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1)

 

미호종개의 습성상 '가는 모래'가 있는 곳에만 서식

 

■서론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를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는 '모래'다. 다시 말해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 박사(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미호종개의 현재 학명 'Iksookimia choii'의 Iksookim은 김박사의 이름임)로 하여금 미호천에 새로운 물고기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학자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한 것이 바로 미호천의 모래란 얘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신종 발견 당시인 1983년에 있었던 비화를 다시 들어보자.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기록이다.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희고 고운 모래가 지천으로 깔린 백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고운 모래가 많이 깔린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물고기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영목박사(당시 서원대교수, 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논문을 보는 순간 거기에 수록된 참종개가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김박사와 손박사는 공동연구 끝에 결국 새로운 물고기를 찾아냈으며 그 이름을 미호종개로 지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훗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학명이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물고기'의 탄생은 모래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Iksookimia choii의 choii는 김박사와 손박사의 스승인 고 최기철박사를 의미)

 

미호천의 하류부 청원 옥산 유역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박사가 1980년대초 서울을 오갈 때 바라보면서 '신종 발견'의 꿈을 키웠던 미호천 하류부의 청원 옥산 유역. 현재 이곳에는 많은 양의 모래가 깔려있지만 입자가 굵고 자갈이 많이 함유돼 있는 등 예전의 가늘고 고운 백사장이 아니다. 이번 조사팀이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곳에는 현재 미호종개는 물론 참종개도 서식하지 않는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김박사는 왜 미호천의 모래 바닥을 바라볼 때마다 미호천 특유의 물고기를 생각했을까. 이는 곧 하천 환경특성에 따라 서식어종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적인 인식과 하천을 바라보는 남다른 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천 환경특성, 특히 물고기에 있어서 서식조건이 되는 하천의 환경특성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물고기와 하천 환경특성간의 중요한 함수관계는 지금까지의 현장취재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호종개와 하천 바닥특성(저질특성)간의 관계는 '유별나다'고 할 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결과 밝혀진 6곳의 미호종개 서식처는 모두 하천 바닥이 모래층으로 미뤄져 있다. 그것도 아주 가는 모래가 미소서식처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만 미호종개가 찾아졌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미호종개의 측면에서 보면 미호종개는 유독 가는 모래층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대천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의 보강천, 청주의 무심천 등은 이미 모래 바닥이 사라졌다. 가는 모래 뿐만 아니라 굵은 모래도 아예 없다.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파괴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물고기와 서식환경간의 일반적인 관계를 알아보는 것도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 및 체형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의 차이

 

하천을 상·중·하류로 나눠 관찰해 보면 장소에 따라 환경도 다르고 어종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수온과 탁도는 높아지는 반면 용존산소와 유속은 낮아지고 바닥은 바위와 자갈에서 모래와 펄, 해감 등으로 변해간다.

 

이에 따라 어종도 달라져 계류가 속한 최상류에서는 열목어,산천어,버들치,둑중개,미유기,자가사리 등이 눈에 띄고 상류와 중류(중상류)에서는 쉬리,감돌고기,피라미,어름치,참마자,갈겨니,꺽지 등이 발견된다.

 

또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중하류에서는 돌고기,중고기,모래무지,돌마자,동사리,각시붕어,납자루 등이 보이고 하류에서는 붕어,잉어, 참붕어 등이 보이다가 최하류로 내려가면 망둥어 종류와 숭어 등이 나타난다.


미꾸리과 어류들도 종류마다 사는 곳이 다르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물흐름이 거의 없고 바닥에 진흙이 깔린 늪과 연못,소하천,농수로 등지에 살며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곳에, 점줄종개는 유속이 비교적 느리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 왕종개는 물살이 비교적 빠른 상류의 큰돌이 깔려 있는 곳에, 북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모래바닥에, 남방종개와 동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있는 곳에 서식한다. 미호종개는 하천 중하류(백곡저수지가 중간에 위치한 백곡천은 예외적으로 상류부)의 가는 모래가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

 

그 뿐이 아니다. 같은 수역 안에서도 미소 서식처의 환경에 따라 어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여울을 중심으로 미꾸리과 어류를 채집해 보면 여울 중간과 여울 끝에서 발견되는 종이 다르다.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린 여울 중간에서는 대체적으로 참종개가 나오는 반면 자갈과 모래가 함께 깔려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곳에서는 점줄종개가, 여울이 끝나면서 유속이 더욱 완만해진 모래 바닥에서는 미호종개가 발견된다.

 

금강 중상류와 어름치 
미호천이 속해 있는 금강 수계의 중상류부인 전북 무주의 내도리 모습. 금강 중상류부는 바닥에 큰 바위나 자갈이 많이 깔려 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빠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수역에서는 어름치, 참마자, 쉬리, 감돌고기 등이 주로 서식한다. 아래 사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금강의 어름치'로 최근 멸종된 것을 복원, 정착 단계에 있다./자연닷컴  

 

 

■서식환경에 따른 물고기 체형


물고기의 다양한 생김새, 즉 어종마다 다른 체형도 서식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하천 속의 여러 복잡한 환경속에서 물고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모습을 변화시켜 가며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표면 가까이 사는 피라미,갈겨니,끄리 등은 재빠르게 이동해야 먹이감을 낚아채거나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덜받도록 앞뒤로 길고 좌우로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쉬리,돌마자,배가사리와 같이 물흐름이 센 여울에서 돌틈을 들락날락하거나 돌표면의 부착조류를 갉아먹고 사는 물고기들은 빠른 물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체형이 앞뒤로 길면서 둥근 몸통을 가졌다.

 


또 돌틈에서 먹이감을 찾는 미유기,자가사리,퉁가리 등은 돌틈을 잘 비집고 들어가도록 머리가 납작하게 생겼으며 강바닥의 모래나 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이들은 또한 모래속에 섞여있는 각종 먹이감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발달된 주둥이와 아가미 구조를 갖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서식환경 특성을 살펴보면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는 가는 모래가 깔려있는 곳을 좋아하는 어종'으로 볼 수 있다.

 

유구천의 흰수마자

강바닥의 모래나 고운 입자의 모래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사진은 미호종개와 함께 모래바닥에 서식하고 있는 공주 유구천의 흰수마자./자연닷컴

 

"유구천·지천에서 21년 만에 새 서식처 발견 개가"
 두 곳 서식처 모두 훼손 위험 높아 특별보호 시급
 
<15> 미호종개의 서식현황(5)
 
이번 조사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결과가 충남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도 나왔다. 이들 두 하천은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미호종개가 발견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이들 두 하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한 것에 대해 학계가 큰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1984년 미호종개의 신종 발표 이후 미호천 수계가 아닌 다른 하천에서의 첫 발견 사례'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당시만 해도 미호종개는 충북의 미호천에서만 발견됐으나 2년 만에 유구천과 지천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함으로써 분포 범위가 더 넓어졌음은 물론 이를 계기로 미호종개를 바라보는 학문적 시야가 미호천에서 금강 전 수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의 추가 분포지'로서 갖는 이들 하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즉, 1986년 이후 끊어졌던 이들 하천에서의 공식적인 채집 기록이 이번 조사를 통해 21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됨으로써 미호천과 더불어 역시 이들 하천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재확인 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지점이 1986년도의 발견 장소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그간의 '상황 변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이들 하천의 서식지 상황 또한 다른 서식지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서식 개체 혹은 서식 규모면에서나 모두 위태롭기 그지없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란 점에서 큰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 공주 유구천 하류부
이번에 미호종개가 찾아진 지점은 금강과 유구천의 합수부에서 수㎞ 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옥성리 사이의 수역으로, 총 일곱 번의 현장 조사중 금년 5월 5일 있었던 네 번째 조사 만에 미호종개의 '얼굴'을 확인한 극적인 상봉이었다. 그것도 지난해 세 차례의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조사자 모두가 절종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올해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결국 미호종개를 찾아냄으로써 더욱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21년 전인 1986년도에 미호종개가 발견된 우성면 동대리 앞 수역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동대리 앞 수역은 현재 미호종개가 살 수 있을 만한 여건, 특히 서식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가는 모래 바닥이 거의 사라지는 등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미호종개의 서식지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미호종개의 총 개체수는 지난 5월 5일 4회째 조사에서 처음 발견한 8 마리를 포함해 모두 13마리이다. 주요 서식처는 2m×20m(40㎡)의 매우 작은 규모의 사이트를 이루고 있으며, 서식처 바닥은 역시 가는 모래가 깔려 있고 물흐름은 그다지 세지 않은 여울 끝 부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모래로 이뤄진 서식처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 외에는 서식처 주변에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다.

 

조사팀이 새로 찾아낸 공주 유구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전경(위 사진). 현재 이곳에서는 극소수의 미호종개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그리고 요즘 금강 상류에서는 보기 드물어진 재첩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곳 서식처에서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흰수마자와 재첩./자연닷컴


조사 참여자로서 지난 5월 이곳에서 미호종개를 첫 발견해낸 이순재씨(BLS 기술이사, 생태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유구천 전 수역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미호종개를 발견할 수 없어 절종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는데 금년도 4차 조사에서 어렵사리 8 개체가 발견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돼 무척 기뻤다"며 "다만 현재 유구천에서 가는 모래가 남아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 밖에 없는 등 서식환경이 극히 열악하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한국고유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어종으로서 최근 수년째 국내 수계에서 서식 확인이 안돼 어류 학자들을 안타깝게 해온 '흰수마자(잉어과 모래무지아과)'가 이곳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함께 집단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도 올렸다.<본보 5월 7일자 1면 보도>


흰수마자 또한 가는 모래 바닥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으나 미호종개와 함께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생태학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서식처는 극히 좁은 수역에 제한돼 있는 데다 이들 물고기의 서식환경에 가장 중요한 모래 바닥이 인근 주민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있는 등 멸실위기에 있어 당국의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해양생명공학과)는 "어렵게 찾아낸 중요 어종의 서식처가 인근 주민들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국의 계도와 서식처에 대한 특별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양 지천 하류부
청양의 지천 또한 금강의 제 1지류로, 지난 1986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작천리 수역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적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작천리  지점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청양군 장평면 구룡리와 부여군 은산면 회곡리 경계 지역 수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가 다르긴 하나 지천 수계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공식 확인된 것은 공주 유구천처럼 21년만의 일이다.

 

기존 서식처인 작천리 수역은 현재 가는 모래바닥이 대부분 사라진 대신 거칠고 굵은 모래가 주로 깔려 있는 등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해 미호종개가 서식처를 옮긴 주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청양 지천의 구룡·회곡리 지점 역시 이번 조사팀이 새롭게 찾아낸 '지천내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처'로서 학술적, 종 보전적 차원에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으나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천렵지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훼손 위험이 높다. 천렵꾼들이 먹다 버리고 간 행락 쓰레기 너머로 조사팀이 채집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닷컴 


이번에 새롭게 찾아진 구룡·회곡리 수역은 지천의 하류부에 속한 곳으로 하천 주변에는 공주 유구천처럼 버드나무와 수초가 우거져 있고 여울과 소가 곳곳에 형성돼 있는 등 전형적인 자연형 하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가는 모래가 바닥을 이루는 곳은 이번에 발견된 새 서식처가 거의 유일하다.


현지 조사는 총 일곱 차례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 중 모두 11마리가 확인됐다.

 

발견 지점은 구룡·회곡리 바로 앞 수역과 그로부터 약 7백~8백m 가량 떨어진 하류 수역 등 두 사이트로, 서식처 규모는 한 사이트당 5m×8m(40㎡) 정도로 이곳 역시 극히 협소한 장소에 근근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서식처는 지척에 인근 지역민들이 천렵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구 다리의 교각 밑에 위치해 있어 남획 등 훼손 위협이 항존하고 있는데 실제 취재에서도 배터리와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현장이 수시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지천 하류부와 공주 유구천 하류부 서식처에서는 최근 금강 상류 쪽에서는 거의 사라진 재첩(이매패류)이 다량 서식하고 있어 조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4> 미호종개의 서식현황(4)

"유일한 도시하천내 마지막 서식처 개발 앞두고 멸실 위기"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은 모두 6개 지점이다. 앞서 설명한 미호천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 진천 백곡천 상류 외에도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 월평공원 부근과 충남 청양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 유구천 하류부 등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대전 갑천의 월평공원 부근은 하천 특성상 대전시 지역을 관류하는 '도시하천 내' 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지이자 역시 도시하천인 대전 유등천(갑천 지류)과 청주 무심천(미호천 지류)에서는 이번에 미호종개가 발견되지 않은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또한 갑천 본류수역으로서 1998년과 2000년도에 채집기록이 있는 대전 서구 가수원교 지점에서도 미호종개가 찾아지지 않았다.

 

현재 갑천은 다른 도시하천들과 마찬가지로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자연하천 구간과 직강공사 등으로 옛 모습을 거의 잃은 인공정비 구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찾아진 곳은 자연하천 구간 내이다.

 

구체적인 지점은 대전 서구 월평공원 옆 인접 수역(가수원동 관내)으로 주변에는 달뿌리풀, 버드나무 등의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등의 수초대가 형성돼 있다.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은 세 개의 작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사이트 역시 타 서식처처럼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되고 있다.

 

갑천의 미호종개 서식처

대전 갑천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유일한 도시하천'으로서 일부 구간에 주변에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천 내에는 나사말 같은 수초대와 고운 모래층이 형성돼 있는 등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고 있으나 서식환경 악화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현지 조사는 총 네 차례 이뤄졌으며 최종 조사 시점인 지난 6월 28일 15번의 채집활동으로 7 마리를 확인한 것을 비롯해 모두 36마리가 확인됐다.

 

서식처 규모는 가장 큰 사이트가 2m×30m 정도(60㎡)로 매우 작은 편이며 다른 두 사이트를 합쳐도 10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 서식처도 '갑천의 마지막 남은 미호종개 서식처'로서 명맥 유지와 종 보전에 매우 중요한 보루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비록 서식처 규모는 작지만 채집시 마다 미호종개를 확인할 확률은 의외로 높아 세 사이트 중 가운데에 위치한 사이트(가장 큰 사이트)에서는 거의 매번 확인됨으로써 조사팀들이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로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이곳에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모두 성어)의 크기는 다른 서식처의 개체보다 유독 큰 반면 어린 개체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시 채집상의 문제는 없을까 하고 조사때 마다 특별히 신중을 기했지만 지난해부터 금년 6월까지 실시된 총 네 번의 집중 조사에서 어린 개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갑천의 미호종개

갑천서 발견되는 미호종개는 타 서식처의 것보다 크기가 크나 어린 개체가 확인되지 않아 종 보전상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미호종개, 특히 성어(成魚)의 출현율은 높은데 어린 개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호종개의 종 특성상 어린 시기에는 미소 서식처가 성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곳의 서식 환경이 이들의 번식에 적합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첫 번째의 추측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서식처의 경우 출현 빈도는 다소 다르지만 성어와 새끼 미호종개가 대부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갑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종합, 고려할 때 두 번째 추측이 답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현 서식처의 저질을 이루는 모래층이다. 지난해 8월 하순 예비 취재 및 조사 당시엔 모래 바닥이 비교적 깨끗했는데 금년 3~6월 취재 및 조사시에는 모래층이 검게 변해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닥층 아래 10~30cm 가량이 상류로부터 유입된 각종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인해 심하게 부패돼 있는 것이다. 부패 정도가 심한 곳에서는 황화수소 가스가 방울져 올라오면서 매캐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다.

 

바닷가 갯벌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원층(무산소층)이 이곳 모래 바닥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오죽하면 조사팀원 모두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미호종개가 살고 있을까" 하고 반문할 정도였으니 오히려 미호종개의 내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하순은 이미 큰 비가 내려 바닥이 어느 정도 정화된 상태였고 올해 3~6월은 장마가 지기 전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매년 이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3~6월은 미호종개가 산란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서식처 바닥이 심하게 부패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점에서 미호종개의 내대림은 현재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내림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원활치 못한 것만큼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썩어가는 하천 바닥

갑천 내 미호종개 서식처는 현재 상류로부터 유입된 퇴적물과 유기물질로 모래바닥이 썩어가는 등 악화일로에 있어 절종을 부채질 하고 있다./자연닷컴

 

환경이 적합하다면 왜 산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또 어미 개체들만 관찰되겠는가.

 

수십 수백 만년을 이어오면서 형성된 갑천의 어류상에서 미호종개의 이름이 제외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구상의 '외로운 혈통 미호종개'는 이처럼 이곳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갑천은 도시하천이란 점에서 다른 일반 하천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생활하수에 의한 오염 진행속도와 정도가 눈에 띄게 다르며 수온의 상승폭과 변동폭도 훨씬 다르다. 게다가 개발에 의한 서식환경 파괴 및 변화 강도도 훨씬 강하며 속도 또한 빠르다. 이는 곧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요소로부터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데다 최근 들어 추진되고 있는 대전 서남부권 신도시 및 택지 개발사업과 동서대로 건설 사업(월평공원 터널공사 포함)은 미호종개의 숨통을 더욱 옥죄는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하천 내부적인 서식환경 악화도 벅찬 판인데 여기에 더해 외부적인 환경 파괴가 바로 눈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시민 단체의 반발과 요구로 터널 등 각종 공사를 친환경적으로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바로 지척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자체가 하천생물인 미호종개의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되는 '비수'가 아닐 수 없다. 대전의 허파로 불리는 월평공원의 보전과 함께 자연하천 형태로 남아있는 갑천 중하류 수역의 보전 문제가 미호종개의 종 보전에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기적의 집단 서식처' 당국 무관심으로 멸실 위기

황폐화 후 최근 회복 기미....값진 교훈 삼아야


지류 혹은 소하천에 대한 어류상 조사는 흔히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처럼 본류와 지류를 포함한 금강 전 수계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한 어종(미호종개)의 서식 여부를 전 수계에 걸쳐 집중조사하면서 동시에 동서종 및 서식환경 특성까지 조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학술적으로나, 중요 어종 보전차원에서나 그 의미가 새롭다. 특히 이번 조사는 미호종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2005년 3월)된 이후 처음 실시된 종합조사란 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이번 조사는 결과면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전편에 소개한 것처럼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10년 만에 미호종개를 찾아낸 것과 이번에 소개하는 진천 농다리 부근서 처음으로 서식사실을 확인한 점, 백곡천 상류에서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 등은 특히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

이번 조사결과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교리)서 처음으로 미호종개 1개체가 발견됐다. 이 지점은 과거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하지 않았던 곳이다. 채집은 총 3회 이뤄졌으며, 미호종개가 출현한 곳은 농다리 바로 아래 모래가 쌓여있는 지점으로, 돌로 만들어진 교각 사이로 하천물이 급여울을 이루다가 멈추면서 모래톱이 형성된 곳이다.

 

발견된 개체수는 비록 한 개체에 불과하나 이 지점에서의 미호종개 출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첫 발견이란 점에서 새로운 서식처가 찾아진 셈이다. 이는 과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미호천 본류의 서식 환경이 그만큼 변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 서식처는 대부분 미호종개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서식환경이 파괴된 반면 이 곳은 그나마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서식환경이 새롭게 만들어졌거나 유지됨으로써 극소수 개체만이라도 현재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두 번째는 이곳 서식처가 하류쪽 팔결교 지점과 상류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상류부라고 해봐야 현 서식지라고는 고작 백곡천 한 곳뿐이지만 미호종개가 미호천 수계내에서 종을 유지해 나가는데 농다리 지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농다리가 천년 가까이 변함없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주는 삶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이 지점이 미호종개의 대내림을 이어주는 생명의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충북 진천 농다리 지점에서의 채집 조사 장면. 조사팀은 이날 미호종개 한 개체를 찾아냄으로써 이곳에서의 미호종개 서식을 최초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자연닷컴

 

 

○백곡천 상류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백곡천 상류에서의 미호종개 집단 서식처 발견이다. 이번에 발견된 집단 서식처는 백곡저수지 상류에서 백곡면 소재지 쪽으로 연결된 하상(백곡면 석현리)으로, 바닥 전체가 가는 모래로 뒤덮여 있고 물흐름이 완만한 곳이다. 서식처 규모는 폭 3m에 길이 180m(면적 540㎡)로, 이번 조사서 확인된 현 서식처 중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채집은 총 6회 진행됐으며 1회 채집에 무려 2백74마리가 확인될 만큼 서식 개체수도 많았다. 이에 집단 서식처를 최초 발견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은 집단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포획표지-재포획법(mark-recapture method)'을 활용, 두 차례 실험한 결과 1차에 9천2백33마리, 2차에 1만1천7백4마리로 추정돼 이를 평균한 1만4백68마리가 현재 살고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백곡천 상류 모습(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집단 서식처를 처음으로 발견한 순천향대 조사팀이 지난 겨울 모니터링을 위해 채집한 미호종개. 당시만 해도 한번 채집에 여러 마리가 채집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으나 5월 발생한 '인근 공사장 토사유입 사태' 이후 개체수가 급감했다./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당시 백곡천 상류에서 채집된 미호종개들./자연닷컴

 

 

'현존 개체수 추정 1만4백68마리'.

 

흔한 물고기도 아니고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가, 그것도 한 장소에 1만 마리가 넘게 모여 살고 있는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로 받아들여졌다. 조사팀은 조사팀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긴 가뭄 끝의 단비를 만난 양 모두가 반겼다. 하지만 그 반가움의 이면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기적 같은 집단 서식처 발견과 그 이면의 우려. 아이러니하지만 당시 제기된 우려의 반응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집단 서식처의 중요성은 무엇이고 우려의 목소리는 무엇이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 중요성이란 멸종 직전의 미호종개가 아직도 금강 수계 내에 대집단을 이뤄 살고 있다는 뜻밖의 반가움이자 희망이요, 우려의 시각은 다름 아닌 한 장소에 밀집해 서식함으로써 갖는 위험성, 곧 생존과 보전에 대한 걱정이었다.

 

생태학에서 어느 한 생물종이 대집단을 이뤄 한 장소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반길 일 만은 아니다. 이는 반대로 다른 곳의 서식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반증이요, 어느 한순간 그 서식처가 훼손되거나 환경이 불리해진다면 최악의 경우 '몰살'과 같은 종 자체의 안위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호종개처럼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종일수록 그 위험성과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걱정은 결국 얼마안가 현실로 나타남으로써 당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입증했다.

 

문제의 발단은 문화재청, 환경부 등 당국과 진천군, 충북도 등 지자체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발견 당시 조사팀과 언론이 이곳 서식처를 특별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건만 관계 기관 모두가 무관심으로 일관, 발견 6개월만에 완전 멸실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인근 지역서 강행된 진천군의 수해복구 공사장 토사로 말미암아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를 포함한 수㎞의 하천바닥이 돌연 뻘로 뒤덮이면서 완전 황폐 하천으로 돌변한 것. 불행 중 다행히도 그후 계속된 조사팀의 모니터링 결과 비가 온 직후인 6월 20일 현재 약 6천 마리의 미호종개가 되돌아오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발견당시 개체수가 모두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 아무리 멸종직전에 놓인 어종이라도 서식환경만 좋아지면 얼마든지 번식 및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채집지점은 다르지만 이곳 백곡천은 과거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곳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번처럼 대규모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환경변화가 이곳 백곡천 상류의 서식환경을 만들었고 그곳으로 미호종개가 모여들어 대집단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멸종위기종일수록 환경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입증됐다. 따라서 지난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물론 해당 지자체,주민 모두가 나서 귀중한 유전자원을 지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12> 미호종개의 서식현황(2)

 

 미호천 팔결교부근서 10년만에 한 마리 극적 확인 

 

■총 6개 지점만 서식 확인


2006년 3월 이전까지 있었던 과거의 어류상 조사에서 미호종개가 출현했던 곳은 약 20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존 서식처는 모두 금강 수계 내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그러나 2006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점은 모두 6곳 뿐이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충북 청원군 관내)을 비롯해 역시 미호천 본류 수계인 농다리 부근(충북 진천군 관내)과 미호천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직상부)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 또한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의 중상류부와 충남 청양의 지천 하류부, 충남 공주의 유구천 하류부에서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호천 지류 가운데 기존 서식지였던 진천 초평천과 증평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에서는 미호종개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금강의 지류로서 과거 미호종개의 채집 기록이 있는 충남 연기의 조천과 충남 부여의 금천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갑천 지류인 유등천에서도 과거 채집기록이 있으나 이번 조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극적으로 찾아진 '타입 로컬리티의 미호종개'.

가운데 몸체가 길고 좁은 물고기가 미호종개이고 그밖의 물고기는 함께 채집된 모래무지와 돌마자 등./자연닷컴


■지점별 조사 결과의 특징


미호종개의 기존 서식처 약 20곳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6개 지점은 모두 학술상 또는 미호종개의 종 보전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호천 본류의 팔결교 부근과 농다리 부근에서 비록 1 마리씩이지만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가까스로 확인함으로써 그 명맥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밝혀낸 것과 미호천 지류 중 하나인 백곡천 상류부에서 '기적 같은 집단서식처'를 찾아낸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이들 세 지점에서의 극적인 발견 상황과 서식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본 후 나머지 세 지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
미호천 본류 중 팔결교 지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난 1984년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서, 사람으로 치자면 본적지나 다름없는 학술상 중요 지점이다. 따라서 당초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큰 관건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만일 이곳에서의 서식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미호종개는 그야말로 '고향 떠난 객지신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호천 팔결교 부근이 애초부터 발생학적 종의 근원지, 즉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지역이란 주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류분류학적으로는 미호종개를 한국의 물고기로 정식 등록케 한 원기재 지역이자 첫 채집지로서, 나아가서는 미호천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짓게 한 뜻깊은 지역으로서, 이곳에서의 서식여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미호종개의 정체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미호천 팔결교에서 4차 채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사팀. 조사팀은 이날 11년 만에 미호종개의 서식 사실을 밝혀냈다./자연닷컴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미호종개가 타입 로컬리티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그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게 실로 얼마 만인가. 지난 1997년을 끝으로 채집 및 확인 기록이 끊겼으니 가히 10년 만의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가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채집조사에서 한 마리가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곧 현재의 서식규모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팔결교 부근에서의 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마지막 벼랑끝 상황' 임을 재입증해 주는 것이기에 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영표박사(국립중앙과학관)는 "1997년 마지막으로 팔결교 지점에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했던 당사자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학계에서 미호종개 하면 팔결교, 팔결교 하면 미호종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지점으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지경에 까지 이른 오늘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팔결교 지점에서의 서식확인은 겨울철인 금년 1월 19일 이뤄졌다. 지난해 있었던 세 번의 채집에 이은 네 번째 채집에서 조사자 모두가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미호종개 한 마리가 찾아진 것이다. 발견된 것은 1년생 미만의 어린 개체로, 다수의 모래무지와 함께 있었다. 지점은 팔결교 교각 바로 위 하상으로 하천 중앙부의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서식처 규모는 폭 80cm 가량의 좁은 사이트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흐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다.

 

당시 현지 조사에 나섰던 방인철교수(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는 "말 그대로 '극적인 상봉'이었다. 당초 조사를 시작할 때 그리 쉽게 미호종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조사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만큼 대단히 기뻐했다"며 발견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죽했으면 조사 당사자들도 이산가족에 빗대 극적인 상봉이라고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팔결교에서의 미호종개 서식확인은 이처럼 '얼굴만 보는 것'으로 일단락지어졌다.

 

미호종개의 본향(本鄕) 미호천 팔결교 부근.
미호천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될 당시 기재된 타입 로컬리티로 이번 조사에서 1마리가 극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과거 팔결교 지점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특히 미호종개가 신종 발표되기 직전인 1983년(논문작성을 위한 채집 연도)의 서식 상황은 어떠했을까.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보기 위해 김익수·손영목박사의 신종발표 논문(1984년 게재)을 찾아봤다.

 

이 논문엔 그해 5월 23일과 30일, 6월 20일 실시한 세 차례의 채집에서 총 62마리의 미호종개가 채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차례에 평균 약 21 마리가 채집된 셈이다. 아울러 139마리의 점줄종개와 8마리의 참종개도 함께 채집됐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직접 채집에 나섰던 손영목박사는 "1980년대만 해도 팔결교 부근서 미호종개를 확인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하지만 그 이후 본격적인 골재채취와 수질오염이 진행되면서 수km까지 이어지던 모래밭이 모두 망가지고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11.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①

 

 

 

 

■현재 약 2만 마리만 사는 '외로운 물고기' 확인

 

 

미호종개가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해는 1984년이다.

당시 김익수(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손영목박사(서원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 신종 Cobitis choii, 한국명 미호종개」로 첫 기재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학명은 1993년 Iksookimia choii로 변경)

미호종개로서는 미호천에서 대내림을 시작한 지 수십만 년 만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그저 '기름챙이' 혹은 '기름쟁이'로만 불리워져 왔고, 학자들에게도 일반적인 '참종개류'인 줄로만 알려져 왔던 물고기가 신종발표를 계기로 당당히 새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줄곧 미호종개의 앞날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신종발표 이후 지금까지 있어온 채집 기록 내지 서식 기록을 보면 미호종개는 늘 위태로운 삶을 이어오고 있는 '외로운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신종 발표 이후 계속된 조사를 통해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분포역이 밝혀지긴 했으나 최근까지 20 여년 동안 찾아진 서식분포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고, 개체수도 타 어종에 비해 극히 적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식분포지 자체가 금강 수계내의 몇몇 수역으로 극히 한정돼 있는 데다 서식개체수 또한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인 감소 경향을 보임으로써 급기야 멸종직전까지 내몰려 있는 상황(1993년 환경부 멸종위기종 지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다른 서식지는 물론 미호종개의 본적지라 할 수 있는 미호천 본류에서조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벼랑끝 신세다.

1984년 이후의 채집기록을 보면 10년전인 1997년까지는 미호천 본류에서의 서식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으나 그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개체수가 급감해 2006년 초까지 채집기록이 아예 없을 정도다.

  1년간의 현지 조사 실시

  이번 시리즈를 위해 충청타임즈 취재팀은 지난해 6월부터 1년여 간의 현장 취재를 통해 미호종개 서식현황 등을 집중 취재했다. 사진은 충남 청양의 지천에서 미호종개 서식 여부 및 동서종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자연닷컴

 

그렇다면 지금 당장의 미호종개 총 서식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전체 서식지에서 현재 남아있는 생존 개체수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질문은 미호종개의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자연수계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 수를 정확히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다만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상황을 감안할 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여기서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미호종개를 최근에 현장 조사한 학자들이나 조사원 대다수가 흔히 "내 손 안에 있소이다"란 표현을 쓸 만큼 속 사정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종 집단이 돼 버렸음을 인식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시리즈를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동안 미리 현장 취재하면서, 또한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복원프로젝트를 밀착 취재하면서 얻어낸 답은 '약 2만 마리 정도'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서식지 개체수 약 1만 마리가 포함된 숫자이다.

이와 관련해 미호종개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방인철교수는 "금강 수계내 전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현재 남아 있는 미호종개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된다"며 같은 뜻을 밝혔다.

약 2만 마리밖에 안 되는 개체수, 이것이 바로 전 세계를 통틀어 현재 남아있는 미호종개의 숫자요,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겸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현주소인 것이다. 


■서식현황조사

가) 조사 방법
미호종개는 1993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05년 3월에는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한 특별 보호종이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문화재 훼손허가 등 필요 절차를 밟아야만 직접 채집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호종개를 직접 채집 조사하는 일은 부득이 정식 허가를 얻어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순천향대 방인철교수팀의 채집 조사 현장을 밀착 취재하는 방법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방교수팀의 현장 조사는 2006년 4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됐으며  취재팀의 사전 취재는 2006년 6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후속 취재는 2007년 3월부터 6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방교수팀과의 밀착 취재 외에도 필요 지점에 대한 동서종(同棲種) 및 종 다양성 조사와 미소서식처(microhabitat)별 저질특성 조사 등은 별도로 직접 진행했으며 이와 함께 각 수계에 대한 문헌조사 및 탐문조사도 직접 병행 실시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현지 조사에서는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여부 조사 외에도 하천 저질특성과 먹이 특성 등 다양한 조사 연구가 병행 실시됐다. 위 사진은 미호종개의 먹이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 하천 바닥의 모래를 현지에서 채취해 조류 등 부착 생물을 채집하는 장면. 아래 사진은 미호종개의 위 내용물을 관찰하고 있는 이상명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의 모습./자연닷컴

 

나)조사 지점
미호종개의 서식현황 및 서식 여부 조사는 미호종개가 최초 확인돼 학회지에 기재발표됐던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미호종개의 타입 로컬리티)을 중심으로 한 미호천 전 수계(백곡·초평·보강·무심천 포함)와 2006년 이전까지 서식이 확인된 그밖의 지점, 즉 금강 본류(대청댐 직하부에서 부여 관내까지)와 금강 지류인 대전 갑천·유등천, 충남 청양 지천, 공주 유구천을 대상으로 집중 실시됐다.

또한 금강 지류 중 미호종개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충북 보은·옥천의 보청천, 영동의 초강천, 충남 금산의 금산·봉황천, 전북 무주의 남대천, 충남 논산·강경의 논산천,부여의 금천 등이 서식여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조사 결과의 보도 계획
이번의 미호종개 서식현황 조사가 있기 전, 즉 2006년 3월 이전까지 실시된 조사 내용을 보면 미호종개는 1997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석우리 인근의 미호천에서 서식이 확인된 이후 대전 갑천에서만 두 차례 채집됐을 뿐 그밖의 서식지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갑천 외에도 미호천의 팔결교와 농다리 부근(진천)에서 각각 1개체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미호천 지류인 백곡천 상류에서 약 1만 마리가 살고 있는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 등 총 6개 지점에서 미호종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밝혀진 각 서식지의 서식현황과 서식환경(동서종 및 종 다양성,하상구조 및 저질 특성,수질환경 등)에 대해 앞으로 10회에 걸쳐 상세 보도할 계획이다.
 

 

한국의자존심 '익수키미아초이'
(10)미호종개의 분자계통 분석②

 

 

 

 

■국내 첫 연구 결과 기존 분류체계와 상이


최근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이 어류 집단 내 혹은 집단간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는데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순천향대 방인철 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은 국내 최초로 미호종개를 포함한 한국산 미꾸리과 16종과 종개과 3종 전반에 대한 분자계통을 알아보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이토크롬b 영역, 12S rRNA 영역, D-loop(control reason) 영역, 이들 세 영역의 조합 등 네 분야를 중심으로 ML(maximum likelihood) 및 NJ(neighbor-joining)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분석은 그 시도 자체가 국내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호종개를 비롯한 한국산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 전반의 계통분류에 획기적인 장을 여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있어서도 국내 어류 분류학계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방박사팀의 분석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미호종개의 근연종간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

1. 사이토크롬b 영역 분석결과

미호종개를 포함한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이토크롬b 영역'은 모두 1141 베이스 페어(base pair염기 단위)로 구성됐다. 

이들 어류의 사이토크롬b 영역의 염기조성 비율은 티민(T)이 평균 30.61%로 가장 높았고, 아데닌(A) 27.27% , 시토신(C) 26.71%, 구아닌(G) 15.41%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의 분자계통 분석을 위해 미꾸리과 및 종개과 19종을 인 그룹(ingroup)으로, 잉어아과인 붕어와 모래무지아과인 참마자를 아웃 그룹(outgroup)으로 정한 다음 사이토크롬b 염기서열을 이용해 ML방법에 의한 각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미꾸리과는 종개과로부터 분기되어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및 얼룩새코미꾸리 등 3종이 포함된 첫번째 클레이드(분기군分岐群)와 미호종개 1종이 포함된 두번째 클레이드, 북방종개 참종개 부안종개 등 3종이 포함된 세번째 클레이드, 미꾸리 1종이 포함된 네번째 클레이드, 그리고 기름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좀수수치, 수수미꾸리 등이 포함된 다섯번째 클레이드로 나타나, 현재의 형태적 분류체계와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미꾸리과 어류 6속도 현재의 분류와 일치하지 않고 혼재되는 양상을 보였다.

2. 12S rRNA 영역 분석

이들 어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12S rRNA 영역은 950∼959 베이스 페어의 염기서열로 구성됐다.

이들 종의 12S rRNA 유전자의 염기조성 비율은 아데닌(A)이 평균 31.08%로 가장 높았고, 시토신(C) 25.92%, 구아닌(G) 22.40%, 티민(T) 20.60%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이토크롬b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12S rRNA 염기서열을 이용한 각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사이토크롬b 분석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3. D-loop 영역 분석

미토콘드리아 DNA의 D-loop 영역 역시 950∼959 베이스 페어의 염기서열로 구성됐다. D-loop 영역의 염기조성 비율은 아데닌(A)이 평균 34.20%로 가장 높았고, 티민(T) 32.11%, 시토신(C) 19.46%, 구아닌(G) 14.14% 순으로 나타났다.

역시 같은 방법에 따라 D-loop 염기서열을 이용한 각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미꾸리과는 위의 두 방법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4. 세 영역 조합 분석

사이토크롬b, 12S rRNA, D-loop 영역을 모두 조합해 분석한 결과 염기조성 비율은 아데닌(A)이 평균 34.20%로 가장 높았고, 티민(T) 32.11%, 시토신(C) 19.46%, 구아닌(G) 14.14% 순으로 나타났다. 세 영역 조합에 따른 종간 유전적 거리를 나타낸 결과 역시 미꾸리과는 단일 계통군으로부터 분기되어 크게 네개의 클레이드로 갈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미호종개는 이러한 세개의 클레이드 중 하나의 독립된 클레이드를 형성해 현재의 분류체계와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미꾸리과 어류 6속도 현재의 분류와 일치하지 않았다.

■평가와 과제

방 박사팀이 이번 실시한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미호종개에 대한 학계 최초의 연구란 점 외에도 몇 가지 결과에 있어 기존의 분류체계와 상이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근연종간 분자계통 분석에서 미호종개가 기존의 분류체계와는 달리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에서 갈라져 나와 하나의 독립된 혈통으로 존재한다는 점과 국내산 미꾸리과 6속도 기존의 형태 분류체계와 다르게 나타나 이에 대한 후속연구가 새 과제로 제기됐다.

방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는 크게 미꾸리 한 종만 포함된 분류군(기존 분류체계상 미꾸리속 어류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두 종임) 미호종개를 제외한 참종개속 어류와 기름종개속 전체를 포함한 분류군 미호종개만 포함된 분류군 새코미꾸리속과 미꾸라지를 포함한 분류군 등 네 개의 분류군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기존의 형태분류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학술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방 박사는 또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분류군에 따라 형태적 분류 결과와 잘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처럼 형태적 분류와 분자계통학적 분류가 일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학계에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유전자 분석과 형태분류가 일치하는 새 분류체계를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분자계통 분석의 의의

 

오늘날 어류를 포함한 각종 생물의 계통분류 방법이 보다 새로워지고 있다. 즉, 기존의 형태 형질분류 및 골격학적 연구 외에도 유전정보인 DNA 염기서열 분석 연구를 통한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생물계를 '원생생물·식물·동물'로 구분하던 체계마저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박테리아계·고세균계·진핵생물계'로 분류하려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한 분류 방법은 어류를 포함한 각 동물의 종 내 개체나 개체군 또는 종간의 진화적 유연관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복잡한 핵 DNA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 생물들의 유전자 다양성을 평가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또 다른 특성은 핵 DNA에 비해 진화율이 5~10배 정도 빠르고 각 영역별로 다른 진화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부분의 생물 종에서 수컷 배우자의 접합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는 모계유전을 하며 한 생명체 안에는 한 종류의 미토콘드리아 집단만이 존재하는 특징이 있다.

 

이같은 특징들로 인해 최근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등이 어류 분야의 집단내 혹은 집단간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는데 효과적인 표지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산 미꾸리과 어류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도 일부 연구진에 의해 수행돼 그 결과가 학계에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미꾸리과와 종개과 전체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와 특히 한국특산종으로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의 분자계통학적 연구는 시도된 바 없다.

 

이에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팀이 실시한 '미호종개의 분자계통 분석'은 전편에 소개한 유전 다양성 연구와 함께 '국내 최초의 연구'로서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성과를 담고 있는 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은 국내 처음으로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 전체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 미호종개를 포함한 이들 어류가 분자 수준에서 어떤 분류체계를 이루는지를 밝혀냈다./자연닷컴


 
■분석 과정 및 방법

 

미호종개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산 미꾸리과 어류 및 종개과 어류의 분자 계통수(분자 수준의 계통분류)는 과연 어떤 체계로 이뤄졌을까?

 

이같은 의문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박사팀은 먼저 시료 채집 및 자료 확보에 들어갔다.

 

시료 채집은 미꾸리과 16종과 종개과 3종을 대상으로 직접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는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 이뤄졌다.

 

또한 계통발생 분석에서 아웃 그룹(out-group)으로 사용할 잉어목 잉어아과의 붕어와 모래무지아과의 참마자는 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의 유전자 은행에 등록된 자료를 인용키로 했다.

 

실제 분석에 들어간 연구팀은 토탈 DNA를 추출하기 위해 시험어의 꼬리지느러미 일부를 자른 다음 1996년 일본인 학자 아사히다 등이 창안한 방법에 따라 필요 과정을 거쳐 토탈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백곡천서 채집한 암·수 미호종개 혈액으로부터 순수 분리된 genomic DNA의 전기영동 상./자연닷컴

 

 미호종개 치어의 개체별 genomic DNA의 전기영동 상./자연닷컴


이어 미토콘드리아 DNA 전체 영역에서 원하는 유전자 3개 영역(사이토크롬b 영역, 12S rRNA 영역, D-loop 영역)을 선택적으로 증폭하기 위해 NCBI 유전자은행으로부터 잉어목 어류들의 염기서열을 확보한 뒤 여러 과정을 거쳐 실험어들의 염기서열을 결정했다.

 

종간 계통수 분석에서는 실험에 사용한 미꾸리과 16종과 종개과 3종을 인 그룹(ingroup)으로, 잉어목의 붕어와 참마자를 아웃 그룹(outgroup)으로 정한 다음 바이오에디트(BioEdit) 프로그램을 사용해 유전자별로 각각의 염기서열을 다중 배열하고 그 다음으로 메가(MEGA)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유전자별 염기 조성 비율을 비교했다.

 

계통 분석을 위한 유전자 영역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이토크롬b와 12S rRNA 유전자, 변이가 심한 D-loop(control reason) 영역 및 이들을 조합한 사이토크롬b + 12S rRNA + D-loop(control reason) 등의 네 종류를 사용했고 분석방법은 ML(maximum likelihood) 방법과 NJ(neighbor-joining) 방법을 응용했다. ML과 NJ의 부트스트랩 값(bootstrap values)은 1,000회 반복에 의해 계산됐다.

 

이러한 연구 과정과 방법을 거쳐 방박사팀은 국내 처음으로 미호종개를 포함한 한국산 미꾸리과 및 종개과 어류 전체에 대한 분자계통 분석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 회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실험에 사용한 샘플 어류의 목록./자연닷컴

 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 동일 집단' 판명
 유전자 보전 차원에서 '매우 위급한 상황'

 

■최초 분석 의의


생물의 유전 다양성은 생태계 내에서 그 생물이 처한 현재의 상황 내지 입지를 나타내주며 나아가 그 생물의 장래를 암시해 준다.


일반적으로 어느 생물의 유전 다양성이 감소되면 그 집단은 환경변화에 민감해지고 적응력 또한 감소되므로 종 자체가 사라지기 쉽다.


반대로 유전 다양성이 풍부하면 그 생물종은 그만큼 자연계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유전 다양성의 감소는 유전자의 소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소실을 막기 위해 그 생물 집단에 대한 보전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소규모 집단이 남아있는 경우 환경변화에 대해 더욱 더 민감하므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관리 또한 세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고유종으로서 멸종위기에 놓인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에 대한 체계적인 유전학적 연구는 그동안 이뤄진 바 없다.


따라서 국내 최초로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및 분자계통 분석'은 미호종개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보다 올바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보전 및 복원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 박사(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세 곳의 미호종개 집단(진천 백곡천,대전 갑천,청양 지천) 사이의 유전적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종 자체가 맞고 있는 '유전적·생태적 위기'를 보다 확실히 인식시켜 주고 나아가 종 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실시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분자계통 분석은 9회에서 보도)에는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이 시도됐는데, 이는 RAPD (random amplified polymorphic DNA) 방법의 간편성과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의 재현성 등 장점만을 조합한 방법으로서 분석방법이 간편하고 재현성이 높아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다.


특히 이 방법은 유전적 유사도가 가까운 종 간에도 고도의 유전적 변이와 다형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종 특이적인 DNA 마커 검출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상 한 번의 반응으로 50개 이상의 밴드를 형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마커 검출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분석하고자 하는 재료의 수는 적은 데 많은 수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하고자 할 때 적당한 방법이므로 미호종개처럼 개체수가 많이 고갈된 종의 분석에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호종개에 대한 방박사팀의 AFLP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전 갑천, 진천 백곡천, 청양 지천 등 세 곳의 서식지에서 채집(문화재청,환경부의 허가 아래 시도)한 미호종개 각각 15개체 씩을 토대로 AFLP를 수행한 결과 전체 밴드 수는 <도표1>에서와 같이 갑천 106개 백곡천 107개 지천 104개로 나타났으며 그 중 전체 다형성 밴드(polymorhic band) 수는 갑천 26개 백곡천 23개 지천 23개였다. 다형성 밴드수준은 그 집단의 유전 다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미호종개의 다형성 밴드수준(Polymorphism)은 갑천에서 24.52% 백곡천 21.49% 지천 22.11%로 나타나 갑천 집단의 다형성 밴드수준이 약간 높게 분석됐다. 그러나 집단간 큰 차이는 없었다.

 

 <도표1>미호종개 세 집단의 AFLP 핑거프린트 유형(fingerprint patterns)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 결과 갑천 백곡천 지천 등 세 서식지의 평균 유사도는 93.6%로 나타나 다 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다.


또 이들 집단의 평균 이형접합률은 갑천 0.0837 백곡천 0.0786 지천 0.0674로 갑천 집단이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평균 유전 다양성(GD)에 있어서는 갑천 0.0871 백곡천 0.078961 지천 0.075671로 역시 갑천 집단이 가장 높았다. 집단내 유전적 유사도(GS)는 갑천 0.931 백곡천 0.936 지천 0.942로 나타나 갑천 집단내 유사도가 가장 낮았다.

 

특히 이들 집단의 평균 유사도는 0.936으로 나타나 다양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들 집단이 유전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호 유연관계를 밝히기 위해 집단간 분화도(Fst) 값과 유전적 거리(Ds)를 도출한 결과 분화도 값은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13177 로 가장 높았고,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11954, 갑천과 지천 사이가 0.104763으로 가장 낮았으나 모두 P(확률)값이 0.01보다 작아, 다시 말해 99% 신뢰구간에서 유의차가 없어 HWE(하디바인버그 평형)에 위배됐다. 따라서 세 집단 사이의 분화 정도가 매우 낮거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집단 간 유전적 거리도 백곡천과 지천 사이가 0.0207, 백곡천과 갑천 사이가 0.0175, 갑천과 지천 사이가 0.0167로 집단간 분화도값과 같은 경향을 보이며 매우 가깝게 나타났다. 이는 갑천과 지천이 백곡천보다는 근거리이므로 유전적 거리가 낮게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도표2>현존 미호종개는 유전적으로 동일집단임을 나타내주는 댄드로그램(Dendrogram)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현존 서식지의 미호종개는 동일 집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1~15 갑천 집단, 16~30 백곡천 집단 31~45 지천 집단.


개체간의 유사도 매트릭스(matrix)에 따른 세 집단 전체의 UPGMA dendrogram을 그린 결과 수계별로 묶이지 않고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결과로 볼 때 세 수계의 미호종개는 동일한 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박사는 "AFLP에 의한 미호종개의 유전 다양성 분석을 시도한 결과 현재의 주요 서식지인 갑천 백곡천 지천 등 3개 수역의 집단 모두가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이 확인됐다"며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로 볼 때 본 종의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미호종개가 절멸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전상 '위급 상황' 재확인


현존하는 미호종개가 유전학적으로 동일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종 보전상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곧 '생태적 건강성' 측면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결론이기 때문으로, 쉽게 말해 미호종개의 앞날이 적어도 현재로선 '극히 불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서두에 말한 바처럼 어느 생물종의 유전 다양성은 그 종의 생존 혹은 미래, 즉 자연계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로 오늘날 미호종개가 처한 한반도내 생태적 입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호종개는 곧 백척간두에 서있는 격이요 태풍 앞의 등불 같은 지극히 위태로운 상황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지 취재결과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적지(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물론 갑천과 유구천, 지천 등의 서식지에서도 극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진천 백곡천 집단 서식지 훼손 사태'에서와 같이 순간적인 서식환경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모습을 감추는 존재가 바로 미호종개요 그러한 민감성을 유전자에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미호종개인 것이다.

형태적 분류의 잣대


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과(科)의 국내산 미꾸리과 어류들이 갖는 형태적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또한 각 종의 독특한 형질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미꾸리과 어류를 형태학적으로 구분짓는 형질 인자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를 할 때에는 몸 전체 길이(주둥이 끝~꼬지느러미 끝)와 몸 길이(꼬리지느러미를 뺀 길이), 머리길이, 몸높이, 꼬리길이, 꼬리높이, 각 지느러미에서 주둥이끝까지의 길이, 주둥이 길이, 가슴지느러미 길이, 뒷지느러미 길이, 꼬리지느러미의 수,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살의 수(기조수) 등이 기본적인 조사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科) 혹은 속(屬) 단위로 나타나는 공유 파생형질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다른 종에는 없는 독특한 형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익수박사(전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꾸리과 어류의 경우 눈 밑에 끝이 갈라진 가시모양의 작은 돌기(안하극,suborbtyal spine)와 3쌍의 입수염, 골낭으로 둘러싸인 부레 등의 공유 파생형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종개 무리는 수컷의 경우 암컷과 달리 2차 성징(性徵)으로서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골질반(뼈처럼 생긴 판)이 나타나는데 그 구조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몸 옆면의 반문과 함께 종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다만 이들 형질은 종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러한 논란은 경우에 따라 그 종의 분류학적 소속(예를 들어 과 혹은 속)을 변경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꾸리과의 형태적 분류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분포하는 미꾸리과 어류는 모두 6속 16종으로 분류돼 있다. 미꾸리 미꾸라지(이상 미꾸리속)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새코미꾸리속)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좀수수치속)등이 그들이다.<사진 참고>


이들 가운데 가장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미호종개와 관련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름종개류를 중심으로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본다.


여기서 김익수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름종개류는 대부분 몸 옆면에 여러 모양의 무늬가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도 띠 모양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 윗 부분에는 작은 흑색 반점 하나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들 대부분을 하나의 종 안에서 나타나는 변이 정도로 간주했으나 지금은 종 분류의 중요 형질로 인식되고 있다."


김박사는 또 "앞서 설명한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과 반문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과거에는 기름종개 1종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름종개 줄종개 점줄종개 북방종개 등 4종(기름종개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참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등의 신종(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이 밝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한국산 미꾸리과 어류
위 사진은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6속 16종의 미꾸리과 어류들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명은 다음과 같다. M.anguillicaudatus=미꾸리 M.mizolepis=미꾸라지 C.hankugensis=기름종개 C.lutheri=점줄종개 C.tetralineata=줄종개 C.pacipica=북방종개 I.koreensis=참종개 I.pumila=부안종개 I.choii=미호종개 I.longicorpa=왕종개 I.hugowolfeldi=남방종개 I.yongdokensis=동방종개 K.rotundicaudata=새코미꾸리 K.naktongensis=얼룩새코미꾸리 N.multifasciata=수수미꾸리 K.brevifasciata=좀수수치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이렇듯 분류의 잣대, 즉 비교 형질의 차이에 따라 각 종의 소속이 뒤바뀌고 새로운 종이 찾아지는 등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은 미호종개를 제외한 각 종별 형태적 특징의 대강이다.(미호종개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함)


가장 먼저 기름종개속<사진 참고>의 기름종개를 보면 입수염은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작은가시, 즉 안하극이 있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은 원형(혹은 원반형)이고 몸 옆면 중앙의 반점은 점이 늘어선 점열형이나 산란기의 수컷은 이 반점이 흐려지면서 띠 형태로 거의 이어지는 개체가 많다.


줄종개 역시 입수염이 세 쌍이고 눈 아래에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골질반이 약간 긴 원형(원반형)을 하고 있고 몸 옆면에는 두 줄의 세로띠 사이로 한 줄의 점열 반점이 가늘게 나 있다. 점줄종개는 입수염이 세 쌍이고 안하극이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불규칙한 둥근형을 하고 있다. 몸 옆면에는 둥근 네모형의 반점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지만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이 반점들이 거의 이어져 줄 무늬 형태를 한다. 꼬리자루가 비교적 높다.


북방종개도 입수염이 세 쌍, 눈 밑에 안하극이 있다. 이 종은 특히 등쪽의 작은 비늘, 몸 옆면의 작은 삼각형 무늬, 가느다란 꼬리자루 등이 미호종개와 많이 닮아 있으나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이 약간 긴 타원형을 하고 있어 미호종개의 긴 톱니형 골질반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 설명>기름종개속 4종의 비교
위 사진은 한국산 기름종개속 4종의 몸 색깔 유형과 골질반 모습(오른 쪽)을 비교하기 쉽게 배열한 것이다. Cobitis hankugensis=기름종개 Cobitis tetralineata=줄종개 Cobitis pacipica=북방종개 Cobitis lutheri=점줄종개 <자료 출처 김익수박사>

 


다음은 참종개속(익수키미아속)을 보자. 참종개의 경우 주둥이가 미호종개처럼 돌출돼 있으나 끝이 둔하고 둥글다. 암수 가슴지느러미가 각기 다르게 생겨 암컷은 끝이 둥근 반면 수컷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기부에 있는 골질반이 미호종개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 하지만 참종개 수컷 골질반에는 톱니형 거치가 없다. 참종개도 세쌍의 입수염과 안하극이 있다. 몸옆면에는 폭이 좁은 삼각형 무늬가, 등쪽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부안종개는 얼핏보면 참종개와 흡사하나 몸 크기가 그보다 작고 얼룩무늬 수도 적다. 특히 부안종개는 몸 옆의 얼룩무늬와 등쪽의 얼룩무늬 사이에 반점이 없으나 참종개는 반점이 있다. 왕종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종보다 몸 크기가 커서 약 18㎝까지 자란다. 수컷 가슴지느러미의 골질반은 약간 긴 타원형이고 몸 옆면에는 긴 삼각형 무늬가 줄지어 있다.


남방종개는 왕종개와 흡사하게 생겼으나 몸 옆 가로무늬 점들이 왕종개보다 훨씬 가늘고 길다. 몸은 엷은 황색이며 몸 옆면에서 등쪽으로 갈색 얼룩무늬와 작은 점들이 무수히 나 있다. 동방종개는 염색체 수가 다른 기름종개류보다 두 배나 많은 4배체로서 100개를 갖고 있는 게 특이하다. 엷은 황색 바탕에 갈색 점무늬가 등과 옆면에 많이 나 있다.


끝으로 새코미꾸리는 원래 기름종개속으로 분류돼 왔으나 몸의 무늬가 확연히 달라 보다 자세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독립된 새코미꾸리속으로 분리됐다. 주둥이와 지느러미 부분이 선명한 주황색을 띤다. /김성식 생태환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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