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금언과 속담 가운데에는 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금언 가운데에는 '물은 생명'이란 것이 있으며 프랑스 금언으로는 '물은 황금'이란 것이 있다.
또 오스트리아에서는 '빈의 시민은 여행에서 돌아오면 먼저 빈의 물을 마신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물은 슬기롭게 쓰라'는 금언이 전해지고 있다.
'사람은 우물이 마를 때까지 물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은 생명의 고동이다'란 속담은 아일랜드 것이고 '물은 가장 오래된 약'이란 속담은 핀란드 것이다.
그밖에 '물과 민중은 억제할 수 없다'는 이탈리아, '물은 귀중한 것이니 절약하여 쓰자. 물은 생명이다'는 남아프리카, '물은 작아도 큰 구실을 한다'는 태국, '물은 쓰되 낭비하지 말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물을 멋지게 쓰자. 물을 사랑하자'는 아메리카, '물의 낭비는 삼가라'는 튀니지아, '마실 수 없는 물은 그냥 흐르게 하라'는 스페인과 멕시코의 속담 및 금언이다.
이들 물과 관련된 금언과 속담들은 각 나라 사람들의 물에 대한 관념이 그대로 농축돼 있는 값진 말들이다.
더욱이 이들 금언과 속담은 대부분 물은 소중한 것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구적 성격이 강해 오늘을 사는 각국의 현대인들로 하여금 물의 소중함을 새롭게 다지게 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금언과 속담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 의미가 전혀 퇴색되지 않은 채 각 국민들의 가슴속에 그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오늘날 가장 중요한 '무형의 물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우리 나라에도 물과 관련된 속담은 여럿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숫자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편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대부분이 물의 자연적, 물리적인 특성만을 은유한 것들일 뿐 외국의 경우처럼 물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은 드물다.
아니 드물다고 하기보다는 아예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거의 없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 실례로 '물 먹은 배만 튀긴다', '물밖에 난 고기', '물 본 기러기 꽃 본 나비',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물에 빠진 것 건져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 '물위에 뜬 기름',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 등등은 물의 자연적, 물리적 특성만을 은유한 것들일 뿐 물의 소중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물건을 마구 헤프게 쓸 때 '물 쓰듯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되레 물을 함부로 써도 되는 것쯤으로 비하시켜 온 게 우리들이다.
아무리 물이 지천했던 나라였을 망정 물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담은 금언이나 속담 하나 번듯하게 남아있지 않은 우리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물이 흔하디 흔하던 시대에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같은 '엉뚱한 혜안(?)'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물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금언과 속담을 들먹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물이 가장 소중한 자연자원으로 인식되는 이른바 물 기근 시대를 맞아 우리도 이젠 '물 쓰듯 한다'는 말을 '물처럼 귀하게 쓴다'는 뜻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물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강조하는 멋진 금언 내지 속담이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물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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