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야가 시끌벅적하다.
우수 경칩 이후 들려오기 시작한 봄의 소리, 생명의 소리가 청명을 지나면서 더욱 요란해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었음이리라.
겨울철새들이 혹한을 무대 삼아 멋진 군무와 운율을 펼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계절은 벌써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를 향해 달리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대자연은 스스로 무대를 바꾸고 바뀐 무대엔 새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것이 곧 생태시계요 자연의 이치다.
봄은 소리없이 온다고 했던가.
하지만 생태계의 봄은 생물들의 사랑노래로부터 시작된다.
겨우내 움츠렸던 개구리들이 땅위로 기지개를 켜자마자 부르는 게 바로 사랑의 세레나데다. 생태계를 깨우는 서곡이자 봄을 알리는 전령가인 셈이다.
그 뒤를 잇는 게 텃새들의 합창이다. 참새와 박새 같은 텃새들이 생명의 계절 잉태의 계절, 봄이 되면 일제히 사랑노래를 쏟아놓는다. 사람이 사춘기가 되면 변성기를 맞듯 새들도 짝짓기철이 오면 울음소리가 바뀐다. 평소의 울음소리와 짝 찾아 사랑 나눌 때의 소리가 다르고, 둥지 틀어 새끼 기를 때 소리가 다르다. 산란철에 천적을 만나면 더욱 독특한 경계음을 낸다.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4월은 바야흐로 텃새들의 산란철이다.
부산히 움직이고 재잘거리며 열심히 사랑을 나눠야 '대(代) 내림'이란 숭고한 사명을 마칠 수 있다.
지난 4월 4·5일, 속리산 천왕봉 숲속에선 말 그대로 '대자연의 교향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무심코 들으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소리겠지만, 계절 따라 상황 따라 울음소리가 변하는 새들의 생태와 속내를 알고 있는 필자로선 하나하나의 울음소리도 예사롭게 들을 수 없었다.
고운 빛깔의 곤줄박이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려고 먹이를 문 채 애절하게 유혹하는 소리, 그에 화답하듯 재잘대며 교태부리는 암컷, 뭐에 뾰루퉁해졌는지 난 데 없이 사랑다툼 하는 진박새 부부, 그 사이에서 먹이를 찾다 황급히 달아나며 서로를 부르는 쇠박새 부부, 고목 둥치에 뒤늦게 둥지를 파느라 낯선 객이 오는지도 모르고 나무를 쪼는 청딱따구리 수컷, 그 옆나무서 망을 보다 수컷에게 경계신호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청딱따구리 암컷, 깊은 골짜기를 타고 멀리서 들려오는 멧비둘기의 구애소리….
사랑과 평화, 긴장과 경계의 신호가 서로 엇갈려 얼핏 들으면 불협화음처럼 들리지만 결코 그들의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세상 어떤 오키스트라가 이처럼 절묘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낼 수 있을까. 달래강 발원지 탐사를 위해 세 번째 올랐던 당시 산행은 그래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9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 안이 시끄럽다. 시끄럽다 못해 활극장을 방불케 한다.
모두가 저만 잘났다고 아우성이다. 민생이야 어떻든 내 알바 아니라며 온갖 고성과 손가락질로 상대방 비난에만 열 올리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수라장이다.
땅도 같고 계절도 같은데 인간계와 자연계가 내는 현재음(現在音)이 이렇듯 확연히 다르다.
한쪽에선 사랑과 생명의 하모니가 울려퍼지는데 다른 한쪽에선 협잡과 이기로 가득 찬 불협화음이 난무하고 있다.
대자연의 소리도 생태계가 건강히 유지될 때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법.
하물며 우리 사회는 어떠랴. 서로 존중하고 정도를 지켜 나갈 때 비로소 사랑과 화합의 합창이 울려퍼지지 않을까.
입후보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이여. 선거종반으로 갈수록 적극 투표의사를 가진 사람수가 줄고, 부동층이 느는 이유를 아는가.
그대들이 무시해온 유권자·국민들의 '낮은 소리'가 표심이 되어 결국 '천둥소리'를 낼 것이란 걸 정녕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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