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환경 악화가 개체수 감소의 주요인"
  수질오염 심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
  상류 유입 오염원 갈수록 증가 큰 문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미호종개의 현존 개체수는 대략 2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최근 발견된 진천 백곡천 상류의 집단 서식지를 비롯해 미호천 본류, 대전 갑천, 공주 유구천, 청양 지천 등 현존하는 모든 서식지의 상황을 감안해 전문가들이 추정해 낸 숫자이다.


혹자는 "2만 마리 정도면 그리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존 개체수가 2만 마리라고 하는 것은 전 지구상을 통틀어 2만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이는 다시 말해 미호종개라는 한 생물 종의 운명이 2만 마리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벼랑끝 신세'다. 이대로 가다간 절종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연생태계에서 2만 마리란 숫자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인가는 불과 얼마 전에 발생했던 진천 백곡천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애써 찾아낸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가 인근 공사장의 토사 유입으로 인해 한 순간에 훼손됨으로써 1만 5백마리(발견당시 추정 서식개체수)의 미호종개 집단이 절멸위기에 놓였던 일은 풍전등화와 같은 미호종개의 운명을 그대로 대변한 일대 사건(?)이었다.  


미호종개는 세상에 처음 알려질 때부터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분포·서식지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1984년 신종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23년 동안 찾아진 미소서식처(혹은 채집지)가 불과 20곳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현존하는 곳은 7~8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신종 발표될 당시만 해도 상황은 요즘보단 훨씬 나았다.

 

최초 발견자인 손영목박사(전 서원대 교수)의 증언이다.


"미호종개를 처음 발견한 해는 1983년이고 신종 발표한 해는 1984년이다. 당시 서식 개체수는 타 어종에 비해 적은 편이었지만, 한 번의 족대질로 10여 마리를 채집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최초 발견·채집 장소인 충북 청원군 오창면 팔결교 부근 주민들의 증언 역시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름철 한 번 장마가 지고 나면 논의 물꼬나 도랑 같은 곳에 떼로 몰려있던 물고기가 바로 기름챙이로 불리던 미호종개였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이후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해 이젠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해 '서식환경의 악화'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식환경의 악화에는 수질오염의 심화를 비롯해 하상구조의 변화,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여러 요인이 포함된다. 그만큼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근 주민들의 남획, 특히 타 어종을 잡기 위해 배터리 등 불법 어구를 이용할 경우 포획 범위에 있던 미호종개들이 졸지에 수난 당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도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오염에 찌든 미호천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수질은 이미 지난 1980년대 말에 Ⅲ등급의 수질을 나타내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각종 오염원의 유입에 따른 수질오염의 심화는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자연닷컴

 

■수질의 악화


미호종개의 서식 개체수가 점차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수질오염의 심화에 있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와 함께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면서 본보 기획 취재에도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도 최근 실시한 '미호종개의 서식현황과 미소서식처의 특성 조사'에서 "미호천 등 기존의 서식지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지는 이유는 부영양화의 심화 등 수질 악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현존 서식지의 수질오염 정도 및 진행 상황은 환경부가 실시해 오고 있는 각 하천별 수질측정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실례로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미호천 팔결교 지점에 대한 여름철(6~9월) 수질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표>에서와 같이 이미 1980년대말에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Ⅲ등급(보통)의 수질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DO(용존산소)와 BOD를 제외한 나머지 수질지표에서 모두 악화일로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도 표>미호천 팔결교 지점의 수질측정 자료(환경부)

 

용존 산소

DO(mg/L)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mg/L)

화학적산소요구량COD(mg/L)

부유물질SS(mg/L)

총 질소

TN(mg/L)

총 인

TP(mg/L)

1989년 6월

   9.8

   3.2

   2.7

   3.2

   1.593

   0.011

        7월

   8.6

   3.2

   2.9

   6.6

   1.868

   0.031

        8월

   8.6

   4.2

   3.6

   4.0

   3.534

   0.026

        9월

   7.6

   4.7

   4.6

   3.8

   1.035

   0.024

2006년 6월

   22.3

   2.6

   6.8

   10.4

   5.344

   0.154

        7월

   7.8

   1.0

   6.4

   34.2

   2.192

   0.221

        8월

   9.5

   0.5

   4.8

   13.5

   3.392

   0.221

        9월

   9.5

   3.1

   5.9

   12.0

   2.128

   0.125

 


특히 부영양화의 척도가 되는 TN(총질소)과 TP(총인)의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은 상류로부터의 영양염류 유입이 그동안 두드러지게 많아졌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부영양화 요소의 증가와 함께 부유물질의 증가 또한 물속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미호종개의 서식 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부유물질이 증가할 경우 빛의 투과량이 줄어드는 등 수환경에 변화를 일으켜 결국 부착조류 등 각종 조류의 생성 및 종 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물고기 서식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미호종개 서식지 중 대표적인 사례로 든 미호천 팔결교 지점의 수질분석 자료는 상류로부터 유기물과 현탁고형물, 영양염류 등 각종 오염물질의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 오염물질은 상류쪽의 분뇨처리장 처리수와 생활하수, 공장 오폐수, 농경지 오수 등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질오염의 심화는 자칫 물고기의 대량 폐사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미호종개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커다란 잣대라 할 수 있다. 특히 미호종개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일수록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해지는 특성을 감안하면 수질오염은 그야말로 미호종개의 생사를 가늠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황폐화됐던 집단서식지
지난 5월 국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진천 백곡천의 미호종개 집단서식지가 관계당국 및 관할 지자체의 관리소홀로 발견 6개월 만에 완전 초토화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적 있다. 당시 인근 지역서 강행된 진천군의 수해복구 공사장 토사로 인해 미호종개 집단서식지를 포함한 수㎞의 하천바닥 전체가 뻘로 뒤덮혀 물고기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사진은 뻘로 뒤덮힌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자연닷컴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충청타임즈)

"가는모래에 붙은 규조류 가장 많이 섭식"
위 내용물 조사 최초시도 식성 밝혀내
녹조·남조·동물성플랑크톤도 함께 먹어

 

-----(25)미호종개의 먹이특성

 

자연생태계에서 미호종개는 무엇을 먹고 살까.


이같은 궁금증을 밝혀내는 일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온 미호종개의 생태를 규명하고 나아가 미호종개의 '생태적 지위'를 살피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관건 중의 하나다.


어느 한 생물 종이 자연생태계에서 무엇을 먹고 사느냐의 문제는 그 생물 종 자체가 갖는 생태적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생물 종이 서식하고 있는 단위 생태계내에서의 생태적 지위를 결정 짓는다.
미호종개 역시 마찬가지다.


미호종개의 먹이특성은 또 미호종개가 자연생태계에서 '맡은 역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미호종개가 현 서식지에서 생산자 역할을 하느냐, 소비자 역할을 하느냐, 또 피식자 역할을 하느냐, 포식자 역할을 하느냐, 혹은 분해자 역할을 하느냐, 경쟁자 역할을 하느냐 등등의 문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다.


미호종개의 먹이특성은 또한 다른 생물, 특히 현존 서식지에서의 동서종(同棲種)들과의 상호작용 내지 상호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 근거를 제공한다. 여기서의 상호작용(혹은 상호관계)에는 경쟁과 포식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미호종개의 먹이특성에 관한 연구는 전무했다. 따라서 이번에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팀)가 실시한 미호종개의 먹이특성 연구는 미호종개의 생태적 특성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고, 아울러 현존 서식지에서 갖는 생태적 지위 및 역할을 살피는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최초의 업적으로 꼽힌다. 다음은 이박사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 미호종개의 먹이특성이다.

 

 

위 내용물 조사 최초 시도
미호종개의 식성 조사를 위한 위 내용물 조사가 최초로 시도됐다.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박사가 미호종개 시료로부터 위를 분리해 내는 모습과 현미경 분석을 하고 있는 모습. /자연닷컴

 

 

■미호종개의 식성조사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해양생명공학과)팀이 문화재청으로부터 허가를 얻어 채집한 시료를 대상으로 위(胃)의 내용물을 조사한 결과 여름철(2006년 8월)에는 규조류가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으로는 녹조류가 20%, 남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각각 5%씩 차지했다.


규조류 중에는 Cymbella속이 75%를, Navicula속이 25%를 차지했고, 녹조류 중에는 Scenedesmus속이 90%, Cosmarium속이 10%를 차지했다.


남조류는 모두 Phormidium속이 차지했으며 동물성플랑크톤은 Lepadella속이 60%, Trichocerca속이 40%를 차지했다.
초겨울인 11월에 미호종개의 위 내용물을 조사한 결과 8월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위 내용물 중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규조류로 전체의 77%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녹조류 15%, 남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 각각 4%씩 조사됐다.


규조류 중에는 Cymbella 속이 70%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17%는 Melosira속이, 13%는 Navicula속이 차지했다. 녹조류는 Scenedesmus속이 87%, Cosmarium속이 13%로 나타났고, 남조류는 Phormidium속이 60%, Oscillatoria속이 40%를 차지했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Trichocerca속이 55%, Lepadella속이 45%로 조사됐다.


이같은 분석 결과로 볼 때 미호종개는 가는모래에 붙어있는 부착 규조류를 주로 먹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규조류 중에서도 Cymbella 계통의 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조류 다음으로는 Scenedesmus 속의 녹조류를 많이 먹고 있으며, 소량으로 조사된 남조류와 동물성플랑크톤은 부착조류를 먹을 때 함께 섭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미호종개는 현 서식지에서 잡식성의 1차 소비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동서종인 점줄종개나 참종개 등과는 먹이경쟁 관계를, 유입 외래어종인 베스 등과는 피식 및 포식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호종개의 먹이
미호종개는 가는 모래에 붙어있는 부착 규조류를 주로 먹되 규조류 중에서도 Cymbella 계통의 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조류 다음으로는 Scenedesmus 속의 녹조류를 많이 먹고 있으며, 남조류와 동물성플랑크톤도 함께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1)규조류(Cymbella속) (2)규조류(Navicula속) (3)녹조류(scenedesmus속) (4)동물성플랑크톤(Lepadella속)./자연닷컴

 

/김성식 생태환경전문기자(충청타임즈)

"자어(仔魚) 때 바깥아가미로 호흡...특이한 생활사"
부화후 30일째 지나 치어기로 이행
가는모래 유독 좋아하는 습성 있어

 

------<24>미호종개의 생활사

 

■자치어(仔稚魚) 발달과정


자어(仔魚)란 '갓 부화했거나 부화한 지 얼마 안된 어린 물고기'를 말한다. 부화 직후부터 난황(알속에 저장돼 있는 영양원)이 모두 흡수되기 전까지를 전기(前期) 자어, 난황을 흡수한 후부터 모든 지느러미 기조(지느러미살) 수가 어미와 같게 되기 전까지를 후기(後期) 자어라 한다.


반면 치어(稚魚)는 '모든 지느러미의 기조가 완성된 시기부터 체형이 어미와 같아지기 전까지의 어린 물고기'로, 자어 다음의 성장 단계를 말한다. 따라서 자치어 발달과정이라 함은 알에서 갓 부화한 어린 물고기로부터 치어로 성장하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통칭하는 말이다.

 
갓 부화한 미호종개의 자어는 전장(몸전체 길이)이 2.8mm로서 무색투명하고 바닥에 몸을 옆으로 누인 채 꼬리만 움직인다. 아직 색소포는 출현하지 않으며 입과 항문도 열려있지 않다. 부화 후 1일째의 자어는 전장이 3.5mm로 역시 색소포는 출현하지 않으며 입과 항문 또한 열려있지 않은 상태다.


부화 후 2일째는 전장이 4.2mm로 머리부분이 발달하고 흑색소포가 머리 앞쪽과 중뇌부분, 몸 옆면 근절상에 다수 출현하며 눈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완전히 착색된 것이 관찰됐다.


부화 후 3일째는 전장이 4.4mm로 가슴지느러미가 생겨나고. 입과 항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어 4일째는 전장이 4.8mm로 대부분의 자어들이 입과 항문이 완전히 열려 있으며 난황이 완전히 흡수되는 것을 확인했다. 머리와 몸 옆면에 원형의 흑색소포가 나타났으며. 3쌍의 외새(바깥아가미)가 나타나고 주둥이 아래쪽과 옆쪽에 접착성을 띤 3쌍의 수염이 생기며, 입과 수염에 소돌기가 분포한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과 함께 미호종개의 초기생활사를 공동연구한 이완옥박사(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는 "미호종개 자어는 부화후 4일째되면서 몸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 이 때부터 거의 완전한 유영능력을 지니는 것이 확인됐다"며 "따라서 이 때부터 스스로 활발히 움직이면서 초기 먹이로 공급한 로티퍼를 대량 섭식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부화 후 5일째는 전장이 5mm로 3쌍의 바깥아가미와 가슴지느러미가 발달한다. 3쌍의 바깥아가미는 부화 후 7일째 되면서 차츰 줄어들어 아가미뚜껑으로 덮히기 시작하는 것이 관찰된다. 부화 후 9일째의 자어는 전장 7mm로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미병부(꼬리자루 부분)에 흑색소포가 출현한다. 이어 10일째의 자어는 바깥아가미가 아가미 뚜껑으로 완전히 덮힌 것이 관찰됐으며, 꼬리지느러미에 4개의 기조(지느러미살)가 관찰됐다.


부화 후 14일째는 전장이 9mm로 등쪽 막 지느러미로부터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융기한다. 동시에 꼬리지느러미 기조가 14개 나타난 것이 관찰됐다. 부화 후 27일째의 자어는 전장이 12mm로 등지느러미에서 7개, 뒷지느러미에서 6개, 가슴지느러미에서 1~2개, 배지느러미에서 1~2 개의 기조가 각각 관찰된다.


부화 후 30일째 되면서 미호종개 자어는 드디어 치어기로 이행한다. 몸 구조가 어미와 흡사하게 되면서 '미호종개로서의 모습'을 갖춰가는 시기이다. 연구팀의 관찰결과 몸 옆면에 나타나는 미호종개 특유의 반문은 전장이 25~40mm 가량 자란 다음에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연구팀은 부화후 180일째 돼서야 몸 옆면의 흑색소포 분포상태가 성어의 반문 형태와 유사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사진1> 

 <사진2>

 <사진3>

 <사진4>

 <사진5>

자어에서 치어로
자어에서 치어로의 발달과정은 '몸 구조를 갖춰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부화후 4일째 나타난 바깥아가미가 부화후 7일째 되면서 차츰 줄어들어 아가미뚜껑으로 덮히기 시작하는 것이 관찰된다. 이어 10일째 되면서 바깥아가미가 아가미 뚜껑으로 완전히 덮힌 것이 관찰되는 등 큰 변화가 온다. 사진⑤는 부화후 4일째와 12일째의 변화된 모습.<현미경 촬영 순천향대 방인철박사>

 

 

■미호종개의 생태

 

미호종개의 산란기는 그동안 5~6월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방인철박사팀의 조사 결과 미호종개는 자연상태에서 6월 초부터 9월말까지 4개월 정도의 기간에 산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어기 이후의 주된 먹이는 가는모래에 붙어있는 부착규조인 것으로 밝혀졌다.(먹이특성은 다음회에 상세 보도)


미호종개의 습성을 직접 관찰한 결과 '미호종개의 삶은 가는 모래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할 만큼 가는 모래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서식처(미소 서식처)도 가는모래(직경 0.6mm 이하)가 깔려있는 하천바닥이요 먹이 활동을 하는 곳도 가는모래 바닥이다. 또한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는 곳도 가는모래 바닥이다.

 

이미 보도한 서식환경조사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미호종개는 직경 0.6mm 이하의 모래를 유난히 좋아한다. 미호종개가 가는모래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먹이 섭취시 모래를 입으로 빨아들였다가 다시 아가미를 통해 내뱉는 신체 구조적 특성과 천적 출현 등 위급 상황시 재빨리 몸을 숨기기 위한 행태적 특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호종개가 모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는 하루 중 먹이활동을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을 모래속에 몸을 숨기고 생활하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미호종개와 함께 채집되는 점줄종개와 참종개는 모래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보다 모래밖에 나와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호종개는 모래속에 들어가 있을 때도 천적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주둥이 혹은 머리 일부만을 밖으로 내밀고 있는 특성이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서 그만큼 환경에 예민해져 그로 인한 위기의식이 유전자에 내재된 것으로 생각된다.

 

미호종개는 하루 중 먹이활동을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을 모래속에 몸을 숨기고 생활한다. 모래속에 들어가 있을 때도 천적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 일부만 내밀고 있는 습성이 있다./자연닷컴

"베일 벗겨진 수정란 발생과정...신비 그 자체"
수정후 곧바로 '새 생명'으로의 진행 시작
25도 수온서 24시간 만에 발생·부화 완료
   
-----<23>미호종개의 초기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왔다.

 

산란과정(21~22회 보도)은 물론 산란·수정된 알의 발생 및 부화과정과 부화 후의 자어(미성숙 상태의 새끼)에서 치어(몸 구조가 완성된 이후의 새끼)로 성장하기까지의 초기생활사, 그리고 치어 이후의 성장과정과 생태 등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된 방인철(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교수)·이완옥(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미호종개의 실체를 밝히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방인철·이완옥박사팀의 연구 과정을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밀착 취재, 보도한다.

 

■수정란의 발생 및 부화 과정


물고기들의 삶 속에 내재된 생명의 신비는 그들의 산란과정과 그 결과물로서 생겨난 수정란의 발생과정에 함축돼 있다. 미호종개 역시 마찬가지다.


수컷들의 눈물겨운 사랑경쟁과 그 치열한 경쟁 끝에 이뤄진 암·수의 산란행동, 이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인 수정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다.


그 신비로움은 알의 발생과정으로 이어진다. 암·수컷이 산란행동을 통해 수정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무(無)에서 유(有)로의 과정'이라 한다면, 그 수정란이 다시 발생단계를 거쳐 자어로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은 '유(有)에서 화(化)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발생과정을 보자. 미호종개의 수정란은 직경이 1.1~1.3㎜(평균 1.2㎜, n=50)로서 투명한 황색을 띤 구형에 가까운 침성점착란(가라앉고 점착성이 있는 알)이다. 이 수정란은 '평균수온 25℃ 조건'에서 대부분 24시간을 전후해 부화(발생 완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단 하루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수 어미들의 산란행동과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별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생명 탄생과정은 연속선상에 있다.


어미 배에서 나온 알은 수컷의 정자와 만나 수정된 후 곧바로 발생과정에 접어드는 것이다. 발생과정에서 겉으로 관찰되는 첫번째 현상인 난막 분리현상이 수정 후 10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도 입증할 수 있다.


실제 관찰 결과 수정 후 10분부터 난막 분리현상이 나타났다. 난막이 분리된 후부터는 배반 형성과정으로 들어가는데, 2세포기로의 변화 시작은 50분을 전후해 나타났고, 1시간 경과 후엔 대부분의 알(난)에서 뚜렷한 4세포기가 관찰됐다.


1시간 20분이 지난 후엔 8세포기 형태를 보였다. 16세포기는 1시간 30분이 지난 후 관찰됐으며, 1시간 35분 후에는 32세포기가 관찰됐다. 이어 2시간 5분을 전후해 64세포기가 관찰되기 시작했고, 2시간 20분 후에는 128세포기로의 진행이 이뤄졌다.


4시간 40분 후에는 뽕나무 열매(오디) 모습을 한 상실기로 접어들기 시작해 분열을 보이다가 7시간 50분이 경과한 후에는 일부에서 이미 포배기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관찰됐다. 배체가 형성되는 모습은 12시간이 지난 후 관찰됐다. 14시간 지나 4~6근절을 관찰할 수 있으며, 18시간 경과 후에는 18~23근절이 관찰됐다. 34~42근절은 21시간이 지나면서 관찰됐다.


22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알 속의 '미동(微動)'이 포착됐다. 드디어 새로운 생명이 '움직임'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로부터 1시간 뒤인 23시간째부터 개체들이 발생을 마치고 알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른바 부화의 순간이다. 새로운 생명들이 미호종개란 이름으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움직임도 미약하고 모습도 불완전하지만 그 이름과 혈통만큼은 세계에서 유일한 미호종개다.


산란에서 부화까지 미호종개의 대내림 과정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파노라마다. 무(無)에서 유(有)로, 유(有)에서 화(化)로, 순간 순간 변화하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새 생명의 탄생과정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진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어떤 드라마가   이처럼 벅찬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정리하면, 세포분열은 대략 10~15분 정도 차이를 두고 2-4-6-8-16-32-64-128세포기의 형태로 분열되는 것이 관찰됐으며, 상실기·포배기·배체형성기는 대략 5시간이 경과한 후 발생이 이뤄졌다'며 "평균 수온을 25℃로 유지한 결과 대부분의 개체가 빠르게는 23시간에서 25시간에 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1) 배반형성(수정후 40분 경과)

 

 

 (사진2) 2세포기(수정후 50분 경과)

 

(사진3) 4세포기(수정후 1시간  경과)

 

 

(사진4) 8세포기(수정후 1시간 20분 경과)

 

(5) 포배기(수정후 2시간 20분 경과)

 

 (6) 4근절기(수정후 14시간 30분 경과)

 

 

 (7) 26근절기(수정후 20시간 10분 경과)

 

 (8) 부화 시작(수정후 23 시간 경과)

 

새 생명의 탄생과정

미호종개의 수정란은 수온 25도 아래서 대부분 24시간을 전후해 부화한다. 그만큼 빠르게 발생한다. 수정 후 10분부터 난막이 분리되고 50분 전후해서는 2세포기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미호종개 수정란의 세포분열은 대략 10~15분 정도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데 수정 후 22시간이 지나면 '새 생명'이 움직임을 시작해 23시간후부터는 부화가 시작된다. <사진은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디지털카메라 부착 실체현미경(×30,×50)을 이용해 촬영>

 

 

"수컷이 암컷 몸 휘감는 순간 산란·방정 동시 이뤄져"
 산란전 암수 '해발인 동작'...생명의 신비 처음 규명
-----<22>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2)

 

■산란과 방정


전편에서 봤듯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경쟁은 몸시 치열하다. 아니 치열한 정도를 넘어서 처절하기까지 하다.


경쟁 대열에서 탈락한 '사랑의 낙오자'들은 바닥으로 내려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가미 호흡 횟수가 산란행동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많고 거칠다. 아직 '힘 있는 수컷'들은 열띤 구애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대열에서 밀려나 숨을 고르는 낙오자들의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물고기 수컷들에게도 그만큼 사랑을 차지하는 과정이 높고 험한 가시밭길이다.


미호종개의 사랑 유영은 한동안 계속된다. 암컷이 이끄는 대로 수컷들이 필사적으로 뒤따르길 수 분, 그러다가 구애경쟁을 펼치던 수컷 가운데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는 순간 그 치열하던 사랑경쟁은 일단락 된다. 암컷을 사랑의 포로로 쟁취한 수컷 한 마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묘한 것은 거의 대부분이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산란 행동을 보이지만 극히 드물게는 수컷 두 마리가 동시에 몸을 휘감는 경우도 목격됐다. 이럴 땐 최후의 승리자가 두 마리가 되는 셈이다.


어쨌거나 이 순간이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서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장면이다.


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기회를 놓칠세라 재빠르게 암컷의 산란공이 있는 배부분을 가슴지느러미로 압박하면서 몸으로 한 바퀴 반, 각도로 치자면 약 450도 가량 휘감아 자극하면 암컷은 즉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알을 낳는다. 수컷 역시 몸을 떨면서 암컷의 산란에 맞춰 방정한다.


한반도의 금강 줄기에서 미호종개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한 이래 '대내림의 베일'이 처음으로 벗겨지는 순간이다. 감격적인 순간이다.


산란과 방정은 순식간에, 그것도 동시에 이뤄진다. 신기할 뿐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시작한 사랑 나누기는 결국 1대 1(극히 드물게는 1대 2)로 산란과 방정을 하면서 끝이 나니 생명의 신비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진1>

<사진2> 

 <사진3>

미호종개의 여러 산란 행동
미호종개는 산란할 때 암·수컷이 집요하게 구애행동을 하다가 수컷이 순간적으로 암컷 몸을 휘감으면서 산란과 방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산란행동은 대부분 암컷 한 마리에 수컷 한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지만 극히 드물게는 <사진 3>처럼 수컷 두 마리가 몸을 휘감아 이뤄지는 경우도 목격된다./자연닷컴


수컷이 암컷으로 하여금 알을 낳도록 하는 결정적인 해발인(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은 '가슴지느러미로 암컷 배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몸을 휘감아 자극하는 동작'으로 보인다.

 

수컷들이 구애경쟁을 하면서 주둥이로 여러 번 암컷 몸을 자극하는 것도 일종의 해발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암컷이 먼저 수면 위로 부상해 수컷들을 유인하는 것도 그런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숭고하고 경외로운 행동, 즉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그 사랑판(?)은 한동안 잠잠해 진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암·수컷 모두가 조용히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호종개의 이같은 산란 행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새벽녘에 시작된 산란행동은 동이 트고 나서도 여러 번 계속된다.

 

수 시간 동안 암컷 한 마리가 여러 번 산란하는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처음엔 바닥에서 멀리 떨어진 수면 가까이서 산란과 방정이 이뤄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아래 쪽으로 내려와 막판에는 아예 바닥에서 산란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암컷은 암컷대로 여러 번 알을 낳고 수컷은 수컷대로 여러 번 구애경쟁을 함으로써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체가 거의 투명하고 왜소해 나약해 보이지만 대내림이란 지고지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진력하는 미호종개의 모습에서 종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의 산란동작을 통해 낳는 알의 수는 대략 20~80개 정도이며, 총 산란량은 평균 2,100개로 밝혀졌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는 "미호종개의 산란 장면을 대하는 순간 최초로 베일을 벗긴다는 설레임과 함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특히 여러 번 이어지는 수컷들의 집요한 구애행동에서 미호종개의 독특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일 속 미호종개 생활사 최초 밝혀"
암컷 유영하면 수컷들 뒤따르며 구애 행동
------<21>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1)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지난 1984년 신종 기록 후 20년이 훨씬 넘은 최근까지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알려져 온 것이라고는 미호종개의 형태와 몸색, 분포 정도였다. 여기에 더하여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비교적 완만한 곳에 서식하며, 모래 속에 잘 숨고 산란기는 5~6월로 추정된다'는 등의 단편적인 내용만 알려져 왔을 뿐이다.


그러나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는 최근 들어 그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금년 1월 18일 순천향대서 열린 '멸종위기 1급 어류 미호종개의 복원을 위한 세미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호종개의 산란특성 및 초기생활사, 먹이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와 생활사를 밝히는 귀중한 연구 결과들이 첫 발표됐다.


여기에 공헌한 이들이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교수팀과 국립수산과학원 강언종박사(남부내수면연구소)·이완옥박사(중부내수면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이상명박사(자연사연구실) 등이다.


본보 기획취재팀은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미호종개 서식지 외에도 이들 연구진의 연구 과정 및 결과를 지난 1년 여간 밀착 취재,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심층 보도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산란 전 행동과 산란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역시 국내 언론사상 최초의 일이다.


산란 전 행동을 비롯한 산란 생태와 초기 생활사, 먹이 특성 등 미호종개의 생태 및 생활사에 관한 내용을 앞으로 5회에 걸쳐 보도하기로 한다.

 

■미호종개의 산란 전 행동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을 관찰한 결과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미호종개도 산란하기 직전에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영국의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이 밝혀내 노벨상을 수상한 '해발인(解發因, innate releasing mechanism)'이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해발인이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인'을 말하는데, 산란기의 물고기에 있어서는 수컷의 혼인색 외에도 암컷을 직접 유인하거나 산란하도록 하기 위한 수컷의 독특한 동작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에 붉은 색을 칠한 수컷 가시고기 모형을 향해 수컷 가시고기가 달려들어 공격하고 암컷 가시고기가 접근해 유인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든가, 산란이 임박한 암컷 꼬리부분을 막대기로 톡톡 쳐주면 곧바로 산란하는 실험에서와 같이 암·수컷이 상대의 색깔이나 동작에 의해 본능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우 그 본능을 행동으로 나타내게 하는 요인이 바로 해발인이다.


다른 동물을 예로 들자면 새 새끼의 경우 주둥이에 뾰쪽한 물건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고 갖난 아이 입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입을 벌리는 것 등이 있다.


미호종개의 산란 과정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우선 산란이 임박한 암·수컷들은 새벽녘(주로 5~6시 사이)이 되면 하나같이 움직임이 재빨라져 마치 무엇엔가 놀란 것처럼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사랑을 나누기 위한 제 1차적인 분위기 조성이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구애행동 혹은 유인동작은 암컷의 비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춤을 추듯 몸을 너울너울 움직이며 암컷이 수면 가까이 솟구쳐 올라 유영하면 그 뒤를 수컷 여러 마리가 잽싸게 뒤따르며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마치 암컷의 사랑 노래에 수컷이 응답하듯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수컷은 암컷을 따라 그냥 유영만 하는 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둥이로 암컷의 배와 몸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 호소한다. 이 장면은 흡사 목을 길게 빼고 서로 부벼 가며 사랑을 외치는 기러기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애경쟁은 결코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수컷 입장에선 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은 없다. 오히려 처절한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안간힘을 쏟아부으며 암컷 가까이 접근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암컷에 뒤쳐지면 곧바로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낙오자가 되면 다음 산란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면 할 수록 암컷은 더욱 재빨리 유영한다. 가장 우수한 혈통과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 여기서도 발현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암컷도 지치지만 뒤를 따르는 수컷들도 힘이 빠져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들도 있다.


이같은 '숭고한 사랑 나누기 경쟁(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미호종개의 산란 행동은 암컷이 수면 가까이 치솟아 올라 유영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암컷의 유혹에 수컷들이 화답하듯 뒤따르면 암컷은 더욱 잽싸게 유영하고 수컷들은 암컷 가까이 다가가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이같은 구애경쟁은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몸을 휘감아 차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극적인 산란 장면은 다음 회에 게재./자연닷컴

'미호종개의 본향' 미호천 수질 악화…부영양화 심각
-----<20> 미호종개의 서식환경(5)

 

일반적으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탁한 물 혹은 더러운 물에 사는 물고기로 인식돼 있다.

 

이를 대변하듯 수년 전 어느 생태교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쌀미꾸리나 수수미꾸리,종개류들은 대부분 맑은 물 혹은 깨끗한 물에 사는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현지주민들 한테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지주민들은 대부분 쌀미꾸리와 수수미꾸리, 종개류를 싸잡아 '기름챙이', '지름챙이' 등으로 부르며 맑은 물과 연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민물고기 가운데 '종개'라는 이름이 붙은 종은 모두 12종이다. 종개과의 대륙종개와 종개, 미꾸리과의 참종개,부안종개,미호종개,왕종개,남방종개,동방종개(이상 참종개속),기름종개,점줄종개,줄종개,북방종개(이상 기름종개속)가 그들이다.


이번 미호종개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현지 주민들 대다수가 '종개'라는 이름을 모르고 있으며 그 대신 기름고기,기름미꾸라지,기름창이,기름챙이,지름챙이,양수래미,양수라미,양수라지,챙그래미 등으로 통칭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이들 물고기는 비교적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현지 주민들은 이들 물고기가 점차 사라지는 원인을 각 하천의 수질 악화로 들고 있다. 미호종개의 본향인 미호천 주변마을 주민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미호천 팔결교 주변에서 70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취재팀이 제시하는 사진을 통해 미호종개를 정확히 분별할 줄 아는 한 주민은 "70년대까지만 해도 미호천에 지천하게 사는 것이 미호종개였다. 장마철 큰 물이 지나가고 나면 논의 물꼬나 도랑, 개울 모래톱 주변에 수없이 모여들던 물고기가 바로 지름챙이로 불리던 미호종개였다. 하지만 80~90년대 이후 개울 물이 오염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 없을 만큼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이곳이 미호종개의 본적지?"
미호천은 미호종개의 본적지격인 타입로컬리티로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 하천 중 가장 악화된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현재 모습./자연닷컴

 

■하천의 부영양화 문제


미호종개의 서식환경과 관련해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박사팀이 이번에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 하면 현지 주민들의 증언은 미호종개의 습성은 물론 서식처의 수질 특성, 나아가 개체수 감소요인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며,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이 수질분석 자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질오염 인자 중 인(P)과 질소(N) 성분의 농도에 대해 중점 분석함으로써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영양화란 강과 호수 등의 수역에 오염물질이 다량 유입돼 물 속의 인, 질소 등의 영양분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플랑크톤이 과다하게 번식해 용존산소 소모, 투명도 저하, 악취발생, 물고기 폐사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영양화는 하천에 낙엽,고사목 등의 유기물질이 유입돼 자연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영양 물질의 유입량이 증가할 경우 이로 인해 영양소 순환 속도가 가속화 돼 조류 및 수생 식물의 광합성량이 이상적으로 늘어나 결국 유기물 총량이 급증하는 인위적 부영양화를 일컫는다.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영양염류의 대표적인 것이 인과 질소로서 주로 인산염,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아질산성 질소 등의 농도 측정을 통해 그 정도를 분석한다.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물 색깔이 녹색이나 갈색으로 변해 물의 투명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pH, DO(용존산소량), 클로로필a 농도 등 각종 수질지표에 큰 영향을 미쳐 결국은 물고기와 같은 수생생물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미호종개의 생태와 관련해서는 삶의 바탕이 되는 물의 질을 떨어뜨리고 하천바닥을 부식저질로 변화시키며, 또한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과 저서생물의 종 조성에 큰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개체수 감소를 불러오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질분석 결과
방인철 박사팀이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현존 최대 집단 서식처로 밝혀진 진천 백곡천의 경우 BOD 0.7~2.2㎎/L, COD 0.8~3.4㎎/L, 총질소(T-N) 1.649~2.856 ㎎/L, 총인(T-P) 0.014~0.075㎎/L, 부유물질(SS) 0.6~11.6㎎/L 로 분석된 반면 미호종개의 최초 발견지이자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은 BOD 0.6~3.2㎎/L, COD 4.1~7.3㎎/L, T-N 2.128~7.760㎎/L, T-P 0.096~0.240㎎/L, SS 4.2~34.2㎎/L 로 나타나 미호천의 수질이 크게 오염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인산염,암모니아성 질소,질산성 질소,아질산성 질소 등 4개 항목을 검사한 결과 백곡천의 경우 각각 0.036㎎/L, 0.025㎎/L, 1.950㎎/L, 0.066㎎/L로 나타났고 미호천은 0.053㎎/L, 0.018㎎/L, 2.921㎎/L, 0.093㎎/L로, 갑천은 0.042㎎/L, 0.021㎎/L, 2.642㎎/L, 0.081㎎/L로, 지천은 0.030㎎/L, 0.025㎎/L, 1.624㎎/L, 0.065㎎/L로 조사됐다.


4개 부영양화 요소 중 질산성 질소 성분이 각 하천에서 모두 높게 나타나는 등 부영양화가 어느 정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호천과 갑천이 특히 높은 수치를 보여 인근 도시 및 공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두 하천의 인산염 수치도 다른 하천에 비해 높게 조사돼 대조를 보였다.


방인철박사는 "이번 조사결과 미호종개 서식 하천의 수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특히 부영양화 진행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각 요소별 분석결과 미호천이 인산염과 질산성 질소 수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다른 하천 보다 부영양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방박사는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미호천에서 미호종개가 절멸위기에 처한 원인은 수질오염, 하상구조의 변화, 어식성 어류 증가 등으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수질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방박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수질오염 인자 중 인(P)과 질소(N) 성분의 농도에 대해 중점 분석함으로써 미호종개 서식처의 부영양화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자연닷컴

"미호천·백곡천 종 다양도 감소 추세···서식환경 악화 증거"
------<19> 미호종개의 서식환경(4)

 

■어류군집 조사 결과


어류군집 조사는 일반적으로 종 다양도와 균등도, 종 풍부도, 우점도 등을 포함하는 '종 다양성 분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각 종간 상관 관계를 밝히는 '종 상관성 분석'과 각 지점별 어류군집간의 유사성을 알아보는 '군집 유사도 분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어류 군집조사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하천 혹은 어느 지점의 어류 군집 특성은 그곳의 물고기 서식환경이 현재 어떠한 상태인가를 짐작케 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 하천을 대상으로 어류군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 다양도와 풍부도는 낮은 반면 우점도는 높게 나타났다면 그 하천의 어류 서식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요인으로는 골재채취로 인한 하상구조 변화를 지적할 수도 있고 또 외래어종으로 인한 서식지 교란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오염 부하량 증가에 따른 수질 악화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종 다양성 회복 등을 위한 대안을 찾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어느 하천 수계에 대해 각 보(洑)마다 어도를 설치하거나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을 실시했을 경우엔 그 이전에 비해 보다 높은 종 다양성 지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류군집 조사는 한편으로는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한 효용적인 측면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가 금강 수계 내 미호종개 서식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군집 조사의 결과이다. 홍박사는 이번 분석을 위해 미호종개 서식처당 10회의 채집 활동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얻어냈다.

 

①종 다양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 분석을 위해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균등도, 우점도 등을 알아본 결과 우선 종 다양도 지수는 지천 2.23, 백곡천 2.22, 갑천 1.96, 미호천 본류 1.90 순으로 나타나 지천이 가장 높고 미호천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 다양도 지수는 다음의 종 풍부도 및 균등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어느 지점에 어류 종이 얼마나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종 풍부도는 지천 2.78, 백곡천 1.98, 갑천 1.44, 미호천 본류 1.31로 역시 종 다양도 지수와 같은 서열을 보였다.


각 종의 개체수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균등도는 전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호천 0.86, 백곡천·갑천 각각  0.82, 지천 0.74로 백곡천과 갑천이 같게 분석된 가운데 지천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생물 군집내의 우점화 비율을 나타내는 우점도는 미호천 본류·갑천이 각각 0.18, 지천 0.17, 백곡천 0.13으로 나타나 미호천 본류와 갑천,지천은 우점도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으나 백곡천은 비교적 낮게 분석됐다. 우점도는 일반적으로 수치상 종 다양도와 정반대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오염 수역인 경우엔 다양한 어류 종의 분포가 제한되고 오염에 대한 내성이 높은 어류의 우점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게 되는 등 큰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할 때 지천과 백곡천이 생태적으로 다소 유사성을 띠는 반면 비교적 인구 밀집지를 포함하는 갑천과 미호천 수계의 어류 군집이 종 다양성과 풍부도 측면에서 낮게 분석됐다.


한편 홍박사는 이번 분석에서 지난 1982년도 자료와 최근(2004~2005년) 자료를 비교, 각 지수별 변화 추이를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 지수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져 백곡천의 경우 지난 1982년도의 종 다양도와 종 풍부도는 각각 2.50과 2.7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2004~2005년엔 각각 1.46과 1.53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미호천은 각각 2.31과 3.63에서 1.91과 3.21로 감소했다.


종 다양도와 풍부도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서식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지천의 종 다양성'
 미호종개 서식처의 종 다양성을 알아보기 위한 이번 조사에서 충남 청양 지천이 종 다양성 지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지천의 종 다양성지수는 2.23인 반면 미호천 본류는 1.90으로 낮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자연닷컴

 

②종 상관성 분석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확인되는 물고기들의 종간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미호종개와 상관성이 높은 어류는 피라미와 점줄종개, 참종개 등으로 이들은 모두 1.0의 수치를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붕어, 모래무지,돌마자가 0.8의 수치를 나타내고 납지리, 돌고기, 참마자, 얼룩동사리, 밀어, 민물검정망둑이 각각 0.7의 수치를 보여 비교적 상관성이 높게 분석됐다.

 

각 종간 상관성이 높을수록 동시출현 혹은 함께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박사는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물고기를 채집해 보면 피라미와 점줄종개,참종개 등이 다른 종에 비해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들 물고기가 미호종개와 종간 친화도가 높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서식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들이 진정한 개념의 동서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 이번 조사에서는 기름종개속(코비티스속)의 점줄종개가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간 상관성이 높다는 것은 미호종개와 같은 장소에서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연닷컴

 

<아래 사진>'미호종개와 참종개'
미호종개와 함께 익수키미아 속에 속하는 참종개 또한 미호종개와 종간 상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발견되는 참종개는 사진에서와 같이 모래바닥을 주요 서식공간으로 삼으면서 먹이경쟁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미호종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연닷컴

 

③서식처별 군집 유사도
미호종개 각 서식처별 동서종 및 어류집단의 구성에 따라 군집간 유사도를 살펴본 결과 백곡천과 지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하고 다음으로 갑천과 지천으로 나타났으며, 지천과 미호천의 어류 군집이 가장 유사성이 적게 분석됐다.

한국의 자존심 '익수키미아 초이'<18>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3)

 

■동서종(同棲種) 조사 결과


생태학에서 동서(同棲)란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이 한 곳에서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호종개의 동서종(혹은 동서어종)이라 함은 미호종개와 종은 다르지만, 미호종개가 사는 일정 서식처 범위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류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자면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서, 미호종개의 서식처를 중심으로 이뤄진 물속 생태계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이들이 미호종개의 서식환경 요소로서 중요시되는 것은 같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크든 작든, 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미호종개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의 환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생태계란 본디 '일정한 지역의 생물 공동체와 이들의 생명 유지에 근원이 되는 무기적 환경이 서로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체계'임을 생각할 때 상호 주고 받는 영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미호종개 입장에서 보면 동서종 가운데에는 산란장소 및 은신처 등 주요 서식처(미소 서식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상대(모래무지,흰수마자 등)가 있을 수 있고 먹이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대(미꾸리과, 모래무지,흰수마자 등)도 있을 수 있으며 육식성 어종인 경우에는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것들(큰입배스,블루길,쏘가리 등)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동서종을 살펴보는 것은 미호종개 서식처를 중심으로 한 물속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외에도 미호종개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방법이다.


다음은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와 BLS테크 이순재 기술이사(생태조사 담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 서식처의 동서종은 총 34종으로 나타나 금강 수계 전체의 서식 어종수 139종의 24.5%로 분석됐다. 이들 동서동 가운데 분포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종은 돌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등이었으며, 최근 순천향대 방인철 박사팀(해양생명공학과)이 찾아낸 진천 백곡천의 집단서식처는 유독 미호종개가 우점종으로 조사돼 큰 대조를 보였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공주 유구천과 청양 지천에서 멸종위기 1급어종인 흰수마자가 발견된 점과 모든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어류는 아니지만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습성상 미호종개 서식처 주변에 살면서 먹이경쟁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특히 산란기때 미호종개의 알을 주워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호종개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하나의 위해동물로 여겨진다.

 

황소개구리 올챙이

이번 조사 결과 미호종개의 모든 서식처에서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육식성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등과 함께 미호종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위해동물'로 여겨진다./자연닷컴

 

①미호천 본류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인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과 농다리 지점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동서종은 총 13종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한 개체씩의 미호종개가 확인됐으며, 우세종은 모래무지 27%, 돌마자 25%로 조사됐다. 동서종 목록을 보면 잉어,붕어,떡붕어,모래무지,돌마자,몰개,미꾸라지,미호종개,동자개,블루길,큰입배스,갈문망둑,가물치 등인 가운데 육식성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의 풍부도가 10% 이상으로 나타나 외래 도입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됐다. 특히 팔결교 지점은 여름철이면 전문 낚시인들인 루어꾼들이 연일 찾아와 배스낚시를 할 정도로 큰입배스의 출현율이 높은 편으로, 이로 인해 미꾸리과의 일종인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이 매우 불안정함을 알 수 있었다.

 

②백곡천 상류부
방인철박사팀이 미호종개를 첫 발견할 당시 '현존 개체수 1만4백68마리'로 추정한 백곡천 상류부의 동서종은 총 16종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의 집단 서식지를 대변하듯 전체 16종 중 미호종개가 약 21%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몰개(20%)로 나타났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떡붕어,돌고기,모래무지,참마자,돌마자,몰개,버들치,피라미,치리,미꾸리,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며 외래어종으로는 떡붕어가 확인됐다. 떡붕어는 잡식성이지만 식성이 게걸스러워 타 어종의 알까지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미호종개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나의 환경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③대전 갑천
이번 조사에서 총 36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대전 갑천 월평공원 인근 지점의 동서종은 모두 10종으로 집계됐다. 전체 10종 가운데 모래무지가 26.4%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피라미 23.3%, 돌마자 21.2%의 순으로 분석됐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납지리,모래무지,돌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눈동자개,큰입배스 등인 가운데 미호종개는 약 3%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의 큰입배스 분포비율은 3%로 미호종개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조사팀의 현장 조사시 타 어종의 포식 장면이 수차례 목격될 정도로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미호종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④공주 유구천
총 13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공주 유구천의 동서종은 모두 22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미호종개 서식처 중 가장 많은 동서종수이다. 동서종 가운데에는 앞서 말한 바 대로 다량의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서식하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어종은 특히 '모래'가 중요한 환경인자로서 대부분의 생활을 가는 모래가 깔린 바닥에서 함께 영위함으로써 서식처를 차지하려는 경쟁 혹은 먹이경쟁에 있어 다른 어종 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종 목록은 잉어,붕어,각시붕어,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유구천에 서식하는 미호종개의 동서종들. 미호종개 주변에 납자루,참붕어,모래무지,참종개 등이 모여들어 먹이를 찾고 있다. 동서종들은 이렇듯 먹이경쟁 등을 통해 상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자연닷컴

 

⑤청양 지천
총 11마리의 미호종개가 확인된 청양 지천에서는 21종의 동서종이 관찰됐다. 이 중 피라미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돌마자 14.5%, 모래무지 10% 순으로 많았다. 미호종개는 1.2%의 분포 비율을 보였다. 동서종 목록은 붕어, 납자루,칼납자루,납지리,참붕어,돌고기,모래무지,줄몰개,흰수마자,돌마자,누치,참마자,피라미,참종개,미호종개,점줄종개,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이다. 이 지점에서는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희소종인 흰수마자가 미호종개와 함께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우점종 돌마자

대부분의 미호종개 서식처에서 우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돌마자. 돌마자와 함께 모래무지와 피라미도 비교적 높은 분포 비율을 나타내 보편적인 '미호종개의 이웃 물고기'로 확인됐다. /자연닷컴   

<17> 미호종개의 서식환경(2)

 

"미호천 본류 모래 입자와 유속 변화가 개체수 감소 원인"
 
미호종개는 어떠한 환경에서 살까. 수심이 깊은 곳에 살까 아니면 얕은 곳에 살까.

물흐름(유속)은 어떤 곳을 좋아하고 하상구조는 어떤 곳에 주로 살까.

 

순천향대 미호종개 복원사업단(연구책임 방인철 교수, 해양생명공학과)의 조사 참여자로서 본 기획 시리즈의 현장취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호종개는 수심 30~80cm 사이에서 서식하되 어른 무릎 깊이인 50cm 수심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물흐름 속도는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천별로 보면 미호천 본류(팔결교 지점)가 최대 36cm/sec, 평균 30cm/sec로 물흐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고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곳은 백곡천 상류(최대 16cm/sec, 평균 10cm/sec)로 분석됐다.


수심 및 물흐름 속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곳은 미호천 본류로 수심 50cm에서 40~42cm/sec로 측정돼 다른 하천(지천 10~14cm/sec, 백곡천 11~20cm/sec, 갑천 18~27cn/sec)에 비해 빠른 유속을 보였다.

 

'미호종개의 본향'으로서 미호종개가 많이 서식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의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이후의 하상정리 및 골재 채취로 예전에 비해 유속이 빨라졌음을 감안할 때 '유속의 변화'가 미호종개의 감소 요인으로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호종개의 서식처.  미호종개는 수심이 약 50cm인 비교적 얕고 물흐름이 평균 10~18cm/sec의 비교적 느린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는 청양 지천의 하류부 전경./자연닷컴 


그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항목은 미호종개가 사는 곳의 하상구조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미호종개의 삶 자체가 모래와는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알을 낳아 부화시켜 대를 잇는 곳도 모래바닥이요 먹이를 찾는 곳도 모래바닥이며 휴식을 취하거나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는 곳 역시 모래바닥이다. 이렇듯 모래바닥은 미호종개의 서식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호종개는 어느 정도 크기의 모래 입자를 좋아할까.


역시 홍영표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곳의 0.6mm 이하 모래입자 크기의 저질 함량이 평균 86.3%로 나타나 '미호종개는 아주 미세하고 고운 모래 바닥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하천별 함량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미호천 본류의 경우 0.6mm 이하 입자 크기의 함량이 27.8%인 데 비해 갑천 76.4%, 백곡천 88.8%, 지천 93.7% 등으로 나타났다.


0.6mm 보다는 굵은 4.75~19mm 크기의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대로 미호천 본류가 23.3%인 데 비해 백곡천 0.19%, 갑천 0.06%, 지천 0.5% 등으로 분석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박사의 연구와는 별도로 일반 가정용과 비슷한 크기의 체(눈 크기 2.8mm)를 이용해 각 서식처의 하상 모래를 굵은 입자와 가는 입자로 분리해 본 결과 사진에서와 같이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취재팀은 우선 미호종개 서식처별로 한 곳당 다섯 지점의 모래를 무작위로 3kg씩 채취한 다음 건조과정을 거쳐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각각의 입자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전체 3kg의 모래 가운데 가는 모래가 2.1kg, 굵은 모래가 0.9kg으로 나타났고 미호천 본류 농다리 지점(진천 관내)은 각각 2.52kg과 0.48kg으로, 대전 갑천(월평공원 인근 지점)은 2.7kg과 0.3kg으로, 청양 지천(하류지점)은 1.75kg과 0.25kg으로, 공주 유구천(하류지점)은 2.8kg과 0.2kg으로, 진천 백곡천(상류지점)은 2.88kg과 0.12kg으로 측정돼 대조를 보였다.


2.8mm 크기의 체로 쳐서 분석한 결과로 볼 때에는 진천 백곡천 상류의 저질 입자가 가장 곱고 일정한 크기로 구성돼 있는 데 반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큰 입자가 많고 거친 하상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백곡천 상류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미호종개의 서식개체수가 무려 1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 '현존 최대의 집단서식처'이다. 반면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미호종개가 첫 발견된 장소로서 학계에 '미호종개의 타입로컬리티'로 보고된 곳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서식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이번 조사에서 단 한 마리만 확인된 곳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은 하상골재 채취 이후의 변화된 저질입자 구조 또한 개체수 급감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미호종개 서식처의 저질구조 비교.  미호종개 서식처의 모래를 눈 크기 2.8mm의 체로 쳐서 굵은 모래와 가는 모래를 분리한 사진. 각 서식처의 저질입자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위로부터 미호천 본류 팔결교 지점, 미호천 농다리 지점, 갑천./자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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