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다가 아주 심상치 않다.
바다에서 이상 조짐이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특히 올 들어 보이고 있는 징후는 정말로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상 징후는 ‘바다 수온의 급상승’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경북 동해안 해역의 최근 두 달간 수온이 섭씨 9.9~14도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간 같은 기간의 평균 수온에 비해 1.5~2.6도 높은 수치이고, 지난해에 비해서는 무려 3도 이상(최고 3.2도) 오른 것이다.
수온이 급상승하면 우선 해양생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런 징후는 현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초 경주 감포항 앞바다서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해 오징어가 집단 폐사한 데 이어 인근 해역의 미역, 다시마가 정상 성장을 못하고 갑자기 녹아 없어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영덕지역의 자연산 돌미역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30% 이상 줄어들었다. 돌미역이 잘 자라려면 10도 안팎의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수온이 갑자기 오르니 제아무리 자연산인들 잘 자랄 리 만무다.
바다 수온이 갑자기 오르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마비성 패류독소마저 예년에 비해 20일 가량 이르게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포항 구룡포 앞바다서 채취한 진주담치, 즉 홍합에서 마비성 패류독소가 허용기준치(80㎍/100g) 보다 훨씬 많은 1백31㎍이나 검출됐다.
포항해양수산청은 즉시 이 일대에서의 패류채취는 물론 패류의 유통과 취식 행위를 금하도록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패류독소는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아 인체에 흡수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강한 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패류독소가 검출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애써 잡은 자연산 홍합과 생굴 가격이 말 그대로 ‘똥값’으로 떨어지는 등 어민들의 2차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수온 급상은 또 적조발생 시기를 앞당겨 포항 형산강 하구의 경우 올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나타남으로써 어민들을 크게 우려케 하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 만 해도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지구 온난화 현상.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내려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한반도의 기온이 아열대로 변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경고가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 콧방귀를 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발등의 불은 이미 우리의 일이 돼 버렸다.
제주 수역은 물론 남해 서해 동해 등 모든 수역에서 열대성 어류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 백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가 모조리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이 연일 매스컴을 타고 있는 요즘,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아직도 내가 사는 세대에야 뭐 그리 큰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고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동해로 가보라.
가서 그곳 어민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라.
이대로 가다간 수년 안에 어민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는 현지 사람들의 말이 과연 허사가 아님을 느낄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내 일, 오늘의 일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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