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잉어의 개량종] 이스라엘잉어는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를 이스라엘에서 도입해 그곳의 토착 잉어와 교잡시켜 만든 잉어의 한 품종이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흔히 '향어'로 일컬어지는 잉어목 잉엇과(Cyprinidae)의 민물어류다.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Leather carp)'를 이스라엘에서 도입해 그곳의 토착 잉어와 교잡시켜 만든 잉어의 한 품종이다. 이스라엘 잉어(Israel carp)란 영명은 이스라엘에서 개량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 잉어를 '독일 잉어'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실제 국내 일부 포털사이트에는 이렇게 소개돼 있다. '이스라엘 잉어는 개량종으로 독일 잉어 또는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한다. 독일에서 잉어를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개량한 품종이며, 이것이 이스라엘로 이식되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등지느러미 바로 아랫 부분에만 큰 비늘이 있고 그밖의 부분에는 비늘이 없기 때문에 독일에서 가죽 잉어라고 부르는 것과, 이와 반대로 큰 비늘이 측선(옆줄) 부분과 배 아랫 부분에만 흩어져 있는 거울 잉어(mirror carp) 등 두 종류가 있으며, 그중 가죽 잉어를 향어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는 '향어는 독일 잉어 또는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한다. 독일에서 개량했고 이스라엘에서 본격 양식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향어(이스라엘 잉어)를 독일 잉어 즉, 가죽 잉어로 착각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두 품종의 '비늘 형태'가 흡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와 이스라엘 개량종인 향어(이스라엘 잉어)는 비늘이 둘 다 등지느러미 바로 아랫 부분을 중심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독일 개량종이 이스라엘을 거쳐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독일 개량종인 가죽 잉어와 이스라엘 잉어는 체고(몸높이)가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 이스라엘 잉어의 체고가 독일 가죽 잉어의 그것보다 높다. 그 이유는 가죽 잉어와 교잡시킨 이스라엘 토착 잉어가 본래 체고가 높은 종이기 때문에 그 특징이 이스라엘 잉어에 나타난 것이다.
이 기회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전 세계의 잉어 품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비늘이 몸 전체에 분포하는 '동양계'이고 다른 하나는 비늘이 적거나 전혀 없는 '유럽계'이다. 이런 분류방식은 관상용 잉어류에도 적용된다.
[등지느러미 밑에 큰 비늘] 이스라엘 잉어의 형태적 특징은 등지느러미 바로 밑부분을 중심으로 커다란 비늘이 나 있는 점이다./자연닷컴
이스라엘 잉어의 학명은 'Cyprinus carpio nudus'이며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 우리나라에는 1973년 5월 이스라엘 농무성이 치어 1000여 마리를 보내온 것이 그 효시다.
그후 실험양식에 성공해 1978년부터 전국의 대형 인공호수에서 가두리 양식을 통해 양식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부터는 전국의 유료 낚시터에 방류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등지느러미 연조수는 18∼21개, 뒷지느러미 연조수는 5개, 아가미 갈퀴(새파) 수는 21∼23개, 척추골 수는 37∼38개이다.
◆습성 및 생활사
이스라엘 잉어의 가장 큰 특징은 '물돼지'란 별명이 말해주듯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는 놀라운 식성에 있다.
잉어류를 기르는 양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특히 이스라엘 잉어를 기르는 양식장에 가보면 먹이를 줄 때 마치 돼지가 쩝쩝거리며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먹이를 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다음의 특징은 빠른 성장속도이다. 보통 5월에 부화한 치어가 그해 10월이면 몸길이 15∼20㎝, 몸무게 400∼500g까지 자란다. 2년이면 1.5∼2㎏, 3년이면 3∼4㎏까지 자라며 5∼6년생 이후에는 보통 10∼15㎏, 최대 20∼30㎏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국내 최대어는 몸길이가 1m나 되는 초대형어가 지난 1996년 7월 경북 포항 달전지에서 낚시로 잡힌 기록이 있다.
산란기는 5∼6월이고 산란에 적합한 수온은 18∼20도이다. 기타 생활사는 잉어와 비슷하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향어(香魚)란 이름은 도입 초기 양식업자들이 '독특한 향이 나는 고기맛'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스라엘 잉어 살코기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진흙 냄새와 비슷한데 바로 이 때문에 양식업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처음에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아이러니가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대표적인 양식어종으로 자리잡으면서 횟감용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도 얼마가지 않아 수질오염 문제로 가두리 양식장이 철퇴를 맞으면서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은 식용보다는 낚시터용으로 근근이 명목을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그런 데다 국내 유통량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자장 향어'이니 상황이 바뀌어도 보통 바뀐 게 아니다.
[잡식성 대식가] '물돼지'란 별명이 말해주듯 이스라엘 잉어는 커다란 입으로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대식가이다./자연닷컴
이스라엘 잉어는 환경 적응력이 높아 자연수계에 잘 적응하지만 자연 번식률은 낮아 일부 학자들은 '완전한 귀화어종'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두리 양식장이 한창일 때에는 양식장으로부터 유출되는 이스라엘 잉어수가 엄청났고, 게다가 자원증식을 위한 공식적, 연례적인 방류로 인해 귀화어종 못지않게 해마다 많은 수가 늘어난 바 있다.
대청호와 충주호를 예로 들자면 지난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낚싯대를 드리웠다 하면 줄줄이 낚여나오는 게 바로 이스라엘 잉어였고, 오죽하면 '싫증이 나서 못잡을 정도'란 말이 나왔겠는가.
하지만 가두리 양식장의 강제철거와 방류 중단 이후 자연수계에서는 그 수가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숫자적으로는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며, 다만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 대형 개체들이 토종 물고기들의 서식지를 마구 교란시키거나 토종 잉어와의 유전자적 교란을 가져오고 있는 등 여전히 기존 생태계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는 '생태계의 망나니'이다.
백련어의 크기는 초어와 마찬가지로 1m 이상 자라는 대형어에 속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국내 최대어는 몸길이 137㎝, 몸무게 약 30㎏이다.
백련어는 중국 대륙을 포함해 시베리아의 헤이룽강에서 베트남 북부지역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초대형 어종] 백련어는 초어와 마찬가지로 1m 이상 자라는 대형어종이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백련어가 주로 사는 곳은 큰 강 하류나 호수, 연못으로 주식은 초식성이지만 식물성 플랑크톤과 곤충 등도 잘 먹는다.
조류 제거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 어류가 식물성 플랑크톤을 잘 먹기 때문이다.
산란은 물이 불어나는 6~8월경 강 중류로 거슬러 올라가 이뤄지는데 산란된 알은 초어처럼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빠른 속도로 분할 및 발생돼 강 하구에 도달하기 직전에 부화되는 특이한 생활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초어의 경우처럼 국내 자연수계에서는 지금까지 자연부화 및 번식이 확인된 기록이 없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백련어와 초어 등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2종의 잉어류가 도네강이라는 곳에서 자연부화 및 번식이 확인된 사례가 있어 관심을 끈다. 일본의 경우를 기록을 통해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2차 대전 중인 1930년대 말에서 40년대 중반까지 중국으로부터 초어, 백련어 등 각종 잉어류를 '단백질 공급원'으로 적극 도입해 전국 각 수계에 방류한 적이 있다. 그러나 후에 확인한 결과 도네강과 연결된 한 호수에서만 초어와 백련어 등 2종의 자연번식이 확인됐을 뿐 다른 수계에서는 증식에 실패하고 말았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도네강은 길이가 약 300㎞ 되는 일본 내 두번째로 긴 강으로 유속과 깊이, 수온 등이 초어와 백련어가 산란·부화하기에 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장은 도네강의 중류로 확인됐는데 이곳은 강폭이 600~900m, 깊이 2~5m, 유속 50~80m/sec였으며 강바닥은 모래진흙이었다. 산란은 수온이 18도 이상 올라가야 이뤄졌다.
산란은 6~8월 사이에 2~5회가량 이뤄졌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산란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수위 증가, 즉 폭우로 인해 상류쪽 물이 불어나야만 가능했다.
다시 말해 초어와 백련어는 강 길이가 적당히 길고 폭우로 인한 장마가 져 새로운 물이 유입되면서 수위가 불어나야만 산란 활동이 이뤄지고 수정된 알은 하류로 떠내려가면서 부화돼 호수를 찾아가 성장한 다음 대략 4~7년생 성어가 되면 첫 산란을 하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식용으로 양식돼 온 대표적인 양식 및 식용어종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중국과 식습관이 달라 식용으로는 초어와 함께 별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생김새가 국내 토종 민물고기와 판이하게 다르고 몸집 또한 국내 물고기와는 비교도 안 되게 대형 어종으로 자라기 때문에 낚시꾼들은 '짜릿한 손맛'을 맛보기 위해 지금까지도 호기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방류가 1985년 이후 거의 중단된 데다 자연번식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개체수는 초기에 비해 훨씬 적어졌다.
백련어가 우리나라에 첫 도입돼 자연수계에 방류된 지 20여년이 지난 1980년대 중·후반기엔 경기도 중앙저수지 등 전국의 주요 서식지(방류지)에서는 겨울철 얼음낚시로 비교적 흔히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이기도 했다.
당시 필자도 '삼발이' 형태의 커다란 훌치기 낚시로 경기도 성남 인근의 중앙저수지에서 겨울철이면 '대물급' 백련어를 잡곤 했는데, 노련한 꾼들은 1m가 넘는 초대형 백련어를 하루에 서너 마리씩 잡아 마치 에스키모인들이 사냥한 짐승들을 줄에 묶어 얼음 위로 끌고다니듯 자랑 삼아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덩치만 탐낼 만큼 컸지 고기맛은 '양념이 아까울 정도'로 시원찮아 개밥으로 던져 주던 씁쓸한 기억이 난다.
[풀 먹는 물고기] 초어(草魚)는 풀을 먹는 특이한 식성으로 인해 수초제거용으로 전국 주요 저수지, 호수 등에 방류됐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초어(草魚)는 이름 그대로 '풀을 먹는 물고기'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산지인 중국의 명칭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일본 명칭인 '소교' 역시 초어(草魚)의 일본 발음이다. 풀을 먹는 독특한 식성은 영어의 명칭에도 그대로 반영돼 '풀을 먹는 잉어' 즉, 'grass carp'가 되었다.
초어는 잉어목 잉엇과의 경골어류로 학명은 'Ctenopharyngodon idellus'이다. 속명(屬名)인 Ctenopharyngodon은 그리이스어로 빗, 목, 이빨의 합성어이며 '목안에 있는 빗모양의 이빨(인두칟咽頭齒)'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 빗처럼 생긴 이빨(인두치)로 풀을 먹는 물고기가 바로 초어라는 뜻이다.
초어는 얼핏 보기엔 잉어처럼 생겼다. 하지만 수염이 없고(잉어는 2쌍) 머리가 작으며 등지느러미 기저가 짧은 특징이 있다. 비늘 역시 잉어를 닮았으나 비늘 윤곽이 검고 뚜렷하다. 옆줄(측선비늘) 수는 37∼44개이다.
잉어도 몸집이 크지만 초어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대형종으로 몸길이 1m, 몸무게 20㎏ 이상까지 자란다.
초어는 중국의 중요한 식용어로 오래 전부터 양식돼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처음엔 자원 증식과 양식(식용)의 목적으로 들여왔으나 워낙 덩치가 큰 데다 국내 식습성상 선호도가 낮아 얼마 안가 '수초 제거용'으로 도입목적이 바뀌게 되었다.
[20㎏ 이상까지 자라는 대형어종]초어는 몸길이 1m 이상, 몸무게 20㎏ 이상까지 자라는 대형어종으로 빠른 성장속도를 갖고 있다. /자연닷컴
초어가 국내에 첫선을 뵌 것은 1963년으로, 일본으로부터 치어 20만 마리(5000마리란 설도 있음)를 도입한 게 최초의 시도이다.
최초 도입 당시 대부분은 낙동강 수역에 방류되고 일부는 국립수산진흥원 청평내수면연구소와 부산수산대학 양어장에서 자원 증식을 위한 종묘생산 시험에 들어갔다.
그후 1967년 대만에서도 치어 5만 마리를 들여온 적이 있는데, 이들은 국내 생산된 치어와 함께 전국 중요 수계와 어민들에게 방류 및 분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습성 및 생활사 초어는 풀을 먹는 독특한 식성 못지않게 생활사 또한 매우 특이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도입된 초어가 자연 번식되었다는 기록이나 보고가 없는 것은 타 어종과는 매우 다른 특이한 생활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록과 보고가 없기 때문에 중국 기록을 통해 초어의 생활사를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초어의 산란기는 4∼7월 사이로 비가 많이 와 강물이 불어나면 떼를 지어 상류로 이동해 해질 무렵이나 새벽녘에 수컷 한 마리와 암컷 여러 마리가 뒤엉켜 산란을 시작한다. 산란의 최적수온은 20도 내외이며, 유속이 1초에 1m 정도인 곳을 좋아한다. 7㎏짜리 암컷의 경우 한 배에 약 5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된 알은 물을 흡수해 공처럼 부풀어 오른 다음 수류를 타고 하류쪽으로 떠내려 가면서 발생이 진행돼 수정 후 40∼50시간 만에 자어로 태어난다. 중국에서는 100㎞가량의 먼 거리를 떠내려 가면서 부화가 완료되는데 만약 강이 짧아 부화가 끝나기 전에 바다에 다다르면 번식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초어는 강이 길어야 자연 번식이 이뤄질 수 있으며 강길이가 짧으면 번식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지 않는 까닭인지 아직까지 초어의 자연 번식을 확인했다는 기록과 보고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인공 번식으로 초어의 치어가 생산된 적이 있다. 1968∼1985년 사이에 진해내수면연구소와 청평내수면연구소에서 호르몬을 이용한 치어 생산에 들어가 양식업자에게 분양되거나 호수, 하천 등지에 방류한 적이 있다.
초어는 몸집도 크지만 성장속도도 무척 빠르다.
갓 부화된 자어의 몸길이는 5㎜ 정도이나, 한 달만에 2.2㎝까지 자라며 1년 만에 60㎝(체중 2㎏ 이상), 2년 만에 3㎏, 3년 만에 5㎏, 4년 만에 7㎏으로 성장한다.
[잉어를 닮은 모습] 초어는 얼핏 보기에 잉어처럼 생겼으나 비늘윤곽이 검고 뚜렷하며 입수염이 없는 것이 다르다. 또 목안에는 인두치라는 빗처럼 생긴 이빨이 있어 이를 이용해 풀을 먹어 치운다./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초어가 국내에 첫 도입됐을 당시 사람들이 놀란 것(?)은 보도 듣도 못한 '풀을 먹는 이상한 식성' 때문이었다.
지난 70년대 기자가 직접 경험한 재미 있는 일화가 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에 있는 방아다리 방죽이라는 곳으로 낚시를 갔는데 한두 시간 쯤 지나자 물가에서 '소가 풀을 뜯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하도 이상하고 신기해서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들어보니 '소'는 없고 물속에서 커다란 물체가 수초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호기심이 더욱 생겨 낚시를 집어치우고 한참 동안 관찰해 보니 처음보는 커다란 물고기가 말 그대로 풀을 뜯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인근 동네사람들로부터 "새벽녘에 나와보면 '아삭 아삭'하는 소리가 마치 소가 여물먹는 소리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당시 상황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믿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으며, 필자만 '뜬금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이후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 모 양식장에서 '초어의 대단한 식성'을 또다시 경험했다.여타 양어장 같으면 물고기들에게 사료를 줄 터인데 초어 양어장에서는 주인이 낫으로 풀을 베다 소에게 꼴을 주듯 물에 던져 주면 초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어석 어석' 소리내며 잘도 받아 먹는다.
초어는 도입 이후 식용으로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하고 다만 일부 양어장과 저수지 등에서 수초제거용으로 방류 아닌 방류를 한 것이 오늘날까지 대청호, 충주호 등 주요 호수와 저수지 등에 살아남아 이따금씩 출현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초대형 찬넬동자개] 충주호에서 잡힌 몸길이 110㎝, 몸무게 14㎏짜리 초대형 찬넬동자개. 이 물고기를 잡은 현지 어부는 처음엔 괴물처럼 느껴질 만큼 섬뜩했다고 말했다./자연닷컴
◆분류학적 의의 미국 중부 미시시피강이 원산지인 메기목(目) 찬넬동자갯과(課Ictaluridae)의 외래어종으로, 도입 초기에는 붕메기 또는 찬넬메기로 더 잘 알려졌던 물고기다. 학명은 Ictalurus puntatus, 영명은 Channel catfish이다.
동자개류를 영어로 catfish, 즉 '고양이물고기'라 부르는 것은 고기맛이 고양이 고기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국내에는 두 갈래의 경로를 통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하나는 1972년 11월 미국으로부터 13㎝가량의 치어(마리수는 미상)가 모 대학 연구소를 통해 들여와 일부는 하천과 호수에 방류됐고, 일부는 양식용으로 어가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1972∼73년 당시 수산청이 미국으로부터 양식용으로 개발키 위해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도입 목적이 식용을 위한 양식용인 것처럼 세계 각국들도 이 물고기를 식용으로 들여다 다량 양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전 세계적인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생김새는 우리나라의 메기와 동자개(일명 빠가사리)를 합쳐 놓은 모양이나 동자개보다는 메기를 더 닮았고 덩치가 더 크다. 이런 까닭에 도입 초기에는 양식어가와 낚시꾼들이 '찬넬메기' 혹은 '붕메기'로 불렀다.
하지만 분류학상으로 동자개류에 속해 '찬넬동자개'란 이름으로 통일하게 됐다.
3쌍의 입수염(동자개는 4쌍, 메기는 2쌍)이 있으며 뒷지느러미살 수는 19∼23개, 아가미 새파 수는 14∼18개, 척추 골수는 42∼44개이다. 등지느러미 뒤쪽에 기름지느러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꼬리지느러미는 중앙이 깊게 패이고 끝이 뾰족하다. 몸 등쪽은 흑갈색을 많이 띠고 배쪽은 회백색에 가깝다.
어릴 때는 몸 옆면에 검은 반점이 많이 나 있으나 성장하면서 점점 작아지거나 없어진다.
[수중 난폭자] 찬넬동자개는 식성이 게걸스럽고 워낙 대형종이라 국내 수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타 외래어종 못지않게 클 것으로 여겨진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미시시피강이 고향으로 열대성에 가까운 온대성이기 때문에 수온이 30도 가까운 곳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양식하기에 그리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가온 시설을 하거나 비닐하우스 안에서 양식하면 1∼2년에 20∼30㎝까지 키울 수 있다.
자연환경에서는 보통 4년생이 20∼30㎝, 7년생이 70㎝가량 성장한다. 따라서 국내 동자개나 메기에 비하면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며 잉어나 붕어에 비해서도 훨씬 빠르다. 성어는 1m 이상까지 성장하는 대형 어종에 속한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수서곤충과 물고기 사체, 식물 조각을 비롯한 유기물, 조개류, 물고기의 알이나 작은 물고기 등을 주로 먹는다. 다른 동자개과의 어류와는 달리 육식성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공격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식성이 게걸스럽고 몸체가 워낙 대형종인 데다 입도 크고 흡인력이 강해 국내 수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타 외래어종 못지않게 클 것으로 여겨진다.
산란기는 5∼7월이며 한 배에 대략 3000∼3만개의 알을 '괴란상'(여러 개의 알이 포도송이처럼 뭉쳐 있는 형태)으로 낳는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수심 1.5m 전후의 얕은 바닥에 구덩이를 파서 산란상(産卵床)을 만들고 암컷을 유인해 산란토록 한다.
산란이 끝나면 수컷은 암컷을 쫓아버리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산란상을 보호한다.
하천 중·하류의 수심이 깊은 곳 혹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습성이 있으나 국내서는 대부분 호수에서 발견된다. 현재 국내 호수에서 발견되는 찬넬동자개는 대부분 방류된지 15∼20년 이상된 것으로 몸길이가 보통 50∼100㎝가량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낚시꾼들이 잡은 최대어는 97㎝(1998년 경북 울진 기양저수지)로 알려져 있으며, 충주호에서는 2년 전 한 어부가 쳐 놓은 그물에 130㎝짜리가 잡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기자가 최근 충주호에서 확인한 최대어는 몸길이 110㎝, 몸무게 14㎏짜리로, 이 역시 그물에 잡혀 올라왔다.
[메기와 닮은 꼴] 찬넬동자개는 메기와 동자개를 합쳐 놓은 모양이나 동자개보다는 메기를 더 닮아 도입 초기 찬넬메기 또는 붕메기로 불렸다./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정도
한국명이 찬넬동자개로 통일시킨 지금도 양식어가와 낚시꾼들의 대부분이 찬넬메기 혹은 차돌메기, 붕메기, 파랑메기로 부르고 있으며, 일부 현지 주민들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연어 또는 언어라고도 부르고 있다.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햄과 같은 식용으로 이용도가 꽤 높은 편이나 매운탕과 찜, 횟감 등 '적당한 크기'와 '감칠맛'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잘 맞지 않아 도입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용으로의 선호도와 이용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양식산이 다량 쏟아져 나오던 1990년대에도 대부분 유료 낚시터용으로 유통돼 낚시객들에게 짜릿한 손맛을 안겨주는 물고기로 유명했다. 현재는 낚시터용으로 소량 길러지고 있으며 식용 전문으로 양식하는 어가는 극히 드물다.
자연에서의 산출량도 많지 않다. 자연에서의 산출량이 많지 않은 것은 이 물고기가 자연수면에 적응만 했을 뿐 자연번식은 이루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귀화어종은 아니다. 또한 인위적인 추가 방류도 지금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체 수는 점차 줄고 있다.
[1.4㎏ 초대형 붕어] 붕어는 초대형일수록 종 구별이 어렵다. 사진은 본보 탐사팀이 대청호에서 직접 채집한 몸무게 1.4㎏짜리 초대형 붕어로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해 유전자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자연닷컴
◆토종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 외래어종인 떡붕어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는 토종 붕어를 그냥 '붕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떡붕어가 전국 각 수계로 번져 나가 산출량이 붕어보다 많아지면서 붕어를 우리 고유의 토착어란 뜻에서 '토종 붕어'로 부르게 됐고, 나아가 우리의 '진짜 붕어'란 의미에서 '참붕어'란 이명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각종 붕어류가 수입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토종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붕어와 중국산 붕어류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추후 소개하기로 한다)
직업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이야 이들을 비교적 쉽게 구별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대다수는 이들을 정확히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초대형(超大型)' 붕어의 경우 그것이 순수한 토종 붕어냐 아니면 떡붕어를 비롯한 외래 붕어냐, 또 이들 간의 잡종이냐에 대한 시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잡종 형성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집중적으로 연구 분석 중이다)
초대형 붕어는 현지 어부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동정(同定:생물 종을 구분하는 일)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26일 본보 탐사팀이 대청호에서 직접 채집한 몸길이 40㎝, 몸무게 1.4㎏짜리의 초대형 붕어<사진>도 전체적인 외형으로는 토종을 닮았지만 부분적으로는 떡붕어의 특징을 갖고 있어 정확한 종 구분을 위한 유전자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붕어의 창자 길이 차이] 붕어의 창자 길이는 소화흡수율 및 성장도와 관련이 있는데 토종붕어는 몸길이의 약 3배, 떡붕어는 약 6배 정도로 떡붕어가 훨씬 길다. 사진은 토종붕어의 창자 모습./자연닷컴
우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토종 붕어(이하 붕어)와 떡붕어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외형상의 차이
▲체형: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체형에 있다. 붕어는 가슴쪽의 몸높이(체고)가 그리 높지 않고 밋밋하게 꼬리까지 이어진 유선형인 반면 떡붕어는 주걱붕어란 원명(일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머리에서 등쪽으로 급격히 넓어졌다가 다시 꼬리쪽으로 서서히 좁아지는 주걱형을 하고 있다. 꼬리쪽의 몸높이(체고)도 유난히 좁다.
▲눈의 위치:체형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초보자라 할지라도 눈의 위치를 확인해 보면 의외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즉, 토종붕어의 눈은 입에서 꼬리 중앙부위를 잇는 중앙선의 '위쪽'에 위치해 있는 반면 떡붕어의 눈은 몸의 '중앙선상'에 위치해 있다.
▲기타: 보다 전문적인 구별법으로는 몸 빛깔, 입술 모양, 머리의 크기, 꼬리지느러미의 모양, 비늘 모양 및 옆줄(측선) 수의 차이 등이 있다.
토종붕어의 몸 빛깔은 대체로 황갈색을 띠고 있으나 서식처에 따라 검은색, 청갈색, 은색의 농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떡붕어는 전체적으로 은백색 바탕에 등쪽 부위가 회흑색을 띤다.
그러나 토종붕어나 떡붕어 모두 주변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띠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색을 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붕어의 입술은 한눈에 보기에 단단하게 생겼다는 느낌과 함께 위아래 입술이 나란히 붙어 있는 반면 떡붕어는 아래 입술이 약간 길고 위로 치켜 올라간 이른바 '주걱턱' 모습을 하고 있다.
붕어의 머리는 몸집에 비해 유난히 작아 보이나 떡붕어는 크게 보인다. 꼬리지느러미 또한 붕어는 부드럽게 갈라져 있으나 떡붕어는 날카롭게 찢어져 있다.
붕어의 비늘은 작고 강하며 윤기가 나는 반면 떡붕어는 크고 얇으며 거칠다.
옆줄 수는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아 종종 논란이 일고 있다. 붕어와 떡붕어 모두 개수가 일률적인 것은 아니어서 딱히 몇 개라고 할 수는 없으나 둘 다 28~31개의 옆줄을 갖고 있다. 옆줄 수가 31개가 넘으면 순수한 붕어혈통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붕어의 옆줄] 붕어의 옆줄은 수압,수온변화 등을 감지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그 숫자가 31개 이내면 붕어류, 그 이상이면 잉어 또는 잉어와의 교잡종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자연닷컴
(2)해부학적 차이
▲아가미갈퀴(새파) 수의 차이: 아가미갈퀴 즉, 새파는 물과 함께 빨아들인 먹이를 걸러내는 빗살 형태의 기관을 말하는데 이의 숫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먹이 습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토종붕어의 새파 수는 44~52개(학자에 따라서는 38~42개), 떡붕어의 새파 수는 84~114개(〃 92~128개)로 떡붕어가 2~3배가량 더 많다. 떡붕어의 새파 수가 더 많다는 것은 떡붕어가 토종붕어보다 더욱 미세한 먹이(특히 식물성 플랑크톤)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이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새파 수가 적은 붕어가 세다. 이러한 습성은 낚시를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자 길이의 차이:창자의 길이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 토종붕어의 창자 길이는 몸길이의 약 2.7~3배 정도이나 떡붕어는 약 5.6~6배나 된다. 창자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소화 흡수율이 높고, 또 그에 따라 성장률도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3)활동 습성의 차이
앞에서 말했듯이 토종붕어와 떡붕어는 새파 수의 차이에 따라 먹이 습성이 서로 다르다. 즉, 붕어는 지렁이나 새우같이 약간 큰 먹이도 잘 먹는 반면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아주 미세한 먹이를 주식으로 한다.
또한 물속에서 유영하거나 먹이활동을 할 때에도 토종붕어는 주로 물밑 하층을 중심으로 하나 떡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이 모여 있는 중층부에서 유영 또는 먹이활동을 한다.
침입자에 공격적 습성: 블루길은 일정한 세력권을 유지하다가 다른 물고기가 침입하면 즉시 달려들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사진은 다른 경쟁자를 경계하는 블루길 수컷./자연닷첨
■어종별 특성-블루길
◆분류학적 의의
블루길은 본래 북미 미시시피강과 오대호 유역이 원산지이나 지금은 북미 전 유역과 유럽,아프리카,아시아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대륙에 번져있는 '글로벌 피쉬'가 되었다.
국내에는 1969년 12월 일본 오사카로부터 평균 3.8㎝크기의 치어 510마리가 첫 도입된 이래 분포지역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전국으로 확산했다.
검정우럭과(Centrachidae)에 속하기 때문에 '파랑볼 우럭'이라고도 부른다. 블루길이란 명칭은 영명(英名)인 'Bluegill'에서 온 것으로 아가미(정확히는 아가미뚜껑의 돌출부위)가 짙은 청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학명은 'Lepomis macrochiros'.
옆줄(측선) 비늘수는 38~54개이며 주둥이 끝이 뾰족하고 위턱이 아래턱보다 약간 앞으로 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산란기의 수컷은 비교적 화려한 혼인색을 띤다.
겨울에도 먹이활동: 수온이 빙점 가까이 떨어진 지난 1월 중순 대청호에서 잡힌 블루길을 해부해 본 결과 내장에 소화 중인 먹이가 들어 있는 것이 확인돼 한겨울에도 먹이활동을 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자연닷컴
◆습성 및 생활사
잡식성이면서 육식성이 강해 못먹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게걸스럽다. 따라서 동·식물성 플랑크톤은 물론 선충류,연체동물,환형동물,십각류,새우류,복족류,부족류,수서곤충류,거머리류,거미류,육상곤충,물고기,물고기알 등을 주로 먹고 심지어 독성이 있는 태형동물까지 먹는다.
경우에 따라선 식물체 줄기와 뿌리,씨앗도 서슴없이 먹어치운다. 더욱이 먹잇감이 변변찮은 곳에서는 동족끼리 잡아먹는 공식현상, 즉 '카니발니즘'도 볼 수 있다.
몸길이가 큰 것일수록 식성은 더욱 게걸스러워 작은 물고기류와 수서곤충류,새우류 등을 집중 포식하며 세력권 안에 다른 물고기가 침입하면 즉시 달려들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물속의 난폭자'란 별명은 이같은 습성에서 비롯됐다.
산란기는 5월 중순부터 7월까지이며 산란 성기(盛期)는 수온이 22~26도 범위인 6월경이다.
산란은 보통 수심 1m 이내의 자갈과 모래가 깔린 하상에서 이뤄진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적당한 산란처를 찾아 깊이 5~25㎝,직경 30~60㎝ 가량의 산란상(産卵床·둥지)을 1~2일에 걸쳐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암컷을 기다리다 접근하는 암컷이 있으면 독특한 행동으로 유인, 알을 낳도록 유도한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곧바로 방정하고 수정 후에는 수컷이 산란상을 지키며 알이 부화돼 자어(仔魚·알에서 금방 부화된 새끼)가 유영할 때까지 보살핀다.(약 1~2주간)
특이한 것은 한 마리의 수컷이 하나의 산란상에 여러 마리의 암컷을 받아들여 산란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나의 산란상에는 보통 3만개(4년생 이상의 친어인 경우)나 되는 많은 알이 수컷의 보호를 받으며 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부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약 40%인 1만2천~1만3천개 정도만 자어로 태어난다. 암컷의 포란수는 크기에 따라 1만~6만개에 이른다.
산란상은 보통 일정 간격을 두고 무리를 이뤄 만들며, 수컷은 부화기간 중 둥지를 지키다 적이 침입하면 필사적으로 대항해 알을 보호한다.
왕성한 번식력 : 블루길 암컷은 한 배에 1만~6만개나 되는 알을 가질 만큼 놀라운 번식력을 갖고 있다. 사진은 산란철 암컷의 알집 모양./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블루길은 현재 중부권에서는 '월남붕어', '넙적붕어', '불거리'로, 호남권에서는 '넙대기', '납닥붕어', '납주래기', '납재비' 등으로 불린다.
또한 대청호에서는 특이하게 최초 방류자의 이름을 따서 'XX 붕어' 혹은 'XXX 고기'로 부르기도 한다.
블루길은 당초 식용을 위한 자원조성을 목적으로 들여온 것과는 달리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식용화되지 않고 있으며따라서 이를 전문으로 잡는 어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 양식장도 없다.
다만 육질이 단단하고 감칠 맛이 있어 일부 미식가(?)들에 의해 간혹 횟감 또는 찜용으로 이용될 뿐이다.
성장도에 있어서도 원산지인 북미에서는 제법 덩치가 큰 물고기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매우 더디게 자라 도입 40년 가까이 된 오늘날까지도 몸길이가 30㎝를 넘는 개체는 극히 드물고, 크다는 것이 고작 25㎝ 정도다. 따라서 낚시꾼들마저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망나니'로 인식돼 있다.
특히 삼각망(정치망)을 쓰는 어부들은 그물안으로 블루길이 먼저 들어가면 다른 물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여겨 '재수없는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그물에서 수거하지 않고 버리듯 물에 놔주고 있다.
그대로 놔주거나 버리는 것은 낚시꾼도 마찬가지다.
대청호의 한 어부는 "20년 넘게 블루길을 잡아봤지만 이제껏 단한번도 맛을 보거나 먹어본 적이 없다"며 "토종물고기를 줄어들게 하는 원흉이란 생각을 하면 분통까지 터진다"고 말해 블루길에 대한 혐오감이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블루길의 확산 원인
블루길의 도입 초기에는 대규모 방류가 확산의 주된 요인이었다. 실례로 1975년에는 진양호에, 76년에는 소양호에, 82년에는 청평호에 각각 5만마리씩이 정부차원에서 방류했고, 80년대 초에는 대청호,옥정호,장성호 등지에 민간 차원의 다량방류가 이뤄졌다.
당시의 목적은 앞서 밝혔듯이 자원조성이란 미명 아래에서였다.
놀라운 번식력에다 뛰어난 확산전략, 공격력, 게걸스런 식성까지 골고루 겸비한(?) 불루길은, 그렇게 뿌려지듯 국내 호수에 유입돼 '이미 교란돼 있는 댐 환경'과 만나면서 쉽게 적응돼 급속도로 우점화하였고, 이후 이들이 자연적인 이동과 방생 등의 경로를 타고 도미노식으로 번지면서 급기야 전국 수계가 '블루길 천국'으로 둔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국내에서의 치어생산은 이미 84년도에 중단돼 더 이상 자원조성 목적의 다량방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홍수시의 자연유하 내지 상류유입, 타어종의 이식과정에서의 동시유입, 낚시꾼들의 인위적 이식 등에 의해 지금도 끊임없이 확산일로에 있고, 또 그로 인한 생태위해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98년 블루길을 환경위해동물로 지정, 자연수계에의 무단 방류 등을 금지하기에 이르렀지만 이미 국내 수중생태계는 '돌아오지 못할 선'을 훨씬 넘어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다./김성식 기자
빙어의 빠른 확산 : 대표적인 전략어종인 빙어는 계속되는 방류사업으로 전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보은 상궁지의 빙어 낚시객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빙어
◆분류학적 의의
빙어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엇과 어류로본래는 바닷가 연안과 민물(강)을 오가며 사는 '소하성(溯河性) 2차 담수어'이다.
여기서 소하성 2차 담수어란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란 뜻이다.
오늘날 남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빙어는 일제시대인 1925년 3월 북한의 함남 용흥강 상류에서 채란해 수원 서호와 제천 의림지 등에 이식시킨 것이 정착돼 전국으로 확산된 이른바 '육봉형(陸封型)'이다.
육봉형이란말 그대로 육지에 가둬 정착시킨 종을 뜻한다. 따라서 빙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위적인 육봉형 어종이자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진 최초의 이식어종이다.
학명은 'Hypomesus olidus', 영명은 'pond smelt'. 몸길이는 보통 10㎝ 내외로 큰 개체라 하더라도 20㎝를 넘지 못하는 소형종이다.
빙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기름지느러미가 하나 더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은어,연어,송어처럼 빙하시대부터 살아온 냉수성 어종이라는 증표다. 빙어의 '빙'자가 얼음 빙(氷)자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일본과 사할린,연해주,알래스카,캐나다 서부,미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기막힌 생존전략 :냉수성어종인 빙어는 국내 토종어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종족을 유지하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박병기 수중촬영전문가
◆습성 및 생활사
어릴 적에는 보통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나 성장하면서 깔따구 등 소형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적응력이 강해 탁도와 염도 등의 변화에 잘 견뎌낸다.
산란기는 수온이 6∼10도가 되는 3∼4월로 알려져 있으나 제천 의림지와 춘천지역에서는 4월이 산란 성기이고 일본 북해도에서는 4월 중·하순, 사할린에서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북한 용흥강에서는 3월에서 4월 사이가 주산란기로 알려져 있다.
빙어의 산란장소는 호수나 저수지로 연결되는 개울의 얕은 곳(수심 50㎝ 미만)으로, 바닥에 모래나 자갈이 깔린 곳을 좋아한다.
산란과 방정이 가능한 친어(어미물고기)의 몸길이는 보통 6㎝가 넘는 개체들이다.
군산수산대 유봉석교수가 운암호에서 산란기 때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몸길이가 8∼9㎝ 되는 것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빙어는 태어난 해에 어미로 자라 알을 낳고 죽는 일년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2년생이 더 흔하고 어떤 개체는 그 이상인 것들도 있다.
◆공어와 와카사기
일명 '물고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최기철박사(서울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빙어는 지역에 따라 공어(충북 대전 전북 전남 양구),메르치(수원),멸치(완주),민물멸치(완주),방아(양구 철원),뱅어(속초),병어(화천 광주),벵어(제천 양구 화천 고양 고창),보리붕어(보령),빙어(충남·북 강원 전남 전북 광주),아까사끼(밀양),아까새끼(정읍),오까사끼(밀양),은어(완주),핑어(충주),해피(양양)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중 공어는 일제 때 표준어 행세를 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말이며 현재 중국의 통용어이기도 하다.
아까사끼,아까새끼,오까사끼는 일본말 와카사기(wakasagi)가 와전된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그동안 일본산 와카사기와 우리의 빙어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동종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점이다.
따라서 최박사는 우리의 빙어를 굳이 일본말로 부르자면 '이시카리 와카사기(ishikari wakasagi)'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봉형(陸封型) 빙어: 본래 빙어는 바다연안에 살다가 산란기에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번식하던 물고기였으나 일제때 육봉형으로 개발돼 정착됐다./자연닷컴
◆빙어의 확산원인
국내어종의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빙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빙어의 적응성이 탁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섭시 4∼10도의 저수온과 2급수 이상의 수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환경적응력이 강해 웬만한 저수지나 호수에 쉽게 적응하는 습성이 있다.
빙어는 특히 냉수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생태계에 더욱 쉽게 정착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즉,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쉽사리 차지해 살아가고 있다.
다시말해 빙어는 외부로부터 이식된 '손님'이지만 다른 물고기가 꺼리는 곳을 주서식처로 삼기 때문에 여름에는 수온이 10도 이내로 유지되는 깊은 수심을 찾아가고 겨울에는 반대로 다른 물고기들(대부분의 토착어종들)이 동면처로 삼는 깊은 수심을 벗어나 얕은 곳에서 활동함으로써 살아남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략어종이자 경제성 어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각 지자체 및 단체, 심지어 개인들까지 앞을 다투어 방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빙어의 서식지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빙어도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육식성 귀화어종(이들 또한 넓은 의미의 이식어종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잡혀먹히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즉, 겨울잠도 자지 않고 일년 연중 섭식활동을 하는 블루길과 큰입배스 등 외래 포식자들로부터는 늘 쫓기며 희생되는 '먹이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끄리와 같은 국내 육식성 토종어에 의해서도 잡혀먹히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대청호와 같은 일부 오래된 이식처에서는 갈수록 빙어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김성식기자
얼어붙은 대청호 :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꽁꽁 얼어붙은 대청호.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나 얼음밑에서는 토종어와 외래어 간의 치열한 생존다툼이 벌어지고 있다./자연닷컴
◆동면(冬眠) 실태조사
이식어종의 특성을 얘기할 때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각의 어종이 국내 자연수계에서 겨울철에 동면에 들어가느냐, 않느냐 하는 동면(冬眠) 여부이다.
이는 이식어종 하나하나의 종 특성을 설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사항이지만, 무엇보다도 각각의 종이 국내 수중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危害性)을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느 이식어종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겨울에도 계속해서 포식(捕食:다른 생물을 잡아먹음) 등의 활동을 한다면 그 어종이 국내 수중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은 겨울잠을 자는 어종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이식어종의 동면 실태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이에 관한 자료 또한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에 본보 취재팀은 지난 1월 초부터 매주 1회씩 대청호에 대한 '겨울철 수중 탐사'에 나서 이식어종의 동면 실태조사를 집중 실시한 바 있다.
박병기·이지승·박서규씨 등 수중 탐사 및 촬영 전문가들과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 홍영표박사(어류분류학)의 참여로 이뤄진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어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블루길,큰입배스,무지개송어,떡붕어,이스라엘잉어 등 대부분의 외래어종이 겨울잠을 자지 않고 섭식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냉수성 어종이자 국내 이식어종인 빙어와 은어도 겨울철에 활발히 섭식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외래어종 가운데 육식성 귀화어종(외래어종 중 육식성이면서 국내 자연수계에 적응하여 번식하는 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수온이 빙점 가까이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잠을 자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루길의 경우 여름철과 마찬가지로 물속에 잠긴 나뭇가지나 돌출된 바위 주변에 떼를 지어 활동하다가 먹이감이 지나가면 재빠르게 공격, 포식하거나 동면중인 다슬기 등을 잡아먹고 있으며 큰입배스 역시 큰바위 옆 등 은신처에 숨어있다가 피라미,빙어,붕어치어와 같은 먹이감이 지나가면 잽싸게 덤벼들어 잡아먹는 것이 확인됐다.
겨울에도 활보하는 블루길: 본보 취재팀의 실태 조사 결과 블루길은 겨울철에도 섭식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루길과 같은 귀화어종이 겨울철에도 동면하지 않고 활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수중생태계에 대한 위해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연닷컴
여름철에는 주로 수온이 낮은 저층에서 활동하는 무지개송어는 겨울철에는 수면 가까이 또는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까지 이동해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있다.
잡식성인 떡붕어와 이스라엘잉어는 육식성 외래어종만큼 활동이 예민하진 않지만 주로 저층을 중심으로 활동영역을 확보해 섭식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의 대표적 어종인 빙어와 은어는 냉수성 어종답게 겨울철 수면을 활발히 오가며 미생물과 유기물,부착조류 등을 섭식하고 있다. 이들 빙어와 은어는 특히 인위적으로 도입된 이식종이라는 점에서는 이식 이전의 기존 생태계내 먹이사슬에 끼어든 '침입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동시에 육식성 귀화어종(큰입배스,블루길 등)들에게는 겨울철의 주요 먹이감으로 희생되는 '2중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이식어종의 겨울철 생태에 대해 홍영표박사는 "국내에 도입된 외래어종 대부분이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인공호수처럼 환경이 많이 교란된 수역에서도 쉽게 적응하고 있다"며 "특히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원산지인 북미에서 이미 호수와 같은 정체 수역에 적응돼 겨울을 나는 습성이 생겼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와서도 동면하지 않고 겨울을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박사는 또 "이들 외래·귀화어종들이 겨울에 동면하지 않고 섭식 및 포식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국내 수중생태계에 끼치는 위해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겨울잠에 빠진 쏘가리: 귀화어종인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한겨울에도 활개 치며 토종어를 잡아먹는데 반해 토종 어종의 맹주격인 쏘가리는 겨울철이면 깊은 잠에 빠져 활동하지 않는다./자연닷컴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또 국내 육식성 어류의 대표격인 쏘가리는 이들 이식어종과는 대조적으로 겨울철에는 완전 동면에 들어가 거의 가사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쏘가리는 바위틈과 같은 은신처를 찾아 몸을 숨긴 후 동면에 들어가는데 동면 중인 쏘가리는 손으로 건드리거나 간섭을 가해도 여간해 움직이지 않는 등 매우 둔감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또한 외래동물인 황소개구리(양서류)와 붉은귀거북(파충류)이 체외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임에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겨울잠을 자지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관심을 끌었다./글 김성식기자. 사진 박병기 수중촬영전문가
'잠자지 않는 폭군' : 큰입배스(사진)와 같은 일부 귀화어종은 겨울철에도 동면하지 않고 토종어종을 잡아먹음으로써 수중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있다./자연닷컴
◆이식 목적과 경로
우리나라에 있어서 1960∼70년대까지의 어류 이식(국내 어종의 국내 이식과 외국 어종의 국내 도입을 모두 포함)은 정부 주도 아래 공식적으로 이뤄진 '의도적 도입'이 주를 이룬다.
일제시대 이후의 빙어 방류 사업이 그렇고, 1960∼70년대 단백질 자원의 확보란 명목 아래 추진된 외국 어종의 도입 사업 역시 그렇다. 당시의 가장 큰 이식 목적은 내수면 어자원을 늘리는 일이었다.
특히 외국어종의 경우 내수면 어자원 증강이란 커다란 목적 아래 양식용과 낚시터 방류용과 같은 상업용(주로 식용)으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조류 및 수초 제거용, 관상용, 실험용으로 들여왔다.
양식과 낚시터 방류용으로 들여온 외래어는 불루길 큰입배스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무지개송어 찬넬메기 등이고 조류 및 수초 제거용으로는 초어와 백련어가, 관상용으로는 금붕어 비단잉어 자이안트구피 등이, 실험용으로는 금빛황어와 각종 송어류가 도입됐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잉어는 공적이 아닌 사적인 양식목적에 의해 국내에 도입된 첫 케이스다.
199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국산(중국붕어 잉붕어 향붕어 붕잉어 등)'의 수입은 대부분 식용과 낚시터 방류용인데 이는 사적인 목적에 의한 의도적 도입에 속한다.
외국어종의 도입 경로는 1960∼70년대의 경우 대부분 미국을 통한 직도입 내지 일본과 대만을 경유한 간접도입으로 이뤄졌다. 어종별로는 중국산 초어와 백련어가 1963년 일본과 대만을 통해 들여와져 그해 낙동강과 소양호에 방류됐고, 태평양 산인 무지개송어는 1965년 미국과 일본을 통해 수정란 상태로 도입돼 곧바로 파로호에 이식됐으며 북미산 블루길은 1969년 일본 오사카 담수어시험장에서 치어를 기증받아 진양·소양·청평호에 방류됐다.
일본산 떡붕어 또한 일본 오사카 담수어시험장이 1970년에 기증한 치어를 1980년대 청평호와 소양호에 방류한 것이 최초 도입경로이며 북미산 큰입배스는 1973년 미국에서 직도입해 조종천 등지에 방류한 것이 첫 사례다. 찬넬메기(북미산)는 1972년 미국과 일본을 통해 국내 모대학이 처음 들여와 양식한 것이 최초 도입 사례이다.
새로운 손님 '은어' : 대청호에는 최근 방류한 은어가 치어를 다량 생산함으로써 수중생태계에 '새로운 침입자' 역할을 하고 있다./자연닷컴
◆국내 확산 경로
국내에 이식된 어류(국내어종 및 외국 어종)가 각 수계로 번져나가게 된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호수에 방류된 물고기가 홍수시 수류를 타고 강 아래로 유하하거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전 수계에 번진 자연적 확산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관청 또는 단체, 개인 등이 각각의 목적에 따라 확산시킨 인위적인 경로가 있다.
인위적인 확산경로는 또 어자원 증강을 위한 방류사업, 낚시용 방류, 종교적 방생과 같은 의도적 확산과정과 다른 물고기의 이식과정에서 휩쓸려 들어간 경우, 양식장 가두리 수족관에서 이탈한 경우, 낚시 살림망에서 이탈한 경우와 같은 비의도적 확산이 있다.
북미산 블루길: 블루길은 본래 북미 원산이나 1969년 일본으로부터 기증받아 국내에 첫 도입된 후 전국 각 수계로 급속히 확산했다./자연닷컴
그러나 이같은 확산경로는 대부분 복합적으로 이뤄져 이식어종의 확산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외래 어종인 큰입배스의 경우 어느 한 호수에 이식했다고 해서 줄곧 그곳에만 서식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장마철 홍수를 타고 같은 수계의 전 수역으로 점점 번져나가거나 낚시동호인들의 도미노식 방류(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계속해서 이식시키는 행위), 종교적 방생 등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또 대청호와 같은 대규모 인공호수의 경우 관할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지역어민 등이 각각의 계획에 따라 여러 어종의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는데다 낚시객(예: 배스동호회)은 낚시객 대로, 종교인들은 종교인 대로 방류 및 방생을 계속해오고 있는 등 이식어종의 확산경로가 다양하다.
대청호에는 그동안 국내 이식어종인 빙어와 외래어종인 큰입배스 블루길 초어 백련어 등이 크게 확산돼 왔는데 최근들어서는 옥천군 등 지자체가 방류한 은어가 지난해 가을 첫 산란, 정착단계에 들어감으로써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글 사진=김성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