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행렬과 동물들의 이동이 다른 이유
여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은 자연대로 인간세계는 인간세계대로 나름의 이동을 통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여름행렬 가운데엔 더위를 씻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동물처럼 아예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여름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자연계의 이동부터 들여다보자. 자연계의 이동행렬이라면 가장 먼저 철새들의 이동모습이 떠오르겠지만, 그것은 계절변화와 기후 환경에 따라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고 가는 1년 단위의 서식지 옮기기 즉 넓은 의미의 철새이동으로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여름행렬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시 말해 한여름철인 요즘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야생동물의 자리이동을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하기야 오래 전엔 철새마저도 의미가 모호했던 때가 있었다. 철새가 계절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자취를 감추는 것을 마치 같은 지역내에서 자리이동해 종(種)이 바뀌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제비는 음력 9월 9일께가 되면 깊은 산 고목으로 들어가는 대신 고목 속에 있던 콩새가 교대해 나온다고 믿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아닌 조선후기의 우리 사고방식이다.
자연계의 여름행렬은 여러 행태로 나타난다. 한낮 땡볕더위가 시작되면 멧비둘기와 참새같은 조류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물가를 찾아 날개 적시거나 나무그늘 아래서 구덩이 파고 모래욕을 즐기는 등 각기 선호하는 장소로 이동해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새들 뿐만이 아니다. 멧돼지 같은 들짐승들도 산속의 진흙탕 혹은 계곡물 찾아 더운몸 식히거나 동굴속 시원한 바닥 찾아 배 깔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반대로 내리쬐는 햇볕이 아까워 볕 잘 드는 곳만 찾는 동물도 있다. 자라와 뱀 같은 변온동물들이다. 물속에 사는 자라는 서식지 주변 바위 위에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면 너나 할 것 없이 일광욕하러 기어오르고 각종 뱀 역시 체온을 덥히기 위해 양지쪽을 자주 찾는다.
한여름철 먹이활동을 위해 가족단위로 이동하는 동물도 있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새와 들짐승들로서 삼복더위에 되레 새끼 기르기에 전념함으로써 이열치열한다. 새의 경우는 물닭,쇠물닭,논병아리 같은 대부분의 물새류와 꾀꼬리,때까치,파랑새 같은 종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이라고 해서 더위에 먹이사냥하기가 좋을 리 없겠지만 무더위에 새끼 깠으니 어쩔 도리 있겠는가. 새끼들을 하루라도 빨리 키워야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고 또 철새인 경우 제때 월동지로 갈 게 아닌가.
목숨 건 필사의 이동행렬도 있다. 올해처럼 집중호우가 잦은 해에 자주 목격되는 여름행렬로서, 생(生)을 잇기 위한 이동본능이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개미의 경우 큰비 올 기미가 보이면 마치 철수명령에 따라 퇴각하는 군부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한다. 들쥐 역시 비가 많이 와 둥지가 잠길라치면 어미는 털도 안 난 빨간 새끼들을 데리고 피신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동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인간세계에도 목하 여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피서행렬이다. 외국여행을 겸한 것이든 국내에서의 피서여행이든 이 또한 여름의 시련을 피하려는 인간만의 삶의 한 방식이다. 자연계의 그것과 다른 게 있다면 으레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들이 상처처럼 남겨지기 일쑤다. 자연계의 동물들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비양심적인 행적 말이다. 모두가 머물던 자리, 그대로 아름다운 자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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