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이 갖는 원 뜻은 일의 순서가 뒤바뀌어 애쓴 보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결과를 얻는 일거양득의 뜻으로도 쓰인다.
속담이란 본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뭇 사람들에게 일침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교훈을 주는 일종의 격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담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현대감각에 잘 어울리지 않거나 속담 속의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경우가 더러 있다.
앞서 말한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속담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왜냐면 요즘 사람 치고 제 정신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온갖 오물과 악취로 가득 찬 도랑에 들어가 일부러 흙을 거둬낼 사람도 없거니와 그 놈의 도랑 속을 아무리 헤집어 봐야 그 속에 가재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행여 자기 집 앞 도랑이 막혀 큰 불편을 겪게 됐을 지라도 전화통 붙잡고 애매한 시청직원을 불러대거나 대행업자를 불러 포크레인으로 홀딱 파 뒤집는 것이 다반사요, '작은 개울'을 뜻하는 도랑이 그저 '오염원을 흘려보내는 하수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 오늘날의 세태다.
어디 그뿐이랴.
옛날 같으면 집 앞 도랑에서 흙장난하느라 하루해가 짧다 할 어린애들 마저 도랑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제는 이 속담을 '하수구 치고 다이아 반지 줍는다' 또는 '골재 채취하고 하상 바로 잡는다' 쯤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보편적인 사고가 아닐는지.
도랑과 하천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제 모습을 잃은 지 이미 오래요 그 속에 살던 물고기 역시 온 데 간 데 없고 시냇물이란 단어 자체가 먼 옛날 고어(古語)처럼 느껴지는 게 요즘이다.
이런 요즘 불현듯 그 예전 마을 앞 냇가로 빨래하러 가는 누이를 좇아가 구멍 뚫린 고무신짝으로 송사리 잡던 일이 몸서리치게 그리워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헛된 궁상은 아닐 성 싶다.
지금보다 더 먼 훗날 이 땅의 손자들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뜻이 뭐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 시대의 할아버지들은 무슨 답으로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줄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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