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환경 악화가 개체수 감소의 주요인"
수질오염 심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
상류 유입 오염원 갈수록 증가 큰 문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미호종개의 현존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 서식지를 비롯해 미호천 본류, 대전 갑천,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 현존하는 모든 서식지의 상황을 감안해 전문가들이 추정해 낸 숫자이다.
혹자는 "2만 마리 정도면 그리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존 개체수가 2만 마리라고 하는 것은 전 지구상을 통틀어 2만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이는 다시 말해 미호종개라는 한 생물 종의 운명이 2만 마리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벼랑끝 신세'다. 이대로 가다간 절종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연생태계에서 2만 마리란 숫자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인가는 불과 얼마 전에 발생했던 진천 백곡천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애써 찾아낸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가 인근 공사장의 토사 유입으로 인해 한 순간에 훼손됨으로써 1만 5백마리(발견당시 추정 서식개체수)의 미호종개 집단이 절멸위기에 놓였던 일은 풍전등화와 같은 미호종개의 운명을 그대로 대변한 일대 사건(?)이었다.
미호종개는 세상에 처음 알려질 때부터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분포·서식지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1984년 신종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찾아진 미소서식처(혹은 채집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현존하는 곳은 7~8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신종 발표될 당시만 해도 상황은 요즘보단 훨씬 나았다.
최초 발견자인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의 증언이다.
"미호종개를 처음 발견한 해는 1983년이고 신종 발표한 해는 1984년이다. 당시 서식 개체수는 타 어종에 비해 적은 편이었지만, 한 번의 족대질로 10여 마리를 채집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최초 발견·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 주민들의 증언 역시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름철 한 번 장마가 지고 나면 논의 물꼬나 도랑 같은 곳에 떼로 몰려있던 물고기가 바로 기름챙이로 불리던 미호종개였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이후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해 이젠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해 '서식환경의 악화'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식환경의 악화에는 수질오염의 심화를 비롯해 하상구조의 변화,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여러 요인이 포함된다. 그만큼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근 주민들의 남획, 특히 타 어종을 잡기 위해 배터리 등 불법 어구를 이용할 경우 포획 범위에 있던 미호종개들이 졸지에 수난 당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도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오염에 찌든 미호천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수질은 이미 지난 1980년대 말에 Ⅲ등급의 수질을 나타내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각종 오염원의 유입에 따른 수질오염의 심화는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자연닷컴
■수질의 악화
미호종개의 서식 개체수가 점차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수질오염의 심화에 있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와 함께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면서 본보 기획 취재에도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도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서식현황과 미소서식처의 특성 조사'에서 "미호천 등 기존의 서식지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이유는 부영양화의 심화 등 수질 악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현존 서식지의 수질오염 정도 및 진행 상황은 환경부가 실시해 오고 있는 각 하천별 수질측정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실례로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 대한 여름철(6~9월) 수질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표>에서와 같이 이미 1980년대말에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Ⅲ등급(보통)의 수질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DO(용존산소)와 BOD를 제외한 나머지 수질지표에서 모두 악화일로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도 표>미호천 팔결교 지점의 수질측정 자료(환경부)
|
용존 산소 DO(mg/L) |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mg/L) |
화학적산소요구량COD(mg/L) |
부유물질SS(mg/L) |
총 질소 TN(mg/L) |
총 인 TP(mg/L) |
1989년 6월 |
9.8 |
3.2 |
2.7 |
3.2 |
1.593 |
0.011 |
7월 |
8.6 |
3.2 |
2.9 |
6.6 |
1.868 |
0.031 |
8월 |
8.6 |
4.2 |
3.6 |
4.0 |
3.534 |
0.026 |
9월 |
7.6 |
4.7 |
4.6 |
3.8 |
1.035 |
0.024 |
2006년 6월 |
22.3 |
2.6 |
6.8 |
10.4 |
5.344 |
0.154 |
7월 |
7.8 |
1.0 |
6.4 |
34.2 |
2.192 |
0.221 |
8월 |
9.5 |
0.5 |
4.8 |
13.5 |
3.392 |
0.221 |
9월 |
9.5 |
3.1 |
5.9 |
12.0 |
2.128 |
0.125 |
특히 부영양화의 척도가 되는 TN(총질소)과 TP(총인)의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은 상류로부터의 영양염류 유입이 그동안 두드러지게 많아졌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부영양화 요소의 증가와 함께 부유물질의 증가 또한 물속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미호종개의 서식 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부유물질이 증가할 경우 빛의 투과량이 줄어드는 등 수환경에 변화를 일으켜 결국 부착조류 등 각종 조류의 생성 및 종 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물고기 서식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미호종개 서식지 중 대표적인 사례로 든 미호천 팔결교 지점의 수질분석 자료는 상류로부터 유기물과 현탁고형물, 영양염류 등 각종 오염물질의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 오염물질은 상류쪽의 분뇨처리장 처리수와 생활하수, 공장 오폐수, 농경지 오수 등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질오염의 심화는 자칫 물고기의 대량 폐사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미호종개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커다란 잣대라 할 수 있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일수록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해지는 특성을 감안하면 수질오염은 그야말로 미호종개의 생사를 가늠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황폐화됐던 집단서식지
지난 5월 국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진천 백곡천의 미호종개 집단서식지가 관계당국 및 관할 지자체의 관리소홀로 발견 6개월 만에 완전 초토화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적 있다. 당시 인근 지역서 강행된 진천군의 수해복구 공사장 토사로 인해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를 포함한 수㎞의 하천바닥 전체가 뻘로 뒤덮혀 물고기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사진은 뻘로 뒤덮힌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자연닷컴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충청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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