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송이철이 다 끝나가고 있습니다.

늦 송이를 만나기 위해 25일 오전 산에 올랐더니....

송이보다 쇠살모사가 먼저 반기고, 이어서 송이들이 몇 개...

감사합니다.

 

동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BoC1vs1yV5k

 

 

송이철만 되면 송이밭이 없어 방황하는 '송이철 방랑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입찰지역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송이꾼들로부터 외면 받아왔던 소위 '송이 묵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서 송이 묵밭의 실상이 과연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올라가 봤습니다.

올라가 보니 기대 이상으로 송이밭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16일 다녀온 송이 묵밭 산행을 공개합니다.  

 

동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lLRmvOa6ugg

비에 울고 웃는 사람들

 

 

비는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다. 올해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 아래에선 더 더욱 그렇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치를 떨게 했던 비였는데, 이젠 비가 그립다는 사람들이 있다. 비 그친 지 보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이곳 저곳에서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수와 고추, 벼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야 따사로운 햇볕이 반갑기 그지 없지만 다른 작물을 기르는 농가들은 내심 야속하다는 눈치다. 전례없던 '지난 여름비'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맘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한여름 같은 쨍쨍한 날씨를 고맙게 여기는 이웃들이 있기에 대놓고 "비야 내려라" 외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제발 비좀 와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혹자는 "비 그친 지 얼마나 됐다고 비 타령이냐" 할 지 모르나 작금의 농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우선 채소 농가가 그렇다. 배추와 무,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채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요즘 때 아닌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비 이후 계속되는 이상고온으로 이제 막 갓 심은 채소들이 비비 꼬이면서 말라 죽어들어 가자 밤낮 없이 하천수를 끌어다 밭고랑에 대고 지하수를 퍼올려 스프링쿨러를 돌리는 등 고생이 여간 아니다. 콩 작물 역시 이파리가 누렇게 타들어갈 정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천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도 사정이 영 좋질 않다. 10여일 전까지만 해도 벌건 흙탕물이 지겹기만 했던 그들이었는데 지금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아진 수위로 되레 손을 놓은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극과 극을 오가는 그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쏟아질 땐 불어난 물 때문에 그물질이며 다슬기잡이며 엄두를 못 냈는데 비가 그치자마자 언제 그랬냐며 거짓말처럼 하천물이 잦아든 요즘에 와서는 그물을 쳐도 빈 그물이요 다슬기잡이를 나가도 빈 바구니이니 이래저래 한숨타령 뿐이다. 물가 생활 몇 십년만에 올 같은 해는 처음이란 어부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걱정이 가장 심각하다. 바야흐로 버섯철은 왔건만 모두가 '버섯 먹은 사람'들처럼 행보가 조용하다. 예년 같으면 싸리버섯이 쏟아지네, 밤버섯과 솔버섯이 지천이네 떠들며 이산 저산 정신없이 나돌아다닐 시기지만 올핸 그야말로 조용하다. 지난 비에 버섯 포자들이 다 사그라져 버섯들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고, 최근의 무더위와 가뭄 탓에 나오던 버섯들도 쏙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 추석 때만 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송이버섯도 올핸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단양, 괴산 등 일부 지역에선 한 두 송이 비치기 시작하긴 했다지만 싹수가 노랗단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소위 꾼들이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가로 저을 정도로 올해 전망이 별로 밝질 않다. 송이 특성상 고온과 가뭄에 민감하기에 요즘 같은 날씨라면 재작년과 재재작년 같은 흉년이 들기 십상이란다.
만일 그같은 전망대로 올해마저 송이가 흉년 든다면 산사람들의 사정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한철 벌어 일년을 먹고 사는 그들이기에 송이 자체가 생명줄이요 송이 산출량에 따라 살림살이와 밥그릇 사정이 좌지우지 되기에 그렇다. 하여 싹수가 노랗다는 소문은 그들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작년 전반기에 다소 송이 맛을 봤을 뿐 송이다운 맛을 본 게 4년 전이니 그 심정 어떻겠는가.
모든 게 최첨단을 걷는 시대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늘바라기 신세들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기에 유난히 별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날씨다. 아, 하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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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 흉년 가히 ‘자연 재해’ 수준이다

 
 잘 아는 송이꾼이 있다. 충북 괴산의 칠성면에 사는 그는 15m밖의 송이를 발견해낼 만큼 혜안을 가진 송이박사다. 남들은 발밑의 송이도 지나치기 일쑤지만 그는 반경 2~3m를 한번에 훑고 지나가면서도 땅속에 든 송이조차 흘리는 법이 없다. 그는 한 해에 송이를 따 많게는 3천만~4천만원, 적게는 2천만~3천만원을 번다. 송이따기가 어엿한 직업인 셈이다.

 
   그런 그에게 열흘전 전화를 했다. 송이작황이 궁금해서다. 그런데 신호음이 끊기자마자 굉음이 들려왔다. 의아해 했더니 남의 과수원에서 예초기로 풀을 깎고 있단다. “아니, 버섯꾼이 송이철에 산에 가지 않고 품삵일을 하다니?” 다시 물었다. 그 왈, “산에 가 봤자 버섯이라고 생긴 건 하나도 없어 아예 오르지 않는다”며 풀죽은 소리를 했다. 그는 얼마전까지 공공근로사업 일을 하다가 송이철 직전에 그만뒀다. 그런 그가 송이따기를 포기한 채 품삵일을 하고 있다.


 가을 폭염과 가뭄으로 야생버섯 산출량이 크게 줄자 그 여파가 일파만파다. 앞의 송이꾼처럼 버섯따기가 본업인 사람들은 우선 당장 소득이 없어 살 길이 막막해졌다. 그들은 송이철 한 철 벌어 한 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송이가 곧 돈줄인 그들인데 송이가 초반에 조금 반짝하다가 중반기 이후 전혀 나지 않으니 이보다 더 한 날벼락이 없다. 충북의 경우 제천,단양,괴산,보은,영동 등 송이 산출지역엔 버섯따기가 본업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러니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충북 괴산지역만 해도 한 해 송이철 주민소득 총액이 60억~70억원이란 얘기가 있다. 따라서 이들 송이 산출지역에서 졸지에 사라진 돈이 무려 수백억원대다. 더욱이 올핸 3년째 송이흉년을 맞았다. 2007년 이후 송이 구경을 못한 송이꾼들이 무척이나 많다. 능이 등 다른 버섯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충북 도내 전체로 치면 그 손해액이 가히 재해수준이다. 자연재해가 꼭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어야만 하는가. 2007년과 2008년엔 가을 가뭄으로, 올해는 가을 가뭄에 폭염까지 겹쳐 버섯이 안 나 피해 입은 경우도 자연재해라면 자연재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여파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역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버섯 산출지역의 경제고리는 ‘버섯 채취꾼-판매업자-택배업자-소비자’ 혹은 ‘채취꾼-판매업자-음식점-소비자’ 등으로 얽히고 섥혀 있다. 게다가 버섯철을 기다려 외지서 원정오는 사람들까지 몰려들면서 지역에 큰 부가가치를 안겨다 준다. 충북 괴산 청천지역의 경우 여름 휴가철 피서인파보다 버섯철 산행인파가 더 많다.
 그런데 올핸 영 아니올시다다. 지난해도, 저지난해도 그랬다. 연 3년째 버섯철 불황이 겹치면서 이미 전업한 사람도 있고 앞으로 전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버섯만 바라보다간 밥 굶기 십상이라며 넌덜머리를 낸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야생버섯 전문음식점이다. 줄어든 손님도 그렇거니와 가장 기본적인 물량(야생버섯) 확보도 못해 폐업할 지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역에 활력이 없어졌다. 적어도 4년전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지나가는 개도 버섯과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버섯과 돈이 흔했던 곳이 버섯산출지였는데 지금은 되레 썰렁해졌다. 오죽하면 “어깨 쳐진 사람은 모두가 버섯관련 업자”란 얘기가 나돌겠는가.


 “올핸 마음먹고 돈 빌려 버섯판매점 내고 차량까지 교체했는데 송이를 몇 kg 팔아보기도 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지난 일요일 뒤늦게 내린 비가 그렇게도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는 한 버섯업자의 푸념이 가슴을 마냥 후벼 판다. 이젠 날씨가 지역경제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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