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바다와 강을 오가는 바다빙엇과 어류

환경 적응력 강해 웬만한 곳에 쉽게 정착

 

빙어의 빠른 확산 : 대표적인 전략어종인 빙어는 계속되는 방류사업으로 전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보은 상궁지의 빙어 낚시객들./자연닷컴

 

어종별 특성-빙어

 

분류학적 의의

빙어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엇과 어류로 본래는 바닷가 연안과 민물()을 오가며 사는 '소하성(溯河性) 2차 담수어'이.

 

여기서 소하성 2차 담수어란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란 뜻이다.

 

오늘날 남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빙어는 일제시대인 19253월 북한의 함남 용흥강 상류에서 채란해 수원 서호와 제천 의림지 등에 이식시킨 것이 정착돼 전국으로 확산된 이른바 '육봉형(陸封型)'이다.

 

육봉형이란 말 그대로 육지에 가둬 정착시킨 종을 뜻한다. 따라서 빙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위적인 육봉형 어종이자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진 최초의 이식어종이다.

 

학명은 'Hypomesus olidus', 영명은 'pond smelt'. 몸길이는 보통 10내외로 큰 개체라 하더라도 20를 넘지 못하는 소형종이다.

 

빙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기름지느러미가 하나 더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은어,연어,송어처럼 빙하시대부터 살아온 냉수성 어종이라는 증표다. 빙어의 ''자가 얼음 빙()자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일본과 사할린,연해주,알래스카,캐나다 서부,미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기막힌 생존전략 :냉수성어종인 빙어는 국내 토종어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종족을 유지하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박병기 수중촬영전문가

 

습성 및 생활사

어릴 적에는 보통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나 성장하면서 깔따구 등 소형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적응력이 강해 탁도와 염도 등의 변화에 잘 견뎌낸다.

 

산란기는 수온이 610도가 되는 34월로 알려져 있으나 제천 의림지와 춘천지역에서는 4월이 산란 성기이고 일본 북해도에서는 4월 중·하순, 사할린에서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북한 용흥강에서는 3월에서 4월 사이가 주산란기로 알려져 있다.

 

빙어의 산란장소는 호수나 저수지로 연결되는 개울의 얕은 곳(수심 50미만)으로, 바닥에 모래나 자갈이 깔린 곳을 좋아한다.

 

산란과 방정이 가능한 친어(어미물고기)의 몸길이는 보통 6가 넘는 개체들이다.

 

군산수산대 유봉석교수가 운암호에서 산란기 때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몸길이가 89되는 것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빙어는 태어난 해에 어미로 자라 알을 낳고 죽는 일년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2년생이 더 흔하고 어떤 개체는 그 이상인 것들도 있다.

 

공어와 와카사기

일명 '물고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최기철박사(서울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빙어는 지역에 따라 공어(충북 대전 전북 전남 양구),메르치(수원),멸치(완주),민물멸치(완주),방아(양구 철원),뱅어(속초),병어(화천 광주),벵어(제천 양구 화천 고양 고창),보리붕어(보령),빙어(충남·북 강원 전남 전북 광주),아까사끼(밀양),아까새끼(정읍),오까사끼(밀양),은어(완주),핑어(충주),해피(양양)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중 공어는 일제 때 표준어 행세를 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말이며 현재 중국의 통용어이기도 하다.

 

아까사끼,아까새끼,오까사끼는 일본말 와카사기(wakasagi)가 와전된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그동안 일본산 와카사기와 우리의 빙어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동종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점이다.

 

따라서 최박사는 우리의 빙어를 굳이 일본말로 부르자면 '이시카리 와카사기(ishikari wakasagi)'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봉형(陸封型) 빙어: 본래 빙어는 바다연안에 살다가 산란기에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번식하던 물고기였으나 일제때 육봉형으로 개발돼 정착됐다./자연닷컴

 

빙어의 확산원인

국내어종의 전반적인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빙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빙어의 적응성이 탁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섭시 410도의 저수온과 2급수 이상의 수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환경적응력이 강해 웬만한 저수지나 호수에 쉽게 적응하는 습성이 있다.

 

빙어는 특히 냉수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생태계에 더욱 쉽게 정착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이 회피하는 생태계의 빈 공간을 쉽사리 차지해 살아가고 있다.

 

다시말해 빙어는 외부로부터 이식된 '손님'이지만 다른 물고기가 꺼리는 곳을 주서식처로 삼기 때문에 여름에는 수온이 10도 이내로 유지되는 깊은 수심을 찾아가고 겨울에는 반대로 다른 물고기들(대부분의 토착어종들)이 동면처로 삼는 깊은 수심을 벗어나 얕은 곳에서 활동함으로써 살아남는 '기막힌 생존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략어종이자 경제성 어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각 지자체 및 단체, 심지어 개인들까지 앞을 다투어 방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빙어의 서식지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빙어도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육식성 귀화어종(이들 또한 넓은 의미의 이식어종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잡혀먹히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 겨울잠도 자지 않고 일년 연중 섭식활동을 하는 블루길과 큰입배스 등 외래 포식자들로부터는 늘 쫓기며 희생되는 '먹이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끄리와 같은 국내 육식성 토종어에 의해서도 잡혀먹히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대청호와 같은 일부 오래된 이식처에서는 갈수록 빙어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김성식기자

 

 

조선시대 학자 서유구(徐有榘)는 우리가 가히 자랑할 만한 위인이다.

 

그는 1834~45년 사이에 펴낸 <임원경제십육지> 중 <전어지>에 이미 한국산 물고기의 특성을 상세히 소개했을 만큼 놀라운 자연 관찰력과 식견을 지녔던 선구적인 학자다.

 

그의 높은 식견은 전어지의 '돗고기'를 소개한 부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돗고기를 "머리는 작고 배가 부르며 꼬리는 뾰족하고 꼬리지느러미는 끝이 둘로 갈라진다. 주둥이는 가늘고 뾰족하며 등은 검고 눈은 작다. 생긴 모양이 돼지새끼와 비슷하다 해서 돈어(豚魚), 즉 돗고기란 이름이 붙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가 소개한 돗고기는 오늘날 '돌고기'로 불리는 작은 어류인데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현대학자들 마저 고개를 내두를 정도로 사실적이다.

 

물고기박사로 통했던 고 최기철박사도 저서를 통해 그 시대에 그런 위대한 조상이 있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는 단지 우리 나라 사람들에 의한 것일 뿐 오늘날의 국제학계로부터는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물고기를 국제학계에 첫 소개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헤르첸슈타인이라는 외국인 학자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헤르첸슈타인은 1872년 한국의 풍중이란 곳에서 이 어류를 채집하여 'Pungtungia herzi Herzenstein'이란 학명으로 국제학술잡지에 신종 발표한 장본인이다.

 

서유구 보다 30여 년이나 늦은 시기임에도 그가 한국산 물고기를 외국에 첫 소개한 인물로 길이 남게된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것은 곧 신종 발표 시에는 국제적으로 규정된 학명을 붙여 학술잡지에 발표해야만 공식인정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선진과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당쟁에만 몰두해 아까운 시간과 국력을 낭비했던 당시의 빗나간 정치풍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일이 됐지만 당시 학명을 제정하는 간단한 방법만 받아 들였더라도 지금쯤 우리 어류학계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요, 나아가 자연과학 분야의 발달에도 크게 기여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국내 학문발달이 그 동안 왜 그리 더디게 이뤄져 왔으며 그로 인해 과학 후진국이란 멍에를 그토록 오랜 동안 벗어나지 못했던가를 자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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