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의 가장 큰 특성은 '고유성'과 '희소성'"

분류학적·생물지리학적·생태학적 가치 모두 지녀
현행법상 엄연한 '문화재'---유전자원 가치도 높아

 

미호종개가 중요한 어류로 꼽히는 것은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성이란 본래 '어떤 사물이나 생물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을 뜻하지만, 여기서의 고유성은 그 본래의 뜻에 더하여 '지리적 분포범위가 특정지역에 국한된 자생어종', 즉 고유종 내지 특산종의 개념을 강조한 말이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미호종개를 설명하자면, '참종개속으로 분류되는 미꾸리과 어류의 한 종으로서 무늬와 생김새가 독특하며, 다른 나라에는 분포하지 않고 우리나라, 그것도 미호천 등 극히 일부의 금강 수계에만 분포하는 물고기'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희소성은 말 그대로 '서식 개체수와 분포지가 매우 드문 어종'임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관점을 종합하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금강의 일부 수역에만 극소수가 분포하고 무늬와 체형이 독특한 미꾸리과 참종개속의 민물고기로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으로 지정된 보호어종'이 바로 미호종개다. 


미호종개의 가치 또한 그 고유성과 희소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미호종개가 갖는 고유성과 희소성은 이 종이 지니는 가장 큰 특성이며, 따라서 이를 거론하지 않고는 미호종개의 참다운 가치를 논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설명할 미호종개의 학술적 가치라든가, 문화재적 가치,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 모두가 고유성 및 희소성과 관련 있다.

 

■학술적 가치
미호종개의 학술적 가치는 우선 어류분류학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신종 발표된 몇 안 되는 '특별한 종' 중의 한 종이란 데 큰 의의가 있다.

 

불과 33년 전인 1974년까지만 해도 국내 학자에 의해 학명이 붙여진 이른바 '국내 신종'이 단 한 종도 없었으나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 생물학과교수)가 참종개를 찾아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9종의 민물고기가 우리나라 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찾아졌는데 이 중 다섯번째로 국내 신종 목록에 오른 것이 미호종개다.


더욱이 미호종개는 학명을 이루는 속명(Iksookimia)과 종소명(choii), 명명자(Kim and Son) 모두가 국내 학자들의 이름(특히 스승과 제자 사이인 고 최기철박사와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이름)으로만 이뤄진 세계 유일의 학명을 갖고 있다.


또 미호종개는 생물지리학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는 미호종개의 분포도와 관련된 것으로서, 종(種) 출현 및 분화 시기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즉, 같은 고황하계(古黃河系)에 속하는 한강 등 다른 수계에서는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고 금강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은 한반도 수계가 고황하로부터 분리·고립된 이후에 미호종개가 출현했고, 나아가 한강과 금강이 서로 분리된 이후(한 때는 하천쟁탈에 의해 두 물줄기가 이어져 있었다는 학설이 지배적임)에 종 분화가 이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호종개는 또한 생태학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미호종개의 현 서식처, 특히 미소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서식환경 특성을 통해 다른 기름종개 무리들과의 생태적 관계 내지 차이점을 밝혀내고 아울러 미호종개의 출현여부와 서식 개체수를 통해 그 하천의 생태적 특성을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어류분류학사에 길이 빛날 두 어종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국내 어류분류학사에 있어 특히 기념비적인 어류로 꼽히고 있다. 불과 33년 전인 1974년까지만 해도 국내 학자에 의해 학명이 붙여진 이른바 국내 신종이 단 한 종도 없었으나 1975년 김익수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찾아진 '국내 신종 1호'가 바로 참종개이며, 김익수·손영목박사에 의해 다섯번째로 국내 신종 목록에 오른 것이 미호종개다. 미호종개의 학명은 모두 국내 학자 이름으만 지어진 세계 유일의 어류이다.

 

  

■문화재적 가치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 454호이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보호법이 정한 엄연한 '문화재'로서 물고기와 관련된 것은 총 9건(종으로는 무태장어,열목어,어름치,황쏘가리,미호종개,꼬치동자개 등 6종이 지정돼 있고 나머지는 서식지)이 지정돼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희소종들이다.<도표1 참조>


미호종개는 2005년 3월 금강 고유종으로 분포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고 서식개체수가 적은 데다 서식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해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등 보호 필요성이 있어 지정됐다.


문화재는 그 중요도에 따라 여러 지정문화재로 분류되는데 천연기념물은 국보,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등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에 속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는 또한 나라의 얼굴이다. 국보와 보물, 유형문화재가 선조들의 얼과 슬기를 엿볼 수 있는 얼굴이라면, 천연기념물은 자연과 생태계의 어제와 오늘을 읽을 수 있는 천연의 얼굴인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천연기념물을 무단으로 훼손할 경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도록 하는 등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보호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도표 1> 어류 관련 천연기념물

 

     구분(지정 일자)

     명             칭

    지정 대상 및 내용

천연기념물 제 27호

            (1962.12.3)

천지연 무태장어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연 일대(서식지)

천연기념물 제73호

            (1962.12.3)

정암사 열목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3-1 외(서식지)

천연기념물 제74호

            (1962.12.3)

봉화군 석포면 열목어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266 외(서식지)

천연기념물 제190호

            (1967.7.11)

한강의 황쏘가리

한강 일원(한강 서식 종)

천연기념물 제238호

            (1972.5.1)

금강의 어름치

충북 옥천군 이원면부터 금강 상류(금강 상류 서식 종)

천연기념물 제258호

            (1978.8.18)

무태장어

전국 일원(종)

천연기념물 제 259호

            (1978.8.18)

어름치

전국 일원(종)

  천연기념물 제 454호

            (2005.3.17)

미호종개

전국(종)

천연기념물 제 455호

            (2005.3.17)

꼬치동자개

전국(종)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


미호종개가 갖는 또 하나의 가치는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이다.

 

생물자원이란 실제적 또는 잠재적으로 인류에게 활용가치가 있는 생물체나 유전자원을 말한다. 생물자원은 특히 식량과 에너지 부족, 난치병, 환경문제 등 인류가 처한 각종 난제들을 해결할 마지막 열쇠이자 무한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원이다.

 

미호종개 역시 현재로선 이렇다할 실제적 활용가치는 없지만 장차 어떠한 활용가치가 찾아질 지는 미지수다.  


각종 생물자원(혹은 유전자원)으로부터 얻어지는 약제나 화장품, 식품 등의 시장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억~8000억달러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만큼 세계 각국들은 현재 생물 및 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소중한 생물자원을 지켜나가기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환경부가 지난 2005년 2월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Ⅱ급(Ⅰ급 50종 중 어류 6종, Ⅱ급 179종 중 12종)은 멸종위기에 처해있거나 처할 우려가 있는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서, 미호종개는 감돌고기, 흰수마자 등과 함께 Ⅰ급으로 지정돼 있다.<도표2 참조>

 

관련법규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킬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표 2>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어류

 

 

    구       분

명 칭(대상 종)

  분          포

     감소 원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

감돌고기

금강,웅천천,만경강

서식지교란, 상실 및 오염

         〃

흰수마자

낙동강,한강,금강,임진강

서식지 상실, 수질오염

         〃

얼룩새코미꾸리

낙동강

하상교란,수환경 오염

         〃

미호종개

금강

서식지 상실,하상교란,수환경 오염

         〃

꼬치동자개

낙동강

하상교란 및 수질오염,서식지 협소,남획

         〃

퉁사리

금강,영산강,만경강,웅천천

서식지 교란, 상실 및 수환경 오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

칠성장어

영동북부

하구 및 서식지 교란,보 설치

         〃

다묵장어

전국

서식지 교란

         〃

묵납자루

한강,임진강

하상교란에 따른 이매패 감소 및 서식지 상실

         〃

임실납자루

섬진강

서식지 협소,하상교란에 따른 이매패 감소 및 서식지 상실

         〃

가는돌고기

한강,임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꾸구리

한강,금강,임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돌상어

한강,금강,임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모래주사

낙동강,섬진강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가시고기

동해 유입 하천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잔가시고기

동해 유입 하천

서식지 교란 및 상실,수환경 오염

         〃

둑중개

한강,임진강,금강,섬진강,만경강

하천상류 환경의 훼손에 따른 서식지 교란

         〃

한둑중개

동해 유입 하천

하구의 교란,보 설치,서식지 교란,수질오염

 

"미호천·백곡천 종 다양도 감소 추세···서식환경 악화 증거"
------<19> 미호종개의 서식환경(4)

 

■어류군집 조사 결과


어류군집 조사는 일반적으로 종 다양도와 균등도, 종 풍부도, 우점도 등을 포함하는 '종 다양성 분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각 종간 상관 관계를 밝히는 '종 상관성 분석'과 각 지점별 어류군집간의 유사성을 알아보는 '군집 유사도 분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어류 군집조사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하천 혹은 어느 지점의 어류 군집 특성은 그곳의 물고기 서식환경이 현재 어떠한 상태인가를 짐작케 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 하천을 대상으로 어류군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 다양도와 풍부도는 낮은 반면 우점도는 높게 나타났다면 그 하천의 어류 서식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요인으로는 골재채취로 인한 하상구조 변화를 지적할 수도 있고 또 외래어종으로 인한 서식지 교란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오염 부하량 증가에 따른 수질 악화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종 다양성 회복 등을 위한 대안을 찾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어느 하천 수계에 대해 각 보(洑)마다 어도를 설치하거나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을 실시했을 경우엔 그 이전에 비해 보다 높은 종 다양성 지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류군집 조사는 한편으로는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한 효용적인 측면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가 금강 수계 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군집 조사의 결과이다. 홍박사는 이번 분석을 위해 미호종개 서식처당 10회의 채집 활동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얻어냈다.

 

①종 다양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 분석을 위해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균등도, 우점도 등을 알아본 결과 우선 종 다양도 지수는 지천 2.23, 백곡천 2.22, 갑천 1.96, 미호천 본류 1.90 순으로 나타나 지천이 가장 높고 미호천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 다양도 지수는 다음의 종 풍부도 및 균등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어느 지점에 어류 종이 얼마나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종 풍부도는 지천 2.78, 백곡천 1.98, 갑천 1.44, 미호천 본류 1.31로 역시 종 다양도 지수와 같은 서열을 보였다.


각 종의 개체수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균등도는 전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호천 0.86, 백곡천·갑천 각각  0.82, 지천 0.74로 백곡천과 갑천이 같게 분석된 가운데 지천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생물 군집내의 우점화 비율을 나타내는 우점도는 미호천 본류·갑천이 각각 0.18, 지천 0.17, 백곡천 0.13으로 나타나 미호천 본류와 갑천,지천은 우점도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으나 백곡천은 비교적 낮게 분석됐다. 우점도는 일반적으로 수치상 종 다양도와 정반대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오염 수역인 경우엔 다양한 어류 종의 분포가 제한되고 오염에 대한 내성이 높은 어류의 우점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게 되는 등 큰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할 때 지천과 백곡천이 생태적으로 다소 유사성을 띠는 반면 비교적 인구 밀집지를 포함하는 갑천과 미호천 수계의 어류 군집이 종 다양성과 풍부도 측면에서 낮게 분석됐다.


한편 홍박사는 이번 분석에서 지난 1982년도 자료와 최근(2004~2005년) 자료를 비교, 각 지수별 변화 추이를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지수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져 백곡천의 경우 지난 1982년도의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는 각각 2.50과 2.7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2004~2005년엔 각각 1.46과 1.53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미호천은 각각 2.31과 3.63에서 1.91과 3.21로 감소했다.


종 다양도와 풍부도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지천의 종 다양성'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을 알아보기 위한 이번 조사에서 충남 청양 지천이 종 다양성 지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지천의 종 다양성지수는 2.23인 반면 미호천 본류는 1.90으로 낮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자연닷컴

 

②종 상관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확인되는 물고기들의 종간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미호종개와 상관성이 높은 어류는 피라미와 점줄종개, 참종개 등으로 이들은 모두 1.0의 수치를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붕어, 모래무지,돌마자가 0.8의 수치를 나타내고 납지리, 돌고기, 참마자, 얼룩동사리, 밀어, 민물검정망둑이 각각 0.7의 수치를 보여 비교적 상관성이 높게 분석됐다.

 

각 종간 상관성이 높을수록 동시출현 혹은 함께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박사는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물고기를 채집해 보면 피라미와 점줄종개,참종개 등이 다른 종에 비해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들 물고기가 미호종개와 종간 친화도가 높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서식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들이 진정한 개념의 동서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 이번 조사에서는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의 점줄종개가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간 상관성이 높다는 것은 미호종개와 같은 장소에서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연닷컴

 

<아래 사진>'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와 함께 익수키미아 속에 속하는 참종개 또한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발견되는 참종개는 사진에서와 같이 모래바닥을 주요 서식공간으로 삼으면서 먹이경쟁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미호종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연닷컴

 

③서식처별 군집 유사도
미호종개 각 서식처별 동서종 및 어류집단의 구성에 따라 군집간 유사도를 살펴본 결과 백곡천과 지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하고 다음으로 갑천과 지천으로 나타났으며, 지천과 미호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성이 적게 분석됐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18>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3)

 

■동서종(同棲種) 조사 결과


생태학에서 동서(同棲)란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이 한 곳에서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동서종(혹은 동서어종)이라 함은 미호종개와 종은 다르지만, 미호종개가 사는 일정 서식처 범위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류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자면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서, 미호종개의 서식처를 중심으로 이뤄진 물속 생태계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이들이 미호종개의 서식환경 요소로서 중요시되는 것은 같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크든 작든, 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미호종개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의 환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생태계란 본디 '일정한 지역의 생물 공동체와 이들의 생명 유지에 근원이 되는 무기적 환경이 서로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체계'임을 생각할 때 상호 주고 받는 영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미호종개 입장에서 보면 동서종 가운데에는 산란장소 및 은신처 등 주요 서식처(미소 서식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상대(모래무지,흰수마자 등)가 있을 수 있고 먹이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대(미꾸리과, 모래무지,흰수마자 등)도 있을 수 있으며 육식성 어종인 경우에는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것들(큰입배스,블루길,쏘가리 등)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동서종을 살펴보는 것은 미호종개 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물속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외에도 미호종개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방법이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와 BLS테크 이순재 기술이사(생태조사 담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동서종은 총 34종으로 나타나 금강 수계 전체의 서식 어종수 139종의 24.5%로 분석됐다. 이들 동서동 가운데 분포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종은 돌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등이었으며, 최근 순천향대 방인철 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이 찾아낸 진천 백곡천의 집단서식처는 유독 미호종개가 우점종으로 조사돼 큰 대조를 보였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 멸종위기 1급어종인 흰수마자가 발견된 점과 모든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어류는 아니지만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습성상 미호종개 서식처 주변에 살면서 먹이경쟁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특히 산란기때 미호종개의 알을 주워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하나의 위해동물로 여겨진다.

 

황소개구리 올챙이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모든 서식처에서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육식성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등과 함께 미호종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위해동물'로 여겨진다./자연닷컴

 

①미호천 본류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과 농다리 지점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동서종은 총 13종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한 개체씩의 미호종개가 확인됐으며, 우세종은 모래무지 27%, 돌마자 25%로 조사됐다. 동서종 목록을 보면 잉어,붕어,떡붕어,모래무지,돌마자,몰개,미꾸라지,미호종개,동자개,블루길,큰입배스,갈문망둑,가물치 등인 가운데 육식성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의 풍부도가 10% 이상으로 나타나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됐다. 특히 팔결교 지점은 여름철이면 전문 낚시인들인 루어꾼들이 연일 찾아와 배스낚시를 할 정도로 큰입배스의 출현율이 높은 편으로, 이로 인해 미꾸리과의 일종인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이 매우 불안정함을 알 수 있었다.

 

②백곡천 상류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를 첫 발견할 당시 '현존 개체수 1만4백68마리'로 추정한 백곡천 상류부의 동서종은 총 16종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를 대변하듯 전체 16종 중 미호종개가 약 21%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몰개(20%)로 나타났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떡붕어,돌고기,모래무지,참마자,돌마자,몰개,버들치,피라미,치리,미꾸리,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며 외래어종으로는 떡붕어가 확인됐다. 떡붕어는 잡식성이지만 식성이 게걸스러워 타 어종의 알까지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미호종개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나의 환경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③대전 갑천
이번 조사에서 총 36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대전 갑천 월평공원 인근 지점의 동서종은 모두 10종으로 집계됐다. 전체 10종 가운데 모래무지가 26.4%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피라미 23.3%, 돌마자 21.2%의 순으로 분석됐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납지리,모래무지,돌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눈동자개,큰입배스 등인 가운데 미호종개는 약 3%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의 큰입배스 분포비율은 3%로 미호종개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조사팀의 현장 조사시 타 어종의 포식 장면이 수차례 목격될 정도로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미호종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④공주 유구천
총 13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공주 유구천의 동서종은 모두 22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미호종개 서식처 중 가장 많은 동서종수이다. 동서종 가운데에는 앞서 말한 바 대로 다량의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어종은 특히 '모래'가 중요한 환경인자로서 대부분의 생활을 가는 모래가 깔린 바닥에서 함께 영위함으로써 서식처를 차지하려는 경쟁 혹은 먹이경쟁에 있어 다른 어종 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종 목록은 잉어,붕어,각시붕어,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유구천에 서식하는 미호종개의 동서종들. 미호종개 주변에 납자루,참붕어,모래무지,참종개 등이 모여들어 먹이를 찾고 있다. 동서종들은 이렇듯 먹이경쟁 등을 통해 상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⑤청양 지천
총 11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청양 지천에서는 21종의 동서종이 관찰됐다. 이 중 피라미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돌마자 14.5%, 모래무지 10% 순으로 많았다. 미호종개는 1.2%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 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이 지점에서는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희소종인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우점종 돌마자

대부분의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우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돌마자. 돌마자와 함께 모래무지와 피라미도 비교적 높은 분포 비율을 나타내 보편적인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 확인됐다. /자연닷컴   

<12> 미호종개의 서식현황(2)

 

 미호천 팔결교부근서 10년만에 한 마리 극적 확인 

 

■총 6개 지점만 서식 확인


2006년 3월 이전까지 있었던 과거의 어류상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했던 곳은 약 20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존 서식처는 모두 금강 수계 내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점은 모두 6곳 뿐이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충북 청원군 관내)을 비롯해 역시 미호천 본류 수계인 농다리 부근(충북 진천군 관내)과 미호천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직상부)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 또한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의 중상류부와 충남 청양의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의 유구천 하류부에서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호천 지류 가운데 기존 서식지였던 진천 초평천과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에서는 미호종개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강의 지류로서 과거 미호종개의 채집 기록이 있는 충남 연기의 조천과 충남 부여의 금천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갑천 지류인 유등천에서도 과거 채집기록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극적으로 찾아진 '타입 로컬리티의 미호종개'.

가운데 몸체가 길고 좁은 물고기가 미호종개이고 그밖의 물고기는 함께 채집된 모래무지와 돌마자 등./자연닷컴


■지점별 조사 결과의 특징


미호종개의 기존 서식처 약 20곳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6개 지점은 모두 학술상 또는 미호종개의 종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에서 비록 1 마리씩이지만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가까스로 확인함으로써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과 미호천 지류 중 하나인 백곡천 상류부에서 '기적 같은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이들 세 지점에서의 극적인 발견 상황과 서식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본 후 나머지 세 지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
미호천 본류 중 팔결교 지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1984년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서, 사람으로 치자면 본적지나 다름없는 학술상 중요 지점이다. 따라서 당초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큰 관건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만일 이곳에서의 서식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호종개는 그야말로 '고향 떠난 객지신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호천 팔결교 부근이 애초부터 발생학적 종의 근원지, 즉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지역이란 주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류분류학적으로는 미호종개를 한국의 물고기로 정식 등록케 한 원기재 지역이자 첫 채집지로서, 나아가서는 미호천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짓게 한 뜻깊은 지역으로서,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미호종개의 정체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미호천 팔결교에서 4차 채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사팀. 조사팀은 이날 11년 만에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밝혀냈다./자연닷컴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가 타입 로컬리티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게 실로 얼마 만인가. 지난 1997년을 끝으로 채집 및 확인 기록이 끊겼으니 가히 10년 만의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채집조사에서 한 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곧 현재의 서식규모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팔결교 부근에서의 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마지막 벼랑끝 상황' 임을 재입증해 주는 것이기에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는 "1997년 마지막으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했던 당사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학계에서 미호종개 하면 팔결교, 팔결교 하면 미호종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지점으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지경에 까지 이른 오늘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팔결교 지점에서의 서식확인은 겨울철인 금년 1월 19일 이뤄졌다. 지난해 있었던 세 번의 채집에 이은 네 번째 채집에서 조사자 모두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미호종개 한 마리가 찾아진 것이다. 발견된 것은 1년생 미만의 어린 개체로, 다수의 모래무지와 함께 있었다. 지점은 팔결교 교각 바로 위 하상으로 하천 중앙부의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서식처 규모는 폭 80cm 가량의 좁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흐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다.

 

당시 현지 조사에 나섰던 방인철교수(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는 "말 그대로 '극적인 상봉'이었다. 당초 조사를 시작할 때 그리 쉽게 미호종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조사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만큼 대단히 기뻐했다"며 발견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죽했으면 조사 당사자들도 이산가족에 빗대 극적인 상봉이라고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팔결교에서의 미호종개 서식확인은 이처럼 '얼굴만 보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 미호천 팔결교 부근.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로 이번 조사에서 1마리가 극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과거 팔결교 지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특히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되기 직전인 1983년(논문작성을 위한 채집 연도)의 서식 상황은 어떠했을까.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보기 위해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신종발표 논문(1984년 게재)을 찾아봤다.

 

이 논문엔 그해 5월 23일과 30일, 6월 20일 실시한 세 차례의 채집에서 총 62마리의 미호종개가 채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차례에 평균 약 21 마리가 채집된 셈이다. 아울러 139마리의 점줄종개와 8마리의 참종개도 함께 채집됐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직접 채집에 나섰던 손영목박사는 "1980년대만 해도 팔결교 부근서 미호종개를 확인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하지만 그 이후 본격적인 골재채취와 수질오염이 진행되면서 수km까지 이어지던 모래밭이 모두 망가지고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형태적 분류의 잣대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과(科)의 국내산 미꾸리과 어류들이 갖는 형태적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또한 각 종의 독특한 형질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미꾸리과 어류를 형태학적으로 구분짓는 형질 인자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를 할 때에는 몸 전체 길이(주둥이 끝~꼬지느러미 끝)와 몸 길이(꼬리지느러미를 뺀 길이), 머리길이, 몸높이, 꼬리길이, 꼬리높이, 각 지느러미에서 주둥이끝까지의 길이, 주둥이 길이, 가슴지느러미 길이, 뒷지느러미 길이, 꼬리지느러미의 수,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살의 수(기조수) 등이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科) 혹은 속(屬) 단위로 나타나는 공유 파생형질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다른 종에는 없는 독특한 형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익수박사(전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꾸리과 어류의 경우 눈 밑에 끝이 갈라진 가시모양의 작은 돌기(안하극,suborbtyal spine)와 3쌍의 입수염, 골낭으로 둘러싸인 부레 등의 공유 파생형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종개 무리는 수컷의 경우 암컷과 달리 2차 성징(性徵)으로서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이 나타나는데 그 구조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몸 옆면의 반문과 함께 종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다만 이들 형질은 종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러한 논란은 경우에 따라 그 종의 분류학적 소속(예를 들어 과 혹은 속)을 변경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꾸리과의 형태적 분류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으로 분류돼 있다. 미꾸리 미꾸라지(이상 미꾸리속)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새코미꾸리속)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좀수수치속)등이 그들이다.<사진 참고>


이들 가운데 가장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미호종개와 관련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름종개류를 중심으로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본다.


여기서 김익수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름종개류는 대부분 몸 옆면에 여러 모양의 무늬가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도 띠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 윗 부분에는 작은 흑색 반점 하나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의 종 안에서 나타나는 변이 정도로 간주했으나 지금은 종 분류의 중요 형질로 인식되고 있다."


김박사는 또 "앞서 설명한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과 반문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기름종개 1종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름종개 줄종개 점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기름종개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의 신종(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이 밝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한국산 미꾸리과 어류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6속 16종의 미꾸리과 어류들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명은 다음과 같다. M.anguillicaudatus=미꾸리 M.mizolepis=미꾸라지 C.hankugensis=기름종개 C.lutheri=점줄종개 C.tetralineata=줄종개 C.pacipica=북방종개 I.koreensis=참종개 I.pumila=부안종개 I.choii=미호종개 I.longicorpa=왕종개 I.hugowolfeldi=남방종개 I.yongdokensis=동방종개 K.rotundicaudata=새코미꾸리 K.naktongensis=얼룩새코미꾸리 N.multifasciata=수수미꾸리 K.brevifasciata=좀수수치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이렇듯 분류의 잣대, 즉 비교 형질의 차이에 따라 각 종의 소속이 뒤바뀌고 새로운 종이 찾아지는 등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은 미호종개를 제외한 각 종별 형태적 특징의 대강이다.(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함)


가장 먼저 기름종개속<사진 참고>의 기름종개를 보면 입수염은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작은가시, 즉 안하극이 있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은 원형(혹은 원반형)이고 몸 옆면 중앙의 반점은 점이 늘어선 점열형이나 산란기의 수컷은 이 반점이 흐려지면서 띠 형태로 거의 이어지는 개체가 많다.


줄종개 역시 입수염이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이 약간 긴 원형(원반형)을 하고 있고 몸 옆면에는 두 줄의 세로띠 사이로 한 줄의 점열 반점이 가늘게 나 있다. 점줄종개는 입수염이 세 쌍이고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불규칙한 둥근형을 하고 있다. 몸 옆면에는 둥근 네모형의 반점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이 반점들이 거의 이어져 줄 무늬 형태를 한다. 꼬리자루가 비교적 높다.


북방종개도 입수염이 세 쌍, 눈 밑에 안하극이 있다. 이 종은 특히 등쪽의 작은 비늘, 몸 옆면의 작은 삼각형 무늬, 가느다란 꼬리자루 등이 미호종개와 많이 닮아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약간 긴 타원형을 하고 있어 미호종개의 긴 톱니형 골질반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 설명>기름종개속 4종의 비교
위 사진은 한국산 기름종개속 4종의 몸 색깔 유형과 골질반 모습(오른 쪽)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Cobitis hankugensis=기름종개 Cobitis tetralineata=줄종개 Cobitis pacipica=북방종개 Cobitis lutheri=점줄종개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다음은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을 보자. 참종개의 경우 주둥이가 미호종개처럼 돌출돼 있으나 끝이 둔하고 둥글다. 암수 가슴지느러미가 각기 다르게 생겨 암컷은 끝이 둥근 반면 수컷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기부에 있는 골질반이 미호종개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 하지만 참종개 수컷 골질반에는 톱니형 거치가 없다. 참종개도 세쌍의 입수염과 안하극이 있다. 몸옆면에는 폭이 좁은 삼각형 무늬가, 등쪽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부안종개는 얼핏보면 참종개와 흡사하나 몸 크기가 그보다 작고 얼룩무늬 수도 적다. 특히 부안종개는 몸 옆의 얼룩무늬와 등쪽의 얼룩무늬 사이에 반점이 없으나 참종개는 반점이 있다. 왕종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종보다 몸 크기가 커서 약 18㎝까지 자란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은 약간 긴 타원형이고 몸 옆면에는 긴 삼각형 무늬가 줄지어 있다.


남방종개는 왕종개와 흡사하게 생겼으나 몸 옆 가로무늬 점들이 왕종개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몸은 엷은 황색이며 몸 옆면에서 등쪽으로 갈색 얼룩무늬와 작은 점들이 무수히 나 있다. 동방종개는 염색체 수가 다른 기름종개류보다 두 배나 많은 4배체로서 100개를 갖고 있는 게 특이하다. 엷은 황색 바탕에 갈색 점무늬가 등과 옆면에 많이 나 있다.


끝으로 새코미꾸리는 원래 기름종개속으로 분류돼 왔으나 몸의 무늬가 확연히 달라 보다 자세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독립된 새코미꾸리속으로 분리됐다. 주둥이와 지느러미 부분이 선명한 주황색을 띤다.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의 민물고기'로 탄생

 

미호종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84년도의 일이다.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요, 손박사가 5㎜×5㎜짜리 촘촘한 족대로 미호천 모래바닥을 훑어 미호종개의 단서가 된 시료를 처음으로 채집한 지 1년여, 김박사와 신종이란 확신을 가지고 재조사를 실시한 지 6개월여 만의 일이다.(학회에 논문이 접수된 1983년 11월 12일 기준)

 

미호천을 젖줄로 살아온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알려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그래서 손박사도 1982년 채집당시 참종개로 분류했음)가 이를 계기로 당당히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3년 5월 금강 지류인 미호천(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에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Cobitis속 어류 1종을 발견하여 이를 신종 Cobitis choii라 기록하고, 한국명으로는 미호종개로 제창한다.

 

본 신종은 미호천에서 함께 출현하는 참종개 또는 점줄종개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몸 측면의 반문이 둥글고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있는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에는 거치(鋸齒: 톱니)가 있으며 비늘의 크기는 아주 작고 꼬리쪽의 미병부가 가늘게 되어 있는 등 그 모양이 그동안 알려진 Cobitis속의 여러 종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사진1>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논문

 

<사진2>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의 특징

 

 <그림설명> 미호종개는 신종 발표 당시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으로 분류됐으나 10년 후 루마니아의 낼반트박사에 의해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으로 전입됐다.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은 그림에서와 같이 몸 옆면의 무늬(반문)와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형태가 현저히 다르다.<그림=김익수박사 제공>

 

'코비티스 초이'에서 '익수키미아 초이'

 

두 학자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미호종개는 훗날 학명이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국내 학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종 발표 당시 미꾸리과 어류 중에서 기름종개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Cobitis란 속명(屬名)과 choii란 종소명(種小名)이 붙여져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기재 발표됐던 학명이 신종 발표후 10년 만인 1993년에 이르러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변경된 것이다.

 

학명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루마니아의 테오도르 낼반트(Theodor Nalbant) 박사로, 그는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신설하면서 김박사와 손박사가 기재 발표한 미호종개 'Cobitis choii'를 그 속에 포함시켰다.

 

낼반트박사가 Cobitis속을 대체할 새로운 속명을 지으면서 'Iksookimia'란 명칭을 붙이게 된 이유는 'Iksookim(익수김)'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김익수박사의 공적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까지 김익수박사가 관여해 신종으로 직접 발표했거나 영향을 끼친 5종의 어류(당시에는 Cobitis속이었던 종들)를 묶어 새로운 속으로 설정하면서 김박사의 업적을 기려 속명을 Iksookimia로 한 것이다.

 

낼반트박사가 Iksookimia속에 포함시킨 5종은 김박사가 직접 자신의 명의로 신종 발표한 참종개(75년) 왕종개(공동 명명자 최기철, 76년) 미호종개(공동 명명자 손영목, 84년) 부안종개(공동 명명자 이완옥, 87년) 등 4종과 낼반트박사 자신의 이름으로 신종 발표한 남방종개 등이다.

 

오늘날 Iksookimia속의 국내산 민물고기는 총 6종인데 이는 김박사가 1993년 이후 신종 발표한 동방종개(공동 명명자 박종영, 97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산 민물고기로는 러시아 아무르강의 엘라부가에서 채집된 lebedevi와 몽골 Kherlin강에서 채집된 lebedevi가 최근 Iksookimia속에 포함된 사례가 있다.(1999년 Nalbant, 2004년 Kottelat)  

 

■의의

 

낼반트박사가 1993년 Cobitis속 어류의 일부를 떼어내 Iksookimia속으로 전출시킨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직접 명명한 남방종개와 김익수박사가 신종 발표한 4종의 어류 사이에서 새로운 속을 만들 만큼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한 데 있다.

 

그는 그 공통점으로 첫째, 이들 어류의 몸 옆면 반문이 Cobitis속의 특징인 감베타(Gambetta) 반문과 다르게 나타나고 둘째,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두번째 기조 말단이 매우 뾰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3> 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몸에 나있는 무늬와 반점에서도 비교가 된다. /자연닷컴 

 

 

 

 

 

 <사진4> 꼬리자루(미병부)의 차이

미호종개(위)는 가늘고 긴 미병부를 갖고 있는 반면 참종개의 꼬리자루는 그보다 굵은 느낌을 준다./자연닷컴

 

결국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국내 학자, 특히 김익수박사의 업적과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어류속(屬)을 신설케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데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훗날 Iksookimia속에 전입된 국내산 미꾸리과 어종들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익수박사의 '분류학적 혜안'이 국제학계로부터 공인된 셈인 것이다.

 

아울러 낼반트박사의 Iksookimia속 신설로 인해 학명이 'Cobitis choii Kim and Son'에서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뀐 미호종개는 이로써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학명'을 갖게 됐다. (학명이 Iksookimia choii로 바뀌면서 최초 명명자가 괄호로 표기된 것은 최근에 다른 명명자가 있음을 밝히는 국제학계의 관례에 따른 것임)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1872년 서양학자 헤르첸슈타인(Herzenstein)이 '돌고기'란 우리나라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학명을 붙여 국제 학계에 발표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산 민물고기가 외국에 알려진 지 120여 년 만에 이뤄진 국내 학자들의 쾌거 아닌가.

 

헤르첸슈타인 보다도 30여년 앞서 돌고기를 <전어지>에 소개하고도 학명 하나 붙이지 못했던 '서유구'의 한과 당시 우리나라의 학문적 후진성을 반감시켜 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글 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고유종' 미호종개>금강에는 현재 미호종개를 포함한 33종의 한국고유어종이 살고 있다. 이들 한국고유어종은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나타난 어종들로서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들이다. 특히 미호종개는 금강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어류이다./금강닷컴

 

■금강에 사는 민물고기

 

미호천을 포함한 금강 수계에는 어떠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에 의하면 금강에는 총 16목 37과 139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민물고기 총목록수가 17목 39과 215종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적지않은 생명들이 금강을 터전으로 삶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에 사는 이들 민물고기를 생태 유형별로 구분하면 잉어와 미꾸리처럼 일생을 민물에서만 사는 순수 담수어가 80종(57.6%), 망둑어과 어류처럼 기수에서 생활하거나 일생중 어느 시기에 강 또는 바다에 잠시 머무르는 주연성 어류가 41종(29.5%), 철갑상어와 황복처럼 바다에서 자란 후 민물로 올라가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가 11종(7.9%), 산천어와 밀어처럼 원래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살던 종이 육지에 갇혀 일생을 사는 육봉형 어류가 5종, 뱀장어처럼 민물에서 자란 후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가 2종이다.

 

또 과(科) 단위로는 잉어과 50종(36.0%), 망둑어과 22종(15.8%), 참복과 6종, 미꾸리과 5종, 동자개과 5종, 뱅어과 5종, 동사리과 3종, 철갑상어과 멸치과 청어과 메기과 퉁가리과 등 13과가 각각 2종, 뱀장어과 종개과 송사리과 등 17과가 각각 1종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같은 분류적 특성 외에도 금강의 어류 목록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총 33종의 물고기가 '한국고유종'이란 점이다. 이들 한국고유종은 전편(2회)에 설명한 고황하 수계로부터 한반도가 고립된 이후 분화한 종들이다. 따라서 같은 고황하 수계였던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들로서, 어류 분류학상 '한국산 민물고기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물고기들이다.

 

금강에 사는 한국 고유종 가운데 미호종개는 금강 수계에만 사는 금강 특산종으로 금강의 생물학적 독립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종이며, 감돌고기는 금강을 중심으로 인근의 만경강과 웅천천 등에 소수가 사는 대표적인 금강 물고기다.

 

또한, 금강의 한국고유종 가운데에는 과거 어느 때인가 금강과 한강이 서로 연결돼 있었거나 두 강 사이에 하천쟁탈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지표종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한강에도 서식하는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다.

 

금강의 민물고기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어름치(259호·서식지는 238호)와 미호종개(454호)가 있으며, 환경부 지정 보호종으로는 미호종개 감돌고기 흰수마자 퉁사리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다묵장어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등 4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금강의 어류목록 가운데 동자개과의 종어는 이미 절종된 상태며 잉어과의 어름치는 8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에 복원된 종이다.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가 학계에 정식 등록된 것은 1913년 Jordan과 Metz라는 두 외국학자가 기름종개와 미꾸리를 보고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1929년 일본인 학자 Wakiya와 Mori가 수수미꾸리와 새코미꾸리를 기재했다.

 

국내 학자에 의해서는 1975년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가 참종개를 신종 발표한 것이 처음이며 이어 이듬해인 1976년에는 역시 김익수박사와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가 왕종개를, 1984년에는 김익수·손영목박사가 미호종개를, 1987년에는 김익수·이완옥박사(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부안종개를, 1997년과 2000년에는 김익수·박종영박사(전북대교수)가 동방종개와 얼룩새코미꾸리를 차례로 신종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이다. (전 세계에는 26속 177종 분포)

 

이를 나열하면 미꾸리,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등으로, 이 중 참종개속(Iksookimia속)은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 6종, 기름종개속(Cobitis속)은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이다. 이름이 비슷한 대륙종개 종개 쌀미꾸리는 미꾸리과가 아닌 종개과이다.

 

 

<참종개>신종으로 발표되기 전의 미호종개는 참종개의 일종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하지만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연구로 미호종개는 참종개와 다른 '한국특산종'임이 밝혀져 한국산 어류목록에 새롭게 등재됐다. 참종개 역시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다./자연닷컴

 

금강에는 현재 미꾸리 미꾸라지 참종개 미호종개 점줄종개 등 5종의 미꾸리과가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속의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와 미꾸라지(Misgurnus mizolepis)는 널리 알려진 만큼이나 우리나라 하천에 널리 분포하는 고황하계 어류이며,참종개속의참종개(Iksookimia koreensis)는 금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한 아지역 하천의 중상류에 서식하는 한국고유종이다. 역시 참종개속의 미호종개(Iksookimia choii)도 금강수계에만 사는 한국고유종이다.

 

점줄종개(Cobitis lutheri)는 기름종개속 어류로 우리나라 서남해로 흘러드는 하천과 중국, 러시아 동부에도 분포하는 공통종이다.

 

 

 

<미호종개 서식처>기름종개 무리들도 다른 물고기들처럼 종에 따라 각기 다른 서식처를 갖고 있다. 그 중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완만해지는 곳의 고운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장소로 삼고 있다. 금강수계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되는 참종개와 점줄종개도 서로 다른 미소(微小) 서식처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기름종개류의 분포적 특성과 의의

 

물고기마다 사는 곳이 다르듯이 기름종개 무리(주로 참종개속과 기름종개속 어류를 통칭)도 종에 따라 분포지(서식 하천)가 한정돼 있거나 서로 다른 서식처(서식 장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미호종개는 금강 중류에만 분포하고 부안종개는 전북 부안의 백천에만 산다. 또 기름종개는 낙동강과 형산강, 남방종개는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동방종개는 형산강과 영덕 오십천 축산천 송천천, 왕종개는 낙동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정돼 분포하고 있다.

 

또 서식 장소를 보면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여울에 서식하고, 점줄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비교적 느리고 모래가 많이 깔려있는 곳을 좋아한다.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다가 완만해지는 여울 끝부분의 모래 바닥을 주요 서식처로 삼고 있으며 왕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은 곳에 서식한다.

 

김익수박사는 "우리 고유종인 미호종개,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는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겨나 여러 강에 나뉘어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서식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한국산 기름종개류의 분포양상은 한반도의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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