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류이식 80년-수중생태계진단: 잡종붕어의 실체'가 충청투데이 지면를 통해 첫 보도될 당시(2005년 5월 16일) 독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당시 취재팀(팀장 김성식 기자)은 주 1회의 기획시리즈 보도뿐만 아니라 1면과 사회면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전문학자들과의 분석 결과를 상세 보도함으로써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당시 보도했던 스트레이트 기사를 모아 (20-1)긴급분석: 잡종붕어의 실체④'로 별도 편집해 싣는다.  

 

다음은 2005년 5월 14일자 충청투데이 1면 톱으로 보도된 "외래어종 생태계 깨트린다-본보 취재팀 '희나리=외래-토종붕어 간 잡종' 국내 첫 확인" 제하 기사내용이다.  (제목과 기사 본문 중 '외랠토종붕어간'은 '외래-토종붕어 간'의 오기임) 

 

다음은 이어 보도한 '대청호의 수중생태계가 벼랑끝에 와 있다'란 제하의 <속보> 기사내용이다.

 

다음은 2005년 5월 17일자로 충청투데이 6면 사회면에 보도된 "'토종붕어 지키자' 여론 들불---학계.어민 '종-유전자 보전책 시급' 한 목소리"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대청호에 토종붕어-떡붕어는 사리지고 잡종 '희나리'만 활개

 [대부분 '희나리']본보 취재팀이 대청호 어부들의 도움을 받아 붕어 개체군을 조사한 결과 채집개체수의 89%가 잡종붕어인 희나리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청호의 한 어부가 쳐놓은 그물에 잡힌 희나리 붕어들.자연닷컴



대청호의 '붕어개체군 조사' 결과

이번 조사에서는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개체군(個體群) 조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개체군 조사의 목적은 첫째 잡종붕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 조사의 시료 채집과 둘째 대청호산 붕어류들은 현재 어떤 비율로 산출 또는 분포하고 있는가를 확인해 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떡붕어의 유입으로 대청호 내 붕어 유전자원에 어느 정도의 '유전자 오염'을 가져왔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는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2개월 간 대청호 현지어부 6명(청원·보은·옥천 관내 각 2명)의 도움을 받아 총 20차례의 채집작업을 실시, 산출된 붕어류를 토종과 떡붕어, 희나리 등 3종류로 구분해 각각의 개체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채집 도구는 현장의 수심 등 상황을 고려해 참여 어부들이 각자 생업현장에서 사용하는 '4절' 크기의 자망이 사용됐다. <사진 참조>

대청호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줄줄이 잡혀나오는 희나리 붕어들./자연닷컴


조사결과 전체 채집량은 총 1760마리였으며, 이 가운데 희나리(이번에 동시 진행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에서 잡종붕어로 규명된 붕어군(群)으로 채집 당시 희나리로 분류됐던 종)는 1566마리로 전체의 89%를 차지했으며, 토종붕어는 123마리로 7%, 떡붕어는 70마리로 4%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토종붕어의 경우 해빙직후인 3월 초에서 4월 초까지 수온이 차가운 시기에 드물게나마 집중 채집됐으며, 그 이후로 갈수록 산출량이 줄어들어 3월에서 4∼5월로 갈수록 채집량이 늘어난 잡종붕어와 큰 대조를 보임으로써 각기 다른 활동 시기 및 성향을 보였다. 

 

또 이번 조사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대청호의 토종붕어와 잡종 탄생의 주원인 제공자인 떡붕어 둘 다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대청호에 대한 토종붕어의 치어 방류사업이 거의 매년 이뤄지고 있고 또 기존 서식개체들의 자연산란이 매년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붕어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결과이다. 

 

또한 순수한 떡붕어 개체수가 전체의 4%밖에 되지 않는 것은 도입년수가 1980년대 초란 점과 평균수명이 15년 안팎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초기 유입된 떡붕어는 토종과의 잡종을 만들어 '유전자 교란, 즉 유전자 오염'만을 초래한 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채집에 참여한 창재만씨(41·어업경력 20년·청원)는 "희나리붕어는 지난 80년대 초 떡붕어가 들어온 이래 출현하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반면 토종과 떡붕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떡붕어의 경우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겉모습(주걱모양)을 하고 있는 개체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창씨는 이어 "최근에 잡히는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크기가 대체로 작은 것은 별로 없고 비교적 큰 25㎝급 이상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얼마 안가면 이들은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고 우려의 말을 했다.

 

<특별 인터뷰>


"잡종붕어 국내 첫 규명한 쾌거"
---분자계통 분류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방인철 순천향대학교 교수./자연닷컴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형태형질 분석을 통해 규명하기 어렵거나 애매한 것을 보다 명확히 분석해냄으로써 조사내용을 상호 보완해 주는 현대적이고 과학화된 분석방법이다. 

충청투데이의 의뢰로 실시한 이번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조사결과 현지 어부들이 희나리로 부르는 붕어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떡붕어에 가까운 토종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의 잡종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학계에 전혀 보고된 바 없는 국내 최초이자 획기적인 연구분석결과이다. 

'잡종붕어'의 국내 첫 규명은 외래어종이 자연상태에서 토종과 잡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자체를 학술적,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단순히 외래어종과 토종이 숫자적으로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문제를 떠나, 국내 고유의 한 '유전자풀'이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유전자에 의해 뒤바뀌어지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계 전문용어로는 이를 '유전자 오염'이라고 한다.

유전자 오염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자 심각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붕어는 있되 유전적으로 우리 고유의 토종붕어가 없다고 가정해 보라. 유전적으로 '생태계의 정조'가 깨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번 분석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물고기 방류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민의 인식 전환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 물고기 하나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을 초래하겠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서식장소와 환경에 따라 물고기의 유전자 배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옮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로 학계에서는 떡붕어와 토종붕어간 잡종 형성시 암·수 관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등에 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한 2배체 붕어와 3배체 붕어에 대한 연구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분별한 방류사업에 경각심"
--형태형질 분석한 서원대 손영목 교수

손영목 서원대학교 교수./자연닷컴

"형태형질, 즉 물고기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하여 각 종을 분류해 내는 것이 형태학적 형질 분석 또는 형태형질 분석이다. 형태형질 분석은 물고기를 포함한 각종 동물의 종(種) 분류에 있어 가장 흔히,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분석 방법이다.

하지만 분석 방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일부 있어 요즘에는 분자계통학적 분석방법 등 타 분석방법과 병행해 상호 보완·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청호 붕어류의 잡종 분석에서도 형태형질 분석과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동시 진행함으로써 보다 명확히 '잡종 여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체고(몸높이), 미병고(꼬리 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 등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3종류의 대청호산 붕어들의 특성을 밝혀내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결과<5월 25일자 14면 보도>는 학술적으로나 생태보전상으로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인위적으로 유입된 외래어종에 의해 잡종이 실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 확인됨으로써 무분별한 방류사업 및 방생활동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준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기회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래어종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토종 어종도 본래의 서식처가 아닌 다른 수계로의 이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고기의 인위적인 이동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본래에 서식하지 않았던 물고기를 유입하는 일이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어종들이 최근에 와서 여러 문제점을 낳는 것을 보더라도 그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형태형질 분석결과 역시 대청호산 '잡종 희나리'는 떡붕어와 유사

 [토종은 급감 잡종은 급증]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고 있는 반면 떡붕어와 토종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일명 희나리)는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연닷컴  

 

[외래어종 떡붕어] 대청호에 유입된 떡붕어의 모습. 몸통 높이(체고)가 토종 붕어에 비해 월등히 높다./자연닷컴


형태학적 형질분석 결과

(가)형태학적 형질분석이란

 

전편에 설명한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해양생명공학과)의 분자계통학적 분류는 '염색체의 핵형분석, 적혈구의 세포크기 조사, DNA 함량조사의 세포유전학적 연구 및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 등을 통해 각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조사하는 연구방법'이었다.

이에 비해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팀(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이 이번 조사에서 동시 진행한 형태학적 형질분석(형태형질 분석)은 쉽게 말해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 각 지느러미 수, 체고(몸높이), 문장(주둥치 길이) 등 각 종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해 종 특성을 가려내는 연구방법'이다.

연구분석에 사용된 물고기(붕어류) 시료들은 전편에 소개한 대로 3월 하순 채집한 대청호산 붕어류들로, 편의상 4군집(상·하류의 토종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각 15마리)으로 나누어 포르말린 수용액에 고정한 후 손 박사팀에 조사를 의뢰했다.

 

청원 문의 쪽 대청호 하류에서 채집된 토종붕어는 토종A, 옥천지역 대청호 상류 쪽에서 채집한 토종붕어는 토종B로 나타냈다. 

(나)분석 내용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 토종붕어와 외견상 가장 큰 형태학적 특징은 우선 체장(머리끝 부분부터 꼬리지느러미 시작부위까지의 길이)에 비해 체고(몸높이)가 유난히 높은 반면 꼬리자루 높이(미병고=꼬리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떡붕어는 얼핏보기에도 '주걱'처럼 몸통 쪽의 높이는 높은 반면 꼬리 쪽은 유난히 낮은 데 반해 토종붕어는 거의 균형잡힌 유선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또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이들 붕어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거나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비교분석 자료./자연닷컴(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 제공)



이번 형태학적 분류에서는 이 같은 차이점을 비롯해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도표-1, 2, 3 참고>을 통해 각 종의 특성을 밝히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토종붕어·떡붕어 간 잡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도표-1, 2, 3>에 나타나 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그리고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가 각각 형태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체장에 대한 체고의 비율에 있어서는 떡붕어가 43.1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그 다음은 희나리(39.6), 토종붕어(평균 39.35) 순으로 나타난 반면 체장에 대한 미병고(꼬리자루 높이)의 비율은 희나리(19.5), 토종붕어(평균 15.8), 떡붕어(15.3)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전반적인 외형의 차이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청호산 희나리의 외형상 특징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체장에 대한 두장(머리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6.5)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은 토종붕어(평균 24.5), 희나리(15.4)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희나리의 두장/체장비가 다른 붕어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곧 희나리의 머리길이가 몸길이에 비해 유난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장에 대한 미병장(꼬리자루 길이)의 비율은 떡붕어(20.9), 희나리(18.4), 토종붕어(평균 16.3)의 순으로 나타나 토종붕어에 비해 떡붕어와 희나리의 꼬리자루가 비교적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체장에 대한 등기점(머리 앞쪽부터 등지느러미 기점까지 거리)의 비율은 토종붕어(평균 42.65), 희나리(42.1), 떡붕어(40.5) 순으로 낮아져  체고/체장비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머리 길이(두장)에 대한 눈의 직경(안경) 비율, 즉 머리 길이와 비교한 눈의 크기는 토종붕어가 가장 크고 떡붕어와 희나리는 그보다는 약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떡붕어와 희나리는 거의 비슷하게 분석됐다.

다음은 갯수로 비교하는 형질분석 내용<도표-3>이다. 우선 측선 비늘 수(옆줄 비늘 수)를 보면 희나리가 31.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떡붕어 30.9개, 토종 30.6개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측선 상부 비늘 수(등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6.25개), 떡붕어(6.0개), 희나리(5.9개)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측선 하부 비늘 수(뒷지느러미 기부에서 옆줄로 이어지는 비늘 수)는 토종붕어(5.1개), 희나리(5.0개), 떡붕어(4.8개) 순으로 조사됐다.

먹이 생태와 가장 연관이 깊은 새파 수(아가미 갈퀴 수)는 떡붕어가 95.3개로 토종붕어(47.8개)보다 약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뚜렷한 종 특성을 나타냈다. 또한 희나리의 새파 수 역시 82개나 돼 토종붕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파 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먹이를 걸러내는 아가미 속 구조가 촘촘하게 돼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먹이를 잘 잡아먹거나 유기물 등을 잘 걸러먹을 수 있게끔 구조가 돼 있음을 설명해 준다.

지느러미 수에 있어서는 가슴지느러미의 경우 희나리가 가장 많은 16.2개로 나타났고 토종붕어는 15.9개, 떡붕어는 15.4개로 분석됐다. 뒷지느러미 수는 토종붕어가 5.95개, 떡붕어가 5.7개, 희나리가 5.6개로 분석됐고  등지느러미 수는 희나리 17.8개, 떡붕어 17.4개, 토종붕어 16.85개로 조사됐다.

연구·분석을 실시한 손 교수는 "<도표-1, 2,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토종붕어와 떡붕어, 대청호산 희나리는 전반적인 형태형질 분석 결과에 있어 각각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대청호에서 산출되는 희나리라는 붕어류는 토종붕어와 떡붕어의 중간형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간의 잡종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또 "대청호산 희나리의 형태형질 중 새파 수가 많고 체장에 대한 미병장 및 미병고의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등 여러 분석결과로 볼 때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보다는 떡붕어 쪽에 가까운 형태형질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청호의 '희나리' 붕어를 밝힌다

 

 [대청호産 '희나리'] 충청투데이 취재팀(팀장 김성식 기자)의 의뢰로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임이 최초로 밝혀졌다./자연닷컴 

조사배경

 

자연상태에서 토종어종과 외래어종 간의 이종(異種) 교배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로 인해 태어난 '잡종(hybrid)'은 토종과 외래 어종 중 어느 쪽의 유전형질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날까.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직후부터 나타나고 있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종(種) 불명의 붕어류는 과연 실체가 무엇일까.

 

외래어종의 유입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 수는 어떻게 변하고 떡붕어와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의 생태계 점유율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사진1>[붕어의 유전자 밴드] 대청호산 붕어 3종류의 유전자 밴드 배열 사진으로, 오른쪽 1~5열까지는 떡붕어, 6~9열까지는 희나리, 10~16열까지는 토종붕어의 밴드배열이다./자연닷컴(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제공) 


혹시 희나리란 붕어류가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에 태어난 잡종은 아닌가.

이같은 의문은 취재 기자로 하여금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를 기획하게 한 외래어종과 관련된 각종 의문들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서두에 밝혔듯이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의 주된 기획 의도는 외래어종을 포함한 각종 이식어종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었으며, 이 중 특히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의 실제적 규명'이 가장 큰 테마였다.

기실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는 1920년대 일본으로부터 대화(야마토) 잉어가 처음 도입(빙어 이식사업 시작 시기보다 약간 늦은 시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외래어종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60~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제기돼 온 '공공연한 우려이자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의문에도 불구하고 잡종 형성 여부에 관한 체계적인 규명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동안 외래어종을 비롯한 각종 어류들이 내수면 어자원 증식이란 미명 아래 꾸준히 도입·이식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충청투데이 '한국 어류이식 80년…' 시리즈 취재팀은 물고기 집중 방생 및 방류철을 앞두고 외래어종의 무분별한 방생 및 방류가 가져올 수 있는 생태계의 영향 분석과 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대청호를 대상으로 '잡종 추적'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어로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해 수백만년 동안 한반도 수중생태계를 지켜온 터줏대감으로서 국내 물고기의 대표종인 붕어류를 설정했다. 붕어류를 설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청호의 희나리'에 관한 집중 분석을 통해 외래 · 토종어간 잡종 여부를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 자연상태에서 이뤄진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간의 잡종 형성 여부'에 대해 실제 관련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학술적·전문적 규명작업이 동시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과정

 

이번 조사는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분석 및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한 각각의 종(種) 특성과 유전적 유사도 조사와 함께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을 동시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형태형질분석은 어류 분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행해지는 분석방법으로 옆줄비늘 수, 지느러미 수 등 각종 형태형질을 비교 분석하여 종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며,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유전자형질 분석 등과 같은 고도의 분석기법을 통해 종간 유사도 및 종 특성 등을 밝혀내는 보다 현대화된 기법이다.

이 두가지 분석을 통해서는 토종 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의 종 특성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일명 희나리라고 불리는 종 불명 어류의 특성을 밝혀내 토종 및 외래어종과의 유전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잡종 여부를 밝혀내고자 했다.

또한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 조사를 통해서는 각 종별 생태적 지위를 밝혀내 외래어종이 현재의 생태계 내에서 유전적으로 얼마나 잠식해 들어왔느냐를 밝혀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취재팀은 이 같은 일련의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 대청호 주변 현지 어부 6명(상·중·하류 각 2명씩)을 섭외, 해빙이 끝난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취재팀과 공동으로 총 20회에 걸쳐 채집작업에 들어갔다.  

<그림1> [대청호산 붕어류의 유사도] 그림 아래부분의 D1~5는 떡붕어, H1~4는 대청호산 희나리, T1~7은 토종붕어를 나타내며, 오른쪽의 숫자 0.2~1은 각 종간의 유전적 거리를 나타내 준다.  붕어류는 토종 붕어 2군집(상류 1, 하류 1)과 떡붕어 1군집,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 1군집 등 총 4군집으로 나누어 각각의 채집 개체 수를 집계, 출현율 등을 분석했다./자연닷컴(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제공) 

이와 함께 지난 3월 하순 채집된 일부 표본 시료(상·하류의 토종 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등 4군집의 붕어류 각 5~16개체에서 꼬리지느러미 1㎠씩을 적출, 100% 에탄올에 담가 시료를 만들고, 몸체는 포르말린 수용액에 담아 시료를 만듦)를 4월 초에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해양생명공학과·분자계통학)팀과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팀에 각각 전달, 분석을 의뢰했다.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자연닷컴
서원대학교 손영목 교수./자연닷컴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이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해 얻어낸 각 종별 '유전적 거리'를 근거로 유사도<그림-1>를 그린 결과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 사이의 유전적 유사도는 0.74로 나타났으며,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를 한데 묶은 곳으로부터 토종 붕어까지의 유전적 유사도는 0.50으로 조사됐다.

유사도 그림 위의 숫자(0.2∼1)는 이 같은 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유사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숫자가 1에 근접할수록 같은 계통이거나 같은 종일 확률이 높은 반면 유사도가 낮을수록(숫자가 낮을수록) 계통이 다르거나 종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따라서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가까우나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종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과 토종 붕어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멀게 나타나 완전히 다른 종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밴드<사진-1>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밴드사진에서 오른쪽 1열부터 5열까지는 떡붕어, 6열부터 9열까지는 대청호산 희나리, 10열부터 16열까지는 토종 붕어(상·하류 1·2군집 통합)의 유전자 배열을 나타내 준다.

여기서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오른쪽 1∼9번째 열까지의 밴드(떡붕어와 희나리)와 오른쪽에서 7∼16번 열(맨 왼쪽 열)까지의 밴드(토종 붕어) 패턴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토종 붕어만이 유독 다른 밴드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청호산 희나리의 밴드 가운데 떡붕어와 공통으로 가지는 밴드가 상당히 많게 나타나고 있으며, 희나리의 밴드가 토종 붕어와도 일부 같은 밴드를 가지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방인철 교수는 "이번 조사는 비교적 정확성이 높은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을 통해 분석한 것으로, 분석된 여러 자료를 종합할 때 대청호에서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유전학적으로 토종 붕어보다는 떡붕어쪽에 가까운 토종·떡붕어 사이의 잡종'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일본 토종붕어와 피라미 교접시킨 '하이브리드'

일본명 헤라부나는 주걱 같은 생김새에서 유래

 

[떡붕어] 떡붕어는 일본 토종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교접시켜 만든 개량종으로, 주걱처럼 생겼다 하여 헤라부나(주걱붕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떡붕어

 

붕어의 명칭과 떡붕어

붕어는 '세종실록 지리지' '신증 동국여지승람 토산부' '고사신서' '어변증설' 등의 고서에 '부어' 또는 '즉어'라고 기록돼 있다.

 

둘 다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부어는 중국어의 '후유(Fu-yu)'에서, 즉어는 '지유(Ji-yu)'에서 유래됐다.

 

'붕어'라는 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허준의 '동의보감'에 붕어라는 말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1600년대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현재 '(Ji)'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어라는 표준어 외에도 수많은 방언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붕어(충북·원주),갯붕어(강원 고성),검둥붕어(삼척),검은붕어(옥천),꽃붕어(남원),금붕어(경남),금호강붕어(경산),긴기요(밀양),깅깅우(의령),납대기(남원),납재기(강화),넓적붕어(경기·광주·연천·춘성),넓적이(강화),넙적붕어(동해),넙적이(김포),넙죽이(괴산·남양주·시흥),논붕어(대덕·안동),땅붕어(양구·경남),땅송어(함안),때붕어(온양),땍붕어(강원 고성),떡붕어(충남북·경기·강원·경남북·전남북·북제주),떡잎붕어(천안),독붕어(해남),돌붕어(무주·이리),돌피리(나주),똥붕어(충남·괴산·옥천·철원·금릉),말뚝붕어(함평),먹붕어(공주),민물붕어(평창·남양주·보령·고창),박씨송어(밀양),백붕어(나주),뱁새붕어(음성),봉애(전주),봉어(영동·영풍),부어(남양주·의령·장성),북어(영일),붕아(서산),붕애(영동·경남·전남북),붕어(전국),붕어리(무주·광주),붕어지(서천),붕어치(화순·담양),붕에(의성·전남북),붕치(임실),싸리붕어(고창·옥구),쌀붕어(서울·충남·전남북),상어(서울),소어(연천),송애(달성·경남·청도),송어(경북·대구·경남·부산),송에(의령),송해(달성·전남),신랑붕어(이리·영암·장흥),알붕어(대천·이리),약붕어(서울·김해·정읍·장성),왕붕어(전남북),은붕어(서울·충주·서산·김해·무주·담양·해남),점붕어(함평),졸붕어(대전),찹쌀붕어(나주),청붕어(서산·철원),총각붕어(곡성),풍어(서산),하나리(경산),황붕어(충주·서산·수원·무안·강진),휘나리(경남),흑붕어(공주),흑색붕어(동해),흙붕어(천안),희나리(경남·칠곡·옥천·청원),희나리송어(창녕),흰나리(의령·의창),히나리(경남·달성),희라리(김해) 등으로 불린다.

 

[토종붕어] 붕어라는 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의보감에 붕어라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1600년대 이전부터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자연닷컴

 

이같은 방언은 얼핏 보기엔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략 3가지의 계열로 나뉘어진다. , '붕어'계열과 '송어'계열, '희나리'계열로 대별할 수 있다.

 

이들 방언은 대부분 토종 붕어를 일컫는 순수한 방언이지만 일부는 외래 귀화어종인 떡붕어와 연관된 것도 있다. 예컨대 붕어계열의 떡붕어,땍붕어,똥붕어,은붕어 등과 희나리계열의 하나리,휘나리,희나리,희나리송어,흰나리,히나리,희라리 등은 '떡붕어의 도입 이후'에 생겨난 말이다.

 

송어계열의 방언은 경상도에서만 쓰이는데 원래는 애송이 붕어라고 불렀던 것이 송이 붕어송이송어로 변천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참붕어] 토종붕어를 흔히 참붕어로 부르고 있으나 참붕어는 붕어와는 전혀 다른 모래무지아과의 소형 물고기이다./자연닷컴

 

참붕어와 떡붕어

외래어종인 떡붕어의 도입 이후 국내에서는 '토종 붕어'를 특히 강조하는 의미에서 흔히들 '참붕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표현으로, 그냥 붕어라고 부르든가, 구태여 우리나라 토착어종임을 강조하려면 토종 붕어 또는 재래종 붕어라고 불러야 옳다.

 

'참붕어'는 잉엇과 모래무지아과의 전혀 다른 물고기의 표준 국명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참붕어라 함은 우리가 말하는 일반 붕어와는 별개의 어종으로 학명은 Pseudorasbora parva이며 크기는 10~20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이다.

 

참붕어는 흔히 깨고기,깨붕어,깨피리,꽃붕어,꽤고기,돌고래,돌고리,돌꼬리,동구리,방아꼬,보래붕태,보리붕어,쇠방아꼬,여치,열치 등으로도 불린다.

 

떡붕어의 학명과 국명

붕어의 학명은 과거 유럽산을 Carassius carassius, 아시아산을 Carassius auratus로 구분해 사용한 적이 있었으나 1960년대 이후 Carassius carassius langsdorfii, Carassius auratus gibelio 등과 혼용해 사용해 왔다.

 

따라서 1990년 한국어류학회에서는 붕어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어 합의점을 찾으려 했으나 불발로 끝나 지금도 적잖은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붕어의 영명은 Crusian carp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유리처럼 검은 잉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명은 '후나(Funa)''끓이면 뼈가 연해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하나 실제로는 끓이면 뼈가 더욱 더 억세진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떡붕어의 학명은 Carassius carassius cuvieri로 우리나라 학자들도 이 학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떡붕어의 영명은 Deep crusian carp, 일본명은 겐고로부나 혹은 가와찌부나, 헤라부나인데 이중 헤라부나는 떡붕어의 생김새가 주걱처럼 생긴데서 유래됐다. 일부에서는 헤라부나를 우리말로 직역한 '주걱붕어'란 이름을 쓰기도 한다.

 

떡붕어는 본래 일본에서 일본 재래 붕어인 헤라와 피라미를 인위적으로 교접시켜 만들었다고 전해져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이같은 '근본'을 들어 떡붕어를 '생김새는 붕어되 하는 동작은 피라미'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떡붕어란 명칭이 붙게된 유래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 없다.

 

[비늘 나이테] 물고기 비늘의 나이테는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연령형질이다./자연닷컴

 

붕어 및 떡붕어의 수명

물고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보편화된 방법은 연령형질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연령형질에는 비늘과 머리속에 들어있는 이석(耳石),척추골,새개골(아가미딱지뼈),기조(지느러미부채살) 등이 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비늘의 나이테로 확인하는 것이다.

 

, 물고기의 비늘을 떼어내 깨끗이 닦은 다음 확대경으로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이 가는 금과 굵은 금이 번갈아 가면서 동심원 형태로 보이는데 이중 굵은 금 하나가 한 살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굵은 금이 세 개면 대략 네살 쯤 된 붕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토종 붕어의 평균 수명은 자연상태에서는 보통 15년을 산다고 하나 서식환경이 좋은 경우에는 30년까지 산다고 한다.

 

떡붕어의 평균수명에 대하여는 정확히 조사된 바 없으나 학자들은 토종붕어와 비슷하게 대략 13~15년 정도 산다고 보고 있으며 환경이 양호하면 20년 이상도 산다고 보고 있다. /글 사진=김성식기자

 

 

한,중,일이 하나의 강(고황하)으로 연결돼 있던 먼옛날 생겨난 민물고기가 있다. 붕어,잉어,피라미,미꾸리 같은 이른바 3국 공통어종이라 불리는 것들로 이들의 분포도는 지질시대에 3국이 하나의 대륙으로 이어져 있었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단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붕어로서 특히 이 물고기는 3국서 불리는 명칭까지 어원이 같은 특별한 내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중국에서의 명칭 변화를 보면 고대에는 후유,근대에는 지유,현재는 지로 바뀌었는데 그 중 후유,지유란 말이 한반도에 유입돼 조선 초·중기까지 부어(鮒魚)와 즉어(魚+卽 魚)란 한자어가 병용됐다. 그러던 것이 허준의 동의보감에 이르러 한글로 붕어라 표기됐으니 이로 보아 그 무렵(1600년대초) 이전에 붕어란 말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붕어란 말은 물론 부어에서 유래됐다. 일본에서는 붕어를 후나라 하는데 역시 중국어의 후유(부어)에서 유래됐다. 즉, 후나의 '후'가 한자어 '부'의 일본식 발음이다.
한,중,일 3국의 붕어는 본래 고향이 고황하란 점에서 처음엔 유전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동일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간빙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고황하가 사라지고 한,중,일 수계가 단절되면서 각기 종 분화가 이뤄져 오늘날처럼 유전 및 형태학적으로 약간씩 다른 종 구성을 이루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토종붕어를 하나의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5개의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름은 각기 킨부나,긴부나,나가부나,니고로부나,겡고로부나로 불린다. 물고기 할아버지로 유명했던 고 최기철박사가 생전에 "국내 붕어의 분류학적 체계를 못 세운 것이 한이 된다"고 밝힌 바 있듯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종의 세분화 작업과 함께 각 아종의 서식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왜냐면 외래종의 유입과 품종개량 등으로 토종붕어의 유전자가 크게 교란돼 가는 데다 각 서식지를 대상으로 한 치어 방류사업이 지자체별,단체별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한강쪽 붕어가 금강으로 유입되고 금강쪽 붕어가 한강으로 유입되는 등 토종본래의 지역적 특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유입돼 토종 붕어의 유전적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외래종 붕어는 일본산 떡붕어와 중국산 자장붕어,쨔지붕어,잉붕어,향붕어,무창위붕어 등으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 특히 일본서 들여온 떡붕어는 일본내에서 자연산 겡고로부나를 개량한 가와치부나가 원종으로서 일명 헤라부나(납작붕어)라고도 하는데 종 특성상 토종과 잡종 형성이 잘 이뤄지고 타 어종의 알까지 마구 먹어치우는 등 망나니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애물단지같은 떡붕어가 급기야 마지막 토종붕어의 천국으로 남아있던 충북 괴산호까지 점령하는 씻지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인근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 졸지에 외래어종 천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토종붕어가 지천하던 괴산호가 낚시만 던지면 떡붕어 잡종(일명 희나리)이 잡혀올라올 정도로 어종이 급변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역민들은 몇해 전부터 실시한 붕어 치어방류를 원흉으로 꼽는다. 여기에 더하여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에 의해 몰래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속의 폭군 큰입배스에 이어 이젠 망나니까지 들어와 휘젓고 있으니 괴산호 생태계는 말 그대로 안방 내주고 몸 주고 거기다 씨까지 빼앗긴 신세가 됐다. 조선 후기 이규경선생이 오주연문장전산고를 통해 "비린내도 안 나고 맛도 가장 좋다"고 치켜세웠던 '충북의 붕어 체면'을 그나마 최근까지 지켜온 곳이 괴산호였는데 허사가 됐다. 이를 어찌 할꼬.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