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자들이 경고해 온 소위 '미래의 충격'이 우리 앞에 바싹 다가와 있다.

 

그 동안 학자들의 입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변화가 이미 우리 나라에서 진행돼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지난 1세기 동안의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2~3도 가량 올라간 것을 들어 얼마 안가 지구 생태계가 크게 교란될 것이라는 경고를 오래 전부터 해 왔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학자들이 주장한 '얼마 안가'라는 기간이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먼 미래'로만 느껴졌고, 그래서 생태계의 교란 역시 현 세대에는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그 미래의 충격은 일반인들의 체감기간보다 훨씬 더 이르고 강하게 찾아와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의 생태계에도 그와 같은 징후가 잇따라 속출하고 있다.

 

더워지는 육지, 올라가는 해수온도로 인해 이른바 기후의 아열대화가 가속돼 급기야 한반도 생태계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관련 기관 연구원들과 학자들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계속돼 온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10년 사이 한반도 근해의 연평균 수온이 섭씨 0.68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1916년 이후 80년 동안의 연평균 수온 상승률(0.07도)보다 무려 10배 가량 큰 것이다.

 

이 같은 수온 급상승은 그 동안 온대기후를 보여온 우리 나라 근해의 기후를 수온 차이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아열대 기후로 점차 바꾸어 놓아 멸치, 오징어, 고등어와 같은 난류성 어종들의 어획량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한류성 어류인 대구와 명태는 10년 전 어획량의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시키고 있다.

 

기후의 아열대화는 육지에서도 동시에 이뤄져 많은 생태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실례로 곤충학자이자 현직교사로 재직중인 서울 경희여고 김성수씨의 연구보고서(지구온난화와 곤충분포 변화)에 따르면 우리 나라 토착곤충인 상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산부전나비, 은점표범나비,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 등 15종의 나비들이 그 동안 높아진 기온에 적응치 못해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반면 일본 남서부와 중국 남부, 동남아, 호주 등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연노랑흰나비 등 11종의 외래 나비들이 한반도로 이동해와 곳곳에서 채집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보고서는 또 나비의 뒤를 이어 열대 및 아열대 지방의 병해충들도 조만간 우리 나라로 대거 몰려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 평균기온의 급상승은 이 땅에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각종 토종 생물들의 씨를 말리는 대신 외국 생물들의 국내 유입을 부채질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즉, 기온변화로 인해 비록 한류성 어류는 감소했지만 난류성 어류는 오히려 늘어났고 또 나비와 같은 새로운 곤충의 유입으로 생물종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자연재산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앞으로 기온 상승의 정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그로 인해 입게될 인간의 피해는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우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자고 나면 기온은 자꾸만 올라가고, 그로 인해 우리와 삶을 같이 해온 토종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그런 반면 지금까지 보도 듣도 못한 외래 생물들은 점차 늘어나 우리 주변의 생태계를 '낯선 생태계'로 만들어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말 그대로 얼마 안가 한국특산종이란 생물은 찾아볼래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자연도감이나 표본을 통해서만 그들을 만나볼 수 있는, 그런 상막한 세상이 다가오고야 말 것이란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바다가 아주 심상치 않다.

 

바다에서 이상 조짐이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특히 올 들어 보이고 있는 징후는 정말로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상 징후는 ‘바다 수온의 급상승’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경북 동해안 해역의 최근 두 달간 수온이 섭씨 9.9~14도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간 같은 기간의 평균 수온에 비해 1.5~2.6도 높은 수치이고, 지난해에 비해서는 무려 3도 이상(최고 3.2도) 오른 것이다.

 

수온이 급상승하면 우선 해양생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런 징후는 현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초 경주 감포항 앞바다서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해 오징어가 집단 폐사한 데 이어 인근 해역의 미역, 다시마가 정상 성장을 못하고 갑자기 녹아 없어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영덕지역의 자연산 돌미역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30% 이상 줄어들었다. 돌미역이 잘 자라려면 10도 안팎의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수온이 갑자기 오르니 제아무리 자연산인들 잘 자랄 리 만무다.

 

바다 수온이 갑자기 오르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마비성 패류독소마저 예년에 비해 20일 가량 이르게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포항 구룡포 앞바다서 채취한 진주담치, 즉 홍합에서 마비성 패류독소가 허용기준치(80㎍/100g) 보다 훨씬 많은 1백31㎍이나 검출됐다.

 

포항해양수산청은 즉시 이 일대에서의 패류채취는 물론 패류의 유통과 취식 행위를 금하도록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패류독소는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아 인체에 흡수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강한 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패류독소가 검출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애써 잡은 자연산 홍합과 생굴 가격이 말 그대로 ‘똥값’으로 떨어지는 등 어민들의 2차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수온 급상은 또 적조발생 시기를 앞당겨 포항 형산강 하구의 경우 올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나타남으로써 어민들을 크게 우려케 하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 만 해도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지구 온난화 현상.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내려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한반도의 기온이 아열대로 변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경고가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 콧방귀를 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발등의 불은 이미 우리의 일이 돼 버렸다.

 

제주 수역은 물론 남해 서해 동해 등 모든 수역에서 열대성 어류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 백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가 모조리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이 연일 매스컴을 타고 있는 요즘,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아직도 내가 사는 세대에야 뭐 그리 큰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고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동해로 가보라.

 

가서 그곳 어민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라.

 

이대로 가다간 수년 안에 어민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는 현지 사람들의 말이 과연 허사가 아님을 느낄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내 일, 오늘의 일이 돼버렸다.

 

'빨라야 산다'

 

육상선수가 머리맡에 붙여놓은 좌우명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소매치기배들이 매일아침 직장(?)에 나가면서 입버릇처럼 뇌까리는 행동수칙도 아니다.

 

이는 다름 아닌 이 시대의 모든 생물들에게 떨어진 지상 최대의 과제요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나무이건 풀이건 동물이건 간에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빠르게 움직이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이러한 절체절명의 운명 속으로 몰아 넣었을까.

 

그것은 바로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말한다.

 

그 원인이야 많지만 빙하시대가 끝난 지난 1만년 동안 지구온도는 5도 가량 높아졌고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돼 불과 1백년 사이에 그같은 기온상승이 일어난다.

 

그 결과 해수면이 높아져 많은 지역이 바다에 잠기고 한 때 농사를 지어먹던 땅들이 사막으로 변해버려 사람들을 떠나게 했다.

 

그러나 사람 이외의 생물, 특히 이동성이 적은 동물이나 식물들은 이러한 기온변화에 쉽게 적응 또는 이동하지 못하고 도태돼야 하는 절박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더욱이 과거에는 기후변화가 더디게 이루어져 전체 생태계가 적응 또는 이동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져 보다 빠른 적응과 이동을 요구하고 있다.

 

식물들의 예를 들어보자.

 

그들은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들보다 이동성이 적은 까닭에 매우 불리한 상황에 접해 있다.

 

미국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물들은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위도상으로는 북쪽으로 약 64km 이동해야 하고 고도상으로는 약 55m 이동해야 전과 같은 서식조건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기온이 1도 올라갔을 때 북쪽으로 약 64km 이동하거나 고도상으로 약 55m를 이동하지 않으면 호된 시련을 겪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우리 나라에서 남방계 식물로 알려졌던 보춘화(춘란)와 사철란 등이 자꾸만 북쪽으로 분포지를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수 작물의 주 재배지가 바뀌고 있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식물보다 더 '딱한 처지'에 있는 생물이 하천에 사는 민물고기들이다.

 

민물고기들은 비록 식물보다 자체이동성은 크지만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옮겨갈 수 있는 도강(渡江)능력은 없다.

 

더구나 식물들은 자체 이동력이 없는 대신 씨앗이나 홀씨를 날려 서식지를 옮겨 갈 수 있지만 물고기들에겐 그러한 능력도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민물고기들의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수온변화에 민감한 종들은 이미 멸종위기에 처한 것들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의 냉수성 어종인 산천어와 금강모치가 갈수록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자연생태계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비단 남획과 남벌, 환경파괴와 같은 인간의 직접적인 간섭에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행위, 즉 이산화탄소와 프레온가스, 메탄가스, 아연화질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위도 이젠 그에 못지않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인간이기주의는 갈수록 극에 달하고 있고 그로 인해 지구온도는 점차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는 어지러운 세상. 그 혼란의 세상에서 생물들은 갈팡질팡해 가며 '살아남기 위한 바쁜 몸놀림'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한없이 내달려야 하는 사막의 작은 동물들처럼...

 

아니, 붙잡히면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잽싸게 내 튀는 어느 TV광고 속의 사내처럼...

 

여전히 황소바람 가득한 우리 농촌

올겨울 들어 자주 듣는 반가운 말이 있다. 삼한사온이다. 어린 시절부터 겨울이면 으레 들어왔던,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시나브로 사람들의 입에서 멀어져 아예 잊힌 말이 돼가던 이 말, 대체 얼마만인가. 세월의 무상함 속에 까맣게 잊고 지내던 할아버지 생전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처럼 반갑다못해 귀가 번쩍 트인다.


삼한사온. 이 말은 본래 사흘은 춥고 나흘은 포근했던 전형적인 우리나라 겨울 날씨의 대명사였다. 본뜻대로라면 7일을 주기로 날씨가 변한다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기에 어떨 땐 사한오온 또 어떨 땐 삼한육온이 찾아오기도 했다. 중요한 건 추운 날이 있으면 곧 포근한 날이 올 것이란 믿음, 그 믿음을 준 게 바로 삼한사온이요 그 믿음을 가지고 여유롭게 생활해온 게 우리 민족이란 사실이다. 겨울 날씨가 아무리 추워봤자 겨울 날씨고 제아무리 포근해봤자 그 또한 겨울 날씨란 느긋함, 그게 우리 민족의 겨울 정서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삼한사온이 실종되면서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한 번 추위가 닥치면 그 끝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무가내 이어지고 또 그러다가 돌연 푹한 날씨가 찾아오면 그 역시 끝을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이상한파, 이상난동이 삼한사온을 대신하면서 걸핏하면 찾아오는 게 '이상한 겨울'이다. 80~90세 어른들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겨울 날씨가 이젠 다반사가 됐다. 한 해 겨울에 극한값을 경신하는 기상요소가 부지기수다. 눈폭탄은 예사요 겨울 폭우, 겨울 장마가 어느덧 친근한 말이 됐다.


사람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듯이 날씨 또한 앞을 예측할 수 있어야 모든 게 순조로운 법이다. 한데 우리나라 날씨가 어떻게 변했는가. 허구한 날 여우가 시집가는 듯 변덕이 죽 끓듯한 날씨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있다. 봄이 되면 따뜻해지고 여름이 오면 무더워지며 그런 다음엔 장마와 태풍이 오가고 겨울엔 추위와 따사로움이 번갈아 찾아와야 정상인데, 그 모든 게 이빨 잘못 물린 톱니바퀴처럼 돼 버렸다. 오죽하면 평년 기온을 되찾겠다는 기상예보가 엄청난 낭보처럼 들리는 시대가 됐을까.
이렇게 된 원인 중 대표적인 게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이다. 겨울이면 당연히 시베리아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줘야 하는데 지구촌 기류의 대혼란으로 연방 삐그덕거리니 한반도 날씨인들 정상이겠는가.


겨울 날씨 변화로 인해 잊혀가는 말이나 속담이 늘고 있다. 세상살이가 변해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어진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우리 특유의 겨울 정서가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늦잠 자는 아이를 깨우기 위해 어른들이 해오던 거짓말 "얘야! 뒷산에 까치가 하얗게 얼어죽었다"는 말도, 저수지 얼음이 갈라지면서 내는 괴이한 소리를 "귀신이 너 잡으러 오는 소리"라고 으름장 놓던 말도 옛날 얘기가 됐다. '개구리가 얕게 월동하면 겨울이 따뜻하다'거나 '무 뿌리가 길면 그해 겨울이 춥다'거나 '개암나뭇잎이 떨어지지 않는 해는 눈이 금방 녹는다'거나 하는 등의 속담도 잊힌 지 오래다.


모처럼만에 듣는 삼한사온. 그래서인지 요즘 날씨를 보면 최근 몇 년간의 날씨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며칠은 춥고 며칠은 포근하고…. 하나 정작 되돌아와야 할 우리네 겨울 정서는 아직도 고드름이다. 특히 겨울 농한기를 맞아 조금은 맘 편히 쉬어야 할 우리 농민들, 그들 가슴 속엔 여전히 황소바람이 그득하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걱정하랴, 소값 폭락에 사료비 난방비 걱정하랴, 온갖 걱정이 태산이다.
아무쪼록 날씨 만큼이나 우리네 정서도 하루빨리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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