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1)
미호종개의 습성상 '가는 모래'가 있는 곳에만 서식
■서론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를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모티브는 '모래'다. 다시 말해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 박사(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미호종개의 현재 학명 'Iksookimia choii'의 Iksookim은 김박사의 이름임)로 하여금 미호천에 새로운 물고기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학자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한 것이 바로 미호천의 모래란 얘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신종 발견 당시인 1983년에 있었던 비화를 다시 들어보자. 고 최기철박사(전 서울대교수)의 기록이다.
"1990년 11월 어느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박사가 문득 지난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천을 지날 때마다 희고 고운 모래가 지천으로 깔린 백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고운 모래가 많이 깔린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물고기가 살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 아닌가?'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영목박사(당시 서원대교수, 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의 미호천 어류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고, 그 논문을 보는 순간 거기에 수록된 참종개가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에 있는 손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김박사와 손박사는 공동연구 끝에 결국 새로운 물고기를 찾아냈으며 그 이름을 미호종개로 지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훗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학명이 스승과 제자의 이름으로만 지어진 기념비적인 물고기'의 탄생은 모래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Iksookimia choii의 choii는 김박사와 손박사의 스승인 고 최기철박사를 의미)
미호천의 하류부 청원 옥산 유역
'익수키미아'의 주인공 김익수박사가 1980년대초 서울을 오갈 때 바라보면서 '신종 발견'의 꿈을 키웠던 미호천 하류부의 청원 옥산 유역. 현재 이곳에는 많은 양의 모래가 깔려있지만 입자가 굵고 자갈이 많이 함유돼 있는 등 예전의 가늘고 고운 백사장이 아니다. 이번 조사팀이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곳에는 현재 미호종개는 물론 참종개도 서식하지 않는다./자연닷컴
그렇다면 김박사는 왜 미호천의 모래 바닥을 바라볼 때마다 미호천 특유의 물고기를 생각했을까. 이는 곧 하천 환경특성에 따라 서식어종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적인 인식과 하천을 바라보는 남다른 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천 환경특성, 특히 물고기에 있어서 서식조건이 되는 하천의 환경특성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물고기와 하천 환경특성간의 중요한 함수관계는 지금까지의 현장취재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호종개와 하천 바닥특성(저질특성)간의 관계는 '유별나다'고 할 만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결과 밝혀진 6곳의 미호종개 서식처는 모두 하천 바닥이 모래층으로 미뤄져 있다. 그것도 아주 가는 모래가 미소서식처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만 미호종개가 찾아졌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미호종개의 측면에서 보면 미호종개는 유독 가는 모래층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미호종개가 발견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대천 유등천과 충북 진천·음성의 초평천, 증평의 보강천, 청주의 무심천 등은 이미 모래 바닥이 사라졌다. 가는 모래 뿐만 아니라 굵은 모래도 아예 없다. 미호종개의 중요한 서식환경이 파괴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물고기와 서식환경간의 일반적인 관계를 알아보는 것도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 및 체형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서식환경에 따른 어종의 차이
하천을 상·중·하류로 나눠 관찰해 보면 장소에 따라 환경도 다르고 어종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수온과 탁도는 높아지는 반면 용존산소와 유속은 낮아지고 바닥은 바위와 자갈에서 모래와 펄, 해감 등으로 변해간다.
이에 따라 어종도 달라져 계류가 속한 최상류에서는 열목어,산천어,버들치,둑중개,미유기,자가사리 등이 눈에 띄고 상류와 중류(중상류)에서는 쉬리,감돌고기,피라미,어름치,참마자,갈겨니,꺽지 등이 발견된다.
또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중하류에서는 돌고기,중고기,모래무지,돌마자,동사리,각시붕어,납자루 등이 보이고 하류에서는 붕어,잉어, 참붕어 등이 보이다가 최하류로 내려가면 망둥어 종류와 숭어 등이 나타난다.
미꾸리과 어류들도 종류마다 사는 곳이 다르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물흐름이 거의 없고 바닥에 진흙이 깔린 늪과 연못,소하천,농수로 등지에 살며 참종개는 하천 중상류의 유속이 비교적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려 있는 곳에, 점줄종개는 유속이 비교적 느리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 왕종개는 물살이 비교적 빠른 상류의 큰돌이 깔려 있는 곳에, 북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모래바닥에, 남방종개와 동방종개는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있는 곳에 서식한다. 미호종개는 하천 중하류(백곡저수지가 중간에 위치한 백곡천은 예외적으로 상류부)의 가는 모래가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
그 뿐이 아니다. 같은 수역 안에서도 미소 서식처의 환경에 따라 어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여울을 중심으로 미꾸리과 어류를 채집해 보면 여울 중간과 여울 끝에서 발견되는 종이 다르다. 물흐름이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린 여울 중간에서는 대체적으로 참종개가 나오는 반면 자갈과 모래가 함께 깔려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느린 곳에서는 점줄종개가, 여울이 끝나면서 유속이 더욱 완만해진 모래 바닥에서는 미호종개가 발견된다.
금강 중상류와 어름치
미호천이 속해 있는 금강 수계의 중상류부인 전북 무주의 내도리 모습. 금강 중상류부는 바닥에 큰 바위나 자갈이 많이 깔려 있고 물흐름이 비교적 빠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수역에서는 어름치, 참마자, 쉬리, 감돌고기 등이 주로 서식한다. 아래 사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금강의 어름치'로 최근 멸종된 것을 복원, 정착 단계에 있다./자연닷컴
■서식환경에 따른 물고기 체형
물고기의 다양한 생김새, 즉 어종마다 다른 체형도 서식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하천 속의 여러 복잡한 환경속에서 물고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모습을 변화시켜 가며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표면 가까이 사는 피라미,갈겨니,끄리 등은 재빠르게 이동해야 먹이감을 낚아채거나 천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덜받도록 앞뒤로 길고 좌우로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쉬리,돌마자,배가사리와 같이 물흐름이 센 여울에서 돌틈을 들락날락하거나 돌표면의 부착조류를 갉아먹고 사는 물고기들은 빠른 물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체형이 앞뒤로 길면서 둥근 몸통을 가졌다.
또 돌틈에서 먹이감을 찾는 미유기,자가사리,퉁가리 등은 돌틈을 잘 비집고 들어가도록 머리가 납작하게 생겼으며 강바닥의 모래나 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이들은 또한 모래속에 섞여있는 각종 먹이감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발달된 주둥이와 아가미 구조를 갖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호종개의 대략적인 서식환경 특성을 살펴보면 '하천 중하류의 물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는 가는 모래가 깔려있는 곳을 좋아하는 어종'으로 볼 수 있다.
유구천의 흰수마자
강바닥의 모래나 고운 입자의 모래펄속에 잘 숨는 미호종개와 모래무지,흰수마자,미꾸리,미꾸라지 등은 앞뒤로 가늘고 길며 뾰죽한 머리 부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사진은 미호종개와 함께 모래바닥에 서식하고 있는 공주 유구천의 흰수마자./자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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