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 농장 바이러스 전파 차단 총력

충북도청./아시아뉴스통신DB


충북도는 지난 25일 천안 봉강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되고 도내 철새 서식수가 전년대비 증가하는 등 야생조류로부터 가금농가로의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26일 고병원성 AI 주의보를 발령했다.
 
 농장 단위 차단방역대책으로 가금농가 종사자는 모임, 철새도래지 방문, 방사사육을 금지해야 한다.
 
농가에서는 졸음․활력저하 등 전조증상 단계에서 조기신고토록 당부하고 농장출입 차량에 대해서는 출발지→ 거점소독소→ 농장문전(3단계), 출발 전→ 거점소독소(2단계) 소독 이행과 종오리 농가에는 문전 통제초소를 설치토록 했다.
 
철새도래지로부터 전파 차단을 위해서는 도내 6개 구간의 축산차량 통제구간 출입과 낚시 등 천렵행위 금지토록 홍보를 강화한다.
 
인근농로와 주변농가에 대해 농협에서 지원을 받아 광역방제기 6대, 드론 6대 등을 동원하여 소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야생조류에 대해서는 예찰 장소와 빈도를 늘려 철새감염상황을 조기에 검색하는 철새경보시스템 운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19일 육거리 시장 가금판매소에서도 저병원성 AI 검출 사례가 있는 만큼 전통시장 내 순환감염 차단을 위해 초생추․중추, 오리유통을 금지했다.
 
가금판매소의 일제 휴업․소독은 기존 월 2회에서 주 1회로 강화해 시행키로 했다.
 
역학관계를 최소화하기 위해 타도 가금반입과 반출을 자제하고 가금거래상인은 출하전 검사를 하고 판매소 방문 전 반드시 거점소독소를 들러 소독토록 조치했다.
 
도 관계는 “겨울철 오리농가 휴지기제 등 기 시행 중인 방역대책 추진에도 빈틈이 없도록 관리해 철새로부터 가금으로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뉴스통신=백운학 기자]

baek3413@hanmail.net

철새들의 눈물을 잊지말자

 

 

우리나라에는 현재 귀한 손님들이 찾아와 있다. 겨울철새들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우려하는 방역당국과 가금류를 기르는 농가에서는 마치 원수 취급하듯 곱지 않은 시선으로 경계하고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반갑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철새가 반갑고 소중한 것은 지구촌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이른바 국제환경대사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구촌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알려주는 게 바로 철새다.
철새들은 매년 여름 일정한 번식지에서 번식을 마친 뒤 날씨가 추워지면 월동지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또 다시 번식지로 되돌아가 새끼를 친다. 따라서 철새들의 번식지와 월동지, 그리고 이동 중에 들르는 중간기착지의 생태계는 철새라는 자연생물을 매개로 하여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러기에 철새와 관련된 일, 특히 철새보호 문제는 어느 특정지역의 일만이 아닌 번식지와 월동지, 모든 중간기착지와 연관된 국제적 사안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북쪽의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지역에는 매년 50종에 넘는 도요새와 물떼새가 번식하고 있다. 이들 철새는 여름철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새끼를 친 뒤 겨울이 되면 남쪽의 호주와 뉴질랜드로 날아가 월동하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번식을 위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되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이들 철새는 한반도 갯벌을 비롯한 여러 중간기착지에 들러 에너지를 보충한다.
따라서 이들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선 번식지인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월동지인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중간기착지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제 아무리 번식지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여름을 보냈다 하더라도 중간기착지에서 돌연 오염된 먹이를 먹게 된다면 그들의 삶은 허무하게 거기서 끝나고 만다.


철새보호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남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그 기능 또한 철새들의 번식지와 중간기착지로서 지구촌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1997년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1998년엔 창녕 우포늪이, 2007년엔 태안 두웅습지가, 2009년엔 서천갯벌이, 올해엔 고창 부안갯벌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는 등 14곳의 습지가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이같은 입장에 걸맞게 우리는 2008년도에 이미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와 더불어 국제습지연대 아시아지역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회원국을 넘어서 주도국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며칠 전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 우연이 아니듯 철새 혹은 습지 관련 국제회의에서의 위상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립되는 갯벌과 그 위에서 방황하는 철새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갯벌은 자그마치 774개 지구가 매립됐거나 매립될 예정이며 면적은 서울시의 3.2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다 또 한편에서는 목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많은 습지가 파헤쳐 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들이 눈물을 흘리면 지구촌 생태계에도 눈물이 흐른다는 점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철새가 중요한 환경지표란 점에서 그들의 눈물은 곧 그 우리 국민의 눈물이란 점도 까마득히 잊은 듯 하다.
또 하나 간절한 것은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철새들을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이라고 일부러 바이러스를 옮기겠는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1차 피해자란 점 명심하면서 방역업무를 추진했으면 한다.

갈수록 잦아지는 '돌발기후' 예삿일 아니다

 

 

산밑 다랑논이 시끄럽다.

왁작대는 소리가 흡사 먹이 찾는 기러기떼의 합창 같기도 하고 볕 좋은 날 양지쪽 울타리서 들려오는 참새들의 지저귐 같기도 하다.
가까이 가 보니 산개구리 울음소리다.

며칠전 내린 작달비에 서둘러 입이 터진 봄의 전령이다. 절기상 사흘 뒤가 경칩이니 그리 이른 건 아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디 이렇게 성급히 봄이 올 줄 누가 알았는가. 먼 산 능선에 하얗게 깔린 눈더미를 바라볼 때마다 저것들이 언제 다 녹을까 괜한 걱정이 앞섰던, 말 그대로 징글징글했던 지난 겨울 아니었던가. 
어느 날 졸지에 찾아와 수은주를 무려 20도 가까이 끌어올렸던 돌발 이상고온과 그 여세를 타고 장맛비처럼 화끈하게 내린 봄비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대자연의 수레바퀴가 한 순간에 눈구덩이를 벗어난 듯 동장군 앞에 멈춰섰던 생태시계의 초침이 단 며칠만에 눈에 띄게 빨라졌다.
무쇠 주둥이처럼 굳게 닫혔던 산개구리 입에서 불현듯이 새생명의 울음보가 터진 것도 요 며칠 사이이며, 후발대로 남아있던 철새들이 마지막 미련을 버리고 서둘러 고향 향해 날갯짓을 하게 된 것도 세찬 봄비가 가져온 생명현상이다.

더욱 푸르러진 산골 농가의 보리밭엔 지난 가을 이후 뜸했던 고라니들의 발걸음이 또다시 잦아졌고 초저녁 도로변엔 선잠 깬 오소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의 몸짓도 달라졌다.

성마른 낚시꾼들은 개구쟁이들의 썰매 타는 소리가 채 잊히지도 않은 물가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우기 시작했고 겨우내 야외 나들이가 그리웠던 도시인들은 산과 들 찾아 달라진 공기 내음 맡으려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갑작스러운 기온변화를 포함해 최근 빈발하고 있는 이상기후를 심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루 아침에 전혀 딴 세상에 온 것처럼 기온이 돌변하고 눈이든 비든 한번 내렸다 하면 끝장을 보려는 듯 마구 쏟아붓는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심각성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농부들이다.

그들은 지금 봄기운을 반기기 보다는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유난히도 극성스러웠던 지난 겨울 날씨 탓에 가뜩이나 마음 편치 않았는데 최근의 이상고온까지 겹쳐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과수의 경우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간 지독한 추위로 인해 나뭇가지와 꽃눈이 적잖이 얼어죽어 피해를 입은 데다 가까스로 동해를 피한 나뭇가지와 꽃눈마저도 해빙기에 돌연 찾아온 이상고온으로 악영향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요즘 한창 모종을 키우고 있는 고추 등 원예작물에도 좋을 리 만무다. 기온이 오르면 온실 난방비가 덜 들어가 농가가 반길 것 같지만 올 같은 상황은 전혀 그렇질 않다. 갑자기, 그것도 한겨울 날씨에서 졸지에 4월 초·중순 날씨로 돌변해 여러 날 지속됐으니 부작용이 우려된단다. 농사마다 때가 있듯이 원예작물 또한 모종이 시기에 맞춰 자라줘야 하는데 갑자기 오른 기온 때문에 쓸데 없이 웃자라 때아닌 생장억제제를 주는 등 관리에 무진 애를 먹고 있다. 또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고 안개일수도 부쩍 늘어 이래저래 농부들의 맘고생 몸고생이 여간 아니다.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축사가 넘어가야 자연재해인가.

돌변하는 날씨 탓에 농사짓기가 겁 난다는, 응어리진 농부들의 가슴도 재해라면 재해다.
날씨와 인간생활은 갈수록 밀접해진 반면 '돌발기후'는 수시로 나타나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시대에 정녕 맘 편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올 한 해는 그저 날씨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자연과 인간을 잇는 '상생의 가락지'를 기대하며…

 

매사냥꾼을 수할치라 불렀다. 수할치들은 매사냥 가기 전 자신들의 이름과 사는 곳이 적힌 표식을 매의 꽁지깃에 달았는데 그것이 이른바 시치미다.

그 시치미는 매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냥 보낸 매가 되돌아오지 않았을 때 누구 누구의 매란 증표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간혹가다가 그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는 자기 매라 벅벅 우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땐 으레 승강이가 벌어졌다. 어릴 때부터 길러서 낯이 익은 주인 수할치는 "분명 내 매"라 주장하고 시치미를 뗀 사람은 "자기 매"라 주장하니 안 시끄러울 리 없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말이 '시치미를 떼다'다.


시치미는 중세 유럽에서도 사용됐다. 프랑스 왕 헨리4세는 매사냥중 매를 잃어버렸는데 하루 뒤 2000여km나 떨어진 말타란 곳에서 찾았다.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으면, 시속 90km의 놀라운 속도로 그 먼거리까지 달아난 매를 다시 손 안에 넣게끔 해준 것이 바로 시치미다. 

시치미는 조류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오늘날 흔히 이용되는 가락지(링)의 원조가 된 것이다. 새 다리에 부착하는 가락지는 새의 이동경로 뿐만 아니라 생존율,수명,분포,번식지,월동지,기생충 전파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매우 긴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전설같은 일화가 있다. 때는 1965년, 일본 도쿄의 국제조류보호연맹 아시아지역본부에 북한으로부터 한 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당시 북한의 저명한 조류학자 원홍구박사가 평양 만수대 부근서 한 마리의 북방쇠찌르레기를 채집했는데 다리에 일본측 일련번호가 새겨진 가락지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농림성(農林省) JAPAN C7655'라는 표식으로 보면 분명 일본의 누군가가 달아 날려보낸 것이 틀림없으나 북방쇠찌르레기는 일본에 살지도 않고 이동할 때 일본 땅을 거치지도 않으니 "너무나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건 일본측도 마찬가지였다. 해서 생각 끝에 한국의 새박사 원병오박사에게 문의한 결과 기막힌 사연이 밝혀졌다. 문제의 가락지를 단 이가 다름 아닌 원병오박사요 그 가락지를 확인한 이가 원박사의 친아버지인 북한측 원홍구박사였던 것. 새 가락지 하나가 전쟁으로 갈라졌던 부자간의 핏줄을 다시 이어준 뜻밖의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산과 들로 새를 쫓아다닌 경험 덕분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류학자가 된 원병오박사는 1957년 북방쇠찌르레기가 서울서 번식한다는 사실을 첫 발견한 이후 63년부터 가락지 표식을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국산이 없어서 일본 것을 빌려 사용했다고 전한다.
요즘도 철새를 관찰하다 보면 다리에 가락지가 부착된 새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그 많고 많은 새들 가운데 눈에 띄는 가락지 표식. 그것을 발견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부자(父子) 새박사간의 기막힌 인연을 이어준 행운의 가락지다. 가락지는 역시 다리에 끼건 손가락에 끼건 어떤 연(緣)을 잇게 해주는 매개체인가 보다.

지금 이 땅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고향 찾아 떠날 그들이긴 하지만 그들 모두는 이 땅에 존재가치를 지닌 귀중한 생명들이다. 최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 매개체란 의심 때문에 졸지에 '간 졸이는 삶'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들을 보호할 의무는 우리에게 있다. 그들이 건강해야 우리 삶도 건강할 수 있는 법. 그 옛날 남의 매에서 시치미를 잡아떼듯 우리가 결코 그들을 외면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철새들의 마지막 안녕을 기원하며 아울러 새들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의 건투를 빈다.

10월 9일과 괴산호, 그리고 '백조의 노래'

 

10월 9일은 충북 괴산호의 생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날을 전후해 국제적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백조)가 괴산호를 찾기 때문이다.
혹자는 철새인 큰고니가 매년 도래하는 날짜를 어떻게 한 날(10월 9일)로 특정할 수 있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기자 역시 처음엔 그런 의문을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증거가 있어서다. 그것도 15년간이란 놀라운 데이터가 있다.

이 놀라운 데이터를 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괴산호 주민이다. 그는 괴산호 인근 동네서 태어나 5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토박이로서, 괴산호 생태에 관한 한 눈 감고도 다 아는 전문가다. 그런 그가 15년전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찰해 오고 있는 게 바로 큰고니의 도래 일지요, 그 결과 얻어낸 답이 우리나라 내륙을 경유하는 큰고니의 월동군(群) 중 일부는 매년 10월 9일을 전후해 괴산호를 찾았다가 얼마간 머문 뒤 남쪽을 향한다는 것이다. 괴산호가 중간기착지란 얘기다. 더욱이 매년 첫번째로 목격되는 선발대의 도래일이 공교롭게도 한글날인 10월 9일인 경우가 특히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여름 '달래강의 숨결'이란 기획물을 취재할 때로 그 때도 그는 같은 주장을 했는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새가 날짜를 잊지 않고 꼭 그 날 괴산호를 찾아오느냐 하는 아주 기본적인 의문이 들어서였다. 한데 그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에 따라 지난해 10월 9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관찰한 결과 실제 그날 저녁 7마리의 큰고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랄 노자였다. 마술 같았다.


그런데 그 마술같은 광경이 올해도 펼쳐졌다. 대한민국의 심장부 세종로에서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 동상이 베일을 벗고 인자하디 인자한 미소로 전국민의 가슴속에 뚜렷하게 각인되던 한글날, 30마리나 되는 큰고니들이 괴산호에 첫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막힌 일이다.
그런데 그 경이로운 광경이 한낱 깜짝쇼로 끝났다. 너무나 허탈했다. 북쪽으로부터 숨가쁘게 날아온 큰고니떼가 괴산호에 안착하지 않고 한두번 선회하다가 이내 남쪽으로 사라진 것이다. 순간적이었다. 사진 촬영할 겨를도 없이 쫓기듯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깜짝쇼는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해도 그랬다. 한 주민의 열정이 진실로 밝혀지던 지난해 그날도 그들은 무거운 날개를 괴산호서 풀지 못하고 그대로 떠나고 말았었다.


이유가 있었다. 괴산호가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 날엔 괴산군이 추진하던 산막이 옛길(괴산호 바로 옆의 옛길) 복원공사가 한창이었다. 드러난 옛길과 베어진 나무, 낯선 인부들, 기계음 등에 놀라 중간기착지에서의 달콤한 휴식도 못한 채 그들은 고된 날갯짓을 했어야만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비록 공사장의 시끄러운 기계음은 그쳤지만, 그간 번듯해진(?) 옛길과 그곳을 찾은 외지인들이 그리도 낯설게 보였던 모양이다. 철새들은 그만큼 예민하다. 환경변화는 곧 두려움이다.


철새의 중간기착지는 매우 중요하다. 괴산호 역시 그렇다. 중간기착지에서 안전해야 월동지와 번식지를 무사히 오갈 수 있다. 괴산호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점을 알아야 한다. 괴산호가 큰고니의 한 중간기착지로서 '생태계의 중요한 생명길'이란 사실을.
고니들은 평생 탁한 소리로 울다가 마지막 죽음 직전에만 딱 한번 아름답게 운다고 한다. 그것이 이른바 백조의 노래다. 행여 그 백조의 노래가 괴산호서 울려퍼지지 않았으면 한다. 탁하더라도 생명이 깃들어 있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면 한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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