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극복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물고기 생태에 푹 빠져 있던 9년전 일이다.

 

한 선배가 찾아와 물고기를 알려면 미생물부터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발한 광합성미생물(PSB) 배양법까지 알려줬다. 법대 출신으로 사시준비를 하던 분이 어떻게 그 분야의 박사가 됐냐고 물었더니 답이 재미있었다.


고향인 음성서 머리를 식히고 있을 때였단다. 논둑길을 걷다가 우연히 새끼 미꾸리를 발견하고는 옛 생각에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무언가를 자꾸 잡아먹더란 것이다.

 

하도 신기해 물속을 살펴봤지만 육안으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 해서 그날부터 공부는 뒤로 한 채 관찰에 몰두한 결과 새끼 미꾸리는 윤충을 잡아먹고 그 윤충은 보다 작은 광합성미생물(이하 PSB) 등을 잡아먹는 사실을 밝혀냈단다. 그 선배는 그후 미생물업계의 대부가 됐음은 물론이다.


선배가 다녀간 뒤로 PSB와의 씨름이 시작됐다. 수 톤의 쌀겨와 석회를 배합해 균체를 증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조건이 맞으면 증식이 잘 되다가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한순간에 약화돼 다른 미생물이 번성하는 등 변화무쌍했다.

 

배양한 미생물을 활용해 물벼룩을 생산할 때도 변화무쌍함은 여전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PSB로 물벼룩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조건이 잘 맞춰져 물보다 물벼룩이 많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하룻밤 새 상황이 돌변했다. 그 많던 물벼룩은 온데 간데 없고 물빛마저 변해 있었다. 전날 저녁 PSB 먹이를 많이 준 게 조건을 변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덕에 많은 걸 깨달았다. 그 중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이 세상 모든 생명체들은 상호경쟁을 통해 삶을 영위하되 거기에는 반드시 '조건 혹은 환경'이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제 아무리 작은 미생물일 지라도 각기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며 조건에 따라 어떤 건 번성하고 어떤 건 쇠퇴하는 것이다.

 

경쟁은 미생물과 생물, 생물과 생물간에도 벌어진다. 또한 경쟁과정에서는 병원체처럼 상대방에게 침입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작은 미생물일수록 몸을 쉽게 변형시켜 생존능력을 키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건이 악화됐을 경우 작은 미생물일수록 재빠르게 몸을 변형시켜 내성을 키운다는 얘기다.

 

실례로 물고기에 병이 왔을 때 기생충 보다는 바이러스가 약제투여에 더 강하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 기생충은 약제투여라는 조건악화에 대응해 몸을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작은 반면 바이러스는 쉽게 변형시켜 내성을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몸집 차이다.   


목하 신종플루로 인해 온나라가 불안하다. 바이러스 대란이다. 갈수록 기승부리는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성을 가진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이다.

 

행여나 그래선 안 되겠지만 개발된 항바이러스제가 한순간에 효용성을 잃기 때문이다. 이는 최악의 상황이다.

 

내성은 어설픈 치료가 주원인이다. 자가진단 자가처방이 위험한 까닭이다. 5일 먹으라는 치료제를 대충 먹을 때 문제 된다.


중요한 게 또 있다. 앞의 경쟁 논리처럼 그들이 쇠퇴 않고 계속 확산되는 것은 인간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환경)'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활동은 이 점에 초점을 둬야 효과적이다. 국가 전염병 위기단계가 심각단계면 말 그대로 붉은(Red) 단계요 최고 단계다. 모든 조처에 머뭇거릴 겨를이 없다.


극히 작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 신출귀몰한 변신력을 가진 그들을 이겨내려면 보다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별개의 종 

[미꾸라지와 미꾸리] 미꾸라지(왼쪽)와 미꾸리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엄연히 종이 다른 별개의 물고기들이다./자연닷컴

미꾸리와 미꾸라지

우리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려 놓는다'는 말이 있다. 하찮은 존재가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 나라 생태계가 바로 이와 똑같은 형국에 와 있다. 수입산 '미꾸릿과' 어종이 온 나라 안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구 수입해 오는 업자들과 또 그것을 구입해 자연수계에 무단 방류하거나 방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태계가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남의 일인 양 먼 산만 바라보는 동안 '그 하찮은(?) 수입 물고기들'로 인해 생태계란 커다란 우물물이 온통 황톳빛으로 변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미꾸릿과 어류를 단순히 추어탕용 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은 미꾸릿과 어류의 대표격인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대부분 혼동하거나 같은 물고기쯤으로 알고 있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관심밖의 존재로 치부되고 있으면 분류학상 전혀 다른 물고기인 이들 두 종을 십중팔구의 사람들이 완전히 같은 종이라고 믿어 둘 중 하나를 방언이라고 알고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이 두 종의 물고기가 서로 다른 종이라고 주장 한다면 '맛이 가도 단단히 간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니 무관심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수염길이로 구분]미꾸라지(위)와 미꾸리 모두 수염이 5쌍이나 미꾸라지는 수염이 긴 반면 미꾸리는 비교적 짧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분명 이 두 종은 서로 다른 물고기로서 별개의 어종이다. 예컨대 붕어와 잉어처럼 종 자체가 전혀 다른 물고기들이다. 하지만 겉모양과 습성이 너무 흡사해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자연닷컴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어종의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우선 미꾸리는 수염이 짧고(눈 지름과 비교해 2.5배를 넘지 않음) 몸높이가 낮으며 둥글어 일명 '동글이'라고 불리는 반면, 미꾸라지는 수염이 길며(눈 지름의 3∼4배) 몸높이가 높고 납작해 일명 '납작이'라고 부른다. <사진 참조>

반면 이들 두 어종은 아가미 외에 장(腸)으로도 호흡을 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의 일부를 아가미 외에 장으로 보내 그곳에서 산소를 흡수한 후 가스 교환된 이산화탄소를 방귀 뀌듯 밑(항문)으로 방출한다. 

 

미꾸리 혹은 미꾸라지의 어원은 바로 이러한 특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처음에는 '밑으로 방귀를 뀌는 물고기'란 뜻의 '밑구리'로 불리다가 점차 '밋구리→미꾸리, 미꾸라지'로 변한 것이다. 

분류 및 생활사

우리나라의 미꾸릿과(일부에서는 기름종갯과 혹은 잉엇과로 분류) 어류에는 약 20종이 있다. 과(科) 아래 속(屬) 단위로는 종개속, 쌀미꾸리속, 미꾸리속, 참종개속, 기름종개속, 수수미꾸리속, 좀수수치속, 새코미꾸리속 등 8속이 있는데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미꾸리속(Misgurnus)에 포함된다.

미꾸릿과는 전 세계적으로 27속 46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미꾸리의 학명은 'Misgurnus anguillicaudatus', 영명은 'muddy loach' 혹은 'oriental weatherfish:직역하면 '동양의 기상어(氣象魚)'로 비가 내릴 때 활발히 헤엄치는 데서 유래됐다. 

 

입수염은 5쌍, 옆줄은 불완전하다. 호소나 논에 주로 살며 산소부족에도 잘 견딘다. 산란기는 4∼7월, 알에서 깨어나 1.5㎝까지 자라면 성어와 모양이 같아진다. 보통 16∼17㎝ 정도 자라지만 20㎝ 이상은 드물다. 잡식성이며 주로 3급수에서 산다. 전국에 분포하며 중국, 대만, 일본, 사할린에도 분포한다.

미꾸라지의 학명은 'Misgurnus mizolepis', 영명은 'Chinese muddy loach' 혹은 'Chinese weatherfish'. 미꾸리처럼 입수염이 5쌍, 옆줄은 불완전하다. 산란기는 4∼7월, 미꾸리보다 커서 20㎝ 이상까지 자란다. 3급수에서 살며 우리나라 외에 북한과 중국,대만에도 분포하나 일본에는 살지 않는다.

[중국산 미꾸라지]중국산 미꾸라지는 과거 수입초기에는 크고 검은 성어들이 수입됐으나 요즘에는 치어로 들여와 국내서 양식한 다음 출하하기 때문에 국내산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흡사하다. /자연닷컴

일반적인 인식 및 확산 경로

중국산 수입 미꾸릿과 어종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현재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하면 으레 떠올리는 것이 '크기가 무척 크고 색깔도 검게 생긴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과거 1980년대 이후 미꾸릿과 어종이 국내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국내에 수입된 미꾸릿과 어종 대부분이 말 그대로 크기가 엄청 크고 색깔도 확연히 검었던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요즘에 유통되는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은 '전문가도 모를 정도로 겉모습이 거의 흡사'하다.

 

어찌나 흡사한지 미꾸릿과 어종만 30년 넘게 다룬 상인들도 '추어탕이나 숙회로 만들어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전혀 구별해 내지 못할 정도'다. 굳이 먹어봐서라도 국내산과의 차이점을 찾자면 '뼈가 억세고 육질도 뻣뻣하다'는 정도다.

그렇다면 왜 요즘들어 중국산 수입 미꾸릿과 어종들이 국내산과 큰 차이점이 없어진 것일까.

 

문제는 간단하다. 과거처럼 다 큰 것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요즘에는 어린 치어를 들여와 국내 양식장서 적당한 크기(약 3∼4개월 소요)와 색깔로 키워 팔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모두 중국에도 분포하기 때문에 본래부터 크기와 색깔을 제외하고는 국내산과 흡사한 종들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모두 수입된다고 볼 수 있는데 자료상으로 딱히 미꾸리가 얼마만큼 들어오고, 미꾸라지는 또 얼마나 들어오는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모두 '미꾸라지'로 싸잡아 1년에 약 8700여t(2004년 기준) 수입된 것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이다.

국내산(양식)도 구분하지 않고 '미꾸라지'로 싸잡아 통계내는 판에(이와는 달리 상인들은 미꾸리를 동글이로, 미꾸라지는 납작이로 별칭하며 서로 다른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음. 보통 미꾸리(동글이)가 미꾸라지보다 1.5∼2배가량 더 비쌈) 중국산, 그것도 대부분 치어로 들여오는 실정에 정확한 통계를 낼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국내산과 유전인자가 다른 이들 중국산 미꾸릿과 어종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자연수계로 마구 흘러들면서 유전자 교란 등 씻지 못할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그 조그맣고 하찮은 물고기들'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양식장에서 바로 나온 것도 중국산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데 자연으로 흘러들어 이미 정착한 것들을 무슨 수로 '외래어종'이라 하여 관리할 것인지 심히 우려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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