)가 그리 높지 않고 밋밋하게 꼬리까지 이어진 유선형인 반면 떡붕어는 주걱붕어란 원명(일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머리에서 등쪽으로 급격히 넓어졌다가 다시 꼬리쪽으로 서서히 좁아지는 주걱형을 하고 있다. 꼬리쪽의 몸높이(체고)도 유난히 좁다.

▲눈의 위치:체형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초보자라 할지라도 눈의 위치를 확인해 보면 의외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즉, 토종붕어의 눈은 입에서 꼬리 중앙부위를 잇는 중앙선의 '위쪽'에 위치해 있는 반면 떡붕어의 눈은 몸의 '중앙선상'에 위치해 있다.

▲기타: 보다 전문적인 구별법으로는 몸 빛깔, 입술 모양, 머리의 크기, 꼬리지느러미의 모양, 비늘 모양 및 옆줄(측선) 수의 차이 등이 있다. 

토종붕어의 몸 빛깔은 대체로 황갈색을 띠고 있으나 서식처에 따라 검은색, 청갈색, 은색의 농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떡붕어는 전체적으로 은백색 바탕에 등쪽 부위가 회흑색을 띤다. 

그러나 토종붕어나 떡붕어 모두 주변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띠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색을 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붕어의 입술은 한눈에 보기에 단단하게 생겼다는 느낌과 함께 위아래 입술이 나란히 붙어 있는 반면 떡붕어는 아래 입술이 약간 길고 위로 치켜 올라간 이른바 '주걱턱' 모습을 하고 있다. 

붕어의 머리는 몸집에 비해 유난히 작아 보이나 떡붕어는 크게 보인다. 꼬리지느러미 또한 붕어는 부드럽게 갈라져 있으나 떡붕어는 날카롭게 찢어져 있다. 

붕어의 비늘은 작고 강하며 윤기가 나는 반면 떡붕어는 크고 얇으며 거칠다. 

옆줄 수는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아 종종 논란이 일고 있다. 붕어와 떡붕어 모두 개수가 일률적인 것은 아니어서 딱히 몇 개라고 할 수는 없으나 둘 다 28~31개의 옆줄을 갖고 있다. 옆줄 수가 31개가 넘으면 순수한 붕어혈통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붕어의 옆줄] 붕어의 옆줄은 수압,수온변화 등을 감지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그 숫자가 31개 이내면 붕어류, 그 이상이면 잉어 또는 잉어와의 교잡종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자연닷컴


(2)해부학적 차이


▲아가미갈퀴(새파) 수의 차이: 아가미갈퀴 즉, 새파는 물과 함께 빨아들인 먹이를 걸러내는 빗살 형태의 기관을 말하는데 이의 숫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먹이 습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토종붕어의 새파 수는 44~52개(학자에 따라서는 38~42개), 떡붕어의 새파 수는 84~114개(〃 92~128개)로 떡붕어가 2~3배가량 더 많다. 떡붕어의 새파 수가 더 많다는 것은 떡붕어가 토종붕어보다 더욱 미세한 먹이(특히 식물성 플랑크톤)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이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새파 수가 적은 붕어가 세다. 이러한 습성은 낚시를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자 길이의 차이:창자의 길이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 토종붕어의 창자 길이는 몸길이의 약 2.7~3배 정도이나 떡붕어는 약 5.6~6배나 된다. 창자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소화 흡수율이 높고, 또 그에 따라 성장률도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3)활동 습성의 차이


앞에서 말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는 새파 수의 차이에 따라 먹이 습성이 서로 다르다. 즉, 붕어는 지렁이나 새우같이 약간 큰 먹이도 잘 먹는 반면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아주 미세한 먹이를 주식으로 한다. 

또한 물속에서 유영하거나 먹이활동을 할 때에도 토종붕어는 주로 물밑 하층을 중심으로 하나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이 모여 있는 중층부에서 유영 또는 먹이활동을 한다.

 

4년 만에 월척 이상으로 고속 성장

사적.공적루트로 들여와 급속 확산

 

[떡붕어와 토종붕어] 떡붕어(왼쪽)의 생김새는 토종붕어(오른쪽)와 비슷하나 몸높이가 현저히 높고 꼬리자루 높이가 매우 낮아 마치 주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떡붕어를 일본에서는 헤라부나, 즉 주걱붕어로 부르고 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떡붕어는 본래 일본 오사카의 정천(淀川) 수계와 비파호(琵琶湖)가 원산지인 겐고로부나(혹은 헤라)를 피라미류와 교접시켜 만든 개량종 붕어이다.

우리나라에는 식용을 위한 양식 및 내수면 어자원 증식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도입 초기부터 '떡붕어'로 불렸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추측하건대 몸길이(체장)에 비해 몸높이(체고)가 '떡판'처럼 유난히 높아 그렇게 불린 게 아닌가 싶다.

떡붕어는 토종 붕어와 마찬가지로 잉어목(目) 잉엇과(科) 붕어속(屬)에 속하며 등지러미살(기조) 수는 17~18개(학자에 따라서는 15~18개), 뒷지느러미살 수는 5개, 옆줄(측선) 비늘 수는 30~31개이다. 물과 함께 흡입한 먹이를 걸러내는 아가미갈퀴(새파) 수는 84~114개(학자에 따라서는 92~128개), 척추골 수는 32~33개(〃 28~30개)이다.

생김새는 토종 붕어와 비슷하나 몸높이가 현저히 높고 꼬리자루 높이가 매우 낮아 마치 주걱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걱같이 생겼다 하여 '헤라부나'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초기에 이를 직역하여 '주걱붕어'로 부른 적이 있다. 

 

몸 빛깔은 은백색이며 등쪽은 회흑색을 띤다.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새파] 해부한 부분의 눈쪽 흰부분이 '새파(아가미칼퀴)'로, 떡붕어의 새파(위) 수가 토종붕어에 비해 2~3배 이상 많고 길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식성이 왕성하고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아 성장이 빠르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떡붕어는 잡식성이면서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을 많이 먹고 산다. 이는 아가미갈퀴(새파) 수가 토종 붕어에 비해 2~3배 이상 많고 길다는 신체적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장의 길이도 몸길이의 5.7~6배나 될 정도로 길어 식성이 왕성하고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다. 따라서 성장 속도가 토종에 비해 훨씬 빠르다.

붕어는 대표적인 온수성 어류이다. 따라서 산란은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3~6월에 수초 등에 알을 붙여 낳는다. 산란 성기(盛期)는 수온이 16~20도까지 올라가는 5월경이다.

붕어의 산란은 다른 잉어류의 물고기처럼 집단으로 모여 꼬리지느러미로 물장구를 치면서 이뤄진다. 붕어가 한창 산란할 때 오전 5~9시 사이 산란지를 찾아가면 마치 어린아이들이 물장구치듯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여기저기서 산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란은 암컷이 먼저 수초나 나무 뿌리, 나뭇가지 등에 알을 붙이면 곧바로 수컷이 정자를 뿌려 체외수정을 시킨다. 산란은 2~3회로 나누어 이뤄지며 조건만 맞으면 연중 수차례 알을 낳는다. 

 

포란 수는 몸길이 12~23㎝급이 약 1만 5000~6만 5000개, 30㎝ 이상 대형급이 7만~15만개나 되며 평균 포란 수는 3만 5000개이다. 

 

수정란은 수온 18~21도에서 5일이면 부화해 그해 가을이면 9~11㎝까지 크고 2년생은 15~17㎝까지 자라 난소와 정소가 생겨나고 3년이면 23~25㎝까지 자라 생식을 하게 된다. 4~6년이 되면 30~40㎝ 이상으로 자라난다.

고향인 일본에서의 최대어는 몸길이 64㎝, 몸무게 2.8㎏까지 큰다고 기록돼 있으나 국내 최대어 기록은 51.1㎝(2002년 4월 충남 공주 경천저수지)이다. 

[떡붕어의 아가미 딱지뼈] 아가미딱지뼈에 나 있는 나이테는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중요한 연령형질 중의 하나이다./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떡붕어는 도입 초기부터 떡붕어란 이름으로 불려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떡붕어로 부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용 또는 찜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매운탕감으로는 인기가 덜하다. 식당에서 요리되는 붕어찜은 대부분 떡붕어를 재료로 한 것이다. 따라서 붕어찜이 유행인 곳에서는 토종 붕어보다 떡붕어가 더 선호되고 있는 반면 약효를 중요시하는 건강원 등에서는 토종 붕어를 더 선호하고 있다. 일반인들 역시 떡붕어는 토종에 비해 약효가 떨어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워낙 생산량이 많아진 데다 일반인들 대부분이 토종 붕어와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지 어부들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먹이 습성이 토종 붕어와 달라 먹이를 흡입하는 힘이 적기 때문에 낚시꾼들이 말하는 소위 입질폭이 작다. 따라서 국내 낚시꾼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다. 또한  일부 의식 있는 어부들은 떡붕어가 토종 물고기를 사라지게 하는 장본인 중의 하나라고 인식, 그물에 걸려나와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떡붕어의 확산 원인

떡붕어는 1970년대 초 2개의 경로를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하나는 사적인 경로를 통해 도입됐고 또 하나는 공적인 경로를 통해 들어왔다.

 

사적으로는 1970년 5월 양식업자인 김모씨(당시 G양어장 대표)가 400만개의 종란을 들여와 이듬해인 1971년부터 경기도에 치어를 납품했고 1972년부터는 일반인에게도 분양하기 시작했다.

 

공적으로는 1972년 진해내수면연구소가 일본 오사카담수어시험장으로부터 4㎝ 크기의 치어 6000마리를 기증받아 들여와 숫자를 늘린 후 80년대 들어 청평호와 소양호에 다량 방류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80년대 청평·소양호에 공식 방류된 떡붕어 수는 24만 마리로 나타나 있다.

떡붕어가 인위적으로 확산된 원인은 도입 초기나 지금이나 다량 방류가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예시한 청평·소양호와 충청지역의 대청·충주호를 비롯한 전국의 거의 모든 인공 호수에 주로 80년대를 중심으로 '마구 쓸어 넣다시피 방류'한 것이 바로 떡붕어다. 

소규모 저수지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각종 양식 붕어가 수입되기 이전까지 소규모 저수지, 특히 유료낚시터로 개발된 곳에서는 낚시용으로 빈번히 떡붕어를 방류해 왔다. 

게다가 종 특유의 탁월한 번식력으로 인해 도입 직후부터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국내 거의 모든 수역이 떡붕어로 잠식될 만큼 '관리 불능'인 상태가 돼 버렸다.

떡붕어는 토종 붕어보다 약 보름가량 먼저 산란장을 점유해 알을 낳는 이른바 '공간 점유율'이 높고 다른 국내 토종 물고기들의 알과 치어를 포식하는 게걸스러운 식성까지 갖고 있어 갈수록 빠른 속도로 세력권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적인 생태 위해성 외래어종'이다. /글.사진=김성식 기자

일본 토종붕어와 피라미 교접시킨 '하이브리드'

일본명 헤라부나는 주걱 같은 생김새에서 유래

 

[떡붕어] 떡붕어는 일본 토종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교접시켜 만든 개량종으로, 주걱처럼 생겼다 하여 헤라부나(주걱붕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떡붕어

 

붕어의 명칭과 떡붕어

붕어는 '세종실록 지리지' '신증 동국여지승람 토산부' '고사신서' '어변증설' 등의 고서에 '부어' 또는 '즉어'라고 기록돼 있다.

 

둘 다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부어는 중국어의 '후유(Fu-yu)'에서, 즉어는 '지유(Ji-yu)'에서 유래됐다.

 

'붕어'라는 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허준의 '동의보감'에 붕어라는 말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1600년대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현재 '(Ji)'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어라는 표준어 외에도 수많은 방언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붕어(충북·원주),갯붕어(강원 고성),검둥붕어(삼척),검은붕어(옥천),꽃붕어(남원),금붕어(경남),금호강붕어(경산),긴기요(밀양),깅깅우(의령),납대기(남원),납재기(강화),넓적붕어(경기·광주·연천·춘성),넓적이(강화),넙적붕어(동해),넙적이(김포),넙죽이(괴산·남양주·시흥),논붕어(대덕·안동),땅붕어(양구·경남),땅송어(함안),때붕어(온양),땍붕어(강원 고성),떡붕어(충남북·경기·강원·경남북·전남북·북제주),떡잎붕어(천안),독붕어(해남),돌붕어(무주·이리),돌피리(나주),똥붕어(충남·괴산·옥천·철원·금릉),말뚝붕어(함평),먹붕어(공주),민물붕어(평창·남양주·보령·고창),박씨송어(밀양),백붕어(나주),뱁새붕어(음성),봉애(전주),봉어(영동·영풍),부어(남양주·의령·장성),북어(영일),붕아(서산),붕애(영동·경남·전남북),붕어(전국),붕어리(무주·광주),붕어지(서천),붕어치(화순·담양),붕에(의성·전남북),붕치(임실),싸리붕어(고창·옥구),쌀붕어(서울·충남·전남북),상어(서울),소어(연천),송애(달성·경남·청도),송어(경북·대구·경남·부산),송에(의령),송해(달성·전남),신랑붕어(이리·영암·장흥),알붕어(대천·이리),약붕어(서울·김해·정읍·장성),왕붕어(전남북),은붕어(서울·충주·서산·김해·무주·담양·해남),점붕어(함평),졸붕어(대전),찹쌀붕어(나주),청붕어(서산·철원),총각붕어(곡성),풍어(서산),하나리(경산),황붕어(충주·서산·수원·무안·강진),휘나리(경남),흑붕어(공주),흑색붕어(동해),흙붕어(천안),희나리(경남·칠곡·옥천·청원),희나리송어(창녕),흰나리(의령·의창),히나리(경남·달성),희라리(김해) 등으로 불린다.

 

[토종붕어] 붕어라는 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의보감에 붕어라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1600년대 이전부터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자연닷컴

 

이같은 방언은 얼핏 보기엔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략 3가지의 계열로 나뉘어진다. , '붕어'계열과 '송어'계열, '희나리'계열로 대별할 수 있다.

 

이들 방언은 대부분 토종 붕어를 일컫는 순수한 방언이지만 일부는 외래 귀화어종인 떡붕어와 연관된 것도 있다. 예컨대 붕어계열의 떡붕어,땍붕어,똥붕어,은붕어 등과 희나리계열의 하나리,휘나리,희나리,희나리송어,흰나리,히나리,희라리 등은 '떡붕어의 도입 이후'에 생겨난 말이다.

 

송어계열의 방언은 경상도에서만 쓰이는데 원래는 애송이 붕어라고 불렀던 것이 송이 붕어송이송어로 변천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참붕어] 토종붕어를 흔히 참붕어로 부르고 있으나 참붕어는 붕어와는 전혀 다른 모래무지아과의 소형 물고기이다./자연닷컴

 

참붕어와 떡붕어

외래어종인 떡붕어의 도입 이후 국내에서는 '토종 붕어'를 특히 강조하는 의미에서 흔히들 '참붕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표현으로, 그냥 붕어라고 부르든가, 구태여 우리나라 토착어종임을 강조하려면 토종 붕어 또는 재래종 붕어라고 불러야 옳다.

 

'참붕어'는 잉엇과 모래무지아과의 전혀 다른 물고기의 표준 국명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참붕어라 함은 우리가 말하는 일반 붕어와는 별개의 어종으로 학명은 Pseudorasbora parva이며 크기는 10~20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이다.

 

참붕어는 흔히 깨고기,깨붕어,깨피리,꽃붕어,꽤고기,돌고래,돌고리,돌꼬리,동구리,방아꼬,보래붕태,보리붕어,쇠방아꼬,여치,열치 등으로도 불린다.

 

떡붕어의 학명과 국명

붕어의 학명은 과거 유럽산을 Carassius carassius, 아시아산을 Carassius auratus로 구분해 사용한 적이 있었으나 1960년대 이후 Carassius carassius langsdorfii, Carassius auratus gibelio 등과 혼용해 사용해 왔다.

 

따라서 1990년 한국어류학회에서는 붕어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어 합의점을 찾으려 했으나 불발로 끝나 지금도 적잖은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붕어의 영명은 Crusian carp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유리처럼 검은 잉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명은 '후나(Funa)''끓이면 뼈가 연해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하나 실제로는 끓이면 뼈가 더욱 더 억세진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떡붕어의 학명은 Carassius carassius cuvieri로 우리나라 학자들도 이 학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떡붕어의 영명은 Deep crusian carp, 일본명은 겐고로부나 혹은 가와찌부나, 헤라부나인데 이중 헤라부나는 떡붕어의 생김새가 주걱처럼 생긴데서 유래됐다. 일부에서는 헤라부나를 우리말로 직역한 '주걱붕어'란 이름을 쓰기도 한다.

 

떡붕어는 본래 일본에서 일본 재래 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인위적으로 교접시켜 만들었다고 전해져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이같은 '근본'을 들어 떡붕어를 '생김새는 붕어되 하는 동작은 피라미'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떡붕어란 명칭이 붙게된 유래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 없다.

 

[비늘 나이테] 물고기 비늘의 나이테는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연령형질이다./자연닷컴

 

붕어 및 떡붕어의 수명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보편화된 방법은 연령형질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연령형질에는 비늘과 머리속에 들어있는 이석(耳石),척추골,새개골(아가미딱지뼈),기조(지느러미부채살) 등이 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비늘의 나이테로 확인하는 것이다.

 

, 물고기의 비늘을 떼어내 깨끗이 닦은 다음 확대경으로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이 가는 금과 굵은 금이 번갈아 가면서 동심원 형태로 보이는데 이중 굵은 금 하나가 한 살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굵은 금이 세 개면 대략 네살 쯤 된 붕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토종 붕어의 평균 수명은 자연상태에서는 보통 15년을 산다고 하나 서식환경이 좋은 경우에는 30년까지 산다고 한다.

 

떡붕어의 평균수명에 대하여는 정확히 조사된 바 없으나 학자들은 토종붕어와 비슷하게 대략 13~15년 정도 산다고 보고 있으며 환경이 양호하면 20년 이상도 산다고 보고 있다. /글 사진=김성식기자

 

 

한,중,일이 하나의 강(고황하)으로 연결돼 있던 먼옛날 생겨난 민물고기가 있다. 붕어,잉어,피라미,미꾸리 같은 이른바 3국 공통어종이라 불리는 것들로 이들의 분포도는 지질시대에 3국이 하나의 대륙으로 이어져 있었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단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붕어로서 특히 이 물고기는 3국서 불리는 명칭까지 어원이 같은 특별한 내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중국에서의 명칭 변화를 보면 고대에는 후유,근대에는 지유,현재는 지로 바뀌었는데 그 중 후유,지유란 말이 한반도에 유입돼 조선 초·중기까지 부어(鮒魚)와 즉어(魚+卽 魚)란 한자어가 병용됐다. 그러던 것이 허준의 동의보감에 이르러 한글로 붕어라 표기됐으니 이로 보아 그 무렵(1600년대초) 이전에 붕어란 말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붕어란 말은 물론 부어에서 유래됐다. 일본에서는 붕어를 후나라 하는데 역시 중국어의 후유(부어)에서 유래됐다. 즉, 후나의 '후'가 한자어 '부'의 일본식 발음이다.
한,중,일 3국의 붕어는 본래 고향이 고황하란 점에서 처음엔 유전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동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간빙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고황하가 사라지고 한,중,일 수계가 단절되면서 각기 종 분화가 이뤄져 오늘날처럼 유전 및 형태학적으로 약간씩 다른 종 구성을 이루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토종붕어를 하나의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5개의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름은 각기 킨부나,긴부나,나가부나,니고로부나,겡고로부나로 불린다. 물고기 할아버지로 유명했던 고 최기철박사가 생전에 "국내 붕어의 분류학적 체계를 못 세운 것이 한이 된다"고 밝힌 바 있듯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종의 세분화 작업과 함께 각 아종의 서식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왜냐면 외래종의 유입과 품종개량 등으로 토종붕어의 유전자가 크게 교란돼 가는 데다 각 서식지를 대상으로 한 치어 방류사업이 지자체별,단체별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한강쪽 붕어가 금강으로 유입되고 금강쪽 붕어가 한강으로 유입되는 등 토종본래의 지역적 특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유입돼 토종 붕어의 유전적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외래종 붕어는 일본산 떡붕어와 중국산 자장붕어,쨔지붕어,잉붕어,향붕어,무창위붕어 등으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 특히 일본서 들여온 떡붕어는 일본내에서 자연산 겡고로부나를 개량한 가와치부나가 원종으로서 일명 헤라부나(납작붕어)라고도 하는데 종 특성상 토종과 잡종 형성이 잘 이뤄지고 타 어종의 알까지 마구 먹어치우는 등 망나니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애물단지같은 떡붕어가 급기야 마지막 토종붕어의 천국으로 남아있던 충북 괴산호까지 점령하는 씻지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인근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 졸지에 외래어종 천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토종붕어가 지천하던 괴산호가 낚시만 던지면 떡붕어 잡종(일명 희나리)이 잡혀올라올 정도로 어종이 급변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역민들은 몇해 전부터 실시한 붕어 치어방류를 원흉으로 꼽는다. 여기에 더하여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에 의해 몰래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속의 폭군 큰입배스에 이어 이젠 망나니까지 들어와 휘젓고 있으니 괴산호 생태계는 말 그대로 안방 내주고 몸 주고 거기다 씨까지 빼앗긴 신세가 됐다. 조선 후기 이규경선생이 오주연문장전산고를 통해 "비린내도 안 나고 맛도 가장 좋다"고 치켜세웠던 '충북의 붕어 체면'을 그나마 최근까지 지켜온 곳이 괴산호였는데 허사가 됐다. 이를 어찌 할꼬.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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