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양성산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한 '명산'입니다.

 

산성과 전설을 안고 있으며 청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이기도 하지요.

 

최근엔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대전 시민들도 많이 찾는 유명산이 됐습니다. 인근에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위치해 있어 이 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구요.

 

이러한 산에 올해도 어김없이 봄꽃과 여름꽃이 동시에 피는 '뒤죽박죽 꽃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 겨울 찾아온 혹한의 여파로 이 지역 일대 대나무가 상당수 냉해를 입는 등 예년과 다른 겨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온난화의 영향으로 개화기가 일러지는 기현상이 빚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성산의 경우 백과사전 등에 '5월 말에서 6월 초쯤 개화한다'고 소개돼 있는 노린재나무가 4월 말에 개화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양성산에는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목나무, 감태나무 등도 자생하고 있어 생태학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뒤죽박죽 피어난 꽃들을 중심으로 양성산의 단편적인 생태를 동영상을 만들어 살펴봤습니다.

 

동영상 보러 가기

 

https://youtu.be/7INlY0ut8Eo

망가진 충북의 산야, 누구 책임인가

(아시아뉴스통신 2016년 4월9일자 보도기사. 원문보기 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999310)

 

 

봄은 왔으나 조용하다. 예전 같으면 1년을 기다려 온 봄꽃들이 망울을 터트렸다고 반가운 소식이 제법 날아들었을 시기인데 올핸 꿩 구워먹은 듯 조용하다.

 

도심의 벚꽃과 개나리는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정작 이 산야의 주인공인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진달래, 산벚나무 등 일부를 제외하면 그들이 그렇게 흐드러지게 핀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꽃소식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니 카메라 둘러메고 꽃마중 가자고 하는 기별을 기다리는 자체가 욕심인가도 싶다.

 

춘래불사춘이라고 했던가. 봄은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 아니 봄은 왔는데 봄 같은 봄을 느낄 수가 없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지난 주말까지 내리 4주째 괴산과 보은지역 등으로 봄꽃 답사를 나갔지만 반가운 꽃모습은커녕 매번 실망과 허탈감만 잔뜩 안고 돌아왔으니 춘래불사춘도 지독한 춘래불사춘이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노루귀와 깽깽이풀 등 봄철을 대표하는 야생화들이 자생지에서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름깨나 알려지고 희소가치가 좀 있다는 야생화는 어김없이 사라지고 있다. 사라지는 속도 또한 더욱 빨라졌다.

 

올해 이런 일도 일어났다. 기자가 ‘비밀의 정원’처럼 소중히 아끼던 자생지들이 졸지에 파괴돼 야생화 자생지로서의 가치를 잃고 말았다. 마치 도둑맞은 듯 야생화의 보고(寶庫)에서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지난 2008년 취재 당시 알게 된 이후부터 10년 가까운 세월을 누가 알세라 비밀 아지트처럼 여기면서 봄이 되면 찾아가 그들의 안녕을 확인해 오던 정든 자생지들이었기에 그 상실감과 실망감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듯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그들 자생지를 가보고 또 가보고 올해 들어 네 번째 찾아갔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지난 주말 그들 자생지에서 마지막 발걸음을 되돌릴 땐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충북 산야가 만신창이 됐다. 전국에서 어디 충북만 이런 상황이겠냐 마는 이 지역 산야는 이미 드러날 것 다 드러낸 알몸 상태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나친 과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4주 동안 기자의 두 눈으로 확인한 바가 그렇다. 그것도 혼자서 답사를 해 얻은 결론이 아니다. 생태사진 전문가와 함께 했다. 그 역시 현장을 둘러보고는 나오는 게 한숨뿐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자생지에서 주인공인 봄철 야생화가 사라지면 그들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자생지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자생지는 그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식물과 또 그 식물에 기대어 사는 다른 생명들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이루는 그릇이다. 규모가 크건 작건 한 자생지내 생명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게 자연이고 법칙이다.

 

식물의 자생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자생지가 속한 지역의 생태학적 특징을 대변해 주는 바로미터다. 식물의 자생지가 건강하면 그 지역 산림 생태계도 건강하기 마련이다.

 

그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자생지에서 해마다 반가운 얼굴로 각기 존재감을 드러내던 소중한 친구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심각한 일이다.

 

이번 네 번의 답사를 통해 확인한 비운의 주인공들의 자생지 상황은 이랬다.

 

먼저 깽깽이풀 자생지는 한 마디로 전멸 수준이었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됐다 지난 2012년 해제된 전력이 말해주듯 아직도 ‘귀한 몸’ 대접을 받는 이 야생화는 자생지 4곳 모두 완전히 망가졌다. 두 명이 네 번을 찾아가 이 잡듯 뒤졌는데도 단 한 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노루귀 자생지는 4곳 중 단 한 곳에서만 극히 적은 개체가 확인됐다. 역시 두 명이 네 번 답사해서 10개체도 안 되는 노루귀를 찾았으니 자생지로서의 의미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다른 야생화들 역시 상황은 같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있어야 할 자리에 그들 야생화가 빠르게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두 세 가지로 함축된다. 우선 ‘사람의 손’이다. 무엇이든 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가 있다면 너도나도 달려가 싹쓸이 해오는 전문 채집꾼들이 문제다.

 

여기에 더해 일부 야생화 마니아들의 지나친 욕심이 야생화 절멸을 앞당기고 있다. 한 두 개체쯤이야 캐가도 괜찮겠지 하는 위험한 생각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

 

산림당국의 안이한 행정도 큰 문제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큰 문젯거리로 확인된 게 바로 ‘개념 없는 산림행정’이다.

 

괴산군 관내의 한 깽깽이풀과 노루귀 자생지는 목불인견이었다. 충북도 산림관련 사업소가 이들 깽깽이풀과 노루귀 자생지에 사방댐 공사 등을 하면서 완전 폐허로 만들어왔다. 사방댐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아니라 공사를 하더라도 사전 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한 후에 하라는 얘기다.

 

또 산림당국의 허가로 이뤄지고 있는 산림의 간벌과 벌목도 문제 중의 문제다. 야생화 자생지와 산림 생태계를 급속도로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디 때문이다. 허가 당시 숲의 하부 식생에 대한 사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간벌 대상, 벌목 대상의 나무를 중심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 바로 야생화의 전멸 내지는 하부 식생대의 파괴 현상이다.

 

청주시 관내의 낭성면 일대 ‘앉은부채’ 자생지가 벌목에 의한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또 이번 답사에서도 괴산군 청천면 일대 깽깽이풀 자생지가 벌목에 의해 완전 초토화 됐음을 확인했다.

 

산림 생태계, 숲의 하부 식생을 보호해야 할 산림당국이 오히려 그들을 전멸시키고 파괴하는 당사자가 된 이 현실. 누구 잘못이고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고개부터 갸우뚱 해진다.

 

아울러 야생화 마니아라고 하면서 또 야생화 전문농장이라고 하면서 보기만 하면 싹쓸이 해 가는 양심 불량의 사람들을 그 어느 누구에게 단속해 달라고 해야 할지 헷갈릴 뿐이다. 혹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겨놓은 건 아닌지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봄이 와도 봄 정취가 사라진 우리 산야,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충북의 자연-임용묵의 다큐파일②

(2016년 4월11일자 아시아뉴스통신 보도기사. 원문보기 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1000099)

 

생명의 계절 봄이 오면서 온 산야가 꿈틀대고 있다. 산과 들, 하천 그 어느 곳에서나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며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에서는 생태·자연분야 블로거이자 생태사진을 주로 앵글에 담고 있는 임용묵 생태사진가를 일주일에 한 두 차례씩 지면으로 초대해 그의 시각으로 본 우리 자연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자연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도시민들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청량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편집자 주>

 

 

전래동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 나오는 개암나무의 암꽃(왼쪽)과 수꽃. 한 나무에서 같은 시기에 피는데 암꽃은 매우 작아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으름덩굴의 앙증맞고 귀여운 꽃. 열매가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겨 한국바나나라고도 불린다. 또한 벌어진 열매의 묘한 모습에서 임하부인(林下婦人)이란 별칭도 얻었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개나리가 아닙니다. 개나리와 같은 과(물푸레나뭇과)이지만 줄기와 꽃, 이파리가 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르다. 산개나리는 특히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종이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붉은대극은 숲속 바위지대에 자라면서 이른 봄이 되면 가녀린 줄기들을 수줍게 올리며 봄소식을 전한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황매화.자생지가 한국이다 일본이다란 논란이 있으며 죽도화라고도 불린다. 야생은 드물고 한약재로 이용되고 있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예전에 담뱃불을 붙일 때 이용했다 해서 부싯깃나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잎에 흰섬유가 많이 나 있다. 오죽하면 이불솜을 뒤집어쓴 듯하다 해서 솜나물로 불린다.(사진제공=임용묵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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