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에 맞는 보호대책·복원후 관리방안 시급"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

"신종 발표자로서 충청타임즈에 깊은 감사"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당사자이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멸종 위기에 처한 미호종개의 현황과 보존 방안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기획 보도한 충청타임즈에 깊이 감사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호종개의 발견과정에서부터 서식 현황과 멸종돼 가는 상황 등을 생생히 알려주고 되살려 보존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동·식물 종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충청타임즈가 미호종개를 예로 들어 보도했지만, 사실 많은 생물 종들이 그와 비슷한 운명에 놓여있고 나중에는 우리 인류도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리라 예상된다.


물속에 사는 많은 종류의 생물은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으나 실제로는 이번에 밝혀진 미호종개처럼 서식처가 변화되면 그들의 생존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인간생활에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보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미호종개의 보호 및 복원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미호종개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요 생물자원이다. 미호종개가 충청인,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하고 사랑하는 '영원한 동반자, 영원한 이웃'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관련 학자들은 물론 지역주민, 지자체, 정부 등이 모두 함께 나서길 바라마지 않는다. 

 

■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

"지역 모두가 나서야 미호종개 지킬 수 있어"

 

 

미호종개의 보호·보전과 관련해 앞에서 말한 토론자들의 원론적인 주장과 지적에 동감한다.


그러나 한 가지 그에 못지 않게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할 것은 미호종개가 살고 있는 수역 주변의 주민과 NGO,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미호종개를 보다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지역'에서 지키지 않으면 미호종개의 앞날은 영원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역 주민과 NGO들은 감시활동에 매진하고 해당 지자체들은 '로컬 아젠다21(Local Agenda21)'에 맞도록 '지역특성을 고려한 보호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특히 해당 지자체들은 미호종개와 같은 소중한 생물자원이 제대로 보호·보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례제정 등 제도적 행정적 장치를 마련하고 아울러 수질 및 환경 개선에 필요한 시설확충과 주민계도 활동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지키려는 대상에 관해 잘 알지 못하면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에 각종 생물자원 관련 교육에도 깊은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해당 지자체가 서로 협력해서 미호종개를 포함한 각종 생물자원과 하천 생태 등에 관해 전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역 지킴이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나갈 때 보다 효율적으로 생물자원을 보호·보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방인철박사(순천향대교수·미호종개 복원사업 책임연구원)

"서식지내·외 동시 보전 이뤄져야"

 

 

미호종개는 서식지내·외 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본류 수질은 이미 미호종개가 서식하기에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수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는 미호천 본류에 미호종개를 복원시키는 일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 미호종개 복원연구팀은 미호천 지류하천의 일부 수역에 치어를 방류한 후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복원지의 크기가 매우 협소해 대량 복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서식지외 보전방안이다.


우선 서식지내 복원사업을 지속 추진하되 자연하천에의 복원이 어려울 경우 서식지외 보전기관에 미호종개를 기탁하고 계대 증식함으로써 종을 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연구팀은 자체 증식한 개체들을 대상으로 서식지외 보전을 계획하고 있다. 서식지외 보전은 그 의미가 크다. 기존 서식지의 환경악화나 서식이 불가능한 경우 최후 전략으로써 미호종개의 개체수 유지 및 증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제의하고픈 것이 지역주민 계도와 지역관광상품으로의 개발이다.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지역 및 복원을 위한 방류지역은 지역주민의 관심과 보호가 절실한 만큼 그에 대한 계도활동이 요구된다.

 

아울러 미호종개를 하나의 지역브랜드 혹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멸종위기종인 동시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는 전세계에 하나뿐인 우리나라 고유종으로서,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내지 관광상품으로의 개발이 가능하리라 사료된다.


다음은 마지막 남은 집단서식지를 잘 관리하자는 것이다. 미호종개가 다량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주목받고 있는 충북 진천 백곡천의 경우 연속적인 공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진행된 바 있으나, 최근 모니터링 결과 예전의 환경으로 복구돼 가는 것으로 판단되긴 했으나, 개체수는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집단서식지의 파괴는 미호종개의 멸종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차제에 집단서식지로 알려진 백곡천 상류지역을 '미호종개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할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끝으로 현재 진행중인 미호종개 복원사업이 끝난 이후 '일정기간까지의 관리'를 해당 지자체들이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우리 연구팀은 미호종개 복원을 위한 각종 사업을 정부예산으로 수행하고 있으나, 연구기간이 끝나는 2009년 3월이면 더 이상 미호종개를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

 

복원 과제 수행이 끝난 후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미호종개가 유지 및 증식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가 일정기간 관심을 가지고 관리 및 보호를 해야 비로소 미호종개가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보금자리를 품고 살아갈 것이다. 아무쪼록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대한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4)스승께 바친 報恩의 물고기 '崔고기'

 

 

■신종 발견의 계기  

 

1983년 3월 한국육수학회지 16권에 매우 의미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주제는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 발표자는 당시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손영목박사(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였다.

 

미호천은 충북 진천의 백곡천과 초평천 등 여러 지류와 만나 충남 연기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그 때까지만 해도 이 하천의 전수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상 조사는 손박사의 것이 최초였다.

 

손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1982년 4~9월초까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여천리 등 11개 지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호천의 민물고기는 총 8과 36속 45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고유종은 참종개를 포함해 총 15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손박사는 또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미호천의 우점종은 피라미(23.47%) 돌마자(12.54%) 붕어(11.99%) 모래무지(9.90%)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피라미가 전수역에서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한 후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버들치-갈겨니-피라미-붕어 등의 순으로 우세현상을 보이나 미호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이처럼 미호천의 정상적인 어류 분포형이 깨진 원인으로 저수지의 건설, 보(洑)의 설치 및 개간에 따르는 하천유역과 하상의 심한 파괴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논문에는 도표 <미호천의 어류상>을 통해 "미꾸리과 어류로 미꾸리 17개체, 미꾸라지 2개체, 점줄종개 81개체, 참종개 81개체가 각각 채집됐다"고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이 발표후 얼마 안가 '미호종개'라는 신종 발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종개로 분류된 표본의 일부가 추후 관찰에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종과는 전혀 새로운 종, 즉 신종임을 확신케 하는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호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호천은 흰빛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푸른 하천이었다. 이 흰빛 모래사장은 한 어류학자의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발견케 하는 단초적 역할을 했다./자연닷컴

 

■'코비티스 초이'로 신종 발표

 

이 논문이 발표되자 곧바로 손박사를 찾은 이가 있었다.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익수박사로, 손박사와는 대학 동기동창인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 김박사가 손박사를 찾아간 이유는 훗날 학계에서 '비화'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일이 되었기에 고 최기철박사의 기록을 통해 들어보자.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모래가 많은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참종개 무리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박사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호천의 참종개는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손박사의 양해를 얻은 김박사는 당시 미호천서 채집된 81개체의 참종개(당시의 분류기준으로는 참종개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음)를 모두 관찰한 결과 꼬리자루가 무척 가늘고 몸 양측의 반문이 참종개와 다른 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그 자리서 손박사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연구해 신종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명은 '미호종개'로 할 것과 학명은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할 것을 말이다."

 

 

 

참종개(위)와 미호종개(아래) ./자연닷컴

 

공동연구에 들어간 손박사와 김박사는 얼마 안가 신종이라고 생각되는 종의 형태형질 인자가 참종개나 점줄종개와 같지 않다는 것과 몸 양측의 중앙부에 위치한 반문도 점줄종개나 참종개와 다르며, 꼬리자루가 유별나게 가늘고 비늘이 참종개보다 작다는 것 등을 알아냄으로써 신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두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해(1983년)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직접 현지조사를 실시해 미호종개 85개체 점줄종개 139개체 참종개 8개체를 채집, 3종이 같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코비티스 초이(Cobitis choii Kim and Son)'」가 발표됨으로써 미호종개는 비로소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다.

 

손박사의 세밀한 채집조사가 없었던들, 그리고 김박사의 학문적 의구심이 없었던들, 또한 두 박사의 서로에 대한 학문적 신뢰와 우정이 없었던들 미호종개는 어쩌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채 저홀로 멸종의 길을 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수 박사./자연닷컴

손영목 박사.자연닷컴

 

 

■스승께 바친 '보은(報恩)의 물고기'  

 

미호종개의 한국명과 학명을 붙이게 된 배경에 대해 손영목박사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국내에서 어떤 생물종을 신종 발표할 때에는 우리말 이름을 짓게 된다. 김익수박사와 공동으로 찾아낸 신종을 미호종개로 지은 것은 첫 채집장소가 미호천인 데다 당시에는 미호천에서만 발견되는 한국고유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다.

또한 신종을 발표할 때는 라틴어를 사용해 린네가 주창한 이명법(二名法)에 따라 학명을 짓게 되는데 신종 발표 당시에는 미꾸리과 중에서 기름종개속(Cobitis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종소명을 'choii'로 작명해 'Cobitis choii'가 된 것이다. 여기서 'choii'는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비록 '초이'로 발음되긴 하지만 발표자인 나와 김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님(최:崔)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사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작명한 것이었다. 지금은 미호종개의 학명이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뀌었다."

 

고 최기철 박사는 이와 관련, 글을 통해 "신종 발표 직전 김박사와 손박사가 나를 생각해 'choii'라는 종소명을 지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요청해와 굳이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며 "고마운 일이긴 하나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미호종개는 제자들이 찾아내 스승에게 바친 보은의 물고기로,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오늘날 미호종개 하면 '崔고기' 혹은 '崔종개'란 별칭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고유종' 미호종개>금강에는 현재 미호종개를 포함한 33종의 한국고유어종이 살고 있다. 이들 한국고유어종은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나타난 어종들로서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들이다. 특히 미호종개는 금강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어류이다./금강닷컴

 

■금강에 사는 민물고기

 

미호천을 포함한 금강 수계에는 어떠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에 의하면 금강에는 총 16목 37과 139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민물고기 총목록수가 17목 39과 215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적지않은 생명들이 금강을 터전으로 삶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에 사는 이들 민물고기를 생태 유형별로 구분하면 잉어와 미꾸리처럼 일생을 민물에서만 사는 순수 담수어가 80종(57.6%), 망둑어과 어류처럼 기수에서 생활하거나 일생중 어느 시기에 강 또는 바다에 잠시 머무르는 주연성 어류가 41종(29.5%), 철갑상어와 황복처럼 바다에서 자란 후 민물로 올라가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가 11종(7.9%), 산천어와 밀어처럼 원래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살던 종이 육지에 갇혀 일생을 사는 육봉형 어류가 5종, 뱀장어처럼 민물에서 자란 후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가 2종이다.

 

또 과(科) 단위로는 잉어과 50종(36.0%), 망둑어과 22종(15.8%), 참복과 6종, 미꾸리과 5종, 동자개과 5종, 뱅어과 5종, 동사리과 3종, 철갑상어과 멸치과 청어과 메기과 퉁가리과 등 13과가 각각 2종, 뱀장어과 종개과 송사리과 등 17과가 각각 1종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류적 특성 외에도 금강의 어류 목록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총 33종의 물고기가 '한국고유종'이란 점이다. 이들 한국고유종은 전편(2회)에 설명한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분화한 종들이다. 따라서 같은 고황하 수계였던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들로서, 어류 분류학상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물고기들이다.

 

금강에 사는 한국 고유종 가운데 미호종개는 금강 수계에만 사는 금강 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종이며, 감돌고기는 금강을 중심으로 인근의 만경강과 웅천천 등에 소수가 사는 대표적인 금강 물고기다.

 

또한, 금강의 한국고유종 가운데에는 과거 어느 때인가 금강과 한강이 서로 연결돼 있었거나 두 강 사이에 하천쟁탈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지표종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한강에도 서식하는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다.

 

금강의 민물고기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어름치(259호·서식지는 238호)와 미호종개(454호)가 있으며, 환경부 지정 보호종으로는 미호종개 감돌고기 흰수마자 퉁사리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다묵장어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금강의 어류목록 가운데 동자개과의 종어는 이미 절종된 상태며 잉어과의 어름치는 8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에 복원된 종이다.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가 학계에 정식 등록된 것은 1913년 Jordan과 Metz라는 두 외국학자가 기름종개와 미꾸리를 보고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1929년 일본인 학자 Wakiya와 Mori가 수수미꾸리와 새코미꾸리를 기재했다.

 

국내 학자에 의해서는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가 참종개를 신종 발표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이듬해인 1976년에는 역시 김익수박사와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가 왕종개를, 1984년에는 김익수·손영목박사가 미호종개를, 1987년에는 김익수·이완옥박사(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부안종개를, 1997년과 2000년에는 김익수·박종영박사(전북대교수)가 동방종개와 얼룩새코미꾸리를 차례로 신종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이다. (전 세계에는 26속 177종 분포)

 

이를 나열하면 미꾸리,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등으로, 이 중 참종개속(Iksookimia속)은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 6종, 기름종개속(Cobitis속)은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이다. 이름이 비슷한 대륙종개 종개 쌀미꾸리는 미꾸리과가 아닌 종개과이다.

 

 

<참종개>신종으로 발표되기 전의 미호종개는 참종개의 일종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연구로 미호종개는 참종개와 다른 '한국특산종'임이 밝혀져 한국산 어류목록에 새롭게 등재됐다. 참종개 역시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다./자연닷컴

 

금강에는 현재 미꾸리 미꾸라지 참종개 미호종개 점줄종개 등 5종의 미꾸리과가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속의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와 미꾸라지(Misgurnus mizolepis)는 널리 알려진 만큼이나 우리나라 하천에 널리 분포하는 고황하계 어류이며,참종개속의참종개(Iksookimia koreensis)는 금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한 아지역 하천의 중상류에 서식하는 한국고유종이다. 역시 참종개속의 미호종개(Iksookimia choii)도 금강수계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이다.

 

점줄종개(Cobitis lutheri)는 기름종개속 어류로 우리나라 서남해로 흘러드는 하천과 중국, 러시아 동부에도 분포하는 공통종이다.

 

 

 

<미호종개 서식처>기름종개 무리들도 다른 물고기들처럼 종에 따라 각기 다른 서식처를 갖고 있다. 그 중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완만해지는 곳의 고운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장소로 삼고 있다. 금강수계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되는 참종개와 점줄종개도 서로 다른 미소(微小) 서식처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기름종개류의 분포적 특성과 의의

 

물고기마다 사는 곳이 다르듯이 기름종개 무리(주로 참종개속과 기름종개속 어류를 통칭)도 종에 따라 분포지(서식 하천)가 한정돼 있거나 서로 다른 서식처(서식 장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미호종개는 금강 중류에만 분포하고 부안종개는 전북 부안의 백천에만 산다. 또 기름종개는 낙동강과 형산강, 남방종개는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동방종개는 형산강과 영덕 오십천 축산천 송천천, 왕종개는 낙동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정돼 분포하고 있다.

 

또 서식 장소를 보면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여울에 서식하고, 점줄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비교적 느리고 모래가 많이 깔려있는 곳을 좋아한다.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다가 완만해지는 여울 끝부분의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처로 삼고 있으며 왕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은 곳에 서식한다.

 

김익수박사는 "우리 고유종인 미호종개,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는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겨나 여러 강에 나뉘어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한국산 기름종개류의 분포양상은 한반도의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 한국고유종 '어름치'-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으로 한·중·일 3국이 동일 수계(고황하)로부터 분리된 이후 생겨난 어종이다. 특히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과거 어느 때인가 두 강이 연결돼 있었음을 알려주는 지표종이다. 최근 금강에서 발견되는 어름치는 복원된 종이다./자연닷컴

 

 

 

■과거로의 시간여행-한반도 민물고기는 어디서 왔나

 

한반도 민물고기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대륙으로부터 왔을까, 아니면 바다 건너 일본으로부터 왔을까.

 

대단한 우문 같지만, 중국과 일본에 가보면 분명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들이 그곳 자연에서도 서식한다. 그것도 한 두종이 아니라 수십 종에 이른다. 그만큼 동종(同種)이 많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에 모두 분포하는 공통종도 20종 가량 된다. 이웃한 러시아 지역에도, 아니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타이완에도 한반도와의 공통종이 살고 있다. 실례로 갈겨니와 모래무지는 한국에도 살지만 중국과 일본에도 살며, 피라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타이완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산천어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도 산다.

 

어디 그 뿐이랴. 이들 국가의 많은 섬에도 뿌리를 같이 하는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어찌 의구심이 들지 않으랴.

 

민물고기는 본래 '민물'을 중요 서식기반으로 하는 물고기를 말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그 지역이 한때 타 지역과 민물로 이어져 있거나 홍수 등 어떤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나마 민물에 의해 타지역과 연결될 수 있을 때 '민물고기의 자연적 유입 내지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중국과 일본, 타이완과는 바다라는 넘지못할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대륙과 이어진 한반도 북쪽 또한 민물고기가 스스로 유입 또는 왕래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은 되지 못한다. 섬 지역 역시 바다를 넘지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지역의 지질사적 형성과정에서 찾고 있다. 이들 학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보자.

 

"시대는 신생대 3기 말의 선신세. 이 시기 이후 지구는 몇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더 맞게 되는데 빙하가 얼고 녹을 때마다 해수면이 달라져 한반도 주변지역, 특히 한·중·일 지역은 때론 육지로 연결됐다 때론 바다에 의해 갈라지길 반복했다. 부속 섬지역도 마찬가지다.

 

빙하기가 되면 해수면이 낮아져 해안선이 밀려나는 이른바 해퇴기(海退期)가 왔는데, 이 때마다 한반도와 중국, 일본 땅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민물 수계가 나타났다. 그 중 서해 쪽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낮은 골짜기에 생겨난 물줄기가 바로 고황하(古黃河)다. 고황하는 양쯔강과 황하 등 중국의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과 한반도의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 일본의 서남부로 흐르는 하천을 모두 아우르고 나아가 대만 남쪽까지 뻗쳐진 커다란 강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한강과 금강도 당시에는 고황하의 지류였다.

 

해퇴기가 되면 한반도 동쪽에도 커다란 물줄기가 생겨났는데, 이를 고(古)아무르강 수계라 한다. 이 수계로는 흑룡강(러시아 명칭은 아무르강)과 두만강을 비롯한 한반도의 동해로 흘러드는 각 하천이 지류로 연결됐다.

 

혹자는 해퇴기 당시 해수면이 얼마나 낮아졌기에 한반도 주변지역이 모두 육지로 연결되고 각 지역을 잇는 거대한 강줄기가 생겨났나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해퇴기 때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무려 150∼180m 가량 낮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서해 수심이 평균 44m에 불과하고 깊은 곳도 100m 정도밖에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고황하의 하구가 지금의 제주도 남서쪽에서 동중국해까지 이르렀을 것이란 학설이 설득력이 있다.

 

이후 시간은 흘러 신생대 4기 홍적세의 간빙기(해침기)를 맞으면서 녹아내린 빙하수로 해수면이 점차 상승해 지금의 서해와 동해가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각각 분리돼 나갔다. 한반도 주변의 섬 또한 이때 만들어졌다."

 

 

▲ 한·중·일 3국 공통종 '메기'- 메기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한 고로종(古老種), 즉 '할아버지 물고기'로 고황하계 어류에 속한다. 메기가 한·중·일 3국에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은 먼 옛날 이들 지역이 하나의 대륙, 하나의 수계(고황하)로 연결돼 있었음을 알려준다. 국내에서는 하천쟁탈 등의 이유로 현재 고아무르 수계인 동해 쪽 하천에서도 발견된다.

 

■민물고기의 유래와 분포

 

그렇다면 한반도의 민물고기는 어디로부터 유래했을까. 한마디로 고황하 수계와 고아무르강 수계가 한반도 민물고기의 최초 이동 통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황하 수계를 통해선 중국계 어류와 남방계 어류가, 고아무르강 수계를 통해선 북방계 어류가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민물고기 어종이 이같은 경로를 통해서 유래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앞서 얘기한 바처럼 홍적세 간빙기를 맞아 불어난 바닷물에 의해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분리되면서 각 지역의 하천 또한 고황하와 고아무르강 수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됐고, 그 후 지역적 특성에 의해 각기 분화된 고유종들을 탄생시킴으로써 종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 국가의 민물고기 분포 종수가 서로 다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고황하계 어종인 갈겨니가 고아무르강 수계였던 동해안의 왕피천에서도 발견되는 것과 같이 현재의 서식지역이 본래의 수계를 벗어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륙분리 및 하천 고립 이후에 나타난 하천쟁탈(A,B 두 개의 하천이 인접해 흐를때 A하천의 침식으로 B하천의 일부가 A쪽으로 흐름을 바꾸는 일, 그림 참고)이나 기타 지각변동에 기인한다.

 

 

▲ 금강과 섬진강의 하천쟁탈 - 섬진강 최상류 지역은 본래 금강 물줄기였으나 하천쟁탈에 의해 물흐름이 남쪽으로 바뀌었다. 하천쟁탈이 일어나면 물흐름이 바뀌면서 그곳에 살던 물고기까지 옮겨가게 돼 분포지역이 넓어진다. 수계가 각기 다른 강과 강 사이의 물고기 이동은 하천쟁탈과 지각변동 등에 기인한다.<그림 출처 : 부산대 지리교육과 >

 

 

 

■미호종개의 분포 구계

 

오늘날 한반도 민물고기의 지리적 분포 구계(區系독특한 어류상을 이루는 지리적 범위)는 보통 서한 아지역(subdistrict)과 남한 아지역, 동북한 아지역으로 나뉜다.

 

서한 아지역은 한반도 백두대간 서쪽 대부분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등이 속한다. 고황하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에 대륙분리 및 하천고립 이후 생겨난 한국 고유종을 빼고는 대부분 중국계와 남방계 어류가 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미호종개를 비롯해 묵납자루 어름치, 감돌고기, 가는돌고기, 배가사리,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 참종개, 부안종개 등의 고유종들이 분화해 살고 있다.

 

남한 아지역은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을 경계로 그 남쪽에 있는 영산강, 탐진강, 섬진강, 낙동강 수계와 동해안의 태화강, 형산강, 오십천, 왕피천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서 생겨난 한국 고유종은 큰줄납자루 점몰개 모래주사 여울마자 왕종개 동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꼬치동자개 등이다.

 

동북한 아지역은 강릉 남대천 이북의 동해로 흐르는 하천을 아우르는데 과거 고아무르강의 영향을 받아 남방계 어류인 메기목 어류가 출현하지 않고 어류상도 비교적 빈약하다. 이 지역에만 사는 한국 고유종은 버들가지와 강중개가 있다.

 

 

 

▲ 산경도와 민물고기의 분포구계 - 한반도의 민물고기 분포구계(區系)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세 개의 아지역(subdistrict)으로 나뉜다. 고황하 수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금강수계는 서한 아지역에 속해 있는데 이곳에는 미호종개를 비롯한 139종의 민물고기가 서식 분포하고 있다.<지도 제공: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지구상 유일 금강.미호천 서식…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학술적 연구와 보전을 위해 약품 처리한 후 고정해 놓은 미호종개 표본./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는 멸종위기 Ⅰ급어류이자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의 종명(Iksookimia choii)을 뜻한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금강, 그중에서도 미호천을 중심으로 한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이자 '한국고유종'인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Iksookimia)과 종소명(種小名·choii), 명명자(命名者·Kim and Son)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는 미꾸리과의 다른 종에 비해 주둥이 앞부분이 유난히 뾰죽하고 길며 꼬리부분의 미병부가 가늘고 긴 특징이 있다. 몸 측면에는 반원 또는 세모 형태의 반점이 있고 등 쪽에는 불규칙한 얼룩무늬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란

 

익수키미아 초이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미호종개'의 종명(種名) 'Iksookimia choii' 를 한글로 표현한 말이다. 미호종개는 1982년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 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청주 인근 미호천에서 채집하여 1984년 김익수 박사(전북대 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미꾸리과 어류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수계의 청원 미호천과 공주 유구천 등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서식하는 매우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다시 말해 금강특산종이면서 한국고유종이요, 희소적 가치로는 국제적 희귀어종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 명명자(命名者)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로서 학술적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속명인 IksookimiaIksookim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이며, 종소명인 choii는 김익수박사와 손영목 박사가 그들의 은사이자 한국 어류학계의 거두인 고 최기철 박사(전 서울대교수)를 기리고자 그의 성(崔)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최'가 아닌 '초이'로 읽힌다.

 

또한 미호종개의 정식 학명은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인데, 여기에서 괄호안의 Kim and Son은 다름 아닌 최초 이름을 붙인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이니셜이다. 참종개 왕종개 가는돌고기 점몰개 동사리, 얼룩동사리, 퉁사리, 좀수수치 등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신종 발표된 다른 18종의 민물고기들과 함께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특별한 물고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쓰이고 있는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이란 학명을 공식화 한 이가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란 점이다.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Nalbant 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屬)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당시 종명 Cobitis choii)와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을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뿐만 아니라 Kottelat란 학자도 최근 몽골산 기름종개속의 lebedevi Iksookimia속에 포함시켜 기록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들 어종의 대부분을 신종 발표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김익수박사의 업적에 근거한 것으로, 특히 이들 어종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 박사의 '혜안'을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국내 학자의 특별한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속(屬)을 기재 발표케 한 중요한 모티브가 된 것이다. 손영목 박사와 함께 제기했던 미호종개의 분류학적 특성 또한 그러한 모티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의 최초 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의 미호천 팔결교 부근<사진>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이다. 타입 로컬리티란 어떤 생물 종의 모식지역으로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신종 발표시 이 곳서 채집 동정한 개체를 '모식표본·type species'이라 함)가 타 지역서 채집되는 개체와 비교 동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호천 팔결교 부근에서는 미호종개가 거의 채집되지 않는 등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의 자존심'

 

미호종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학술적, 유전자원적 혹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 물고기가 정작 국내에서 그 존재성과 가치성이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서식처 파괴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최초 채집 장소인 청원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사진 참조: 이곳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임)에서 조차 종적을 감추어가고 있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급어류'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재청도 미호종개의 존재가 첫 알려진 이후 20여 년만인 지난 2005년 3월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 보호에 나섰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격(死後藥方文格)이다.

 

최근엔 환경부가 주축이 돼 미호종개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완전복원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 학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망가진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이 복원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을 보다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처방과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한낱 헛수고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가 지키고 가치를 높여야 할 '한국의 자존심'이 끝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상황인 것이다.

 

 

<사진설명> 몇 안 되는 미호종개 서식지 중의 한 곳인 대전 갑천의 상류지역.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하며 바닥에는 잔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다. 지난해 8월 예비 조사때 촬영한 것으로 주변에는 풀과 숲이 어우러져 있으나 이곳 역시 서식개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8개월간의 취재 여정

 

이에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밝혀내고, 나아가 이 종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형태형질 분석과 유전자 분석(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재조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지닌 학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아울러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자 이번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8개월간 35회 걸쳐 상세보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여 동안 총 35회에 걸쳐 보도예정이며, 주요 내용으로는 한반도 민물고기의 유래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익수키미아 초이''의 탄생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 유전 다양성과 분자계통학적 특징 학술적·문화재적 가치 서식 현황과 환경 사라지는 이유 생식특성과 생활사 먹이특성 복원 노력과 과제 복원 성공을 위한 제언 등을 다루게 된다.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특히 미호종개의 첫 발견에서부터 학계 보고 과정, 현재의 학명이 붙여지기까지의 과정, 종 특성 등을 상세히 추적 소개함으로써 미호종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자긍심을 고취시킴은 물론 '멸종위기급어류'로서의 미호종개와 '천연기념물 454호'로서의 미호종개가 갖는 의미를 재고찰하고, 개체수 감소요인 및 멸종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 규명을 통해 보전방안 마련을 촉구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와의 동행 취재 및 연구 분석 의뢰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생활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고 지상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복원방안 제시와 함께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관심과 노력 제고를 촉구할 예정이다.

 

/ 김성식 충청타임즈 생태환경 전문기자2007년 04월 12일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약 8개월 동안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가 충청타임즈에 기획 보도한 자료를 '자료 제공' 차원에서 재편집해 싣습니다.

지금은 미호종개를 둘러싼 상황이 이 기사 보도할 때와는 매우 달라졌음을 감안해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미호종개 보호 노력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미호종개의 주요 서식지인 부여·청양의 지천 일부 수역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해당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정 예고 30일 뒤면 '부여·청양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호종개는 문화재보호법상의 천연기념물(454호)과 야생동식물보호법상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로 지정 보호돼 왔다. 따라서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호종개는 3중의 법적 보호를 받는 '귀한 몸'이 된다. 종(種)은 종대로, 서식지는 서식지대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의 이면에는 미호종개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죽이나 다급한 신세가 됐으면 2중으로도 모자라 3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는가라는 점이다.

 

미호종개는 지구상에 한반도에만, 그것도 유독 금강 수계에만 사는 미꾸리과 어류다. 한국고유종이면서 금강특산종이요, 분포상으로는 지도 위에 점 몇 개로 표시될 만큼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국제급 희귀어종이다. 그런 귀중한 유전자원이 오늘날엔 개체수마저 크게 줄어들어 희소종 중의 희소종이 돼 버렸다.

 

미호종개가 처음부터 보기 드문  물고기는 아니었다.

특히 미호종개란 이름을 낳은 미호천에서는 오히려 '흔한 물고기'였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름철 장마만 지면 미호천변의 실개천과 논 물꼬에 지천으로 모여들던 물고기가 미호종개였다.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손영목(전 서원대교수)·김익수박사(전북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1983년 채집 당시 한 차례에 평균 20여 마리가 잡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모래 채취와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지금은 절종직전에 와 있는 딱한 신세가 됐다.

 

서식지도 급감해 과거 20여 곳에서 불과 5~6곳으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 신종 발표 당시의 원기재 지역으로 지금의 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 부근에 해담됨)에서도 사실상 절종 상태에 처한 '옛 물고기'가 됐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미호종개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하면서 타입 로컬리티를 포함시키지 않고 부여·

 

 

청양의 지천을 보호구역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금강 수계에 대한 미호종개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미호천에는 보호할 만한 서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백곡저수지 상류부도 자연형 하천이 아니어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천은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인 흰수마자도 함께 서식하고 있어 보호구역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타입 로컬리티가 위치해 있는 충북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입장이 못된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마저 지키지 못한 처지도 있고 게다가 금강 수계내 최다 서식지인 백곡저수지 상류부마저도 현 상태대로의 보호는 커녕 삽질을 가한다는 입장이니 입이 열 개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학계에 보고된 미호종개의 타입표본(Holotype 홀로타입: 신종 발표시 기준으로 삼은 표본)은 현재 전북대 자연과학대 생물학과가 수장중인 4854번의 표본이다.

이 홀로타입이 채집된 타입 로컬리티가 '미호종개의 옛 서식지'로 남을,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에 와 있음을 먼저 부끄러워 해야 한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량한 물고기 중의 하나다.

백곡저수지 미호종개, 어항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중 학술적 이력이 가장 독특한 종은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다. 1982년 당시 서원대교수이던 손영목박사가 미호천에서 첫 채집해 1984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이 물고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금강 수계에만 사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또한 이 물고기는 우리나라 전체 민물고기 200여종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을 이루는 속명, 종소명, 명명자 모두가 국내 학자로만 만들어진 기념비 같은 어류이다.

 속명(Iksookimia)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을 따서, 종소명(choii)은 김박사와 손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성(崔)을 따서 붙였다.  지금의 정식 학명인「Iksookimia choii (Kim and Son)」에서, 최초 명명자를 뜻하는 괄호안의 Kim and Son은 신종발표자인 김박사와 손박사를 뜻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학명을 공식화 한 이는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다. 기름종개속(屬)의 권위자인 Nalbant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발표당시 종명은 Cobitis choii)를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과 함께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미호종개로 인해 미호종개속이란 하나의 분류체계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미호종개를 한국의 자존심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하지만 미호종개는 외롭고 가련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구상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일부수역에만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태생적으로 외롭고 생태적으로도 밀려나 살고 있다는 뜻이다.

 미호종개 서식지는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약 20개 지점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조사에서는

겨우 6곳(인공복원지 제외)밖에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개체수마저 급속히 줄고 있다. 국내 최대 서식지인 진천 백곡저수지의 상류부만이 약 1만 마리가량 살고 있을 뿐 다른 서식지에서는 겨우 서식사실만 확인될 정도로 극소수가 살고 있다. 학자들은 현존 개체수가 불과 2만 마리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호종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백곡저수지 둑높임 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강행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내용이야 어쨌든 공사 진행 자체가 미호종개에겐 엄청난 위협이다. 상황에 따라선 '그나마 밀려나 가까스로 살아오던 최후 보루'마저 잃을 판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한 동물의 집단 서식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군다나 백곡저수지내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의 경우 기존에 알려졌던 서식지와는 환경이 판이하다. 미호종개는 대부분 유속이 완만하고 모래가 깔린 하천의 얕은 여울에 서식하는데 백곡저수지에서는 상류의 하천 유입부 한 곳에 집중해 살고 있다. 유입수량과 수질, 저수위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사후 5년간 현수위를 유지한 뒤 매년 30㎝씩 수위를 높인다고는 하나 지금과 같은 서식환경이 그대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또한 대체 서식지란 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며 사업추진을 위한 면죄부용일 뿐이다. 자연상태의 물고기 서식지는 결코 어항이 아니다. 인위적 공간을 만들어 미호종개를 살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백곡천과 백곡저수지가 어항이 아니듯 미호종개 역시 어항속 물고기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 그들이 왜 전례없이 백곡저수지 상류에 몰려 살게 됐는지, 그 가련한 원인부터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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