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맛은 대부분 다르다.

 

설령 한 집에 사는 가족일지라도 어떤 사람은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이는 짠 음식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매운 것을 좋아한다.

 

고기를 먹더라도 어떤 사람은 완전히 익힌 것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반숙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굽거나 삶은 것보다 생으로 회쳐 먹길 더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사회는 집단이 크든 작든 간에 그 집단을 대표하는 '공통적인 입맛'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각 구성원의 입맛이 서로 다른 가정인 경우에도 그 가정과 타 가정이 비교될 만한 그 어떤 특징적인 입맛이 나타난다.

 

그러기에 우리는 흔히 “누구네 집 장맛은 어떻고 누구네 집 고추장맛은 어떻네" 해 가며 그 집 큰며느리의 '손맛'을 평가하곤 한다.

 

이것이 소위 음식에 얽힌 그 집안의 내력이요 음식문화인 것이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에는 각기 독특한 입맛을 지닌 여러 가정들이 있지만 그 독특한 입맛들이 모여 지역을 대표하는 '보다 큰 입맛'  즉, 그 지역의 음식문화를 형성한다.

 

지역의 입맛은 특히 당해 지역의 특산물과 여러 지리.인문적인 특색에 바탕을 두고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향토음식'의 형태로 나타난다.

 

전주의 비빔밥과 평양.함흥의 냉면, 제주의 갈칫국, 낙동강.섬진강 주변의 재첩국, 설악산.지리산.속리산 등지의 산채 등이 이를 입증한다.

 

지역의 향토음식은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발전한다.

 

이의 한 예가 우리 나라의 김치요 불고기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오늘날 가장 독특하게 나타나고 있는 '국가적인 입맛'은 단연 보신(補腎)주의와 정력 제일주의에 뿌리를 둔 '유별난 음식'에 있다.

 

이 유별난 음식은 특히 그 나라의 민족성까지 들먹이게 할 정도로 경우에 따라선 매우 섬뜩하거나 비인간적 혹은 동물학대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원숭이골 음식은 적어도 그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하나의 음식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하고 몸서리치게 하는 잔혹한 행위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도 외국인들의 시각엔 그들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 유별난 입맛을 가진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개를 친자식처럼 여기는 유럽인들에게는 개고기를 먹는 미개한(?) 나라가 우리 나라요 살아있는 곰의 가슴에 빨대를 꽂고 쓸개즙을 쭉쭉 빨아먹는 이상한 국민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그러나 몸보신과 정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유별난 집착은 외국인들의 그같은 비난과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날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 결과 뱀과 개구리, 오소리, 너구리 등이 동면에 들어가는 겨울철만 되면 그들을 잡느라 너도나도 눈알이 시뻘개져 급기야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온 산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등 심각한 환경 생태 파괴 문제까지 빚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겨울이 지나 봄이 와도 이들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지 않는 '영원한 동면'이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돼 가고 있다.

 

동물들의 영원한 동면.

 

우리들의 유별난 입맛이 불러온 그 '죽음의 그림자'가 이 땅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잠재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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