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에 맞는 보호대책·복원후 관리방안 시급"

 

 ■김익수박사(전북대교수)

"신종 발표자로서 충청타임즈에 깊은 감사"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당사자이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멸종 위기에 처한 미호종개의 현황과 보존 방안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기획 보도한 충청타임즈에 깊이 감사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호종개의 발견과정에서부터 서식 현황과 멸종돼 가는 상황 등을 생생히 알려주고 되살려 보존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동·식물 종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충청타임즈가 미호종개를 예로 들어 보도했지만, 사실 많은 생물 종들이 그와 비슷한 운명에 놓여있고 나중에는 우리 인류도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리라 예상된다.


물속에 사는 많은 종류의 생물은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으나 실제로는 이번에 밝혀진 미호종개처럼 서식처가 변화되면 그들의 생존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인간생활에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보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미호종개의 보호 및 복원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미호종개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요 생물자원이다. 미호종개가 충청인,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하고 사랑하는 '영원한 동반자, 영원한 이웃'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관련 학자들은 물론 지역주민, 지자체, 정부 등이 모두 함께 나서길 바라마지 않는다. 

 

■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

"지역 모두가 나서야 미호종개 지킬 수 있어"

 

 

미호종개의 보호·보전과 관련해 앞에서 말한 토론자들의 원론적인 주장과 지적에 동감한다.


그러나 한 가지 그에 못지 않게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할 것은 미호종개가 살고 있는 수역 주변의 주민과 NGO,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미호종개를 보다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지역'에서 지키지 않으면 미호종개의 앞날은 영원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역 주민과 NGO들은 감시활동에 매진하고 해당 지자체들은 '로컬 아젠다21(Local Agenda21)'에 맞도록 '지역특성을 고려한 보호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특히 해당 지자체들은 미호종개와 같은 소중한 생물자원이 제대로 보호·보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례제정 등 제도적 행정적 장치를 마련하고 아울러 수질 및 환경 개선에 필요한 시설확충과 주민계도 활동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지키려는 대상에 관해 잘 알지 못하면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에 각종 생물자원 관련 교육에도 깊은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해당 지자체가 서로 협력해서 미호종개를 포함한 각종 생물자원과 하천 생태 등에 관해 전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역 지킴이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나갈 때 보다 효율적으로 생물자원을 보호·보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방인철박사(순천향대교수·미호종개 복원사업 책임연구원)

"서식지내·외 동시 보전 이뤄져야"

 

 

미호종개는 서식지내·외 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본류 수질은 이미 미호종개가 서식하기에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수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는 미호천 본류에 미호종개를 복원시키는 일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 미호종개 복원연구팀은 미호천 지류하천의 일부 수역에 치어를 방류한 후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복원지의 크기가 매우 협소해 대량 복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서식지외 보전방안이다.


우선 서식지내 복원사업을 지속 추진하되 자연하천에의 복원이 어려울 경우 서식지외 보전기관에 미호종개를 기탁하고 계대 증식함으로써 종을 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연구팀은 자체 증식한 개체들을 대상으로 서식지외 보전을 계획하고 있다. 서식지외 보전은 그 의미가 크다. 기존 서식지의 환경악화나 서식이 불가능한 경우 최후 전략으로써 미호종개의 개체수 유지 및 증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제의하고픈 것이 지역주민 계도와 지역관광상품으로의 개발이다.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지역 및 복원을 위한 방류지역은 지역주민의 관심과 보호가 절실한 만큼 그에 대한 계도활동이 요구된다.

 

아울러 미호종개를 하나의 지역브랜드 혹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멸종위기종인 동시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는 전세계에 하나뿐인 우리나라 고유종으로서,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내지 관광상품으로의 개발이 가능하리라 사료된다.


다음은 마지막 남은 집단서식지를 잘 관리하자는 것이다. 미호종개가 다량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주목받고 있는 충북 진천 백곡천의 경우 연속적인 공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진행된 바 있으나, 최근 모니터링 결과 예전의 환경으로 복구돼 가는 것으로 판단되긴 했으나, 개체수는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집단서식지의 파괴는 미호종개의 멸종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차제에 집단서식지로 알려진 백곡천 상류지역을 '미호종개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할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끝으로 현재 진행중인 미호종개 복원사업이 끝난 이후 '일정기간까지의 관리'를 해당 지자체들이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우리 연구팀은 미호종개 복원을 위한 각종 사업을 정부예산으로 수행하고 있으나, 연구기간이 끝나는 2009년 3월이면 더 이상 미호종개를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

 

복원 과제 수행이 끝난 후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미호종개가 유지 및 증식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가 일정기간 관심을 가지고 관리 및 보호를 해야 비로소 미호종개가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보금자리를 품고 살아갈 것이다. 아무쪼록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대한다.

형태적 분류의 잣대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과(科)의 국내산 미꾸리과 어류들이 갖는 형태적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또한 각 종의 독특한 형질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미꾸리과 어류를 형태학적으로 구분짓는 형질 인자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를 할 때에는 몸 전체 길이(주둥이 끝~꼬지느러미 끝)와 몸 길이(꼬리지느러미를 뺀 길이), 머리길이, 몸높이, 꼬리길이, 꼬리높이, 각 지느러미에서 주둥이끝까지의 길이, 주둥이 길이, 가슴지느러미 길이, 뒷지느러미 길이, 꼬리지느러미의 수,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살의 수(기조수) 등이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科) 혹은 속(屬) 단위로 나타나는 공유 파생형질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다른 종에는 없는 독특한 형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익수박사(전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꾸리과 어류의 경우 눈 밑에 끝이 갈라진 가시모양의 작은 돌기(안하극,suborbtyal spine)와 3쌍의 입수염, 골낭으로 둘러싸인 부레 등의 공유 파생형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종개 무리는 수컷의 경우 암컷과 달리 2차 성징(性徵)으로서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이 나타나는데 그 구조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몸 옆면의 반문과 함께 종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다만 이들 형질은 종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러한 논란은 경우에 따라 그 종의 분류학적 소속(예를 들어 과 혹은 속)을 변경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꾸리과의 형태적 분류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으로 분류돼 있다. 미꾸리 미꾸라지(이상 미꾸리속)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새코미꾸리속)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좀수수치속)등이 그들이다.<사진 참고>


이들 가운데 가장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미호종개와 관련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름종개류를 중심으로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본다.


여기서 김익수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름종개류는 대부분 몸 옆면에 여러 모양의 무늬가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도 띠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 윗 부분에는 작은 흑색 반점 하나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의 종 안에서 나타나는 변이 정도로 간주했으나 지금은 종 분류의 중요 형질로 인식되고 있다."


김박사는 또 "앞서 설명한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과 반문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기름종개 1종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름종개 줄종개 점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기름종개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의 신종(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이 밝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한국산 미꾸리과 어류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6속 16종의 미꾸리과 어류들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명은 다음과 같다. M.anguillicaudatus=미꾸리 M.mizolepis=미꾸라지 C.hankugensis=기름종개 C.lutheri=점줄종개 C.tetralineata=줄종개 C.pacipica=북방종개 I.koreensis=참종개 I.pumila=부안종개 I.choii=미호종개 I.longicorpa=왕종개 I.hugowolfeldi=남방종개 I.yongdokensis=동방종개 K.rotundicaudata=새코미꾸리 K.naktongensis=얼룩새코미꾸리 N.multifasciata=수수미꾸리 K.brevifasciata=좀수수치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이렇듯 분류의 잣대, 즉 비교 형질의 차이에 따라 각 종의 소속이 뒤바뀌고 새로운 종이 찾아지는 등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은 미호종개를 제외한 각 종별 형태적 특징의 대강이다.(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함)


가장 먼저 기름종개속<사진 참고>의 기름종개를 보면 입수염은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작은가시, 즉 안하극이 있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은 원형(혹은 원반형)이고 몸 옆면 중앙의 반점은 점이 늘어선 점열형이나 산란기의 수컷은 이 반점이 흐려지면서 띠 형태로 거의 이어지는 개체가 많다.


줄종개 역시 입수염이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이 약간 긴 원형(원반형)을 하고 있고 몸 옆면에는 두 줄의 세로띠 사이로 한 줄의 점열 반점이 가늘게 나 있다. 점줄종개는 입수염이 세 쌍이고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불규칙한 둥근형을 하고 있다. 몸 옆면에는 둥근 네모형의 반점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이 반점들이 거의 이어져 줄 무늬 형태를 한다. 꼬리자루가 비교적 높다.


북방종개도 입수염이 세 쌍, 눈 밑에 안하극이 있다. 이 종은 특히 등쪽의 작은 비늘, 몸 옆면의 작은 삼각형 무늬, 가느다란 꼬리자루 등이 미호종개와 많이 닮아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약간 긴 타원형을 하고 있어 미호종개의 긴 톱니형 골질반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 설명>기름종개속 4종의 비교
위 사진은 한국산 기름종개속 4종의 몸 색깔 유형과 골질반 모습(오른 쪽)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Cobitis hankugensis=기름종개 Cobitis tetralineata=줄종개 Cobitis pacipica=북방종개 Cobitis lutheri=점줄종개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다음은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을 보자. 참종개의 경우 주둥이가 미호종개처럼 돌출돼 있으나 끝이 둔하고 둥글다. 암수 가슴지느러미가 각기 다르게 생겨 암컷은 끝이 둥근 반면 수컷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기부에 있는 골질반이 미호종개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 하지만 참종개 수컷 골질반에는 톱니형 거치가 없다. 참종개도 세쌍의 입수염과 안하극이 있다. 몸옆면에는 폭이 좁은 삼각형 무늬가, 등쪽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부안종개는 얼핏보면 참종개와 흡사하나 몸 크기가 그보다 작고 얼룩무늬 수도 적다. 특히 부안종개는 몸 옆의 얼룩무늬와 등쪽의 얼룩무늬 사이에 반점이 없으나 참종개는 반점이 있다. 왕종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종보다 몸 크기가 커서 약 18㎝까지 자란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은 약간 긴 타원형이고 몸 옆면에는 긴 삼각형 무늬가 줄지어 있다.


남방종개는 왕종개와 흡사하게 생겼으나 몸 옆 가로무늬 점들이 왕종개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몸은 엷은 황색이며 몸 옆면에서 등쪽으로 갈색 얼룩무늬와 작은 점들이 무수히 나 있다. 동방종개는 염색체 수가 다른 기름종개류보다 두 배나 많은 4배체로서 100개를 갖고 있는 게 특이하다. 엷은 황색 바탕에 갈색 점무늬가 등과 옆면에 많이 나 있다.


끝으로 새코미꾸리는 원래 기름종개속으로 분류돼 왔으나 몸의 무늬가 확연히 달라 보다 자세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독립된 새코미꾸리속으로 분리됐다. 주둥이와 지느러미 부분이 선명한 주황색을 띤다.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의 민물고기'로 탄생

 

미호종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84년도의 일이다.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전 서원대교수,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요, 손박사가 5㎜×5㎜짜리 촘촘한 족대로 미호천 모래바닥을 훑어 미호종개의 단서가 된 시료를 처음으로 채집한 지 1년여, 김박사와 신종이란 확신을 가지고 재조사를 실시한 지 6개월여 만의 일이다.(학회에 논문이 접수된 1983년 11월 12일 기준)

 

미호천을 젖줄로 살아온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알려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그래서 손박사도 1982년 채집당시 참종개로 분류했음)가 이를 계기로 당당히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3년 5월 금강 지류인 미호천(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에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Cobitis속 어류 1종을 발견하여 이를 신종 Cobitis choii라 기록하고, 한국명으로는 미호종개로 제창한다.

 

본 신종은 미호천에서 함께 출현하는 참종개 또는 점줄종개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몸 측면의 반문이 둥글고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있는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에는 거치(鋸齒: 톱니)가 있으며 비늘의 크기는 아주 작고 꼬리쪽의 미병부가 가늘게 되어 있는 등 그 모양이 그동안 알려진 Cobitis속의 여러 종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사진1>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논문

 

<사진2>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의 특징

 

 <그림설명> 미호종개는 신종 발표 당시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으로 분류됐으나 10년 후 루마니아의 낼반트박사에 의해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으로 전입됐다. 기름종개속과 참종개속은 그림에서와 같이 몸 옆면의 무늬(반문)와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형태가 현저히 다르다.<그림=김익수박사 제공>

 

'코비티스 초이'에서 '익수키미아 초이'

 

두 학자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미호종개는 훗날 학명이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국내 학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종 발표 당시 미꾸리과 어류 중에서 기름종개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Cobitis란 속명(屬名)과 choii란 종소명(種小名)이 붙여져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기재 발표됐던 학명이 신종 발표후 10년 만인 1993년에 이르러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변경된 것이다.

 

학명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루마니아의 테오도르 낼반트(Theodor Nalbant) 박사로, 그는 처음으로 Iksookimia속을 신설하면서 김박사와 손박사가 기재 발표한 미호종개 'Cobitis choii'를 그 속에 포함시켰다.

 

낼반트박사가 Cobitis속을 대체할 새로운 속명을 지으면서 'Iksookimia'란 명칭을 붙이게 된 이유는 'Iksookim(익수김)'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김익수박사의 공적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까지 김익수박사가 관여해 신종으로 직접 발표했거나 영향을 끼친 5종의 어류(당시에는 Cobitis속이었던 종들)를 묶어 새로운 속으로 설정하면서 김박사의 업적을 기려 속명을 Iksookimia로 한 것이다.

 

낼반트박사가 Iksookimia속에 포함시킨 5종은 김박사가 직접 자신의 명의로 신종 발표한 참종개(75년) 왕종개(공동 명명자 최기철, 76년) 미호종개(공동 명명자 손영목, 84년) 부안종개(공동 명명자 이완옥, 87년) 등 4종과 낼반트박사 자신의 이름으로 신종 발표한 남방종개 등이다.

 

오늘날 Iksookimia속의 국내산 민물고기는 총 6종인데 이는 김박사가 1993년 이후 신종 발표한 동방종개(공동 명명자 박종영, 97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산 민물고기로는 러시아 아무르강의 엘라부가에서 채집된 lebedevi와 몽골 Kherlin강에서 채집된 lebedevi가 최근 Iksookimia속에 포함된 사례가 있다.(1999년 Nalbant, 2004년 Kottelat)  

 

■의의

 

낼반트박사가 1993년 Cobitis속 어류의 일부를 떼어내 Iksookimia속으로 전출시킨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직접 명명한 남방종개와 김익수박사가 신종 발표한 4종의 어류 사이에서 새로운 속을 만들 만큼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한 데 있다.

 

그는 그 공통점으로 첫째, 이들 어류의 몸 옆면 반문이 Cobitis속의 특징인 감베타(Gambetta) 반문과 다르게 나타나고 둘째,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두번째 기조 말단이 매우 뾰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3> 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위)와 참종개(아래)는 몸에 나있는 무늬와 반점에서도 비교가 된다. /자연닷컴 

 

 

 

 

 

 <사진4> 꼬리자루(미병부)의 차이

미호종개(위)는 가늘고 긴 미병부를 갖고 있는 반면 참종개의 꼬리자루는 그보다 굵은 느낌을 준다./자연닷컴

 

결국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국내 학자, 특히 김익수박사의 업적과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어류속(屬)을 신설케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데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훗날 Iksookimia속에 전입된 국내산 미꾸리과 어종들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익수박사의 '분류학적 혜안'이 국제학계로부터 공인된 셈인 것이다.

 

아울러 낼반트박사의 Iksookimia속 신설로 인해 학명이 'Cobitis choii Kim and Son'에서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뀐 미호종개는 이로써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학명'을 갖게 됐다. (학명이 Iksookimia choii로 바뀌면서 최초 명명자가 괄호로 표기된 것은 최근에 다른 명명자가 있음을 밝히는 국제학계의 관례에 따른 것임)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1872년 서양학자 헤르첸슈타인(Herzenstein)이 '돌고기'란 우리나라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학명을 붙여 국제 학계에 발표함으로써 처음으로 한국산 민물고기가 외국에 알려진 지 120여 년 만에 이뤄진 국내 학자들의 쾌거 아닌가.

 

헤르첸슈타인 보다도 30여년 앞서 돌고기를 <전어지>에 소개하고도 학명 하나 붙이지 못했던 '서유구'의 한과 당시 우리나라의 학문적 후진성을 반감시켜 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글 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

 

-(4)스승께 바친 報恩의 물고기 '崔고기'

 

 

■신종 발견의 계기  

 

1983년 3월 한국육수학회지 16권에 매우 의미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주제는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 발표자는 당시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손영목박사(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였다.

 

미호천은 충북 진천의 백곡천과 초평천 등 여러 지류와 만나 충남 연기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그 때까지만 해도 이 하천의 전수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상 조사는 손박사의 것이 최초였다.

 

손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1982년 4~9월초까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여천리 등 11개 지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호천의 민물고기는 총 8과 36속 45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고유종은 참종개를 포함해 총 15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손박사는 또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미호천의 우점종은 피라미(23.47%) 돌마자(12.54%) 붕어(11.99%) 모래무지(9.90%)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피라미가 전수역에서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한 후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버들치-갈겨니-피라미-붕어 등의 순으로 우세현상을 보이나 미호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이처럼 미호천의 정상적인 어류 분포형이 깨진 원인으로 저수지의 건설, 보(洑)의 설치 및 개간에 따르는 하천유역과 하상의 심한 파괴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논문에는 도표 <미호천의 어류상>을 통해 "미꾸리과 어류로 미꾸리 17개체, 미꾸라지 2개체, 점줄종개 81개체, 참종개 81개체가 각각 채집됐다"고 실려 있는데, 이 내용이 발표후 얼마 안가 '미호종개'라는 신종 발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종개로 분류된 표본의 일부가 추후 관찰에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종과는 전혀 새로운 종, 즉 신종임을 확신케 하는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호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호천은 흰빛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푸른 하천이었다. 이 흰빛 모래사장은 한 어류학자의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미호종개'라는 신종을 발견케 하는 단초적 역할을 했다./자연닷컴

 

■'코비티스 초이'로 신종 발표

 

이 논문이 발표되자 곧바로 손박사를 찾은 이가 있었다.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인 김익수박사로, 손박사와는 대학 동기동창인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 김박사가 손박사를 찾아간 이유는 훗날 학계에서 '비화'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일이 되었기에 고 최기철박사의 기록을 통해 들어보자.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모래가 많은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참종개 무리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박사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호천의 참종개는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손박사의 양해를 얻은 김박사는 당시 미호천서 채집된 81개체의 참종개(당시의 분류기준으로는 참종개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음)를 모두 관찰한 결과 꼬리자루가 무척 가늘고 몸 양측의 반문이 참종개와 다른 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그 자리서 손박사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연구해 신종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명은 '미호종개'로 할 것과 학명은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할 것을 말이다."

 

 

 

참종개(위)와 미호종개(아래) ./자연닷컴

 

공동연구에 들어간 손박사와 김박사는 얼마 안가 신종이라고 생각되는 종의 형태형질 인자가 참종개나 점줄종개와 같지 않다는 것과 몸 양측의 중앙부에 위치한 반문도 점줄종개나 참종개와 다르며, 꼬리자루가 유별나게 가늘고 비늘이 참종개보다 작다는 것 등을 알아냄으로써 신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두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해(1983년)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직접 현지조사를 실시해 미호종개 85개체 점줄종개 139개체 참종개 8개체를 채집, 3종이 같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코비티스 초이(Cobitis choii Kim and Son)'」가 발표됨으로써 미호종개는 비로소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다.

 

손박사의 세밀한 채집조사가 없었던들, 그리고 김박사의 학문적 의구심이 없었던들, 또한 두 박사의 서로에 대한 학문적 신뢰와 우정이 없었던들 미호종개는 어쩌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채 저홀로 멸종의 길을 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수 박사./자연닷컴

손영목 박사.자연닷컴

 

 

■스승께 바친 '보은(報恩)의 물고기'  

 

미호종개의 한국명과 학명을 붙이게 된 배경에 대해 손영목박사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국내에서 어떤 생물종을 신종 발표할 때에는 우리말 이름을 짓게 된다. 김익수박사와 공동으로 찾아낸 신종을 미호종개로 지은 것은 첫 채집장소가 미호천인 데다 당시에는 미호천에서만 발견되는 한국고유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다.

또한 신종을 발표할 때는 라틴어를 사용해 린네가 주창한 이명법(二名法)에 따라 학명을 짓게 되는데 신종 발표 당시에는 미꾸리과 중에서 기름종개속(Cobitis속)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었으므로 종소명을 'choii'로 작명해 'Cobitis choii'가 된 것이다. 여기서 'choii'는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비록 '초이'로 발음되긴 하지만 발표자인 나와 김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박사님(최:崔)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사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작명한 것이었다. 지금은 미호종개의 학명이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으로 바뀌었다."

 

고 최기철 박사는 이와 관련, 글을 통해 "신종 발표 직전 김박사와 손박사가 나를 생각해 'choii'라는 종소명을 지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요청해와 굳이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며 "고마운 일이긴 하나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미호종개는 제자들이 찾아내 스승에게 바친 보은의 물고기로,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오늘날 미호종개 하면 '崔고기' 혹은 '崔종개'란 별칭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글.사진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지구상 유일 금강.미호천 서식…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학술적 연구와 보전을 위해 약품 처리한 후 고정해 놓은 미호종개 표본./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는 멸종위기 Ⅰ급어류이자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의 종명(Iksookimia choii)을 뜻한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금강, 그중에서도 미호천을 중심으로 한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금강특산종'이자 '한국고유종'인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Iksookimia)과 종소명(種小名·choii), 명명자(命名者·Kim and Son)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는 미꾸리과의 다른 종에 비해 주둥이 앞부분이 유난히 뾰죽하고 길며 꼬리부분의 미병부가 가늘고 긴 특징이 있다. 몸 측면에는 반원 또는 세모 형태의 반점이 있고 등 쪽에는 불규칙한 얼룩무늬를 갖고 있다./자연닷컴

 

 

'익수키미아 초이'란

 

익수키미아 초이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미호종개'의 종명(種名) 'Iksookimia choii' 를 한글로 표현한 말이다. 미호종개는 1982년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 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청주 인근 미호천에서 채집하여 1984년 김익수 박사(전북대 교수)와 공동으로 신종 발표한 미꾸리과 어류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에만, 그것도 금강 수계의 청원 미호천과 공주 유구천 등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서식하는 매우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다시 말해 금강특산종이면서 한국고유종이요, 희소적 가치로는 국제적 희귀어종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총 21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學名)을 이루는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 명명자(命名者) 모두가 순전히 국내 학자의 성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어류로서 학술적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속명인 IksookimiaIksookim은 김익수박사의 이름이며, 종소명인 choii는 김익수박사와 손영목 박사가 그들의 은사이자 한국 어류학계의 거두인 고 최기철 박사(전 서울대교수)를 기리고자 그의 성(崔)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라틴어식 발음에 의해 '최'가 아닌 '초이'로 읽힌다.

 

또한 미호종개의 정식 학명은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인데, 여기에서 괄호안의 Kim and Son은 다름 아닌 최초 이름을 붙인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이니셜이다. 참종개 왕종개 가는돌고기 점몰개 동사리, 얼룩동사리, 퉁사리, 좀수수치 등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신종 발표된 다른 18종의 민물고기들과 함께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특별한 물고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쓰이고 있는 'Iksookimia choii (Kim and Son)'이란 학명을 공식화 한 이가 루마니아의 Nalbant박사란 점이다. 기름종개속 어류의 세계적 권위자인 Nalbant 박사는 1993년 처음으로 Iksookimia속(屬)을 기재 발표하면서 기존의 기름종개속(Cobitis속)으로 분류되던 미호종개(당시 종명 Cobitis choii)와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등을 Iksookimia속으로 묶었다. 뿐만 아니라 Kottelat란 학자도 최근 몽골산 기름종개속의 lebedevi Iksookimia속에 포함시켜 기록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들 어종의 대부분을 신종 발표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김익수박사의 업적에 근거한 것으로, 특히 이들 어종이 갖는 형태 및 생태·생리적인 특징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과 차이가 있음을 남보다 앞서 문제 제기했던 김 박사의 '혜안'을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국내 학자의 특별한 노력이 국제 학계로 하여금 하나의 새로운 속(屬)을 기재 발표케 한 중요한 모티브가 된 것이다. 손영목 박사와 함께 제기했던 미호종개의 분류학적 특성 또한 그러한 모티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진 설명> 미호종개의 최초 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의 미호천 팔결교 부근<사진>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이다. 타입 로컬리티란 어떤 생물 종의 모식지역으로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신종 발표시 이 곳서 채집 동정한 개체를 '모식표본·type species'이라 함)가 타 지역서 채집되는 개체와 비교 동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호천 팔결교 부근에서는 미호종개가 거의 채집되지 않는 등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의 자존심'

 

미호종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학술적, 유전자원적 혹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 물고기가 정작 국내에서 그 존재성과 가치성이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서식처 파괴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최초 채집 장소인 청원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사진 참조: 이곳은 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임)에서 조차 종적을 감추어가고 있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급어류'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재청도 미호종개의 존재가 첫 알려진 이후 20여 년만인 지난 2005년 3월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 보호에 나섰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격(死後藥方文格)이다.

 

최근엔 환경부가 주축이 돼 미호종개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완전복원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 학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망가진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이 복원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환경과 생태 시스팀을 보다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처방과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한낱 헛수고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가 지키고 가치를 높여야 할 '한국의 자존심'이 끝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상황인 것이다.

 

 

<사진설명> 몇 안 되는 미호종개 서식지 중의 한 곳인 대전 갑천의 상류지역.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하며 바닥에는 잔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다. 지난해 8월 예비 조사때 촬영한 것으로 주변에는 풀과 숲이 어우러져 있으나 이곳 역시 서식개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8개월간의 취재 여정

 

이에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밝혀내고, 나아가 이 종이 다른 미꾸리과 어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형태형질 분석과 유전자 분석(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재조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지닌 학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아울러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자 이번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8개월간 35회 걸쳐 상세보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여 동안 총 35회에 걸쳐 보도예정이며, 주요 내용으로는 한반도 민물고기의 유래 금강의 미꾸리과 어류'익수키미아 초이''의 탄생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 유전 다양성과 분자계통학적 특징 학술적·문화재적 가치 서식 현황과 환경 사라지는 이유 생식특성과 생활사 먹이특성 복원 노력과 과제 복원 성공을 위한 제언 등을 다루게 된다.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특히 미호종개의 첫 발견에서부터 학계 보고 과정, 현재의 학명이 붙여지기까지의 과정, 종 특성 등을 상세히 추적 소개함으로써 미호종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자긍심을 고취시킴은 물론 '멸종위기급어류'로서의 미호종개와 '천연기념물 454호'로서의 미호종개가 갖는 의미를 재고찰하고, 개체수 감소요인 및 멸종위기에 처한 오늘의 상황 규명을 통해 보전방안 마련을 촉구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와의 동행 취재 및 연구 분석 의뢰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생활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고 지상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복원방안 제시와 함께 종 다양성 보전 차원의 관심과 노력 제고를 촉구할 예정이다.

 

/ 김성식 충청타임즈 생태환경 전문기자2007년 04월 12일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약 8개월 동안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가 충청타임즈에 기획 보도한 자료를 '자료 제공' 차원에서 재편집해 싣습니다.

지금은 미호종개를 둘러싼 상황이 이 기사 보도할 때와는 매우 달라졌음을 감안해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미호종개 보호 노력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미호종개의 주요 서식지인 부여·청양의 지천 일부 수역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해당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정 예고 30일 뒤면 '부여·청양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호종개는 문화재보호법상의 천연기념물(454호)과 야생동식물보호법상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로 지정 보호돼 왔다. 따라서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호종개는 3중의 법적 보호를 받는 '귀한 몸'이 된다. 종(種)은 종대로, 서식지는 서식지대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의 이면에는 미호종개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죽이나 다급한 신세가 됐으면 2중으로도 모자라 3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는가라는 점이다.

 

미호종개는 지구상에 한반도에만, 그것도 유독 금강 수계에만 사는 미꾸리과 어류다. 한국고유종이면서 금강특산종이요, 분포상으로는 지도 위에 점 몇 개로 표시될 만큼 극히 제한된 수역에만 사는 국제급 희귀어종이다. 그런 귀중한 유전자원이 오늘날엔 개체수마저 크게 줄어들어 희소종 중의 희소종이 돼 버렸다.

 

미호종개가 처음부터 보기 드문  물고기는 아니었다.

특히 미호종개란 이름을 낳은 미호천에서는 오히려 '흔한 물고기'였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름철 장마만 지면 미호천변의 실개천과 논 물꼬에 지천으로 모여들던 물고기가 미호종개였다.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한 손영목(전 서원대교수)·김익수박사(전북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1983년 채집 당시 한 차례에 평균 20여 마리가 잡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모래 채취와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지금은 절종직전에 와 있는 딱한 신세가 됐다.

 

서식지도 급감해 과거 20여 곳에서 불과 5~6곳으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 신종 발표 당시의 원기재 지역으로 지금의 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 부근에 해담됨)에서도 사실상 절종 상태에 처한 '옛 물고기'가 됐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미호종개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하면서 타입 로컬리티를 포함시키지 않고 부여·

 

 

청양의 지천을 보호구역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금강 수계에 대한 미호종개 서식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미호천에는 보호할 만한 서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집단 서식지가 발견된 백곡저수지 상류부도 자연형 하천이 아니어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천은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인 흰수마자도 함께 서식하고 있어 보호구역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타입 로컬리티가 위치해 있는 충북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입장이 못된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마저 지키지 못한 처지도 있고 게다가 금강 수계내 최다 서식지인 백곡저수지 상류부마저도 현 상태대로의 보호는 커녕 삽질을 가한다는 입장이니 입이 열 개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학계에 보고된 미호종개의 타입표본(Holotype 홀로타입: 신종 발표시 기준으로 삼은 표본)은 현재 전북대 자연과학대 생물학과가 수장중인 4854번의 표본이다.

이 홀로타입이 채집된 타입 로컬리티가 '미호종개의 옛 서식지'로 남을,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에 와 있음을 먼저 부끄러워 해야 한다.

미호종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량한 물고기 중의 하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