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음은 참 간사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지긋지긋한 비에 넌더리 내더니만 반짝해진 햇볕에 언제 그랬냐며 희색을 띤다.
이번의 '줄 비'가 오기 전엔 어땠나.

 "무슨 놈의 날이 이렇게 더워"하며 짜증들 내더니만 갑작스런 겹장마와 함께 기온마저 떨어지니까 언제 그랬냐며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둥 호들갑 떨지 않았는가.

어디 그 뿐인가. 알곡이 채 영글지도 않았었는데 전례없는 대풍이니 해가며 선이자 갚듯 이구동성 떠들지 않았는가.  

우리 주변엔 요즘 악몽 꾸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날씨 대란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이다. 아니 피해 정도를 넘어서 재앙을 입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 가운데엔 한 철 벌어 1년 먹고 사는 사람들, 예를 들어 피서대목에 잔뜩 기대 걸고 없는 돈 투자했다가 되레 거덜난 사람도 있고, 몇 년만에 공사 하나 맡았다가 공기(工期)를 못 맞춰 졸지에 빚더미에 오른 이도 있다.

출하 직전의 과일들이 자고 나면 온 밭 가득 떨어져 수확을 포기한 채 망연자실한 사람, 고추는 익어 따야겠는데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밭고랑도 못들어가고 줄담배만 태우다 한 해 농사 망친 사람, 집앞 비닐하우스가 돌풍에 휘말려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하늘로 치솟아도 손 하나 대지 못하고 기절초풍한 사람 등등 피해도,사연도 갖가지다.
가슴에 한이 맺히면 피멍이 든다고,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 채 메마른 눈물 한숨으로 달래며 속으로 분을 삭히는 그들이다.
큰 지진이 나 집이 무너지고 태풍으로 강물이 넘쳐나 소,돼지 떠내려가야만 재앙이고 천재인가. 크든 작든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빚어진 피해라면, 아니 적어도 사람 손으론 어쩔 도리가 없는 피해라면 당연코 재해요 재앙이 아닌가. 그들이라고 일부러 피해를 입고 싶었겠는가.

그건 아니다.

뭔가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됐다.

그들이 새까맣게 탄 가슴을 한숨으로 달랠 때 정부는 뭘 하고 지자체는 뭘했나. 정부 일 하고 지자체 일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엔 비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었나.
기상청은 뭘하는 덴가. 비가 몇날 며칠이고 줄창 내릴 때 사람들마다 하던 말이 있다. "도대체 이 비가 언제 끝난답니까. 비가 온다고만 할 뿐 언제쯤 끝날 것 같다는 예보 하나 없으니 원…."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정부는 얼마 전 일기예보의 선진화란 명목으로 엄청난 돈 들여 최신기기를 도입하고 인적 시스팀도 새롭게 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 것을.

그러나 그 자랑 이후 기상청의 덕을 봤다는 이가 있었는가. 오히려 오보가 많아지진 않았는가.            

필자는 이번 기상이변을 '대재앙'이라 부르고 싶다.

온갖 분야에 가시적인 피해가 큰 것도 큰 것이지만, 이번 기상이변의 가장 큰 위력은 사람들의 인식을 일거에 뒤바꿔놓았다는 점이다.

'날씨가 이럴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과 혼돈이 그동안 각인돼 온 우리나라 기상 인식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한반도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가고 있다는 주장이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믿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상이변으로 많은 이들이 생각을 바꿨다.
안 바뀐 건 정부요 지자체다.

이번 날씨대란이 있을 때 최소한의 노력은 보였어야 했다. 어느 지역에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 정도는 어떤지 파악하고 방안마련에 나섰어야 한다.

당시 시간이 없었다면 햇볕이 난 직후, 아니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지역 머슴이라 자칭하던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다 뭐하는가.

대선주자들은 자신들의 '큰꿈'만 생각지 말고 민초들의 '작은꿈'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엄청난 걸 바라는가.

작은 관심과 위로의 말 한 마디면 죽다가도 살아날 사람들이다.

추석은 코앞인데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 그들은 가을 걱정, 수확 걱정이 아니라 벌써부터 추운 겨울 생각하며 긴 한숨 내쉬고 있다.

남들 다 반기는 이 가을하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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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조상들은 농사철 비가오면 으레 하는 일이 있었다. 물꼬를 보는 일이었다.
곡식이 영글 무렵엔 더욱 더 그랬다. 행여 그 무렵에 비가 자주 오면 아예 그 옆에서 살았다.

그래서 '하지를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잔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벼농사가 모든 농사를 대변하던 시절 그야말로 벼 농사의 흥과 망은 민초들의 생과 사를 가르는 문제였다.
햇 과일이 막 나오고 벼가 알곡을 머금기 시작하는 유두날이 되면 충청도, 특히 충북지역에선 물꼬고사까지 지냈다. 부침개에 갓 나온 과일들을 물꼬에 차려놓고 정성껏 풍년을 기원하던 게 물꼬고사다.
법 없이도 살아가던 그 옛날 이웃사촌, 아니 친 사촌끼리도 걸핏하면 말다툼 하게 한 것이 물꼬다.

평소엔 그 쪽 없인 못산다고 할 만큼 마냥 친하다가도 어느 한 쪽이 물꼬를 잘못 막았든지 잘못 튼 경우엔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삿대질에다 멱살잡이 하기가 일쑤였다. 그렇다고 서로 원수가 될 정도로 싸웠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간에 서운한 감정을 곧잘 내비치게 했던 게 바로 물꼬다.
물꼬싸움은 우리네만 있었던 게 아니다. 양(洋)의 저 편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라이벌(rival)'의 어원이 바로 그를 입증한다.
라이벌은 강을 뜻하는 '리버(river)'에서 온 말로 본래 '강가에 사는 사람'을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이편 저편 사람들이 강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서로 옥신각신하게 됐고 또 그런 일을 자주 벌이다 보니 경쟁상대인 라이벌이 됐다. 모든 일의 합리성을 중시하던 그들이지만, 물의 방향을 이리 틀고 저리 트는 데엔 잦은 시비가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서양에서도 라이벌을 완전한 적대관계(enemy)가 아닌, 선의의 경쟁관계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아 물꼬싸움을 그리 흉한 싸움으로는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한반도엔 온통 비 얘기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내리부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비 얘기다. 농촌 역시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농민 모두가 물꼬 옆에 붙어살아야 할 판이다. 예부터 가을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고 했듯이 요즘 내리는 비는 농사에 도움은 커녕 잘된 농사마저 망쳐버리는 쓸데 없는 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을 너무 통속적으로 폄하하는 인간 이기주의적 표현인지는 몰라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그저 한숨으로 달래고 있는 농민들이 너무 안쓰러워 하는 말이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몇날 며칠이고 무한정 내리다가 좀 뜸하다 싶으면 이내 또다시 내리붓는 요즘 비에 모두들 넌더리가 나 있다. 그래서인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데도 물꼬 보러가는 농부를 도통 볼 수가 없다.
농법이 바뀌고 물에 대한 관념도 변하고 물꼬의 기능이 변한 탓일까. 아니면 쌀값도 싼데 그까짓 벼 농사 쯤이야 하는 것일까.
물을 중시하던 시절의 물꼬란 그것을 제때 트고 막는 기술이 곧 농사의 큰 비결이었는데 지금의 농심은 그게 아니다. 그만큼 세상은 변해 있다.

 

계속되는 비 예보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한쪽에선 '강물 가지고 장난(?) 말라' 야단이다.
다름 아닌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부대운하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수중시위가 충북땅 달천강에서 시작된 것이다. 환경련 회원들이 주축이된 시위대는 "경부운하 건설 계획은 그 자체가 백두대간을 두동강내는 반생태적 발상"이라며 "공약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배수의 진을 치고 온몸으로 저지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꼭 상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지리·지정학상 백두대간과 그를 중심으로 나뉘어진 물길은 온 국토, 온 국민, 온 생태계를 아우르는
생명줄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특히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 남쪽으로 서로 갈라져 흐르는 우리나라의 강 수계는 이른바 서한 아지역과 동북한 아지역, 남한 아지역이라는 세 개의 독특한 민물고기 분포구계를 구성하고 있다.
한강의 어류상이 양양 남대천과 다르고 낙동강과 다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중 필요한 물줄기를 이어 운하로 이용한다 하니 한반도 생태계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부터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는 산을 다스리는 치산(治山)과 함께 나라 운영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 치수를 경국지대도(經國之大道)라 하여 국가운영의 제일과제로 삼고 각 시대마다 나랏님들이 물 다스리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비록 나랏님 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소중히 물을 다뤄왔다. 그를 대변하는 게 바로 물꼬다.
민초들은 물꼬를 잘 못 다루면 이웃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한해 농사를 그르쳤기에 신중히 다루었고, 나랏님들은 물을 잘못 다스리면 대재앙이 올 것을 우려해 더욱더 치수에 만전을 기했다.
물꼬는 다름 아닌 '물의 시작이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잘 못 틀어도 시비거리요 잘 틀어도 아전인수(我田引水)란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하늘에선 줄곧 빗물을 퍼붓고 항간에선 강과 관련된 '말'들이 무성한 요즘.

우리 조상들이 어떤 방법으로 슬기롭게 물꼬를 틀고 치수 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때인 것 같다.

뱁새가 전하는 말 서른여덟번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우리 민족은 예부터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고 할 만큼 소나무와 매우 가깝게 지내왔다.

그래서 우리 문화를 소위 소나무 문화라고도 한다.

소나무는 항상 푸르름을 잃지 않는 데다 줄기가 잘려져 나가도 옆에 잔가지를 뻗지 않는 특성 때문에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또한 소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洞神)이나 수호신으로서, 또는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의 상징이자 부부간의 백년해로를 뜻하는 음양수(陰陽樹)로서, 혹은 풍류를 대변하는 매개자로서 세세천년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뿌리깊이 내려왔다.

 


소나무의 어원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솔(수리>술>솔)과 나무가 합쳐진 말로서 '나무 중의 으뜸'을 의미한다.

한자어의 松 역시 木과 公이 합쳐져 '모든 나무의 윗자리에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소나무를 나무 중의 으뜸으로 여긴 사실은 실제 기록으로도 전해진다.

즉, 고려 현종은 즉위 4년(1013년)에 '때를 어겨 나무를 벤다는 것은 효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모든 나무의 장인데 근래 백성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소나무를 많이 벤다하니 차후부터는 이유 없이 소나무를 베는 것을 엄격히 금한다"는 칙령을 내린 바 있다.

 나라가 직접 나서 소나무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신라시대 때부터이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금산(禁山)과 봉산(封山) 정책으로 소나무를 적극 보호했다.

 소나무가 우리 나라에 특히 많은 이유는 소나무가 잘 자라는 화강암과 화강편마암 지역이 한반도 내에 폭넓게 분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나무도 해를 거듭할수록 사라져 가고 있다.

소나무가 사라지는 가장 큰 요인은 솔잎혹파리에 이은 재선충병과 피목가지마름 등 각종 병해충의 확산과 대기오염의 심화이다.

또한 예전처럼 적극적인 인공식재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낙엽을 채취하지 않는데 따른 토양의 비옥화로 점차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일제가 민족정기를 없앤다 하여 산허리를 싹둑 잘라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리기다소나무에 솔잎혹파리를 잔뜩 묻혀 들여와 온 산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억울한 판인데, 이제는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에 피목가지마름병이라는 해괴망측한 병해충까지 들끓고 그것도 모자라 대기오염은 갈수록 태산이니 소나무로선 최대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요즘엔 산에서 야생 소나무를 몰래 캐다 파는 신종 도둑들이 이곳저곳에서 활개를 친다하니 기가 찰 노릇이지 않은가..

지구 온난화 혹은 이로 인한 한반도 기후의 변화(아열대화)란 말만 나오면 아예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는 백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못을 박아대기까지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산허리 중턱이나 마을 어귀 한자락에 자리잡고 서 있는 멋진 소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활엽수와의 살아남기 경쟁 등 앞서 얘기한 여러 이유로 점점 더 살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신세이긴 하나 여전히 그 꿋꿋함을 잃지 않고 '한반도의 풍류와 기개'를 대변하고 있는 모습에서 가슴 속이 뭉클할 정도로  장한 느낌을 받는다.

제 멋대로 뻗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구석 어색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자연스런 가지뼏음이 여간 멋진 게 아니다.

그 어느 분재 기술자가 저렇게 멋들어진 아름다움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어떨 땐 그런 모습에 매료돼 차를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한참을 바라다보곤 한다.

 


우리나라를 더욱 우리나라답게 하고 한국인을 더욱 한국인스럽게 만들어준 소나무.

나는 가끔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소나무가 없었으면 어떠했을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한국화의 인상이 전혀 달라졌을 것은 분명한 일이고 아마도 추사의 세한도도 탄생하지 않았거나 그림 속 화재가 동구 밖에 홀로 서 있는 어느 느티나무로 대치되지 않았을까?

물론 애국가 속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도 없었을 테고...


유구한 역사를 지켜 오면서 한국인의 가슴에 ‘바람서리 불변하는 기상’을 상징적으로 간직하게 해 온 소나무.

그 소나무가 지금 위기에 놓여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그깟 샛바람에 떨어서야 되겠느냐며 우리들로 하여금 자유의 마당으로 내달리게 하던 그 소나무가 말이다....

 지금 농촌은 (芒種)이다


 옛말에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말이 있다.

또 '발등에 오줌 싼다'는 말도 있고 '별 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는 말도 있다.

모두 망종(芒種) 절기 때 나온 말이다.

망종 때 오죽 바빴으면 부엌에서 불 때던 부지깽이까지 나서서 사람 일손을 돕고, 일 하다가 바지춤을 내리기도 전에 발등에 오줌을 쌌을까.

가뜩이나 짧은 밤 제대로 잠 한숨 못 자고 별 떠 있을 때 일터에 나가 또 다시 별이 떠야 집으로 돌아오는 심정은 또 어떻고….

 

망종은 가시래기 망(芒) 자와 씨 종(種) 자가 합해서 이뤄진 말이니, 말 그대로 가시래기(까끄라기)가 있는 종자를 거둬들이는 철, 즉  보리 수확철을 일컫는다.

예전 경운기는 물론 트랙터도 없이 모든 일을 소나 사람 손으로 해야 했을 땐 보리 수확기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보리의 특성상 제 때 베지 않으면 대공이 쓰러져 손실이 많고 수확하기도 쉽지 않다. 또 보리를 얼른 베어내야 이모작으로 모내기도 하고 콩과 같은 다른 작물들도 심게 된다.

농사란 게 시기를 놓치면 모두가 폐농하게 되니 잠시도 헛눈을 팔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베어낸 보리는 일일이 손으로 타작을 해야만 했으니 일이 끝이 없었다.

볼 일 보고 뭐 볼 시간도 없다는 말은 이런 때를 두고 한 말이다.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고, 내 일 하다보면 남의 일 해야 하는 품앗이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끊임없이 이어져 일손 멈추는 것을 잊는다고 芒種을 다른 말로 亡終이라고도 했다.

끝을 잊었다는 얘기다.

 <사진설명> 농촌을 지키고 있는 우리네 어머니들이 산골다랑이 논에 늦모내기를 하고 있는 장면. 6월 3일 전북 무주 내도리 입구에서>

 

작가 이문구의 동시 「오뉴월」은 망종 때의 바쁜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주네."

집이야 어찌 됐든 일부터 해야하니까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제 일을 하다가 저녁 늦게서야 만나는 농촌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릴 적 농촌에서 자란 40대 이후의 사람들은 이러한 정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늦잠 자고 일어나면 엄마 아빠는 보이지 않고 방 한 구석에 차려진 초라한 밥상을 혼자서 대해야 했던 그 시절.

집에서만 놀기가 따분해 엄마 아빠가 있는 일터를 찾아가면 바쁜데 왜 찾아와 귀찮게 하느냐고 면박 아닌 면박을 받았던 기억과 함께….

바쁠 땐 있는 집 애들이나 없는 집 애들이나 다 같이 찬밥 신세였으니 끼리끼리 모여 해 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게 하루 일과였다.

소꿉놀이에 풀장난 흙장난 하다보면 옷은 옷대로 얼굴은 얼굴대로 온통 시커멓게 돼 까마귀 새끼나 진배없었다.

 

예전의 그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망종 절기가 돌아왔다.

현충일인 6일이 망종이니 이 날부터 하지(22일) 전까지가 이른바 망종 절기다.

망종 절기를 맞은 농촌은 지금 무척 바쁘다.

예전처럼 보리 농사를 많이 짓지 않는 데다 농사일도 트랙터나 이앙기 같은 농기계가 대신 하니 발등에 오줌 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바쁜 철임엔 틀림없다.

모내기를 아직 못한 곳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모를 낸 곳도 제초제 뿌리랴 비료 주랴 밭작물 손보랴 하루해가 짧다.

담배나 고추 농사 짓는 농가는 더없이 바쁘다.

담배의 경우 제 때에 잎을 따야 빛깔이 잘 나고 고추는 장마철 오기 전에 말목 박아 탄탄히 해놔야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잘 견뎌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이 참에 한번쯤 고향에 들러 일에 지친 꼬부랑 노인네들을 위로해 드리는 것이 도리인 듯 싶다.

명절 때만 찾아갈 것이 아니라 부지깽이 도움이라도 받고 싶은 요즘 고향을 찾아 함께 농약 치고 고추 말목 하나라도 박는 게 더 큰 보람이 있으리라.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그들을 도와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농촌에 들러 '망종'이란 말이 왜 생겨났는지, 그 유래와 의미도 일러줘 가면서 말이다.

151>진도개

152>삽살개

153>풍산개

154>제주개

155>3

156>2

157>1

158>1

159>2

160>굼벵이

161>지렁이

162>메뚜기

163>송충이

164>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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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X

206>O

207>4

208>3

209>3

210>5천배인 7백50리터

211>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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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퀴즈 1~150번 정답  (0) 2007.05.26

 두 번째 퀴즈 문제입니다. 참고하세요.

 

151>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로 1938년 일본인 모리가 자기네의 아끼다 견과 비슷한 개가 한국에도 있음을 알고 조선총독부에 건의해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한 토종개의 이름은 (    )

 

152> 우리나라 경북지역, 특히 경주지역의 토종개로 현재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으며 통일신라때 김유신장군이 군견으로 이용했다는 개의 이름은(      )

 

153> 북한의 함경남도 지역에서 주로 길러져 내려온 개로 성품이 용맹하고 인내력이 강해 예부터 호랑이와 같은 맹수사냥에 이용됐던 토종개의 이름은(    )

 

154> 제주도 특산으로 겉으로 보아서는 진돗개와 흡사하나 이마가 넓고 툭 튀어나온 것이 특징인 이 개의 이름은(     )

 

155> 개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 옳게 설명하지 못한 것은

1)개는 후각이 매우 발달해 이틀전쯤에 지나간 짐승의 흔적도 알아낼 수 있다

2)개는 청각이 발달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거리의 4~16배나 먼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3)개는 시각도 발달해 사람처럼 모든 색깔을 식별할 수 있다

4)개는 집을 찾아오는 귀가능력도 뛰어나다


156> 환경지표생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하등식물은

1)버섯 2)이끼 3)고사리 4)쇠뜨기

 

157> 이끼류가 환경지표생물로 이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1)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공기오염, 특히 이산화황에 대한 내성이 극히 적기 때문

2)수질오염에 특히 약하기 때문

3)농약성분에 특히 약하기 때문

4)추위에 특히 약하기 때문

 

158>이끼에 대한 설명이다. 가장 올바른 것은

1)여느 식물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번갈아 가며 한다

2)뿌리와 줄기, 잎이 뚜렷이 구분된다

3)유성생식만 한다

4)무성생식만 한다

 

159> 이끼류가 일반 식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1)유성생식을 전혀 못한다

2)줄기와 뿌리, 잎의 구분이 뚜려하지 않고 그 역할도 세분화되지 않았다

3)생명력이 약하다

4)환경오염에 무척 강하다


160> 매미의 애벌레로서 땅속이나 썩은 나무 혹은 낙엽더미 등지에 사는 생물의 이름은 □□□ 

 

161> 예부터 토룡(土龍)이라 하여 몸의 보신재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땅을 기름지게 하는 땅속생물은□□□ 

 

162> 벼를 갉아먹기 때문에 일종의 해충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예전엔 이것을 잡아 볶아먹기도 했던 곤충의 이름은 □□□ 

 

163> 소나무의 가장 큰 해충으로 예전엔 무척 흔했으나 요즘은 보기 드물어진 이 나방의 애벌레 이름은 □□□

 

164> 우리나라의 속담속에 <이것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위생해충의 이름은 □□

 

 날씨 기상과 관련된 OX 퀴즈)


165> 우리나라의 이십사절기 가운데 백로(白露)는 날씨가 추워져 이슬이 하얗게 된다는 뜻이다( )

 

166>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날이 되면 단풍놀이를 즐기며 시를 읊고 가무를 즐겼다고 전한다. 여기서의 이 날은 음력 9월9일을 뜻하는데 한자로 중추절이라 한다( )

 

167> 매년 제비가 돌아오기 시작하는 시기는 음력 3월 3일, 즉 삼짇날을 전후한 시기이다( )

 

168> 우리나라에서는 비구름이 서쪽으로부터 들어오기 시작한다( )

 

169> 안개는 구름 낀 날보다 맑은 날 아침에 더 자주 내린다( )

 

170> 옛날 조상들은 그해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이는 눈으로 인한 보온효과 및 겨울가뭄과 관련이 있다( )

 

171> 최근들어 여름철에 폭우가 자주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있다( )

 

172> 일반적으로 바닷가의 기온이 내륙보다 높은 것은 해류의 영향 때문이다( )

 

173> 무지개는 해가 없어도 뜰 수 있다( )

 

174> 태풍은 우리나라에만 불어온다( )

 

175> 태풍은 열대성 고기압이다( )

 

176> 광화학 스모그는 바람이 없고 햇빛이 강한 조건에서 더 잘 일어난다( )

 

물과 관련된 OX 퀴즈)

 

177> 우리나라의 물 부족 현상은 비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데에도 관련이 있다( )

 

178> 오늘날 물은 무한자원에 속한다( )

 

179>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를 빙점이라고 한다( )

 

180> 이 지구상의 동식물은 70~80%가 물로 구성돼 있다( )

 

181> 사람의 몸에서 물이 12%만 부족해도 사망할 수 있다( )

 

182> 사람이 혼수상태에 이르는 것은 체내에 물이 5% 이상 부족할 때이다( )

 

183> 우리나라는 아직 물부족 국가에 속하지 않는다( )

 

184> 인류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물가에 자리하고 있다( )

 

185> 지구상의 물은 바다보다 땅위에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 )

 

186> 바다 가운데 물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은 대서양이다( )

 

187> 바닷물의 무게는 지구 전체 무게의 약 7%에 해당된다( )

 

188>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아시아주에 있는 카스피해인데 그 면적이 무려 남한 면적의 약 4.5배에 이른다( )

 

189> 한반도에서 가장 큰 자연 호수는 북한 함남에 있는 광포이다( )

 

190> 한반도에서 가장 큰 자연호수는 백두산 천지에 있는 천지이다( )-앞 문제와 별도로 이용할 것

 

191>우리나라의 5대강을 크기별(유역면적)로 나열하면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이다( )

 

192> 우리나라에는 땅위의 지표수보다 땅밑의 지하수가 더 많이 존재한다( )

 

193> 우리나라의 상수도(수돗물)보급률은 현재 80%를 넘어서고 있다( )

 

194>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현재 지하수 보다 지표수가 더 많이 이용된다( )

 

195> 수돗물을 다시 처리하여 재활용하는 것을 중수도라 한다( )

 

196> 우리나라의 생수 가격은 현재 휘발유보다 더 싸다( )

 

197> 최근 건설되는 우리나라의 인공댐은 대부분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

 

198>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각 가정에서 물을 절약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

 

199> 전 세계인구의 40% 이상이 현재 물 부족을 겪고 있다( )

 

200> 전 세계적으로 물 사정은 앞으로 좋아질 전망이다( )

 

201>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인데 이는 지난 1992년 제 47차 유엔총회에서 지정선포하였다( )

 

202> 우리나라는 본래 7월 1일이 물의 날이었으나 95년의 대가뭄을 계기로 세계 물의 날인 3월 22일에 맞춰 물과 관련된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

 

203> 김제에 벽골제를 축조한 시대는 통일신라시대이다( )

 

204> 측우기를 발명한 시기는 조선 세종때이다( )

 

205> 우리나라에서 인공댐을 처음으로 축조한 시기는 해방 이후이다( )

 

206>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역설한 사람은 그리스의 탈레스이다( )

 

단답식 문제

 

207> 민물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

1)지하수 2)호수나 늪 3)강 4)빙산, 빙하

 

208> 5대륙 가운데 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은( )

1)아시아주 2)북미주 3)아프리카주 4)오세아니아주

 

209> 물과 관련된 다음 설명 중 적절치 못한 것은( )

1)지구상의 물은 수증기 얼음 안개 구름 눈 비 등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끊임없이 순환한다

2)물은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3)빗물은 한번 증발되면 다시는 땅위로 내려오지 않는다

4)빗물의 일부는당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210> 다음은 각종 물질로 오염된 물을 되살리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나열한 것이다.

․된장국 한그릇-7천50배인 1천4백10리터

․소주  한병-1만5천배인 5천1백리터

․우유 한컵-1만5천배인 3천리터


그렇다면 라면국물 한 컵을 버리면 얼마 만큼의 물이 있어야 그 물을 되살릴 수 있을지 각자의 생각을 적어 보아라(        배인       리터)

 

211> 옛날 우리나라의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고구려 보장왕 때 평양에 붉은 눈이 내리는 등 심심찮게 붉은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학자들은 이를 중국으로부터 날아온 황토흙 입자 때문이었다고 설명 하는데 오늘날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만일 오늘날 겨울철에 붉은 눈이 내렸다면 가장 의심이 가는 징후는 황토흙 입자 외에 무엇의 영향일 것이이라고 생각하는가 (          ) 

 

<정답은 다른 카테고리 '생태 환경퀴즈 정답 (2)'에 있습니다>

<뱁새가 전하는 말... 서른여섯번째> 

 

밤꽃은 보면 볼수록 희한한 생각이 든다.

암꽃은 마치 성게 새끼처럼 생겨 앙증맞고 수꽃은 여우 꼬리처럼 생겨 별쭝스럽다.

어디 그 뿐인가.

수꽃에서 진하게 풍겨 나오는 꽃향기는 마치 사람의 정액 냄새와 흡사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래서 생겨난 게 '6월 밤나무골 과부 몸부림치듯 한다'느니 '과부는 유난히 밤나무골을 좋아한다'느니 하는 쓰잘 데 없는 말들인 지는 몰라도, 정녕 그 냄새를 맡아보면 왜 그런 말들이 생겨나게 됐는지 절로 이해가 갈 만큼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밤꽃이 만발한 숲을 애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을 성취한다는 속설도 있고 보면 혹시 밤꽃 향기에 여자의 정을 북돋는 독특한 물질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위: 밤나무의 암꽃> 

 <아래: 밤나무의 숫꽃>

 

이 같은 생각은 비록 필자만 하는 건 아닌 듯 싶다.

많은 시인들이 밤꽃을 사랑과 연관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 이덕이란 시인은 「밤꽃 필 무렵」이란 시에서 이같이 표현하고 있다.

『밤꽃 냄새 알면/ 처녀가 아니라고 했네/ 동네 과부는/ 바람 타고/ 이름을 바꾼다고 했네…』

밤꽃 냄새를 알면 그건 이미 알건 다 알고 해볼 건 다 해본 상태란 얘기다.

김광규란 시인은 또 「오뉴월」이란 시에서 『…승부와 관계없이/ 산개구리 울어대는 뒷산으로/ 암내 난 고양이 밤새껏 쏘다니고/ 밤나무꽃 짙은 향내가/ 동정의 열기를 뿜어냅니다…』라고 했다.

첫 몽정(夢精)한 소년 하나가 그것이 부끄러워 이내 밤나무 밑으로 달아났으나 (자신의 몸에서 나온 정액냄새 같은) 밤나무꽃의 축축한 내음이 온 동네에 퍼져있으니 이미 소문이 난 게 아닌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밤꽃만 별난 게 아니다.

밤나무의 종자인 밤에서 어린 싹이 돋아날 때도 다른 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별쭝스러움이 있다. 즉, 참나무나 소나무 같은 대부분의 나무들은 열매나 씨에서 싹이 트면 그 껍데기가 새싹 머리에 붙어 땅위로 올라오거나 묘목뿌리에 얼마간 붙어있다 썩어 없어지는데 비해 밤 껍데기는 묘목뿌리에 붙은 채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런 까닭에 밤나무는 근본을 잊지 않는 '효도나무'라 하여 예부터 조상의 위패(位牌)를 만들 때 흔히 밤나무를 써왔다.

다시 말해 밤나무는 조상 숭배의 얼이 담긴 나무인 것이다.

「연감유함」이란 책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도 밤(산밤)과 관련 있는데, 눈앞의 이익만을 좇거나 간사한 꾀로 남을 농락함을 꼬집은 유명한 고사다.

밤은 또 우리 민족에게 있어 다산과 부귀를 가져다주는 과실로 여겨져 제삿상이나 혼례상에 반드시 올려진 귀중한 제과(祭果)다.

 

바야흐로 밤나무가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시골 마을 어귀나 산자락마다엔 화제의 그 밤나무 수꽃들이 이제 막 꼬리를 내밀고 묘한 냄새 풍길 채비를 차리고 있다.

벌써부터 암내난 고양이 이 시기를 놓칠 새라 이리저리 야옹거리고, 꿀 찾아 날아든 벌 나비도 여기저기 어지럽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특히 올여름에 정녕 사랑을 성사시키고 싶은 연인들이여.

자연이 마련한 '사랑의 계절' 6월이 왔으니 다음주쯤 어디 가까운 밤나무 숲을 찾아 단둘이 거닐어보면 어떨는지...

또한 부부애가 조금쯤은 식었다 싶은 사람들도 더 큰 사랑을 다지는 계기로 밤나무 숲을 한번쯤 찾아보면 어떨는지...

어~ 하다보면 금새가는 게 시간이요 생태계의 이치이니 지금 당장 스케줄 잡아놓고 사랑하는 그이에게 시간 비우라는 통보를 하는 게 좋을성 싶은데...

 

성게와 여우꼬리 같이 생긴 밤꽃이 이내 폈다 지기 전에… 

 

 '흰쥐가 사람 손에 의해 감쪽같이 검은쥐로 둔갑한다.

 비단 털색깔 뿐만이 아니라 피부와 눈동자 색깔까지도 여느 쥐와 마찬가지로 검은빛을 띠게 된다.

그것도 일주일 이상 혹은 한달 이상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게 아니고 단 5~6일이면 모든 생화학 과정이 끝나 언제 흰색을 띠었었나 의아해 할 정도로 빠른 둔갑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흰쥐를 사람 손으로 감쪽같이 검은쥐로 둔갑시키는 '전자 수리술(修理術)'이 몇 해 전 재미 한국인 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성공돼 세계인의 이목을 끈 바 있다.

당시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토머스 제퍼슨대 피부생물학과 부교수인 윤경근박사로, 그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발표된 연구보고서에서 유전자 변이를 고치는 유전자 수리기술을 응용해 하얗게 변한 여러 마리의 쥐를 원래의 검은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윤박사는 검은쥐의 몸 전체가 흰색으로 변하게 된 것은 피부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색소인자인 멜라닌 생산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 유전자 결함(변이)을 수리해 주면 다시 멜라닌이 만들어져 흰쥐가 원래의 검은쥐로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박사는 또 변이된 유전자를 정상인 유전자로 수리하는 기술은 DNA의 이상을 발견하고 수리하는 인체의 자연적 DNA 수리기능을 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가 수리돼 다시 정상적인 멜라닌이 만들어지기까지 생화학 과정이 진행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5~6일 정도라며 일단 수리된 유전자는 영구히 보존돼 유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는 윤박사가 성공한 유전자 수리 기술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유발되는 각종 유전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 동안 흰쥐를 비롯해 흰토끼, 흰사슴, 흰참새, 흰까치, 흰뱀(백사)은 물론 '흰사람'인 백자(白子)까지도 학계에서는 '알비노(Albino) 현상'으로 이해해 왔다.

 알비노란 동물의 피부나 모발, 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유전성 질환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백화현상(白化現象)이라 불러왔다.

 하지만 이 알비노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이 크게 달랐다.

 즉, 서양문화권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동물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인 반면 우리 나라와 중국 등 동양문화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신비 그 자체로 받아들여 일종의 경외심 마저 나타냈다.

 예를 들어 흰까치나 흰사슴이 나타나면 나라가 잘될 길조로 여겨 온 나라가 떠들썩했으며 백사를 잡으면 "그 사람 횡재했다"며 야단이었다.

 이러한 신비관은 그들 생물이 우리 주변에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희귀 동물이란 점에 바탕을 두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적인 신비관은 서양문화인 알비노 이론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차츰 희박해져 고래(古來)로부터 '영약 중의 영약'으로 쳐온 백사마저도 요즘에 와서는 그 약효의 진가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였다.

따라서 윤박사의 유전자 수리 기술 실험성공은 의학계로서는 유전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진일보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그 동안 백사의 약효를 과신해온 백사 신봉자들(?)에겐 그야말로 자신들의 신비 대상을 일순간에 허물어트리는 '된서리'로 밖에 들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윤박사의 실험으로 백사를 포함한 모든 흰 변이개체가 자연계의 신비이기 보다는 유전자 수리에 의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유전질환임이 보다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사나흘 전 충북 진천에서 흰까치가 출현했다.

예전 같으면 길조가 나타났으니 나라가 잘 될징조라고 여겨 난리법석을 떨었을 테지만 새충청일보 등 지방 신문을 비롯한 몇몇 언론에만 보도됐을 뿐 그리 요란스럽진 않았다.

자고 나면 하도 요상스럽고  깜짝깜짝 놀랄 일들이 수두룩하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그만큼 무감각해졌는지 아니면 그까짓 알비노 생물 하나 가지고 떠들어댈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인지는 몰라도, 자연계에서는 적어도 10만분의 1(어떤 학자는 1백만분의 1  정도의 확률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정도의 매우 드문 현상이고 보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새충청일보에 보도된 진천의 흰까치><다른 흰까치 사진을 보려면 이 블로그의 '신문에 난 사진, 안 난 사진' 카테고리를 클릭하세요>

 

알비노로 태어난 그 까치야 보호색을 띠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계에 내버려 두면 스스로 살아남을 확률이 여느 까치보다 훨씬 떨어지겠지만  그것은 자연계의 이치이자 그 까치의 운명이고 어찌됐든 그것이 출현한 지역이 다름 아닌 '충북'이라는 데 필자(서호납줄갱이)의 관심은 더욱 커진다.

왜냐면 1989년과 2005년에 충북 영동에서 잇따라 흰까치가 출현했고 이번엔 충북 진천에서 흰까치가 나타난 것을 비롯해 충북에서만 필자가 직접 확인한 것만 다섯 차례 정도 되는 데다 흰사슴, 흰참새, 백사 등 다른 알비노 동물까지 합치면 무려 20 여 마리나 되는 것을 모두 충북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다른 지역에서도 출현했지만 빈도수를 헤아려 보면 충북이 월등히 높아 그동안 마음 속으로 의아해 오던 참이다.

생태 환경 쪽에  연관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소 10만분의 1의 확률을 그처럼 자주 목격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 '뭔가 있다'는 느낌은 바로 충북지역을 두고 하는 얘기다. 

남들은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그래서 아주 희귀하다고 하는 그 동물들을 한 사람이 20여 마리나, 그것도 한 지역에서 봤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을 성 싶기 때문이다.

필자 한 사람의 '행운(?)'이라고 친다면야 딱히 할 말이 없겠으나 왠지 그렇게 생각하기엔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최소 10만분의 1이라는 극히 낮은 확률의 동물들이 어느 한 지역에 집중돼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혹시 충북에 까치와 뱀, 참새 등 야생동물들이 유난히 많이 살아서일까?

아니면 충북의 자연 환경이 그런 현상을 잦게 만드는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일까?

괜한 생각이지만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본다.

 

여하튼 화제를 돌려 윤박사가 밝혀낸 그 원리대로 몇몇 과정을 인위적으로 거치면 원래의 색깔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자연현상(알비노 현상)이든, 동양의 신비주의에 의한 영물이든 간에 충북,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날이면 날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헐뜯고...

온 나라안이 맨날 벌집 쑤셔 놓은 형국이다 보니 흰까치 출현을 빌미로라도 해서 모두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얀 색 까치가 몰고온 하얀 색 꿈 소식과 함께....  

 올해 날씨가 심상치 않으면서 그에 따른 여파 또한 심각하다.

지난 겨울기온이 국내 기상관측사상 가장 포근했던 데 이어 2~3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변덕스런 날씨와 최근의 때 이른 여름날씨가 겹치면서 급기야 생태계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기와 병해충이 조기 출현하는가 하면 극심한 일교차로 인한 농축산물의 생산량 감소마저 우려될 지경이다.

 

기상대 자료에 의하면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2.46도로 평년의 0.43도보다 2.03도 높아 1904년 근대기상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난 가운데 특히 2월중 전국 평균기온이 4.09도로 평년(0.75도) 보다 무려 3.34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런 데다 지난 2~3월 갑작스런 한파와 이상난동 현상이 두 세 차례 번갈아 찾아온 데 이어 4월 이후에는 잦은 황사와 비, 강한 바람까지 합세하고 있고 최근에는 30도를 육박하는 한 여름 날씨가 계속되는 등 예년에 없던 변덕스런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생태계에서는 5~7월 산란적기를 맞은 물고기들이 산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알을 낳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생태학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이완옥박사는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최근의 이상고온으로 봐서는 물고기들이 앞당겨 산란할 것 같지만 오히려 예년보다 산란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이는 잦은 비와 큰 일교차 등으로 인해 하천물 온도가 더디게 올라가 물고기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다."

날씨가 하도 이상스러우니 자연계의 물고기들마저 정신을 못차린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하천에 사는 다슬기 껍질에는 예전에는 없던 이물질이 많이 끼고 있는데 이 또한 이상고온에 따른 생태변화로 보고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내수면생태연구소가 조사에 나섰단다.  

이상기온은 야생화와 같은 각종 식물들의 생태 시계(時計)에도 영향을 미쳐 개화시기를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실례로  5월 말에서 6월초에 만개하는 철쭉꽃은 이미 5월 초.중순에 만개했으며 6~7월에 피는 것으로 알려진 매발톱꽃은 5월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려 식물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변덕스런 날씨와 때 아닌 여름날씨의 여파는 결국 농축산업자에게까지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대전.충남북 도내 양봉업자에 따르면 "식물의 꽃에서 꿀이 많이 나기 위해서는 밤 기온이 너무 내려가지 않고 일정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 잦은 비와 큰 일교차로 밤기온이 많이 내려가 꿀 채취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며 "4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강한 바람도 꿀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울먹이고 있다.

이밖에 과수원과 양계장 등에서도 피해가 나타나 가뜩이나 타들어가는 농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51)는 "지난 봄 갑작스런 한파와 이상난동이 겹치면서 사과나무가 동해를 입은 데다 개화기에 저온현상까지 찾아와 개화율이 크게 낮아졌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충남 연기군의 한 양계농가는 최근 닭(산란계)들이 갑자기 더워진 낮기온으로 먹이를 잘 먹지 않아 산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농업 생태분야의 전문가들은 최근 충북 영동지역에 출몰하고 있는 갈색여치 떼들의 극성과 서울 대구 등 대도시 중심가에 조기 발생하고 있는 모기 등 해충들도 이상기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기현상으로 보고있다.

잠자리를 영어로 '드레곤플라이(Dragonfly)'라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용(龍)처럼 생긴 파리, 즉 '용파리'가 된다.

서양사람들의 생각에 잠자리가 마치 파리처럼 허물을 벗고 용처럼 하늘로 날아오른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이 같은 시각을 현대 생물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할 때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잠자리는 탈바꿈할 때 허물을 벗긴 하지만 파리처럼 알-애벌레-번데기-성충 시기를 모두 거치는 완전탈바꿈을 하는 게 아니라 애벌레에서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충이 되는 이른바 불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이란 사실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자리를 드래곤플라이로 지칭하는 서양식 표현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개의 겹눈에 1만~2만8천 개나 되는 수많은 낱눈을 가진 잠자리는 그 생체적 특성상 파리와 같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에 매우 둔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용처럼 날쌘 동작을 하다가도 사람들이 천천히 다가가 손으로 낚아채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금새 포로가 되는 약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잠자리를 용파리로 부르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잠자리는 전 세계에 약 5천 종, 우리 나라에 약 90종 가량 서식하고 있는 흔한 곤충이다.

그러나 이처럼 흔한 곤충인 것과는 달리 정작 그들의 생활사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두 마리의 잠자리가 앞 뒤로 붙어 다닐 때 사람들은 흔히 교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교미를 하기 위한 전위(前爲) 행동, 즉 밀월여행을 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 행동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나뭇가지나 풀잎에 앉아 정지상태로 교미를 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마리의 잠자리가 붙어 있을 때 앞의 것이 암컷이고 뒤의 것이 수컷인 줄 아는 데 실은 그렇지 않다.

잠자리 수컷은 산란기가 되면 배우자가 될 암컷을 찾아다니다가 암컷이 자기 영역 안에 들어오면 재빨리 알아채고 즉시 뒤꽁무니에 돋아있는 집게모양의 돌기로 암컷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사랑비행을 한다.

예전에 짓궂은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아 꽁지를 뗀 후 지푸라기나 풀줄기를 꽂아 날려보내면서 엉뚱하게도 '시집보낸다'고 했는데 이는 시집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죽으라고 황천길로 보낸 것이며, 실제 시집가는 잠자리는 수컷에게 머리채 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사랑의 포로가 된 암컷인 것이다.

 

매년 여름이면 새빨간 모습으로 하늘하늘 허공을 간지르며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볼 수 있다. 그 귀엽게 생긴 고추잠자리를 바라볼 때마다 어릴 적 쑥부쟁이 꽃을 꺾어들고 빙빙 돌리면서 "나마리 동동/ 파리 동동/ 멀리멀리 가면은/ 똥물 먹고 죽는다"(나마리는 잠자리의 방언)는 전래동요를 부르며 온 종일 헛땀을 흘리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 때만 해도 잠자리를 갖고 노는 일이 그렇게도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그런 재미를 모르고 자라는 세상이니, 잠자리가 행복해진 것인지 아니면 이 시대 어린이들이 불행해진 것인지 쑥부쟁이 꽃 돌아가듯 머리 속이 온통 빙빙 돈다.

 

이번 주말엔 그 빙빙 도는 머리도 식히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 겸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들판에 나가 잠자리 좀 잡아 보면 어떨까.

까치발을 하고 아주 천천히, 떨리는 손을 집게 모양한 채 살금살금 다가가, 잡을 땐 아주 잽싸게…

그런 후엔 잡은 잠자리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다시 살~금 살~금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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