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하면 흔히들 개구리 유생만을 일컫는 줄 아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개구리 외에도 두꺼비와 맹꽁이, 심지어 도롱뇽의 새끼까지도 올챙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양서류(兩棲類) 새끼들은 모두 올챙이라 부르며, 따라서 양서류들은 알에서 부화된 다음 유생인 올챙이 시기를 거쳐 어미(성체)가 된다.
양서류란 물과 뭍에서 산다는 뜻이니 어린 올챙이 시절엔 물에서 살다가 어미가 되어서는 땅위로 올라와 일생을 산다.
올챙이가 개구리나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 등 어미로 자라기까지는 유(有)에서 무(無)로, 혹은 그 반대인 무에서 유로 변하는 '엄청난 변태과정'을 거친다.
올챙이 시절 갖고 있던 아가미가 없어지는 대신 허파가 새로 생겨나고 네 개의 다리가 나타나며 무미목(無尾目)인 개구리 종류는 꼬리까지 사라진다.
올챙이의 변태, 즉 탈바꿈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일어나는데, 특히 올챙이의 꼬리가 없어지는 것은 갑상선 호르몬의 일종인 티록신의 작용에 의해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올챙이가 탈바꿈할 때 꼬리가 잘려져 나가느냐 아니면 몸 속으로 흡수되느냐 하는 점이다.
올챙이의 탈바꿈 과정을 눈여겨보지 못한 사람들은 대개 올챙이의 꼬리가 어느 한 순간에 끊어져 나가는 줄 아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호르몬인 티록신의 작용으로 꼬리가 녹아 몸 안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올챙이에 티록신을 주사하면 곧바로 탈바꿈하여 꼬리가 없는 꼬마개구리가 되고, 반대로 티록신을 만들어 내는 갑상선을 제거하면 죽을 때까지 어미가 되지 못하고 올챙이로 살아간다.
호르몬의 작용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티록신은 사람의 살 빼는 약의 주원료로도 이용된다고 하니 이를 사용할 땐 올챙이의 탈바꿈 과정을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자연계의 먹이사슬 관계를 보면 얽히고 설킨 게 참으로 많은데 개구리류 역시 그렇다.
물에서 사는 올챙이 시기엔 곤충인 잠자리 유충에게 꼼짝없이 잡아먹히지만 어른인 개구리가 되어서는 되레 잠자리를 잡아먹고 산다.
이를 보면 어릴 적 한을 어미로 자란 후 앙갚음하는 것 같다.
개구리처럼 한(恨) 많은 동물도 없을 성싶다.
올챙이 때는 이것저것, 심지어 물고기들한테까지 잡아먹히다가 겨우 살아남아 개구리가 되어서는 또다시 뱀이나 너구리 맹금류 등의 먹이감으로 희생되니 이보다 더 불행한 삶은 없을 듯 싶다.
더더군다나 요즘엔 황소개구리인지 뭔지 하는 불청객까지 끼어 들어 안방을 차지하고 목숨마저 위협하니 오죽 죽을 맛이겠는가.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개구리들에겐 사람보다 더 한 천적이 어디 있을까.
택지개발이다 도로건설이다 하여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그것도 모자라 들판마다 농약을 들이부어 숨통을 죄는가 하면 걸핏하면 몸보신 한답시고 경칩때는 금방 낳은 알을 홀짝 홀짝 들이마시고, 겨울엔 깊은 잠 자는 걸 억지로 잡아내 통째로 소금구이에 매운탕까지 끓여 술안주로 애용하니 개구리 팔자 영 말이 아니다.
개구리를 좋아하는(?) 건 우리 한국사람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요즈막엔 중국사람들까지 나서 북한 산(産) 개구리의 내장에 붙어있는 기름(지방)덩어리를 고가로 사다 먹는다고 하니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저지와(井底之蛙)란 말이 있다.
우물안 개구리란 뜻이니 이 말의 본뜻을 사람들은 두고두고 되씹어볼 일이다.
우물 안에 갇혀있는 개구리 모양으로 빠꼼히 뚫린 하늘 한자락만 치켜볼 게 아니라 자연과 생태계란 커다란 세계를 바라보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여름철 개구리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상막한 세상에서 살지 않으려면 말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라.
그리고 들판에 나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가슴'으로 들어보라.
그것이 노랫소리로 들리는 지 한 맺힌 통곡소리로 들리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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