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학명 Hypsipetes amaurotis, 영명 Brown-eared Bulbul)가 폭설이 내리는 중에도 홍시감을 파먹는 장면을 소개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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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seQe4zBc-KI

 

 

최근 20~30년 동안 한국의 자연생태계에서 두 개의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직박구리의 서식 개체수 급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입니다. 

2000년대 초를 전후해 전국적으로 나타난 직박구리의 서식 개체수 급증은 급기야 국내 야생 조류의 우점 서열을 바꿔놨습니다.

 

직박구리의 출현 빈도가 가장 높아지면서 출현빈도 1위와 2위였던 까치와 참새는 2, 3위로 순위가 밀려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돼 아직도 진행 중인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 또한 국내 하천 및 호소 생태계의 양상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이들 두 사건으로 국내 조류 생태계에서 두드러지게 변한 새들 간의 먹이 경쟁 풍속도에 관해 집중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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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5wnu_EATlY

2011년 가을스케치(직박구리 대란)

 

'가을빛 사과 과수원 한편에 직박구리(참새목 텃새) 한 무리 날아든다. 마릿수는 6마리. 방금 전 5마리가 왔다 갔는데 이번엔 한 마리 더 늘었다. 앉은 곳은 하필 주인 농부가 잔뜩 기대하고 있던 나무. 사과 알이 유난히 커 이제나 저제나 익을 때만 기다려 하루 뒤면 수확하려던 참이었다는데, 새들이 그걸 눈치챈 모양이다.
무리 중 어미로 보이는 하나가 자리를 고쳐 잡더니 연방 고개를 갸웃 거린다. 어느 사과에 입을 댈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다. 이윽고 사과나무 잔가지 가늘게 요동친다. 송곳 같은 주둥이 하늘로 향하는가 싶더니 이내 흰 점 하나 허공에 뜬다. 사과 한 살점. 주인 농부의 꿈이 하얗게 부서지는 순간이다. 이어 머리를 앞 뒤로 한 번 뿌듯하게 움직인다. 꿀~꺽. 농부의 한 해 땀방울이 속절없이 삼켜진다. 입맛을 자꾸만 다시는 폼이 엄청나게 맛 있는가 보다. "찌~익 찌~익!" 피멍 든 농부의 한숨이 직박구리의 쾌재가 되어 하늘 멀리 울려 퍼진다.
이번엔 다른 새들이 나섰다. 앞선 놈 하는 짓 그대로 따라 한다. 1년생 새끼들이다. 하지만 이미 경험들이 많은 듯 행동이 빈틈 없다. 잘 익은 사과만 귀신 곡하게 찾아내 정신없이 쪼아 댄다. 여기저기서 주인 농부의 꿈이 한바탕 또 부서진다. 허공에 머물다 사라진 흰점 하나에 사과 한 알이 통째로 날아간다. 흠집 하나만 있어도 일년농사 허사다.
한참을 그렇게 심술 떤 직박구리들. 주인 농부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솟구친다. "찌~이이익!" 가뜩이나 놀란 농부 가슴에 또 그렇게, 한아름의 시름과 함께 치 떨리는 비명을 안기곤 저멀리 도망친다. 점 하나, 점 둘, 점 셋…. 그들이 날아간 나무 아래서 주인 농부 망연자실, 담배를 피워 문다.'

지난 주말 괴산의 한 과수원으로 새사진 찍으러 갔다가 눈앞에 펼쳐진 기막힌 광경을 차례로 옮겨봤다. 한 마디로 대란이라고 할까. 직박구리의 횡포가 말이 아니다. 농부들의 말대로라면 과수농사 못 지어먹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엔 직박구리와 까치, 말벌 등이 합세해 피해를 주었으나 올핸 직박구리의 단독 범행(?)이 눈에 띄게 늘었단다. 그만큼 개체수가 더 늘었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엔 한 나무에 10개 안팎의 피해를 입었으나 올핸 그보다 훨씬 많단다.
실제 확인해 봐도 잘 익은 사과는 성한 게 별로 없다. 한 입 쪼인 것, 여러 번 쪼인 것, 다양하다. 그러나 피해는 같다. 상품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져 팔질 못한다. 새들보다 먼저 수확하면 되지 않냐고 할 지 모르나 불가능하다. 나무 주변을 늘 서성거리며 눈독 들이는 새들을 어떻게 당해 내겠는가.
직박구리로 인해 화병이 난 사람도 있다. 과수원 전체에 그물을 칠 수도 없고 총을 쏠 수도 없어서 차선책으로 폭음기를 설치했으나 그 마저 소용 없으니 화병이 안 나겠는가. 더 큰 문제는 사과 외에도 배와 복숭아, 감 등 과수 전반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차례 우려한 바와 같이 직박구리는 당분간 개체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무한정 늘어나진 않겠지만, 현 기후변화와 환경변화 추세로 볼 때 개체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도 일부지역에선 참새보다도 많은데, 더 이상 숫자가 는다면 피해 또한 더 커지는 건 불문가지다.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줄일 방법은 없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옛 사람들이 이 새를 왜 후루룩빗죽새라 불렀는지. 특이한 울음소리에서 따왔다고는 하나 혹시 후루룩 비가 오듯이 여기서 비죽 저기서 비죽 한다고 붙여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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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가 가져온 이땅의 최고장

 
 우리 주변에 참새보다 더 흔해진 새가 있다. 참새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크고 소리 또한 더 요란하기 때문에 그들이 있는 곳이면 참새는 찍 소리도 못하고 범접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이 새를 잘 모르고 있다. 이름 뿐만 아니라 모습 역시 생소해 한다.
눈만 뜨면 자연과 접하는 농촌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하고 도시공원을 찾은 노인들에게 물어봐도 역시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하지만 모두들 갑자기 수가 많아진 것 만큼은 분명히 인정한다.


 우리나라 터줏대감격인 참새의 생태적 지위를 하루아침에 위협하게 된 이 새,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조류(鳥類)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이 새는 다름 아닌 직박구리다.
 참새와 같은 참새목에 속하나 몸 길이가 28cm로 참새의 두 배나 되고 몸색깔은 전체적으로 회갈색을 띤 새다. 옛 사람들이 흔히 이 새를 ‘후루룩 빗죽새’라고 불렀을 정도로 우는 소리가 특이해 ‘삣 삣 삐이’ 혹은 ‘삐유르르르르 삐이요’ 하고 시끄럽게 우는 특징이 있다.
 이 새가 어느 새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제주도나 남해안에 갔을 때 바닷가 동백나무 숲에서 ‘삣 삣’ 거리며 요란을 떨던 새를 생각하면 된다. 이 새가 과거엔 제주도나 남해안 등지에서만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본래 한반도의 중부이남에서 번식하는 텃새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내에서 발간된 조류도감을 보면 한국의 중부이남을 비롯해 일본,타이완,필리핀 등지서 번식하는 남방계의 산림성 조류로 설명돼 있다.


 이러한 ‘남쪽새’가 충청지역은 물론 경기도와 서울지역까지 우점(優占)하는 등 왜 돌연 한반도를 점령해 가고 있을까. 더욱이 점령 속도도 엄청 빠르게 말이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부지역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새가 불과 10년 안팎에 남한지역을 완전히 그들의 텃새권으로 만들어버렸다. 서울에서는 이미 비둘기와 까치 다음으로 많은 새가 됐다. 참새를 세번째 순위에서 몰아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류도감을 전면 수정하게끔 하고 있는 이같은 현상, 국내 조류학계가 공식 논문발표도 하기 전에 전국을 뒤덮어 버린 직박구리의 대란. 이러한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나고 있을까. 이는 한 마디로 이상징후다. 아니 이보다 더 뚜렷한 자연계의 최고장이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의 기후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생태계까지 그 못지 않게 급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마지막 경고장인 셈이다.
 텃새는 말 그대로 계절이 바뀌어도 이동하지 않고 한 지역에 머무는 새이다. 이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라 생태와 습성이 완전히 그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맞도록 적응한 까닭이다. 그러기에 텃새가 자신의 텃새권을 넓혀나간다는 것은 그들이 살기에 적합한 기후와 환경이 그만큼 넓어졌음을 뜻하는 확실한 증거다.
 다시 말하지만 직박구리는 최소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남쪽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남방계 조류였다. 그런데 지금은 참새보다 더 가까운(?) 이웃새가 됐다. ‘가까운’에 물음표를 표기한 것은 그들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데 정녕 우리들은 그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그로 인해 수백 수천 년을 이어져온 우리 주변의 생태계가 완전히 딴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남의 일인 양 불감증에 빠져있다.
 모성애가 무척 강해 번식기엔 까치도 꼼짝 못하게 하는 억척스러움과 무엇이든 잘 먹는 탐식성의 새 직박구리, 그들이 갑작스럽게 개체수를 불려나가고 있는 이 땅의 생태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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